그 때 모든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법과 율에 익숙지 못하여 걸식할 때 앞뒤 차례를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너는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라서 법과 율을 잘 알지 못하고 있구나. 차례를 뛰어넘지도 말고 거듭 받지도 말라. 앞뒤의 차례가 없이 걸식을 행하면 오랜 세월 동안 유익하지 못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자 승랍이 적은 비구가 말했다.
여러 상좌님들께서도 차례를 뛰어 넘고 앞뒤를 지키지 않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말했으나 그만두지 않았다.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비사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어떤 비구가, 걸식할 때 앞뒤의 차례를 지키지 않고, 또 음식을 거듭 받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구들이 두 번 세 번 충고하였으나 듣지 않고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상좌들께서도 차례를 지키지 않으면서 왜 나만 꾸짖는 것입니까?'
그래도 저희 모든 비구들이 세 번이나 그에게 충고했습니다만 듣지 않으므로 세존께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법답지 않게 행동하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넓은 늪에 큰 호수가 있고 거기에 큰 코끼리가 살고 있는데, 그 코끼리들은 연뿌리를 뽑아 진흙을 씻어버린 뒤에 그것을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몸은 살찌고 기분은 유쾌하며, 힘이 세고 즐거움이 많다. 그들은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코끼리는 몸집이 작은 데다 바짝 말랐다. 그 코끼리는 큰 코끼리를 본받아 연뿌리를 뽑았으나 깨끗이 씻을 줄 몰라 진흙 채로 그것을 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하여 몸은 살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으며 갈수록 여위어만 간다. 그런 인연으로 죽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한다.
그와 같이, 나이 많고 덕망이 있는 비구들은 오랫동안 도를 배워 즐기고 장난질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으므로 스승이 찬탄하는 바이고, 그밖에 밝은 지혜로 범행을 닦는 사람들도 역시 그를 칭찬한다. 이런 비구들은 도시나 시골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도 몸과 입을 잘 단속하고, 모든 감관을 잘 단속하여 마음을 집중시켜 생각을 잡아매고,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믿게 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 믿음을 변하지 않게 하며, 혹 재물․의복․음식․침구․의약 따위를 얻더라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탐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으며, 미혹하지도 않고 그것을 좇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본 뒤에 그것을 먹거나 쓴다. 그것을 먹거나 쓰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유쾌하고 윤택해지며 혈색과 힘을 얻는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승랍이 적은 비구는 법과 율에 익숙하지 못해, 여러 장로(長老)들을 의지해 작은 마을에 기거하면서, 이른 아침마다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도 잘 보호하지 못하고 감관의 문을 지키지도 못하며, 생각을 한결같이 잡아매지도 못해서, 믿음이 없는 사람을 믿게 하지도 못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은 변하게 하며, 혹 재물․의복․음식․침구․탕약을 얻으면 곧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며, 그것을 탐하고 좇아서 거기에 허물과 우환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고, 벗어날 길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며, 즐기고 탐하는 마음으로 먹고 쓰기 때문에 몸이 유쾌하거나 윤택하지 못하고 안온하거나 즐겁지도 못하다.
그는 이러한 음식으로 인연하기 때문에 점점 죽음[死]으로 향해 가거나 혹은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고 말한 것은 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거나 바른 법과 바른 율을 잃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고, 죽을 고생이라는 것은 바른 법과 율을 범하고 죄의 모양을 알지 못하며, 죄를 제거해 없앨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食藕根經 대정장 2/284 상~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596~1597.
'아함경 주제별 정리 > 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식주 (10) 설법하고 공양청을 받고 가서 과정 등이 비교적 상세히 나와 있는 경 (0) | 2013.08.29 |
---|---|
의식주 (9) 어떤 탁발 (0) | 2013.08.29 |
의식주 (7) 탁발의 공덕 (0) | 2013.08.29 |
의식주 (6) 가사짓기를 돕지 않는 年少비구를 도리어 칭찬하다 (0) | 2013.08.29 |
의식주 (5) 만일 옷을 저축함으로써 착한 법을 더하게 하고 악한 법을 쇠하게 하면, 이러한 옷은 비축할 수 있다 (0) | 2013.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