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재가생활 (10)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은 사람에게 하는 법문

다르마 러브 2013. 8. 29. 16:56

그 때 바사닉왕에게는 지극히 존경하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성을 나가 화장을 하고 사리(舍利)에 공양을 마치고는 헤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디에서 오시기에 헤진 옷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쳤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는 지극히 존경하던 조모님이 계셨는데 저를 버리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성 밖에 나가 화장을 하고 공양을 마친 다음 세존께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조모님을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하셨습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극히 존경하고 사랑하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나라의 모든 코끼리와 말과 나아가 왕위까지 모두 가져다 남에게 주고서라도 조모님의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저는 마땅히 그에게 주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구할 수도 없고 삶과 죽음으로 영원히 하직하였으므로 슬픔과 그리움과 근심과 괴로움을 스스로 견딜 수 없습니다. 일찍이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神)에 이르기까지도 일단 생겨난 것은 모두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끝내 다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한 번 생겨난 것 치고 죽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사온데, 오늘에야 비로소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들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이면 다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마침내 다함으로 돌아간답니다. 어느 것도 일단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설사 바라문(婆羅門)같은 훌륭한 족성[姓]이나 찰리(刹利)같은 훌륭한 족성이나 장자(長者)같은 훌륭한 족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태어난 이는 다 죽게 마련이니, 죽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설령 찰리 종성의 대왕이 정수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르고 왕위에 올라 온 천하의 왕이 되어, 자재로운 힘을 얻어 모든 적국(敵國)을 다 항복 받았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나서 하늘 궁전의 왕이 되어 마음껏 쾌락을 누린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다함으로 돌아가 죽지 않는 이는 없답니다.

또 대왕이여,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쳤고 자신은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른 지혜로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하더라도, 그도 또한 다함으로 돌아가 몸을 버리고 열반하는 것입니다. 혹은 연각(緣覺)으로서 잘 균형을 이루어 지극히 고요하다 하더라도 그 몸과 목숨은 다해 마침내 열반으로 돌아간답니다. 모든 불세존께서 열 가지 힘을 완전히 갖추고 네 가지 두려움이 없으며[四無所畏], 뛰어난 사자처럼 외쳐댄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몸을 버리고 반열반(般涅槃)을 취하는 것이라오. 이러한 까닭으로 대왕께서는 아셔야만 합니다. 모든 중생․모든 벌레․모든 신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은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니 마침내 소멸됨으로 돌아가며, 죽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온갖 중생의 부류들

목숨 있으면 마침내 죽음으로 돌아가

각기 지은 업을 따라 다른 세계로 나아가서

선악의 결과를 제 자신이 받는다.

 

그 나쁜 업 지은 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선을 행한 사람은 천상에 오르며

훌륭하고 묘한 도 닦아 익힌 이는

번뇌가 다해 반열반에 드느니라.

 

여래와 연각과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까지도

마침내는 그 몸과 목숨을 버리나니

하물며 저 세속 범부들이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母經 대정장 2/335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905~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