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재가생활 (11)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사람에게 하는 법문

다르마 러브 2013. 8. 29. 16:5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보배 깃 수레를 장식하라.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지강당(地講堂)을 구경하리라.”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의 어머니는 매우 쇠하고 늙어 나이 백 세에 가까웠다. 왕은 매우 공경하고 생각해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 곁에 불사밀(不奢蜜)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의 높은 재주는 세상을 덮었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중하였다. 그는 생각하였다.

‘지금 왕의 어머니는 나이 백 세가 가까웠다. 오늘은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만일 이 말을 듣는다면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해 음식도 먹지 못하고 중병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방편을 써서 왕을 근심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게 하리라.’

그는 곧 五백 마리 흰 코끼리를 장엄하고 五백 마리 말, 五백 명 보병, 五백 명 기녀, 五백 명 할머니, 五백 명 바라문, 五백 명 사문, 五백 벌 의상, 五백 가지 보배를 장엄하고 또 죽은 사람을 위해 좋은 큰 상여를 만들었는데 채색 그림이 극히 아름답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를 잡히는 등 헤아릴 수 없는 광경을 지으며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섰다.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조그만 일로 성밖에 나갔다 돌아오다가 멀리서 그 상여를 보고 그 좌우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공양이기에 이렇게 훌륭한가.”

불사밀은 말하였다.

“슈라아바스티이의 어떤 장자의 어머니가 죽었는데 저것은 그 행렬이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저 코끼리와 말과 수레는 무엇에 쓰려는 것인가.”

대신은 대답하였다.

“저 五백 명 할머니를 염라대왕에게 갖다 바쳐 죽은 이의 목숨을 대신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곧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은 미련한 사람들의 짓이다.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렵거늘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마치 마카라 고기[摩竭魚] 입에 든 사람을 구해 내려 해도 될 수 없는 것처럼, 염라대왕 앞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 내려 한들 어떻게 되겠는가.”

“五백 명 기녀를 가지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저 기녀로 안 되면 다른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五백 가지 보배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五백 벌 의상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의상으로 안 된다면 五백 명 바라문의 주술로 앗아 오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五백 명 바라문으로 안 된다면 저 사문의 훌륭한 설법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설법으로도 안 된다면 군사를 모아 한 번 싸워 앗아 오겠습니다.”

때에 왕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은 미련한 사람의 짓이다. 마카라 고기 입에 떨어지면 마침내 나올 수 없느니라.”

왕은 이어 말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과연 생(生)이 있는데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신은 말하였다.

“그것은 실로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때에 왕은 말하였다.

“실로 될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목숨은 얻기 어렵다’고 하셨다.”

그 때에 불사밀은 꿇어앉아 왕에게 사뢰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너무 근심 말으소서. 모든 중생은 죽음으로 돌아가나이다.”

때에 왕은 물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근심하겠는가.”

대신은 말하였다.

“왕은 알으소서. 대왕의 어머님은 오늘 돌아가셨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八, 九번이나 한숨 지면서 대신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네 말과 같다. 너는 능히 좋은 방편을 알았구나.”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성으로 들어가 갖가지 향과 꽃을 마련해 죽은 어머니께 공양하고 수레를 돌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먼지를 뒤집어썼소.”

왕은 사뢰었다.

“아까 어머님이 돌아가셨기에 성밖으로 모시고 그 까닭을 여쭈려 세존께 왔나이다. 그런데 어머님은 세상에 계실 때에 계율을 가지고 정진하면서 항상 착한 법을 구하다가 나이 백세가 가까워 오늘 돌아가셨나이다. 그 때문에 세존께 나아 왔나이다.

만일 제가 코끼리를 가지고 어머님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코끼리를 가지고 대신 할 것이요, 말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말로 대신할 것이며, 만일 수레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수레로 대신 할 것이요, 금, 은, 보배로 대신할 수 있다면 금, 은, 보배로 대신할 것이며, 따르는 노비와 나라와 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성과 나라로 대신할 것이요, 카아시의 백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카아시의 백성으로 대신하여 내 어머니가 목숨을 마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일체 중생은 다 죽음으로 돌아가오. 일체는 바뀌고 변하는 법으로서 아무리 바뀌고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마침내 그리될 수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사람의 몸은 마치 눈덩이 같아서 반드시 부서질 것이요, 또 그것은 흙덩이 같아서 반드시 부서져 오래 보존되지 못할 것이요. 또 그것은 아지랑이 같아서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 그것은 빈주먹으로 어린애를 속이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이 몸을 믿지 말고 근심하지 마시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네 가지 두려움이 이 몸에 닥치면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오. 말이나 주술이나 약초나 부적으로도 그것을 제거할 수는 없소.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늙음으로서 젊음을 부수어 아름다움을 없게 하는 것이오, 둘째는 병으로서 건강을 부수는 것이며, 셋째는 죽음으로서 목숨 뿌리를 부수는 것이요, 넷째는 항상한 물건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법은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서 힘으로 항복 받을 수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마치 사방의 큰산이 사방에서 와서 중생을 누르면 그것은 힘으로 물리칠 수 없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대왕이여, 견고하지 않은 물건은 믿을 것이 아니오.

그러므로 대왕은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을 쓰지 마시오. 왕도 오래지 않아 나고 죽는 바다로 갈 것이오. 왕도 알아야 하오.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나지마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지 않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세존께 사뢰었다.

“이 법을 무어라고 이름하고 어떻게 받들어 행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법은 ‘근심의 가시를 없애는 것’이라 하오.”

왕은 사뢰었다.

“진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왜 그러냐 하오면 저는 이 법을 듣고 나매 온갖 근심의 가시가 이제 다 없어졌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라 일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하나이다.”

“좋은 대로 하시오.”

프라세나짓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638 상-하 ;『한글 증일아함경』1, pp. 34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