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나아라다는 파아탈리풋타의 어느 장자의 대나무 숲에 있었다.
그 때에 문다 왕의 첫째 부인이 목숨을 마쳤다. 왕은 그를 매우 사랑하고 공경하며 언제나 생각해 잠깐도 마음에서 떠난 일이 없었다.
때에 어떤 사람이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대왕은 알으소서. 첫째 부인이 세상을 떠났나이다.”
왕은 부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라고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너는 빨리 부인의 시체를 메어다 어럭기름에 담가 두고 나로 하여금 보게 하라.”
그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가서 부인의 시체를 가져다 여럭기름에 담갔다.
왕은 부인이 죽은 뒤에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법을 가리지도 않고 왕의 할 일을 처리하지도 않았다.
왕의 곁에 가까운 신하가 있었다. 이름을 선념(善念)이라 하였고, 왕을 위해 언제나 칼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우리 나라에 나아라다라는 사문이 있나이다. 그는 아라한으로서 큰 신통이 있고 아는 것이 많아 익숙하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변재가 있고 용기가 있고 지혜로우며, 언제나 웃으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왕은 그에게 가서 설명을 들으소서. 만일 왕께서 그 설법을 들으시면 근심과 고통과 번민이 없게 될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그 말이 좋다. 선념아, 네가 먼저 가서 그 사문에게 말하라.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전륜성왕이 어디 갈 때에는 먼저 사람을 보내는 법이다. 사람을 먼저 보내지 않고 가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그는 왕의 명령을 받고 장자의 대 숲 동산으로 갔다. 그는 나아라다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존자 나아라다에게 사뢰었다.
“존자는 알으소서. 지금 대왕의 부인이 세상을 떠났나이다. 왕은 그 때문에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왕의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지도 않나이다. 지금 와서 존자를 뵈오려 하나이다. 원컨대 그를 위해 설법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도록 하소서.”
나아라다는 대답하였다.
“오고 싶으면 곧 오도록 하라.”
선념은 이 말을 듣고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가 떠났다. 그는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그 사문에게 알렸나이다. 왕은 그리 알으소서.”
왕은 곧 선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빨리 보배 깃수레를 장식하라. 나는 가서 저 사문님을 뵈오리라.”
선념은 곧 보배 깃수레를 꾸미고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는 준비되었나이다. 왕은 그리 알으소서.”
왕은 곧 보배 깃수레를 타고 성을 나가 나아라다에게로 나아가 장자의 대 숲 동산에 이르러서는 걸어서 들어갔다. 무릇 왕의 법으로서의 다섯 가지 위의를 거두어 한쪽에 두고 나아라다에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않았다.
나아라다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꿈이나 허깨비 같은 법은 근심과 걱정을 일으키고 물거품이나 눈덩이 같은 법은 근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것이오. 그러므로 꽃과 같은 법을 생각함으로써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다섯 가지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대개 물건은 다하는 것인데 그것을 다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오. 물건은 사라지는 것인데 그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오. 늙는 법은 늙지 않게 하려 하여도 될 수 없고 병드는 법은 병들지 않게 하려 하여도 될 수 없으며 죽는 법은 죽지 않게 하려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다섯 가지 법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오. 이것은 여래의 말씀이오.”
그 때에 나아라다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근심하거나 번민하는 것으로는
그 복됨을 얻지 못하나니
만일 근심과 걱정을 가지면
바깥 경계가 그 틈을 엿본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마침내 근심 걱정 생각하지 않으면
바깥 도둑은 도리어 근심하며
끝내 그 틈을 엿보지 못하리라.
위엄스런 거동과 예절 갖추고
보시를 좋아하여 아끼지 말고
마땅히 힘써 좋은 방편 구하여
그 큰 이익을 얻도록 하라.
비록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나나 또 저 여러 중생들
근심하지 않으면 재앙이 없으리니
그 행의 갚음이 어떤 줄 알리.
“또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잃을 물건은 반드시 잃는 것이요, 그것을 잃고 나면 곧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오. ‘내가 사랑하던 것을 오늘 잃어 버렸다’고. 이것이 이른바 ‘잃을 물건은 반드시 잃고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첫째 근심의 가시[刺]로서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오. 범부에게 이 법이 있소. 그러므로 남, 늙음, 병, 죽음의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나는 또 들었소. 성현의 제자도 잃을 물건은 반드시 잃소. 그러나 그는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오. 그러므로 이렇게 공부해야 하오. 즉 ‘내가 지금 잃은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도 이런 일이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을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고 원수들을 기뻐하게 한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이내 병이 생겨 몸이 더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때에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이오.
다시 대왕이여, 없어질 물건은 반드시 없어지는 것이오. 그것이 없어지고 나면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오. ‘내가 사랑하던 것이 오늘 없어졌다’고. 이것이 이른바 ‘없어질 물건은 반드시 없어지고,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둘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에 집착하는 것이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소. 그러므로 그는 남, 늙음, 병, 죽음의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나는 또 들었소. 성현의 제자도 없어질 물건은 반드시 없어지오. 그러나 그는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오. 그러므로 이렇게 공부해야 하오. 즉 ‘지금 내게 없어진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일이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을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고 원수들을 기뻐하게 한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이내 병이 생겨 몸이 더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때에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늙는 물건은 반드시 늙는 것이오. 그것이 늙으면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소. ‘내가 사랑하던 것이 이제 늙었다’고. 이것이 이른바 ‘늙을 것은 반드시 늙고,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셋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이 집착하는 것이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소. 그러므로 그는 남, 늙음, 병, 죽음의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또 나는 들었소. 성현의 제자도 늙을 물건은 반드시 늙소. 그러나 그는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소. 그러므로 이렇게 공부해야 하오. 즉 ‘내가 지금 늙는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 법은 있다. 그런데 내가 거기서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을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고 원수들을 기뻐하게 한다. 음식은 소화되지 않고 이내 병이 생겨 몸이 더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때에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병들 물건은 반드시 병드는 것이오. 그것이 병들면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소. ‘내가 사랑하던 것이 지금 병들었다’고. 이것이 이른바 ‘병들 물건은 반드시 병들고,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넷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이 집착하는 것이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소. 그러므로 그는 남, 늙음, 병, 죽음의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또 나는 들었소. 성현의 제자도 병들 물건은 반드시 병드는 것이오. 그러나 그는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소. 그러므로 이렇게 공부해야 하오. 즉 ‘내가 지금 병든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법이 있다. 만일 내가 여기서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을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고 원수를 기뻐하게 하며,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이 더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때에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죽을 물건은 반드시 죽는 것이오. 그것이 죽으면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소. 대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째 근심의 가시로서 마음이 집착하는 것이오. 범부에게는 이런 법이 있소. 그러므로 그는 남, 늙음, 병, 죽음의 오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또 나는 들었소. 성현의 제자도 죽을 이는 반드시 죽소. 그러나 그들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소. 그러므로 이렇게 공부해야 하오. 즉 ‘내가 지금 죽는 것은 나 혼자 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 법은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근심하고 걱정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친척을 근심하고 걱정하게 하고 원수를 기뻐하게 하며,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곧 병이 생겨 몸이 더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게 된다’고. 그래서 그 때에 곧 근심과 두려움의 가시를 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 다시는 재앙과 고뇌의 법이 없게 될 것이오.”
대왕은 아뢰었다.
“이 법은 이름이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행해야 하리이까.”
나아라다는 말하였다.
“이 경 이름은 <근심병 고치기>라 하오. 그렇게 받들어 행하시오.”
“진실로 그 이름과 같이 근심병을 고치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나는 이 법을 듣고 모든 근심이 이제 아주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만일 존자께서 분부하신다면 나는 자꾸 이 궁중에 와서 법을 들음으로써 우리 나라와 백성들로 하여금 끝없이 복을 받게 하겠습니다. 원컨대 존자는 이 법을 널리 펴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게 하여 네 가지 무리들을 언제나 안온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존자 나아라다님께 귀의하나이다.”
“대왕이여, 내게 귀의하지 말고 부처님께 귀의하시오.”
“부처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나이까.”
“대왕은 아시오. 카필라바스투의 전륜성왕의 종족으로서 석씨의 성을 받고 나온 왕의 아들인데, 이름을 싯다아르타라 하오. 그는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스스로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라고 부르오. 그 분에게 귀의하시오.”
“지금 어디 계시오며 여기서 얼마나 되나이까.”
“그 여래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소.”
대왕은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심은 어찌 그리 빠르시나이까. 만일 세상에 계신다면 몇 천만 요오자나를 지내더라도 거기까지 가서 뵈었을 것을,”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여래와 법과 중에 귀의하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우바새가 되어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궁중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좋은 대로 하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발에 예배한 뒤에 세 번 돌고 떠났다.
그 때에 문다 왕은 나아라다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679 상~680 중 ;『한글 증일아함경』1, pp. 486~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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