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사리불존자 10) 사리불존자의 열반후

다르마 러브 2013. 9. 4. 15:05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마갈제(摩竭提) 나라(那羅) 마을에서 병으로 열반하였다. 순다(純陀) 사미(沙彌)가 그를 간호하고 공양하였었는데, 존자 사리불이 병으로 열반하자, 존자 사리불을 공양한 뒤에 남은 사리(舍利)를 수습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발을 씻은 뒤에,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존자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물러서서 존자 아난에게 말했다.

존자시여, 마땅히 아십시오. 저의 화상 존자 사리불께서는 이미 열반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러자 존자 아난은 순다 사미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온 몸을 가눌 수 없고, 사방이 캄캄하고 아득하며,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순다 사미가 제게 찾아와 '화상 사리불이 이미 열반하시어, 그 분의 사리와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그 사리불이 받은 바 계의 몸[戒身]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선정의 몸[定身]․지혜의 몸[慧身]․해탈의 몸[解脫身]․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을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 법(法)을 내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서 말한 이른바 4념처(念處)․4정단(正斷)․4여의족(如意足)․5근(根)․5력(力)․7각지(覺支)․8도지(道支)를 가지고 열반하였느냐?

아닙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비록 받은 바 계의 몸에서부터 나아가서 도품(道品)의 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도 가지고 열반하진 않으셨지만, 존자 사리불께서는 계를 지니고 많이 들었으며,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셨고, 항상 세간을 멀리하며 수행하고, 방편으로 꾸준히 힘썼으며, 생각을 거두어 편안히 머물고 한마음으로 선정에 들어 민첩하고 날랜 지혜[捷疾智慧]․깊고 예리한 지혜[深利智慧]․초월하는 지혜[超出智慧]․분별하는 지혜[分別智慧]․큰 지혜[大智慧]․넓은 지혜[廣智慧]․매우 깊은 지혜[甚深智慧]․비할 바 없는 지혜[無等智慧]의 보배를 성취하시어, 보이고 가르치며, 비추고 기쁘게 하며, 잘 칭찬하면서 대중을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법을 위하고 법을 받는 이[受法者]를 위해서 근심하고 괴로워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앉거나 일어나거나 혹은 생성하는 일들은 무너지고야 마는 법이니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무리 무너지지 않게 하려한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내가 전에 이미 말한 것처럼, 사랑스러운 모든 사물과 마음에 드는 것 등 일체의 것들은 다 어긋나고 이별하게 되는 법으로서 늘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큰 나무의 뿌리․줄기․가지․잎․꽃․열매가 무성한 데서 큰 가지가 먼저 부러지는 것처럼, 큰 보배산에서 큰 바위가 먼저 무너지는 것처럼, 여래의 대중권속에서 저 대성문(大聲門)이 먼저 반열반(般涅槃)한 것이니라.

만일 그 곳이 사리불이 머물고 있던 곳이면, 그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처럼 그곳에서 나는 공허하지 않았으니, 그건 사리불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내가 이미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아난아, 내가 말했듯이 사랑스럽고 갖가지 마음에 드는 것들은 다 이별하기 마련인 법이니, 너는 이제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 또한 오래지 않아 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자기[自]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는 것입니까?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않고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라면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서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 바른 지혜와 바른 기억으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바깥의 몸과 안팎의 몸, 느낌․마음도 마찬가지며,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다고 말하리라.

아난아, 이것을 자기를 섬으로 삼아 자기를 의지하고, 법을 섬으로 삼아 법을 의지하며, 다른 것을 섬으로 삼지 말고 다른 것을 섬으로 삼아 의지하지 말라고 한 것이니라.

 

(純陀經 대정장 2/176 하~177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983~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