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마하가섭존자 6) 불멸후 아난존자에게 말하는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인연

다르마 러브 2013. 9. 4. 15:18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아난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세존께서 열반하신 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때마침 세상은 흉년이 들어 걸식을 하여도 음식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여러 젊은 비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모든 감관[根]을 잘 단속하지 못하였다. 음식을 먹을 때에 양(量)을 알지 못하였고, 초저녁과 새벽에도 좌선하기를 힘쓰지 않았으며, 잠자기만을 좋아하였다. 항상 세간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세간에 돌아다니다가 남천축(南天竺)으로 갔다. 거기에서 30명쯤 되는 젊은 제자들은 계율을 버리고 속가(俗家)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자(童子)들이었다. 존자 아난은 남산국토(南山國土)에서 유람하다가 얼마 되지 않는 적은 무리를 데리고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왔다.

그 때 존자 아난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다음 존자 마하 가섭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존자 마하 가섭이 존자 아난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대중이 매우 적구나."

아난이 대답하였다.

"남산 국토에서 세간을 유람하며 돌아다녔는데 그때 젊은 비구 30명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갔기 때문에 대중이 줄었고, 지금 남은 이도 대부분 나이 어린 동자들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응공․등정각께서는 몇 가지 복과 이익을 보고 아셨기에 세 사람 이상이 모여 먹는 것을 억제하는 계율을 만드셨던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두 가지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을 배려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악한 사람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서로 부수기 때문입니다. 즉 나쁜 사람이 승가 대중들 속에 있으면서 대중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을 가로막아 두 패로 갈라지게 하여 서로 미워하고 다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그런 뜻을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흉년이 든 때에 많은 젊은 비구들을 데리고 남산 국토를 유람하다가, 30명이나 되는 대중들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감으로써 대중들이 줄어들게 하고, 대부분 동자만 남아있게 하였는가? 아난이여, 그대가 대중들이 줄어들게 한 일을 보면 그대도 동자라서 주변머리가 없구나."

아난이 대답하였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제가 이미 머리칼이 두 가지 색깔인데 어찌 동자라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마하 가섭이 말하였다.

"그대는 흉년이 든 시기에 여러 젊은 제자들과 세간을 돌아다니다가 30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가게 하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자들로서 대중들을 줄어들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주변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많은 덕 있는 대중들이 다 환속하여 무너지고 말았네. 아난의 대중들은 너무 심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게 되었으니 아난이여, 그래서 그대를 동자나 다름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 주변머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저사(低舍) 비구니는 존자 마하 가섭이 존자 아난 비제하모니를 동자라고 꾸짖는 것을 보고 불쾌히 여겨 이렇게 욕설하였다.

"성자(聖者) 마하 가섭은 본래 외도 사문이었는데, 어떻게 성자 아난 비제하모니를 동자라고 꾸짖고 그 동자라는 이름을 널리 퍼지게 할 수 있는가?"

존자 마하 가섭은 천이(天耳)의 신통력으로 저사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욕설하는 소리를 듣고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보라. 저 저사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마하 가섭은 본래 외도 사문이었는데, 어떻게 성자(聖者) 아난 비제하모니를 꾸짖고 동자라는 이름을 퍼지게 할 수 있는가'라고 욕하는구나."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참으십시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저 어리석은 늙은 할멈이 타고난 지혜가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나는 출가한 뒤로 다른 스승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오직 여래․응공․등정각만 알고 지냈다. 나는 출가하기 전에 늘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번민․괴로움을 생각하였고, '속가에 있으면 번거로운 일과 온갖 번뇌가 많지만 출가하면 텅 비고 한적하다. 속인은 집이 아닌 곳에 살면서 한결같이 조촐하고 깨끗하게 살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순일(純一)하고 원만하게 깨끗하며 범행(梵行)이 맑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소.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이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고 마음먹었소. 백천금(百千金) 쯤 되는 귀하고 값나가는 옷을 조각조각 끊어 승가리(僧伽梨)를 만들고, 만일 세상에 아라한이 있으면 가만히 그를 따라 출가하리라고 생각하였소. 나는 출가한 뒤에 왕사성 나라(那羅)라는 작은 마을 중간쯤에 있는 다자탑(多子塔)에서 세존을 뵈옵게 되었소. 그분은 몸을 바로잡고 단정히 앉아 계셨는데 상호(相好)가 원만하고 모든 감관도 지극히 고요하며, 첫 번째 식(息)이 끊어져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소.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소.

'이 분이 바로 내 스승이시고, 이 분이 곧 세존(世尊)이시며, 이 분이 바로 아라한(阿羅漢)이시고, 이 분이 바로 등정각(等正覺)이시다.'

그 때 나는 일심(一心)으로 합장하고 공경을 다하여 예를 올린 다음 부처님께 아뢰었소.

'당신은 곧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당신의 제자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소.

'그렇다, 가섭아. 나는 네 스승이요, 너는 내 제자이다. 가섭아, 너는 지금 저와 같은 진실하고 깨끗한 마음을 성취하였다. 만일 공경을 받는 이로서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실제는 아라한이 아니면서 아라한이라 말하고, 등정각도 아닌데 등정각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반드시 저절로 몸이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다.

가섭아, 나는 지금 알았기 때문에 안다고 말하고, 보았기 때문에 본다고 말하며, 진실로 아라한이기 때문에 아라한이라고 말하고, 진실로 등정각이기 때문에 등정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섭아, 나는 지금 인연이 있기 때문에 성문을 위해 설법하는 것이지 인연이 없는 법이 아니다. 근거가 있는 것이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신통력이 있으며 신통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가섭아, 만일 법을 듣고자 하거든 이렇게 배워야 한다. 만일 법을 듣고자 하거든 이치로써 중생을 유익하게 하고, 그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하여, 공경하고 존중하며 마음을 다 쏟아 한결같이 귀를 기울여 듣고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5온(蘊)이 생기고 사라짐과 6촉입처(觸入處)가 쌓이고 사라져 없어지는 것에 대하여 바르게 관찰하고, 4염처(念處)에 대하여 바르게 생각하여 즐겁게 머무르며, 7각분(覺分)을 닦고, 8해탈(解脫)을 닦아 몸으로 증득하고, 항상 그 몸을 생각해 일찍이 끊이지 않게 하며, 부끄러워할 줄을 알아 스승과 큰 덕이 있는 범행자들에 대해 항상 부끄러워하면서 살리라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나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게 해주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고, 나는 그가 계신 곳으로 따라갔다. 나는 백천금의 값나가는 좋은 옷을 잘라 만든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자리를 깔아드렸다. 그러자 세존께서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아시고 곳곳에서 수행하는 길을 가르쳐주셨다. 내가 옷을 깔아 앉을 자리를 만들고 부처님께 앉으시도록 청하자 세존께서는 곧 앉아 손으로 옷을 어루만지시며 찬탄하셨다.

'가섭아, 이 옷은 가볍고 곱구나. 이 옷은 부드럽고 연하구나!'

그 때 나는 이렇게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옷은 가볍고 곱습니다. 그 옷은 부드럽고 연합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그 옷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누더기 옷을 받아라. 그러면 내가 너의 승가리를 받으리라.'

그러시고는 곧 손수 자신의 누더기 옷을 내게 주셨고, 나는 곧 부처님으로부터 승가리를 받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가르치셨다. 나는 8일 사이에 법을 배워 걸식하는 법을 받았고, 9일만에 초월하여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난이여, 만일 올바르게 묻는 어떤 이가 있어, 누가 세존의 법자(法子)로서 부처님 입으로부터 태어났고, 법의 교화로부터 태어났으며, 부촉(咐囑)해 주시는 법재(法財)를 받고, 모든 선정의 해탈과 삼매를 바르게 받아 지녔는가 하고 묻거든 내가 곧 그 사람이라고 말하라. 이것은 바른 말이다. 비유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맏아들이 정수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르고, 왕위에 오르면 왕이 누리는 다섯 가지 욕망의 즐거움은 애써 방편을 쓰지 않고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의 법자로서 부처님 입으로부터 생겨나고 법의 교화로부터 생겨나 부촉해 주신 법재를 얻었고, 또 법과 선정과 해탈과 삼매를 바르게 받은 일은 애써 방편을 쓰지 않고도 저절로 얻어진 것이다.

또 비유하면 전륜성왕의 보배 코끼리는 높이가 7, 8주(?)쯤 되지만, 그래도 다라(多羅)나무 잎사귀 하나로 능히 가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성취한 여섯 가지 신통의 지혜도 모두 가리울 수 있다. 만일 어느 누가 신통경계작증지(神通境界作證智)에 대하여 의혹이 있으면 나는 다 분별해 말해줄 수 있다. 또 천이통(天耳通)․타심통(他心通)․숙명통(宿命通)․생사지(生死智)․누진작증지통(漏盡作證智通)에 대해 의혹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다 분별해 말해주어 결정을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존자 아난이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마하 가섭이시여, 전륜성왕이 타고 다니는 보배 코끼리는 높이가 7, 8주쯤 되지만 다라나무 잎사귀 하나로 가릴 수 있는 것처럼, 존자 마하 가섭의 여섯 가지 신통의 지혜는 곧 모든 것을 다 가릴 수 있습니다. 만일 신통 경계를 증득한 지혜와 ……(내지)……번뇌의 다함을 증득한 지혜에 대해 의혹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존자 마하 가섭께선 능히 그것을 확실하게 말해 주어 결정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존자 마하 가섭을 공경하고 믿고 존중하는 것은 그런 큰 덕과 신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 이렇게 말하자, 존자 아난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가졌다.

 

衆減經 대정장 2/302 하~303 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08~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