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아나율존자 2) 지금 세존이 몸소 설법하는데 어떻게 거기서 졸고 있느냐.

다르마 러브 2013. 9. 5. 10:21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한량없는 백천만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에 아니룻다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대중 속에서 졸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법을 받들면 유쾌히 잠자고

그 뜻에는 뒤섞인 어지러움 없다

저 성현이 말씀하신 법

지혜로운 이 즐겨 하나니.

 

마치 저 깊고 고요한 못물

맑게 트이어 흐림 없듯이

그와 같이 법을 듣는 사람은

마음이 깨끗하여 즐겨 받는다.

 

마치 저 크고 방정한 돌은

바람이 불어도 움쩍하지 않듯이

남의 칭찬이나 비방 받아도

그 마음 조금도 기울지 않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니룻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라의 법이나, 도둑이 두려워 도를 닦느냐."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너는 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느냐."

"이 생, 노, 병,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싫어하고,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그것을 버리기 위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나이다."

"너는 지금 선남자로서 믿는 마음이 견고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운다. 그런데 지금 세존이 몸소 설법하는데 어떻게 거기서 졸고 있느냐."

존자 아니룻다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사뢰었다.

"지금부터는 몸이 부서지더라고 여래님 앞에서는 졸지 않겠나이다."

그 때에 존자 아니룻다는 새벽이 되도록 자지 않았다. 그러나 잠을 버릴 수가 없어 눈이 희미해졌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무 정진하면 조바심 덮개와 어울리고 또 너무 게으르면 결박과 어울린다. 너는 그 중간을 취해 행동하여야 하느니라."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전에 벌써 여래님 앞에서 맹세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이제 그 본래 약속을 어길 수 없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의사 지바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니룻다의 눈을 치료해 주라."

지바카는 사뢰었다.

"만일 아니룻다님이 잠을 조금씩 자면 나는 그 눈을 치료할 수 있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아니룻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잠을 자라. 왜 그러냐 하면 일체 중생은 먹음으로서 살고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고 귀는 소리로 먹이를 삼으며 코는 냄새로 먹이를 삼고 혀는 맛으로 먹이를 삼으며 몸은 닿임으로 먹이를 삼고 뜻은 법으로 먹이를 삼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열반으로 먹이를 삼느니라."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열반은 무엇으로 먹이를 삼나이까."

"열반은 방일하지 않는 것으로 먹이를 삼는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것을 타고 열반에 이르느니라."

"세존께서는 비록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는다고 말씀하시지마는 저는 차마 잘 수 없나이다."

그 때에 아니룻다는 낡은 옷을 깁다가 그만 육안은 허물어지고 하늘 눈을 얻어 흐림이 없었다.

그 때에 아니룻다는 보통 눈으로 옷을 기우려 하였으나 실을 바늘구멍에 꿸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아라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고'. 세존께서는 깨끗한 하늘 귀로 그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아라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고'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세존께서는 아니룻다에게 가 말씀하셨다.

"너는 그 바늘을 가져 오라, 내가 꿰어 주리라."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아까 제가 말하기는, '세상에서 복을 구하려는 사람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라'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른다. 여섯이란, 첫째는 보시요, 둘째는 교훈이며, 셋째는 참기요, 넷째는 법 뜻의 설명이며, 다섯째는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위없는 바른 도를 구하는 것이다. 아니룻다야, 이것이 이른바 '나는 이 여섯 가지 법에 만족할 줄 모른다'는 것이니라."

아니룻다는 사뢰었다.

"여래님의 몸은 진실한 법의 몸이신 데 다시 무슨 법을 구하려 하시나이까. 여래님은 이미 생, 사의 바다를 건너시고 또 애착을 벗어나셨사온데 지금 또 복의 으뜸 되기를 구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니룻다야. 네 말과 같다. 나도 이 여섯 가지 법에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르는 줄을 안다. 만일 중생으로서 죄악의 근본인 몸, 입, 뜻의 행을 참으로 안다면 마침내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생들은 죄악의 근원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모든 힘으로

천상, 인간에 두루 놀 때에

복의 힘이 가장 훌륭하나니

그 복으로 불도를 성취하네.

 

"그러므로 아니룻다야,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얻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18 하~719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109~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