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주리반특가 존자 (1) 결박은 때요, 지혜는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자

다르마 러브 2013. 9. 5. 10:3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존자 판타카는 그 아우 추우다판타카에게 말하였다.

“만일 계율을 지키지 못하겠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추우다판타카는 이 말을 듣고 곧 제타숲 절로 가서 문밖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깨끗한 하늘 눈으로, 추우다판타카 비구가 문 밖에 서서 못 견디게 슬피 우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전처럼 거닐어 제타숲 절 문 밖으로 가시어 추우다판타카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왜 여기서 슬피 울고 있는가.”

추우다판타카는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형에게 쫓겨났나이다. 형은 ‘만일 계율을 지닐 수 없겠거든 속세로 돌아가라.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나이다. 그래서 슬피 울고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위없는 다 옳게 깨달음을 이루었지마는 너의 형 판타카 때문에 도를 얻은 것이 아니다.”

세존께서는 손으로 추우다판타카를 붙잡고 고요한 방으로 가서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비[掃蔧]를 잡게 하고 그 글자를 가르치셨다.

“너는 이 글자를 외워라. 이것은 무슨 글자냐.”

추우다판타카는 <소(掃)>자를 외우면 곧 <세(蔧)>자를 잊어버리고 <세>자를 외우면 곧 <소>자를 잊어버렸다.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소자와 세자를 외운지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이 <소세>는 ‘때를 없애는 것[除垢]이라고 알았다. 추우다판타카는 생각하였다. 무엇을 없애는 것[除]이라 하고 무엇을 때[垢]라고 하는가. 때란 재나 흙이나 기왓장이나 돌이요, 없앰이란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고.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이것으로 나를 가르치시는가. 나는 그 뜻을 생각하리라’고. 그 뜻을 생각하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내 몸에도 티끌과 때가 있다. 나는 스스로 비유해 보자. 무엇이 없애는 것이며, 무엇이 때인가’고.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결박은 때요, 지혜는 없애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혜의 비로써 이 결박을 쓸어버리자’고.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다섯 가지 쌓임>의 이루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였다. 즉 이른바 ‘이것은 물질이요, 이것은 그 원인이며, 이것은 그 사라짐이다. 이것이 이른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이루어지고 사라지는 것이다’고. 그는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여 욕루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이내 해탈의 지혜를 얻었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胎]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았다.

이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곧 아라한이 되었고, 아라한이 된 뒤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이제는 지혜가 생겼나이다. 이제는 <소세>를 알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떻게 알았는가.”

추우다판타카는 사뢰었다.

“없애는 것이란 지혜요, 때란 결박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다 비구야, 네 말과 같다. 없애는 것이란 곧 지혜요, 때란 곧 결박이니라.”

그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세존께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이것을 외움으로 만족하여라

세존님이 말씀하신 그것과 같이

지혜는 능히 결박을 없애나니

그 밖의 다른 행 의지할 것 아니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네 말과 같다. 지혜가 있을 뿐이요, 그 밖의 다른 행을 의지할 것이 아니니라.”

그 때에 존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601 상-중 ;『증일아함경』11권,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