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앙굴리라마 존자 1) 공포의 살인마에서 부처님의 교화로 아라한의 반열에 올라선 앙굴리말라

다르마 러브 2013. 9. 5. 10:3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슈라아바스티이에 가서 걸식하다가, 프라세나짓 왕의 궁문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고 부르짖으면서 칭원하는 소리를 들었다. 즉 '우리 나라에 앙굴리마알라라는 도둑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흉포하여 중생을 수없이 죽입니다. 중생에 대해 자비가 없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은 모두 두려워합니다. 그는 날마다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꽃 꿰미를 만듭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만 이라 합니다. 원컨대 대왕은 저기 가서 그와 싸우소서.'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제타숲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루를 두고 니쉬이다나를 어깨에 걸치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오늘 저희들은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궁문 밖에서 칭원하고 호소하는 것을 보았나이다. 그들은 '지금 이 나라에는 앙굴리마알라라는 도둑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됨이 흉포하여 자비가 없어 모든 중생을 죽입니다. 사람이 없어지고 나라가 비게 되는 것은 모두 그 사람 때문입니다. 또 그는 사람 손가락을 잘라 꽃 꿰미를 만듭니다'고 하는 걸 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코 가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로 그에게로 가셨다. 섶이나 풀을 진 농부들과 소나 염소를 치는 사람들은 세존께서 그 길로 가시는 것을 보고 제각기 사뢰었다.

'사문님, 사문님, 그 길로 가지 마십시오. 왜 그런가 하오면 그 길가에는 알굴리마알라라는 도둑이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길로 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十인 혹은 二十인, 三十인, 四十인, 五十인을 모읍니다. 그래도 거리를 지나지 못하고 모두 알굴리마알라에게 잡힙니다. 그러하온데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은 길동무도 없이 혼자 가시면 반드시 그에게 욕을 당하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없는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듣고도 짐짓 나아가시기를 그치지 않으셨다.

그 때에 알굴리마알라 어머니는 밥을 가지고 앙굴리마알라에게 갔다. 그 때에 그는 생각하였다. '내 손가락 꿰미는 이제 그 수가 찼는가'고. 그는 곧 손가락을 세어 보았으나 아직 수가 차지 않았다. 다시 세어 보았으나 한 사람 손가락이 모자랐다. 그는 좌우를 돌아보면서 사람을 찾아 잡아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四방을 멀리 바라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우리 스승은 내게 가르쳐 주셨다. 만일 어머니를 죽이면 반드시 천상에 난다 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는 몸소 여기 와 있다. 곧 잡아 죽여 손가락 수를 채우고 또 천상에 나자'고. 그는 곧 왼 손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붙잡고 오른 손으로 칼을 빼어 들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잠깐 계십시오, 어머니."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저 알굴리마알라는 반드시 다섯 가지 역죄(逆罪)를 지을 것이다'고. 곧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그 산을 두루 비추었다. 그는 이 광명을 보고 다시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무슨 광명으로 이 산을 비추는 것입니까. 장차 국왕이 군사를 모아 나를 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어머니는 말하였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이것은 해나 달이나 불의 광명이 아니다. 또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의 광명도 아니다."

그 때에 그 어머니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것은 불이나 해, 달 광명 아니요

제석천왕이나 범천의 광명도 아니다

새와 짐승들 놀라지 않고

즐거이 우는소리 보통 때와 다르다.

 

이 광명 지극히 맑고 깨끗해

사람을 한량없이 기쁘게 하나니

반드시 저 열 가지 힘 가진

가장 높은 이 여기 오신 것이다.

 

천상과 이 세상의 사람 중에서

하늘 눈으로 이 세계 보시고

그리고 너를 제도하려고

세존님께서 여기 오셨다.

 

앙굴리마알라는 부처라는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스승은 내게 가르쳤다. '만일 네가 어머니를 죽이고 또 사문 고오타마를 죽이면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다'고 하셨다."

그는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는 우선 가만히 계십시오. 나는 먼저 사문 고오타마를 잡아먹겠습니다."

그는 그 어머니를 우선 내버려두고 세존을 쫓아갔다. 멀리서 세존님을 뵈오매 마치 금덩이 같아서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세존님을 보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지금 사문은 내 손안에 있다. 반드시 죽일 수 있다. 누구나 이 길을 가면 대중을 모아 함께 가는데 저 사문은 혼자 길동무도 없다. 나는 지금 잡아죽이리라."

그는 곧 허리에 찬 칼을 빼어 세존님께로 갔다. 세존께서는 곧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 가셨다. 그는 쫓아 달려갔으나 여래님을 따르지 못하였다. 그는 세존님께 말하였다.

"섰거라, 섰거라, 사문아."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섰는데 네가 서지 않는구나."

그는 달려오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가면서 머무른다 말하고

나는 머무르지 않는다 하네

너는 머무르고 나는 머무르지 않는

그 뜻을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세존은 이미 머무른다 말하고

모든 중생을 해치지 않거니

너는 지금 죽이려는 마음을 가져

악의 근본을 떠나지 못하는구나.

 

나는 자비스런 마음 땅에 머물러

모든 사람 가없이 여겨 보호하나니

너는 지옥 고통의 종자를 심으면서

악의 근본을 떠나지 못하는구나.

 

알굴리마알라는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참으로 악한가. 우리 스승은 내게 말하였다. 이것은 큰제사로서 큰 과보를 얻는다. 천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꿰미를 만들면 그는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그런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요, 만일 그를 낳은 어머니나 사문 고오타마를 죽이면 반드시 범천에 날 것이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큰 위신의 힘으로 그로 하여금 바른 정신이 돌아오게 하셨다. 그는 생각하였다. '범지의 여러 서적에는 이런 말이 있다. 즉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몇 억겁만에 나오신다. 그가 세상에 나오시면 건너지 못한 이는 건너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이는 해탈하게 하신다. 그는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신다. 여섯 가지 소견이란 무엇인가. <나>가 있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가 있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고, <나>가 없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가 없다는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시며,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를 위해서는 <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소견을 말씀하시고 스스로 관찰하면서 관찰하는 법을 말씀하시며, <나>가 없다는 법과 <나>가 아니라는 주장과 <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는 법을 말씀하신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이 여섯 가지 소견을 없애는 법을 말씀하신다고.

또 내가 달릴 때에는 코끼리나 말이나 수레나 어떤 사람도 따라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저 사문은 빨리 걸어가지 않건만 나는 따를 수가 없다. 저 이는 반드시 여래님일 것이다'고.

그 때에 그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한 이는 지금 나를 위하여

미묘한 게송을 말씀하셨네

이처럼 악한 사람 진리를 알았나니

모두 거룩한 이 위신의 힘입은 때문이네.

 

나는 곧 이 날카로운 칼을 들어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리고

저 사문의 발자국에 절하고

지금 곧 사문 되기 구하리.

 

그 때에 그는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허락하시어 저로 하여금 사문이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야."

그 때에 그는 곧 사문이 되어 세 가지 의복을 입었다.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그 머리를 깎았거니

결박 버리기 또한 그 같이 하라

결박이 끊어지면 큰 결과 이루고

근심과 괴로움도 없어지리라.

 

앙굴리마알라는 이 게송을 듣고 곧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세존께서는 그를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절로 돌아가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아 알굴리마알라를 치러 가려 하였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난은 지금 세존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여쭙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면 받들어 행하리라.'

그는 곧 네 종류 군사를 데리고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대왕은 지금 어디로 가려고 몸에 그처럼 먼지를 썼는가."

왕은 사뢰었다.

"지금 우리 나라에 알굴리마알라는 도둑이 있나이다. 그는 매우 흉포해 모든 중생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없나이다. 나라가 거칠어지고 백성이 흩어지는 것은 다 그 도둑 때문입니다. 그는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꿰미를 만듭니다. 그는 악한 귀신이요, 사람이라 할 수 없나이다. 나는 지금 그를 치려고 하나이다."

"만일 대왕이 알굴리마알라가 견고한 신심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소."

"만일 그런 줄을 알면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고 때때로 예배하겠나이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그는 악한 사람으로써 털끝 만한 선도 없고 항상 중생을 죽이기만 하나이다. 어떻게 집을 나와 도를 배울 마음이 있겠나이까. 그럴 이치가 없나이다."

그 때에 앙굴리마알라는 세존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오른 손으로 그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저 이가 알굴리마알라요."

왕은 그 말을 듣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일어섰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가보면 의심이 풀릴 것이오."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알굴리마알라에게 가서 물었다.

"네 성은 무엇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 성은 <가가>요, 어머니 이름은 <만족>입니다."

왕은 곧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그 법을 즐겨 해 게으르지 말고 청정한 범행을 닦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시오.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 음식, 침구, 의약을 공양하리다."

그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존님께 돌아왔다. 그는 땅에 엎드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고 꺾을 수 없는 이를 꺾었나이다. 참으로 놀랍고 이상하여 일찍 보지 못한 일이옵니다. 그처럼 악한 이를 항복 받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수명이 무궁하시어 중생을 길러 주소서. 나는 세존님의 은혜를 입어 이런 어려움을 면하였나이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은 때를 알아하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알굴리마알라는 아라냐 행을 닦으면서 다섯 가지 누더기 옷을 입었다. 때가 되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집집을 다니면서 한 번 돌고는 다시 시작하였다. 헤어진 누더기 옷은 매우 추하였고 한데 앉아서 몸을 덮지 않았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수행하면서 선남자들이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그 목적을 따라 위없는 범행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았다. 때에 앙굴리마알라는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이 맑게 트이어 흐림이 없었다. 그는 아라한이 된 뒤에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에 그는 어떤 부인이 아기를 낳기에 매우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중생들은 태를 받아 한없는 고통을 받는다'고. 그는 걸식을 마치고 돌아 와 가사와 바루를 두고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떤 부인이 아기를 배어 몸이 매우 무거운 것을 보고는 '중생들은 어째 이처럼 고통을 받는가'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분에게 가서 말하라. '나는 성현을 따라 난 뒤로는 살생한 적이 없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말하라고 하라. 그렇게 하면 그 부인의 태는 딴 탈이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앙굴리마알라는 그 날로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그 부인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성현을 따라 난 뒤로는 다시는 살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말하면 곧 순산하게 될 것이다."

그 때에 그 여자는 곧 순산하였다.

앙굴리마알라는 어느 때 성안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여러 남, 녀, 노, 소들은 그를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앙굴리마알라는 중생을 헤아릴 수 없이 죽였다. 그런데 지금 성안을 다니면서 걸식하고 있다."

그들은 기왓장과 돌로 치기도 하고 혹은 칼로 지르기도 하여 머리와 눈은 상하고 옷은 모두 찢어지고 흐르는 피는 몸을 더럽혔다. 그는 곧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와 세존님께 갔다. 세존께서는 그가 머리와 눈이 상하고 흐르는 피로 옷을 더럽혀 오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것을 참아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죄는 오랫동안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존님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견고한 마음으로 법의 글귀 듣고

견고한 마음으로 불법 행하며

견고한 마음으로 착한 벗 친하면

곧 저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나는 본래는 큰 도둑으로서

이름은 앙굴리마알라였거니

온갖 악의 흐름에 떠다니다가

거룩한 이의 건져 주심 입었네.

 

이제는 제가 지은 업을 보았고

또 거룩한 법의 근본을 보고

세 가지 밝음에 이르게 되어

부처님 행의 업을 성취하였네.

 

내 본래 이름은 무해(無害)였건만

헤아릴 수 없이 중생 죽였고

지금 이름은 진제실(眞諦實)로서

그 어떤 중생도 해치지 않네.

 

만일 이 몸이나 입이나 뜻에

해치려는 마음이 전연 없으면

그 이름을 무살해(無殺害)라 하나니

하물며 다른 생각 일으킴이랴.

 

활 만드는 이 뿔을 다루고

물에 사는 이 배를 다루며

좋은 장인(匠人)은 나무 다루고

지혜로운 이 제 몸 다룬다.

 

혹은 채찍으로 항복 받으며

혹은 말로써 굽히게 하여

마침내 무기를 쓰지 않건만

나는 이제 스스로 항복하였네.

 

남의 앞에서 죄를 지었다 가도

뒤에는 그쳐 다시 짓지 않으면

그는 이 세상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달 같네.

 

남의 앞에서 죄를 지었다 가도

뒤에는 그쳐 다시 짓지 않으면

그는 이 세상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해 같네.

 

비구로서 늙거나 또 젊었거나

언제나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면

그는 이 세상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달과 같네.

 

비구로서 늙거나 또 젊었거나

언제나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면

그는 이 세상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해와 같네.

 

내 이제는 감정이 적어지고

음식에 있어 만족할 줄을 알고

일체의 괴로움을 다 벗어 났나니

본래의 인연 이제는 다하였네.

 

다시는 죽음의 길 받지 않으며

또 구태여 살기도 즐기지 않아

이제는 바로 때를 기다리나니

스스로 기뻐하여 어지럽지 않노라.

 

여래께서는 알굴리마알라의 이 말을 '옳다'고 하셨다. 그는 여래께서 '옳다'고 하시는 것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사뢰었다.

"저 앙굴리마알라는 전생에 어떤 공덕을 지었삽기 지금은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서 드무나이까. 또 전생에 어떤 악을 지었삽기 지금 저 몸으로 헤아릴 수 없이 중생을 죽였사오며 또 전생에 무슨 공덕을 지었삽기 지금 여래님을 만나 아라한의 도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이 현겁에 카아샤파라는 부처,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이 세상에 나오셨었다. 그 카아샤파 여래가 세상을 떠난 뒤에 대과(大果)라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이 남섬부주를 맡아 있었다. 그 왕은 八만 四천 궁녀와 시녀가 있었지마는 아들이 없었다. 그 왕은 여러 나무신, 산신, 해, 달, 별에 기도하여 아들을 얻고자 하였다. 그 때에 그 왕의 제일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八, 九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기 세상에 드물었다. 그 때에 그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본래 아들이 없이 얼마 동안을 지내다가 비로소 아들을 얻었다. 이제 이름을 짓고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게 하리라'고.

왕은 상장이 신하들을 모으고 명령하였다.

'나는 이제 이 아들을 낳았다. 제각기 이름을 지어라.'

신하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에게 사뢰었다.

'이 태자는 매우 기묘하고 짝없이 단정하며 얼굴은 복숭아 꽃빛 같나이다. 반드시 큰 힘이 있을 것이니 이름을 대력(大力)이라 하소서.'

상장이들은 태자 이름을 짓고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왕은 그 아들을 사랑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에 태자는 나이가 여덟 살이 되었다. 그는 신하들을 데리고 그 부왕에게 나아가 아침 문안을 드렸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 태자는 매우 기특하다'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를 결혼시키고 싶은데 어떠냐.'

태자는 아뢰었다.

'저는 지금 나이 어린데 구태여 결혼해 무엇하겠나이까.'

왕은 우선 참고 결혼시키지 않았다.

그가 스무 살이 넘었을 때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너를 결혼시키고 싶다.'

태자는 아뢰었다.

'결혼해서 무엇하겠나이까.'

그 때에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본래 아들이 없이 오랫동안 지내다가 비로소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장가가기를 좋아하지 않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다.'

그래서 그 태자는 이름을 바꾸어 청정(淸淨)이라 하였다.

그 때에 청정 태자는 나이 三十이 되었다. 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나는 이제 나이 늙었고 다른 아들이 없다. 오직 청정 태자가 있을 뿐이다. 지금 왕의 높은 자리를 저 태자에게 주어야 하겠다. 그러나 태자는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지 않는다. 어떻게 나라 일을 처리하면 좋겠는가.'

신하들은 아뢰었다.

'어떤 방편을 써서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게 하소서.'

왕은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나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도록 하는 이가 있으면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리라.'

그 때에 음종이라는 여자가 있어, 六十 네 가지 변을 모두 환히 알았다. 그는 왕이 '누구나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게 하는 이가 있으면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리라'는 명령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에게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시면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향락을 즐기게 하겠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참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중히 상을 주고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그 음녀는 아뢰었다.

'태자는 어느 방에서 주무시나이까.'

'저 동쪽 별당에 있다. 거기는 여자란 없고 오직 남자 한 사람이 시봉하고 있을 뿐이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내궁에 영을 내려 마음대로 출입하되 막지 말게 하소서.'

그 음녀는 그 날 밤 두 시를 칠 때에 태자 문 밖에서 거짓으로 소리를 내어 울었다. 태자는 그 여자의 우는소리를 듣고 시자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저기서 우는가.'

시자는 아뢰었다.

'어떤 여자가 문 밖에서 우나이다.'

그 사자는 곧 가서 우는 까닭을 물었다.

음녀는 대답하였다.

'남편에게 버림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우나이다.'

시자는 돌아와 태자에게 아뢰었다.

'그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또 도둑이 두려워 운다고 하나이다.'

'그 여자는 데려다 코끼리 우리에 두라.'

그러나 거기 가서도 또 울었다. 다시 마구간에 데려다 두었다.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다시 시자에게 말하였다.

'이리 데리고 오라.'

곧 데려다 방에 들여놓았다.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친히 그에게 물었다.

'왜 또 우는가.'

음녀는 대답하였다.

'여자는 혼자서는 약합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우나이다.'

'이 평상 위에 올라 오라. 무서움이 없어질 것이다.'

때에 그 여자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또 울지도 않았다. 그는 곧 옷을 벗고 자다가 태자 손을 끌어 제 가슴 위에 얹고 곧 놀라면서 차츰 흥분하였다. 흥분하고는 몸을 가자 대었다.

이튿날 아침에 청정 태자는 왕에게 갔다. 왕은 멀리서 태자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말하였다.

'너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이루었는가.'

태자는 아뢰었다.

'예, 대왕 말씀과 같나이다.'

왕은 못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말하였다.

'소원이 무엇이냐. 나는 모두 주리라.'

'소원대로 주신다고 하시지만 중간에 후회하지 말으소서. 소원대로 말하겠나이다.'

'네 말대로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소원이 무엇이냐.'

'지금 대왕께서는 남섬부주를 다스리면서 무엇이나 자유롭나이다. 남섬부주 안에 있는 처녀들을 먼저 우리 집에 데려다 두었다가 뒤에 시집가게 하겠나이다.'

'네 말대로 하리라.'

왕은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는 먼저 청정 태자에게 보냈다가 뒤에 시집가도록 하라.'

그 때에 그 성안에는 수만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차례가 되어 왕에게 갔다. 그는 벗은 몸에 맨발로 사람들 속을 다니면서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는 장자의 딸로서 그 이름이 멀리 퍼졌다. 그런데 어떻게 벗은 몸으로 사람들 속을 다니는가. 나귀와 무엇이 다른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나귀가 아니다. 너희들이 바로 나귀다. 너희들은 과연 여자로서 여자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았는가, 이 성 안의 중생들은 모두 여자다. 오직 청정 태자만이 남자다. 나도 청정 태자 앞에 가면 옷을 입을 것이다.'

그 때에 성 안 사람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자 말이 참으로 우리 마음에 든다. 우리는 실로 여자요 남자가 아니다. 오직 청정 태자만이 남자다. 우리도 오늘부터 남자 노릇을 하자.'

그 때에 성 안 백성들은 모두 전쟁 기구를 준비하고 갑옷을 입고 몽둥이를 들고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두 가지 소원이 있나이다. 들어주소서.'

왕은 물었다.

'두 가지 소원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사뢰었다.

'만일 대왕이 살고자 하시면 저 청정 태자를 죽일 것이요, 만일 태자가 살고자 하면 우리는 왕을 죽일 것입니다. 우리는 저 청정 태자를 받들어 섬길 수 없나이다. 그는 나라의 떳떳한 법을 욕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 때에 왕은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을 위해선 한 사람 잊고

마을을 위해선 한 집을 잊고

나라를 위해선 한 마음 잊고

내 몸을 위해선 세상을 잊는다.

 

왕은 이 게송을 마치고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곧 너희들 뜻대로 하라.'

그 때에 여러 사람들은 곧 청정 태자를 잡아 와 두 손을 결박하고 성밖으로 끌고 가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 다 함께 기왓장이나 돌로 때려죽이자. 왜 혼자서 죽이겠는가.'

청정 태자는 죽음에 다달아 이렇게 말하고 맹세하였다.

'여러분, 나를 잡아죽이시오. 그런데 부왕은 내 원을 들어주었소. 나는 지금 죽더라도 감히 사양할 수가 없소. 나는 장래 세상에서 반드시 이 원수를 갚을 것이오, 또 나는 장래에 참 사람 아라한을 만나 빨리 해탈을 얻을 것이오.'

그 때에 사람들은 태자를 잡아죽이고 제각기 흩어져 갔느니라.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 대과 왕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요 지금의 저 앙굴리마알라의 스승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그 때의 음녀는 지금의 그 스승의 아내요, 그 때의 대중들은 지금의 저 八만 四천의 죽은 사람들이오, 그 때의 청정 태자는 지금의 앙굴리마알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죽음에 다달아 그 원을 세웠기 때문에 지금 그 원수를 갚았고 손을 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한없이 사람을 죽였다. 다시 원을 세워 부처를 만나고자 하였기 때문에 지금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된 것이다. 이것이 그 경위이니 그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제일 총명하고 지혜가 빠른 이는 바로 앙굴리마알라 비구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19 중~722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11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