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사위국에는 마하남이라는 장자가 살다가 목숨을 마쳤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바사닉왕은 아들도 없고 친척도 없다 하여 그의 재산을 모두 왕가에 귀속시켰다.
바사닉왕은 날마다 재물을 조사하느라 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디서 오시기에 그렇게 몸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으며, 어찌 그리도 피곤해 보이십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나라에 마하남이라는 장자가 목숨을 마쳤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재물을 모두 왕가에 귀속시키고, 그 재물을 점검하고 처리하느라고 피로가 쌓였고, 몸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이렇게 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물으셨다.
"그 마하남 장자는 재물이 아주 많은 큰 부자입니까?"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큰 부자라서 돈과 재물이 매우 많았습니다. 백 천 거억(巨億)의 돈과 보물이 있었으니 하물며 다른 재산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마하남은 세상에 살았을 때 거친 옷을 입고 나쁜 음식만 먹었습니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마하남은 과거 세상에 다가라시기(多迦羅尸棄)라는 벽지불(?支佛)을 만나 한 끼니의 밥을 보시했었습니다. 그러나 청정하게 믿는 마음이 아니었고 공경히 준 것도 아니었으며, 손수 주지도 않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하면서 말하기를 '이 밥을 많은 우리 집 종들에게 줄 것을 쓸데없이 사문들에게 보시하였다'라고 하였었습니다. 그런 보시의 복으로 말미암아 일곱 번은 삼십삼천에 태어났고, 일곱 번은 여기 사위국에서 가장 훌륭한 족성(族姓)으로 태어나 돈과 재물이 많이 가진 큰 부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벽지불에게 보시할 때 청정하게 믿는 마음이 아니었고, 제 손으로 직접 주지도 않았으며, 공경히 주지도 않았고 보시하고 나서는 후회하였기 때문에 그가 태어난 곳에서 비록 부자가 되어도 일부러 거친 옷을 입고 나쁜 음식만 먹으며, 추하고 낡은 침구와 집과 수레를 쓰면서 처음부터 훌륭하고 묘한 색․소리․냄새․맛․감촉을 얻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위안했던 것입니다.
또 대왕이여, 그 마하남 장자는 자기 이모의 형을 죽이고 그의 재물을 빼앗았었습니다. 그 죄로 말미암아 백 천 년을 지나도록 지옥에 떨어졌고, 그 남은 죄의 과보(果報)로 일곱 번 사람의 몸을 받아 사위국에 태어났지만, 늘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재물이 왕가에 몰수당했었습니다. 대왕이여, 마하남 장자는 지금 여기서 목숨을 마쳤지만, 전생에 보시한 과보는 다 끝났고, 그 몸의 간탐 때문에 재물에 방일하여 죄를 지었으므로 그는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져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하남 장자는 목숨을 마치고 나서 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이미 지옥에 들어갔습니다."
그 때 바사닉왕은 그를 생각해 슬피 울고 옷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재물과 또 순금 보배와
코끼리와 말과 장신구들
종들과 여러 사환 아이와
많은 논밭과 또 그 집들
이런 것 일체를 모두 다 버리고
오직 벗은 혼만이 홀로 갔네.
그 복의 운수가 이미 다하여
사람의 몸을 영원히 버렸네.
이제 그에게 무엇이 있으며
그는 무엇을 가지고 갔는가?
그 어떤 일이라 하여 버리지 않으리
마치 형체 따르는 그림자 같은 것을.
그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오직 그 죄와 복의 업만 있나니
만일 사람이 그런 것을 지으면
그야말로 그의 소유이거니
그는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나든지 죽든지 일찍이 버리지 못함이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다네.
마치 어떤 사람이 적은 양식 가지고
먼 길을 떠나면 고난을 당하듯이
그 공덕을 닦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나쁜 세계에서 괴로움을 겪으리.
마치 어떤 사람이 양식이 풍족하면
편안하게 먼 길을 갈 수 있듯이
순박하고 후하게 덕을 닦으면
좋은 세계에서 오래도록 즐거움 누리리.
마치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났다가
오랜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친척들과 친한 벗들이
반기고 기뻐하며 모여들 듯이
공덕을 잘 닦은 사람은
여기서 죽어 저승에 날 때
그의 여러 친척과 그 권속들이
그걸 보면 기뻐하고 즐거워하리.
그러므로 마땅히 복을 닦아서
오랫동안 쌓고 모으면
그 복과 덕이 능히 그 사람 위해
다른 세상의 즐거움 마련하리라.
복과 덕은 하늘도 찬탄하는 것
바른 행을 평등하게 닦기 때문이니
현세의 사람들도 헐뜯지 않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命終經 대정장 2/337 중~338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918~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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