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중아함경 제28권

다르마 러브 2012. 6. 26. 19:52

중아함경 제28권

 

113. 제법본경(諸法本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에 노닐으시면서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모든 이학(異學)들이 너희들에게 와서, 모든 법은 무엇이 근본이 되느냐고 묻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그들에게 모든 법은 욕심이 근본이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으로서 화(和)해지느냐고 묻거든, 촉감[便樂]으로써 화해진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또 무엇으로써 물러오느냐고 묻거든, 감각[覺]으로써 불러온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이 유(有)가 되느냐고 묻거든, 사상(思想)이 <유>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이 상주(上主)가 되느냐고 묻거든, 염(念)이 상주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이 앞[前]이 되느냐고 묻거든, 정(定)이 앞이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이 위[上]가 되느냐고 묻거든, 슬기[慧]가 위가 된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으로써 참[眞]을 삼느냐고 묻거든, 해탈(解脫)로서 참을 삼는다고 대답하라.

 

그들이 만일 다시 무엇으로써 마지막을 삼느냐고 묻거든, 열반(涅槃)으로써 마지막을 삼는다고 대답하라. 이것을 비구가 욕심을 모든 법의 근본으로 삼고, 촉감을 모든 법의 화로 삼으며, 감각을 모든 법의 부름[來]으로 삼고, 사상을 모든 법의 유(有)로 삼으며, 염(念)을 모든 법의 상주(上主)로 삼고, 정(定)을 모든 법의 앞으로 삼으며, 슬기를 모든 법의 위로 삼고, 해탈을 모든 법의 참으로 삼으며, 열반을 모든 법의 마지막으로 삼는 것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비구는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집을 나와 도를 배우려는 마음을 익히려면,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익히고, 무상은 괴로움이라는 생각을 익히며, 괴로움은 <나>가 없다는 생각을 익히고,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익히며, 나쁜 것을 먹는다는 생각을 익히고,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익히며, 죽는다는 생각을 익히고, 세간의 좋고 나쁜 것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히며, 세간의 습(習)이 있는 것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히고, 세간의 <습>의 멸과 맛과 근심과 거기서 뛰어날 것의 참 모양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혀야 하나니, 만일 비구가 집을 나와 도를 배우려는 마음을 익히게 되면, 무상하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고, 무상은 괴로움이라는 생각을 익히게 되며, 괴로움은 <나>가 없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고,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며, 나쁜 것을 먹는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고, 일체 세간은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며, 죽는다는 생각을 익히게 되고, 세간의 좋고 나쁜 것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히게 되며, 세간의 습이 있는 것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히게 되고, 세간 습의 멸과 맛과 근심과 거기서 뛰어날 것의 참 모양을 알아,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익히게 되면, 이것을 비구가 애욕을 끊고 맺음을 없애어, 모든 법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관찰한 뒤에는 곧 괴로움의 끝을 얻는 것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4. 우다라경(優陀羅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에 노닐으시면서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웃다카라아마풋타[優陀羅羅摩子]는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자주 이렇게 말한다. ‘이 생(生) 가운데서 이것을 관찰하고 이것을 깨달았으나, 종기의 근본을 모르겠더니, 이제야 종기의 근본을 갖추 알았다’고. 웃다카라아마풋타는 일체의 지혜가 없으면서 일체의 지혜가 있다고 자칭하고, 진시로 깨달은 바가 없으면서 깨달음이 있다고 자칭한다. 웃다카라아마풋타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한다.

 

‘유(有)란 병이요 종기며, 가시[刺]다. 만일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어리석음이요, 만일 깨달은 바가 있으면 그것은 쉼[息]이요 가장 묘한 것이니, 곧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까지도 또한 그러하다’고. 그는 스스로 몸을 즐겨하여 스스로 몸을 받아 스스로 그 몸에 집착한 뒤에 내지 비유상비무상처까지를 닦아 익히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비유상비무상처 가운데 났다.

 

그는 거기서 수명이 다한 뒤에 다시 이 세간에 와서 삵[狸]으로 태어났다. 이 비구의 바른 말이라는 것은 이 생 가운데서 이것을 보고 이것을 깨달았으니, 종기의 근본을 모르더니, 이제야 종기의 근본을 갖추 알았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의 바른 관찰이라 하는가. 비구는 六갱촉(更觸)을 알고 그 원인을 알며, 멸을 알고 맛을 알며, 근심을 알고 거기서 뛰어날 것을 알고, 슬기로써 그 참모양을 안다. 이것을 비구의 바른 관찰이라 한다.

 

어떤 것을 비구의 각(覺)이라 하는가. 비구는 三각(覺)을 알고 그 원인을 알며, 멸을 알고 맛을 알며, 근심을 알고 거기서 뛰어날 것을 알며, 슬기로서 그 참뜻을 안다. 이것을 비구의 각이라 한다.

 

어떤 것을 비구가 종기의 근본을 모르다가 이제야 종기의 근본을 갖추 아는 것이라 하는가. 유(有)에 대한 애착의 멸을 알아, 그 근본을 빼어 끝내어 다시 나지 않는다. 이것을 비구가 종기의 근본을 모르다가 이제야 종기의 근본을 갖추 아는 것이라 한다.

 

종기란 곧 이 몸이다. 그것은 빛깔이 추한 四대(大)로서, 부모로부터 낫고, 음식으로 자라나고, 옷을 입고 문지르며, 목욕하고 억지로 참는 것으로서,, 덧없는 법이요 무너지는 법이며, 흩어지는 법이다. 이것을 종기라 한다.

 

종기의 근본이란 곧 三애(愛)이니, 욕애(欲愛), 색애(色愛), 무색애(無色愛)다. 이것을 종기의 근본이라 한다. 종기의 일체 누(漏)란 곧 六갱촉처(更觸處)니, 눈의 누(漏)는 빛깔을 보는 것이요, 귀의 누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코의 누는 냄새를 맡는 것이요, 혀의 누는 맛을 맛보는 것이며, 몸의 누는 촉감을 깨닫는 것이요, 뜻의 누는 모든 법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종기의 일체의 누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나는 이미 너희들을 위하여 종기의 근본을 말하였다. 마치 스승이 제자를 위해 하는 것처럼, 큰사랑과 슬퍼하는 마음을 내어,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기어, 이치와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는 것은 나는 이제 이미 마쳤다. 너희들도 또한 마땅히 스스로 노력하라.

 

일없는 곳이나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 가서 편안히 앉아 깊이 생각하여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힘쓰고 꾸준히 나아가 뉘우침이 있게 하지 말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요, 이것이 나의 훈계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5. 밀환유경(蜜丸喩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삭키수에 노닐으시면서 카필라바스투[迦維羅衛]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밥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걸식하기 위하여 카필라바스투로 들어가시었다.

 

걸식을 마치고 오후가 되어 가사와 바루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으시고 나시이다나를 어깨에 메고, 죽림의 석가사(釋迦寺)로 가시어, 큰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니시이다나를 펴고 가부를 맺고 앉으시었다. 때에 지팡이를 든 어떤 석종(釋種)은 오후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지팡이를 짚고 부처님 앞에 서서 여쭈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무엇으로써 종(宗)을 삼으며 어떠한 법을 연설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샤아캬[釋]여, 일체 세간과 하늘, 마군, 범, 사문 바라문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서로 싸우지 않게 하고, 또 욕심을 떠나 청정함 범행을 닦아 익히며, 아첨과 거짓을 버리고 뉘우침을 없애며, <유>와 <비유(非有)>와 또한 <무상(無想)>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마루[宗]로 삼는 것으로써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이에 지팡이를 든 석종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옳다고도 아니하고 그르다고도 아니하다가, 머리를 흔들고 떠나갔다. 이에 세존께서는 지팡이를 든 석종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해질녘에 연좌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시어, 비구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걸식하기 위하여 카필라바스투로 들어갔다. 걸식을 마치고 오후가 되어 가사와 바루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시이다나를 어깨에 걸고 죽림의 석가사로 가서, 큰 숲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니시이다나를 펴고 가부를 맺고 앉았다.

 

그 때에 지팡이를 든 어떤 석종이 오후에 지팡이를 짚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서로 문안하고, 그는 지팡이를 짚고 내 앞에 서서 내게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무엇으로써 종을 삼으며 어떠한 법을 연설하나이까.’고. 나는 ‘일체 세간과 하늘, 마군, 범, 사문 바라문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서로 싸우지 않게 하고, 또 욕심을 떠나 청정함 범행을 닦아 익히며, 아첨과 거짓을 버리고 뉘우침을 없애며, <유>와 <비유>와 또한 <무상>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마루로 삼는 것으로서,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고 대답하였다. 그 지팡이를 든 석종은 내 말을 듣고 옳다고도 아니하고 그르다고도 아니하다가, 머리를 흔들고 떠나갔다.”

 

때에 어떤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일체 세간과 하늘, 마군, 범,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서로 싸우지 않게 하며, 또 어떻게 욕심을 떠나 청정함 범행을 닦아 익히고, 어떻게 아첨과 거짓을 버리고 뉘우침을 없애며, <유>와 <비유>와 또한 <무상>에도 집착하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비구여, 만일 사람이 생각[念]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思想]하며 닦아 익히고, 또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을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使者], 성냄의 부림, 유(有)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無明)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 말한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시어 연좌하시었다. 이에 모든 비구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러분, 마땅히 알라. 세존께서 이 이치를 대충 말씀하시어 널리 분별하지 않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시어 연좌하시었다.

 

만일 사람이 생각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히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을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 성냄의 부림, <유>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 말한다’고.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러분, 누가 능히, 아까 세존께서 대충 말씀하신 바의 뜻을 널리 분별하겠는가’고.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존자 대가전연(大迦旃延)은 항상 세존의 칭찬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는다.

 

존자 대가전연은 능히 아까 세존께서 대충 말씀하신 바의 뜻을 널리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우리는 다 함께 존자 대가전연에게 가서, 이 뜻을 설명하기를 청하며, 만일 존자 대가전연이 그것을 분별하거든, 우리는 마땅히 잘 받아 가지자’고.

 

이에 비구들은 존자 대가전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한 뒤에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존자 대가전연이시여, 마땅히 아시오. 세존께서는 이 이치를 대충 말씀하시어 널리 분별하지 않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시어 연좌하셨습니다.

 

‘비구가 만일 사람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히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을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 성냄의 부림, 유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 말한다’고.

 

우리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여러분, 누가 능히, 아까 세존께서 대충 말씀하신 바의 뜻을 널리 분별하겠는가’고. 우리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대가전연은 항상 세존의 칭찬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는다. 존자 대가전연은 능히 아까 세존께서 대충 말씀하신 바의 뜻을 널리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오직 원컨대 존자 대가전연은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그것을 널리 설명해 주시오.’

 

그 때에 존자 대가전연은 말하였다.

“여러분, 내가 비유로 말하는 것을 들으라.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한다. 여러분, 마치 사람이 나무 열매를 구하고자 하여 도끼를 가지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큰 나무가 뿌리와 줄기, 마디, 가지, 잎, 꽃, 열매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뿌리와 줄기, 마디, 열매는 건드리지 않고, 다만 가지와 잎만을 건드리는 것과 같이, 여러분의 말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세존께서는 현재 계시는데, 그를 버리고 내게 와서 묻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여러분, 마땅히 알라. 세존께서는 눈이시요 지혜시며, 이치요 법이시며, 법의 주인이요 법의 장수로서, 진리의 뜻을 말씀하시고 일체의 이치를 나타내시는 것은 오직 저 세존에게 있다. 여러분, 마땅히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이 뜻을 여쭈어 보라. ‘세존이시여, 이것은 어떠하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고.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시거든 여러분들은 마땅히 잘 받아 가져라.”

 

때에 모든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존자 대가전연이시여. 세존께서는 눈이요 지혜이시며, 이치요 법이시며, 법의 주인이요 법의 장수로서, 진리의 뜻을 말씀하시고, 일체의 이치를 나타내는 것은 오직 세존께 있습니다.

 

우리들은 마땅히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이 뜻을 묻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어떠하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고.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시면 우리들은 마땅히 잘 받아 가지겠습니다. 그러나, 존자 대가전연은 항상 세존의 칭찬과 또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존자 대가전연은 능히 세존께서 아까 대충 말씀하신 바의 뜻을 분별하실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존자 대가전연은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널리 그 뜻을 설명해 주십시오.”

 

존자 대가전연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들, 다 같이 내 말을 들으라. 여러분,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눈의 알음이 생기고, 세 가지가 함께 모이어 곧 갱촉(更觸)이 있으며, 갱촉을 인연하여 곧 감각이 있다.

 

만일 감각이 있으면 곧 생각[想]하고, 만일 생각하면 곧 헤아리[思]며, 만일 헤아리면 곧 생각[念]하고, 만일 생각하면 곧 분별한다. 비구는 이 생각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思想]하며 닦아 익힌다.

 

이 가운데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을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 성냄의 부림, 유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 뜻과 법을 인연하여 의식(意識)이 생기고, 세 가지가 함께 모여 곧 갱촉이 있으며, 갱촉을 인연하여 곧 감각이 있다. 만일 감각이 있으면 곧 생각[想]하고, 만일 생각하면 곧 헤아리며, 만일 헤아리면 곧 생각[念]하고, 만일 생각하면 곧 분별한다.

 

비구는 이 생각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思想]하며 닦아 익힌다. 이 가운데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 성냄의 부림, 유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한다.

 

여러분, 비구가 눈을 없애고 빛깔을 없애고 눈의 알음을 없애고서도, 갱촉이 있다고 갱촉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그럴 이치가 없으며, 만일 갱촉을 마련하지 않고서도 감각이 있다고 감각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그런 이치가 없는 것이다. 만일 감각을 마련하지 않고서도 생각[念]을 마련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힌다면, 그것은 그럴 이치가 없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뜻을 없애고 법을 없애고 의식을 없애고서도, 갱촉이 있다고 갱촉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그럴 이치가 없으며, 만일 갱촉을 마련하지 않고서도 감각이 있다고 감각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그럴 이치가 없는 것이다. 만일 감각을 마련하지 않고서도 생각을 마련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힌다면, 그것은 그럴 이치가 없다.

 

여러분, 비구가 눈으로 말미암아, 빛깔로 말미암아, 눈의 앎을 말미암아 갱촉이 있다고 갱촉을 마련하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이치가 있으며, 갱촉을 마련함으로 말미암아 감각이 있다고 감각을 마련함으로 말미암아 생각[念]을 마련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힌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이치가 있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뜻으로 말미암아, 법으로 말미암아, 의식으로 말미암아 갱촉이 있다고 갱촉을 마련하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이치가 있으며, 갱촉을 마련함으로 말미암아 감각이 있다고 감각을 마련하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이치가 있는 것이요, 감각을 마련함으로 말미암아 생각을 마련하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히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이치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 이것이 곧 세존께서 대충 그 이치를 말씀하시어 널리 분별하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연좌하신 것이니, ‘비구가 만일 사람이 생각을 의지함으로 말미암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생각하며 닦아 익히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을 사랑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하며, 욕심의 부림, 성냄의 부림, 유의 부림, 거만의 부림, 무명의 부림, 소견의 부림, 의심의 부림과 싸움, 미워함,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과 한량이 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면, 이것을 괴로움의 끝이라고 말한다.’고 하신 것이다.

 

세존께서 대충 말씀하시어, 널리 그 뜻을 분별하시지 않은 것을 나는 이 글귀와 이 글로써 이렇게 널리 말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부처님께 가서 자세히 여쭈어, 만일 세존께서 말씀하신 뜻과 같거든, 여러분은 곧 받아 가져야 한다.”

 

이에 모든 비구들은 존자 대가전연의 말을 들어, 잘 받아 가져 외우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대가전연을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들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까 이 이치를 대충 말씀하시어 널리 분별하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연좌하시었는데, 존자 대가전연이 이런 글귀와 이런 글로서 그것을 널리 설명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들으시고 찬탄하시며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내 제자 중에서 그는 눈이 있고 지혜가 있으며, 법이 있고 이치가 있다. 무슨 까닭인가. 곧 스승은 제자를 위해 대충 이 이치를 말하고, 널리 분별하지 않았는데, 제자는 이런 글귀와 이런 글로서 널리 그것을 설명하였다. 대가전연의 설명은 틀림이 없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그렇게 받아 가져라. 무슨 까닭인가. 뜻을 관찰하여 설명하는 것은 마땅히 이렇게 하여야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마치 어떤 사람이 일없는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사이에 갔다가 갑자기 밀환(蜜丸)을 얻어, 그 먹는 바를 따라 그 맛을 얻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족성자(族姓子)도 이 내 바른 법률에 대해서, 그의 관찰하는 바를 따라 그 맛을 얻는다. 눈을 관찰하여 맛을 얻고, 귀, 코, 혀, 몸을 관찰하고, 뜻을 관찰하여 맛을 얻느니라.”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총채를 잡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이에 존자 아아난다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은 무엇이라 이름해야 하며, 저는 어떻게 받들어 가져야 하리이까.”

 

세존은 말씀하시었다.

“이 법은 밀환유(蜜丸喩)라 이름하여, 너는 마땅히 받아 가져라.”

이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이 밀환유법을 받아 읽고 외워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이여, 이 밀환유는 법이 있고 뜻이 있으며 범행의 근본으로서, 신통으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만일 족성자로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자는, 마땅히 이 <밀환유>를 잘 받아 가져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아아난다와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6. 구담미경(瞿曇彌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삭키수에 노닐으시면서 카필라바스투의 니구로오다[尼拘類] 나무 동산에 계시어, 큰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安居)를 맞으시었다. 그 때에 고오타미이 대애[瞿曇彌大愛]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인(女人)도 제 四의 사문과(沙門果)를 얻을 수 있으며, 또 이로 말미암아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고오타미이여. 너는 그런 생각을 말라. 곧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고오타미이여, ‘이와 같이 너도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깨끗이 닦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부처님의 제지(制止)를 받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모든 비구들은,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삭키수에서 三개월 동안 여름 안거를 받은 뒤에는 옷을 기워 챙기고, 바루를 가지고 속세에 노니실 것이다 하여, 부처님을 위하여 옷을 만들었다.

 

고오타미이 대애는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삭키수에서 三개월 동안 여름 안거를 마치신 뒤에는 옷을 기워 챙기고 바루를 가지고 속세에 노니실 것이라 하여, 부처님을 위하여 옷을 만든다는 말을 들었다. 고오타미이 대애는 이 소식을 듣고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인도 제 四의 사문과를 얻을 수 있으며, 또 이로 말미암아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고오타미이여. 너는 그런 생각을 말라. 곧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고오타미이여, ‘이와 같이 너도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깨끗이 닦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또 부처님의 제지를 받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삭키수에서 三개월 동안 여름 안거를 마치고, 옷을 기워 챙기고 바루를 가지고 속세에 노닐으시었다.

 

고오타미이 대애는 곧 사이(舍夷)의 모든 늙은 어머니들과 함께 부처님 뒤를 좇아, 계속해서 나마제(那摩提)까지 가서, 나마제의 건니정사(犍尼精舍)에 머물렀다. 이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다시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인도 제 四의 사문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고오타미이여. 너는 그런 생각을 말라. 곧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고오타미이여, ‘이와 같이 너도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범행을 깨끗이 닦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이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세 번째 부처님의 제지를 받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고오타미 대애는 흙 묻은 맨발에 몸에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극히 피로해 슬피 울면서 문밖에 서 있었다. 존자 아아난다는 고오타미이 대애가 흙 묻은 맨발에 몸에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극히 피로해 슬피 울면서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고오타미이여, 무슨 까닭으로 흙 묻은 맨발에 몸에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극히 피로해 슬피 울면서 문밖에 서 있습니까.”

 

“존자 아아난다님이여, 여인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없습니까.”

 

“고오타미이여, 이제 잠깐만 여기 계십시오. 나는 부처님께 나아가 이 일을 여쭈어 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여인도 제 四의 사문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아아난다야. 너는 그런 생각을 말라. 곧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으로 하여금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게 하면, 곧 이 범행을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아아난다야, 마치 사람의 집에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은 것과 같나니, 이 집은 자구 흥성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으로 하여금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게 하면, 이 범행을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아아난다야, 마치 벼 밭이나 보리밭 가운데 잡풀이 생기면, 반드시 그 밭을 못 쓰게 만드는 것과 같나니,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으로 하여금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수 있게 한다면, 이 범행을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존자 아아난다는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고오타미이 대애는 세존을 위하여 많은 요익이 있었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세존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세존을 기르셨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그렇다 아아난다야. 고오타미이 대애는 많이 나를 요익하게 하였다. 곧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나를 기르시었다.

 

아아난다야, 나도 또한 많이 고오타미이 대애를 요익하게 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아아난다야, 고오타미이 대애는 나로 말미암아 부처님께 돌아가고 법에 돌아가고 비구승에게 돌아가게 되었으며, 이 三존(尊)과 고, 집, 멸, 도를 의심하지 않고, 믿음을 성취하고 금계를 받들어 가지며, 학문을 닦아 많이 들었으며, 보시를 성취하고 지혜를 얻었다.

 

생물을 죽이는 것을 떠나고 생물을 죽이는 것을 끊었으며,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떠나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끊었으며, 사음(邪婬)을 떠나고 사음을 끊었으며, 거짓말을 떠나고 거짓말을 끊었으며, 술을 떠나고 술을 끊었다.

 

아아난다야, 만일 어떤 사람이 사람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께 돌아가고 법에 돌아가고 비구승에게 돌아가게 되고, 三존과 고, 집, 멸, 도를 의심하지 않으며, 믿음을 성취하고 금계를 받들어 가지며, 학문을 닦아 많이 듣고, 보시를 성취하고 지혜를 얻으며, 생물을 죽이는 것을 떠나고 생물을 죽이는 것을 끊으며,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떠나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을 끊으며, 사음을 떠나고 사음을 끊으며, 거짓말을 떠나고 거짓말을 끊으며, 술을 떠나고 술을 끊는다면, 아아난다야, 설사 이 사람은 그 사람에게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의복, 음식, 와구, 탕약과 모든 생활 도구를 공양한다 하더라도 그 은혜는 갚을 수 없을 것이다.

 

아아난다야, 나는 이제 여인을 위하여 八존사법(尊師法)을 마련한다.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한다. 아아난다야, 마치 어부(漁夫)나 어부의 제자가 깊은 물에 뚝을 만들어 물을 막아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아아난다야, 나도 이제 여인을 위하여 八존사법을 마련한다.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한다. 어떤 것이 八인가.

 

비구니는 마땅히 비구에게서 구족계를 받아야 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一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비구니는 반달마다 비구에게 가서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二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만일 머무르는 곳에 비구가 없으면 비구니는 여름 안거를 받지 못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三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비구니는 여름안거를 마친 뒤에는 二부중(部衆) 가운데서 본 것, 들은 것, 의심스러운 것의 三사(事)에 대하여 비판을 구하여야 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四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만일 비구가 비구니의 물음을 허락하지 않으면 비구니는 비구에게 경, 율 아비담(阿毘曇)을 물을 수 없고, 만일 물음을 허락하면 비구니는 비구에게 경, 율, 아비담을 물을 수 있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五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비구니는 비구의 허물을 말할 수 없고, 비구는 비구니의 허물을 말할 수 있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六존사법을 시설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여, 비구니가 만일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를 범했으면 마땅히 二부중 가운데서 十五일 동안 근신(謹愼)을 행하여야 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七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비구니는 구족계를 받은 지 백년이 되었더라도 처음으로 구족계를 받은 비구를 향해서는 지극히 마음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합장하고 문안하여야 한다.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八존사법을 마련하노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나는 여인을 위하여 이 八존사법을 마련한다.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아아난다야, 만일 고오타미이 대애가 이 八존사법을 받들어 가지면 이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린 뒤에,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고오타미이 대애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고오타미여, 여인도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고오타미이 대애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八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八인가. 하면 고오타미이여, 비구니는 마땅히 비구에게서 구족계를 받아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一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비구니는 반달마다 비구에게 가서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二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만일 머무르는 곳에 비구가 없으면 비구니는 여름 안거를 받을 수 없습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三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비구니는 여름안거를 마친 뒤에는 二부중 가운데서 본 것, 들은 것, 의심스러운 것의 三사에 대하여 비판을 구하여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四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만일 비구가 비구니의 물음을 허락하지 않으면 비구니는 비구에게 경, 율 아비담을 물을 수 없고, 만일 물음을 허락하면 비구니는 비구에게 경, 율, 아비담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五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비구니는 비구의 허물을 말할 수 없고, 비구는 비구니의 허물을 말할 수 있습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六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비구니가 만일 승가바시사를 범했으면 마땅히 二부중 가운데서 十五일 동안 근신을 행하여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七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비구니는 구족계를 받은 지 백년이 되었더라도 처음으로 구족계를 받은 비구를 향해서는 지극히 마음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합장하고 문안하여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제 八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八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여인은 그것을 범할 수 없고, 그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받들어 가져야 합니다. 고오타미이여,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습니다. ‘만일 고오타미이 대애가 이 八존사법을 받들어 가진다면 그는 이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니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아뢰었다.

“존자 아아난다여, 내가 비유로 말하는 것을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해득합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마치 크샤트리야 여자나 바라문, 거사, 공사(工師)의 여자가 맵시가 단정하고 얼굴이 아름다운데, 아주 깨끗하게 목욕한 뒤에 몸에 향을 바르고, 환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온갖 영락으로 그 얼굴을 잘 꾸미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여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이익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여 푸른 연꽃다발로나 담복꽃다발, 혹은 수마나꽃다발, 바사꽃다발, 아제모다꽃다발을 가지고 그 여자에게 주면, 그 여자는 기뻐하여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 그 머리를 꾸미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존자 아아난다여, 세존께서는 여인을 위하여 이 八존사법을 마련하시었으니, 저는 몸과 목숨을 마칠 때까지 모시어, 받아 받들어 가지겠습니다.”

 

그 때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바른 법 가운데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마침내 비구니가 되었다. 때에 고오타미이 대애는 그 뒤에 큰 비구니 승단(僧團)이 되어, 왕이 알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모든 장로 상존(上尊)인 비구니들과 함께 존자 아아난다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존자 아아난다여, 마땅히 아시오. 이 모든 비구니들은 다 장로 상존으로서 왕이 알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습니다. 저 모든 비구들은 나이 젊은 신학(新學)으로서 늦게 집을 나와 이 바른 법 가운데 들어온 지 오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저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이 모든 비구니들을 위하여, 그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라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며, 합장하고 문안하게 하십시오.”

이에 존자 아아난다는 말하였다.

 

“고오타미이여, 이제 잠깐 여기 계십시오. 나는 부처님께 나아가 이런 일을 여쭈어 보겠습니다.”

 

“예, 그러시오, 존자 아아난다여.”

이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항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늘 고오타미이 대애는 왕이 알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은 모든 비구니의 장로 상존과 함께 제게 와서 제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서서 합장하고 제게 말하였나이다.

 

‘존자 아아난다여, 이 모든 비구니들은 다 장로 상존으로서 왕이 알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았습니다. 저 모든 비구들은 나이 젊은 신학으로서 늦게 집을 나와 이 바른 법 가운데 들어온 지 오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저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이 모든 비구니들을 위하여, 그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라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며, 합장하고 문안하게 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아아난다야. 입을 다물고 삼가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만일 너의 아는 것이 내가 아는 것과 같다면, 반드시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겠거늘 하물며 그런 말을 하겠는가,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모든 범지와 거사들은 옷을 땅에 펴고 이렇게 말하리라.

 

‘정진하는 사문은 이 위로 가야하고, 정진하는 사문은 난행(難行)을 행하여 나로 하여금 영원히 이익과 요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게 하소서’라고.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모든 범지와 거사들은 머리털을 땅에 펴고 이렇게 말하리라.

 

‘정진하는 사문은 이 위로 가야하고, 정진하는 사문은 난행을 행하여 나로 하여금 이익과 요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게 하소서’라고.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모든 범지와 거사들이 만일 사문을 보면 손에 여러 가지 음식을 받들고 길가에 서서 기다리면서 이렇게 말하리라.

 

‘여러분, 이것을 받아 자시고, 이것을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쓰시고, 나로 하여금 영원히 이익과 요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게 하소서’라고.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모든 믿음이 있는 범지들은 정진하는 사문을 보면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축해 안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여러 가지 재물을 가지고 정진하는 사문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하리라.

 

‘여러분, 이것을 받아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쓰시고, 나로 하여금 영원히 이익과 요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게 하소서’라고.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이 해와 달은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지마는, 그래도 정진하는 사문의 위신의 덕에는 미치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저 말라빠진 이학(異學)이겠는가.

 

아아난다야, 만일 여인이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이 없이 도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더라면, 이 바른 법은 천 년을 더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五백 년을 잃었으니, 남은 것은 五백 년 뿐이다.

 

아아난다야, 마땅히 알라. 여인은 五사(事)를 얻을 수 없으니, 비록 여인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과 전륜왕, 제석천, 마군의 왕, 대범천이 되려 하더라도 끝내 그리 될 수 없느니라. 그러나, 마땅히 알라. 만일 남자가 여래, 무소착, 등정각과 전륜왕, 제석천, 마군의 왕, 대범천이 되려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리 될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아아난다와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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