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아함경 제 八권
제 二분 산타나경(散陀那經) 제 四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라아자그리하성 기사굴 산의 찰렵수굴(七葉樹窟)에서 큰 비구 무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계셨다.
때에 라아자그리하에 어떤 거사(居士)가 있어 이름을 산타나(散陀那)라고 했다. 그는 놀러 다니기를 좋아해서 날마다 성을 나와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왔다. 때에 저 거사는 해를 우러러보고 잠자코 혼자 생각했다. ‘지금은 부처님을 가서 뵈올 때가 아니다. 지금 세존은 반드시 고요한 방에서 삼매에 드시어 계실 것이다. 모든 비구 무리들도 또한 참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저 우둠바리카에 있는 범지녀(梵志女)동산으로 가리라. 그리고 시기를 기다려 세존께 나아가 문안 예배 드리고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도 가서 문안하리라.’
그 동산엔 한 범지가 있어 이름을 니쿠타(尼俱陀)라고 했다. 그는 五백 범지의 아들과 함께 그 동산에 있었다.
그 모든 범지 무리들은 한 곳에 모여 높은 소리로 도에 방해되는 추탁하고 난잡한 이야기를 떠들면서 날을 보내고 있었다. 혹은 나라 일을 의논하고 혹은 전쟁과 무기의 일을 의논하며 혹은 국가의 강화(講和)의 일을 의논하고 혹은 대신과 서민의 일을 의논하며 혹은 수레와 말과 동산의 일을 의논하고 혹은 좌석과 의복과 음식과 여자의 일을 의논하며 혹은 산과 바다와 거북과 자라의 일을 의논했다. 다만 이와 같은 쓸 데 없는 이야기로 날을 보냈다.
때에 저 범지는 멀리 산타나 거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대중에게 명령하여 잠잠하게 했다. ‘그 까닭은 사문 고오타마의 제자가 지금 저기 온다. 그는 사문고오타마의 흰옷의 제자 중에서 제일이다. 저는 틀림없이 여기 온다. 너희들은 마땅히 조용 하라.’ 모든 범지들은 다 조용했다. 산타나 거사는 범지에게 가서 인사를 마치고 한 쪽에 앉아 범지에게 말했다.
“우리 스승님 세존은 항상 한적한 것을 좋아하시고 시끄러운 것은 좋아하시지 않는다. 그대들의 모든 제자들이 모여 쓸 데 없는 일을 높은 소리로 떠드는 것과는 같지 않다.”
범지는 거사에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가 사뭇 일찍부터 사람들과 말하지 않았다면 대중들은 무엇으로 사문의 큰 지혜 있는 줄을 아는가. 당신의 스승은 항상 변두리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애꾸눈 소가 풀을 먹을 때 한 쪽만 보는 것과 같다. 당신의 스승 사문 고오타마도 또한 그러하여 치우치게 혼자 보기를 좋아하여 사람이 없는 곳을 즐겨 한다. 당신의 스승이 만일 여기 온다면 우리들은 <애꾸눈소> 라고 부를 것이다. 저는 항상 스스로 큰 지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한 마디 말로써 그를 궁하게 하여 아무 말도 못하게 할 것이다. 마치 거북이 여섯 기관을 움츠려 화를 피하는 것처럼 한 개 화살로 쏘아 도망갈 곳이 없게 할 것이다.”
그 때에 세존은 고요한 방에 계시면서 하늘귀[天耳]로써 범지와 거사의 이 논란을 들으셨다. 곧 칠엽수굴을 나와 우둠바리카에 있는 범지녀동산으로 가셨다. 때에 저 범지는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모든 제자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다 조용 하라. 사문 고오타마가 지금 여기 오고 있다. 너희들은 부디 일어나 맞이하거나 공경 예배하지 말라. 또 앉기를 청하지도 말라. 딴 자리를 정해 그에게 주고 그가 앉거든 너희들은 ‘사문 고오타마, 그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법으로 제자를 가르치어 안온(安穩)한 것을 얻게 하며 범행을 깨끗이 닦게 하는가’고 물으라.”
그 때 세존은 그 동산에 이르르셨다. 때에 바라문은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세존을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고오타마시여, 잘 오셨습니다. 사문이여, 오랫동안 뵈옵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슨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좀 앉으십시오.”
그 때 세존은 곧 그 자리에 앉아 고요히 웃으시고 다시 잠자코 혼자 생각하셨다. ‘이 모든 미련한 사람들은 스스로 한결같이 하지 못한다. 먼저 요령(要領)을 세웠어도 끝내 행하지 못한다. 그것은 부처의 신력으로 저들의 나쁜 마음을 저절로 무너지게 하기 때문이다.’
때에 산타나는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니구타도 부처님께 인사하고 역시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슨 법의 가르침으로써 제자들을 가르치시어 안온한 것을 얻게 하고 범행을 깨끗이 닦게 합니까.”
세존은 말씀하셨다.
“잠깐 그치라. 범지여, 내 법은 깊고 넓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제자를 가르치어 안온한 것을 얻고 범행을 깨끗이 닦게 하였으니 그대의 미칠 바가 아니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스승과 당신의 제자들의 행하는 도법(道法)에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것도 나는 그것을 다 말할 수 있다.”
때에 五백의 범지의 제자들은 다 소리를 내어 서로 말했다.
“고오타마 사문은 큰 위세(威勢)가 있고 큰 신력이 있어, 남이 자기의 뜻을 물을 때 곧 남의 뜻까지를 열어 주는구나.”
니구타 바라문은 부처님께 말씀했다.
“좋고 좋습니다. 고오타마시여, 원컨대 그것을 분별해 주소서.”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즐겨 듣고자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행하는 것은 다 비루하다. 옷을 벗고 알몸뚱이 되어 손으로 그것을 가린다. 병 속에 든 밥은 받지 않고 바루의 밥은 받지 않으며, 두 벽 중간의 밥은 받지 않고 두 사람 중간의 밥은 받지 않으며, 두 칼 중간의 밥은 받지 않고 두 바루 중간의 밥은 받지 않으며, 여럿이 함께 먹는 집의 밥은 받지 않고 아기 밴 집의 밥은 받지 않으며, 개가 문에 있으면 그 밥을 받지 않고 파리가 많은 집의 밥은 받지 않으며, 청하는 밥은 받지 않고 그가 먼저 알았다고 말하면 그 밥을 받지 않는다. 물고기를 먹지 않고 짐승 고기를 먹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두 그릇에 먹지 않고 한 밥덩이를 한 번 삼켜 일곱 덩이에 그만 둔다. 사람들이 보태 주는 밥을 받되 일곱 번 더 보태지 않는다. 혹은 하루에 한 번 먹고 혹은 二일 三일 四일 五일 六일 七일만에 한 번 먹는다. 혹은 과일을 먹고 혹은 가라지를 먹으며 혹은 밥물을 먹고 혹은 싸래기를 먹으며 혹은 벼쭉정이를 먹는다 혹은 소똥을 먹고 혹은 사슴 똥을 먹는다. 혹은 나무뿌리 줄기 잎을 먹고 혹은 절로 떨어진 과실을 먹는다. 혹은 옷을 입고 혹은 사의(莎衣)를 입으며 혹은 나무껍질을 입고 혹은 풀을 몸에 걸며 혹은 사슴 가죽을 입고 혹은 머리털을 두며 혹은 털을 엮어 입고 혹은 묘지에 버린 옷을 입는다. 혹은 항상 손을 든 자도 있고 혹은 머리 깎고 수염을 둔 자도 있다. 혹은 가시덤불에 눕는 자도 있고 혹은 오이 넝쿨 위에 눕는 자도 있으며 혹은 알몸으로 소똥 위에 눕는 자도 있다. 혹은 하루에 세 번 목욕하고 혹은 하룻밤에 세 번 목욕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없는 고통으로써 그 몸은 괴롭게 부린다. 어떤가 니구타여, 이렇게 수행하는 것을 깨끗한 법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대답했다.
“이 법은 깨끗한 것이요, 깨끗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깨끗한 것이라고 말하지마는 나는 그 깨끗한 법 가운데에 더러운 때가 있음을 설명하리라.”
범지는 말했다.
“좋고 좋습니다. 고오타마시여, 곧 설명하소서. 저는 그것을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苦行者)들은 항상 스스로 속셈한다. 곧 ‘우리의 수행은 이와 같으므로 마땅히 공양과 예경(禮敬)을 받을 것’이라고. 이것이 곧 더러운 때[垢]다. 저 고행자들은 공양을 받고는 곧 집착이 굳어져 애착하고 물들어 버릴 줄 모르며 멀리 떠나기를 생각하지 않고 번뇌를 벗어날 길을 모른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들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는 다 함께 좌선하다가 사람이 없을 때는 마음대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들은 남의 정의(正義)를 듣고도 인가(印可)하기를 즐겨 하지 않는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남의 정당한 질문을 받고도 인색하여 대답하지 않는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만일 누가 사문 바라문에 공양하는 것을 보면 곧 그것을 꾸짖어 막는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만일 사문 바라문이 갱생(更生)한 물건을 먹는 것을 보면 나아가 그것을 꾸짖는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깨끗하지 못한 음식이 있어도 즐거이 남에게 주지 않고 만일 깨끗한 음식이 있으면 탐착하여 스스로 먹으며 자기 허물은 보지 않고 생사를 벗어나는 길을 모른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자기의 착함을 칭찬하고 남을 헐고 비방한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살생, 도둑질, 사음, 두말, 욕설, 거짓말, 꾸밈말, 탐취, 질투, 사견의 전도(顚倒)를 행한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게으르고 잊기를 잘하여 선정(禪定)을 익히지 않고 지혜가 없어 마치 금수와 같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뽐내고 교만하고 아는 체한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신의(信義)가 없고 또한 반성이 없다. 깨끗한 계를 가지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 남의 가르침을 받을 줄 모르며 항상 악인들과 짝이 되어 악을 행해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저 고행자는 많이 원한을 품고 잘 교활과 거짓을 부리며 자기의 소견을 믿고 남의 장단(長短)을 찾으며 항상 사견(邪見)을 품고 변견(邊見)을 함께 한다. 이것이 더러운 때다. 어떠냐 니구타여, 이렇게 행하는 자를 깨끗하다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그것은 부정한 것으로서 깨끗한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제는 마땅히 그대의 더러운 때의 법에 대하여 다시 청정하여 구예(坵穢)가 없는 법을 설명하리라.”
범지는 말했다.
“오직 원컨대 그것을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자기의 수행이 이와 같으므로 마땅히 공양, 공경, 예사(禮事)를 받을 것이라 속셈하지 않는다. 이것이 고행의 때[垢]가 없는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공양을 얻고는 마음에 탐착하지 않고 멀리 떠날 줄을 알며 번뇌를 벗어날 길을 안다.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좌선을 함에 있어서 떳떳한 법이 있어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달리하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남의 정의를 들으면 기꺼이 인가한다.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다른 이가 바른 질문을 하면 즐거이 말해 준다. 이것을 고행의 때가 없는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비록 어떤 사람이 사문 바라문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를 대신해 기뻐하면서 꾸짖어 막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비록 사문 바라문이 갱생(更生)한 물건을 먹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꾸짖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깨끗하지 못한 음식이 있을 때 마음으로 인색하지 안고 비록 깨끗한 음식이 있어도 집착하지 않으며 능히 자기의 허물을 보아 번뇌를 벗어날 법을 안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칭찬하지 않고 다른 이를 헐뜯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살생, 도둑질, 사음, 두말, 욕설, 거짓말, 꾸밈말, 탐취, 질투, 사견을 행하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부지런히 힘써 잊지 않아 선행(禪行)을 익히기를 좋아하고 많이 지혜를 닦아 어리석기 금수와 같지 않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항상 신의를 가지고 되풀이하여 행을 닦아 능히 깨끗한 계를 가지고 힘써 가르침을 받으며 항상 착한 사람과 짝이 되어 선을 쌓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저 고행자는 원한을 품지 않고 거짓을 짓지 않으며 자기 소견을 믿지 않고 남의 단점을 찾지 않으며 사견을 품지 않고 또한 변견도 없다. 이것을 고행의 때를 떠난 법이라 한다. 어떠냐 범지여, 이와 같은 고행은 청정하여 때를 떠난 법이라 하겠는가.“
그는 대답했다.
“이와 같은 것은 참으로 청정하여 때를 떠난 법입니다.”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러한 고행을 고루 가지면 이름하여 제일 견고행(堅固行)이라 하겠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아직 멀었다. 그것은 비로소 껍질일 뿐이다.”
범지는 말했다.
“원컨대 <나무의 마디>를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잘 들으라. 내 이제 말하리라.”
범지는 말했다.
“예, 즐겨 듣고자 원하나이다.”
“범지여, 저 고행자는 자기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사음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으며, 자기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 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다른 세계에도 또한 그렇게 되어 사랑하는 마음은 넓고 커, 둘도 없고 한량도 없고 원한을 맺는 일도 없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 버리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다. 이 고행을 모두 이름하여 나무의 마디라 한다.”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컨대 <고행 견고>의 뜻을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자세히 들으라. 나는 마땅히 그것을 설명하리라.”
범지는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즐겨 듣기를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도둑질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게 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사음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거짓말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거짓말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한 쪽에 두루 차게 하고 다른 쪽에도 또한 그렇게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넓고 커 둘도 없고 한량도 없으며 원한을 맺는 일도 없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 버리는 마음도 또한 그와 같다. 저 고행자는 과거 무수한 겁(劫)의 일을 알아 一생 二생 무수한 생에 이르기까지 국토가 성패(成敗)하는 겁수(劫數)동안의 모든 일을 다 보고 다 알며 또 스스로 나는 일찍 어떤 종성(種姓)에 나서 어떤 명자(名字)와 어떤 음식 어떤 수명과 받은 바 고락 저기서 여기에 나고 여기서 저기에 났던 이렇게 무수한 겁의 일을 기억한다. 이것을 바라문이여 저 고행자의 <단단하여 무너짐이 없는 것>이라 한다.”
범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을 제일이라고 하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자세히 자세히 들으라. 나는 마땅히 그것을 설명하리라.”
범지는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즐겨 듣고자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저 고행자는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 살생하게 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도둑질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도둑질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사음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사음하게 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거짓말하지도 않고 남을 시켜 속이게 하지도 않는다. 그는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한 쪽에 두루 차게 하고 다른 쪽에도 또한 그렇게 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넓고 커 둘도 없고 한량도 없으며 원한을 맺는 일도 없이 세간에 두루 찬다. 슬퍼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 버리는 마음도 또한 그와 같다. 저 고행자는 과거의 무수한 겁의 일을 알아 一생 二생 무수한 생에까지 국토가 성패 하는 겁수 동안의 모든 일을 또 보고 다 알며 또 스스로 보아 안다. 곧 나는 일찍 어떤 종성에 나서 어떤 명자, 음식, 수명과 어떻게 치른 고락이며 어떻게 저기서 여기에 나고 여기서 저기에 난 것 등, 이렇게 무수한 겁의 일을 다 기억한다.
또 저 하늘 눈이 깨끗하여 중생의 무리들이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난 것과 안색이 좋고 추한 것과 선과 악의 나아가는 곳과 행(行)을 따라 떨어지는 것을 다 보고 다 안다. 또 중생의 몸의 행(行)의 착하지 않은 것과 입의 행의 착하지 않은 것과 뜻의 행의 착하지 않은 것을 안다. 또 현성(賢聖)을 비방하고 사도(邪倒)의 소견을 믿음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三악도에 떨어진 것과 혹은 어떤 중생은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도 착하며 현성을 비방하지 않고 소견이 바르며 믿음으로 행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하늘에나 사람 중에 태어난 것을 안다. 저 행자는 하늘 눈이 청정하여 중생을 관찰하고 내지 행을 따라 떨어진 것을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이것을 고행의 <제일 훌륭한 것>이라 한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 가운데에는 또 훌륭한 것이 있다. 나는 항상 이 법으로써 모든 성문(聲聞)을 교화하고 저들은 이 법으로써 범행을 닦을 수 있다.”
때에 五백의 범지의 제자들은 각각 큰 소리를 내어 서로 말했다. 이제 세존을 뵈오매 그는 최상의 높은 이이다. 우리 스승은 미칠 수 없다고.
저 산타나 거사는 범지에게 말했다.
“당신은 아까 스스로 말했다. ‘만일 고오타마가 여기 오면 우리들은 <애꾸눈 소>라고 부를 것이다’고. 세존이 이제 여기 오셨는데 왜 부르지 않는가. 또 당신은 아까 말했다. ‘한 말로써 저 고오타마를 궁하게 만들어 아무 말도 못하게 하기를, 마치 거북이 여섯 기관을 움츠려 화를 피하는 것 같게 하리라. 한 화살로 쏘아 도망칠 곳이 없게 하리라’고. 그런데 이제 당신은 왜 한 말로 여래를 궁하게 하지 않는가.”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아까 이런 말 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는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선배 범지들에게 듣지 않았는가. 모든 부처 여래는 산림에 혼자 있으면서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오늘날 한가히 있기를 즐거이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대의 법이 시끄러운 것을 즐기어 쓸 데 없는 일을 떠들면서 날을 보내는 것과는 같지 않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생각하지 않는가. 고오타마 사문은 잘 보리(菩提)를 말씀하시어 능히 스스로 조복(調伏)하고 남을 조복시키며, 스스로 지식(止息)을 얻고 남을 지식 시키며, 스스로 저쪽 언덕에 건너가고 남을 건너가게 하며 스스로 해탈을 얻고 남을 해탈하게 하며, 스스로 멸도(滅度)를 얻고 남을 멸도 시킨다고.”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예배하고 손으로 부처님 발을 잡고 자기 이름을 대면서 말했다.
“저는 니구타 범지입니다. 저는 니구타 범지입니다. 이제 스스로 세존의 발에 귀의하며 예배하나이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잠깐 기다리라. 그대가 마음으로 깨달으면 그것이 예경(禮敬)이 된다.”
범지는 거듭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바로 부처님은 이양(利養)을 위하여 설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만일 이양이 있으면 모두 그대에게 주리라. 내가 연설하는 법은 미묘하고 제일이어서 불선(不善)을 멸하고 선법을 더하게 한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바로 부처님이 명예를 위해, 존중받기 위해, 도사(導師)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권속을 위해, 대중을 위해 설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이제 그대의 권속은 다 그대에게 돌아간다. 그대가 연설하는 법은 불선을 없애고 선법을 자라게 한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바로 부처님은 너를 불선취, 흑명취(不善趣, 黑冥趣) 가운데 둔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너는 그런 마음을 내지 말라. 너는 다만 모든 불선취, 흑명취를 버려 떠나라. 나는 스스로 너를 위하여 착하고 깨끗한 법을 연설한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바로 부처님은 너를 선법취, 청백취(善法趣, 淸白趣)에서 물리치신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너는 다만 선법취, 청백취 가운데서 힘써 부지런히 수행하라. 나는 스스로 너를 위하여 착하고 깨끗한 법을 연설하여 착하지 않은 행을 멸하고 착한 법을 더하게 한다.”
그 때 五백 범지의 제자들은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때에 악마 파순(波旬)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五백 범지의 제자들은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으로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는다. 나는 이제 가서 그 뜻을 부수리라.’ 그 때 악마는 곧 제 힘으로 그 뜻을 부수어 산란하게 했다.
세존은 산타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五백 범지의 제자는 단정한 마음과 바른 뜻으로 나를 따라 법을 들었다. 그런데 저 하늘의 악마 파순은 그 뜻을 부수어 산란하게 했다. 나는 이제 돌아가고자 한다. 너도 함께 가자.”
그 때 세존은 오른 손으로 산타나 거사를 들어 손바닥에 놓고 허공을 타고 돌아가셨다.
산타나 거사, 니구타 범지 및 五백 범지의 제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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