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十三권
제 二十三 지주품(地主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우보(羽寶)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세존께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드리리라.”
좌우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우보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사뢰었다.
“수레는 준비되었습니다. 떠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곧 우보의 수레를 타고 가는데, 보병과 기병 수천 명은 앞뒤로 둘러쌌다. 그들은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제타숲 절에 이르러 세존께 나아갔다. 여러 왕들의 떳떳한 법과 같이 다섯 가지 장식 즉 일산, 하늘 갓, 칼, 신, 그리고 금으로 만든 총채를 한쪽으로 치운 뒤에,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깊은 법을 설명하여 그를 기쁘고 즐겁게 하셨다. 프라세나짓 왕은 그 설법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三개월 동안 저의 청을 받아 주시고, 비구 중도 다른 곳에 있지 말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받으신 줄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나는 부처님과 비구 중들에게 三개월 동안 공양하고, 또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려 한다. 너희들도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나이다.”
왕은 궁전 문 밖에 아주 훌륭한 큰 강당을 짓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를 울리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온갖 목욕 못을 만들고 온갖 기름 등불을 준비하고 백 가지 맛있는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였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세존께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소서.”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된 것을 알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 싸여,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그 강당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각각 차례를 따라 앉았다. 왕은 많은 궁녀를 거느리고 나와 손수 음식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날랐다. 그래서 三개월 동안 모자라는 것이 없이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하였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자 왕은 갖가지 꽃을 세존과 비구 중들 위에 뿌리고 다시 조그만 평상을 가져다 놓고 세존 앞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전에 부처님에게 이런 인연의 말씀을 들었나이다. 즉 ‘축생들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백 갑절의 복을 받고 계율을 범한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천 갑절의 복을 받으며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만 갑절의 복을 받고 탐욕을 끊은 선인(仙人)에게 음식을 주는 이는 그 억 갑절의 복을 받으며,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에게 음식을 주는 이도 헤아릴 수 없는 복을 받는데 하물며 수다원을 성취한 이겠는가. 더구나 사다함으로 향하여 사다함의 도를 얻은 이나, 아나함으로 향하여 아나함의 도를 얻은 이나, 아라한으로 향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은 이나, 벽지불로 향하여 벽지불이 된 이나, 여래,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으로 향하여 부처가 된 이겠으며, 또 비구 중에게 보시하는 공덕의 복은 헤아릴 수 없다’고. 저는 이제 지을 공덕은 오늘 다 마쳤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 마시오. 복을 짓는 데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지어야 할 일을 오늘 다 마쳤다’고 말하시오. 왜 그러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 멀어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오.
대왕이여, 아주 먼 옛날 지주(地主)라는 왕이 있어 이 남섬부주를 다스리고 있었소. 그 왕에게 선명(善明)이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젊을 때부터 왕을 위해 하는 일에는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소. 그 왕은 마섬부주 땅의 반을 갈라 그 신하에게 다스리게 하였소.
그 작은 왕 선명은 성을 쌓았는데 동, 서는 十二 요오자나요, 넓이는 七 요오자나였으며, 토지는 살찌고 백성은 많았소. 그 성 이름은 원조(遠照)라 하였소. 선명 왕은 일월광(一月光)이라는 첫째 부인을 맞이했소.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살찌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었소. 입에서는 우둠바라꽃 향기가 나고 몸은 찬다나 향으로 되었었소. 며칠이 안 되어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왕에게 가서 말하였소.
‘저는 아기를 배었나이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소. 곧 좌우에 명령하여 즐겁기 비길 데 없는 침구를 만들게 하였소. 아기 밴 달이 차서 그 부인은 사내를 낳았소. 아이가 나올 때에는 잠부드라는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소. 아기 얼굴은 단정하여 서른 두 가지 특별한 상을 갖추었으며 몸은 금빛이었소. 선명 대왕은 그 태자를 보고 기뻐해 뛰면서 한량없이 좋아하였소. 곧 여러 스승, 바라문, 도사들을 부르고 몸소 태자를 안고 나아가 상을 보게 하면서, ‘나는 이 아이를 낳았다. 그대들은 상을 보고 곧 이름을 지어라’고 하였소. 여러 상장이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제각기 아이를 안고 그 얼굴을 관찰하고는 모두 아뢰었소.
‘성왕이여, 이 태자는 단정하기 비길 데 없습니다. 모든 감관은 원만하고 서른 두 가지 특별한 상을 갖추었습니다. 이 왕자에게는 두 길이 있습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일곱 가지 보배 즉, 바퀴, 코끼리, 말, 진주, 미녀, 장자, 장군 등을 완전히 갖출 것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보배라 합니다. 또 천 명의 아들을 둘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굳세어 많은 도둑을 항복 받을 것이요, 무기를 쓰지 않아도 온 천하를 스스로 항복 받을 것입니다.
또 만일 이 왕자가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이름과 덕망은 멀리 퍼져 온 세계에 두루 찰 것입니다. 이 왕자가 태어나는 날 광명이 멀리 비치었으니 이 왕자의 이름은 등광(燈光)이라 하소서.’
여러 상장이들은 이렇게 이름을 짓고는 각기 물러앉았다가 곧 떠났소.
왕은 하루 종일 태자를 안고 앉아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소. 왕은 그 태자를 위해 세 철 강당을 지어 가을과 겨울과 여름철에 알맞도록 하였고, 궁녀와 시녀들을 궁전 안에 두어 태자로 하여금 거기서 놀게 하였소.
태자는 나이 二十九세 때에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 하였소. 그날로 집을 떠나 그날 밤에 곧 부처가 되었소. 온 남섬부주 사람들은 모두, 그 태자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그날로 부처가 되었다는 말을 다 듣고 알았소.
때에 그 부왕(父王)은 생각하였소.
‘어젯밤에 나는 여러 하늘들이 허공에서 좋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반드시 좋은 징조요 나쁜 소식이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 가서 보리라.’
왕은 곧 四十억 남녀들에게 둘러싸이어 등광 여래에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四十억 대중들도 각기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소.
때에 여래는 그 부왕과 四十억 대중을 위해 차례로 한 논(論)을 말씀하셨소. 그 논이란, 이른바 보시와 계율과 하늘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은 더러운 것이요, 번뇌는 더러운 행이다. 그러므로 집을 떠나 청정한 갚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소.
그 때에 여래는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진 것을 관찰하고, 그 四十억 대중을 위해 곧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의 뜻을 널리 말씀하셨소.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소. 때에 四十억 대중은 등광 여래에게 사뢰었소. ‘우리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 합니다.’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 때에 그 四十억 대중들은 모두 집을 떠나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의 도를 이루었소.
그 때에 등광 여래는 四十억 대중을 데리고 계셨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나라에 노닐 때에, 그 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 네 가지로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었다.
그 때에 지주 대왕은 그 아들 등광이 위없이 바르고 참되며 다 옳은 깨달음을 성취하고, 四十억 대중을 거느렸는데,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그 나라에 노닌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사신을 보내어 여래가 여기 와서 노닐으면서 교화하시기를 청하리라. 만일 오신다면 내 본래 소원을 이룰 것이요, 오지 않으신다면 내가 몸소 가서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하리라.’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저기 가서 여래님께 문안드리되, 내 이름으로 땅에 엎드려 예배한 뒤에 기거가 가뿐하시며 다니심이 강건하시나이까. 왕 지주는 여래님께 문안 드리나이다. 기거는 가뿐하시고 다니심은 강건하시나이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우리 나라로 왕림하소서 라고 하라.’
그 때에 그 신하는 왕은 분부를 받고 그 나라로 가서,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 지주는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문안하며, 예배를 마치고는 기거가 가뿐 하오며 다니심이 강건하시나이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우리 나라에 왕림하소서 라고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때에 등광 여래는 대중을 데리고 차례로 세간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 四十 억과 함께 계셨다. 이르는 곳마다 공명하지 않는 이가 없고, 의복, 음식, 침구, 의약을 모두 바쳤다. 점점 나아가 지주왕 나라에 이르렀다.
그 때에 지주 대왕은, 등광 여래님이 큰 비구 四十 억을 데리고 그 나라에 와서 북바라 동산에서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몸소 가서 맞이하리라.’하고, 四十억 대중을 거느리고 등광 여래님께로 갔다. 그는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고, 四十억 대중도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등광 여래는 그 왕과 四十억 대중을 위하여 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 법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법이요, 욕심은 더럽고 번뇌는 깨끗지 못한 것이므로, 집을 떠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여 청정한 갚음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에 여래님은 중생들의 심성이 부드러워진 것을 아시고, 여러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것이 사라지는 길의 이치를 그들 四十억 대중을 위하여 두루 말씀하였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때에 四十억 대중들은 등광 여래님께 사뢰었다.
‘저희들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자 하나이다.’
대왕이여 알으시오. 그 때에 四十억 대중은 모두 집을 떠나 도를 배워, 그날로 아라한의 도를 이루었던 것이오.
때에 지주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소. 때에 등광 여래의 제자 八十억 대중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그 나라에서 노닐 때에 그 나라 백성들은 네 가지로 공양하였소. 즉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낱낱이 이바지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하였소.
그 뒤에 지주왕은 다시 여러 신하를 데리고 등광 여래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소. 등광 여래는 그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였소. 지주왕은 여래에게 사뢰었소.
‘원컨대 세존이시여,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제 공양을 받아 주소서. 또 비구 중에게도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하겠습니다.’
등광 여래는 잠자코 그 왕의 청을 받아 주었소.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아 주시는 것을 보고 다시 사뢰었소.
‘나는 지금 세존께 한 소원이 있나이다. 원컨대 들어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소.
‘여래의 법은 그 소원보다 훌륭하니라.’
왕은 다시 사뢰었소.
‘내가 지금 청하는 소원은 매우 깨끗하고 묘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소.
‘그 청하는 소원은 어떤 깨끗하고 묘한 것인가.’
왕은 세존께 사뢰었소.
‘제 생각대로 한다면 오늘 여러 중에게 한 그릇 밥을 드리고 내일은 다른 그릇으로 밥을 드리며, 오늘 여러 중에게 한 가지 옷을 입히고 내일은 다시 다른 옷을 갈아 입히며, 오늘 여러 중을 한 가지 자리에 앉히고 내일은 다시 다른 자리에 앉히며, 오늘은 여러 중에게 심부름꾼을 주어 시키게 하고 내일은 다시 다른 사람으로 갈아 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하는 소원은 바로 이것입니다.’
등광 여래는 말씀하셨소.
‘왕의 소원대로 하라.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때에 지주왕은 기뻐해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소.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곧 물러갔소.
그는 궁중으로 돌아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소.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등광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와 또 비구 중에게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을 공양하려 한다. 너희들도 서로 격려하여 내 준비를 도와라.’
신하들은 대답하였소.
‘대왕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왕은 성에서 멀지 않은 한 요오자나 안에 집을 지은 뒤에 문채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다섯 가지 빛깔의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하고 앉을 방석을 벌려 놓고는 사람을 보내어 아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집으로 오소서.’
때에 등광 여래는 때가 된 것을 알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그 강당으로 가서 각각 제 자리에 앉았소. 지주왕은 부처님과 비구 중이 좌정한 것을 보고, 궁녀와 시녀와 여러 대신들을 거느리고 나와 손수 진지해 백 가지의 맛있는 온갖 음식을 돌렸소.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 때에 지주왕은 七만 년 동안 등광 여래와 八十억 대중의 여러 아라한을 공양하면서도 한 번도 게으르거나 거른 일이 없었소.
그 여래는 교화하기를 마치고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로 들어가 반열반 하셨소. 지주왕은 백 가지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네 거리에 내 개씩 묘탑(廟塔)을 세우고는, 금, 은, 유리, 수정 따위의 일곱 가지 보배로 꾸미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았소. 그리고 그 八十억 대중들도 차차 남음 없는 열반 세계로 들어가 반열반하였소. 지주왕은 八十억 대중의 사리를 거두어 각각 절을 짓고는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향과 꽃으로 공양하였소.
대왕은 알아야 하오. 이 때에 지주왕은 다시 등광 여래와 八十억 아라한의 절에 공양하였소. 그 뒤에 다시 七만 년을 지내는 동안 때를 따라 공양하고 등불을 켜고 꽃을 뿌리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았소. 대왕은 알아야 하오. 등광 여래가 끼친 법이 다 없어진 뒤에야 그 왕은 비로소 열반에 들었소.
대왕이여, 그 때의 그 지주왕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그 때의 그 지주왕은 바로 나 자신이오. 나는 그 때에 七만년 동안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으로써 그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되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소.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다시 七만년 동안에는 그 형상과 사리에 공양하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켜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되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소.
나는 그 때의 그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나고 죽는 속에 있기를 구해 이런 복을 받으면서 해탈하기를 구하지 않는 것이오. 대왕은 아시오. ‘그 때에 가졌던 복덕이 아직도 남아 있는가’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나는 오늘에 있어서 그 복을 관찰해 보면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소. 왜 그러냐 하면 나고 죽음은 길고 멀러,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오. 그 동안에 그 복을 다 받아 누리고 지금은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소. 그러므로 대왕은 그런 말을 마시오. ‘내가 지을 복은 오늘 다 마쳤다’고. 그보다도 대왕은 이렇게 말하시오. ‘나는 지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이 다한 뒤에 해탈을 구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복업을 구하지 않으면 언제나 한량없이 안온하리라’고 해야 되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갑자기 두려워져 온 몸이 털이 일어서고 슬픈 울음이 북바쳤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씻으면서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자기 잘못을 하소연하였다.
“이 미련한 것이 아무 것도 몰랐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지금 온 몸을 땅에 던져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오, 대왕이여. 지금 내 앞에서 그 잘못을 뉘우치면서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다짐하는구려. 나는 지금 확실히 왕의 참회를 받아들이오.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 때에 그 대중 가운데 카아탸아야나라는 비구니가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지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매우 미묘하나이다. 또 세존께서는 프라세나짓 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나이다. 즉 ‘대왕은 알아야 하오.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업이 다한 뒤에 해탈을 구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복업을 누리기를 구하지 않으면 언제나 한량없이 안온하리라’고. 저는 과거 三十一겁 동안의 일을 기억하나이다. 그 때에 시기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는데 그는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으로서 부처, 중우(衆祐)라는 여래께서 야마(野馬) 세계에 노닐고 계셨나이다.
그 때에 그 부처님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야마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나이다. 때에 이 성 안에 순흑(純黑)이라는 심부름꾼이 있었나이다. 그는 여래께서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나이다. ‘지금 여래께서 성안에 들어오신 것은 반드시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고. 그는 곧 집에 들어가 음식을 내어다 여래에게 바치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나이다. ‘나는 이 공덕으로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또 미래 세상에서도 이런 성인을 만나게 되며 또한 그 성인이 나를 위해 설법하실 때에는 나는 곧 해탈을 얻어지이다’고.
세존께서나 프라세나짓 왕은 다 아실 것입니다 마는 그 때의 그 심부름꾼 순흑을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소서. 왜 그러냐 하오면 그 순흑은 바로 저 자신이옵니다. 저는 그 때에 그 시기 여래에게 ‘장래 세상에 이런 성인을 만나고, 그 성인이 나를 위해 설법할 때에 해탈을 얻게 하여지이다’고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저는 三十一겁 동안을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에 났으며, 최후로 지금 이 몸을 받아 성인을 만났고, 집을 나와 도를 배워 모든 번뇌를 없애고 아라한이 되었나이다. 그러므로 세존의 말씀은 극히 미묘하나이다. 또 프라세나짓 왕에게 말씀하셨나이다. ‘몸과 입과 뜻의 행이 다한 뒤에 해탈을 구하고, 나고 죽는 속에 있으면서 그 복업을 누리지 말라’고.
제가 만일 비구, 비구니나 우바새, 우바이로서 다만 기쁜 마음으로 여래에게 나오는 이를 보면 저는 생각하겠나이다. ‘이 사람들은 생각은 있지마는 아직 여래를 존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지 못한다’고. 또 제가 만일 네 가지 무리를 보면 곧 가서 말하겠나이다. ‘여러분, 무엇이 필요합니까. 가사입니까, 바루입니까, 니쉬이다나[尼師壇]입니까, 바늘 통입니까, 세수대야입니까, 그 밖의 사문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입니까. 나는 이바지하겠습니다’고. 이바지하기로 다짐하고 저는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구걸하겠나이다. 그래서 만일 그것을 얻으면 그것은 큰 다행일 것이요, 만일 얻지 못하면 북구로주, 서우화주, 동승신주로 돌아다니면서 그것을 구해 주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은 다 네 가지 무리로 하여금 열반의 길을 얻게 하기 위해서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아탸아야나의 마음을 관찰하시고 곧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이러한 신심의 해탈을 보았느냐.”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보지 못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의 첫째 비구니로서 믿음의 해탈을 얻은 이는 바로 카아탸아야나 비구이니라.”
그 때에 카아탸아야나 비구니와 프라세나짓 왕과 네 가지 무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깃자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박쿨라는 어떤 산골에서 헌 옷을 깁고 있었다.
때에 석제환인은 멀리서 존자 박쿨라가 어떤 산골에서 헌 옷을 깁고 있는 곳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존자 박쿨라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모든 결박이 풀렸고 한량없이 오래 살며, 항상 자기를 항복 받고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空)과 <나>가 없음을 생각하여 세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남을 위해 설법하지 않고 잠자코 자기 몸만 닦는 것은 저 외도들과 같다. 알 수 없다. 저 존자는 과연 남을 위해 설법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가서 시험해 보리라.’
그 때에 석제환인은 곧 三十三천에서 사라져 깃자쿠우타 산에 내려와 존자 박쿨라 앞에 나타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혜로운 이 칭찬하는 바이오니
어찌하여 그 법을 설명하지 않는가
결박 끊고 거룩한 행 이루었나니
어찌 해 그저 잠자코만 있는가.
그 때에 존자 박쿨라는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과 또 샤아리푸트라와
아아난다와 균두(均頭)와 반(槃)
그리고 여러 존장들 있어
묘한 법을 잘 연설하기 때문이다.
석제환인은 존자 박쿨라에게 아뢰었다.
“중생의 근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존자는 아셔야 합니다. 세존께서도 중생의 종류는 이 땅덩이 흙보다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존자 박쿨라님은 남을 위해 설법하지 않습니까.”
박쿨라는 대답하였다.
“중생의 종류는 다 알기 어렵고 세계의 여러 나라는 같지 않다. 그들은 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니다>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그 이치를 다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남을 위해 설법하지 않는 것이다.”
석제환인은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나를 위해 <내 것>과 <내 것 아닌 것>의 이치를 설명하여 주시오.”
존자 박쿨라는 말하였다.
“나는 사람의 몸에 있어서 남자나 여자나 사람으로서는 다 이 목숨을 의지해 존재할 수 있는 것을 안다. 그런데 석제환인이여 세존께서도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항상 스스로 힘써 삿된 법을 일으키지 말고 또 성현의 침묵을 배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때에 석제환인은 멀리서 세존 계신 곳을 행해 합장하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열 가지 힘 가진 이께 귀의하나니
뚜렷한 그 광명은 흐림이 없네
그 모두 일체 중생 위하는 것이어니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네.
존자 박쿨라는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석제환인은 그런 말을 하는가.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석제환인은 말하였다.
“나는 기억합니다. 옛날 나는 세존에게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이런 이치를 물었습니다.
‘하늘이나 사람 무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계의 많은 무리들은 제각기 달라 그 근원이 같지 않느니라.’ 저는 그 말을 듣고 곧 대답하였습니다.
‘세존님 말씀과 같나이다. 세계의 많은 무리들은 제각기 같지 않나이다. 그러하오나 만일 그 중생들을 위해 설법하면 모두 그것을 받들어 가져 좋은 결과를 성취할 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존자 박쿨라님도 또한 그와 같이 세계의 여러 가지 무리는 각각 같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곧 생각하였다. ‘이 존자는 남을 위해 설법할 수 있다. 설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박쿨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참파[占波]의 우뢰소리못 곁에 계셨다.
이 때에 존자 소오나[二十億耳]는 어떤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법의 근본을 닦아 열 두 가지 두타의 행법을 버리지 않고, 밤낮으로 거닐면서 서른 일곱 가지 도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았다. 앉았거나 다니거나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늘 스스로 격려하여 잠깐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때에 존자 소오나는 거니는 곳에서 다리를 다쳐 흐르는 피가 길에 넘쳤다. 마치 소를 잡는 데서 까마귀가 그 피를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욕루에서 마음이 벗어나지 못하였다.
존자 소오나는 생각하였다.
‘석가모니 제자 중에서 고행 정진하는 이로서는 내가 첫째인데,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 번뇌에서 마음이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리 집은 재물이 많고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으로 되돌아가 그 재물로써 널리 보시하자. 사문 노릇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멀리서 소오나의 생각을 알으시고 곧 허공을 날아 그가 거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존자 소오나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소오나에게 물으셨다.
“너는 아까 과연 이런 생각을 하였느냐.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고행 정진하는 이로서는 내가 첫째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 번뇌에서 마음이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리 집은 재물이 많고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 그 재물로써 널리 보시하자.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하였느냐.”
소오나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도로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떠냐 소오나여, 너는 본래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느냐.”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나이다.”
“어떻더냐, 소오나여.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그 소리가 고르지 못할 것인데,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늦추면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어떻던가, 소오나여.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던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공부하는 일도 그와 같다. 너무 정진하면 그것은 지나친 것이요, 게으르면 그것은 삿된 소견에 떨어지는 것이며, 만일 그 중간에 있으면 그것은 으뜸 행이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번뇌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소오나와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고는 우뢰소리못 곁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에 존자 소오나는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해 잠깐도 버리지 않고 한적한 곳에서 그 법을 수행하였다. 이른바 좋은 집 자제로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것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아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중에서 정진 고행의 첫째 제자는 바로 이 소오나 비구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에 살던 바제(婆提) 장자는 우연해 병이 들어 죽었다. 그런데 그 장자는 아들이 없어 그가 가졌던 재물은 모두 국가에 들어갔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내게 왔소.”
왕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살던 바제 장자가 오늘 죽었나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들이 없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서 그가 가졌던 재물을 거두어 국가에 넘겼나이다. 순금이 八만 근(斤)이나 되는데,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나이까. 그러나 그 장자가 세상에 있을 때에는 먹는 음식은 매우 거칠어 정하지 않았고, 입은 옷은 때가 묻어 더러웠으며 타는 말은 매우 여위고 약했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소, 대왕의 말과 같소. 대개 인색하고 탐욕이 많은 사람은 재물을 가지고도 잘 먹지 못하오. 그리고 부모, 처자, 하인, 종들에게도 주지 않으며, 또한 벗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여러 어른을 돌보지도 않소.
그러나 지혜로운 선비는 재물을 얻으면 곧 능히 보시해 널리 구제하면서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덕이 높은 여러 사람들을 돌보아 주오.”
왕은 물었다.
“그 바제 장자는 지금 죽어서 어디 태어났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바제 장자는 죽어서 큰 체곡(涕哭) 지옥 태어났소. 왜 그러냐 하면 선(善)의 뿌리를 끊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체곡 지옥에 나기 때문이오.”
“그 바제 장자는 선의 뿌리를 끊은 사람입니까.”
“그렇소, 대왕이여, 왕의 말과 같소. 그 장자는 선의 뿌리를 끊었소. 그리고 그 장자는 과거의 복은 이미 다했는데 다시 새 복을 짓지 않았소.”
“그 장자에게는 혹 남은 복이 있나이까.”
“없소, 대왕이여. 털끝만큼도 남은 것이 없소. 마치 저 농부가 다만 거두기만 하고 씨를 뿌리지 않아서, 곤궁하게 살다가 목숨을 마친 것과 같소. 그것은 다만 지은 곡식을 먹기만 하고 새 종자를 심지 않았기 때문이오. 저 장자도 그와 같이 다만 과거의 복을 받기만 하고 새 복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오. 저 장자는 오늘밤에 체곡 지옥에 있을 것이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눈물을 거두면서 말하였다.
“그 장자는 옛날 어떤 공덕의 복업을 지었기에 부잣집에 태어났으며, 다시 어떻게 착하지 않은 근본을 지었기에 그 많은 재물을 쓰지 못하고 다섯 가지 쾌락을 누리지도 못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가섭 부처님 때에 그 장자는 이 슈라아바스티이의 어떤 농부의 아들이었소. 그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에 어떤 벽지불이 세상에 나와 그 장자 집에 갔었소. 그 장자는 이 벽지불이 문밖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생각하였소.
‘이런 거룩한 이가 세상에 나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제 음식으로 저에게 보시하리라.’
그는 곧 음식으로 그 벽지불에게 보시하였소. 벽지불은 그 음식을 먹고 곧 허공으로 날아갔소.
때에 그 장자는 그 벽지불의 신통을 보고 서원을 세웠소. 즉 ‘이 착한 근본의 소원으로 말미암아 나로 하여금 어느 생(生)에서도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재물이 많게 하여지이다’고. 조금 뒤에 그는 ‘나는 아까 그 음식을 종들에게 주었어야 할 것을 공연히 저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였구나’하고 후회하였소. 그 때의 농가의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그 때의 그 농가의 장자는 바로 지금의 저 바제 장자이기 때문이오.
그 때에 그는 보시하고는 이런 서원을 세웠던 것이오. 즉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재물이 많으며, 부귀한 집에 태어나 조금도 모자랄 것이 없어지이다’고. 그는 보시한 뒤에 곧 ‘나는 차라리 저 종들에게 주어 먹게 할 것을 공연히 까까머리 도인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고 후회하였소. 이런 인연으로 그는 그 많은 재물을 쓰지 못하고 또 다섯 가지 쾌락을 누리지도 못하였소. 그래서 자기도 쓰지도 못하고 또 부모, 형제, 처자, 노비, 벗들에게도 주지 않고,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여러 어른들에게도 보시하지 않은 것이오. 다만 옛날의 복만을 받고 새 복은 짓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대왕이여, 만일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이 재물을 얻거든 널리 보시하여 아끼지 마시오. 그러면 다시 한량없는 재물을 얻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프라세나짓 왕은 사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사문과 바라문과 네 가지 무리에게 널리 보시하겠나이다. 그러나 다른 외도들은 와서 구걸하더라도 저는 보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일체 중생은 다 먹음으로 말미암아 살고, 먹지 않으면 곧 죽기 때문이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널리 보시하기 언제나 생각하여
마침내 그 마음을 끊지 않으면
그는 장차 반드시 성인을 만나
나고 죽는 이 바다 건너가리라.
프라세나짓 왕은 사뢰었다.
“나는 이제 몇 갑절이나 기쁜 마음으로 여래에게 나아가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은 다 먹음으로 말미암아 살고, 먹지 않으면 곧 죽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프라세나짓 왕은 다시 사뢰었다.
“나는 지금부터 널리 보시하여서 아까워하지 않겠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한적한 곳에 있다가 문득 생각하였다.
‘이 세상에는, 혹 바람을 거슬러서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향이 있을까.’
존자 아아난다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문득 ‘이 세상에는, 혹 바람을 거슬러서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 풍기며 또는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풀기는 향이 있을까.’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묘한 향이 있다. 그것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향이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그것은 어떤 향이기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향이 있다. 그 향의 힘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향이기에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나이까.”
“세 가지 향이 있다. 그것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 향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계율의 향, 들음의 향, 보시의 향이다. 아아난다야, 이른바 ‘이 향의 종류는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향’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향 중에서 이 세 가지 향이 가장 훌륭하다. 견줄 것도 없고 따를 것도 없다.
마치 소[牛]에서 타락이 생기고 타락에서 소(酥)가 생기며 소에서 제호(醍醐)가 생기지마는, 그 제호가 가장 제일이어서 견줄 것도 없고 따를 것도 없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향 중에서 이 세 가지가 가장 훌륭하여 따를 것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목밀(木蜜)과 찬다나
우둠바라[優鉢] 및 모든 향
그러한 모든 향들 중에서
계율의 향이 가장 훌륭하여라.
이 계율을 성취함으로써
탐욕도 없고 물들음도 없어
평등한 지혜로써 해탈 얻으면
그가 가는 곳 마군도 모르리라.
찬다나 향이나 목밀 향이나
그러한 향들 아무리 묘하여도
계율의 향이 그 중에 묘하나니
시방에 모두 두루 풍기네.
찬다나 향이나 우둠바라 향이나
그 밖의 다른 향 향기 좋아도
그러한 온갖 향들 중에서
많이 들은 향 제일이니라.
찬다나 향이나 우둠바라 향이나
그 밖의 다른 향 향기 좋아도
그러한 온갖 향들 중에서
보시의 향이 제일이니라.
“이른바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며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언제나 풍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방편을 구해 이 세 가지 향을 성취하라. 아아난다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마침 데바닷타도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때에 데바닷타가 들어간 골목으로 부처님도 들어가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데바닷타가 오는 것을 보고 돌아서려고 하셨다. 때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어찌하여 이 골목에서 떠나려 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가 이 골목에 있기 때문에 피하려 하는 것이다.”
“세존께서는 왜 데바닷타를 두려워하시나이까.”
“나는 데바닷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쁜 사람과 만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 하오면 세존께서 그 사람을 시켜 다른 곳에 있게 하시면 되지 않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끝내 그를 시키어
다른 곳에 있게 할 마음 없나니
그는 제 스스로 제 할 일 따라
스스로 다른 곳에 있게 되리라.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그러 하오면 데바닷타는 여래보다 훌륭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않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과는 만나지 말고
또한 더불어 일하지 말며
또한 더불어 서로 말하여
옳고 그름을 다투지 말라.
이 때에 아아난다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이 무슨 능력 있으며
어리석은 이 무슨 남음 있으랴
비록 그와 더불어 말한다 한들
거기에 그 어떤 잘못 있으랴.
세존께서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어리석은 이 제할 대로하나니
그가 하는 일 법이 아니다
바른 소견과 바른 계율 어기어
삿된 소견만 날로 불어 가나니.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나쁜 벗과 사귀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어리석은 사람과 사귀면 믿음이 없어지고, 계율과 지식과 지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벗과 사귀면 온갖 공덕이 불어나고 계율은 완전히 성취되어질 것이다. 아아난다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항상 五백 가마 밥으로 데바닷타에게 이바지하였다. 때에 데바닷타의 이름은 사방에 퍼졌다. 즉 ‘계율과 덕을 완전히 갖추고 명예를 모두 갖추었다’고. 그래서 그 왕으로 하여금 날마다 와서 공양하게 하였고 데바닷타는 그 공양을 받았다. 비구들은 그 소문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데바닷타를 칭찬하여 그 이름이 멀리 퍼졌나이다. 그래서 그 왕으로 하여금 항상 와서 공양하게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데바닷타의 호강을 탐내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로 나쁜 짓을 행하면서도, 마침내 무서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만일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지금의 그 온갖 복이 끝나게 되면 마치 사나운 개는 그 코를 잡아 때리면 더욱 사납게 되는 것처럼,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도 그와 같아서 그 호강을 받음으로써 드디어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물질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만일 비구로써 물질에 집착하면 세 가지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성현의 계율과 성현의 삼매와 성현의 지혜로서, 그것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물질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세 가지 법을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성현의 계율과 성현의 삼매와 성현의 지혜니라. 만일 이 세 가지 법을 성취하려고 하면, 마땅히 착한 마음을 내어 물질에 집착하지 말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뿌리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욕의 착하지 않은 뿌리와 성냄의 착하지 않은 뿌리와 어리석음의 착하지 않은 뿌리가 그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이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뿌리가 있으면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지옥, 아귀, 축생의 세계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만일 이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뿌리가 있으면 곧 세 가지 나쁜 세계가 있게 되느니라.
비구들이여, 또 세 가지 착한 뿌리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탐내지 않는 착한 뿌리, 성내지 않는 착한 뿌리, 어리석지 않은 착한 뿌리가 그것이다. 이것을 비구의 세 가지 착한 뿌리라 한다. 만일 이 세 가지 착한 뿌리가 있으면 곧 두 가지 좋은 세계에 난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세계인가. 이른바 인간과 천상 그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착한 뿌리가 있으면 그 좋은 세계에 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뿌리를 떠나고 세 가지 착한 뿌리를 닦아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세 가지 성질[聚]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셋 인가. 이른바 바른 성질과 삿된 성질과 결정되지 않은 성질이다.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이니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 한다.
어떤 것이 삿된 성질인가. 이른바 삿된 소견, 삿된 다스림, 삿된 말, 삿된 업, 삿된 생활, 삿된 방편, 삿된 생각, 삿된 선정이니 이것을 삿된 성질이라 한다.
어떤 것이 결정되지 않은 성질인가. 이른바 괴로움을 모르고 괴로움의 원인을 모르며 괴로움의 사라짐을 모르고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모르며, 바른 성질을 모르고 삿된 성질을 모르는 것이니, 이것을 결정되지 않은 성질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다시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셋인가. 이른바 착한 성질과 바른 성질과 결정된 성질이다. 어떤 것이 착한 성질인가. 이른바 세 가지 착한 뿌리이니, 즉 탐내지 않는 착한 뿌리와 성내지 않는 착한 뿌리와 어리석지 않은 착한 뿌리다. 이것을 착한 성질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성질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삼매의 여덟 가지 길이다. 이것을 바른 성질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결정된 성질인가. 이른바 괴로움을 알고, 괴로움의 원인을 알며, 괴로움의 사라짐을 알고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알며, 착한 성질을 알고 나쁜 세계를 알며, 결정된 성질을 아는 것이니, 이것을 결정된 성질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 세 가지 성질 중에서 삿된 성질과 결정되지 않은 성질은 멀리하고 바른 성질을 받들어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탐내는 생각, 성내는 생각,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세 가지 생각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탐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일 성내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닭이나 개나 뱀이나 독사 따위의 축생으로 태어날 것이다. 만일 해치려는 생각을 가지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귀로 태어나 온 몸이 불타면서 그 고통은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생각이 있으면 지옥과 아귀와 축생 세계에 난다는 것이다.
다시 세 가지 생각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 해치려 하지 않는 생각, 성내지 않는 생각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탐욕을 벗어나려는 생각이 있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이 인간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만일 해치려는 생각이 없으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저절로 천상에 날 것이다. 만일 죽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는 목숨을 마칠 때에 다섯 가지 결박을 끊고 거기서 반열반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생각이다. 항상 생각하고 수행하여 그 세 가지 나쁜 생각에서 멀리 떠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지주와 바쿨라와 소오나와
바제와 역순(逆順)의 향과
어리석음과 세상과 세 불선과
세 가지 성질과 가짐은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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