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25권

다르마 러브 2012. 7. 16. 22:51

 

증일아함경 제 二十五권

 

제 三十三 오왕품(五王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을 우두머리로 한 다섯 나라의 왕은 동산에 모여 변론하고 있었다. 그 다섯 왕이란 이른바 프라세나짓 왕, 빔바사아라 왕, 우데나 왕, 악생 왕(惡生王), 우타연 왕이었다.

그 다섯 왕은 한 곳에 모여 이렇게 변론하였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탐욕을 말씀하셨다. 그 다섯이란 이른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매우 사랑하고 잊지 못한다. 그것은 세상 사람이 바라는 것이다. 혹은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닿임을 아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이 다섯 가지 탐욕을 말씀하셨다.

그러면 이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 것인가.

눈으로 빛깔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코로 냄새를 맡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혀로 맛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몸으로 닿임을 아는 것이 가장 즐거운가.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가.”

그 중의 어떤 왕은 빛깔이 가장 즐겁다 하고 어떤 왕은 소리가 가장 즐겁다 하며 어떤 왕은 냄새가 가장 즐겁다 하고 어떤 왕은 맛이 가장 즐겁다 하며 어떤 왕은 닿임이 가장 즐겁다 하였다.

그 중에서 빛깔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이는 우타 왕이요, 소리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 이는 우데나 왕이며 냄새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 이는 악생 왕이요, 맛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이는 프라세나짓 왕이며 닿임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 이는 빔비사아라 왕이었다.

그 때에 다섯 왕은 말하였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 즐거움을 변론하였다. 그러나 어느 것이 가장 즐거운지 알 수 없구나.”

프라세나짓 왕은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이 가까운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신다. 우리는 다 같이 세존께 가서 그 뜻을 여쭈어 보자. 그래서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면 우리는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여러 왕들은 프라세나짓 왕의 말을 듣고 다 같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프라세나짓 왕은 다섯 가지 즐거움에 대해 변론한 일을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러 왕들의 주장은 제각기 다 일리가 있소. 왜 그러냐 하면 대개 그 사람의 성행이 빛깔에 깊이 집착하면 아무리 그것을 보아도 싫증을 내지 않소. 그래서 그에게는 빛깔이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그보다 나은 것이 없소. 그 때에 그는 소리나 냄새, 맛, 닿임에는 집착하지 않고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빛깔이 가장 즐겁다고 하는 것이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소리에 집착하오. 그는 그 소리를 듣고는 매우 기뻐해 싫증을 내지 않소. 그에게는 소리가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가운데서 소리를 가장 즐겁다고 하는 것이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냄새에 집착하오. 그는 그 냄새를 맡고는 매우 기뻐해 싫증을 내지 않소. 그에게는 냄새가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가운데서 냄새를 가장 즐겁다고 하는 것이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맛에 집착하오. 그는 그 맛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여 싫증을 내지 않소. 그에게는 맛이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가운데서 맛을 가장 즐겁다고 하는 것이오.

또 어떤 사람의 성행은 닿임에 집착하오. 그는 그 닿임을 알고는 매우 기뻐하여 싫증을 내지 않소. 그에게는 닿임이 가장 즐거운 것이어서 다섯 가지 즐거움 가운데서 닿임을 가장 즐겁다고 하는 것이오.

또 만일 그의 마음이 빛깔에 집착하면 그 때에 그는 소리, 냄새, 맛, 닿임에는 집착하지 않소. 또 그의 성행이 소리에 집착하면 그 때에 그는 빛깔, 냄새, 맛, 닿임에는 집착하지 않소. 또 그의 성행이 냄새에 집착하면 그 때에 그는 빛깔, 소리, 맛, 닿임에 집착하지 않소. 또 그의 성행이 닿임에 집착하면 그 때에 그는 빛깔, 소리, 냄새, 맛에는 집착하지 않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고자 하는 마음 왕성할 때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것을 이루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그 욕망 이름으로써

탐하는 마음은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 가장 즐겁다 한다.

 

또 만일 소리를 들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소리 듣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이 소리 들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은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 가장 즐겁다 한다.

 

또 만일 냄새를 맡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냄새 맡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이 냄새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은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 가장 즐겁다 한다.

 

또 만일 그 맛을 맛볼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맛을 맛보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그 맛을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은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 가장 즐겁다 한다.

 

또 만일 닿임을 느낄 때에는

그 욕망 기어코 이루려고 하나니

그 닿임 얻고는 더욱 기뻐해

원하는 일에 대해 의심이 없다.

 

그는 이 닿임 얻음으로써

탐하는 마음은 풀리지 않아

그것으로써 기쁨을 삼나니

그를 따라 그것 가장 즐겁다 한다.

 

“그러므로 대왕들이여, 만일 빛깔을 훌륭하다고 말하려 하거든 공평하게 그것을 말해야 하오. 왜 그러냐 하면 빛깔에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오. 만일 빛깔에 재미가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집착하지 않을 것이오.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서 빛깔을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빛깔에는 또 허물이 있소. 만일 빛깔에 허물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기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또 빛깔에는 해탈이 있소. 만일 빛깔에 해탈이 없었다면 이 중생들은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거기에 해탈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빛깔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또 대왕들이여, 만일 소리를 훌륭하다고 말하려 하거든 공평하게 그것을 말해야 하오. 왜 그러냐 하면 소리에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오. 만일 소리에 재미가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집착하지 않을 것이오.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서 소리를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소리에는 허물이 있소. 만일 소리에 허물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기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또 소리에는 해탈이 있소. 만일 소리에 해탈이 없었다면 이 중생들은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거기에 해탈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소리가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대왕들이여, 알아야 하오. 만일 냄새가 훌륭하다고 말하려 하거든 공평하게 그것을 말해야 하오. 왜 그러냐 하면 냄새에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오. 만일 냄새에 재미가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집착하지 않을 것이오.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서 냄새가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냄새에는 허물이 있소. 만일 냄새에 허물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기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또 냄새에는 해탈이 있소. 만일 냄새에 해탈이 없었다면 이 중생들은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거기에 해탈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냄새가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또 대왕들이여, 만일 맛을 훌륭하다고 말하려 하거든 공평하게 그것을 말해야 하오. 왜 그러냐 하면 맛에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오. 만일 맛에 재미가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집착하지 않을 것이오.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서 맛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맛에는 허물이 있소. 만일 맛에 허물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기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또 맛에는 해탈이 있소. 만일 맛에 해탈이 없었다면 이 중생들은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거기에 해탈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맛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또 대왕들이여, 알아야 하오. 만일 닿임을 훌륭하다고 말하려 하거든 공평하게 그것을 말해야 하오. 왜 그러냐 하면 닿임에 재미가 없었다면 중생들은 마침내 집착하지 않을 것이오. 거기에 재미가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서 닿임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나 닿임에는 허물이 있소. 만일 닿임에 허물이 없었다면 중생들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오. 거기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오.

또 닿임에는 해탈이 있소. 만일 닿임에 해탈이 없었다면 이 중생들은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오. 거기에 해탈이 있기 때문에 중생들은 두려움이 없는 열반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닿임이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들이여, 제가 즐겨 하는 데에 마음이 집착하는 것이오. 대왕들이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하오.”

그 때에 왕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 성안에 사는 월광(月光) 장자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코끼리와 말과 일곱 가지 보배가 모두 풍족하고 금, 은의 보배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장자는 하늘과 귀신(神)에게 빌었다. 즉 해, 달, 하늘 신, 땅 신, 귀자모(鬼子母), 네 천왕, 스물 여덟 귀신의 왕, 제석천, 범천, 산신, 목신, 다섯 길의 신과 나무와 약풀 따위에 두루 귀의하여 아들 하나 점지해 주기를 빌었다. 며칠 뒤에 그 장자 부인은

“나는 아기를 배었습니다.”고 말하였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곧 부인을 위해 좋은 자리를 펴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혔다.

八, 九개월이 지나 부인은 아들을 낳았다.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었고 복숭아꽃 빛처럼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아이는 두 손에 값할 수 없는 마니 구슬을 쥐고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보물과 곡식 등

이 집에는 재물이 많다

나는 이제 그것을 보시해

가난한 이를 없게 하리라.

 

보물과 곡식 등

그런 재물 없어지면

값할 수 없는 구슬 여기 있나니

그것으로 항상 보시하리라

 

그 부모와 집 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달아났다.

“어쩌면 이 귀신 종자를 낳았느냐.”

그러나 그 부모는 아이를 가엾이 여겨 달아나지 않았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이냐 건달바냐

귀신이냐 나찰이냐

너는 누구며 성명은 무엇이냐

나는 그것을 알고자 한다.

 

아이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나 건달바 아니요

또 귀신이나 나찰도 아니다

나는 우리 보모에게 났다

나는 사람이다 의심치 말라.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월광 장자에게 이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때에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것은 무슨 인연일까. 나는 이 일을 저 니르그란타에게 물어 보리라’고. 곧 그 아이를 안고 니르그란타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 간의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니르그란타는 이 말을 듣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박복하다. 그 몸에 아무 이익이 없다. 죽여 버려야 한다. 만일 이것을 죽이지 않으면 온 집안이 망하고 또 다 죽고 말 것이다.”

월광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자식이 없었다. 그 때문에 천지에 빌고 어디에나 빌어 몇 해가 지난 뒤에 이 아이를 낳았다. 나는 이 아이를 차마 죽일 수 없다.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물어 보아 내 의심을 풀리라’고.

그 때에 여래께서는 성불하신 지 오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큰 사문이라고 일컬었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실을 저 큰 사문에게 말해 보리라’고.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안고 세존에게로 가다가 도중에서 다시 생각하였다. ‘저 장로 범지는 나이 六十이 넘었고 총명하고 지혜로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런 사람도 이것을 모르는데 하물며 저 사문 고오타마는 아직 나이 젊고 도를 배운 지 오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일을 알겠는가. 아마 그도 내 의심을 풀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 때에 일찍부터 장자와 친한 어떤 천신이 있었다. 그는 장자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장자는 앞으로 나아가라. 반드시 큰 성과를 얻을 것이요, 또 단 이슬이 내리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단 이슬을 내리신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장자여, 네 가지 작은 것이 있다. 그러나 작다고 하여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다. 그 넷이란 무엇인가. 국왕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요, 불은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며 용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요, 도를 배우는 이는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넷’이니라”

천신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국왕은 아무리 나이 어려도

그 법을 따라 사람 죽인다

작은 불씨는 성하지 못해도

끝에는 온 산의 초목 태운다.

 

신령한 용은 작게 보여도

그 때를 맞춰 비를 내리고

배우는 이는 나이 어려도

한량없는 사람을 건지느니라.

 

때에 장자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세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큰복이 있다. 장차 자라면 五백 제자를 데리고 내게 와서 중이 되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될 것이요, 내 성문 중에서 복덕이 제일이어서 아무도 그를 따를 이가 없을 것이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 말씀은 저 니르그란타 말과 다르나이다.”

장자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이 아이를 가엾이 여겨 비구들과 함께 내 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는 집에 돌아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이른 아침에 몸소 가서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슈라아바스티이 성으로 들어가 장자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는 세존과 비구 중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곧 갖가지 장만한 음식을 손수 돌리면서 한결같이 마음은 기뻤다.

공양이 끝나자 바루를 거두고 깨끗한 물을 돌린 뒤에 다시 작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장자는 사뢰었다.

“나는 이제 우리 집과 농사를 모두 이 아이에게 주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아이 이름을 지어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아이가 처음 났을 때에 사람들은 모두 동서로 달아나면서 ‘저것은 시바라 귀신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시바라’라고 이름하라.”

세존께서는 장자 부부를 위해 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근심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장자 부부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다시 의심이 없는 것을 보시고 여러 부처님이 늘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장자를 위해 설법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장자 부부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흰 천은 쉽게 물들어 빛깔이 되는 것처럼 장자 부부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법을 보고 법을 분별하여 망설임이나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여래의 심오한 법을 이해하고 곧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문장에는 게송이 제일이 되며

왕은 사람 중의 높은 이요

바다는 모든 물의 근원이 되며

달은 별 가운데 제일 밝은 것

해와 밝은 빛 중의 제일이 된다.

 

四방과 八방과 또 위와 아래의

거기서 태어난 모든 중생들

만일 그 복을 구하려 하면

부처가 거기서 가장 높나니.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이 때에 장자는 五백 동자를 구해 시바라를 모시게 하였다. 시바라는 나이 二十이 가까워 그 부모에게 가서 사뢰었다.

“원컨대 부모님은 제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부모는 곧 허락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세존께서 전에 예언하시기를 ‘장차 五백 동자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 와 사문이 될 것이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시바라와 五백 동자들은 부모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들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에 한쪽에 섰다.

그 때에 시바라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곧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셨다. 그는 며칠이 못되어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이 맑게 트이고 여덟 가지 해탈을 두루 갖추었다.

이 때에 五백 동자들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사문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들도 중이 된 지 며칠이 못 되어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시바라는 슈라아바스티이의 본국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고 우러러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 네 가지로 공양하였다. 시바라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본국에 돌아와 있으매 매우 시끄럽다. 이제 세상에 나아가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리라’고.

존자 시바라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다시 좌구를 챙기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제타숲 절을 떠나 五백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세상에 나가 노닐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으로 공양하였다.

“지금 존자 시바라는 아라한이 되어 복덕이 제일이요. 五백 비구를 데리고 세상에서 노닐고 있다. 여러분들은 가서 공양하라. 지금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때에 존자 시바라는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이 공양들이 매우 귀찮다. 어디로 피해 사람들로 하여금 내 있는 곳을 모르게 할까’고. 그는 곧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하늘들은 다시 여러 촌락에 알렸다.

“지금 존자 시바라는 이 산 속에 있다. 너희들은 가서 공양하라. 지금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 때에 사람들은 이 하늘 말을 듣고 곧 음식을 가지고 존자 시바라에게 갔다.

“원컨대 존자 시바라님은 저희들을 위해 저희들에게 와서 계십시오.”

시바라는 다시 세상에 노닐면서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으로 가서 큰 비구 五백인과 함께 있었다. 거기서도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의 공양을 받았다. 존자 시바라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아무도 내 있는 곳을 모르게 할까’고. 또 생각하였다. ‘저 깃자쿠아타 산 동쪽에 있는 광보산(廣普山) 서쪽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자’고. 그는 곧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그 산에 가서 여름 안거를 지냈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시바라의 심정을 짐작하고 곧 신통으로 산 속에다 부도(浮圖)를 만들었는데 과수원과 수목들이 모두 갖추어졌다. 그 주위에는 목욕 못이 있고 五백 누각과 五백 평상과 五백 작은 평상과 五백 노끈 평상을 신통으로 만들고 또 하늘의 단 이슬로 공양하였다.

그 때에 존자 시바라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름 안거를 마쳤다. 여래님을 뵈온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지금 가서 뵈오리라’고. 그는 곧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로 갔다. 때는 한창 더운 철이어서 비구들은 모두 땀을 흘려 몸이 더러워졌다. 그 때에 시바라는 생각하였다. ‘지금 비구들은 매우 더워한다. 조금이라도 구름이 끼이고 보슬비가 왔으면 좋겠다. 또 목욕 못이 있고 장을 얻었으면.’

이렇게 생각하자 하늘에는 큰 구름이 끼이고 보슬비가 내리며 목욕 못이 나타났다. 또 바이슈라마나 천왕이 보낸 비인(非人) 네 사람은 단 장을 지고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이 단 장을 받아 중들에게 주소서.”

그는 그 장을 받아 중들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

그 때에 시바라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여기서 쉬어야 하겠다’고. 때에 제석천왕은 시바라의 생각을 알고 곧 길가에 五백 개 방을 신통으로 지었다. 평상과 침구도 모두 갖추어졌다. 여러 하늘들은 음식을 바쳤다. 시바라는 공양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때에 존자 시바라의 숙부가 슈라아바스티이 성안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아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탐욕이 많고 인색해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부처와 법과 중을 믿지 않으며 공덕을 짓지 않았다. 그 친척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장자는 그 재물을 어디다 쓸 것인가. 왜 후세의 양식을 장만하지 않는가.”

장자는 이 말을 듣고 하룻동안 백천냥 금으로 외도 바라문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세 분 부처, 법, 중에게는 보시하지 않았다. 존자 시바라는 그 숙부가 백천냥 금을 외도들에게 보시하면서 세 분에게는 보시하지 않는 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에 존자 시바라는 제타숲 절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그 날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그 숙부 집에 이르러 문 밖에서 잠자코 서 있었다. 장자는 존자 시바라가 문 밖에서 걸식하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너는 왜 어제 오지 않았느냐. 나는 어제 백천냥 금으로 보시하였다. 나는 담요 한 장을 너에게 보시하리라.”

시바라는 대답하였다.

“나는 담요가 필요 없소. 밥이나 주시오.”

“나는 어제 백천냥 금을 보시하였다. 이제는 보시할 수 없다.”

시바라는 장자를 제도하려고 곧 공중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마음대로 신통을 부렸다. 장자는 이 조화를 보고 말하였다.

“내려와 자리에 앉아라. 이제 보시하리라.”

시바라는 곧 신통을 버리고 이내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장자는 추하고 나쁜 음식을 시바라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존자 시바라는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 음식에 자유로웠지마는 다만 그 장자를 위해 그 음식을 받아먹었다. 시바라는 그것을 먹고 돌아갔다.

그 날 밤에 하늘에서 천신이 내려와 장자에게 말하였다.

 

좋은 보시는 곧 큰 보시니라

저 시바라 존자에게 보시하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이요

욕망 끊으면 의심이 없느니라.

 

또 새벽에도 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좋은 보시는 곧 큰 보시니라

저 시바라 존자에게 보시하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이요

욕망 끊으면 의심이 없느니라.

 

장자는 이 하늘 말을 듣고 곧 생각하였다. ‘내가 어제는 백천냥 금으로 외도에게 보시하여도 이런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쁜 음식으로 시바라에게 보시하였더니 이런 반응이 있다. 날이 언제 밝을 것인가. 나는 백천냥 금으로 저 시바라에게 보시하리라’고. 장자는 그 날로 온 집안을 뒤지어 백천냥 금 값어치 되는 물건을 가지고 시바라에게 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백천냥 금을 시바라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이 백천냥 금을 받으소서.”

시바라는 대답하였다.

“장자는 무궁한 복을 받고 저절로 장수하리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비구로서 백천냥 금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소.”

때에 장자는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시바라 비구로 하여금 이 백천냥 금을 받게 하소서. 나는 그로써 복을 짓겠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시바라 비구에게 가서 내가 부른다고 말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시바라에게 가서 여러 말씀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존자 시바라는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장자의 백천냥 금을 받아 그로 하여금 복을 짓게 하라. 그것은 전생의 인연이니 그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시바라는 사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존자 시바라는 곧 게송으로 보시를 읊었다.

 

옷이나 그 밖의 물건 보시해

그에 다른 복과 덕을 구하려 하면

그는 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리라.

 

그는 천상에서 인간에 태어나

생존을 끊고 의심이 없으리니

함이 없는 저 열반 경계는

모든 부처님의 즐기는 바다.

 

보시하기에 어려움이 없으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복 얻으리니

사랑하고 은혜로운 마음을 내어

복을 짓되 게으름 없이 하여라.

 

존자 시바라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백천냥 금을 가져다 내 방에 두어라.”

장자는 존자 시바라의 분부를 받고 그 백천냥 금을 가져다 존자 시바라 방에 두고 이내 떠났다.

그 때에 존자 시바라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모자람이 있는 이는 여기 와서 가져가라. 만일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여기 와서 그것을 가져가고 다른 데 가서 구하지 말라.”

이렇게 서로 전해 여럿에게 알렸다.

이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사뢰었다.

“이 시바라 비구는 과거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장자 집에 태어나되 단정하기 짝이 없고 복숭아꽃 빛처럼 아름답나이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또 손에 구슬을 쥐고 어머니 태에서 나왔나이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五백인을 데리고 여래에게 나아 와 중이 되어 도를 배우면서 여래 세상을 만났나이까. 또 무슨 복을 얻었기에 가는 곳마다 의복과 음식이 저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어, 어떤 비구도 그를 따르지 못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과거 九十一겁 전에 비바시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세존이라 부르는 분이 세상에 나타나 반두국에 노닐면서 六十만 八천 무리들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았다.

그 때에 아야달이라는 범지도 그 나라에 살았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금, 은의 보배와 자거, 마노, 진주, 호박 따위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는 그 나라를 나와 비바시 여래에게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비바시 여래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 때에 아야달은 비바시 여래에게 사뢰었다.

‘원컨대 내 청을 받아 주소서. 나는 부처님과 비구 중께 공양하려 하나이다.’

여래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아야달은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집에 돌아와 갖가지 맛나는 음식을 장만하고 밤중에 생각하였다. ‘나는 갖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타락이 없다. 내일 아침에 성안에 들어가 타락을 파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모두 사리라’고.

그는 이튿날 아침에 좋은 자리를 펴 두고 이내 성문으로 들어가 타락을 찾았다. 마침 그 때에 시바라라는 소치는 사람이 타락을 가지고 제사 지내려 가려고 하였다. 아야달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타락을 팔면 나는 값을 치르리라.’

시바라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것으로 제사 지내려 한다.’

‘너는 하늘에 제사해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그러지 말고 내게 팔면 중한 값을 주리라.’

‘범지는 타락을 사서 어디다 쓰려는가.’

‘나는 지금 비바시 여래와 비구 중을 청했다. 음식은 다 준비되었는데 타락이 없다.’

‘비바시 여래는 모양이 어떤가.’

‘그 여래는 짝할 이가 없다. 계율을 갖추어 청정하고 지혜와 삼매는 천상이나 인간에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다.’

아야달 범지는 이렇게 여래의 덕을 찬탄하였다. 시바라는 그것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범지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타락을 가지고 가서 여래께 보시한 뒤에 하늘에 제사하리라.’

그 때에 아야달은 시바라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지금 바로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왕림하소서.’

여래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아시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아야달 범지 집으로 가시어 제각기 차례대로 앉았다. 사바라는 여래 모습이 세상에 드물어 모든 감관은 담박하고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의 장엄한 것이 해와 달과 같고 또 수미산이 여러 산 위에 뛰어나 그 광명이 멀리 비쳐 그 광명을 받지 않는 것이 없는 것 같음을 보았다. 그는 못내 기뻐해 세존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하였다.

‘만일 여래 공덕이 저 범지의 말과 같으시다면 이 한 병 타락을 중들에게 주어 충분하게 하리라’

때에 시바라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이 타락을 받아 주소서.’

여래께서는 곧 바루를 내밀어 타락을 받으시고 다시 비구들에게 주셨다. 그래도 타락은 남았다. 그 때에 시바라는 세존께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이 남았나이다.’

‘너는 또 그 타락을 부처와 비구들에게 돌려라.’

‘예, 그리하겠나이다.’

시바라는 다시 타락을 돌렸다.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시바라는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은 남아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 타락을 가지고 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들에게 주어 배불리 먹게 하라.’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 타락을 가지고 저 시주들에게 주라.’

‘그리하겠나이다.’

그는 곧 나가 시주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타락은 남아 있었다. 다시 거지와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다.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그는 돌아와 여래께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은 남아 있나이다.’

때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그 타락을 가져다 깨끗한 땅이나 물에 쏟아라.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아직 여래를 제하고는 어떤 하늘이나 사람도 그 타락을 소화시킬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시바라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그 타락을 가져다 물에 쏟았다. 때에 물 속에서 큰 불꽃이 일어나 수십 길이나 치솟았다. 시바라는 그 변괴를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는 돌아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서서 서원을 세웠다.

‘이 타락을 가지고 네 무리에게 보시함으로써 만일 거기에 복덕이 있으면 그 복으로 말미암아 여덟 가지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 말고 가난한 집에 나지 말며, 나는 곳마다 여섯 가지 감관을 원만히 갖추고 얼굴은 단정하며 또 집에 있지도 말며,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분을 만나게 하여지이다’고.

비구들이여, 알라. 또 三十일 겁 전에는 시기 여래가 세상에 나오셨다. 그 여래는 야마(野馬) 세계를 교화하시면서 큰 비구 十만 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그 여래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성안에는 선재(善財)라는 큰상인(商人)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시기 여래가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얼굴은 단정하며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은 장엄하여 낯이 해와 달과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매우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세존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좋은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걸어 한 조각 정성을 표하면서 두루 서원을 세웠었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에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모자람이 없고 손안이 빌 때가 없게 되며 내지 어머니 태 안에서도 또한 비지 않게 하여지이다’고.

또 그 겁 동안에 비사라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세존이라 부르는 분이 나오셨다. 그 때에 선각(善覺)이라는 장자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비사라바 여래, 아라한, 다 올게 깨달은 이와 그 비구 중을 청하였다. 그에게는 시중꾼이 없어 몸소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해 여래께 공양하면서 서원을 세웠었다.

‘나는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항상 거룩한 세 분을 만나고 가난하지 않으며 언제나 시중꾼이 많고 미래 세상에서도 오늘처럼 여래를 만나게 하여지이다’고.

또 그 현겁 동안에 구루손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그 때에 다재(多財)라는 장자도 구루손 여래를 청해 이렛동안 그 부처님과 비구들께 공양하고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으로 공양하면서 서원을 세웠었다.

‘나는 곳마다 항상 재물과 보배가 많아 빈천한 집에 나지 말고 언제나 네 가지 공양을 받으며 네 무리와 국왕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하늘, 용, 귀신, 비인들의 대접을 받게 하여지이다’고.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의 아야달 비구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저 월광 장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소치는 사람으로서 타락으로 부처님께 공양한 시바라는 지금의 저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선재 상인을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선각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시바라 비구는 이런 서원을 세웠었다. 즉

‘나는 곳마다 언제나 단정하여 짝이 없고 항상 부귀한 집에 태어나며 미래 세상에서도 세존님을 만나고 나를 위해 설법하는 이는 곧 해탈을 얻어 집을 나와 사문이 되게 하여지이다’고. 그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금 시바라 비구는 부귀한 집에 태어나 단정하기 짝이 없으며 지금 나를 만나 곧 아라한이 되었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알라. 다시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흩은 그 공덕으로 어머니 태 안에 있으면서 손에 두 개 구슬을 쥐고 어머니 태에서 이 세상에 나왔다. 그 구슬이 이 남섬부주의 값어치가 된다. 그는 세상에 나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구루손 여래를 다시 청하고 많은 시중꾼을 가지게 하여지이다’고.

그래서 지금 五백 무리를 데리고 내게 와서 중이 되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었다. 또 이렛 동안 구루손 여래께 공양하고 네 가지 공양을 얻기를 구해 지금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이 모자람이 없다. 그런 공덕으로 다른 비구로서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제석천왕은 친히 와서 공양해 그 필요한 것을 이바지하였고 또 하늘들은 여러 촌락에 알려 네 무리들로 하여금 시바라의 있는 곳을 알게 한 것은 다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제자 중에서 복덕으로 첫째가는 이는 시바라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싸우기 잘하는 건장한 다섯 사람이 있다. 어떤 다섯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가다가 멀리서 일어나는 티끌만 보아도 곧 두려워한다. 이것이 첫째 군인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들어 갈 때에 일어나는 티끌을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높은 깃대만 보면 곧 두려워해 감히 싸우지 못한다. 이것이 둘째 군인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갈 때에 일어나는 티끌이나 높은 깃대를 봐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화살을 보면 곧 두려워해 감히 싸우지 못한다. 이것이 셋째 군인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갔을 때에 일어나는 티끌이나 높은 깃대나 화살을 봐도 두려워하지 않고 전장에 들어가 적에게 붙잡히거나 혹은 목숨이 끊긴다. 이것이 넷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갈 때에 일어나는 티끌이나 높은 깃대나 화살이나 적에게 잡히거나 혹은 죽게 되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적군의 진지를 부수고 백성들을 놓치지 않고 거느린다. 이것이 다섯째 군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이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느니라.

지금 이 비구들 중에도 다섯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있다. 어떤 다섯 종류인가. 어떤 비구는 다른 촌락에서 논다. 그는 그의 촌락의 어떤 부인은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은 복숭아꽃 빛과 같다는 말을 듣고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그 촌에 걸어가 걸식하다가 그 여자의 짝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곧 욕심을 내어 세 가지 법옷을 버리고 계율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저 첫째 군인이 티끌을 조금 보고 곧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 비구도 그와 같다.

또 어떤 비구는 어떤 촌락에 단정하고 짝이 없는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걸어가 걸식하다가 그 여자를 보아도 욕심은 내지 않고 다만 그 여자와 서로 희롱하고 말을 걸어 왕래한다. 그 희롱으로 말미암아 법옷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저 티끌을 보고는 두려워하지 않다가는 높은 깃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하는 둘째 군인과 같다. 이 비구도 그와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떤 촌락에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고 복숭아꽃 빛 같은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걸어가 걸식한다. 그는 그 여자를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고 서로 희롱하면서도 욕심을 내지 않다가 그 여자와 주먹으로 서로 때리거나 손을 비틀거나 하는 동안에 곧 욕심을 내어 세 가지 법옷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가 가정을 만든다. 그것은 저 셋째 군인이 전장에 나가 티끌을 보거나 높은 깃대를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화살을 보고는 곧 두려워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떤 촌락에 얼굴이 단정해 세상에 드문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걸어가 걸식한다. 그는 그 여자를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고 서로 말을 걸어도 욕심을 내지 않다가, 서로 손을 비트는 동안에 곧 욕심을 내지마는 법옷을 버리고 가정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것은 저 넷째 군인이 전장에 나가 적에게 잡히거나 혹은 목숨을 잃고 돌아오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또 어떤 비구는 어떤 마을에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걸어가 걸식한다. 그는 그 여자를 보아도 욕심을 내지 않고 서로 농담하거나 손을 잡아 보아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 때에 그 비구는 이 몸 속의 서른 여섯 가지 나쁘고 더러운 물건을 관찰하고 ‘무엇이 여기에 집착하는가. 무엇 때문에 욕심이 생기는가. 이 욕심은 어디서 머무는가. 머리에서 나오는가, 형체에서 나오는가’고.

그 온갖 것을 아무리 관찰해 보아도 그것은 존재하는 것이 없다. 머리에서 발에까지도 그와 같다. 五장(臟)이 붙어 있는 것도 상상할 수 없고 또 생긴 곳도 없다. 그 인연의 근본을 관찰해 보아도 좇아 온 곳이 없다. 그는 생각한다. ‘이 욕심은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나는 보았다’고. 그는 이렇게 보고는 탐욕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존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이내 해탈하였다는 지혜가 생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안다. 이것은 저 다섯째 군인이 많은 적군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돌아다니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말한다. ‘이 사람은 애욕을 버리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들어가 열반성에 이르게 되었다’고.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애욕아 나는 너의 근본을 안다

너는 생각[思想]을 의지해 생긴다

그러나 나는 생각 내지 않나니

그러면 너도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음행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라고 관(觀)하고 색욕을 버리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군인이 있다. 어떤 다섯 종류인가.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간다. 그는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하여 감히 그 큰 진터로 들어가지 못한다. 이것이 첫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군인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간다. 그는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북치는 소리를 듣고 곧 두려워한다. 이것이 둘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간다. 그는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북치는 소리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높은 깃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하여 감히 나가 싸우지 못한다. 이것이 셋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간다. 그는 일어나는 먼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북치는 소리를 듣거나 높은 깃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다가 적군에게 잡히어 목숨이 끊긴다. 이것이 넷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간다. 그는 모두 무찌르고 넓은 땅을 점령한다. 이것이 다섯째 군인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세상에는 다섯 종류의 비구가 있다. 어떤 다섯 종류인가. 어떤 비구는 촌락에 산다. 그는 어떤 여자가 단정하기 짝이 없고 복숭아꽃 빛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감관의 문을 지키지 않고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여자를 보면 곧 욕심을 내어 계율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저 첫째 군인이 먼지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곧 두려워해 감히 싸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촌락에 산다. 그 마을에 어떤 여자가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은 복숭아꽃 빛 같다는 말을 듣고 곧 계율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저 둘째 군인이 북 소리만 듣고도 감히 싸우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또 어떤 비구는 촌락에 산다. 그는 어떤 여자가 그 촌락에 있다는 말을 듣고 뜻을 낸다. 그러나 그 여자를 보고는 욕심을 내지 않다가 그 여자와 서로 희롱하는 동안에 곧 계율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저 셋째 군인이 멀리서 깃대를 보고는 곧 두려워해 감히 싸우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셋째 군인이니라.

또 어떤 비구는 촌락에 산다. 그는 그 마을에 어떤 여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지 못한다. 그는 여자의 단정하기 짝이 없는 것을 보고 곧 욕심을 내어 그 여자와 서로 손을 비틀기도 하고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다가 곧 계율을 버리고 흰옷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저 넷째 군인이 전장에 나갔다가 적에게 잡혀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그 촌락에 어떤 여자가 세상에 드물다는 말을 듣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여자를 보아도 욕심을 내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으며, 말을 주고받아도 욕심을 내지 않고 삿된 생각이 없다가 서로 손을 비틀기도 하고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는 동안에 곧 욕심이 일어나 몸과 입과 뜻이 불꽃처럼 흥분한다. 그는 동산으로 돌아가 장로 비구들에게 가서 그런 사실을 고백한다.

‘여러분, 아시오. 나는 지금 욕심이 불꽃처럼 일어나 스스로 억누르지 못하겠소. 소원컨대 설법하여 이 욕심의 더러운 이슬을 벗어나게 하시오.’

그 때에 장로 비구들은 말한다.

‘너는 지금 관찰해 보라. 그 욕심은 무엇을 따라 생기며 무엇을 따라 없어지는가’고. 여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개 욕심을 버리려 하거든 더러움보기[不淨觀]로 그것을 없애고 더러움보기의 도를 닦아야 한다’고.

그 때에 장로 비구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한다.

 

뒤바뀐 생각을 알려고 하면

그것은 불꽃같은 마음 때문이다

온갖 불꽃같은 마음 버려라

거기서 욕심은 그치어 쉬느니라.

 

‘여러분, 알라. 욕심은 생각[想]을 따라 생긴다. 그러므로 생각을 일으키면 곧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여러 가지 재앙을 일으켜 현재에서 고통을 받고 또 후생에서도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다. 만일 욕심을 버리면 현재에서도 괴로움의 갚음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는 지금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이 없으면 곧 욕심이 없어지고 욕심이 없으면 곧 어려운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그 때에 그 비구는 이 설법을 듣고 곧 더럽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였다. 더럽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므로써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해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것은 저 다섯째 군인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가지고 전장에 나가 아무리 많은 적을 보아도 두려움이 없고 비록 해치려는 사람이 오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외적을 무찌르고 다른 세상에 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은 ‘악마의 무리를 부수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고 함이 없는 곳에 이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이 세상의 다섯째 비구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세상에는 이런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깨끗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 생각해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땅을 소제하는 사람으로 다섯 가지가 일이 있으면 공덕을 얻지 못한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대개 땅을 쓰는 사람으로서 거스림 바람을 알지 못하고 순한 바람을 알지 못하며 모으기를 알지 못하고 똥을 치우지 않으며 쓴 곳이 깨끗하지 않으면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땅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섯 가지 일이 있으면 큰 공덕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다시 땅을 쓰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땅을 쓰는 사람으로서 거스림 바람과 순한 바람의 이치를 알고 모을 줄을 알며 치울 줄을 알고 나머지를 남기지 않아 매우 깨끗하면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일은 큰 공덕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앞의 다섯 가지 일은 버리고 뒤의 다섯 가지 법을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탑을 소제하면서도 다섯 가지 공덕을 얻지 못한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어떤 사람은 탑을 소재 하면서 물을 땅에 뿌리지 않고 기왓장이나 조약돌을 치우지 않으며 땅을 고루지 않고 정성을 들여 쓸지 않으며 더러운 것은 치우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땅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섯가지 공덕을 성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탑을 쓰는 사람은 다섯가지 공덕을 성취한다. 어떤 다섯가지인가? 탑을 소제하는 사람으로서 물을 땅에 뿌리고 기왓장이나 조약돌을 치우며 땅을 고루고 정성들여 쓸며 더러운 것을 치우면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일이 있어 공덕을 얻게 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공덕을 얻으려 하거든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늘 나다니는 사람은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늘 나다니는 사람은 법을 외우지 못하고 외우던 법은 잊어버리며 삼매를 얻지 못하고 얻은 삼매는 잃어버리며 법을 듣고도 가지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많이 나다니는 사람은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많이 나다니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얻지 못했던 법을 얻고 이미 얻은 법은 잊어버리지 않으며 많이 들어 능히 가지고 삼매를 얻으며 얻은 삼매는 잃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많이 나다니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많이 나다니지 말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한 곳에 오래 살면 다섯 가지 법답지 않는 일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비구가 한 곳에 오래 살면 집에 집착해 남이 뺏을까 두려워하고 재물에 집착해 남이 뺏을까 두려워하며 재물 모으기를 속인과 같이 하고 친한 이에게 집착해 남이 그 친한 이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늘 속인들과 서로 왕래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한 곳에 오래 사는 사람은 다섯 가지 법답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한 곳에 오래 살지 않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한 곳에 오래 살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집을 탐하지 않고 기루를 탐하지 않으며 재물을 많이 모으려 하지 않고 친척에 집착하지 않으며 속인들과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딴 곳에 오래 살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의 광명못 곁에서 큰 비구들 五백인과 함께 세상에 노닐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멀리서 큰 나무가 불에 타는 것을 보시고 다시 어떤 나무 밑으로 가서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들이여, 차라리 이 몸을 저 불 속에 던질지언정 어떻게 아름다운 여자와 사귀어 놓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차라리 여자와 사귀어 놀고 저 불 속에 몸을 던지지는 않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 불은 독하고 뜨겁기가 말할 수 없고 목숨을 끊는 고통은 한량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사문의 행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컫고 범행을 닦는 사람이 아니면서 범행을 닦는 사람이라 말하며 바른 법을 듣지 못했으면서 바른 법을 들었다고 말하고 맑고 깨끗한 법이 없는 그런 사람은 차라리 저 불 속에 뛰어들지언정 여자와 함께 사귀어 놀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람은 차라리 그 고통은 받을지언정 그 죄로 말미암아 지옥에 들어가 한량없는 고통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냐, 비구들이여, 사람의 예배와 공경을 받겠느냐, 차라리 사람에게 날카로운 칼을 주어 내 수족을 끊게 하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차라리 남의 예배 공경을 받고 사람에게 날카로운 칼을 주어 내 수족을 끊게 하지는 않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수족을 끊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사문의 행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말하고 범행을 닦는 사람이 아니면서 범행을 닦는 사람이라 말하며 바른 법을 듣지 못했으면서 바른 법을 들었다고 맒하고 맑고 깨끗한 행이 없어 선의 뿌리를 끊은 그런 사람은 차라리 몸을 맡겨 날카로운 칼을 받을지언정 계행이 없이는 남의 공경을 받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이 고통은 잠깐이지마는 지옥의 고통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이여. 남의 옷을 받겠느냐,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몸을 감아 싸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차라리 남의 옷을 받고 그 고통은 받지 않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거듭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계행이 없는 사람은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로 그 몸을 감아 쌀지언정 남의 옷은 받지 않아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이 고통은 잠깐이지마는 지옥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이여. 주는 음식을 먹겠느냐, 차라리 뜨거운 쇠사슬을 머금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남이 주는 음식을 먹고 뜨거운 쇠탄자는 머금지 않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 고통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차라리 뜨거운 쇠탄자를 머금을 지언정 계행이 없이 남의 주는 음식은 먹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뜨거운 쇠탄자 머금는 고통은 잠깐이지마는 계행이 없이는 남의 보시를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냐, 비구들이여. 남의 침구를 받겠느냐, 차라리 뜨거운 쇠평상 위에 눕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남의 침구를 받고 뜨거운 쇠평상 위에는 눕지 않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은 사람들은 계행이 없다.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컫고 범행이 없으면서 범행을 닦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차라리 뜨거운 쇠평상 위에 누울지언정 계행이 없이는 남의 보시는 받지 않아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뜨거운 쇠평상 위에 눕는 고통은 잠깐이지마는 계행이 없이는 보시를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내가 오늘 계행이 없는 사람의 나아가는 곳을 본다. 그들은 혹 인간에 나더라도 몸은 바짝 마르고 끓는 피가 얼굴 구멍으로 흘러나와 목숨을 마친다. 그리고 그는 여자와 사귀어 놀지도 못하고 남의 예경을 받지도 못하며 남의 의복, 음식, 침구, 의약도 받지 못한다.

그 계행이 없는 사람은 후생과 전생의 죄를 보지 않고 목숨을 돌보지 않다가 그런 고통을 받는다. 그는 반드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악행을 지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선을 행하는 사람이 나아가는 곳을 본다. 그들은 혹 중독이 되거나 칼에 상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왜 그러냐 하면 그 몸을 버리고 하늘 복을 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드시 좋은 곳에 날 것이다. 그것은 전생에 닥은 선행으로 그 갚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계율의 몸, 선정의 몸, 해탈의 몸, 해탈지견의 몸을 늘 생각해 닦아야 한다. 그래서 금생에서 그 과보로서 단 이슬의 길을 얻고 비록 남에게서 의복, 음식, 침구, 의약을 받더라도 허물이 없으며 또 시주들로 하여금 무궁한 복을 받도록 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에 六十 비구는 번뇌가 다해 뜻이 풀렸고 六十 비구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갔다.

이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다섯 왕과 월광 장자

시바라와 두 가지 싸움

두 가지 소제와 두 가지 행과

가고 머무름에 두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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