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26권

다르마 러브 2012. 7. 16. 23:14

 

증일아함경 제 二十六권

 

제 三十四 등견품(等見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에게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계율을 성취한 비구는 어떤 법을 생각하여야 합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계율을 성취한 비구는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해야 하오. 즉 '이것은 덧없는 것으로서 괴로움이요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또 '이것은 괴로움이요 공(空)이요 <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하오. 다섯 가지 쌓임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몸과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의 쌓임이요, 계율을 성취한 비구로서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면 곧 수다원의 도를 성취할 것이오."

"수다원의 비구는 어떤 법을 생각하여야 합니까."

"수다원 비구도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해야 하오. '이것은 괴로움이요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또 '이것은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하오. 여러분 아시오. 수다원 비구로서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면 사다함의 결과를 성취할 것이오."

"사다함의 비구는 어떤 법을 생각하여야 합니까."

"사다함 비구도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해야 하오. '이것은 괴로움이요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또 '이것은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하오. 사다함 비구로서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면 곧 아나함의 결과를 성취할 것이오."

"아나함 비구는 어떤 법을 생각하여야 합니까."

"아나함 비구도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해야 하오. '이것은 괴로움이요 번민이요 두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또 '이것은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하오. 아나함 비구로서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면 곧 아라한을 성취할 것이오."

"아라한 비구는 어떤 법을 생각하여야 합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당신들 물음은 어찌 그리 심하오. 아라한 비구는 이미 끝나 다시는 업을 짓지 않소. 그래서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여 다섯 가지 길의 나고 죽는 바다로 향하지 않고 다시는 몸을 받지 않으므로 어떤 업도 짓는 일이 없소.

그러므로 여러분, 계율 가진 비구와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은 이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여야 하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의 선인이 살던 사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여래께서는 도를 이루신 지 오래지 않으시고 세상 사람들은 큰 사문이라 일컬었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왕위를 새로 이어 받았었다.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새로 왕위를 이어 받았다. 먼저 석씨 집 딸을 데려와야 하리라. 만일 그들이 내게 딸을 주면 내 마음에 만족하겠지마는 만일 주지 않으면 나는 힘으로 핍박하리라."

프라세나짓 왕은 어떤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카필라바스투의 석씨 집에 가서 내 이름으로 그에게 말하라. '프라세나짓 왕은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 지 몇 번이고 묻습니다'고. 또 그에게 말하라. '나는 석씨 집 딸을 데려 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주면 그 은혜를 생각해 가만있겠지만 만일 어기면 힘으로 핍박하리라'고 하여라."

대신은 왕의 명령을 받고 카필라바스투로 갔다. 그 때에 카필라바스투의 석씨들 五백인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대신은 곧 그들에게로 가서 프라세나짓 왕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프라세나짓 왕은 성심으로 문안드립니다. 기거는 편안하신 지 간절하기 한없습니다. 나는 석씨 집 딸을 데려 오고 싶습니다. 만일 내게 주면 다행이지마는 주지 않으면 힘으로 핍박하리라."

석씨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었다.

"우리는 큰 성받이다. 무엇 때문에 종년 자식과 인연을 맺겠는가."

그들 중의 어떤 이는 '주자'하고, 어떤 이는 '줄 수 없다'하였다.

그 때에 그 석씨들 중에 마하남이라는 이가 있어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화내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저 프라세나짓 왕은 사람됨이 포악하오. 만일 그가 여기 온다면 우리 나라를 모두 부수고 말 것이기 때문이오. 내가 지금 가서 그를 만나 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보리다."

마하남 집 여종에게 한 딸이 있었다. 얼굴이 단정하기 세상에 드물었다. 마하남은 이 처녀를 목욕시킨 뒤에 고운 옷을 입히고 보배깃 수레에 태워 프라세나짓 왕에게 보내면서 아뢰었다.

"이 애는 내 딸입니다. 인연을 맺으소서."

프라세나짓 왕은 그 처녀를 맞아 매우 기뻐해 곧 제일 부인으로 삼았다. 며칠이 되지 않아 부인은 아이를 배었고, 八, 九달이 지나자 사내를 낳았다. 얼굴은 단정하기 짝이 없어 세상에서 뛰어났었다. 왕은 여러 상장이를 모으고 태자를 위해 이름을 지으라 하였다. 상장이들은 왕의 말을 듣고 곧 사뢰었다.

"대왕은 알으소서. 왕께서는 그 부인을 구하셨을 때에 여러 석씨들은 서로 다투었나이다. 혹은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혹은 '줄 수 없다'고 말하며, 이리 저리 엇갈렸[流離]나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 이름을 비유리(毘有離)라 지었나이다."

상장이들은 이름을 지은 뒤에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프라세나짓 왕은 그 태자를 못내 사랑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태자의 나이 八세가 외었을 때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너도 이제는 자랐다. 저 카필라바스투로 가서 사술(射術)을 배워야 하겠다."

왕은 여러 시중꾼을 주고 그를 코끼리에 태워 보냈다. 그는 석씨 마하남에게 가서 말하였다.

"프라세나짓 왕은 나를 여기 보내 사술을 배우게 하였습니다. 원컨대 조부모님은 일일이 가르쳐 주소서."

마하남은 말하였다.

"사술을 배우고 싶거든 잘 배워라."

마하남은 석씨 五백 동자를 모으고 함께 배우게 하였다.

때에 카필라바스투에 큰 강당을 새로 세웠다. 거기는 아직 하늘도 사람도 악마도 혹은 악마 하늘도 머무르지 않았다. 때에 석씨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이제 이 강당은 새로 되었고 그림과 단청도 이미 마쳐 마치 천궁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먼저 여래님과 비구 중을 청해 여기서 공양하고 우리가 무궁한 복을 받도록 하자."

석씨들은 곧 강당 위에 갖가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온갖 유명한 향을 피우고 또 좋은 물을 대고 갖가지 불을 켰다.

때에 유리 태자는 五백 동자를 데리고 강당으로 가서 곧 사자좌에 올라앉았다. 여러 석씨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화를 내어 앞으로 나가 그 팔을 붙잡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각기 꾸짖었다.

"이 종년의 자식아, 하늘도 사람도 아직 여기서 머무른 일이 없는데, 이 종년 자식이 감히 이 안에 들어와 앉다니."

그들은 다시 태자를 붙잡고 때리다가 땅에 매쳤다.

그 때에 유리 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 짓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 때에 호고(好苦)라는 범지 아들이 있었다. 태자는 호고에게 말하였다.

"이 석씨들은 나를 붙들고 이처럼 욕을 보였다. 만일 내가 이 뒤에 왕위를 이어 받거든 너는 이 일을 내게 알려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그로부터 보고는 하루 세 번씩

"석씨들에게 욕 본 것을 기억하소서."

하고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는 다함으로 돌아가나니

과일도 익으면 반드시 떨어지고

모이면 또한 반드시 흩어지고

남[生]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 있다.

 

이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목숨대로 세상에 살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유리 태자는 곧 왕이 되었다.

때에 호고 범지는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대왕은 옛날 석씨들에게 욕보신 것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과거 일을 잘 기억하는구나."

왕은 곧 화를 내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의 주인은 누구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 지금 이 백성을 거느리십니다."

"너희들은 빨리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 군사를 모으라. 나는 지금 석씨 종족을 치러 가리라."

"그리하겠나이다, 대왕이시여."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네 종류 군사를 모았다.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비구들은 유리왕이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유리왕이 오는 길로 나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저 지엽이 무성한 냐그로오다 같은 좋은 나무가 있사온데 왜 이 마른나무 밑에 앉아 계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남보다 낫소."

유리왕은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는 일부러 친족을 위하신다. 나는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자. 저 카필라바스투를 칠 수 없다'고. 유리왕은 곧 하직하고 돌아갔다.

그 때에 호고 범지는 왕에게 아뢰었다.

"과거에 석씨들에게 욕보신 것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라. 나는 지금 카필라바스투를 치러 가리라."

신하들은 곧 네 종류 군사를 모아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가 석씨 종족을 치러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유리왕은 군사를 일으켜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신통으로 길가로 가시어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유리왕은 멀리서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보다 더 좋은 나무가 있사온데 거기 앉지 않으시고 왜 세존께서는 지금 이 마른나무 밑에 앉아 계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남보다 낫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시원하여라

석씨 종족은 부처를 내었다.

저들은 다 내 가지의 잎이어니

그러므로 나는 이 나무 밑에 앉았다.

 

그 때에 유리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저 석씨 종족의 출신이시다. 나는 가서 칠 수 없다. 이것을 그만두고 본국으로 돌아가자.'

유리왕은 곧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갔다.

그 때에 호고 범지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과거에 석씨 종족들에게 욕보신 것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가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마하아 모옥갈라아나는 유리왕이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서서 사뢰었다.

"지금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아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 하나이다. 저는 지금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을 모두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대는 과연 이 석씨들의 전생 인연도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그 전생 인연도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없나이다."

"그대는 돌아가 자리에 앉아라."

"저는 지금 이 카필라바스투를 저 허공에다 옮겨 놓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그대는 이 석씨들의 전생 인연도 허공에 옮겨 둘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소서. 저는 쇠그물로 이 카필라바스투 위를 덮겠나이다."

"어떠냐, 모옥갈라아나야. 그대는 쇠그물로 전생 인연을 덮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는 본 자리로 돌아가라. 지금 이 석씨 종족들은 전생 인연이 이미 다 익었다. 이제는 그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저 허공을 이 땅으로 만들고

또 이 땅을 허공으로 만들려 해도

그것은 다 본디 인연에 매었나니

그 인연은 영원히 안 썩느니라.

 

그 때에 유리왕은 카필라바스투로 갔다. 여러 석씨들은 유리왕이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그들도 네 종류 군사를 모아 한 요오자나 안으로 나가 유리왕과 맞섰다. 석씨들은 한 요오자나 밖에서 멀리 유리왕에게 활을 쏘았다. 화살은 귓구멍을 맞히면서 귀는 다치지 않고, 상투를 맞히면서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 혹은 활을 맞혀 부수고 활줄을 맞히면서도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혹은 갑옷을 맞히고 자리를 맞히며 수레바퀴를 맞혀 부수고 깃대를 맞히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유리왕은 이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화살을 보라. 어디서 오는 것이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저 석씨들이 한 요오자나 밖에서 쏘는 화살이옵니다."

"만일 그들이 마음먹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는 모조리 죽고 말 것이다. 여기서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그 때에 호고 범지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대왕은 두려워 마소서. 저 석씨들은 다 계율을 지킵니다. 벌레도 죽이지 않거늘 더구나 사람을 해치겠나이까. 지금 그대로 나아가면 반드시 저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리왕은 석씨들을 향해 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석씨들은 물러나 성안으로 들어갔다.

때에 유리왕은 성밖에서 외쳤다.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모두 잡아죽이리라."

그 때에 카필라바스투에 어떤 석씨 동자가 있었다. 나이는 十五세요 이름은 사마라 하였다. 그는 유리왕이 성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성위에 올라가 혼자서 유리왕과 싸웠다. 사마 동자는 많은 군사들을 죽였다.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면서 말하였다.

"저것은 어떤 사람인가, 하늘인가 귀신인가 멀리서 보니 어린애 같은데."

그 때에 유리왕은 매우 두려워해 곧 땅 구멍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석씨들은 유리 왕 군사가 패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곧 사마 동자를 불러 말하였다.

"너는 왜 어린애로서 우리 집안을 욕되게 하느냐. 너는 우리 석씨들이 착한 법을 수행하는 줄을 모르느냐. 우리는 벌레도 해치지 않는다. 더구나 사람의 목숨이겠느냐. 우리는 저 군사들을 다 쳐부술 수 있다. 한 사람으로 만 사람을 당적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하였다. '그렇게 되면 무수한 중생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세존께서도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으로서 사람을 죽이면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간다. 만일 인간에 태어나면 수명이 매우 짧다'고. 너는 빨리 떠나라. 여기 있지 말라."

그 때에 사마 동자는 곧 거기서 떠나 다시는 카필라바스투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 때에 유리왕은 다시 성문에 와서 외쳤다.

"빨리 성문을 열라.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석씨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문을 열어 줄까, 열어 주지 말까."

그 때에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석씨들 가운데 있다가 한 석씨 형상으로 변해 여러 석씨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라. 오늘의 곤액을 함께 받지 말라."

때에 석씨들은 곧 성문을 열어 주었다. 유리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석씨 종족 백성들은 너무 많다. 칼로써는 다 죽일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잡아다 땅 속에 다리를 묻은 뒤에 사나운 코끼리로 하여금 밟아 죽이게 하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코끼리를 부려 밟아 죽였다.

유리왕은 또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석씨 여자 중에서 미인 五백 명을 뽑아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미인 五백 명을 뽑아 왕에게 데리고 갔다.

때에 마하남은 유리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 원을 들어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무슨 소원인가."

"나는 지금 물 속에 들어가 있겠소. 내가 더디 나오면 저 석씨들은 모두 도망칠 것이오. 그 때에 내가 나오거든 곧 나를 죽이시오."

"그것 매우 좋다."

마하남은 곧 물 속에 들어가 머리털을 나무 뿌리에 매어 목숨을 마쳤다.

그 때에 카필라바스투에 있던 여러 석씨들은 동문에서 나왔다가 다시 남문으로 들어가고, 혹은 남문에서 나왔다가 도로 북문으로 들어가며, 혹은 서문에서 나왔다가 북문으로 들어가기도 하였다.

때에 유리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할아버지 마하남은 왜 물 속에 숨어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가."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듣고 곧 물 속으로 들어가 마하남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벌써 죽어 있었다. 유리왕은 죽은 마하남을 보자 후회하였다.

"내 할아버지는 이미 목숨을 마쳤다. 그것은 모두 친족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죽을 줄을 미리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이 석씨들을 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에 유리왕은 九천 九十만 명을 죽여 흐르는 피는 강을 이루었었다. 그는 다시 카필라바스투를 불사르고 냐그로오다 동산으로 갔다. 그는 五백 명 석씨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 남편이오, 너희들은 내 아내다 우리는 서로 즐기자."

왕은 팔을 펴 한 여자를 잡고 희롱하려 하였다. 때에 그 여자는 물었다.

"대왕은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왕은 말하였다.

"너와 정을 통하고 싶다."

"내가 왜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습니까."

유리왕은 매우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이 년을 잡아다 손, 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려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그 손, 발을 자르고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五백 여자들은 모두 왕을 욕하면서 말하였다.

"누가 이 몸을 가지고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는가."

왕은 화를 내어 五백 명 여자들을 모두 잡아다 그 손, 발을 자르고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유리왕은 카필라바스투를 모두 부수고 슈라아바스티이를 향해 떠났다.

그 때에 제타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여러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유리왕은 그 풍류 소리를 듣고 물었다.

"저것은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저것은 제타 왕자가 깊은 궁중에서 풍류를 잡히고 즐기는 것이옵니다."

유리왕은 곧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코끼리를 돌려 제타 왕자에게로 가자."

그 때에 그 문지기는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아뢰었다.

"왕은 조금 천천히 걸으십시오. 제타 왕자님은 지금 궁중에서 다섯 가지 즐거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시끄럽게 마십시오."

왕은 곧 칼을 빼어 문지기를 죽였다.

이 때에 제타 왕자는 유리왕이 문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기녀들에게는 말도 없이 곧 문 밖으로 나가 왕을 보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잠깐 들어가 쉬십시오."

유리왕은 말하였다.

"내가 저 석씨들과 싸운 것을 모르는가."

"들었습니다."

"그러면 너는 왜 기녀들과 즐거이 놀면서 나를 돕지 않았느냐."

"나는 중생들 목숨을 차마 죽이지 못합니다."

유리왕은 벌컥 화를 내어 곧 칼을 빼어 제타 왕자를 베어 죽였다. 제타 왕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三十三천에 나 五백 천녀들과 함께 즐거이 놀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눈으로 제타 왕자가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난 것을 보시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인간과 천상의 그 복을 받는

제타 왕자의 그 덕이여

선을 행하면 뒤에 갚음을 받나니

그것은 현재에서 지은 때문이니라.

 

여기서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하는

저 유리왕은 두 곳에서 근심한다

악을 행하면 뒤에 갚음을 받나니

그것은 현재에서 지은 때문이니라.

 

그 복의 공덕을 의지해야 하나니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혹은 혼자서 가만히 지으면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악을 행하면 그 악을 아나니

앞에서 지은 것 뒤에도 그러하다

혹은 혼자서 가만히 지으면

남들이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과 천상에서 그 복을 받아

두 곳에서 함께 복을 받는다

선을 행하면 뒤에 갚음 받나니

그것은 현재에서 지은 때문이니라.

 

여기서도 근심하고 저기서도 근심해

악을 지어 두 곳에서 늘 근심한다

악을 행하면 뒤에 갚음 받나니

그것은 현재에서 지은 때문이니라.

 

이 때에 五백 석씨 여자들은 스스로 여래에게 귀의하고 여래 이름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 나라의 이 성(姓)에서 나시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부처가 되셨나이다. 그러하온데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모진 고통을 받는 것을 전연 보시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왜 보시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맑고 티인 하늘 귀로 여러 여자들이 자기를 향해 청원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다 같이 가서 저 카필라바스투를 보고 또 죽은 친척들을 보자."

"그리하리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카필라바스투로 가셨다. 때에 五백 여자들은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을 보고 모두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였다.

그 때에 제석천왕과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세존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제석천왕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저 여자들은 모두 부끄러워 한다."

제석천왕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석천왕은 곧 하늘 옷으로 그 五백 여자들의 몸을 덮어 주었다.

세존께서는 바이슈라마나 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자들은 오랫동안 굶주리고 목말랐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곧 자연으로 된 하늘 밥을 마련해 그 여자들에게 주어 충분히 먹게 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여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이른바 법이란 다음과 같았다.

"모두는 흩어지는 것이다. 만나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여자들이여, 알라.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다 이 고통과 온갖 번민을 받다가 다섯 가지 길에 떨어지는 것이다. 대개 이 다섯 가지 쌓임의 몸을 받아 나면 반드시 행업을 짓는 것이다. 행업이 있으면 곧 태를 받고 태를 받으면 괴롭고 즐거운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만일 이 다섯 가지 쌓임이 없으면 곧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받지 않으면 남[生]이 없을 것이요, 남이 없으면 늙음이 없을 것이며, 늙음이 없으면 병이 없을 것이요, 병이 없으면 죽음이 없을 것이며, 죽음이 없으면 이 모였다 헤어지는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들이여, 이 다섯 가지 쌓임이 이루어지고 없어지는 변화를 생각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다섯 가지 쌓임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심을 알게 되고, 다섯 가지 욕심을 알면 곧 욕망의 법을 알게 되며, 욕망의 법을 알면 곧 집착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여러 가지 법을 알면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것이요, 태를 받지 않으면 남, 늙음, 병, 죽음이 없어질 것이다."

세존께서는 다시 그들을 위해 차례로 이런 법을 말씀하셨다. 즉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이론과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말씀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지는 것을 아시고 여러 부처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설명하셨다. 그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어 제각기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모두 천상에 났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성 동문으로 나아가 성안에서 연기와 불꽃이 왕성히 일어나는 것을 보시고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어라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나지 않으면 곧 죽지 않나니

이 열반이 가장 즐거움이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저 냐그로오다 동산으로 가자."

모두 자리에 앉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가 냐그로오다 동산이다. 나는 옛날 여기서 여러 비구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 아무도 없구나. 옛날에는 수천만 사람들이 여기서 도를 얻어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었다. 지금부터 나는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설법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가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저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다 없어지고 말 것이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모두 없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는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여래는 지금 예언하기를 '유리왕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군사들과 함께 모두 없어지리라'고 하셨다 한다. 너희들은 바깥 경계를 잘 살펴 보라. 도둑이나 수재나 화재의 변이 우리 나라를 침노해 오지 않는가. 왜 그러냐 하면, 부처님 말은 두 가지가 없다. 그 말은 마침내 틀림이 업식 때문이다."

호고 범지는 아뢰었다.

"왕은 두려워 마소서. 지금 바깥 경계에는 도둑의 두려움도 없고 수재나 화재의 변도 없나이다. 지금 대왕은 마음껏 즐기소서."

유리왕은 말하였다.

"범지여, 알아라. 모든 부처님 말씀은 틀림이 없다."

때에 유리왕은 사람을 시켜 날을 세어 이레가 되자, 이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여러 군사들과 시녀들을 데리고 아틸라 강가에 나가 함께 즐기다가 바로 거기서 밤을 묵었다. 그날 밤중에 갑자기 구름이 일고 사나운 비바람이 쳤다.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모두 떠내려 가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비 지옥에 떨어졌다. 또 하늘 불이 내려와 그 안 궁전을 모두 불살랐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눈으로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이 물에 떠내려 가다가 모두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떨어진 것을 아시고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악을 행하되 못내 심한 것

그것은 모두 몸과 입의 행이다

지금의 몸으로도 고통받지만

타고 날 목숨도 짧을 것이다.

 

만일 집에서 살게 될 때는

그 집은 모두 불에 살리고

만일 목숨을 마치게 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은 지금 목숨을 마치고 어디 가서 났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유리왕은 지금 아비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저 석씨들은 과거에 무슨 인연을 지었기에 지금 저 유리왕의 해침을 받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이 라아자그리하에 한 어촌이 있었다. 마침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풀뿌리를 먹었고, 금 한 되로 쌀 한 되를 바꾸었다. 그 촌에 큰못이 있었고 또 거기는 고기가 많았다. 라아자그리하의 사람들은 그 못에 가서 고기를 잡아먹었다. 그 때에 그 물에는 두 종류 고기가 있었다. 하나는 이름이 구소요 또 하나는 이름이 양설(兩舌)이었다.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전에 이 사람들에게 아무 허물이 없었다. 또 우리는 물에 사는 벌레로서 땅에 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모두 와서 우리를 잡아먹는다. 만일 우리가 전생에 조그만 복이라도 지은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써 원수를 갚자.'

그 때에 그 촌에는 어떤 어린애가 있었다.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이었다. 그는 고기를 잡지도 않고 또 목숨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는 고기들이 언덕 위에서 모두 죽는 것을 보고 매우 재미스러워 하였다.

비구들이여, 알라. 너희들은 그 때의 그 라아자그리하의 사람들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지금의 석씨 종족이 바로 그들이다. 그 때에 그 구소 고기는 지금의 저 유리왕이여, 그 때의 그 양설 고기는 지금의 저 호고 범지요, 그 때에 언덕에서 죽는 고기를 보고 웃던 어린애는 바로 이 나이니라.

그 때에 그 석씨들은 앉아서 고기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무수한 겁을 걸쳐 지옥에 떨어졌고 또 지금에 그 갚음을 받은 것이다. 나는 그 때에 앉아서 바라보고 웃었기 때문에 지금 머리가 아파 돌로 치는 것 같고 또 머리에 수미산을 인 것처럼 무겁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는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온갖 행을 버렸으며 모든 액난을 건넜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런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몸과 입과 뜻의 행을 잘 단속하고 범행을 닦는 이를 생각하고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전에 없었던 다섯 가지 징조가 앞에 나타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꽃갓이 저절로 시들고, 둘째는 옷에 때가 끼며,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본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다섯째는 천녀들이 별처럼 흩어지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천자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다섯 가지 징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그 천자는 몹시 근심하면서 가슴을 치고 부르짖는다. 다른 천자들은 그 천자에게 와서 말한다.

'그대는 지금 좋은 곳에 날 것이다. 좋은 곳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었다.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르기를 생각하라'고. 여러 하늘들은 이렇게 가르치느니라."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三十三천은 어떤 좋은 곳에 나고 어떤 좋은 이익을 얻으며 어떤 좋은 업에 머무르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간 세상이 하늘의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을 얻고 좋은 이익을 얻는 이는 바로 소견을 가진 집에 태어나고 선지식과 함께 일하며 여래의 법안에서 믿음 뿌리를 얻는다. 이것이 이른바 '좋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좋은 업에 편히 머무르는 것인가. 그는 여래 법안에서 믿음 뿌리를 얻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운다. 그는 도를 배움으로써 계행을 두루 갖추고 모든 감관이 원만하여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항상 거닐기를 생각하며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이것이 이른바 '좋은 업에 편안히 머무른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인간 세상은 하늘의 좋은 곳

좋은 친구는 좋은 이익이 되며

집을 떠나는 것 좋은 업 되어

번뇌가 다해 번뇌 없게 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저 三十三천은 다섯 가지 향락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인간 세상이 좋은 곳이 된다. 그래서 그는 여래 앞에서 집을 나와 좋은 이익을 얻어 세 가지 지혜를 얻는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부처, 세존은 모두 인간에서 나왔고 하늘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천상에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구는 사뢰었다.

"비구는 어떤 좋은 곳에 나야 하나이까."

"열반이 곧 비구의 좋은 곳이다. 비구들이 마땅히 방편을 구해 열반에 이르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집을 나온 사문으로서 비방 받을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머리를 기르는 것이요, 둘째는 손톱을 기르는 것이며, 셋째는 옷에 때가 묻은 것이요, 넷째는 적당한 때를 모르는 것이며, 다섯째는 말이 많은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또 말이 많은 이에게는 다섯 가지 허물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남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남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미움을 받는 것이요, 넷째는 거짓말이 많게 되며 다섯째는 남을 싸우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말이 많은 사람은 다섯 가지 허물이 있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이 다섯 가지를 버리고 삿된 생각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五백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빔비사아라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보배깃수레를 장엄하라. 나는 슈라아바스티이로 가서 친히 세존님을 뵈오리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깃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되었나이다. 대왕은 때를 알으소서."

왕은 보배깃수레를 타고 라아자그리하를 나가 슈라아바스티이로 나아가 제타숲 절에 이르렀다. 대개 정수리에 물을 받는 왕의 법에는 다섯 가지 위의가 있다. 왕은 그것을 모두 한쪽에 버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왕은 그 법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소서.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양 드리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었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라아자그리하로 돌아가 궁중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빔비사아라 왕은 한적한 곳에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님과 비구 중들에게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양할 수 있다. 또 빈약한 사람들은 가엾이 여겨야 한다'고. 빔비사아라 왕은 그 날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래님과 비구 중들에게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공양할 수 있고 또 빈약한 사람들은 가엾이 여겨야 한다'고. 너희들은 제각기 차례로 여래님과 비구 중에게 공양하라. 언제나 무궁한 복을 받을 것이다."

그 때에 빔비사아라 왕은 곧 궁문 앞에 큰 강당을 세우고 또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와 세간에 노닐면서 차츰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에 이르렀다. 빔비사아라 왕은 세존께서 라아자그리하의 대숲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보배깃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지금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할 수 있다'고. 그리고 다시 빈약한 집을 생각하고는 곧 신하들에게 말하였나이다. '너희들은 제각기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로 부처님께 공양하라'고. 어떻나이까, 세존이시여. 이것은 옳나이까 옳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오, 대왕이여. 그것은 많은 이익이 있소. 천상과 인간을 위해 좋은 복밭을 만들었소."

"원컨대 세존이시여, 내일은 궁중에 오셔서 공양하소서."

빔비사아라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신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튿날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으로 들어가 왕궁에 이르러 차례로 앉으셨다. 왕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손수 진지하면서 기뻐하고 어지럽지 않았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시자 왕은 바루를 치우고 낮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 앞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그 마음을 기쁘게 하시고, 또 왕과 신하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이른바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이론과 탐심과 음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 중생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다시는 의심이 없음을 알으시고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이렇게 세존께서 설법하시자, 그 자리에서 六十여인은 온갖 번뇌가 사라져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고, 六十명 대신과 五백 명 하늘 사람도 온갖 번뇌가 사라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빔비사아라 왕과 그 백성들을 위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제일이 되고

글 중에는 게송이 으뜸이 된다.

임금은 사람 중의 높은 이요

모든 물은 바다가 그 근원이다

별들 중에는 달이 가장 빛나고

광명 중에는 해가 제일이 된다.

 

위와 아래와 또 사방의

거기에 있는 모든 만물과

하늘과 또 사람 중에는

부처가 가장 높은 이이니

만일에 그 복을 구하려거든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의 사람들은 그 귀하고 천하며 부하고 가난함을 따라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였다. 그래서 세존께서 카란다 대숲 동산에 계시매 그 나라 사람으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성안의 범지들도 차례로 음식을 장만하였다. 범지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는 각각 석 냥씩 돈을 내어 음식을 만들자'고.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의 안에 계두(鷄頭)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는 매우 가난해 달리는 업으로 겨우 살아갔으므로 거기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 여러 범지 속에서 쫓겨났다. 그는 집에 돌아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아시오. 나는 범지들 속에 있지 못하고 쫓겨났소. 돈이 없었던 까닭이오."

아내는 대답하였다.

"저 성안으로 도로 들어가 남에게 빚을 내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에게 말하십시오. '이레 뒤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고 하시오."

범지는 그 아내 말을 따라 곧 성안에 들어가 여러 곳을 다니면서 빚을 구했으나 얻지 못하였다. 도로 그 아내에게 돌아가 말하였다.

"나는 여러 곳에 구했으나 얻을 수가 없었소.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내는 대답하였다.

"라아자그리하의 동쪽에 불사밀다라라는 큰 장사가 있습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습니다. 그에게 가서 빚을 내십시오. '돈 석 냥만 빌려주시면 이레 뒤에는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고 해보시오."

그 범지는 아내 말을 따라 불사밀다라에게 가서 돈을 구했다. '이레 뒤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일 갚지 못하면 우리 부부가 모두 노비가 되겠습니다'고

불사밀다라는 곧 돈을 주었다. 범지는 그 돈을 가지고 돌아와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돈은 얻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아내는 대답하였다.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에게 내십시오."

그 범지는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대중에게 내었다. 범지들은 그 범지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벌써 다 마련하였다. 그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이 대중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범지는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 아내는 말하였다.

"우리는 세존께 가서 이 심정을 호소해 보십시다."

범지는 그 아내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문안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아내도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지는 이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사뢰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와 비구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라."

범지는 그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아내는 말했다.

"부처님의 분부만 받들 뿐 어려워할 것은 없습니다."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님과 비구들은 제 청을 들어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세존 뒤에서 합장하고 모시고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제석천왕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이 범지를 도와 함께 음식을 마련하라."

제석천왕은 대답하였다.

"그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여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헤아릴 수 없는 귀신들을 데리고 세존께 부채질하고 있었다. 제석천왕은 바이슈라마나 천왕에게 말하였다.

"너도 이 범지를 도와 음식 거리를 준비하라."

바이슈라마나는 대답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천왕이여."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제 몸을 숨기고 사람 모양으로 화해 五백 귀신들을 데리고 음식 거리를 준비하였다. 그 때에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귀신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저 전단 숲 속으로 들어가 전단 나무를 가져오라."

쇠부엌에서 五백 귀신들은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자재 천자에게 말하였다.

"바이슈라마나는 지금 쇠부엌을 만들고 부처님과 비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너는 지금 신통으로 강당을 만들어 부처님과 비구들이 거기서 공양하도록 하라."

"그것 매우 좋은 일입니다."

자재 천자는 제석천왕의 말을 듣고, 라아자그리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통으로 일곱 가지 보배, 즉 금, 은, 수정, 유리, 마노, 적주, 자거로 된 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금, 은, 수정, 유리의 네 종류를 만들었다. 금 층계 위에는 은 나무를 만들고 은 층계 위에는 금 나무를 만들었는데, 금뿌리에 은 줄기와 은 가지와 은 잎이었다.

또 금 층계 위에는 은 잎과 은 가지를 만들고 수정 층계 위에는 유리 나무를 만들어 그 갖가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그 사이사이를 장식하고 다시 일곱 가지 보배로 그 위를 덮었다.

四방에는 좋은 금방울을 두루 달았다. 그 방울은 모두 여덟 가지 소리를 내었다. 다시 좋은 평상을 만들어 좋은 자리를 펴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아 세상에서 보기 드물었다.

그 때에 붉은 전단에 불을 붙여 밥을 지었다. 그 향기는 라아자그리하의 十二 요오자나 안에 가득 찼다.

그 때에 마가다의 왕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는 깊은 궁중에서 성장하였지마는 이런 향냄새는 전연 맡지 못하였다. 그런데 라아자그리하에서 무슨 일로 이런 향냄새가 나는가."

신하들은 사뢰었다.

"이것은 계두 범지가 부엌에서 전단을 태우는 향냄새입니다"

빔비사아라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보배깃수레를 장엄하라. 나는 세존께 나아가 그 까닭을 여쭈어 보리라."

신하들은 아뢰었다.

"그리하리이다, 대왕이시여."

빔비사아라 왕은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왕은 쇠부엌에서 五백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이것은 누구를 위해 만드는 음식인가."

귀신들은 사람 모양으로 대답하였다.

"계두 범지가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공양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또 멀리서 높고 넓은 강당을 보고 시자에게 물었다.

"저것은 누가 지은 강당인가. 전에는 없었는데 누가 지었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그 까닭을 모르겠나이다."

빔비사아라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께 가서 그 까닭을 여쭈어 보리라. 세존께서는 모르시는 일이 없고 못 보시는 일이 없다.' 왕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전에는 이 높고 넓은 강당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은 이것을 보나이다. 전에는 이 쇠부엌을 보지 못하였사온데 오늘은 이것을 보나이다. 이것은 누구의 조화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이 쇠부엌은 바이슈라마나 천왕이 만든 것이요, 이 강당은 자재천자가 만든 것이오."

그 때에 왕은 그 자리에서 슬픔과 울음이 북바쳐 어쩔 줄을 몰랐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왜 그처럼 슬피 우오."

왕은 사뢰었다.

"어찌 감히 슬피 울지 않겠나이까. 다만 생각 하오면 뒷세상 사람들은 성인의 나타나심을 뵈옵지 못할 것이옵니다. 미래 사람들은 재물에 집착하여 위엄과 덕이 없어 이런 기이한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보기야 하겠나이까. 지금 여래께서 그런 기이하고 특별한 신통을 세상에 나타내심을 뵈오 매 절로 슬피 울어지나이다."

"미래 세상의 왕이나 백성들은 과연 이런 신통을 보지 못할 것이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때에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계두 범지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른 손을 펴라."

계두 범지는 곧 오른 손을 폈다.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금방망이를 주면서 말하였다.

범지가 그것을 땅에 던지자 그것은 곧 백천 냥 금이 되었다.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말하였다.

"너는 이 금을 가지고 성안에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 가지고 오너라."

범지는 천왕의 분부를 받고 곧 그 금을 가지고 성안으로 들어가 갖가지 음식을 사 가지고 부엌으로 왔다.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범지를 목욕시킨 뒤 갖가지 옷을 주고 손에는 향불을 들리고 말하였다.

"너는 가서 세존께 나아가 '지금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왕림하소서'라고 사뢰어라.

범지는 그 분부를 받고 손에 향로를 들고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왕림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알으시고 가사를 입으시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서 앉으시고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그 때에 범지는 음식은 매우 많은데 중들이 너무 적은 것을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음식은 이처럼 풍족한데 비구승이 너무 적나이다. 어찌하오리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너는 지금 향로를 들고 높은 다락에 올라가 동, 서, 남, 북을 향해 말하라. '모든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로서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다 이 강당에 모이라'고 하여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범지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다락 뒤에 올라가 번뇌가 다한 모든 아라한을 청하였다. 그 때에 동방의 二十一천 아라한은 동방에서 강당으로 오고, 남방의 二十一천과 서방의 二十一천과 북방의 二十一천 아라한은 모두 그 강당에 모였다. 그래서 그 강당에는 八만 四천 아라한이 한 곳에 모였다.

그 때에 빔비사아라 왕은 신하들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또 비구승에게도 예배하였다. 계두 범지는 비구승들을 보고 매우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되 손수 진지하면서 기뻐해 마지못하였다. 그러나 음식은 아직도 남았다. 범지는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부처님과 비구승들에게 돌렸사오나 아직도 음식이 남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라."

"그리하겠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범지는 꿇어앉아 사뢰었다.

"지금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해 이레 동안 공양하고 다시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그 때에 그 대중 속에 사구리라는 비구니는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혹 석가모니 부처 제자의 번뇌가 다한 아라한으로서 여기 모이지 않은 이가 있는가.' 그래서 하늘 눈으로 동방 세계, 남방, 서방, 북방 세계를 두루 살펴보아도 오지 않은 이가 없이 모두 다 모였나이다. 그리고 지금 이 대회에는 순전히 아라한의 참사람들이 모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다, 사구리야. 네 말과 같다. 이 대회에는 순전히 참 사람으로서 동, 서, 남, 북에서 모두 모여 왔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써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비구니 중에서 하늘 눈이 투철한 이로 이 비구니와 같은 이를 보았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보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내 성문 제자로서 하늘 눈의 제일인 이는 이 사구리 비구니이니라."

때에 계두 범지는 이레 동안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으로 성중에게 공양하고 다시 향과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그 꽃들은 허공에서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교로대(交露坮)로 화하였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도 도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그래서 계두 범지는 곧 도를 닦게 되어 모든 감관이 고요해졌고 스스로 그 뜻을 닦아 잠을 없애 버렸다.

비록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잡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그 눈알음도 나쁜 생각이 없어 잡생각으로 달리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잘 보호하였다.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아도 그러했으며 몸으로 닿임을 알아도 보드랍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고 뜻으로 법을 아는 데 있어서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덮는 다섯 가지 결박과 덮개를 없앴다.

사람의 지혜를 없애는 살해할 뜻이 없이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그래서 스스로 살생하지 않고 살생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며 남을 시켜 살생하지도 않았다. 칼이나 몽둥이를 잡지 않고 인자한 마음을 내어 일체 중생을 대하였다. 또 도둑질을 버리고 도둑질할 생각을 내지 않아 그 마음을 깨끗이하였다. 그래서 항상 보시할 마음을 가지며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도둑질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 스스로 음행 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음행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범행을 닦아 깨끗해 더러움이 없었으며 범행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또 스스로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진실을 생각해 거짓으로 세상 사람을 속이는 일이 없으면서 그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또 스스로도 두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두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이 말을 듣더라도 저기 가서 전하지 않고 저기서 저 말을 듣더라도 여기 와서 전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

그 음식에 있어서도 만족할 줄을 알았다. 그래서 그 맛나는 맛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 고운 빛깔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기름지고 깨끗함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다만 그 몸을 지탱하고 목숨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도를 닦아 언제나 함이 없는 곳에 머무르려고 하였다. 그것은 마치 남자나 여자가 부스럼에 고약을 바르는 것은 그 부스럼을 고치기 위해서인 것처럼, 음식에 있어서 만족할 줄 아는 것도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 그는 때로는 밤을 새우면서 도를 닦아 때를 놓치지 않고 서른 일곱 가지 도의 행을 잃지 않았다.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잠덮개를 없애었다. 초저녁에는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잠의 덮개를 없애었고, 밤중에는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고 생각을 매어 밝은 데 두었으며, 새벽에도 앉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그 뜻을 깨끗이 하였다.

그래서 그는 음식에 만족할 줄 알고 거닐기에 때를 놓치지 않으며 탐욕과 더러운 생각을 버리고 어떤 나쁜 행도 없이 첫째 선정에 놀았다. 다시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면서도 모든 생각을 쉬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둘째 선정에 놀았다. 다시 즐거움은 없어지고 보호하는 생각이 청정하여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들이 구하는 바의 보호하는 생각이 청정한 셋째 선정에 놀았다. 그는 다시 괴로움과 즐거움이 없어지고 아무 근심이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보호하는 생각이 청정해 넷째 선정에 놀았다.

그는 또 삼매에 든 마음이 더러움이 없어 청정하고 도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다시 삼매를 얻어 무수한 세상일을 기억하고, 또 과거의 一생, 二생, 三생, 四생, 五생, 十생, 二十생, 四十생, 五十생, 백생, 천생, 만생, 수천만생과 이루어지는 겁, 무너지는 겁,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겁의 일을 기억하였다.

즉 '나는 어디서 났다. 성은 무엇이며 이름은 무엇이었다.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다. 또 목숨의 길고 짧았던 것과 저기서 죽어 여기서 났고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났다'는 그 인연과 본말을 모두 다 알았다.

그는 또 삼매에 든 마음이 더러움이 없어 청정하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중생들의 나는 이와 죽는 이를 모두 보았다. 그는 또 하늘 눈으로 중생들의 나는 이와 죽는 이와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과 혹은 좋고 혹은 추한 것은 다 그 행의 종류를 따른다는 것을 모두 다 알았다.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나쁜 행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며 온갖 삿된 업의 근본을 지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난다. 또 어떤 중생은 몸과 입과 뜻으로 선한 행을 행하고 성현을 비방하지 않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다는 것을 모두 다 알았다.

그는 또 하늘 눈으로 중생들의 좋고 추한 것과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좋은 모양과 나쁜 모양을 관찰해 모두 다 알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또 보시하는 마음이 있고 번뇌가 다한 뒤에는 괴로움을 관찰해 여실히 알았다. 즉 '이것은 괴로움이다.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요, 괴로움의 사라짐이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여실히 알았다.

그는 이렇게 관찰하고는 탐욕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존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는 곧 해탈하였다는 지혜를 얻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았다. 그 때에 계두범지는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존자 계두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될 수 없는 다섯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잃어질 물건은 없어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고, 없어질 법은 없어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으며, 늙는 법은 늙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고, 병드는 법은 병들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으며, 죽는 법은 죽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일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니라. 여래가 세상에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이 법계(法界)는 영원히 머물러 예와 같아서 무너지지 않지만, 잃어버리고 없어졌다는 소리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는 오거나 혹은 가는 것이 있어서 모두 다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법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구해 다섯 가지 뿌리를 닦아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믿음 뿌리, 정진 뿌리, 생각 뿌리, 선정 뿌리, 지혜 뿌리니라.

비구들이여, 이 다섯 가지 뿌리를 수행하면 곧 수다원을 성취하고 집집의 한 가지에서 더욱 나아가 사다함을 성취하며, 거기서 더 나아가 다섯 가지 번뇌를 없애어 아나함을 성취하고 거기서 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 오지 않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고 몸으로 그것을 증득하여 즐겁게 놀면서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아느니라.

그러므로 방편을 구해 앞의 다섯 가지 법은 버리고 뒤의 다섯 가지 뿌리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고칠 수 없는 다섯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 종류인가. 첫째는 아첨하는 사람이니 고칠 수 없고, 둘째는 간사한 사람이니 고칠 수 없으며, 셋째는 입이 나쁜 사람이니 고칠 수 없고, 넷째는 질투하는 사람이니 고칠 수 없으며, 다섯 째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니 고칠 수 없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종류의 사람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간사한 사람, 입 나쁜 사람, 아첨하는 사람

질투하고 은혜를 모르는 사람

이 다섯 사람은 고칠 수 없나니

지혜로운 이 그를 버리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항상 바른 뜻으로 질투를 버리고 위의를 닦으며 법답게 말하고 은혜를 알아야 한다. 만일 은혜를 안다면 작은 은혜도 잊지 않겠거늘 하물며 큰 은혜이겠는가.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가지지 말고 또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않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제석천왕은 三十三천에게 명령하였다. '여러분, 여러분이 아수라와 싸울 때에 만일 아수라가 지고 하늘이 이기거든 너희들은 베파치티 아수라 왕을 잡아 이리 끌고 와서 다섯 매듭으로 그 몸을 묶어라'고.

그 때에 베파치티도 여러 아수라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이 저 하늘과 싸울 때에 만일 너희들이 이기거든 제석천왕을 잡아 결박지어 여기 끌고 오라'고.

비구들이여, 그 때에 이 둘은 서로 싸워 하늘이 이기고 아수라가 졌다. 三十三천은 아수라 왕 베파치티를 잡아 그 몸을 결박지어 제석천왕에게 끌고 와서 중문밖에 두고 다섯 매듭으로 그를 결박 짓는 것을 몸소 보았다.

그 때에 아수라 왕 베파치티는 생각하였다. '이 하늘들의 법은 바르고 아수라의 소행은 법이 아니다. 나는 아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이 천궁에 살으리라'고. 그리고 그는 곧 말하였다.

'이 하늘 법은 바르고 아수라는 법이 아니다. 나는 여기서 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그 몸의 결박이 저절로 없어지고 다섯 가지 향락으로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을 깨달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였다.

'이 하늘은 법이 아니요 아수라 법은 바르다. 나는 三十三천이 쓸 데 없다. 아수라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때에 그 몸은 곧 다섯 매듭으로 묶이었고 다섯 가지 향락은 저절로 사라졌다.

비구들이여, 알라. 결박의 빠르기는 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러나 악마의 결박은 이보다 더 심하니라. 그러나 결박의 악마에게 묶일 때에도 움직이면 묶이지마는 움직이지 않으면 묶이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방편을 구해 마음을 묶이지 않게 하고 한적한 곳을 즐겨 하라. 왜 그러냐 하면 이 모든 번뇌는 악마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만일 비구로서 악마 경계에 있으면 그는 남, 늙음, 병,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또 만일 어떤 비구로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번뇌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걱정, 고통, 번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괴로움의 한계를 말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런 줄 알고 번뇌를 없애어 악마의 경계를 뛰어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없어짐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법이 없어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아아난다야, 몸이란 함이 없는 인연으로서 그런 이름만이 있다. 탐욕도 없고 함도 없는 것을 '아주 없어짐'이라 한다. 그 없어짐이란 '아주 없어짐'을 말하는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함도 없고 지음도 없다. 그것은 다 사라지는 법으로써 탐욕도 없고 더러움도 없다. 그것은 아주 없어지는 것이므로 '아주 없어짐'이라 한다.

아아난다야, 알라. 다섯 가지 쌓임은 함도 없고 지음도 없는 사라지는 법이다. 그 아주 없어지는 것을 '아주 없어짐'이라 한다. 그 아주 없어지는 것을 '아주 없어짐'이라 한다. 그 다섯 가지 쌓임은 영원히 아주 없어져 다시 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없어짐'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생루(生漏) 범지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무슨 인연이 있고 어떤 과거의 행이 있어서 이 중생들로 하여금 없어지고 사라지며 줄어들게 하나이까. 본래 성(城)이 있었는데 오늘은 헐어졌고 본래 사람이 살았는데 오늘은 빈터가 되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알고 싶은가. 그것은 다 사람의 소행이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래 성이 있었는데 오늘에는 무너지게 하고, 본래 사람이 살았는데 오늘에는 빈터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 사람들이 간탐에 묶이고 애욕을 익혀 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람이 때를 맞추지 않고 비가 때를 맞추지 않아 심은 종자들이 자라지 못하여 죽은 사람이 길에 차게 되는 것이다. 범지야, 알라. 이런 인연으로 나라가 무너지고 백성이 번성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다시 범지야, 사람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뇌성, 벽력의 자연의 현상이 생기고 하늘은 우박 비를 내려 묘관을 못쓰게 만든다. 그 때에는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느니라. 다시 범지야, 사람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서로 싸우고 다툰다. 주먹으로 치기도 하고 기왓장이나 돌을 던져 각기 제 생명을 잃느니라.

다시 범지야, 그 백성들이 서로 싸우면 그들은 각각 자리에서 편안하지 못하고 나라 임금도 편안하지 않아 군사를 일으켜 서로 치면서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다. 혹은 칼에 죽고 혹은 창이나 화살에 죽는다. 범지야, 이런 인연으로 백성들은 줄어들고 번성하지 못하느니라.

다시 범지야, 사람들의 소행이 법답지 않으면 하늘과 땅 신으로 하여금 도와줄 기회를 얻지 못하게 하여 재앙과 질병을 만나 자리에 눕게 되되 그것을 항복 받는 이는 적고 병으로 죽는 이는 많느니라.

범지야, 이것이 이른바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백성을 줄어들게 하고 번성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생루 범지는 세존께 사뢰었다.

"고오타마 말씀은 매우 시원하나이다.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치는 진실로 여래 말씀과 같나이다. 본래는 성이 있었는데 오늘에는 허물어졌고, 본래는 사람이 살았는데 오늘에는 빈터가 되었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법답지 않음이 있기 때문에 곧 간탐병이 생기고 간탐병이 생기기 때문에 삿된 업이 생기며 삿된 업이 생기기 때문에 하늘은 때를 맞춰 비를 내리지 않아 五곡은 익지 않고 사람들은 번성하지 않나이다.

그러므로 비법을 행하게 하여 하늘은 재변을 내리어 모판을 못쓰게 만드나이다. 그들은 비법을 행함으로써 간탐병에 집착하고 나라 임금은 편하지 않아 제각기 군사를 일으켜 서로 치면서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래서 나라는 거칠어지고 백성들은 四방으로 흩어지나이다.

세존이시여, 오늘 세존님 말씀은 참으로 즐겁고 유쾌하나이다. 비법으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도 생기나이다. 즉 남에게 붙잡혀 그 목숨이 끊기나이다. 비법으로 말미암아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고 도둑질할 마음을 낸 뒤에는 왕에게 잡혀 죽게 되며 삿된 업을 지음으로써 비인(非人)들이 그 틈을 엿보나이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곧 목숨을 마치게 되어 인민들은 줄어들어 살 만한 성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오늘 말씀은 참으로 간곡하였나이다. 나는 마치 꼽추가 등을 펴고 장님이 눈을 얻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보며 눈 없는 이가 눈을 얻은 것 같나이다. 이제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설법하셨나이다. 저는 이제 거듭 부처님과 법과 중에게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다시는 감히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만일 사문 고오타마께서 내가 코끼리나 말을 탄 것을 보시더라도 저는 여전히 공경하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제가 프라세나짓 왕이나 빔비사아라 왕이나 우데나 왕이나 우타연 왕이 되어 깨끗한 복을 받더라고 그 덕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른 어깨를 드러낼 때에는 세존께서는 제 예배를 받아 주소서. 혹 제가 걸어 가다가 고오타마께서 오시는 것을 보면 저는 신었던 신을 버리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제 예배를 받아 주소서."

생루 범지는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저는 거듭 사문 고오타마님께 귀의하나이다. 세존께서는 허락하시어 저를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점차로 설명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는 설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때에 생루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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