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二十八권
제 三十六 청법품(聽法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때로 법을 들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그러므로 때때로 그것을 받들어 가지면 차례를 잃지 않는다. 어떤 다섯 가지 공덕인가. 일찍 듣지 못한 것을 들을 수 있고 들어서는 외우며 소견이 삿된 데로 기울지 않고 의심이 없어지며 매우 깊은 뜻을 알게 된다. 때때로 법을 들으면 이런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때때로 법을 듣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욕실(浴室)을 지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 공덕인가. 첫째는 바람을 없애고 둘째는 병이 나으며 셋째는 때를 없애고 넷째는 몸이 가뿐해지며 다섯째는 살결이 희어진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욕실을 지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네 가지 무리로서 그 공덕을 구하려 하거든 방편을 구해 욕실을 짓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에게 양지(楊枝-칫솔)를 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어떤 다섯 가지 공덕인가. 첫째는 바람을 없애고 둘째는 가래침을 없애며 셋째는 생장(生藏)이 삭고 넷째는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며 다섯째는 눈이 깨끗해진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남에게 양지를 주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이 다섯 가지 공덕을 구하려 하거든 남에게 양지를 주도록 생각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소백정이가 그 재물로 뒤에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는 것을 보았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착하다, 비구들이여. 나도 또한 소백정이가 백정질로써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게 되는 것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그럴 이치가 없기 때문이니라.
어떠냐,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혹 염소나 돼지나 사슴을 잡는 사람이 그런 악행을 행하고, 그 재물을 얻어 뒤에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는 것을 보았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착하다, 비구들이여. 나도 또한 백정으로서 생물을 죽이고도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게 되는 것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하였다. 그럴 이치가 없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만일 소백정으로서 수레나 말을 탄다면 그것은 전생의 덕이요, 금생의 복은 아니다. 그것은 다 전생에 이미 지은 행이 가지고 오는 것이다. 또 너희들이 만일 염소백정으로서 수레나 말을 타는 것을 본다면, 알아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전생의 복을 심은 것이다. 그 까닭은 현재에는 살생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어떤 사람이 악한 사람을 친하고 살생하기를 좋아해 지옥에 갈 죄를 심으면 혹 인간에 나더라도 목숨이 매우 짧을 것이다. 또 만일 어떤 사람이 도둑질하기를 좋아해 지옥에 갈 죄를 심으면 마치 저 소백정처럼 천한 것을 취하고 귀한 것을 팔면서 세상 사람을 속이고 바른 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저 소백정도 그와 같아서 살생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죄를 지어 수레나 말이나 큰 코끼리를 타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일체 중생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내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큰 비구들 五백인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말씀하셨나이다. '대개 여래가 세상에 나오면 반드시 다섯 가지 일을 한다. 어떤 다섯 가지인가. 법바퀴를 굴리고 부모를 제도하며, 믿음이 없는 이를 믿음 땅에 세우고 보리 마음을 내지 못한 이를 보리 마음을 내게 하며 거기서 부처의 예언을 주는 것이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면 이 다섯 가지 일을 반드시 한다'고.
지금 여래 어머니께서는 三十三천에 계시면서 법을 듣고 싶어하나이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지금 남섬부주에 계셔서 네 무리들이 둘러싸고 국왕과 백성들이 모두 와서 모였나이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三十三천으로 가시어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받아 주셨다.
그 때에 난다와 우파난다는 생각하였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우리 위를 나르고 있다. 우리는 방편으로서 허공을 나르지 못하게 하자'고. 그들 용왕은 곧 화를 내어 큰 불 바람을 일으켜 남섬부주 안을 맹렬히 불타게 하였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 남섬부주에는 왜 이런 불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두 용왕들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까까중 사문은 늘 우리 위에서 나르고 있다. 우리는 저것을 제어해 허공을 나르지 못하게 하자'고. 그들은 곧 성을 내어 이 불을 놓았다. 그 때문에 이런 변이 있느니라."
그 때에 마하아 카아샤파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뢰었다.
"제가 지금 저기 가서 저들과 싸우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두 용왕은 매우 흉악하여 교화시키기 어렵다. 자리에 앉아라."
그 때에 존자 아니룻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뢰었다.
"제가 지금 가서 저 악룡들을 항복 받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두 용은 매우 사나워 교화시키기 어렵다. 자리에 앉아라."
그 때에 존자 베바타, 존자 카아탸아야나, 존자 수우부티, 존자 우다이, 존자 사아가타는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사뢰었다.
"제가 지금 가서 저 악룡을 항복 받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두 악룡은 매우 사나워 교화시키기 어렵다. 자리에 앉아라."
그 때에 존자 마하아 모옥갈라아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사뢰었다.
"제가 가서 저 악룡들을 항복 받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두 용왕은 매우 흉악하여 항복 받기 어렵다. 그런데 그대는 어떻게 저 용왕들을 항복 받겠는가."
모옥갈라아나는 사뢰었다.
"저는 저기 가서 먼저 아주 큰 형상으로 화해 저들을 두려워하게 한 뒤에는 다시 아주 작은 형상으로 화하고 그리고 보통 법을 따라 저들을 항복 받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다. 모옥갈라아나야, 그대는 능히 저 악룡들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옥갈라아나야, 마음을 좋게 가져 어지러운 생각을 내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저 용들은 매우 흉악하여 한꺼번에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니라."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거기서 사라져 수미산으로 갔다.
그 때에 난다와 우파난다 용왕은 수미산을 일곱 번 돌고 잔뜩 성을 내어 큰불을 놓았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제 형상을 숨기고 열 네 개 머리를 가진 큰 용왕으로 화해 수미산을 열 네 번 돌고 큰 볼을 놓으면서 그 두 용왕 위에 있었다.
난다와 우파난다 용왕은 열 네 개머리를 가진 큰 용왕을 보자 매우 두려워하면서 저희들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저 용왕의 위력을 시험해 우리를 이기나 보자."
때에 그들 용왕은 꼬리로 바다를 쳐서 三十三천까지 물을 쏟았다. 그러나 모옥갈라아나 몸에는 묻지 않았다. 그 때에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꼬리로 바닷물을 치매 물을 범가이천에까지 올라 두 용왕의 몸에 쏟아졌다. 두 용왕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힘을 다 해 물을 三十三천에 쏟았다. 그런데 저 큰 용왕은 우리보다 위에 갔다. 또 우리는 일곱 개머리가 있는데 저 용왕은 열 네 개머리를 가졌다. 우리는 수미산을 일곱 번 돌았는데 저 용왕은 열 네 번 돌았다. 이제 우리는 힘을 합해 저것과 싸우자."
때에 두 용왕은 더욱 성을 내어 뇌성과 번개와 벽력을 치면서 큰 불꽃을 놓았다.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생각하였다. '저 용들은 불과 벽력으로 싸운다. 만일 나도 불과 벽력으로 싸우면 저 남섬부주의 사람들과 三十三천이 다 화를 입을 것이다. 나는 이제 아주 작은 형상으로 화해 저들과 싸우리라'고.
모옥갈라아나는 곧 아주 작은 몸으로 화해 용 입으로 들어갔다가 용 코로 나오기도 하고 혹은 코로 들어갔다가 귀로 나오기도 하며 혹은 귀로 들어갔다가 눈으로 나오기도 하고, 눈에서 나와서는 눈썹 위로 걸어다녔다.
그 때에 두 용왕는 매우 두려워해 생각하였다. '이 큰 용왕은 참으로 위력이 많아 입으로 들어갔다가 코로 나오고 코로 들어갔다가 눈으로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 참으로 졌다. 우리 용 종류에는 네 가지가 있다. 즉 알나기, 태나기, 누기나기, 바꿔나기다. 그러나 그들로서 우리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런데 이제 이 용왕의 위력은 이 같아서 같이 싸울 수 없다. 우리 생명은 잠깐 사이에 있다'고. 그들은 모두 겁이 나서 온 몸의 털이 일어섰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숨긴 몸을 돌려 보통 모양으로 돌아와 속눈썹 위를 걸어다녔다. 그들은 모옥갈라아나를 보자 저희끼리 말하였다.
"이 이는 모옥갈라아나 사문이다. 용왕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참으로 기이하고 뛰어난 큰 위력으로 우리와 싸워 왔다."
그 때에 두 용왕은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존자님은 왜 우리들을 이처럼 못 견디게 하십니까. 무슨 훈계할 일이 있습니까."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어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까까머리 사문이 항상 우리 위를 나르고 있는가. 지금 그것을 제어하자'고."
용왕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모옥갈라아나님."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이 수미산은 모든 하늘들의 길이요 너희들의 살 곳이 아니니라."
"원컨대 용서하시고 너무 꾸짖지 마소서. 지금부터는 다시는 나쁘고 어지러운 생각을 내어 감히 시끄럽게 하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용서하시고 저희들을 제자로 삼아 주소서."
"너희들은 내게 귀의하지 말고 내가 귀의하는 이에게 귀의하라."
"저희들은 지금 여래님께 귀의하나이다."
모옥갈라아나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수미산에서 세존께 귀의하지 말고 나와 함께 슈라아바스티이로 가자. 거기 가면 귀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옥갈라아나는 두 용왕을 데리고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수미산에서 슈라아바스티이로 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모옥갈라아나는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신다. 너희들의 그 모양으로는 세존께 갈 수 없다."
"그렇습니다, 모옥갈라아나님."
용왕들은 용의 형상을 숨기고 사람 모양으로 화하였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얼굴은 단정하여 복숭아 꽃 빛 같았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앞으로 나아오라."
용왕들은 모옥갈라아나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사뢰었다.
"저희들 두 선남자는 한 사람의 이름은 난다이옵고 한 사람의 이름은 우파난다이옵니다. 지금 여래님께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시어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손가락을 퉁기시면서 '좋다'하셨다. 두 용왕은 본 자리에 돌아가 앉아 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생각하였다. '무슨 일로 이 남섬부주에 이처럼 연기가 일어나는가'고. 왕은 곧 보배깃수레를 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나가 세존께 나아갔다.
사람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대왕이시여. 여기 앉으소서."
그러나 두 용왕은 잠자코 있으면서 일어나지 않았다. 프라세나짓 왕은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나는 여쭐 일이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물을 일이 있으면 지금 곧 물으시오."
왕은 사뢰었다.
"무슨 일로 이 남섬부주 안에 이처럼 연기가 나나이까."
"그것은 난다와 우파난다 용왕이 일으킨 것이오. 그러나 대왕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지금부터는 그런 변이 없을 것이오."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나라의 왕으로서 인민들의 존경을 받고 이름이 四방에 퍼졌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어디서 왔기에 내가 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 맞이하지 않는다. 만일 이 나라 안의 사람이면 잡아 가둘 것이요 다른 나라에서 왔다면 잡아죽이리라'고.
용왕들은 프라세나짓 왕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화를 내면서 생각하였다. '우리는 이 왕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 우리를 오히려 해치려 한다. 기어코 왕과 이 카아시 나라 사람들을 다 잡아 죽이리라'고. 용왕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배하고 떠나 제타숲에서 얼마 안 가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그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 사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궁중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시오."
프라세나짓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는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아까 그 두 사람은 어느 길로 갔느냐, 곧 잡아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달려가 찾았으나 간 곳을 알지 못한 채 궁중으로 돌아갔다.
그 때에 난다와 우파난다는 생각하였다. '우리는 그 왕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 우리를 잡아죽이려 한다. 우리는 그 나라 백성들을 남김 없이 다 죽이리라'고. 그들은 다시 생각하였다. '그 나라 백성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슈라아바스티이 사람들을 다 잡아 죽이리라'고.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슈라아바스티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왕궁의 관리들을 모두 잡아죽이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용왕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프라세나짓 왕을 구원하라. 난다와 우파난다의 해침을 받지 않도록 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옥갈라아나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는 왕궁 위에서 가부하고 앉아 몸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때에 두 용왕은 뇌성을 울리고 벽력을 치며 사나운 바람을 일으키고 빠른 비를 쏟으면서 왕궁 위에 있었다. 혹은 기왓장이나 돌을 퍼붓고 혹은 칼을 퍼부으면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우둠바라 꽃으로 변해 허공에 떠 있었다. 용왕들은 더욱 화를 내어 크고 높은 산을 궁전 위에 던졌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그것을 갖가지 음식으로 변화시켰다. 용왕은 더욱 화를 내어 맹렬히 칼을 퍼부었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그것을 갖가지 옷으로 변화시켰다. 용왕은 더욱 성을 내어 왕의 궁전 위에 조약돌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일곱 가지 보배로 화하였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궁중에 내리는 일곱 가지 보배를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생각하였다.
'이 남섬부주에서 여래님을 제하고는 나보다 더 덕이 있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집에서는 벼 한 뿌리를 심으면 그것이 자라 한 섬 쌀을 거두고, 밥 먹을 때의 감자장은 매우 향기롭고 맛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궁전 위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비처럼 쏟아진다. 나는 곧 전륜성왕이 될 것인가'고. 왕은 여러 시녀들을 데리고 그 일곱 가지 보배를 거두어 모았다.
그 때에 용왕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무슨 뜻으로 여기 왔던가. 프라세나짓 왕을 죽이려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이런 신변을 만났다. 지금 우리는 가진 힘을 다 나타내어도 저 왕의 털끝 하나 움직일 수 없구나."
그 때에 용왕들은 모옥갈라아나가 궁전 위에서 가부하고 앉았는데 몸과 마음을 바루고 그 모습이 의젓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아까 그것은 반드시 마하아 모옥갈라아나의 한 짓일 것이다'고. 그들은 모옥갈라아나를 보았기 때문에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용들이 떠난 것을 보고 신통을 버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생각하였다. '지금 이 갖가지 음식을 내가 먹을 것이 아니다. 여래님께 바친 뒤에 먹으리라'고. 왕은 일곱 가지 보배와 갖가지 음식을 수레에 싣고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이것은 아까 하늘이 내린 일곱 가지 보배와 갖가지 음식이옵니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여래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세존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이 일곱 가지 보배와 갖가지 음식을 저 마하아 모옥갈라아나에게 주시오. 왜 그러냐 하면 왕은 모옥갈라아나의 은혜를 입어 성현의 땅에서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오."
왕은 사뢰었다.
"무슨 일로 내가 다시 살아났다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은 아침에 내게 와서 법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때에 어떤 두 사람도 내게 와서 법을 들었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소. '나는 이 나라에서 가장 세력 있고 높아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어디서 왔기에 나를 보고도 일어나 맞이하지 않는가'고.
왕은 사뢰었다.
"그러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소. 바로 난다와 우파난다였소. 그들은 왕의 뜻을 알고 저희끼리 말하였소. '우리는 이 왕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 왜 도리어 우리를 해치려 하는가. 기어코 방편으로써 이 나라를 없애 버리리라'고. 나는 곧 용왕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모옥갈라아나에게 명령하여 '지금 저 프라세나짓 왕을 구원해서 용들의 해침을 받지 않도록 하자'고 하였소.
그는 내 분부를 받고 궁전 위에서 몸을 숨겨 나타나지 않고 그런 변화를 일으켰소. 그 때에 용왕들은 매우 화를 내어 조약돌을 궁전 위에 퍼부었소. 그러나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모두 일곱 가지 보배, 옷과 음식으로 화하였소. 이런 인연으로 대왕은 지금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모두 일어섰다. 그는 꿇어앉아 무릎걸음으로 세존 앞으로 나아가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너무나 두터우신 은혜를 베풀어주시어 나는 생명을 건지게 되었나이다."
다시 모옥갈라아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면서 "존자의 은혜를 힘입어 생명을 건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왕은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께선 그 수(壽)가 무궁하시니
언제나 우리 목숨 보호하시어
괴롭고 궁한 재앙 벗겨 주나니
세존님 은혜로 어려움 벗어났네.
프라세나짓 왕은 천상의 향과 꽃으로 여래 몸에 흩으면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일곱 가지 보배를 거룩하신 세 분께 바치나이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그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이 네 가지 무리들은 모두 게을러 법을 듣지 않는다. 또 방편을 구해 몸으로 증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거두지 못한 것을 거두고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이 네 가지 무리들로 하여금 법을 간절히 우러르게 하리라.'고.
그래서 세존께서는 네 가지 무리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또 시자도 데리지 않으시고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제타숲에서 사라져 三十三천으로 가셨다. 제석천왕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여러 하늘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 와 세존님을 맞이하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앉으시기를 청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못 뵈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신통의 힘으로 내 몸을 숨겨 저 인간의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하게 하리라'고.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이 三十三천에서 몸을 극히 넓고 크게 만드리라'고.
그 때에 천상의 선법강당(善法講堂)에는 세로와 넓이가 한 요오자나 되는 금돌이 있었다. 세존께서 그 돌 위에 가부하고 앉으시자 몸은 돌 위에 두루 가득하였다.
그 때에 세존 어머님 마아야 부인은 여러 천녀들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못 뵈온 지 너무 오래었소. 이제 여기 오시니 진실로 다행이오. 간절히 뵈옵기 바랐더니 이제야 오셨구려."
마아야 부인은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제석천왕도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고 三十三천도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여러 하늘은 세존께서 거기 계시어 하늘 무리는 불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들게 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하늘 무리들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요, '탐욕과 음심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들과 하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 세존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두루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또 十八억 천녀들은 도의 자취를 보았고 三만 六천 천자들은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이 때 여래 어머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 발에 예배하고 궁중으로 도로 들어갔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나는 지금 어떤 음식을 여래님께 올리리까. 인간 음식을 쓰오리까, 자연으로 된 천상 음식을 쓰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간 음식을 여래에게 쓰라.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인간에서 났고 인간에서 자랐으며 인간에서 부처가 되었기 때문이니라."
"천상 시간을 쓰리이까. 인간 시간을 쓰리이까."
"인간 시간을 쓰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제석천왕은 곧 인간 음식과 인간 시간으로써 여래님께 공양하였다. 그 때에 三十三천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여래께서 온종일 공양하시는 것을 보았구나."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이같은 삼매에 들어 저 하늘들을 나아 오게 하고 싶으면 곧 나아 오고 물러가게 하고 싶으면 곧 물러가게 하리라'고. 세존께서는 곧 삼매에 들어 때를 따라 마음대로 그 하늘들을 나아 오고 물러가게 하셨다.
그 때에 인간 세상의 무리들은 오랫동안 여래님을 뵈옵지 못해 아아난다에게 가서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간절히 뵈옵고 싶습니다."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나도 여래께서 지금 어디 계신지 모르오."
때에 프라세나짓 왕과 우데나 왕도 아아난다에게 나아가 물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나도 여래께서 지금 어디 계신지 모르오."
두 왕은 여래님을 뵈옵고 싶어 드디어 병을 얻었다. 여러 신하들은 우데나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무슨 병이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근심으로 병이 되었다."
"어떤 근심으로 병이 되었나이까."
"여래님을 뵈옵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 이상 더 여래님을 뵈옵지 못하면 곧 죽을 것이다."
신하들은 생각하였다. '우리는 무슨 방편으로 왕을 돌아가시지 않도록 할까. 우리는 여래님 형상을 만들자'고.
그 때에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여래님의 형상을 만들어 공경하고 섬기며, 예배하려 하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좋다. 그대들의 말은 참으로 묘하다."
신하들은 사뢰었다.
"어떤 보배로 여래님 형상을 만드오리까."
그 때에 왕은 곧 온 나라 안의 뛰어난 조각가에게 명령하였다.
"나는 지금 여래님 형상을 만들려고 하노라."
"그리하겠나이다, 대왕이시여."
우데나 왕은 곧 붉은 전단나무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우데나 왕이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어 공양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온 나라 안의 조각가를 불러 명령하였다.
"나는 지금 여래님 형상을 만들고자 한다. 너희들은 곧 준비하라."
때에 왕은 생각하였다. '어떤 보배로써 여래님 형상을 만들까'. 조금 있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님 몸은 누렇기 순금 같으시다. 금으로서 여래님 형상을 만들자'고. 그래서 왕은 순수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높이 다섯 자 되는 여래상을 만들었다. 그 때에 남섬부주 안에는 비로소 두 여래님 형상이 있게 되었다.
그 때에 네 가지 무리들은 아아난다에게 가 물었다.
"우리는 간절히 여래님을 뵈옵고 싶습니다.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나도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 모르오. 우리 다 같이 아니룻다에게 가서 이 일을 물어 봅시다. 왜 그러냐 하면 존자 아니룻다는 하늘 눈이 제일이어 청정하여 흐림이 없기 때문이오. 그는 하늘 눈으로 一천 세계, 二천 세계, 三천 대천 세계를 능히 보고 아오."
아아난다는 네 가지 무리들과 함께 아니룻다에게 가서 물었다. "지금 이 네 가지 무리들은 내게 와서 물었소.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 계시는가'고. 원컨대 존자님은 하늘 눈으로 여래께서 어디 계신지 살펴보시오."
존자 아니룻다는 대답하였다.
"당신들은 잠깐 계시오. 나는 지금 여래님께서 어디 계신지 살펴보겠소."
그 때에 아니룻다는 몸과 마음을 바루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하늘 눈으로 남섬부주 안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그는 다시 서우화주, 등승신주, 북구로주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그는 다시 四천왕, 三十三천, 야마천,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 내지 범천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다시 一천 남섬부주, 一천 서우화주, 一천 북구로주, 一천 등승신주, 一천 四천왕, 一천 야마천, 一천 도솔천, 一천 화자재천, 一천 타화자재천, 一천 범천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여래님은 볼 수 없었다. 다시 三천 대천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살펴보았으나 또한 볼 수 없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三천 대천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두루 살펴보았으나 부처님은 뵈올 수가 없소."
그 때에 아아난다와 네 무리들은 잠자코 있었다. 아아난다는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장차 반열반하시려는가'고.
그 때에 三十三천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좋은 이익을 얻었다. 원컨대 일곱 부처님께서 항상 세상에 나타나 계시면 천상과 인간은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어떤 천자는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은 그만 두고 여섯 부처님이라도 좋다."
어떤 천자는 말하였다.
"다섯 부처님이라도."
혹은 네 부처님, 세 부처님을 말하고 혹은
"두 부처님이라도 이 세상에 나타나 계시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때에 제석천왕은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일곱 부처님과 내지 두 부처님은 고사하고 지금 저 석가모니 부처님만이라도 이 세상에 오래 계시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하늘을 오게 하고 싶어하면 하늘들은 곧 오고 여러 하늘들을 가게하고 싶어하면 곧 가게 하셨다. 三十三천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왜 종일 잡수시는가."
제석천왕은 三十三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인간 시간으로 잡수시고 천상 시간을 쓰시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거기서 석달을 지내고 생각하셨다.
'지금 남섬부주의 네 무리들은 너무 오랫동안 나를 보지 못해 매우 애타 해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신통을 버리고 저 성문들로 하여금 내가 三十三천에 있는 줄을 알게 하리라'고. 여래께서 곧 신통을 버리셨다.
때에 아아난다는 아니룻다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지금 네 가지 무리들은 여래님을 뵈옵고 싶어 몹시 애타 해 하고 있소. 그런데 여래님은 지금 열반하시지나 않았는가요."
아니룻다는 대답하였다.
"어젯밤에 어떤 하늘이 내게 와서 말하였소. '여래께서는 지금 三十三천의 법강당에 계신다'고. 잠깐 계시오. 나는 지금 여래께서 어디 계시는지 살펴보겠소."
존자 아니룻다는 곧 가부하고 앉아 몸과 뜻을 바루어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하늘 눈으로 三十三천을 살펴보다가, 세존께서 구슬방에 있는 한 요오자되는 돌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 아니룻다는 곧 삼매에서 일어나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三十三천에서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오."
아아난다와 네 가지 무리들은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아아난다는 네 가지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능히 저 三十四천에 가서 여래님께 문안 드릴 수 있겠는가."
아니룻다는 말하였다.
"존자 모옥갈라아나님은 신통이 제일이오. 그 신력을 부려 부처님께 가서 문안 드리도록 하오."
때에 네 가지 무리들은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三十三천에 계십니다. 원컨대 존자님은 우리 네 가지 무리들의 이름으로 여래님께 가서 문안 드리시오. 또 이런 뜻으로 여래님께 말씀하시오. '세존께서는 이 남섬부주 세상에서 도를 얻었나이다. 원컨대 위신력을 부려 이 세상으로 돌아가소서'하고."
"좋소, 여러분."
모옥갈라아나는 네 가지 무리들의 부탁을 받고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三十三천의 여래님 계시는 곳으로 갔다. 제석천왕과 여러 하늘들은 멀리서 모옥갈라아나의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저것은 반드시 중들의 심부름이 아니면 여러 왕들의 심부름일 것이다'고.
그 때에 여러 하늘은 모두 일어나 맞이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님."
모옥갈라아나는 세존께서 한량없는 대중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이 하늘에 계시면서도 여전히 번거로우시다'고.
모옥갈라아나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지금 네 가지 무리들은 여래님께 문안 드립나이다. '기거는 편안하시고 행보는 건강하시나이까.' 또 이런 일도 사뢰나이다. '세존께서는 남섬부주에서 생각하셨고 이 세상에서 도를 얻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소서. 지금 네 가지 무리들은 세존님을 뵈옵고 싶어 몹시 애타하나이다'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가지 무리들로 하여금 수행하기에 게으름이 없도록 하라. 어떠냐 모옥갈라아나야, 네 가지 무리들은 교화하기에 수고로우냐, 서로 다투는 일은 없느냐. 외도들이 시끄럽게 굴지는 않느냐."
모옥갈라아나는 사뢰었다.
"네 가지 무리들은 게으름 없이 수도하나이다."
"모옥갈라아나야, 그대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는 여기서도 번거로우시다'고.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여기서 설법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하늘들을 오게 하고 싶으면 곧 오게 하고, 오지 못하게 하고 싶으면 곧 오지 못하게 하자'고. 모옥갈라아나야, 그대는 세상으로 돌아가라. 여래는 지금부터 이레 뒤에 승가시국 큰 못 가로 가리라."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돌아가 네 가지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알아야 하오. 지금부터 이레 뒤에 여래께서는 이 남섬부주 승가시국의 큰 못 가에 내려오실 것이오,"
네 무리들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또 프라세나짓 왕, 우데나 왕, 악생 왕, 우타연 왕, 빔비사아라 왕도 여래께서 이레 뒤에 승가시국의 큰 못 가에 내려오신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또 바이샤알리 사람들과 카필라바스투의 석씨들과 쿠쉬나가라 사람들도 여래께서 남섬부주로 내려오신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아 못 가로 나아가 세존님을 뵈오려 하였다. 또 다섯 왕들도 군사들을 거느리고 세존께 나아가 여래님과 그 대중들을 뵈오려 하였다. 또 카필라바스투의 석씨들도 세존님께 나아가려 하였고 또 네 가지 물기들도 모두 세존께 나아가 여래님을 뵈오려 하였다.
이레가 되자 제석천왕은 자재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 수미산에서 승가시 못가로 가는 세 가지 길을 닦아라. 지금 여래님 생각을 신통을 부리지 않고 남섬부주로 가시려 한다."
"그 일이 매우 좋습니다. 곧 닦겠습니다."
자재 천자는 곧 금, 은, 수정의 세 가지 길을 신통으로 만들었다. 복판에는 금길이요, 양쪽에는 수정길, 은길이었으며 길가에는 금나무를 세웠다. 그 때에 여러 신묘한 하늘들은 법을 들으려 이레 동안에 모두 모여 왔다.
그 때에 여래께서는 수천만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설법하셨다. 즉
"다섯 가지 쌓임은 괴로움이다. 다섯 가지 쌓임이란 이른바 몸,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다. 어떤 것을 몸이라 하는가. 이른바 네 가지 요소의 몸이니 이것은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이다. 이것을 몸의 쌓임이라 한다. 어떤 것을 느낌의 쌓임이라 하는가. 이른바 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느낌의 쌓임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생각의 쌓임이라 하는가. 이른바 세 세상의 함께 모인 것이니 이것을 생각의 쌓임이라 한다. 어떤 것을 지어감의 쌓임이라 하는가. 이른바 몸의 행과 입과 뜻의 행이니 이것을 지어감의 쌓임이라 한다. 어떤 것을 의식의 쌓임이라 하는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의 의식이니 이것을 의식의 쌓임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몸이라 하는가. 이른바 몸이란 추워도 몸이요 더위도 몸이며 주림도 몸이요 목마름도 몸이다. 어떤 것을 느낌이라 하는가. 이른바 느낌이란 감각을 말하는 것이니 무엇을 감각하는가. 괴로움과 즐거움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감각하므로 감각이라 한다. 어떤 것을 생각이라 하는가. 이른바 생각이란 앎이니 파랑, 노랑, 빨강, 하양, 까망을 알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앎으로 앎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지어감이라 하는가. 이른바 지어감이란 능히 이룸이 있기 때문에 지어감이라 한다. 무엇을 이루는가. 악행이나 선행을 이루기 때문에 지어감이라 한다. 어떤 것을 의식이라 하는가. 이른바 의식이란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고 온갖 맛을 분별하고 온갖 맛을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의식이라 하느니라.
천자들이여, 알아야 한다. 이 다섯 가지 쌓임에는 세 갈래 나쁜 길과 천상 길과 인간 길이 있는 줄을 알고, 이 다섯 가지 쌓임이 사라지면 곧 열반 길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실 때에 六만 하늘 사람들은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저 하늘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미산으로 가시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 부디 부지런히 공부하라
부처와 법과 거룩한 중 안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 부숴 없애기
갈고리로 코끼리 다루듯하라.
너희들은 만일 이 법에 있어서
게으르지 않고 힘써 닦으면
나고 죽음을 이내 끝내어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지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복판 길로 가셨다. 그 때에 범천은 여래님의 오른쪽 은길 가에 서고 제석천 왕은 수정길 가에 서고, 여러 하늘 사람들은 허공에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풍류를 아뢰어 여래님은 즐겁게 하였다.
이 때에 우둠바라 꽃빛 비구니는 오늘 여래께서 남섬부주의 승가시 못 가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네 무리와 국왕, 대신과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나갈 것이다. 만일 내가 이 비구니 꼴로 간다면 그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가서 세존님을 뵈오리라'고.
그는 곧 제 얼굴을 숨기고 전륜성왕의 형상을 짓고 일곱 가지 보배를 두루 갖추었다. 일곱 가지 보배란 이른바 바퀴, 코끼리, 말, 구슬, 천녀, 장군, 창고지기니 이것을 일곱 가지 보배라 한다.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라아자그리하의 깃자쿠우타 산의 어떤 한 산 기슭에서 옷을 깁고 있었다. 그는 오늘 세존께서 남섬부주로 오시는데 네 가지 무리들이 모두 모인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지금 가서 여래님께 문안하고 예배하리라' 생각하였다. 그는 옷 깁기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발을 들어 내딛었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님 형상이란 무엇인가. 세존님이란 바로 눈, 귀, 코, 입, 몸, 뜻이 그것인가. 가서 보면 바로 땅, 물, 불, 바람의 네 가지 요소일까. 일체 모든 법은 다 비고 고요하여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다. 그것은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신 것과 같다. 즉
만일 누구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또 가장 높은 이께 예배하려 하거든
쌓임과 경계와 모든 감관들
그것은 모두 다 덧없다 관찰하라.
옛날 과거의 그 부처님과
또 미래의 모든 그 부처님도
지금 현재의 이 부처처럼
그것은 모두 다 덧없느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난 과거나 장차 올 미래나
그리고 지금의 현재에 있어
그것 모두 공(空) 법이라 관찰하여라.
또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지나간 과거나 장차 올 미래와
또 현재의 모든 부처는
<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여라.
그 속에는 <나>도 없고 목숨도 없으며 남도 없다. 지을 것도 없고 지어진 것도 없으며, 형용할 것도 없고, 가르칠 것도 없다. 모두는 비고 고요한데 어느 것인가. <나>란 주인이 없다. 나는 지금 진여의 법 무더기에 귀의하리라'고. 그래서 존자 수부우티는 도로 앉아 옷을 기웠다.
그 때에 우둠바라 꽃빛 비구니는 전륜성왕의 형상으로 일곱 가지 보배를 앞뒤에 세우고 세존님께 나아갔다. 이 때에 다섯 왕들은 멀리서 전륜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참으로 놀랍고 이상하다. 이 세상에는 여래와 전륜성왕의 두 보배가 나타났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수만의 하늘 사람들을 데리고 수미산 꼭대기에서 못 가로 내려오셨다. 세존께서 발을 들어 땅을 밟으시자 이 三천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 때에 변장한 전륜성왕이 세존님께 가까이 가자 여러 작은 국왕들과 백성들은 모두 피하였다. 그 때에 변장한 전륜성왕은 세존님께서 가까이 온 줄을 알고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 비구니가 되어 세존님 발에 예배하였다. 다섯 왕들은 그것을 보고 청원하면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큰 손해를 보았다. 우리가 여래님을 먼저 뵈어야 할 것인데 저 비구니가 먼저 뵈었다."
비구니는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는 지금 가장 높은 이께 예배하나이다. 오늘 제일 먼저 뵈었나이다. 저는 우둠바라 꽃빛 비구니로서 바로 여래님의 제자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비구니를 위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착한 업으로써 먼저 예배하는 것
그것은 최초라도 허물없나니
모든 것 비어 해탈하는 문
그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도리니라.
만일 부처님께 예배하려 하거든
장차 올 미래나 지난 과거나
모두 공한 법이라 관찰하여라
그것이 부처님께 예배하는 도리라.
그 때에 다섯 왕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 세존님께 나아가 제각기 이름을 일컬었다.
"나는 카아시 국의 프라세나짓 왕입니다. 나는 밧지국의 우데나 왕입니다. 나는 다섯 도시 사람의 주인 악생입니다. 나는 남해의 주인 우타연입니다. 나는 마가다국의 빔비사아라 왕입니다."
그 때에 十一 나유타 사람들이 모두 와서 모였다. 네 가지 무리 중에서 가장 높은 장자 천 二백 五十인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그 때에 우데나 왕은 붉은 전단의 여래상을 손에 들고 게송으로 여래님께 사뢰었다.
나는 지금 여쭈어 볼 일 있나니
자비로 일체를 보호하시는 이여
부처님의 형상을 지은 사람은
어떠한 복을 받는다 하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내 조금 그 뜻을 설명하리니
대왕은 이제 내 설명을 들으시라
만일 부처님 형상을 만든 사람
내 이제 간략히 설명하리라.
눈은 처음부터 상하지 않고
뒤에는 또 하늘 눈 얻어
흰 동자 검은 동자 분명한 것은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덕이다.
온 몸이 완전해 이지러짐 없고
그 뜻은 단정해 미혹하지 않으며
그 힘은 남보다 몇 곱되나니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사람이니라.
세 갈래 나쁜 길에 안 떨어지고
마침내는 저 천상에 태어나
거기서 그는 천상 왕이 되나니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복이다.
그 나머지 복도 헤아릴 수 없어
생각하거나 말로 할 수 없으며
그 이름 四방에 두루 하나니
부처님 형상을 만든 복이다.
"장하고 장하오, 대왕이여. 그것은 이익이 많아 천상이나 인간이나 모두 그 덕을 입을 것이오."
그 때에 우데나 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세존께서는 네 가지 무리들과 다섯 왕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데 대한 논이요. 탐욕과 번뇌는 더럽고 큰 근심이므로 그것을 뛰어 나는 것이 훌륭하다 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네 가지 무리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줄을 알으시고,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인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 자리에서 하늘과 사람 六만 여인은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다섯 왕은 세존님께 사뢰었다.
"지금 이 곳은 묘한 복을 받아 가장 신령스런 땅입니다. 여래님께서 비로소 도솔천에서 여기 내려와 설법하셨나이다. 지금 이 땅에 기념물을 세워 영구히 보존해 없어지지 않게 하고 싶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들 다섯 왕은 여기다 절을 세우시오. 영구히 복을 받아 무너지지 않을 것이오."
"어떤 절을 세우리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오른손을 펴 땅 속에서 석가 여래의 절을 집어 올려 다섯 왕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다섯 왕은 그 곳에다 큰절을 세웠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항하 모래 같은 부처님의 제자가 많기도 오늘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다. 미래 모든 부처 세존의 제자가 많기도 오늘과 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이다. 지금 이 경 이름은 <유천법본(遊天法本)>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네 무리와 다섯 왕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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