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30권

다르마 러브 2012. 7. 16. 23:57

 

증일아함경 제 三十권

 

육중품(六重品) 2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지금 슈라아바스티이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나이다. 이제는 세상에 나가 놀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샤아리푸트라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아리푸트라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는 샤아리푸트라를 비방하려고 세존께 사뢰었다.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과 다투고도 참회하지 않고 지금 세상에 나가 놀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샤아리푸트라를 부른다고 일러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와 아아난다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이리 모이게 하라.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는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모여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보고자 하십니다."

샤아리푸트라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는 내게 와서 말하였다.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다른 비구들과 다투고도 참회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 놀려 하나이다'라고 했으니 과연 그런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여래님 생각에 맡기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은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한 것을 알려야 할 것이다."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나이 八十이 가까웠나이다. 그러나 늘 생각하나이다. 일찍 살생한 일이 없고 거짓말한 일이 없나이다. 장난으로도 거짓말하지 않았고 또 남들과 다투지 않았나이다. 비록 마음이 온전하지 않은 때라도 늘 이런 행이 있었을 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마음이 깨끗 하온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나이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고 더러운 것도 받으며 똥, 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으며, 고름, 피, 침, 가래 따위도 거절하지 않으면서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그것은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이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르나이다.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저 물은 좋은 물건도 깨끗이하고 나쁜 물건도 깨끗이 하면서 '나는 이것은 깨끗이하고 이것은 그만 둔다'고 말하지 않나이다. 저도 그와 같이 다른 생각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또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모두 태우면서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다른 생각이 없나이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나이까. 또 소제할 때에는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고 닦아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소는 두 뿔이 없으면 매우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서 잘 다루어지고 마음대로 따르므로 아무 어려움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내 마음도 그와 같아서 해칠 생각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겠나이까.

또 찬다알라 여자는 헤어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 아무 거리낌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남과 다투고 멀리 나가 놀 생각은 없나이까. 또 기름 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으면 눈 가진 사람은 군데군데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모두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오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서로 다투겠나이까.

또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그것을 괴로워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괴로워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서로 다투고 멀리 나가 놀겠나이까. 그것은 그럴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알으소서. 그 비구도 그런 줄 알 것이옵니다. 만일 제가 그런 일이 있사오면 그 비구는 제 참회를 받아야 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네가 참회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일어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는 이제 샤아리푸트라님께 잘못한 줄 알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샤아리푸트라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 비구는 곧 샤아리푸트라에게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샤아리푸트라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저는 미련하여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비구의 참회를 받고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라.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샤아리푸트라는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들어주오.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 같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곧 뉘우칠 줄 알았소. 장하오. 나는 이제 그대 참회를 받소.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마시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허물 범하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여섯 가지 법이 있어서 지옥에 나게 하기도 하고 천상에 나게 하기도 하며 열반에 이르게 하기도 하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지옥에 들게 하는가. 남을 해치려 하고 그 마음을 내면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오. 다른 사람을 시켜 남을 해치려 하고 거기서 해칠 마음을 내어 남을 해치면 못내 기뻐하오. 대답하지 못할 것을 물으리라 하여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사람을 좋은 곳에 나게 하는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며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목숨이 청정하여, 해칠 마음이 없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좋은 곳에 나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고,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익을 얻으면 남과 고루 나누어 아까워하지 않으며 계율을 받들어 가져 흠이 없는 것이니 지혜로운 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오.

이러한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성현의 해탈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고, 그런 소견을 분명히 알면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비구여,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비구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샤아리푸트라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참회합니다. 미련하고 미혹하여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샤아리푸트라님은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참회를 들어주오.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 때에 그 비구는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가장 공(空)한 법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잘 명심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가장 공한 법인가. 만일 눈이 생길 때에는 생기지마는 그 오는 곳을 보지 못하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마는 그 멸하는 곳을 보지 못한다. 다만 거짓 이름과 인연의 법은 제한다.

어떤 것이 거짓 이름과 인연의 법인가. 이른바 이것이 있으면 곧 있고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는 것이다. 즉 무명을 인연해 지어감이 있고, 지어감을 인연해 의식이 있으며, 의식을 인연해 이름과 물질이 있고 이름과 물질을 인연해 여섯 가지 감관이 있으며 여섯 가지 감관을 인연해 닿임이 있고 닿임을 인연해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해 욕망이 있고 욕망을 인연해 집착이 있으며 집착을 인연해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해 남(生)이 있으며 남을 인연해 죽음이 있고 죽음을 인연해 근심, 걱정, 괴로움, 번민이 있어 헤아릴 수 없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쌓임은 이 인연으로 된 것이니라.

이것이 없으면 곧 없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한다. 즉 무명이 멸하면 지어감이 멸하고 지어감이 멸하면 의식이 멸하며 의식이 멸하면 이름과 물질이 멸하고 이름과 물질이 멸하면 여섯 가지 감관이 멸하며 여섯 가지 감관이 멸하면 닿임이 멸하고 닿임이 멸하면 느낌이 멸하며 느낌이 멸하면 욕망이 멸하고 욕망이 멸하면 집착이 멸하며 집착이 멸하면 존재가 멸하고 존재가 멸하면 남이 멸하며 남이 멸하면 죽음이 멸하고 죽음이 멸하면 근심, 걱정, 괴로움, 번민이 모두 멸한다. 다만 거짓 이름의 법은 제한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즉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마는 그 오는 곳을 알 수 없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마는 멸하는 곳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거짓 이름의 법은 제한다.

그 거짓 이름의 법이란 이것이 생기면 곧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곧 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여섯 가지 감관이나 이름과 물질도 또한 지은 사람이 없다. 다만 부모로 말미암아 태가 있지마는 그것도 인연이 없이 있는 것으로서 또한 거짓 이름이다. 그러므로 그것도 앞의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있는 것이다.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구할 때 앞의 대상이 있는 뒤에야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불은 나무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또 나무를 떠난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나무를 쪼개어 불을 찾지마는 불은 얻지 못한다.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인 뒤에라야 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여섯 가지 정(情)이 병을 일으키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인연이 모임으로 말미암아 그 중에서 병을 일으킨다. 이 여섯 가지 감관은 생길 때에는 곧 생기지마는 그 오는 곳을 보지 못하고 멸할 때에는 곧 멸하지마는 그 멸하는 곳을 보지 못한다. 다만 거짓 이름의 법은 제하며 그것은 부모의 모임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어머니 태 안에 들며

다음에는 차츰 어린 소와 같으며

드디어는 지 우무버섯 같다가

다음에는 어떤 형상 비슷이 된다.

 

머리와 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는 차츰 손, 발이 생기며

온갖 뼈마디 각각 생기고

터럭과 손톱, 발톱, 이빨 생긴다.

 

만일 그 어머니 온갖 음식과

갖가지 요리를 먹을 때에는

그 정기로써 살아가나니

태를 받은 목숨의 근본이니라.

 

그로써 형체는 이루어지고

모든 감관을 완전히 갖추어

어머니로 말미암아 나게 되나니

태를 받는 괴로움 이러하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인연이 모여 이 몸이 되었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한 사람 몸에는 三백 六十개 뼈가 있고 九만 九천 털구멍이 있으며 五백 개 맥이 있고 五백 개 힘줄이 있으며 八만 종류의 벌레가 있다. 비구들이여, 여섯 가지 감관으로 된 이 몸에는 이런 재앙이 있다. 비구들은 이런 재앙을 생각해야 한다. 즉 '누가 이 뼈를 만들었는가, 누가 이 힘줄과 맥을 모았는가. 누가 이 八만 종류의 벌레를 만들었는가'고. 그 비구가 이렇게 생각하면, 그는 곧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의 두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三백 六十개 뼈가

사람의 몸 속에 있다고

과거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

나도 이제 또 그것 말한다.

 

힘줄은 五백 개

맥수도 그렇고

벌레는 八만 종류

九만 九천 털구멍.

 

비구여, 이 몸은 이렇다 보고

부지런히 힘써 꾸준히 나아가면

아라한 도를 재빨리 얻어

열반 세계에 이르게 되리라.

 

이런 법은 모두 비고 고요하건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 탐내고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공한 법의 근본 듣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가장 첫째의 공한 법이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 여래가 말씀하신 법을 설명하였다. 나는 이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할 일을 다하였다. 너희들은 그 법을 수행하기를 항상 생각하고 한적한 곳에서 좌선하고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지금 수행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야 이익이 없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내 교훈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생루 범지는 세존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지금 크샤트리야는 무엇을 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슨 일을 구경(究竟)으로 하나이까. 또 바라문은 무엇을 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슨 일을 구경으로 하나이까. 또 국왕은 무엇을 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슨 일을 구경으로 하나이까. 또 도둑은 무엇을 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슨 일을 구경으로 하나이까. 또 여자는 무엇을 구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르침에 집착하고 무슨 일을 구경으로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크샤트리야 종족은 싸우기를 좋아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사무를 좋아하고 끝까지 일을 해 중간에서 쉬지 않느니라."

"바라문은 무엇을 구하나이까."

"바라문은 주술(呪術)을 좋아하고 반드시 살집을 짓느니라."

"국왕은 무엇을 구하나이까."

"범지야, 알라. 왕은 정치의 권력을 구하고 마음은 무기에 있으며 재물에 탐착하느니라."

"도둑은 무엇을 구하나이까."

"도둑은 간사한데 마음이 있고 남으로 하여금 제가 저지른 일을 모르도록 하느니라."

"여자는 무엇을 구하나이까."

"여자는 뜻이 남자에게 있다. 재물에 탐착하여 남녀의 일을 매어 두고 자유롭기를 바라느니라."

그 때에 범지는 사뢰었다.

"참으로 뛰어나고 놀랍나이다. 그런 일을 다 알으십니다. 그것은 진실이요, 헛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비구는 무엇을 구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계덕을 두루 갖추고 마음은 도법에 놀며 뜻은 네 가지 진리에 있고 열반에 이르려고 한다. 이것이 비구가 구하는 것이니라."

범지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가 먹는 마음은 움직일 수 없나이다. 그 이치는 실로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열반이란 매우 즐거운 것입니다. 여래님 말씀은 너무 친절하셨나이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에게 소리를 듣게 하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보인 것처럼, 여래님 말씀도 그것과 다름이 없나이다. 나는 지금 나라 일이 너무 많아 그만 돌아가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때를 알아하라."

생루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생루 범지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이 중에 혹 어떤 비구로서 어떻게 범행을 닦아야 이지러짐이 없이 청정하게 범행을 닦을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완전히 갖추어 범하지 않으면 그것이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 것이다. 다시 범지야,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알음을 내거나 집착하지 않고 나쁜 생각과 좋지 못한 법을 버려 눈을 온전하게 하면 그 사람은 청정하게 범행을 닦는 사람이니라.

또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닿임을 알거나 뜻으로 법을 알아도 알음이나 생각이 전연 없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그 뜻을 온전히 하면, 그런 사람은 범행을 닦되 이지러짐이 없느니라."

범지는 사뢰었다.

"어떤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아 청정한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이 함께 모이면 그것은 범행이 아니니라."

"어떤 사람이 번뇌[漏]가 있어서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였나이까."

"어떤 사람이 여자와 교접하거나 손, 발을 맞대거나 그것을 마음에 두어 잊지 않으면, 범지야, 이것은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온갖 음탕한 마음을 흘려 내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알맞은 것이다. 또 범지야, 혹은 여자와 장난하거나 서로 말을 걸면, 범지야, 그 사람은 행을 두루 갖추지 못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흘려 내며 범행을 갖추어 청정한 행을 닦지 않는 사람이니라.

다시 범지야, 어떤 여자가 음탕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고 거기서 곧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면, 범지야, 그는 범행이 깨끗하지 못하고 범행을 닦지 못하는 사람이다. 다시 범지야, 어떤 사람이 우는 소리나 웃는 소리를 멀리서 듣고 거기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면, 범지야, 이것이 이른바 '그는 범행을 깨끗이 닦지 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서로 알맞아 행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 하느니라.

다시 범지야, 어떤 사람이 일찍 여자를 보고 뒤에 다시 생각이 나서 그 머리나 눈을 기억하고 거기서 그리움을 내어 그윽한 곳에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나쁜 행과 서로 어울리면, 범지야, 이것이 이른바 '그는 범행을 닦지 않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생루 범지는 세존께 사뢰었다.

"참으로 희한하고 놀랍나이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범행도 알으시고 범행이 아닌 것도 알으시며, 흘리는 행도 알으시고 흘리지 않는 행도 알으시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자와 손을 맞잡으면 곧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내나이다. 그 때에 저는 생각하나이다. '이 사람은 행이 깨끗하지 못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서로 어울린다. 닿음의 첫째는 여자다. 첫째 욕망은 눈과 눈이 서로 마주치는 것이다. 여자는 말과 웃음으로 남자를 얽어맨다. 혹은 말을 걸어 남자를 얽어맨다'고. 그 때에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이 여섯 사람은 모두 깨끗하지 못한 행을 행한다'고.

지금 여래님의 말씀은 너무 친절하십니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헤매는 이에게 길을 보이며 어리석은 이에게 도를 들려주고 눈을 가진 이에게 빛을 보이는 것처럼, 지금 여래님 말씀도 그와 같나이다. 저는 지금 부처님과 법과 중에게 귀의하나이다. 지금부터는 다시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저를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그 때에 생루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이샤알리 밖의 어떤 숲 속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마사(馬師)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에 삿차 니르그란타는 멀리서 마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의 스승은 어떤 이치를 말하고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너희들에게 설법하는가."

마사는 대답하였다.

"범지여, '몸은 덧없는 것이다. 덧없는 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으면 곧 공한 것이다.

공이라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의 소유가 아니다'고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이의 배우는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덧없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덧없기 때문에 그것은 괴로운 것이요 괴로운 것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으면 곧 공한 것이요 공이라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의 소유가 아니다. 너는 알고 싶은가. 우리 스승님이 가르치시는 이치는 이와 같고, 제자들을 위해 이런 이치를 말씀하시느니라."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말하였다.

"그쳐라, 그쳐라. 마사여, 나는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아무리 고오타마 사문이 그렇게 가르쳐도 나는 조금도 듣고 싶지 않다. 왜 그러냐 하면 내 주장으로는 '몸은 항상 되다'고 하는데 그 사문은 '몸은 항상 되지 않다'고 하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사문 고오타마를 만나 변론해서 그의 뒤바뀐 생각을 고쳐 주리라."

그 때에 바이샤알리에 五백 동자가 있었다. 그들은 한 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그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함께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자. 그 까닭은 그 사문 고오타마와 변론해서 그로 하여금 바른 진리의 길을 보도록 하고 싶다. 그의 주장은 '몸은 항상 되지 않다'하고, 나는 '몸은 항상 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치 역사가 털을 긴 염소를 붙잡고 동, 서, 남, 북 어디로나 마음대로 끌고 가되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 사문 고오타마와 변론해 그를 잡고 놓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 여섯 개 이빨을 가진 사나운 코끼리는 깊은 산에서 놀되 아무 것도 어려워 할 것이 없는 것처럼, 나도 그와 같이 저와 변론해도 아무 어려워 할 것이 없다. 또 건장한 두 사내가 한 약한 짐승을 붙들고 불에 구울 때 마음대로 뒤치되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나도 저와 변론하되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나는 변론으로 저 코끼리도 죽이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또 코끼리를 동, 서, 남, 북으로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어찌 남만 못하겠느냐. 이 강당의 들보다 기둥은 마음이 없는 물건이다. 그것도 오히려 옮길 수 있거늘 더구나 사람과 변론해서 그에게 지겠는가. 그의 얼굴 구멍에서 피를 쏟고 죽게 하리라."

그 중의 어떤 동자는 말하였다.

"니르그란타는 끝내 저 사문과 변론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저 사문 고오타마가 니르그란타와 변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동자는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니르그란타와 변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니르그란타가 저 사문과 변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저 사문 고오타마의 주장이 이 마사 비구와 같다면 상대할 만 하지만 다른 이치가 있더라고 들어보면 알 것이다.'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五백 동자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세존님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니르그란타는 세존님께 사뢰었다.

"어떤 교리와 어떤 계율로 제자들을 훈계하는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주장은 '몸은 덧없는 것이다. 덧없는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우면 <나>가 없으며 <나>가 없으면 곧 <공>이요 <공>이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의 소유가 아니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그렇다.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다 덧없는 것이다. 덧없는 것은 곧 괴로운 것이요 괴로우면 <나>가 없으며 <나>가 없으면 공이요 공이면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의 소유가 아니다.' 내 가르침은 이런 이치이니라."

니르그란타는 말하였다.

 

"나는 그런 법은 듣고 싶지 않다. 왜 그런가 하면 내 해석으로는 '몸은 항상된 것'이다."

"너는 지금 마음을 오로지해 묘한 이치를 생각해 보라. 그 다음에 내가 설명하리라."

"내가 지금 말하는 '몸은 항상 되다'는 이치는 이 五백 동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너는 제 주장을 말하면서 왜 저 五백 사람을 끌고 드느냐."

"나는 지금 '몸은 항상 되다'고 말하였다. 사문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말하였다. '몸은 항상 되지 않고 <나>가 없다'고. 그것은 억지와 거짓으로 모인 이름 뿐으로서 진실하지 않고 견고하지 않아서 눈덩이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없어지는 법이요 변하는 법이다. 너는 이제 '몸은 항상 되다'고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전륜성왕은 제 나라에서 자유로우냐. 그래서 그는 놓아주지 않을 자도 놓아주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느냐."

니르그란타는 대답하였다.

"그 성왕은 그런 자유로운 힘이 있어 죽이지 않을 자도 죽이고 결박하지 않을 자도 결박할 수 있다."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전륜성왕도 죽을 것인가. 머리는 희어지고 얼굴은 주름살지며 옷에는 때가 묻을 것인가."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에 밀적금강역사(密迹金剛力士)는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여래님 앞에서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낼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니르그란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허공을 보라."

니르그란타는 공중을 우러러 밀적금강역사를 보고 또 공중의 그 소리를 들었다. '만일 네가 여래님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면 네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고. 그는 그것을 보고 놀랍고 두려워 온 몸의 털이 일어섰다.

그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고오타마님. 저를 살려 주소서. 그리고 이제 다시 물으십시오. 저는 대답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전륜성왕도 늙을 것인가. 그래서 머리는 희어지고 이는 빠지며 가죽은 쭈글거리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질 것인가."

"사문 고오타마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도 저는 '몸은 항상 되다'고 주장합니다."

"너는 잘 생각한 뒤에 대답하라. 앞, 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는구나. 그러면 전륜성왕도 늙을 것인가. 머리는 희어지고 이는 빠지며 가죽은 쭈글거리고 얼굴에는 주름이 질 것인가."

니르그란타는 대답하였다.

"전륜성왕이 늙기를 허락하겠습니까."

"전륜성왕은 자기 나라에서는 언제나 자유롭다. 그런데 왜 늙음과 병과 죽음을 물리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만일 그가 '내게는 늙음과 병과 죽음이 필요 없다. 나는 언제나 이럴 것이다'고하여 언제나 그렇게 있고 싶어한다면 그것이 과연 이치에 옳겠는가."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난처하고 괴로워하면서 잠자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 몸에서 땀이 흘러 옷을 적시고 또 앉은자리와 땅까지 적셨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니르그란타여. 너는 대중 속에서 사자처럼 외쳤다. '너희들 五백 동자야. 나와 함께 저 고오타마에게 가서 변론하여 그를 항복 받자. 마치 털이 긴 염소를 붙잡고 동, 서, 남, 북으로 마음대로 끌되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큰 코끼리가 깊은 산중에 들어가 마음대로 놀되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또 건장한 두 사내가 한 약한 짐승을 잡아 불에 구울 때 마음대로 뒤적이는 것처럼 하리라'고.

너는 또 '나는 항상 변론으로 큰 코끼리를 죽일 수 있다. 이런 들보나 기둥이나 초목들은 다 마음이 없는 것이지마는, 그것들과 변론해 굽히고 펴고 구부러지고 쳐들게 하며 또 겨드랑 밑에서 땀을 흘리게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세 가지 법복을 들어 니르그란타에게 보이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 겨드랑에 흐른 땀이 없는 것을 보라. 그런데 지금 너는 땀을 흘려 땅까지 적시는구나."

니르그란타는 또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에 두마라는 동자는 대중 속에 있다가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할 일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말하라."

"마치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못이 있고 그 못에는 다리가 많은 벌레가 있습니다. 그 촌락의 남, 녀, 노, 소들은 그 못에 가서 벌레를 잡아내어 기왓장이나 돌로 그 다리를 때려 부숴 버리면, 그 벌레는 물로 도로 들어가려 해도 될 수 없는 것처럼, 이 니르그란타도 그와 같나이다. 그가 처음에는 서슬이 시퍼렇게 여래님과 변론하려고 마음에는 질투와 교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제 여래께서는 그것을 아주 없애어 남음이 없나이다. 그래서 이 니르그란타는 다시는 여래님께 와서 변론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두마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미련해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다. 너하고 변론하는 것이 아니다. 사문 고오타마와 변론하는 것이다."

니르그란타는 세존께 사뢰었다.

"다만 이치만 물으십시오. 저는 다시 말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전륜성왕이 늙음, 병, 죽음을 못 오게 하면 할 수 있겠는가. 그 대왕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 소원은 이룰 수 없습니다."

"이 몸을 있게 하고 이 몸을 없게 하려면 될 수 있겠는가."

"될 수 없습니다, 고오타마님."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이 몸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몸은 항상 되지 않은 것입니다."

"만일 항상 되지 않다면 그것은 바뀌고 변하는 법이다. 너는 거기서 '이것은 <나>다'라고 보는가. 또 '<나>는 저의 것이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님."

"그러면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만일 항상 되지 않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겠는가."

"그것은 없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쌓임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만일 항상 되지 않다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과연 그것을 있다고 보겠는가."

"그것은 없는 것입니다."

"어떠냐, 니르그란타야. 너는 '항상 되다'고 말하였는데, 그 말은 이 이치와 어긋나지 않는가."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미련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런 생각을 내어 고오타마님과 다투었나이다. '몸은 항상 되다'고. 어떻게 저 사나운 짐승 사자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겠나이까. 그럴 이치가 없나이다. 지금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서 털끝만큼도 두려움이 없나이다. 저는 지금까지 미치고 미혹해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감히 사문 고오타마님을 시끄럽게 하였나이다. 말이 너무 많았나이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에게 소리를 듣게 하며 헤매는 이에게 길을 보이고 눈 없는 이에게 빛깔을 보이는 것처럼, 사문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나이다.

저는 이제 사문 고오타마님과 법과 비구 중에게 귀의하나이다. 저로 하여금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고오타마님과 비구 중은 제 청을 받아 주소서. 저는 부처님과 비구 중에게 공양하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셨다. 니르그란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신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그는 바아샤알리에 있는 동자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게 공양할 자료를 지금 곧 내게 공양하고 때를 어기지 말라. 나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과 그 비구 중을 청하였다. 내일 공양하리라."

동자들은 각기 공양 거리를 마련해 가지고 와서 그에게 주었다. 니르그란타는 그 밤으로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때가 되어 세존께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 중들을 데리고 바아샤알리로 가시어 니르그란타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비구들도 차례로 앉았다. 니르그란타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갖가지 음식을 손수 진지해 돌렸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공양을 마치자 그는 깨끗한 물을 돌리고, 곧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하늘에 나는 논이요, 탐심과 음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니르그란타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그를 위해 말씀하셨다. 니르그란타는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제일이 되고

문장에는 게송이 으뜸이 된다

사람에는 임금이 제일이 되고

물에서는 바다가 근원이 되며

별 중에서는 달이 제일 밝으며

광명 중에는 해가 제일이니라.

 

위와 아래와 또 四방과

모든 땅에서 나는 것들과

하늘과 사람들 그 가운데서

부처가 더 없는 높은 이거니

세 부처가 그 중에 최상이니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때에 니르그란타의 五백 제자들은 그 스승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 스승님이 어떻게 고오타마를 섬기게 되었을까."

그 제자들은 바이샤알리에서 나가 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에 니르그란타는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고자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그는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니르그란타 제자들은 멀리서 그 스승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사문 고오타마 제자가 지금 저기 온다."하고 제각기 기왓장과 돌을 들고 그를 때려 죽였다.

그 때에 동자들은 니르그란타가 그 제자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여래께서 교화하신 니르그란타는 지금 그 제자들에게 죽었나이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지금 어디 났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서 네 가지 진리를 완전히 갖추고 세 가지 번뇌를 없애고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어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다. 지금 그는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났다. 그는 미륵 부처님을 뵈옵고는 완전히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니, 이것이 곧 그 이치이다. 그것을 생각하고 수행하라."

동자들은 사뢰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놀랍나이다. 그 니르그란타는 세존님께 나아와 변론으로 겨루려 하다가, 도리어 제 변론에 스스로 묶이어 여래님 교화를 받았나이다. 대개 여래님을 뵈옵는 이는 결코 허망하지 않나이다. 마치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 얻어 마침내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라도 여래님께 오면 반드시 법의 보배를 얻어 마침내 헛되이 돌아가지 않나이다."

세존께서는 동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해 그들을 기쁘게 하셨다. 동자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돈 뒤에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곧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동자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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