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三十二권
역품(力品) 2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깃자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깃자쿠우타 산을 보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너희들은 알라.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너희들은 저 광보산(廣普山)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너희들은 알라.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어 지금과 같지 않았다."
"너희들은 저 백선산(白善山)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먼 옛날 과거에 이 산은 또 다른 이름이 있어 지금과 같지 않았다."
"너희들은 저 부중산(負重山)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너희들은 저 선인굴산(仙人堀山)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저 산은 먼 과거 세상에도 지금 이름과 같아서 다른 이름이 없었다. 왜 그러냐 하면 저 선인굴산에는 언제나 신통이 있는 보살과 도를 얻은 아라한의 여러 선인들이 살던 곳이다. 또 벽지불도 저 산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 벽지불의 이름을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그 벽지불들의 이름은 아리타 벽지불, 우파리타, 심제중(審諦重), 선관(善觀), 구경(究竟), 총명(聰明), 무구(無垢), 제사념관, 무멸무형승 최승극대극뇌전광명 벽지불이었다. 비구들이여,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이런 五백 벽지불이 이 선인굴산 중에서 살고 있었다.
여래가 도솔천에서 이 세상에 내려오려 할 때에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이 세상에 먼저 내려와 두루 알렸다.
'이 부처 세계를 깨끗이 하라. 지금부터 二년 뒤에는 여래님이 세상에 나타나실 것이다.'
여러 벽지불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허공에 올라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부처 세상에 나오기 전에
성현들 여기서 살고 있었다.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들
언제나 이 산 중에 살고 있었다.
이 산 이름은 선인의 산
벽지불이 사시던 곳
많은 선인들과 아라한들이 있어
이 산은 빈 적이 없었느니라.
그 때에 모든 벽지불들은 곧 공중에서 몸을 불태워 반열반에 들었다. 왜냐 하면, 세상에는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열반에 든 것이다. 한 떼의 장사치 중에는 두 길잡이가 없고 한 나라에는 두 임금이 없으며 한 부처 세계에는 두 부처의 이름이 있을 수 없다.
왜 그러냐 하면, 먼 옛날 이 라아자그리하 성안에 희익(喜益)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늘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고 아귀와 축생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항상 지옥, 아귀, 축생의 고통을 기억하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는 이 세 가지 나쁜 길에는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왕의 지위와 처자와 종들을 모두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한다'고.
그래서 왕은 그 괴로움을 싫어해 곧 왕의 지위를 버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자기를 다루면서 다섯 가지 쌓임을 관찰하고 그것의 덧없음을 밝게 보았다. 즉 '이것은 몸이다. 이것은 몸의 쌓임이다. 이것은 몸의 사라짐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그와 같아서 모두 덧없는 것이다'고.
이렇게 다섯 가지 쌓임을 관찰할 때에 '모든 모인 법은 바로 사라지는 법'이라고 관찰하고, 이 법을 관찰하고는 곧 벽지불의 도를 성취하였다.
그 때에 벽지불이 된 희익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저 지옥과 축생 따위의
다섯 길의 고통을 생각하고는
그것을 버리고 도 배웠나니
지금은 혼자 가며 근심이 없네.
그 때에 그 벽지불은 저 선인굴산에서 살았다. 비구들이여, 이런 사실로 보아 알아야 한다. 저 선인굴산에는 언제나 신통을 얻은 보살과 도를 얻은 참 사람들이 살았다. 선인의 도를 배우는 사람이 거기 살았기 때문에 이름을 선인굴산이라 하였고 다시 다른 이름이 없는 것이다.
여래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여러 하늘들이 늘 이 선인굴산에 내려 와서 공경하였다. 왜냐 하면 이 산에는 순전히 참 사람만이 살았고 다른 잡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다음에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왕림하실 때에도 다른 산들은 제각기 딴 이름이 있겠지마는 이 선인굴산만은 다른 이름이 없을 것이다. 또 이 현겁 동안에도 이 산 이름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이 이 산을 친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면 온갖 공덕은 더욱 더해 갈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생각을 온전히 해 자기 몸을 닦아야 한다. 어떻게 생각을 온전히 하는가. 비구는 가야 할 때에는 갈 줄을 알고, 움직이는 태도, 나아가고 그치기, 굽히고 펴기, 구부리고 우러르기, 옷을 입는 법, 잠자기와 깨기, 말하기와 잠잠하기에 있어 모두 때를 알아야 한다.
또 비구가 만일 마음이 온전하고 바르면, 그는 아직 생기지 않는 탐욕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것은 곧 사라진다.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사라지게 한다.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곧 사라지게 한다.
또 만일 생각을 온전히 하면 여섯 가지 감관을 분별해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는다. 여섯이란 이른바, 눈으로 곱거나 추한 빛깔을 볼 때에 좋은 것을 보면 기뻐하고 나쁜 것을 보면 기뻐하지 않으며, 귀로 곱거나 추한 소리를 들을 때에 고운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나쁜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지 않으며, 코, 입,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
마치 여섯 가지 벌레가 그 성행이 각각 다른 것과 같다. 사람이 개, 여우, 원숭이, 고기, 독사, 새를 잡아 밧줄로 묶어 한 곳에 놓아두면 그것들은 각각 그 성행이 달라 개는 마을로 달아나기를 생각하고 여우는 무덤 사이로 달아나기를 생각하며 고기는 물 속으로 달아나기를 생각하고 원숭이는 숲 속으로 달아나기를 생각하며 독사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기를 생각하고 새는 공중으로 날아가기를 생각한다. 이와 같이 그것들은 그 성행이 각각 다르니라.
또 사람이 그 여섯 가지 벌레를 잡아 한 곳에 매어 두어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하면 그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곳을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 있는 것이다.
우리 여섯 가지 감정도 그와 같이 각각 주인이 있어 행하는 것이 같지 않고, 좋거나 나쁘거나 그 보는 것이 각각 다르지마는, 그 때에 그 비구는 그 여섯 가지 감정을 한 곳에 매어 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 뜻을 온전히 해 어지럽지 않으며, 그 때에는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그 틈을 얻지 못하고 온갖 착한 공덕은 모두 성취될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눈을 완전히 갖추면 곧 두 가지 결과를 얻어 현재에서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의 결과를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아라아나시이의 사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덧없다는 생각을 닦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라. 덧없다는 생각을 닦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곧 욕심 세계의 애욕을 끊고 형상 세계와 무형 세계의 애욕을 끊고 교만과 무명을 모두 끊게 될 것이다.
이제 내 기 이유를 설명하리라. 먼 옛날 선목(善目)이라는 벽지불이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고 얼굴은 복숭아 꽃빛 같았으며 눈길이 자상하고 입에서는 웃팔라 꽃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찬다나향 냄새가 났다.
어느 때 선목 벽지불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바아라아나시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어느 장자 집에 이르러 문 밖에서 잠자코 서 있었다. 그 때에 그 장자의 딸은 어떤 도인이 문 밖에서 잠자코 서 있는데 단정하기 짝이 없고 얼굴은 뛰어나 세상에 드물며 입에서는 웃팔라 꽃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찬다나 향냄새가 나는 것을 보고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얼굴이 단정하고 복숭아 꽃빛 같아서 세상에 드물게 보겠습니다. 나도 처녀로서 얼굴이 단정하여 짝이 될 만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보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벽지불은 물었다.
'누이야, 누이는 지금 내 어디를 좋아하는가.'
나는 그 눈 모양을 좋아합니다. 또 입에서 나는 웃팔라꽃 향기와 몸에서 나는 찬다나 향냄새를 나는 좋아합니다.'
그 때에 벽지불은 곧 왼손을 펴고 오른 손으로 그 눈을 빼어 손바닥에 놓고 말하였다.
'네가 좋아하는 눈이란 바로 이것이다. 누이야, 지금 어디를 좋아하는가. 이것은 마치 부스럼과 같아서 탐낼 것이 없다. 또 이 눈에서는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 누이야, 알아야 한다. 이 눈은 물거품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허깨비 같아서 진실한 것이 아니건만 세상 사람을 숙이고 미혹하게 하는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도 그와 같아서 견고하지 않고 거짓되어 진실하지 않은 것이다. 입은 침 그릇으로서 더러운 물질을 내고 순전히 흰 뼈를 머금었다. 몸은 괴로움의 그릇으로서 없어질 법이요 언제나 더러운 물질을 담은 곳으로서 온갖 벌레가 득실거리는 곳이며, 또 그림 병과 같지마는 그 안에는 더러운 물질이 가득하다. 누이야, 지금 어디에 집착하는가.
그러므로, 누이야, 마땅히 그 마음을 온전히 하여 이것은 허깨비 같고 거짓되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라. 만일 누이가 눈은 덧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집착하는 욕심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도 다 덧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욕심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그 때에 장자는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벽지불 앞에 나아가 사뢰었다.
'나는 지금부터 허물을 고치고 선을 닦고 다시는 욕심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원컨대 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렇게 두 번 세 번 수행하기를 맹세하였다.
벽지불은 말하였다.
'그만 그치라, 누이야. 그것은 네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 전생의 죄다. 이런 형상을 받아 났기 때문에, 남으로 하여금 나를 보고 욕정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 눈을 자세히 관찰해 보라. 이 눈은 <나>가 아니다. 또 나도 그의 것이 아니다. 또 내가 눈을 만든 것이 아니요 그것이 <나>를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없는 가운데서 생긴 것으로서 곧 무너져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도 아니요 모두 인연이 모여 된 것이다.
이른바 인연이란 '이것을 인연하여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눈, 귀, 코, 혀, 몸, 뜻도 그와 같아서 모두 비고 고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누이야, 눈 모양에 집착하지 말라. 눈 모양에 집착하지 않으면 곧 안온한 곳에 이르게 되어 다시는 욕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이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벽지불은 그 여자를 위해 네 가지 무상한 법을 말하고 허공에 올라가 열 여덟 가지 신통을 보이고는 제 곳으로 돌아갔다.
그 때에 그 여자는 눈, 귀, 코, 혀, 몸, 뜻을 관찰해 아무 것도 없는 것임을 밝게 하고 한적한 곳에서 이 법을 깊이 생각하였다. 그리고 다시 여섯 가지 감관의 주인이 없음을 깊이 생각하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얻었다.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범천에 났다.
비구들이여, 알아야 한다. 만일 덧없다는 생각을 닦고 덧없다는 생각을 널리 펴면 욕심 세계, 형상 세계, 무형 세계의 애욕을 모두 끊고 교만과 무명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차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지금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동산에 나가 놀고 싶다."
그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고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는 장엄 되었나이다. 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왕은 그를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동산으로 갔다. 그 동산 나무들은 아무 소리가 없고 사람들도 없어 매우 적적하고 공허하였다. 그는 그것을 보자 여래께서 말씀하신 모든 법의 근본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시자는 왕 뒤에서 왕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동산 과일 나무들은 아무 소리가 없다. 또 사람들도 없어 매우 쓸쓸하고 공허하다. 지금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청해 여기서 노니시게 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구나. 나는 가서 뵈옵고 싶다."
시자는 아뢰었다.
'석씨들 마을에 녹당(鹿堂)이라는 강당이 있는데 여래께서는 지금 거기서 교화하고 계시나이다."
"그 녹당은 여기서 얼마나 되는가."
"그 곳은 멀지 않나이다. 그 이수로 따지면 三요오자나쯤 될 것입니다.
"빨리 보배깃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지금 가서 여래님을 뵈오리라."
시자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수레를 준비하고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는 준비되었나이다. 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왕은 곧 수레를 타고 그 마을로 갔다. 그 때에 비구들은 밖에서 거닐고 있었다. 왕은 수레에서 내려 그 비구들에게 갔다.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지금 여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나는 뵈옵고 싶습니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저 강당 안에 계십니다. 가서 뵈오십시오. 어려워할 것 없습니다. 왕은 가실 때 가만히 걸어 발소리를 내지 마시오."
그 때에 왕은 그 시자를 돌아보았다. 시자는 생각하였다. '왕이 혼자 가서 세존님을 뵈옵게 하고, 나는 여기 있자'고. 왕은 혼자서 세존께 나아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눈으로 프라세나짓 왕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왕을 위해 문을 열었다. 왕은 세존님을 보자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자기 성명을 일컬었다.
"나는 프라세나짓 왕입니다."
이렇게 세 번 일컬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왕이요, 나는 석씨로서 집을 나와 지금 도를 닦고 있소."
왕은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수명이 무궁하시어 천상과 인간으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의 수명이 무궁하고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일은 행하지 마시오. 법으로 교화하는 사람은 모두 천사의 좋은 곳에 나오. 만일 목숨을 마치면 그 이름은 썩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일컬어 전할 것이오. 옛날 국왕들은 모두 법으로 다스려 비뚤어진 일이 없었으므로 그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모두 왕의 공덕을 찬탄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였소. 그래서 그 왕은 천상에서 여섯 가지 공덕이 더해 갔소.
그 여섯 가지란, 첫째는 하늘 수명이요, 둘째는 하늘 빛깔이며, 셋째는 하늘 즐거움이요, 넷째는 하늘 신통이며, 다섯째는 하늘 광명이요, 그러므로 대왕은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일은 행하지 마시오. 왕은 지금 그 몸에 그런 공덕이 있기 때문에 천상 인간의 공경을 받을 것이오."
왕은 사뢰었다.
"여래님 공덕은 사람의 예배를 받을 것입니다."
"대왕은 어째서 그런 말을 하오."
"여래님은 여섯 가지 공덕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예배를 받을 것입니다. 그 여섯이란 여래님의 바른 법은 매우 부드럽고 높아 지혜로운 사람이 닦아야 할 것이니 이것이 여래님의 첫째 공덕으로서 섬길 만하고 공경할 만한 것입니다.
다시 여래님 제자들은 매우 화순하고 법을 성취하였으며 계율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른바 네 쌍과 여덟 무리이니 이것이 여래님 제자로서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여 세상의 큰 복밭입니다. 이것이 여래님의 둘째 공덕입니다.
또 여래님의 네 가지 무리들은 가르치는 행법(行法)을 잘 익히고 행해 거듭거듭 물음으로써 여래님을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여래님의 셋째 공덕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크샤트리야나 바라문이나 거사나 사문으로서 세상에서 뛰어난 큰 재주를 가진 이가 모두 여래님께 몰려와 변론하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이 이치를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물어 보자. 만일 그가 대답하지 못하면 그는 모자라는 것이요, 만일 그가 잘 대답하거든 우리는 그를 훌륭하다고 칭찬하자'고.
그래서 그들은 세존께 나아가 그 이치를 묻기도 하고 혹은 잠자코 있으면,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십니다. 그들은 그 설법을 듣고 다시는 묻지도 못하거늘 하물며 따지려 하겠습니까. 그들은 다 여래님을 스승으로 섬기게 됩니다. 이것이 그 넷째 공덕이옵니다.
또 저 六十二 가지 소견을 가진 이들이 세상 사람들을 속이면서 바른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어리석게 됩니다. 그러면 여래께서는 그 여러 삿된 소견을 없애고 바른 소견을 닦게 하십니다. 이것이 여래님의 다섯째 공덕입니다.
또 중생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다가도 목숨을 마칠 때 여래님 공덕을 생각하기만 해도 세 갈래 나쁜 길을 떠나 천상에 나게 되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천상에 나게 됩니다. 이것이 여섯째 여래님 공덕이옵니다.
그래서 어떤 중생도 여래님을 뵈오면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공양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오. 대왕은 이제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쳐 여래 공덕을 연설하였소. 그러므로 대왕은 항상 여래에 대해 마음을 가지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프라세나짓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를 기쁘게 하셨다. 그 때에 왕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오래 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법을 받들어 공양하고 잘 익혀 외워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저 프라세나짓 왕이 말한 것처럼 너희들도 네 가지 무리들을 위해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세존님을 뵈오러 가리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다 되었나이다. 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때에 왕은 보배깃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내 청을 들어주시어 라아자그리하에서 九十일 동안 여름 안거를 지내소서."
세존께서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왕은 때를 따라 의복, 음식, 침구, 의약을 공양하였다.
그 때에 바이샤알리 성에는 귀신이 일어나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었고 하루 동안에도 죽는 사람이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귀신 나찰에 걸려 얼굴과 눈이 누렇게 되어 三, 四일 만에 죽는 자도 있었다. 그래서 그 성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해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이 성은 크고 번성해 사람이 많고 풍족하고 즐겁기 저 제석천왕이 사는 궁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귀신의 해침을 받아 많은 사람이 죽고 쓸쓸하기는 산이나 들과 같다. 누가 신덕이 있어 이 재앙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듣건대 저 사문 고오타마님은 가는 곳마다 온갖 삿된 귀신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만일 그 여래님이 여기 오시면 이 귀신들은 모두 스스로 도망쳐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여래께서는 지금 라아자그리하에서 아자아타샤트루 왕의 공양을 받고 계시므로, 아마 여기 와서 교화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일체를 두루 살펴보아도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신다. 또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신다. 그러므로 만일 누가 청하면 곧 오실 것이요, 아자아타샤트루 왕도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저 아자아타샤트루 왕 나라에 가서 세존님께 '지금 우리 성은 큰 곤액을 받고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돌보아 주소서'라고 사뢸 수 있겠는가."
그 때에 최대(最大)라는 장자는 그 대중 가운데 있었다. 대중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들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가는 곳마다 어떤 나쁜 귀신도 해치지 못한다고. 만일 그 여래께서 여기 오시기만 한다면 이 재앙을 능히 없앨 것이다. 그대는 저 세존님께 가서 이런 사정을 자세히 사뢰어 이 성을 영구히 보존하게 하라."
장자는 잠자코 대중들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집으로 가서 여행 도구를 챙겨 가지고 하인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바이샤알리 성 사람들은 큰 재앙을 만나 죽는 사람이 매우 많나이다. 하루 동안에도 시체를 실은 수레가 잇대어 백이 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고 돌보시어 저 남아 있는 사람들을 편안한 곳에서 안온하게 살게 하소서. 또 듣자오니 세존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 하나이다. 원컨대 돌보아 우리 성에 오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안온히 살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라아자그리하의 아자아타샤트루 왕의 청을 받았다. 모든 부처 세존은 두 가지 말이 없다. 만일 저 아자아타샤트루 왕이 들어준다면 나는 갈 수 있다."
최대 장자는 사뢰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결코 여래님을 우리 나라에 오시도록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우리 나라에 대해서 털끝만큼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우리 나라 백성들을 해치려고 하나이다. 만일 그가 나를 본다면 곧 잡아죽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정을 말할 수 있겠나이까. 그는 우리 나라 백성들이 귀신에게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한량없이 기뻐할 것입니다."
"너는 두려워 말고 지금 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하라. '여래님은 전에 왕의 신상에 대해서 예언하셨소.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가지 말씀이 없소. 즉 왕은 죄없는 부왕을 죽였으니 장차 지옥에 나 거기서 한 겁을 지낼 것이오. 그런데 지금은 허물을 뉘우치고 그 죄를 떠나 여래 법안에서 믿음 뿌리를 성취하였으니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 죄는 남음 없이 없어졌소. 그래서 지금 왕은 목숨을 마치면 박구 지옥에 날 것이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네천왕천에 날 것이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야마천에 날 것이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 와 네천왕천에 날 것이오.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렇게 二十겁 동안에는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 세상에 태어나 최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될 것이오.'
그 왕은 이 말을 들으면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며 너에게 말하리라. '네 소원은 무엇인가? 나는 어김없이 들어주리라'고"
장자는 사뢰었다.
"나는 지금 세존님의 위력을 받들어 저 왕에게 가겠나이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그 왕에게로 갔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여러 신하들과 높은 궁전 위에서 강론하고 있다가 이 장자가 오는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저 사람이 여기 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이는 말하였다.
"우리는 그를 잡아 다섯 동강을 내겠습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목을 베어 나무에 달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죽여 나를 보지 못하도록 하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이내 높은 소리로 외쳤다.
"나는 부처님 심부름꾼이다."
왕은 부처라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내려와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여래 계신 곳을 향해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무슨 분부가 계신가."
장자는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전에 왕의 신상에 대해서 예언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아니어서 두 가지 말씀이 없습니다.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부왕을 죽였소. 그 죄로 말미암아 아비 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낼 것이오. 그러나 이내 여래 앞에서 허물을 고쳤으므로 이제는 박구 지옥에 날 것이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네천왕천에 나고 계속해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 와 네천왕천에 날 것이오. 그런데 二十겁 동안에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 인간에 돌아다니다가 최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제악이라는 벽지불이 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다'고."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며 장자에게 말하리라.
"너는 지금 무엇을 요구하는가. 나는 어김없이 들어주리라."
장자는 사뢰었다.
"바이샤알리 성 백성들은 매우 포악한 나찰 귀신의 해침을 받아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나이다. 원컨대 대왕은 세존님을 놓아주어 세존께서 거기 가시어 그 귀신들을 모두 흩어져 달아나게 하소서. 왜냐 하오면 우리는 듣건대 여래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들이 그 틈을 엿보지 못한다고 하나이다. 원컨대 대왕은 허락하여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시게 하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길게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그 원은 매우 크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네 가 내게 이 성이나 촌락이나 나라, 재물, 처자를 요구했다면 나는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세존님이 가시기를 청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러나 나는 아까 네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약속하였으니 이제 네 뜻대로 하라."
그 때에 장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세존께서 우리 나라로 가시는 것을 허락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 가라. 나는 때를 보아 가리라."
장자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카란다 대숲 동산을 나와 바이샤알리 성으로 향해 떠나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한 사람에게 일산을 들리고 높은 다락 위에 있다가 세존께서 저 나라를 향해 떠나시는 것을 보고 탄식하면서 좌우에 말하였다.
"우리는 그 장자에게 속았다. 우리는 저들을 살리기 위해 여래님을 이 나라에서 떠나시게 하였다."
왕은 곧 五백 개 일산을 가지고 세존님을 배웅하였다. 그은 먼지가 세존님 몸을 더럽힐까 걱정해서였다. 라아자그리하 성에서도 또 五백 개 일산을 가지고 여래님 뒤를 따랐다. 그 때에 또 제석천왕도 세존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먼지가 여래님 몸을 더럽힐까 걱정하여 五백 개 보배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고 여러 강신(江神)들도 五백 개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다. 또 바이샤알리 성 백성들도 세존께서 성으로 들어오신다는 말을 듣고 또 五백 개 보배 일산을 가지고 세존님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二천 五백 개 보배 일산이 허공에 달려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일산들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었다. 모든 부처 세존님들의 떳떳한 법과 같이 여래께서 웃으실 때에 파랑, 노랑, 하얀, 까만, 빨강의 다섯 가지 광명이 그 입에서 나왔다.
시자 아아난다는 그 광명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세존님의 웃음에는 반드시 인연이 있다. 함부로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꿇어앉아 합장하고 사뢰었다.
"여래께서 함부로 웃으시지 않나이다. 반드시 그 웃음에는 이유가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二천 五백 보배 일산이 나를 공양하는 것을 보느냐."
"예, 보나이다."
"만일 내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二천 五백 세(世) 동안 전륜성왕이 되어 백성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집을 나와 도를 배웠기 때문에 다시는 저런 보배 일산 공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아아난다야, 알아야 한다. 먼 옛날에 선화치(善化治)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미치라국을 법으로 다스리며 백성들을 대하는 데에도 법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남섬부주를 통솔할 때에 사람들은 모두 그 명령을 좇았다.
그에게는 八만 四천 부인과 시녀가 있었는데 모두 크샤트리야 종족이었다. 그 첫째 부인은 이름이 일광(日光)이었는데 그러나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 때에 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남섬부주 땅을 통솔한다. 그러나 아들이 없다'고. 그는 곧 산신, 나무신과 천지 신명에게 아들을 점지해 주기를 빌었다. 며칠이 지나 그 부인은 아이를 배었다. 그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알으소서. 저는 지금 아이 밴 것을 알았나이다. 잘 보호해야 하겠나이다.'
八, 九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얼굴은 복숭아 꽃빛 같았다. 부인은 그것을 보고 못내 기뻐하면서 왕에게 가서 보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八만 四천 부인들도 태자가 태어난 것을 보고 각각 기뻐하였다.
그 때에 왕은 신하들과 나라 스승과 도사들을 불러 아들 상을 보게 하고 또 이름을 지어 세상에 퍼지게 하라 하였다.
상장이들은 왕에게 사뢰었다.
'지금 난 태자는 얼굴이 매우 단정하여 세상에서 뛰어나 누구나 보고는 사랑하고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나이다. 그러므로 애념(愛念)이라 이름하소서.'
그들은 이름을 짓고 제각기 돌아갔다.
그 때에 왕은 태자를 사랑하고 생각해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또 태자를 위해 세 철 강당[三時講堂]을 짓고 미녀들을 가득 채워 태자와 즐기게 하였다.
그 때에 태자는 생각하였다. '이 미녀들 중에는 과연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존재할 수 있으며 또 변하거나 바뀌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저들은 모두 덧없어 언제고 이 세상에 존재할 수는 없다. 저들은 다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즐기며 집착하게 한다. 나는 저들이 쓸데가 없다. 저들을 버리고 도를 배워야 하겠다.'
애념 태자는 그 날고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그 밤으로 모든 결박을 끊었다. 그리고 '존재하고 모인 모든 법은 다 없어지는 법'이라고 생각하여 벽지불이 되었다. 그는 벽지불이 되어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탐욕이란 항상 되지 않은 법으로
변하고 바뀌어 진실한 것이 없다.
그것은 다 근심인 줄 알거니
혼자 노닐어 함께 짝할 이 없네.
벽지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허공에 날아올라 미치라 성을 세 번 돌았다.
그 때에 국왕은 높은 궁전 위에서 궁녀들과 즐거이 놀다가 그 벽지불이 성을 세 번 도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지금 내 태자는 허공을 나는 것이 마치 새와 같구나.'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벽지불이 된 줄은 모르고 말한 것이었다.
'아가야 곧 이제 이 궁전으로 내려오너라. 우리 여기서 즐거이 놀자.'
아아난다야, 그 때에 벽지불은 그 부모를 제도하기 위해 이내 궁전으로 내려 왔다. 내려오자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태자는 오늘 왜 그런 미녀의 옷을 입고 또 수염과 머리를 깎아 보통 사람과 다르다.'
벽지불은 대답하였다.
'제가 지금 입은 옷은 매우 기이하고 고상하여 보통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궁중에는 오지 않는가.'
'지금부터는 애욕을 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향락 속에 있기를 즐겨 하지 않습니다.'
'만일 이 다섯 가지 향락 속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우리 뒷동산 안에서 살려무나.'
그 때에 왕은 곧 몸소 동산으로 가서 집을 지었다. 벽지불을 그 부모를 제도하기 위해 그 동산 집에 머무르면서 왕의 공양을 받다가 며칠을 지낸 뒤에는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로 반열반하였다.
왕은 그 사리를 거두어 화장하고 거기에 큰절을 세웠다. 다른 날에 왕은 다시 그 동산으로 나갔다가 그 절이 모두 허물어진 것을 보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내 아들 절인데 벌써 이처럼 허물어졌구나.'고. 왕은 곧 자기 일산으로 그 절을 덮어 주었다.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느니라.
아아난다야, 그 때의 선화 왕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바로 이 나이니라. 나는 그 때에 아들을 위해 일산으로 그 절을 덮어 준 공덕으로 천상, 인간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백천 번 전륜성왕이 되었고 또 제석천왕과 범천왕이 되었다. 나는 그가 벽지불인 줄을 몰랐었다. 만일 그런 줄 알았더라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이루지 않았더라면 다시 二천 五백 번 전륜성왕이 되어 천하를 다스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도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 二천 五백 개 일산이 저절로 나타난 것이다.
아아난다야, 이런 인연으로 내가 웃은 것이다. 이처럼 모든 부처님을 섬기는 공덕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방편을 구해 모든 부처 세존님을 공양하도록 하라. 아아난다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바이샤알리에 이르러 성문에 서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여래가 되었으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제일이니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는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런 법으로.
열반 세계로 가게 되리라'
이 지성스런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은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런 중은.
여러 성현 들 중에 제일이니라'
이 지성스런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은 재앙 없으리.
두 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 발 가진 짐승도 그러하리니
길을 가는 이도 행복스럽고
길을 오는 이도 또한 그러리
'밤이나 낮이나 안온을 얻어
귀찮게 구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지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의 재앙은 없게 되리.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나찰 귀신들은 제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제각기 달아났다. 그래서 다시는 바이샤알리 성에 들어오지 못했으므로 모든 병자들은 병이 낫게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잔나비 못 가에 노닐으셨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의복, 음식, 침구, 의약으로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다. 그리고 그 귀천을 따라 제각기 부처님과 비구 중에게 공양하고 또 여덟 가지 재를 닦되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 때에 바이샤알리 성안에는 여섯 가람의 외도 스승이 있어 거기서 교화하고 있었다. 이른바 여섯 스승이란 푸우라나 카아샤파, 아지타, 고오사알라, 파쿠다카챠아야나, 산쟈아렐라티, 니그르그란타들이었다. 이 여섯 스승들은 한 곳에 모여 이렇게 말하였다.
"저 사문 고오타마가 이 바이샤알리 성에 머무르면서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공양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저에게 가서 변론해 보자.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푸우라나 카아샤파는 말하였다.
"모든 사문, 바라문들은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방편으로 힐난하자. 이것은 사문, 바라문의 법이 아니다. 그리고 저 고오타마 사문도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방편으로 그를 힐난하자. 우리는 어떻게 그와 변론할까."
아지타는 말하였다.
"보시는 없다. 받는 이도 없고 주는 이도 없다. 또 이승, 저승도 없고 중생도 없고 선, 악의 갚음도 없다."
고오사알라는 말하였다.
"강가강 가에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이 사람을 죽여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또 강가강 왼쪽에 살면서 온갖 공덕을 짓는다 하여도 그 때문에 오는 아무 선, 악의 갚음은 없다."
파쿠다카챠아야나는 말하였다.
"강가강 왼쪽에서 보시하고 계율을 가지며 때때로 이바지해 모자람이 없게 하더라고 그에 따른 복의 갚음은 없다."
산쟈아렐라티는 말하였다.
"말도 없고 말의 갚음도 없다. 침묵만이 즐겁다."
니그르그란타는 말하였다.
"말도 없고 말의 갚음도 없다. 사문 고오타마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이다. 고오타마가 아는 것이 있으면 우리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에게 신통이 있으면 우리에게도 신통이 있다. 만일 그가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우리는 두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 그가 두 가지면 우리는 네 가지로 그가 네 가지면, 우리는 여덟 가지로, 그가 여덟 가지면 우리는 열 여섯 가지로 그리고 그가 열 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우리는 서른 두 가지로 나타내어 언제나 많게 해 그에게 굽히지 않으면, 넉넉히 그와 힘을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가 우리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곧 그의 허물이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다시는 그를 공양하지 않을 것이니 우리가 그 공양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때에 어떤 비구니는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저 여섯 스승은 한 곳에 모여 사문 고오타마는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넉넉히 저이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고. 그 때에 그 수로 비구니는 허공을 날아올라 그 여섯 스승들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무도 우리 스승 짝할 이 없고
가장 높아 그보다 나은 이 없다
나는 바로 그 분의 한 제자로
이름은 수로 비구니니라.
만일 너희들 어떤 깨침 있으면
나와 더불어 함께 변론해 보자
나는 낱낱이 그 물음에 대답하되
사슴을 억누르는 사자처럼 하리라.
거룩한 우리 스승 제해 놓고는
여래라 일컬을 이 본래 없나니
나는 지금 하나의 비구니로서
넉넉히 너희들 외도 항복 받으리.
비구니가 이렇게 말할 때 그들은 그 얼굴조차 우러러보지 못하였다. 하물며 변론할 수 있었겠는가.
그 때에 바이샤알리 성 사람들은 멀리서 비구니가 허공에서 여섯 스승과 변론할 때에 여섯 스승들이 능히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모두 칭찬하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저 여섯 스승들도 오늘 저에게 항복하였다."
그 때에 여섯 스승들은 큰 근심에 잠겨 바이샤알리 성을 떠나 다시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에 비구들은 수로 비구니가 여섯 스승들과 변론해 이겼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로 비구니는 큰 신통과 큰 위신이 있고 지혜롭고 많이 안다.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저 여섯 스승들과 변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오직 나와 저 비구니뿐이다'고."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다른 비구니로서 저 비구니처럼 능히 외도를 항복 받는 이를 보았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내 성문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능히 외도를 항복 받는 이는 바로 저 수로 비구니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감관이 있다. 여섯 이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이니 이것을 여섯이라 한다.
범부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면 곧 집착하는 마음을 내어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그 빛깔을 보고 매우 애착하는 마음을 내고 나고 죽음을 돌아다니면서 벗어날 때가 없다. 여섯 가지 감정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집착하는 생각을 내어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때가 없다.
그러나 세존의 현명한 제자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집착하지 않고 더러운 마음이 없이 곧 '이 눈은 덧없는 것으로서 괴롭고 비고 <나>가 아닌 것이다'고 분별한다. 여섯 가지 감정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더러운 마음을 내지 않고 '이 여섯 가지 감정은 덧없고 괴로우며 비고 <나>가 아니다'고 분별한다. 이것을 생각하고는 현재에서 아나함이나 아라한 두 가지 결과를 얻느니라.
마치 매우 주린 사람이 보리를 찧고 씻어 깨끗이 해 먹고 주리고 목마름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처럼 거룩한 제자도 그와 같아서 이 여섯 가지 감정을 나쁘고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곧 도를 이루어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감정을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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