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三十三권
제 三十九 등법품(等法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로서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세에서 무궁한 즐거움을 누리고 번뇌를 없애려 하면 곧 없앨 수 있다. 일곱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비구로서 법을 알고, 이치를 알며, 때를 알고, 자기를 알며, 만족할 줄을 알고,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알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비구는 어떻게 법을 아는가. 비구가 법을 안다는 것은 이른바 계경, 기야, 게송, 인연, 비유, 본말, 광연, 방등, 미증유, 광보, 수결, 생경 등을 아는 것이다. 만일 비구로서 법을 모르면 十二부 경전을 모르는 것이니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법을 알기 때문에 그는 법을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법을 아느니라.
비구는 어떻게 뜻을 이해하는가. 비구는 여래의 성질을 알고 깊은 이치를 이해하여 의심이 없어야 한다. 만일 비구로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이에 비구로서 깊은 이치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치를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능히 이치를 분별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적당한 때를 아는가. 비구는 적당한 때를 알아, 관(觀)을 닦아야 할 때에는 곧 관을 닦고 지(止)를 닦아야 할 때에는 곧 지를 닦으며 침묵해야 할 때에는 침묵할 줄을 알고 가야 할 때에는 갈 줄을 알며 외워야 할 때에는 외울 줄을 알고 남을 가르쳐야 할 때에는 가르칠 줄을 알며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로서 이것을 몰라 지하고 관하기와 나아가고 그쳐야 할 때를 알지 못하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만일 비구로서 그 때를 알아 적당한 때를 잃지 않으면 그것을 일러 적당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그 적당한 때를 아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자기 몸을 닦는가. 비구로서 자기를 알아 '나는 지금 이런 소견과 들음과 생각과 앎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혜가 있어 걸음걸이와 나아가고 그치기는 항상 바른 법을 따른다'고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로서 스스로 지혜의 알맞음과 드나들기와 가고 오기를 알아서 행하지 못하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스스로 자기를 닦아 나아가고 그치기의 적당함을 알면 그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능히 자기를 안다는 것이니라.
어떻게 비구는 만족할 줄을 아는가. 비구는 스스로 잠자고 깨고 앉고 눕고 거닐고 나아가고 그치기의 적당함을 헤아려 능히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로서 그것을 알지 못하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그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줄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 비구가 만족할 줄을 안다고 하느니라.
어떻게 비구는 대중 가운데 들어 갈 줄을 아는가. 이에 비구는 대중을 분별하여 '이것은 크샤트리야 무리다. 이것은 바라문 무리다. 이것은 장자 무리다. 이것은 사문 무리다. 나는 이 법으로서 정당히 저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서 말해야 할 경우와 침묵해야 할 경우를 모두 잘 안다. 만일 비구로서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모르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그는 비구로서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알기 때문에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아는 이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안다는 것이니라.
어떻게 비구는 사람들의 성질을 아는가. 비구들이여, 알라.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친히 보려 하지마는 또한 사람은 비구를 보러 절에 가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친히 보려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비구에게 가서 절후의 안부를 묻고 또 한 사람은 절후 안부를 물으러 절에 가지 않는다. 절에 가는 사람이 가장 제일로서 가지 않는 사람보다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비구에게 가서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 또 한 사람은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들으러 비구에게 가지 않는다.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는 사람은 듣지 않는 사람보다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능히 그 법을 관찰하고 받들어 가지며 외우지마는 또 한 사람은 능히 그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지 못한다.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는 사람이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하고 또 한 사람은 법을 듣고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법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이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법을 듣고는 그 법을 성취하고 또 한 사람은 법을 듣지도 않고 법을 성취하지도 못한다. 법을 듣고 법을 성취하는 사람이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그 한 사람은 법을 들으면 능히 견디어 수행하고 분별하여 바른 법을 보호해 가지고 또 한 사람은 능히 견디어 그 법을 수행하지 못한다. 능히 법을 수행하는 사람이 여러 사람 중에서 가장 높고 제일이니라.
마치 소 젖에서 타락이 나오고 타락에서 소가 나오며 소에서 제호가 나오면 제호가 제일이어서 어느 것도 따르지 못하는 것처럼 만일 어떤 사람이 잘 수행하면 그는 제일이어서 아무도 따르지 못하느니라.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사람의 성질을 관찰하는 것으로서 만일 그것을 알지 못하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법을 듣고 그 뜻을 분별하면 그는 최상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사람들의 성질을 관찰하느니라. 만일 비구로서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재에서 즐겁고 함이 없는 것이요 번뇌를 끊고 의심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三十三천의 주도수(晝度樹)는 그 밑둥치의 넓이는 五十 요오자나요, 높이는 백 요오자나며, 동, 서, 남, 북의 그늘은 五十 요오자나다. 三十三천들은 거기서 넉 달 동안 서로 즐거워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어떤 때에 그 주도수의 꽃과 잎이 시들어 땅에 떨어지면 하늘들은 그 징조를 보고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꽃이 피고 열매가 생길 것이다'고 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혹은 어떤 때는 그 나무의 꽃과 열매가 모두 시들어 땅에 떨어지면 그들은 더욱 기뻐하면서 그들끼리 말한다.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회색이 될 것이다'고. 비구들이여, 알라. 다시 얼마를 지나 그 나무가 회색이 되면 그들은 그 나무가 회색이 된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그들끼리 말한다. '이제 이 나무가 회색이 되었으니 오래지 않아 움이 생길 것이다'고.
그 뒤에 그들은 그 주도수에 움이 생긴 것을 보고 '오래지 않아 마디가 생길 것이다'고. 그들은 그것을 보고 다시 기뻐하면서 '이 나무는 지금 마디가 생겼으니 오래지 않아 꽃이 필 것이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들은 그 나무가 점점 피어나는 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면서 '이 나무가 점점 피어나니 오래지 않아 모두 꽃을 맺을 것이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 뒤에 그 나무가 모두 피어나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이 나무는 이제 다 꽃을 맺었다'고 말한다.
그 뒤에 그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백 요오자나 안에 두루 풍긴다. 그 때에 여러 하늘들은 넉 달 동안 거기서 서로 즐거워하는데 그 즐거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와 샅이 성현의 제자로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고 하는 때는 저 나뭇잎이 비로소 시들어 떨어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처자와 재물을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려고 머리와 수염을 깎는 것은 저 나뭇잎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성현의 제자로서 탐욕이 없고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기쁨을 생각해 가지면서 첫째 선정에 뜻을 노니는 것은 저 나무가 회색이 되는 것과 같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각(覺)고 관(觀)이 있으면서 기쁜 마음이 쉬고 그 마음이 온전하여 각고 관도 없어져 둘째 선정에 마음을 노니는 것은, 저 나무의 움이 생기는 것과 같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생각을 보호하고 몸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아 모든 성현들이 구하고 보호하는 생각을 완전히 갖추어 셋째 선정에 마음을 노니는 것은 저 나무의 마디가 생기는 것과 같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아주 없어지고 본래부터 근심이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이 보호하는 생각이 청정하여 넷째 선정에 마음을 노니는 것은, 저 나무가 점점 피어나는 것과 같다.
또 성현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스스로 즐거워하면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아는 것은, 저 나무에 꽃이 활짝 피는 것과 같느니라.
그 때의 성현의 제자는 계덕의 향기가 四방에 두루 퍼져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저들이 넉 달 동안 스스로 즐겨 하는 것과 같이 네 가지 선정에 마음을 놀려 그 행을 완전히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계덕의 향기를 갖추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일곱 종류의 물 사람[水喩人]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종류의 물 사람인가. 물밑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고, 잠깐 물에서 나왔다가 도로 빠지는 사람이 있으며, 물에서 나와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물에서 머리를 내어 머무는 사람이 있으며, 물 속을 가는 사람이 있고, 물에서 나와 저쪽 언덕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으며, 이미 저쪽 언덕에 이르른 사람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일곱 종류의 물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물밑에 빠져 있으면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몸에 가득 차서 몇 겁을 지내도록 고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물밑에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에서 나왔다가 도로 빠지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 뿌리가 점점 엷어져 비록 착한 법이 있지마는 그것이 든든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다가 뒤에 다시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난다. 그런 사람을 물에서 나왔다가 도로 빠지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위에서 나와 바라보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의 좋은 뿌리는 있으나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서 조금도 그 법이 나아지지 않고 스스로 그것을 지켜 머무나니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수라에 난다. 그런 사람을 물위에 나와 바라보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에서 머리를 내밀어 머무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과 정진으로 세 가지 결박을 끊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고 반드시 구경(究竟)에 이르러 위없는 도를 성취한다. 그런 사람을 물에서 머리를 내밀어 머무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을 건너려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과 정진으로 항상 부끄러움을 가져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이 세상에 태어나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그런 사람을 물을 건너려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 뿌리와 정진으로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고 아나함이 되어 거기서 열반에 들고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저쪽 언덕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미 저쪽 언덕에 건너간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 뿌리가 있고 정진하면서 부끄러워 할 줄을 알고,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현재에서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며 그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한다. 그런 사람을 저쪽 언덕에 건너간 사람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일곱 종류의 물 사람인 바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들이 수행하여야 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나는 이제 다 시행하였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혹은 나무 밑에서 좌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성왕(聖王)이 먼 나라를 다스릴 때에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원수나 도둑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그는 안팎 성을 매우 높이 쌓고 다스린다. 이것이 그 왕이 먼저 성취하는 첫째 법이다. 다시 그 성문은 매우 튼튼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둘째 법이다. 다시 그 성밖의 해자[塹]는 매우 깊고 넓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셋째 법이다. 다시 그 성안에는 온갖 곡식이 많아 창고에 가득 찼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넷째 법이다. 다시 그 성에는 섶과 풀이 풍족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다섯째 법이다. 다시 그 성에는 온갖 기구와 무기가 갖추어져 있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여섯째 법이다. 다시 그 성 주인은 매우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매질할 이는 매질하고 다스릴 이는 다스린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일곱째 법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침노해 오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성 주인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남이 침노하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도 이와 같아서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악마 파아피이야스도 그 틈을 타지 못한다. 일곱 가지 법이란 이른바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위의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니 큰 계율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계율을 범해도 두려워한다. 이것이 비구가 성취하는 첫째 법으로서 악마가 그 틈을 타지 못하나니, 마치 저 성이 높고 넓고 매우 험해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집착하거나 잡된 생각을 내지 않고 눈을 온전히 가져 샘이 없이 잘 보호하고 귀의 소리, 코의 냄새, 혀의 맛, 몸의 닿임, 뜻의 법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잡된 생각을 내지 않고 뜻을 온전히 가져 어지러운 생각이 없이 뜻을 잘 보호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둘째 법으로서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그 틈을 타지 못하나니 마치 저 성문이 튼튼한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많이 들어 잊어버리지 않고 항상 바른 법과 도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과거의 지낸 일을 모두 다 알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셋째 법으로서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그 틈을 타지 못하나니, 저 성밖의 해자가 매우 깊고 넓은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온갖 방편을 갖추고 모든 법이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아 완전히 갖추고 청정하여 범행을 닦게 되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넷째 법으로서, 저 성에 온갖 곡식이 많아 바깥 도둑이 감히 와서 훔치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네 가지 보다 굳센 마음 법을 생각하여 빠뜨림이 없으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다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그 틈을 타지 못하나니 마치 저 성에 섶과 풀이 많아 남이 와서 침노하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네 가지 신통을 얻어 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으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여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그 틈을 타지 못하나니, 마치 저 성안에 무기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것과 같느니라.
다시 비구로서 음(陰), 입(入), 계(界)를 자세히 분별하고 열 두 인연의 일어나는 법을 분별하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일곱째 법으로서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틈을 타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저 성 주인이 총명하고 재주가 많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과 같다. 이제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음, 입, 계의 모든 병을 자세히 분별한다.
만일 비구로서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틈을 타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음, 입, 계와 열 두 인연을 잘 분별해 그 차례를 잃지 않으면 곧 악마 경계를 벗어나 그 안에 살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신식(神識)이 머무르는 일곱 곳을 설명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신식이 머무르는 일곱 곳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중생으로서 여러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인간이나 천상이다. 또 중생으로서 여러 가지 몸에 한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범가이천으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다. 또 중생으로서 한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면 그것은 광음천(光音天)이다.
또 중생으로서 한 몸에 한 생각이면 그것은 변정천(遍淨天)이다. 또 중생으로서 한량없는 허공만 생각하면 그것은 공처천(空處天)이다. 또 중생으로서 한량없는 의식만 생각하면 그것은 식처천(識處天)이다. 또 중생으로서 아무 것도 없는 경계만 생각하면 그것은 무유처천(無有處天)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의식이 머무는 일곱 곳이다. 나는 이제 의식이 머무는 일곱 곳을 설명하였다. 여러 부처 세존께서 시행하여 중생을 제도한 일을 나는 이제 다해 마쳤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잘 수행하되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균두(均頭)는 중한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 스스로 기거하지 못하였다. 그 때에 그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지금 나를 가엾이 여기지 않으신다. 나는 지금 중한 병에 걸렸는데, 아무 약도 듣지 않아 목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들었다. 세존께서는 한 사람이라도 건지지 못한 이가 있으면 나는 끝내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그런데 지금 나만 홀로 버림을 받았으니 이 괴로움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귀로써 균두 비구의 이런 청원을 들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모여라. 균두 비구에게 문병하러 가자."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균두 비구의 방으로 가셨다. 그 때에 균두 비구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땅에 내려와 엎드렸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병이 위중하다.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 없다. 나는 이 자리에 앉겠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네 병은 좀 어떤가. 더하지나 않은가. 내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균두는 사뢰었다.
"지금 저의 병은 매우 중하나이다. 더하기만 하고 덜하지 않나이다. 약이란 약은 다 써 보았나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병은 누가 간호하는가."
"여러 범행자들이 와서 간호하나이다."
"너는 지금 나를 위해 일곱 가지 각의(覺意)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균두는 일곱 가지 각의의 이름을 세 번 일컬을 수 있었다.
"저는 지금 여래님 앞에서 일곱 가지 각의의 법을 말씀드릴 수 있나이다."
"만일 내게 설명할 수 있으면 곧 설명해 보라."
그 때에 균두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일곱 가지 각의란 무엇인가 하오면, 이른바 생각 각의니 이는 여래님이 말씀하신 바이오며, 법 각의, 정진 각의, 기쁨 각의, 쉼 각의, 선정 각의, 보호 각의이니, 이것이 이른바 세존께서 말씀하신 일곱 가지 각의 이옵니다."
균두가 이렇게 말하자 가졌던 병은 완전히 나아 아무 고통이 없었다. 그 때에 균두는 사뢰었다.
"약 중의 좋은 약은 바로 이 일곱 가지 각의 이옵니다. 약 중의 좋은 약을 말하려면 이 일곱 가지 각의에 따를 것이 없나이다. 지금 이 일곱 가지 각의를 생각하오매 가졌던 온갖 병이 완전히 나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일곱 가지 각의를 받들어 지녀 잘 생각하고 외우며 부처와 법과 중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 그리하면 중생들의 모든 병은 다 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일곱 가지 각의는 매우 알기 어렵고 이로써 모든 법을 다 알게 되며, 모든 법을 밝게 비추는 좋은 약이 온갖 병을 고치는 것과 같고 단 이슬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만일 이 일곱 가지 각의를 얻지 못하면 중생들은 나고 죽음에 흘러 다닐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각의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타나면 곧 일곱 가지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이른바 바퀴, 코끼리, 말, 구슬, 미녀, 거사, 대장이니 이것이 일곱 가지 보배다. 이것이 이른바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곧 일곱 가지 보배가 세상에 널리 퍼진다는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곧 일곱 가지 각의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일곱 가지 각의란 이른바 생각 각의, 법 각의, 정진 각의, 기쁨 각의, 쉼 각의, 선정 각의, 보호 각의이니 이것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곧 이 일곱 가지 각의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각의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는 곧 좋은 땅을 가려 성을 세울 것이다. 그 성의 동서는 十二 요오자나요, 남북은 七 요오자나며, 토지는 풍족하여 즐겁기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성은 바깥에 일곱 겹으로 성을 둘러쌓고 일곱 가지 보배로 그 사이를 장식할 것이니 이른바 일곱 가지 보배란 금, 은, 수정, 유리, 호박, 마노, 자거니, 이것이 일곱 가지 보배니라.
다시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해자는 그 성을 일곱 겹으로 둘러쌌는데 매우 깊고 넓어 아무도 건너갈 수 없고 그 사이에는 모두 금모래가 깔렸다. 또 일곱 가지 보배 나무가 그 사이에 줄을 지어 섰고 그 나무는 일곱 가지 빛깔일 있으니 즉 금, 은, 유리, 수정, 자거, 마노, 호박 빛깔이다.
또 그 성안에는 일곱 겹으로 문이 둘러 있는데 모두 튼튼하고 일곱 가지 보배로 되었다. 은 문은 금으로 그 사이를 꾸미고 금 문은 은으로 그 사이를 꾸몄으며 수정 문은 유리로 그 사이를 꾸미고 유리문은 수정으로 그 사이를 꾸몄으며 마노 문은 호박으로 그 사이를 꾸며 그 아름답기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그 안 네 쪽에는 네 개의 못이 있는데 그 낱낱 못의 세로와 넓이는 한 요오자나로서 자연의 물이 있고 그 물은 금, 은, 수정으로 되었다. 은못 물은 얼어서 곧 은이 되고 금못 물은 얼어서 곧 금이 된다. 그래서 전륜성왕은 그것으로 씀새를 삼는다.
또 그 성안에는 일곱 가지 소리가 있다. 일곱 가지 소리란 이른바 고동 소리, 북 소리, 소고 소리, 종소리, 장구 소리, 춤 소리, 노래 소리니, 이것을 일곱 가지 소리라 한다. 그 때에 그 사람들은 그것으로 항상 즐겨 한다. 그리고 그 중생들에게는 추위와 더위가 없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없으며 또 병이 없다.
그런데 전륜성왕은 거기서 다스리면서 일곱 가지 보배와 네 가지 신통을 성취하여 모자람이 없고 끝내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전륜성왕이 성취한 일곱 가지 보배란 이른바 바퀴, 코끼리, 말, 구슬, 미녀, 거사, 장군이다.
또 그에게는 一천 아들이 있어 매우 용맹스러워 바깥 도둑을 항복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칼이나 몸뚱이로 이 남섬부주를 다스리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바퀴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때에 전륜성왕은 보름날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머리 감고 큰 궁전 위에서 미녀들에게 둘러 싸여 있으면 천바퀴살을 완전히 갖춘 바퀴 보배는 동방에서 와서 궁전 앞에 머무는데 빛나는 광명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차츰 왕 앞으로 나아 와 머무른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옛날 사람에게 들었다. 전륜성왕이 보름날 머리를 감고 손을 씻고 궁전 위에 앉았으면 바퀴 보배는 스스로 동방에서 와서 왕 앞에 머무른다. 나는 지금 바퀴 보배를 시험해 보리라.'
그 때에 왕은 오른 손으로 그 바퀴 보배를 잡고 말한다.
'너는 지금 법으로 돌고 법이 아니게는 돌지 말라.'
그 때에 바퀴 보배는 스스로 돌아 허공에 머무른다. 왕은 다시 네 종류의 군사를 데리고 허공에 머무른다. 바퀴 보배는 돌면서 동방으로 향해 간다. 왕도 바퀴 보배를 따라 간다. 바퀴 보배가 머무를 때에는 전륜성왕과 그 거느린 무리들도 따라 머무른다. 그 때에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 왕과 백성들은 이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고, 또 금바리에는 은가루를 담고 은바리에는 금가루를 담아 전륜성왕에게 올리면서 아뢴다.
'잘 오셨습니다. 성왕이여, 지금 이 나라는 백성이 풍성하고 그 즐거움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여기서 다스리소서.'
전륜성왕은 그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또 살생과 도둑질과 음탕하지 말라. 부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그 때에 바퀴 보배는 다시 남방, 서방, 북방으로 옮겨가면서 널리 백성들을 편하게 교화하고는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와 땅에서 일곱 길쯤 떨어져 머무른다. 비구야, 전륜성왕은 이리하여 그 바퀴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코끼리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알라. 전륜성왕은 보름날에 목욕하고 큰 궁전 위에 있으면 그 때에 코끼리 보배는 남방에서 온다. 그것은 여섯 개 엄니를 가졌고 털은 새하야며 일곱 곳은 단정한데 모두 금, 은의 보배로 얽어 장식하였으며 능히 허공을 날아다닌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한다. '이 코끼리 보배는 매우 뛰어나고 묘해 세상에서는 보기 드물며 성질은 부드러워 사납지 않다. 나는 이제 이것을 시험해 보리라'고.
그 때에 왕은 아침해가 뜨려 할 때에 이 코끼리를 타고 천하 밖을 다니면서 백성들을 다스린다. 전륜성왕은 이리하여 코끼리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말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세상에 나올 때 말 보배는 서방에서 온다. 그 털을 새파랗고 꼬리털을 붉고 빛나며 걸어도 몸을 흔들지 않고 허공을 날아다녀도 걸림이 없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한다. '이 말은 참으로 뛰어나고 묘하다. 이제 부려 보리라. 또 성질은 선량해 사납지 않다. 나는 이제 이것을 시험해 보리라'고.
그 때에 왕은 곧 이 말을 타고 네 천하를 다니면서 백성들을 교화한 뒤에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온다. 비구야, 이리하여 전륜성왕은 말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또 어떤 인연으로 구슬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올 때에 구슬 보배는 동방에서 온다. 그것은 여덟 모에 테 면이 있고 불꽃 광명이 있어 길이가 한 자 여섯 치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한다. '이 구슬 보배는 참으로 뛰어나고 묘하다. 나는 지금 시험해 보리라'고. 그 때에 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으고 이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꼭대기에 달아 두면 그 광명은 그 나라 안의 十二 요오자나를 비춘다. 그 성안 사람들은 그 광명을 보고 저희끼리 말한다.
'해가 벌써 떴다. 집 안 일을 하자.'
그 때에 왕은 궁전 위에서 사람들이 궁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 구슬을 궁전 안에 가져다 두면 궁전 안팎이 모두 밝아 두루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 비구야, 이리하여 전륜성왕은 보배 구슬을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미녀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알라.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자연히 이 미녀 보배가 나타난다.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낯은 복숭아꽃 빛 같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성질은 부드러워 사납지 않고 입에서는 우트팔라꽃 향기가 나며 몸에는 찬다나향 냄새가 나고 항상 전륜성왕의 좌우에 시중들이 그 때를 어기지 않으며 언제나 화하고 즐거운 얼굴빛으로 왕의 얼굴을 바라본다.
비구야, 이리하여 전륜성왕은 그 미녀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거사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알라.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곧 그 거사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그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붉은 빛이요 재주가 많고 지혜는 통달하여 어떤 일이고 모르는 것이 없으며 또 하늘 눈의 신통을 얻었다. 그는 왕에게 가서 아뢴다.
'성왕은 만수무강 하소서. 만일 왕께서 금, 은과 보배를 원하시면 모두 이바지하겠나이다.'
그는 하늘 눈으로 보배 창고가 있는 곳과 보배 창고가 없는 곳을 관찰해 모두 알아서 왕의 필요한 보배는 그 때를 따라 이바지한다. 그 때에 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곧 그를 데리고 물을 건너 가다가 저쪽 언덕에 이르기 전에 그에게 말한다.
'나는 지금 금, 음, 보배가 필요하다. 곧 그렇게 마련하라.'
거사는 아뢰었다.
'저쪽 언덕에 가서 마련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보배가 필요하다. 저쪽 언덕까지 갈 수 없다.'
그 때에 거사는 곧 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합장한다. 그러자 이내 물 속에서 일곱 가지 보배가 솟아 나온다. 왕은 그에게 말한다.
'그만 둬라. 그만 둬라. 거사여, 이제 보배가 더 필요 없다.'
비구야, 이리하여 전륜성왕은 거사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장군 보배를 성취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오면 곧 장군 보배가 세상에 스스로 와서 응한다. 총명이 세상에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몸과 얼굴은 매우 아름답다. 그는 왕에게 와서 아뢴다.
'원컨대 대왕은 마음껏 즐겨 하소서. 만일 대왕께서 군사들이 필요하시면 그 때를 따라 마련하되, 나아가고 그침이 적당하여 그 때를 잃지 않겠나이다.'
장군 보배는 왕의 생각을 따라 군사들을 모아 왕의 좌우에 둔다. 그 때에 왕은 장군 보배를 시험하려고 '내 군사들이 당장 여기 모였으면'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사들은 당장 왕의 문밖에 모인다. 만일 왕이 마음속으로 군사들을 머무르게 하고 싶으면 군사들은 곧 머무르고 나아가게 하고 싶으면 곧 나아간다. 비구야, 이리하여 전륜성왕은 장군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야, 알라. 전륜성왕은 이렇게 일곱 가지 보배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네 가지 신통을 성취하여 좋은 이익을 마음대로 얻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용모가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고 세상 사람에게 뛰어나서 마치 저 하늘 사람은 아무도 따르는 이가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그 왕이 성취한 첫째 신통이다. 또 전륜성왕은 총명이 세상에 뛰어나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고 사람 중에서 가장 용맹스러우며, 그 지혜의 풍부하기는 아무도 그를 따르지 못한다. 이것이 그가 성취한 둘째 신통이니라.
비구야, 또 전륜성왕은 몸이 건강하여 병이 없고 먹을 만한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 소변의 괴로움이 없다. 이것이 그가 성취한 셋째 신통이다. 비구야, 또 전륜성왕은 그 수명이 매우 길어 헤아릴 수 없어, 그 때 사람들의 수명으로는 아무도 그를 따를 이가 없다. 비구야, 이것이 그가 성취하는 넷째 신통이다. 비구야, 전륜성왕은 이런 네 가지 신통이 있느니라."
비구는 다시 사뢰었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어느 곳에 태어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三十三천에 나고 그 수명은 천세다. 왜 그렇게 되는가. 그는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살생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도둑질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음탕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음탕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도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하고 남을 시켜서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한다. 비구야, 알라. 그는 이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三十三천에 나느니라."
그 때에 비구는 생각하였다. '전륜성왕은 탐욕이 많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람이라고 하려면 사람이 아니요. 그렇다고 실은 하늘이 아니면서 하늘 일을 행해 온갖 좋은 즐거움을 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내가 계율을 가지고 용맹스러운 모든 복을 생각한다면 나는 장래에 전륜성왕이 될 것이니 유쾌하지 않는가'고.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 앞에서 그런 생각을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전륜성왕이 비록 일곱 가지 보배와 네 가지 신통을 성취하여 아무도 따를 이가 없다고 하지마는 그는 아직 지옥, 아귀, 축생의 세 갈래의 나쁜 길을 면하지 못하였다. 그 까닭은 전륜성왕은 네 가지 선정과 네 가지 신통과 네 가지 진리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다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몸을 얻기는 매우 어렵고 여덟 가지 어려움을 탐해 헤어나기도 매우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태어나기도 쉽지 않고 좋은 벗을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선지식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여래 법안에서 도를 배우려 하여도 얻기 어려우며 여래가 세상에 나옴을 만나기도 어렵고 그 설법을 듣기도 어려우며 네 가지 진리와 네 가지 덧없음의 설법은 실로 듣기 어렵다. 저 전륜성왕은 이 네 가지 법을 완전히 성취하지 못하였다.
비구야, 여래가 세상에 나오면 곧 일곱 가지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의 일곱 가지 각의라는 보배는 지극히 완전한 것으로서 천상, 인간이 기리는 것이다. 비구여, 지금 범행을 잘 닦아 현재의 몸으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인데 저 전륜성왕의 일곱 가지 보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비구는 여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한적한 곳에서 도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하였다. 이른바 선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목적은 위없는 바른 업을 닦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아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동진(童眞) 카아샤파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안다 동산에 있으면서 밤중에 나와 거닐고 있었다.
그 때에 어떤 하늘이 카아샤파에게 와서 허공에서 말하였다.
"비구야, 알라. '이 집은 밤에는 연기가 나고 낮에는 불이 붙는다'고. 바라문은 지자(智者)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칼을 가지고 산을 파라. 산을 팔 때에는 반드시 짐을 볼 것이니 너는 그것을 떨어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팔 때에는 반드시 산을 볼 것이니 너는 그 산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팔 때에는 반드시 두꺼비를 볼 것이니 너는 그 두꺼비를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팔 때에는 반드시 살덩이를 볼 것이니 살덩이를 보거든 그것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팔 때에는 반드시 착고를 볼 것이니 착고를 보거든 그것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파다가는 반드시 두 갈래 길을 볼 것이니 두 갈래 길을 보거든 그것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파다가는 반드시 나뭇가지를 볼 것이니 나뭇가지를 보거든 그것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을 파라. 산을 파다가는 반드시 용을 볼 것이니 용을 보거든 말하지 말고 스스로 귀의하고 사모하여 돌아 갈 곳을 얻도록 하라'고.
비구야, 이 뜻을 잘 생각하고 만일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슈라아바스티이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라. 만일 여래께서 말씀이 계시거든 잘 명심하고 실행하라.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지금 여래님과 여래님의 제자나 혹은 내게서 들은 것을 제하고는, 어떤 사람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악마나 악마 하늘로서도 이 뜻을 아는 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아샤파는 대답하였다.
"그 일이 매우 좋다."
카야샤파는 이른 아침에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사뢰고는 여쭈었다.
"저는 지금 여래님께 그 뜻을 여쭙니다. 그 하늘이 한 말을 무슨 뜻이옵니까. '집에 밤에는 연기가 나고 낮에는 불이 붙는다'는 것은 무슨 뜻이옵니까. 왜 바라문이라 하고 지자라고 하나이까. 산을 판다는 것은 무슨 뜻이오며 칼이라 무엇을 뜻한 것이옵니까. 짐이나 산이나 두꺼비나 살덩이는 무슨 뜻이오며 두 갈래 길과 나뭇가지와 용은 무엇을 뜻한 것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집이란 곧 이 몸뚱이인 바 네 가지 요소로 되었고 부모의 현맥을 받아 점점 자라날 때에 항상 먹이고 길러 보람이 없게 하지마는 그것은 곧 무너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밤에는 연기가 난다'는 것은 중생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말한 것이요, '낮에는 불이 붙는다'는 것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짖는 행을 말한 것이다. <바라문>은 아라한을 말한 것이요, <지자>는 공부하는 이를 말한 것이다.
<산을 판다>는 것은 노력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 <칼>은 지혜를 말한 것이여, <짐>은 다섯 가지 결박을 말한 것이요, <산>은 교만을 말한 것이며 <두꺼비>는 성내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 <살덩이>는 탐욕을 말한 것이며, <착고>는 다섯 가지 욕심을 말한 것이요, <두 갈래 길>은 의심을 말한 것이며, <나뭇가지>는 무명을 말한 것이요, <용>은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말한 것이다.
그 하늘이 말한 뜻은 이와 같다. 네가 지금 그 뜻을 깊이 생각하면 오래지 않아 번뇌가 없어질 것이다."
그 때에 카아샤파는 여래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이른바 선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목적은 범행을 닦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고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카아샤파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만원자(滿願子)는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고향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에서 九十일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세간에 노닐면서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오셨다. 다른 비구들도 제각기 흩어져 세간에서 노닐다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어디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저희들은 고향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나이다."
"너희들 고향 비구 중에는 누가 능히 스스로도 아라냐를 향하고 또 아라냐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도 걸식하고 남도 걸식하게 하되 때를 어기지 않으며 스스로도 누더기 옷을 입고 남도 누더기 옷을 입게 하며 스스로도 만족할 줄 아는 행을 닦고 또 만족할 줄 아는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도 욕심이 적은 행을 칭찬하였는가.
또 스스로 한적한 곳을 즐겨 하고 남도 한적한 곳을 즐기게 하며 스스로 자기 행을 지키고 남도 그의 행을 지키게 하며 스스로 계행이 청정하고 남도 계행을 닦게 하며 스스로 삼매를 성취하고 남도 삼매를 닦게 하며 스스로 지혜를 성취하고 남도 지혜를 닦게 하며 스스로 해탈을 성취하고 남도 해탈을 성취하게 하며 스스로 해탈지견을 성취하고 남도 그 법을 성취하게 하며 몸소 교화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만원자는 비구는 여러 비구들 중에서 능히 교화할 수 있나이다. 스스로 아라냐를 행하고 또 아라냐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 누더기옷을 입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하게 정진하고 걸식하며 한적한 곳을 즐겨 하고 계율, 삼매, 지혜, 해탈, 해탈지견을 성취하였으며, 또 남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하고 스스로 능히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싫어하지 않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그 곁에 조금 있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님에게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다가 생각하였다. '만원자는 지금 좋은 이익을 한껏 얻었다. 왜 그러냐 하면 여러 범행 닦는 비구들도 그 덕을 칭찬하고 또 세존께서도 그 말에 옳다고 하시면서 거슬리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그를 만나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때에 만원자는 고향의 교화를 마치고 세간에 노닐다가 세존님께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만원자는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안다 동산으로 갔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만원자가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동산으로 가는 것을 보고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항상 칭찬하시는 만원자는 지금 막 여래님의 설법을 듣고 동산으로 갔습니다. 존자는 때를 알아하십시오."
샤아리푸트라는 이 비구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갔다.
그 때에 만원자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었다. 샤아리푸트라도 어떤 나무 밑에서 단정히 앉아 생각하고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만원자에게로 가서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만원자에게 물었다.
"어떻소, 만원자님. 세존님을 의지해 범행을 닦으면 제자가 될 수 있는가."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소."
"세존님을 인해 청정한 계율을 닦게 되는가."
"아니오."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소견이 청정하기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망설임이 없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행이 청정하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러면 도 안에서 지혜가 청정하여야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러면 지견이 청정하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내가 이제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내가 '지혜와 마음의 청정과 도와 지견의 청정으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고 물었을 때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하였소. 그러면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도를 닦고 있는가."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는 소견을 청정하게 하며 소견이 청정한 이치는 망설임 없음을 청정하게 하고 망설임 없음이 청정한 이치는 행을 청정하게 하며 행이 청정한 이치는 도를 청정하게 하고 도가 청정한 이치는 지견을 청정하게 하며 지견이 청정한 이치는 열반으로 들어가게 하오. 이것이 이른바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게 된다는 것이오."
"당신이 지금 말한 그 뜻을 무엇이오."
"나는 지금 비유를 들어 그 뜻을 설명하겠소.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그 뜻을 이해하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오.
마치 지금 프라세나짓 왕이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밧지국으로 가는 그 중간에 수레 일곱 대를 벌려 놓았소. 그 왕은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와 먼저 첫째 수레를 타고 둘째 수레로 가서 둘째 수레를 타고는 첫째 수레는 버리오. 조금 나아가 셋째 수레를 타고는 둘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더 나아가 넷째 수레를 타고는 셋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더 나아가 다섯째 수레를 타고는 넷째 수레는 버리오. 더 나아가 여섯째 수레를 타고는 다섯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나아가 일곱째 수레를 타고는 여섯째 수레는 버리고 밧지국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 왕이 궁중에 들어갔을 때 만일 누가 '대왕은 오늘 어떤 수레를 타고 이 궁전으로 왔느냐'고 묻는다면 그 왕은 무어라고 대답하겠는가."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 나는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와 먼저 첫째 수레를 타고 둘째 수레로 왔고, 둘째 수레는 버리고 셋째 수레에 탔으며 셋째 수레는 버리고 넷째 수레를 탔고, 넷째 수레는 버리고 다섯째 수레를 탔으며, 다섯째 수레는 버리고 여섯째 수레를 탔고 여섯째 수레는 버리고 일곱째 수레를 타고 밧지국에 도착하였다'고 대답하겠소. 왜 그러냐 하면 앞 수레로 말미암아 둘째 수레로 왔고 이렇게 계속해 서로 말미암아 그 나라고 갔기 때문이오. 만일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만원자는 말하였다.
"계율의 청정한 이치도 그와 같소. 마음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소견이 청정해지고 소견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을 버려 청정하게 되며 망설임의 없음으로 말미암아 행이 청정하게 되고 행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도가 청정하게 되며, 도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지견이 청정하게 되고 지견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오, 그래서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 것이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의 청정한 이치는 즉 받아들이는 모양이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그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마음의 청정한 이치도 즉 받아들이는 모양이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그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내지 지견의 이치도 또한 받아들임이니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그리고 열반은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 것이오.
만일 계율이 청정하면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을 것이오. 범부도 또한 열반을 얻을 수 있소. 왜 그러냐 하면 범부도 또한 계법이 있기 때문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차례를 따라 도를 이루어 열반 세계에 이른다는 것이오. 그러므로 오직 계율의 청정만으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아니오.
마치 七층 다락 위에 오르려고 하면 반드시 차례를 따라야 오르게 되는 것처럼, 계율이 청정하다는 이치도 그와 같아서, 거기서 마음에 이르고 마음으로 말미암아 소견에 이르며 소견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이 없는 데에 이르고 망설임의 없음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행에 이르며, 깨끗한 행으로 말미암아 도에 이르고 깨끗한 도로 말미암아 지견에 이르며 지견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샤아리푸트라는 곧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오. 그 이치를 잘 설명하였소. 당신 이름은 무엇이오. 여러 범행 비구들은 당신을 누구라고 부르오."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만원자요. 어머니 성은 만타아니오."
"장하고 장하오. 만원자님은 우리 성현의 법 중에서는 아무도 짝할 이가 없소. 마음에는 단 이슬을 품고 있어 끝없이 펴서 설명하였소. 나는 지금 매우 깊은 이치를 물었는데 당신은 모두 연설하였소. 모든 범행인들이 당신을 머리에 이고 세상을 돌아다니더라도 그 은혜는 갚지 못할 것이오. 누구라도 와서 친하고 문안하는 이가 있으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오. 나는 지금 그 가르침을 받고 좋은 이익을 얻었소."
"장하고 장하오. 당신 말과 같소. 당신 이름은 무엇이며 여러 비구들은 무엇이라 부르오."
"내 이름은 우파팃사요 어머니 이름은 샤아리며 비구들은 나를 샤아리푸트라라고 부르오."
만원자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어르신네[大人]와 변론하였습니다. 아까는 법의 큰 주인이 여기 오신 줄을 몰랐습니다. 만일 존자 샤아리푸트라님께서 여기 오신 줄 알았다면 그런 변론으로 서로 문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자는 그런 깊은 이치를 물었고 나는 곧 대답하였습니다. 장합니다. 샤아리푸트라님은 부처님 제자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로서 언제나 단 이슬 법으로서 스스로 즐겨 하십니다.
여러 범행인들이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해 동안 세상을 다니더라도 그 잠깐 동안의 은혜를 갚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존자님에게 와서 문안하고 친근하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나도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 때에 이 두 현자는 그 동산에서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 두 사람은 각각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등법과 주도수와
물과 성곽 비유와
의식과 균두와 두 바퀴와
파밀과 일곱 수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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