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35권

다르마 러브 2012. 7. 17. 10:27

 

증일아함경 제 三十五권

 

칠일품(七日品) 2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유사 강가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대균두(大均頭)는 한적한 곳에서 생각하였다.

'항상 공덕을 더하는 어떤 일이 있는가, 없는가.'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아까 한적한 곳에서 '혹 어떤 일을 하면 공덕을 더할 수 있는가'고 생각하였나이다. 저는 지금 세존님께 여쭙나이다. 원컨대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공덕을 더할 수 있느니라."

"어떻게 공덕을 더할 수 있나이까."

"공덕을 더하는 일곱 가지 일이 있다.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또 그것을 헤아릴 사람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이른바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절이 없는 곳에 절을 세우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선남자, 선녀인으로써 절이나 비구 중에게 자리를 보시하면 이것은 헤아릴 수 없는 둘째 복이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비구 중에게 밥을 보시하면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셋째 복이니라.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써 절이나 비구 중에게 비옷을 보시하면, 그것은 넷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비구 중에게 약을 보시하면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다섯째 복이니라.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써 넓은 들판에 좋은 우물을 파면 그것은 여섯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또 균두야, 만일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길 가까이 집을 지어 미래나 과거의 나그네들을 묵게 하면 그것은 일곱째 공덕으로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균두야, 이것이 일곱 가지 공덕으로서 그 복이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니거나 앉았거나 혹은 목숨을 마치더라고 그 복이 그 뒤를 따르는 것과 같아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다. 말하자면 그렇게 많은 복이 있다. 마치 바닷물은 말이나 되로 셀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많은 물이 있는 것처럼, 그 일곱 가지 공덕도 그와 같아서 그 복은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균두야, 선남자, 선녀인은 부디 방편을 구해 그 일곱 가지 공덕을 성취하도록 하라. 균두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균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죽음이라는 생각을 닦고 죽음을 깊이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때에 그 자리의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항상 죽음이라는 생각을 닦고 죽음을 깊이 생각하나이다."

"너는 어떻게 죽음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닦는가."

"죽음을 생각할 때에 '이레 동안 살면서 일곱 가지 각의(覺意)를 생각하면 여래님 법에 많은 이익이 있고, 죽은 뒤에는 원한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나이다."

"말 마라, 말 말라, 비구야. 그것은 죽음을 생각하는 행이 아니다, 그것은 방일하는 법이니라."

또 어떤 비구는 사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이라는 생각을 닦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죽음이라는 생각을 닦는가."

"저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엿새 동안 살면서 여래님의 바른 법을 생각한 뒤에 곧 목숨을 마치면 그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나이다."

"말 마라, 말 말라, 비구야. 너도 또한 방일하는 법이다. 그것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라."

또 어떤 비구는 사뢰었다.

"저는 닷새 동안 살려고 하나이다."

이렇게 나흘, 사흘, 이틀, 하루라고 말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말 마라, 말 말라, 비구들이여. 그것도 다 방일하는 법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라."

또 어떤 비구는 사뢰었다.

"저는 능히 죽음이라는 생각을 닦나이다. 저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가서 걸식하고는 도로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와 절로 돌아와 고요한 방에 들어가 일곱 가지 각의를 생각하다가, 목숨을 마치면 그것이 곧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라 여기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말 마라, 말 말라, 비구야. 그것도 죽음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닦는 것이 아니다. 너희 여러 비구들이 말한 것은 다 방일한 행이요 죽음을 생각하고 수행하는 법이 아니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거듭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박칼리이 같은 비구는 참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할 수 있다. 그는 잘 죽음을 생각하고 이 몸의 오로(惡露)의 더러움을 싫어하였다. 만일 비구로서 죽음을 생각하는 그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드나드는 숨길의 가고 오는 수를 줄곧 생각하면서 그 중간에 일곱 가지 각의를 깊이 생각하면 여래 법에 많은 이익이 될 것이다. 왜 그러냐하면 모든 법은 다 비고 고요하여 생기는 것이나 사라지는 것이 모두 허깨비로서 진실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일 드나드는 숨길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면 곧 생, 노, 병,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세존께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 드리리라."

왕은 곧 성을 나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여래께서는 무수한 대중에게 둘러싸이어 설법하고 계셨다. 때에 니르그란타 일곱 명과 옷 벗은 이 일곱 명과 검은 범지 일곱 명과 옷 벗은 바라문 일곱 명이 세존님 앞 가까이 지나갔다.

프라세나짓 왕은 그들이 세존님 앞 가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사뢰었다.

"지금 저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오매 모두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아 집도 직업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의 아라한 중에서 저들이 가장 우두머리가 되겠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저들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매우 괴로운 행을 닦으면서 세상 이익을 탐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은 아직 참 아라한을 분별하지 못하오. 옷을 벗었다고 하여 아라한이라 할 수 없소. 대왕은 알아야 하오. 저것은 다 진실한 행이 아니오. 먼 과거의 사실을 생각해 관찰하고 또 친해야 할 이는 친할 줄 알고 가까이 할 이는 가까이 할 줄 알아야 하오.

나는 이제 그 이유를 말하겠소. 먼 과거에 일곱 명 범지가 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었소. 그들은 매우 노쇠하였소.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온갖 삿된 소견을 내어 제각기 생각하였소. '우리는 이 고행한 덕으로 뒤에 큰 나라 왕이 되거나 혹은 제석천이나 범천이나 四천왕이 되자'고.

그 때에 하늘 스승 아시타는 그 범지들의 조부였소. 그는 그 범지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범천에서 사라져 그 범지들에게 왔소. 그는 하늘 복장을 버리고 범지 모양이 되어 맨 땅에서 거닐었소. 그 일곱 명 범지들은 아시타가 거니는 것을 보고 제각기 성을 내어 말하였소.

'저 어떤 탐욕 많은 사람이 우리 범행인들 앞에서 거니는가. 지금 주문을 외워 재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들은 곧 손으로 물을 움켜 그에게 뿌리면서 주문을 외쳤소.

'너는 지금 곧 재가 되라.'

그렇게 범지들은 성을 내었지마는 그 하늘 스승의 얼굴빛은 더욱 단정하였소. 왜 그러냐 하면 자비는 성내는 마음을 없애기 때문이오. 그 때에 그들은 생각하였소.

'우리는 계율에서 타락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처럼 성을 내는데 저 사람은 저처럼 단정하구나.'

그 때에 일곱 명 범지들은 다음 게송을 읊었소.

 

하늘인가 혹은 건달바인가

나찰인가 혹은 귀신인가

지금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우리들은 그것을 알고 싶구나.

 

그 때에 아시타 하늘 스승도 게송으로 대답하였소.

 

나는 하늘이나 건달바 아니요

귀신이나 또 나찰도 아니다

저 하늘의 스승 아시타는

바로 지금의 이 내가 그이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의 그 마음 속 생각을 알고 저 범천 위에서 내려 왔을 뿐이다. 범천은 여기서 너무 멀다. 제석천도 그렇다. 너희들은 전륜성왕도 될 수 없다. 그런 고행으로는 제석천도 범천도 四천왕도 될 수 없다."고 하였소.

그리고 그 하늘 스승 아시타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 있고

바깥 복장은 추하고 거칠구나

다만 부지런히 바른 소견을 닦아

그 나쁜 길에서 멀리 떠나라.

 

마음으로 계율 지켜 행이 깨끗하고

입으로 말하는 행 그와 같으며

그 나쁜 생각에서 멀리 떠나면

반드시 저 천상에 태어나리라.

 

그 때에 일곱 명 범지들은 아시타에게 사뢰었소.

"당신은 참으로 하늘 스승입니까."

그는 대답하였소.

"그렇다, 그런데 범지들이여, 그 벗은 몸으로는 천상에 날 수 없고 그런 고행을 닦는다 해서 반드시 범천에 나는 것은 아니다. 또 벗은 몸으로 갖가지 고행을 닦음으로써 저 곳에 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마음을 잘 거두어 잡아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곧 천상에 날 것이다. 그대들이 익힌 그 행으로는 천상에 날 수 없느니라."

대왕이여, 이 사실로 보더라도 옷을 벗었다 하여 아라한이라 할 수 없소. 범부로서는 참 사람을 알려고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오. 그러나 참 사람은 익히는 바의 범부의 행을 잘 분별하오. 또 범부로는 범부의 행을 알지 못하오. 참 사람이라야 범부의 행을 알 수 있는 것이오.

대왕은 알아야 하오. 부디 방편을 구해 먼 과거의 습관은 현재에 맞지 않는 줄을 알아야 하오. 부디 그렇게 보시오. 대왕이여, 방편을 구해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왕은 사뢰었다.

"여래님 말씀은 매우 유쾌하여 세상 사람의 깨달을 수 없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나라 일이 너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하나이다."

"형편대로 하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 카필라바스투의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비라야 촌락의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때에 범지 집장종종(執杖種種)은 카필라바스투를 나와 세존님께 나아가 잠자코 섰다가 말하였다.

"사문님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주장하는가."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알라.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으로서 미칠 바가 아니다.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또 세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니라."

집장종종은 머리를 끄덕이며 찬탄하고는 곧 물러갔다. 여래께서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본 처소로 돌아가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까 저 동산에 앉아 있을 때 어떤 집장종종은 내게 와서 물었다. '사문님은 무슨 주장을 하느냐'고. 나는 대답하기를 '내 주장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으로서 미칠 바가 아니다.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다'고 하였다. 집장종종은 이 말을 듣고 곧 물러갔느니라."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님께 사뢰었다.

"어떤 것을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또 세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주장으로 말하면 이 세상에 전연 집착하지 않고 탐욕에서 벗어나 갖가지 의혹을 끊고 아무 잡생각이 없는 것이다. 내 주장은 바로 이것을 말할 뿐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셨다.

이 때에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이제 세존께서는 너무 간략히 말씀하셨다. 누가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할 수 있겠는가."

또 그들은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늘 마하아 카아탸아야나를 칭찬하셨다. 저 카아탸아야나만이 능히 그 이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구들은 카아타아야나에게 말하였다.

"아까 여래께서는 그 이치를 너무 간략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컨대 존자는 그것을 널리 연설하고 낱낱이 분별하여 이 여러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하십시오."

카아탸아야나는 대답하였다.

"마치 어떤 마을 사람이 나무 열매를 구하려고 마을을 나갔다가 큰 나무를 보고 그것을 베어 가져와 잎사귀만 가지고는 그 나무를 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이제 그대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님을 버리고 왔으니 빈 가지에서 열매를 구하는 것과 같소. 그런데 여래께서는 모든 것을 두루 보시고 온 세상을 두루 비추어 천상, 인간의 길잡이가 되셨소. 여래님은 법의 참 주인이신 데 그대들은 좋은 기회를 얻어 마침 여래께서 그 이치를 설명하시는 때를 만나게 된 것이오."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법의 참 주인으로서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자도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할 수 있다는 세존님의 증명을 받았습니다."

카아탸아야나는 말하였다.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그 이치를 분별해 널리 설명하리다."

"매우 좋습니다."

비구들은 듣고 있었다.

카아탸아야나는 말하였다.

"아까 여래께서 '내 주장은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으로서 미칠 바가 아니다.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벗어나 온갖 의혹을 끊고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지금 중생들이 다투기를 좋아해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오.

또 여래께서는 '나는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소. 그것은 탐욕의 번뇌와 성냄, 삿된 소견, 욕심 세계의 번뇌와 교만, 의심, 무명의 번뇌를 말한 것으로서, 중생들은 혹은 칼이나 몸둥이의 고통의 갚음을 받으면서 사람들과 다투고 온갖 나쁜 행과 어지러운 생각과 좋지 않은 행을 일으키지 때문이오.

눈으로 빛깔을 보면 알음이 생기고 이 세 가지를 인연하여 곧 닿임이 생기며 닿임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생기고 느낌으로 말미암아 깨달음이 생기며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어 여러 가지로 헤아리고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오.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닿임을 알고 뜻으로 법을 알면 곧 알음이 생기오. 이 세 가지로 인연하여 곧 닿임이 있고 닿임으로 말미암아 느낌이 있으며 느낌으로 말미암아 깨달음이 있고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생각이 있으며 생각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로 헤아리고 거기서 온갖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오.

그것은 즉 탐욕의 번뇌, 성냄, 삿된 소견, 교만, 욕심 세계의 번뇌와 어리석음과 의심의 번뇌로서 칼이나 몽둥이의 온갖 변을 일으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없고 빛깔이 없어도 닿임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소. 또 '닿임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소. 또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소. 또 어떤 사람이 '귀가 없고 소리가 없으며 코가 없고 냄새가 없으며 혀가 없고 맛이 없으며 몸이 없고 닿임이 없으며 뜻이 없고 법이 없어도 알음이 있다'고 말한다면 결코 그럴 이치가 없는 것이오.

또 만일 '알음이 없어도 닿임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소. '닿임이 없어도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소. '느낌이 없어도 집착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은 것이오.

만일 어떤 사람이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면 거기서 알음이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소. 또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닿임, 뜻과 법이 있으면 거기서 알음이 생긴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렇소.

여러분은 알아야 하오. 이 까닭으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소.

'내 주장은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 하늘로서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 집착하지 않고 세상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탐욕에서 해탈을 얻어 의심을 끊고 다시는 망설임이 없다'고.

세존께서는 이런 이유로 그 이치를 간략히 말씀하신 것이오. 그대들이 만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다시 여래님께 가서 그 이치를 여쭈어 보시오. 만일 여래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잘 명심하고 받들어 가지시오."

그 때에 비구들은 그 카아탸아야나의 말을 듣고도 옳다고 말하지 않고 아니라고도 말하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이 이치를 여래님께 여쭈어 보자. 만일 여래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잘 받들어 행하자."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이 사실을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카아탸아야나 비구는 총명하고 변재가 있어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내게 와서 그 이치를 물었더라고 나도 또한 그렇게 말하였을 것이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뒤에 있다가 세존께 사뢰었다.

"그 이치는 매우 깊나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단 이슬을 만나 그것을 먹으면 매우 향기롭고 맛나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어떤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어디서나 이 법을 들으면 염증을 내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는 거듭 사뢰었다.

"이 경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들어 가져야 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경 이름은 <단 이슬 법 맛>이다. 잘 명심해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제 四十一 막외품(莫畏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삭카 카필라바스투의 냐그로오다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석씨 마하아 나아마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여래님에게서 직접 이렇게 들었나이다. '어떤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세 가지 번뇌를 끊으면 수다원을 이루어 타락하지 않고 반드시 도를 이룰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어떤 외도들도 찾지 않고 또 남의 말을 들을 것도 없다. 만일 그렇게 하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

그런데 저는 사나운 소나 말이나 낙타를 보면 곧 두려움이 생겨 온 몸의 털이 일어나나이다. 그 때에 저는 '만일 내가 지금 이 두려워하는 생각으로 목숨을 마치면 어디서 날 것인가'고 생각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라. 비록 목숨을 마치더라고 세 갈래 나쁜 길에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것을 소멸하는 세 가지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이치란 무엇인가.

만일 음욕에 집착해 번민하고 어지러운 생각이 나거나 또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났다가도 그 욕심이 없어지면 곧 해치려는 마음이 나지 않고 현재에서 고뇌가 생기지 않는다. 또 온갖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이 자기를 해치려 하다가도 만일 그 욕심이 없어지면 곧 어지러움이 없어지고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 마하아 나아마야, 이것이 이른바 '세 가지 이치로서 나쁘고 좋지 않은 법은 곧 멀어져 밑에 있고 모든 착한 법은 올라가 위에 있다'는 것이니라.

그것은 마치 타락웃물병이 물 속에서 깨어지면 깨어진 조각들은 곧 물밑에 가라앉지마는 타락웃물은 위에 떠오르는 것처럼, 온갖 나쁜고 좋지 않은 법은 밑에 가라앉고 모든 착한 법은 위에 떠오르느니라.

마하아 나아마야, 알아야 한다. 내가 옛날 부처가 되기 전에 우루벨라에서 六년 동안 고행할 때에 맛난 음식을 먹지 않고 몸은 여위어 백 살이나 먹은 사람 같았다. 그것은 다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에 나는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곧 땅에 쓰러졌다. 나는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죽으면 어디 날 것인가'고.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죽더라도 결코 나쁜 곳에는 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치로 말하면 즐거움에서 즐거움으로 이를 수는 없다. 반드시 괴로움으로 말미암아 즐거움에 이르는 것이다'고.

나는 그 때에 선인굴 속에서 노닐고 있었다. 어떤 니르그란타가 거기서 도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는 손을 들어 해를 가리키면서 맨몸을 쬐는 공부를 하고 있었고 혹은 쭈그리고 앉는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니르그란타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왜 자리를 떠나 손을 들고 발을 세우고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고오타마여, 알라. 옛날 우리 스승이 착하지 못한 짓을 행하였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행하는 것은 그 죄를 소멸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몸을 드러내어 창피스럽고 욕을 당하지마는 그것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고오타마여, 알아야 한다. 행이 다하면 괴로움도 다하고 괴로움이 다하면 행도 다하며 괴로움과 행이 다하면 곧 열반에 이르게 된다.'

그 때에 나는 또 말하였다.

'그것은 그렇지 않다. 행이 다한다고 괴로움이 다할 수 없고 괴로움이 다한다고 행이 다해 열반에 이를 수 없다. 오직 지금 그런 고행이 다해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그럴 수가 있다. 다만 즐거움에서 즐거움에 이를 수는 없느니라.'

그는 말하였다.

'빔비사아라 왕은 즐거움에서 즐거움에 이르는데 무슨 괴로움이 있는가.'

'빔비사아라 왕의 즐거움은 내 즐거움과 어떤가.'

'빔비사아라 왕의 즐거움이 당신 즐거움 보다 낫다.'

나는 그 때에 다시 말하였다.

'빔비사아라 왕은 나를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가부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게 하겠는가. 다만 엿새, 닷새, 나흘, 사흘, 이틀 내지 하루만이라도 가부하고 앉게 할 수 있겠는가.'

'아니오.'

'나는 능히 가부하고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어떤가, 니르그란타여. 누가 더 즐거운가. 빔비사아라가 즐거운가, 내가 즐거운가.'

그는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가 더 즐겁다.'

마하아 나아마야, 부디 방편을 구해 즐거움에서 즐거움에는 이를 수 없고 반드시 괴로움에서 즐거움에 이르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하아 나아마야, 큰 마을 좌우에 큰못이 있는데 세로와 가로가 한 요오자나요, 거기 물이 가득 차 있다. 어떤 사람이 와서 한 방울의 물을 떴다면 어떤가, 마하아 나아마야. 어느 물이 많은가. 한 방울의 물이 많은가, 그 못물이 많은가."

마하아 나아마는 대답하였다.

"못물이 많고 한 방울 물이 많지 않나이다."

"이것도 그와 같다. 즉 성현의 제자는 모든 괴로움이 이미 다하고 아주 없어 겨우 남아 있는 것은 그 한 방울 물과 같다. 내 제자 중에서 그 도가 제일 못한 사람도 기껏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난 뒤에는 괴로움을 벗어날 것이요. 다시 더 용맹스레 정진하면 곧 집집[家家]이 되어 도를 얻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거듭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 때에 마하아 나아마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나가바라는 사슴 동산에 있었다.

그 때에 나이 늙은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존자 나가바라와 어릴 때부터 매우 친한 사이었다. 그는 나가바라에게 가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너는 즐거운 사람 중에 가장 즐겁구나."

나가바라는 물었다.

"너는 무슨 이유로 '즐거운 사람 중에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가."

"나는 이레 동안에 아들 일곱을 잃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재주가 많았으며, 지혜는 따를 이가 없었다. 엿새 동안에 일꾼 열 둘을 잃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일해 게으르지 않았다. 닷새 동안에 네 형제를 잃었다. 그들은 온갖 기술이 있어 모두 익숙하였다. 나흘 동안에 부모를 잃었다. 나이 백 세나 되었는데 나를 버리고 세상을 떠나셨다. 사흘 전에는 두 아내가 죽었다. 그들은 얼굴이 단정하여 세상에 뛰어났다. 또 집안에 보배 창고가 여덟이 있었는데 어제 간 곳이 없어졌다. 내가 만난 이런 고뇌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존자는 지금 그런 재앙을 아주 떠나 다시 근심, 걱정이 없이 오직 도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즐거운 사람 중에서 가장 즐겁다'고 말한 것이다."

존자 나가바라는 말하였다.

"너는 왜 어떤 방편을 써서라도 그만큼 사람을 죽지 않도록 하지 않았는가."

"나도 그들을 죽지 않게 하려고, 또 재물을 잃지 않도록 많은 방편을 썼었다. 때를 따라 보시해 온갖 공덕을 지었고 하늘에 제사도 지내고 늙은 바라문들을 공양하였으며 온갖 귀신을 보호하였고 주술도 외웠다. 또 별을 보고 점도 쳤으며 온갖 약도 만들었고 또 맛난 음식으로 곤궁한 이들에게 보시하는 등 이런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 목숨은 건질 수가 없었느니라."

그 때에 존자 나가바라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약초와 모든 주술과

의복과 음식의 모든 기구로

보시하여도 소용이 없어

그 몸의 괴로움 가지고 있구나.

 

귀신 사당에 제사 드리되

향불과 꽃과, 목욕하면서

그 원인을 살펴보아도

그것을 능히 고칠 수 없었다.

 

온갖 물건을 널리 베풀고

정진하고 또 범행을 가지면서

그 원인을 살펴보아도

그것을 능히 고칠 수 없었다.

 

그 바라문은 물었다.

"어떤 법을 행해야 이런 고뇌를 없앨 수 있는가."

존자 나가바라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은혜와 사랑은 무명의 근본

온갖 고뇌를 일으키나니

그것이 사라져 남은 없으면

곧 다시는 고통 없으리.

 

그 바라문도 이 말을 듣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늙었으나 아주 늙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 제자 같나니

원컨대 집을 떠나 도를 배워서

이런 재앙을 떠날 수 있게 하라.

 

그 때에 존자 나가바라는 곧 그에게 세 가지 법복을 주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게 하고 또 말하였다.

"이제 너 비구여, 이 몸의 머리에서 발까지 관찰해 보라. '이 머리털과 손톱, 발톱과 이빨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고. 또 '몸뚱이와 피부, 골수, 창자, 밥통 따위는 어디서 왔는가'. '만일 여기서 떠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고. 그러므로 비구여, 세상의 고뇌를 너무 근심하지 말라. 또 낱낱의 털구멍을 관찰하고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진리를 성취하라."

존자 나가바라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잡된 생각 버리고 너무 근심 말라

오래지 않아 법눈을 얻으리라

덧없는 행은 번갯불 같거니

이런 큰 행복은 만나기 어렵다.

 

그 낱낱의 털구멍 관찰하라

나는 것은 죽는 것의 근본이니라

덧없는 행은 번갯불 같거니

마음을 돌려 열반으로 향하라.

 

그 때에 그 장로 비구는 이 분부를 받고 한적한 곳에서 그 이치를 생각하였다. 즉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이는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胎]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려고 하기 때문이다'고. 그 때에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그 비구는 옛날 친구인 어떤 하늘은 그 비구가 아라한이 된 것을 보고 곧 나가바라에게 가서 허공에서 게송을 읊었다.

 

이미 구족한 계율을 받고

저 한적한 곳에 있어서

도를 이루어 집착이 없고

온갖 악의 근본 떨어 버렸다.

 

그 하늘은 다시 하늘 꽃을 존자 위에 뿌리고 공중에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에 그 비구와 하늘은 존자 나가바라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선(善)과 네 가지 법을 관찰하면 현재에서 상인(上人)이라 불릴 것이다. 비구들이여, 어떻게 일곱 가지 선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사랑하는 마음을 一방(方)에 두고 채우고 二방, 三방, 四방, 四류(維), 상, 하에도 두루 채운다. 이와 같이 온 세상 안에 사랑하는 마음을 두루 채운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쁘게 하는 마음, 보호하는 마음과 공삼매(空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도 그렇게 하면 모든 감관이 원만하고 음식에 절제할 줄을 알며 항상 깨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일곱 가지를 관(觀)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어떻게 네 가지 법을 관찰하는가. 이른바 비구는 안으로 몸을 관찰하여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몸이란 생각이 그치며, 밖으로 몸을 관찰하여 몸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느낌을 관찰하여 느낌이란 생각이 그친다. 안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란 생각이 그치고 근심과 걱정을 없애 다시는 괴로움이 없게 된다. 안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고 밖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치며 안팎으로 법을 관찰하여 법이란 생각이 그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법의 선을 관찰하느니라.

만일 비구로서 이와 같이 일곱 가지 선과 네 가지 법을 관찰하면 현재에서 상인이 된다. 그러므로 비구는 방편을 다해 일곱 가지 선을 마련하고 네 가지 법을 관찰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삭카 카필라바스투의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희들은 북방으로 가서 노닐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형편대로 하라."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샤아리푸트라에게 하직하였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가서 샤아리푸트라에게 하직하라. 그 이유는 샤아리푸트라는 항상 범행을 닦는 이를 위해 법을 가르치고 또 설법하기를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 대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그 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삭카 절에 있었다.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우리는 북방으로 가서 세간에 노닐려고 이제 세존님께 하직하였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북방 사람들의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모두 총명하여 그 지혜는 따르기 어렵다. 또 그들은 와서 시험하기를 좋아한다. 만일 그들이 그대들에게 와서 '여러분은 무엇을 주장하는가'고 묻는다면 그대들은 무어라고 대답하겠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만일 그들이 와서 묻는다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즉 '몸은 덧없는 것이다. 덧없으면 괴로움이요 괴로움이면 <나>가 없으며 <나>가 없으면 공이다. 그러므로 몸은 공이요 <나>가 없으면 그것은 곧 공이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가 보는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 덧없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없다. 그것이 진실로 공이면 그것은 <나>가 없고 공이다. 이것은 지혜로운 이가 공부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다 공하고 고요하다. 그것은 인연으로 모인 것으로서 모두 <없어짐>으로 돌아가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그리고 여덟 가지 도와 또 일곱 가지의 법이 있다. 우리 스승님의 말씀은 바로 이것이다'고.

만일 크샤트리아나 바라문이나 사람들이 와서 물으면 우리는 이런 이치로 대답하겠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음을 굳게 가져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여러 비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우리는 그 이치를 들으려고 멀리서 왔습니다. 설명하여 주십시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이제 설명하리라."

비구들은 분부를 들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만일 일심으로 바른 소견을 늘 생각하면 염각의(念覺意)가 어지러워지지 않을 것이다. 바른 다스림이란 일심으로 모든 법을 늘 생각하는 법각의(法覺意)요, 바른 말이란 몸과 뜻의 정진으로 정진하는 각의[精進覺意]이며, 바른 업이란 모든 법을 낼 수 있는 희각의(喜覺意)요, 바른 생활이란 성현의 재물에 만족할 줄 알고 집과 재물을 모두 버리고 몸을 편안히 하는 의각의이다.

바른 방편이란, 성현의 네 가지 진리를 얻어 모든 결박을 다 끊는 정각의(定覺意)요, 바른 생각이란, 네 가지 의지(意止)를 관찰하여 '몸을 견고하지 않고 공하고 <나>가 없다'고 보는 호각의(護覺意)며, 바른 삼매란 얻지 못한 이를 얻게 하고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며 증득하지 못한 이를 증득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떻게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느냐'고 묻거든 너희들은 그렇게 대답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비구로서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닦으면 번뇌의 마음이 곧 해탈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거듭 말한다. 어떤 비구로서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생각하고 수행하면 그는 두 가지 결과를 이루어 의심이 없을 것이요, 아라한이 되더라도 그것마저 버릴 것이다. 만일 그것을 많이 행할 수 없으면 단 하루 동안이라도 그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그 복은 헤아릴 수 없고 아나함이나 아라한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부디 방편을 구해 이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의심 없이 도를 이룰 것이다."

그 때에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아샤파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너무 늙어 젊은 기운이 조금도 없다. 그러므로 장자들이 주는 의복과 음식을 받는 것이 좋다."

카아샤파는 사뢰었다.

"저는 그들의 의복이나 음식을 받을 수 없나이다. 지금 이 누더기 옷을 입고 때를 따라 걸식하는 것이 한량없이 즐겁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미래의 비구들은 몸이 건강하면서 좋은 의복과 음식을 탐내고 선정에서 타락하여 고행을 행하지 못하고 또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과거 부처님 때의 비구들도 남의 초대를 받고 남의 옷과 음식을 받았는데 우리는 왜 옛날 성인을 본받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가만히 앉아서 의복과 음식을 탐내기 때문에 법복을 버리고 흰옷을 입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현들의 위신이 없어지고 네 가지 무리들이 차츰 줄어들 것입니다. 네 가지 무리들이 줄어들면 여래님의 절이 허물어지게 되고 여래님의 절이 허물어지면 경법(經法)이 쇠멸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에는 중생들은 정기(精氣)와 광명이 없어지고 정기와 광명이 없어짐으로써 드디어 목숨이 짧아질 것이요,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질 것입니다. 마치 오늘의 중생들로서 복이 많은 사람은 모두 천상에 나지마는 미래 세상의 죄 많은 사람은 모두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타야샤파는 세상에 이익이 많고 세상 사람들의 좋은 벗이 되고 좋은 복밭이 될 것이다.

카아샤파여, 알아야 한다. 내가 반열반한지 천년 뒤에는 비구들은 선정에서 타락해 다시는 두타법을 행하지 않아 걸식하거나 누더기 옷을 입지 않고 장자들의 초청을 탐내 그 의식을 받을 것이요, 또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 있지 않고 장식한 방을 좋아할 것이다. 또 대소변을 약으로 쓰지 않고 다만 매우 달고 맛난 약초에만 집착할 것이요, 혹 그 중에는 재물을 탐내고 방을 아껴 늘 서로 다툴 것이다.

그 대의 시주들은 불법을 독실히 믿고 보시하기를 좋아해 재물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날 것이다. 그러나 비구들로서 게으른 자는 죽어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카아샤파야, 이와 같이 일체 행은 모두 덧없이 오래 보존할 수 없느니라.

카아샤파야, 또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는 비구들이 수염과 머리는 깎았으면서 살림살이를 즐겨 해 왼쪽에는 아들을 안고 오른쪽에는 딸을 안을 것이다. 또 젓대나 퉁소를 들고 거리를 다니면서 걸식할 것이다. 그 때의 시주들도 무궁한 복을 받을 것인데 더구나 오늘에 지성으로 걸식하는 사람이겠는가. 카아샤파야, 이와 같이 모든 행은 덧없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느니라.

카아샤파야, 알아야 한다. 미래 세상에는 어떤 비구들은 여덟 가지 도와 일곱 가지 법을 버릴 것이다. 내가 세 아승지 겁 동안 모은 지금의 법보배를 미래 비구들은 그것을 노래 곡조로 만들어 여러 사람들 속에서 걸식하면서 그것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때의 시주들이 그런 비구들을 공양해도 오히려 복을 받겠거늘 하물며 지금에 있어서 그 복을 얻지 못하겠는가.

나는 지금 이 내 법을 카아샤파와 아아난다 비구에게 부촉한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제 늙어 나이 八十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보배를 너희 두 사람에게 부촉한다. 잘 기억하고 외우고 가져 끊어지게 하지 말고 세상에 널리 펴야 한다. 누구나 선인의 가르침을 막거나 끊으면 그는 곧 변방에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경법을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잃어버리거나 잘못 전하지 말라."

그 때에 카아샤파와 아아난다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사뢰었다.

"무슨 이유로 이 경법을 저희들에게 부촉하옵고 다른 사람에게 부촉하시지 않나이까. 여래 제자 중에는 신통 제일인 사람이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러하온데 왜 부촉하시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천상이나 인간 중에서 이 법보배를 받들어 가질 이로서 카아샤파나 아아난다 같은 이를 보지 못하였고 또 성문들 중에서도 너희 두 사람보다 뛰어난 이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부처님 때에도 또 경법을 받들어 가진 두 사람이 있어 지금의 카아샤파와 아아난다처럼 아주 뛰어나고 묘하였었다.

왜 그러냐 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 때에 두타행을 행한 그 비구는 법이 존재하면 그들도 생존하다가 법이 멸하면 그들도 멸하였다. 그런데 지금 카아샤파 비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다가 미륵 부처님이 세상에 나온 뒤에 라야 열반에 들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카아샤파 비구는 과거의 비구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또 아아난다 비구는 어떻게 과거의 시자(侍者)보다 훌륭한가. 과거 여러 부처님 때의 시자는 남의 말을 들은 뒤에야 이해하였지마는 오늘의 아아난다 비구는 내가 말하기 전에 곧 이해하고 내가 다시 말하기 전에 모두 안다. 그러므로 아아난다 비구는 과거 부처님의 시자보다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카아샤파와 아아난다여, 나는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이 법보배를 너희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이지러지거나 줄어들게 하지 말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생기면 반드시 없어지나니

생이 없으면 죽음도 없어

그 사라짐 가장 즐겁다.

 

그 때에 카아샤파와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증일아함경 제35권.hwp

증일아함경 제35권.hwp
0.03MB

'초기경전 > 증일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일아함경 제37권   (0) 2012.07.17
증일아함경 제36권   (0) 2012.07.17
증일아함경 제34권   (0) 2012.07.17
증일아함경 제33권   (0) 2012.07.17
증일아함경 제32권   (0) 201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