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四十八권
제 五十 예삼보품(禮三寶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여래님의 절에 예배하려는 이는 열 한 가지 법으로 여래님의 절에 예배하여야 한다.
열 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용맹스러운 뜻을 내어 견딜 수 있기 위해서요, 뜻이 어지럽지 않아 마음이 한결같기 위해서이며, 온갖 지관(止觀)에 뜻이 전일하기 위해서요, 온갖 생각이 아주 쉬어 삼매에 들기 위해서이며, 생각이 한량없는데 마쳐 가되 지혜를 말미암기 위해서요, 모양만으로는 그 뜻을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위의로 말미암아 그 뜻이 맑고 고요하기 위해서요, 이름 때문에 뜻이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며, 그 형상으로 말미암아 마음의 상상이 없기 위해서요, 부드럽고 연한 음성은 범음에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여래님 절에 예배하려 사거든 마땅히 이 열 한 가지 법을 갖추어 예배하라. 그리하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법에 예배하고자 하면 열 한 가지 일을 생각한 뒤에 예배하여야 한다.
열 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대개 바른 법은 '교만이 있으면 교만을 제하고 애욕이 있으면 애욕을 제하며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제한다. 대개 바른 법은 생, 사의 흐름을 끊고 평등한 법을 얻으며 온갖 나쁜 길을 끊고 바른 법을 찾아 좋은 곳에 이르게 하며 욕망의 그물을 끊는다. 바른 법을 행하면 유위에서 무위에 이르며 그 광명은 비추지 않는 곳이 없다. 대개 바른 법은 열반 세계에 이르게 한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법에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 한 가지 법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그러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중에게 예배하고자 하면 열 한 가지 법을 오로지 생각한 뒤에 예배하여야 한다.
열 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여래 제자는 바른 법을 성취하며 법과 법을 성취하고 계율을 성취하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지견을 성취하며 三보를 받아 보호하고 외도 이학을 항복 받으며 일체 중생의 좋은 벗이요 복밭이 된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중에게 예배하고자 하면 이 열 한 가지 법을 깊이 생각하라. 그러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여러 비구들과 하늘, 용, 귀신, 건달바, 아수라, 가루다, 찬다알라, 마호라가 및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 미틸라성의 대천(大天) 동산에 서 천 二백 五十 인의 큰 비구 중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일어나 아아난다와 함께 동산 안을 거닐으시다가 갑자기 웃으셨다.
아아난다는 생각하였다.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는데 지금 무엇 때문에 웃으실까. 반드시 뜻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여쭈어 보리라.'
아아난다는 옷을 바루고는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는 함부로 웃으시지 않으시나이다. 그러하온데 지금 왜 웃으시나이까. 반드시 까닭이 있겠사온데 그 까닭을 듣고 싶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과거 현겁 초에 여기 어떤 전륜성왕이 온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이름을 대천이라 하였다. 그는 오래 살고 병이 없으며 단정하고 용맹스러워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백성을 속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七보가 저절로 생겼다. 七보란, 첫째는 바퀴, 둘째는 코끼리, 셋째는 말, 넷째는 구슬, 다섯째는 옥녀, 여섯째는 갈무리기지[主藏], 일곱째는 장군이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대천 왕은 동자로서 八만 四천 세를 지났고 태자로서 八만 四천 세를 지났으며 왕위에 올라 八만 四천 세를 지났느니라."
아아난다는 여쭈었다.
"바퀴란 어떤 것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달 보름달이 한창 둥글 때에 왕은 깨끗이 목욕하고 궁녀들과 동쪽 누각에 올라 동을 향해 바라볼 때에 바큇살 천 개를 가진 금바퀴가 나타나는데 바퀴 높이는 일곱 길로서 한 타알라와 같다. 타알라란 독정수(獨挺樹)인데 그 나무로 한정하여 그 바퀴는 일곱 타알라 높이로 떠 있는데, 순수한 자마금(紫磨金)으로 되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바퀴는 좋은 바퀴다. 붙드는 것이 좋겠다.'이렇게 생각하자 그 바퀴는 곧 왕의 왼손에 놓였다. 왕은 곧 그것을 들어 오른손에 옮기고 바퀴에게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는 것은 나를 위해 항복 받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를 위해 차지하되 법대로 하고 법 아닌 것으로는 하지 말라.'
말을 마치자 바퀴는 도로 공중에 머무르되 큰 바퀴는 동으로 향하고 바퀴 통은 북으로 향하였다.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네 종류 군사를 모았다. 군사가 모이자, 그 군사를 데리고 바퀴를 좇아 공중에 세웠다. 바퀴가 동으로 끌면 그것을 따라 동방 세계를 두루 순행하다가 해가 저물면 왕은 군사를 데리고 바퀴 밑에서 잤다.
동방 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바리에는 은좁쌀을 담고 은바리에는 금좁쌀을 담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대왕이여. 이 동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어 여기서 살으소서. 저희들은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대천 왕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 싶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 훈계를 마치자 바퀴는 곧 굴러 바다로 나가 구름을 타고 갔다. 바다에는 저절로 한 요오자나 넓이의 길이 열렸다. 왕은 네 종류 군사와 함께 바퀴를 따라 앞에와 같이 남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남방 세계의 여러 작은 왕들은 모두 와서 조회하고 금바리에는 은좁쌀을 담고 은바리에는 금좁쌀을 담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천왕이여. 이 남방 세계의 토지와 보배와 백성들은 모두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수레를 멈추어 여기서 살으소서. 우리들은 천왕의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대천 왕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들고자 하거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사리에 어그러지는 일은 행하지 말라.'
이렇게 교훈을 마치자 바퀴는 서쪽으로 돌아 서방 세계를 순행하였다. 서방 세계의 여러 왕들이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은 남방과 같았다.
북방 세계의 여러 왕들도 모두 와서 조회하고, 물건을 바치고 살기를 청하는 것은 앞에와 같았다.
이렇게 나흘 동안 돌아다니면서 남섬부주의 네 바다를 둘러 본래의 미틸라성으로 돌아 와, 궁문 앞 허공 위에서 큰 바퀴를 동으로 향하고 일곱 타라알라 높이로 머무르자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갔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이렇게 바퀴를 얻었느니라."
아아난다는 다시 여쭈었다.
"대천 왕은 어떻게 코끼리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으로 향해 공중을 바라볼 때에 만호(滿呼)라는 흰 코끼리가 허공을 타고 왔다. 일곱 다리에 발굽은 통통하고 입에는 여섯 개 어금니가 있으며 머리에는 금관을 썼고 영락은 금으로 되었으며 진주로 그 몸을 얽고 좌우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그는 신력이 있어 자유로이 형상을 변화하였다. 대천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코끼리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 반드시 쓸만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자 코끼리는 곧 왕 앞의 공중에 머물렀다. 왕은 다섯 가지 일로 그 코끼리를 가르치고 다시 생각하였다.
'이 코끼리의 능력을 시험해 보리라.'
이튿날 날이 밝아 왕은 그 코끼리를 타고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 와 궁문 동쪽에서 동으로 향해 섰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이 얻은 코끼리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아난다는 다시 여쭈었다.
"대천 왕이 얻은 말은 어떠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뒤에 대천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를 데리고 서쪽 누각에 올라 서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바라함이라는 검푸른 말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걸어도 몸을 흔들지 않고 머리에는 금관을 썼으며 영락은 보배로 되었고 진주로 몸을 얽었으며 좌우에는 방울을 달았다.
그는 신력이 있어 자유로이 형상을 변하였다. 대천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것을 얻어 타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자 말은 왕의 앞으로 왔다. 왕은 그것을 타고 시험하고 싶었다.
이튿날 날이 밝아 왕은 그것을 타고 동으로 갔다. 잠깐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고 본국으로 돌아 와 궁문 서쪽에서 서쪽으로 향해 섰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이 얻은 말은 이와 같았느니라."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대천 왕이 얻은 구슬은 어떠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은 그 뒤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에,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길이는 一척 六촌이요 여덟 모가 있으며 검푸른 유리 빛으로 된 구슬이 허공을 타고 오는데 땅에서 일곱 타알라 높이었다.
대천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저 구슬을 얻어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자 곧 얻어졌다. 왕은 그것을 시험하고 싶었다.
밤중이 되어 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으고 당기 꼭대기에 그 구슬을 달고 성에 나가 놀았다. 구슬은 四방 十二요오자나를 비추었다. 군사들은 서로 보고 '낮과 다름이 없다.'고 하였다. 그 구슬 광명이 비추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일어나 '날이 밝았다.'고 하였다. 왕은 곧 궁중으로 돌아 와 궁전 안에 당기를 세웠다. 궁전 안팎은 항상 밝아 낮과 다르지 않았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이 얻은 구슬은 이와 같았느니라."
아아난다는 여쭈었다.
"대천 왕이 얻은 옥녀는 어떠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어떤 크샤트리야 여자가 허공을 타고 왕에게로 왔다.
그는 짝없이 단정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서늘하며 몸 털구멍에서는 챤다나향 냄새가 나고 입에서는 우트팔라 연꽃 향내가 나며 보통 여자들의 어떤 나쁜 자태도 없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남의 마음을 미리 알아 받들어 행하였는데 이름을 <만나하리>라 하였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이 얻은 옥녀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아나나는 여쭈었다.
"대천 왕이 얻은 갈무리지기는 어떠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천 왕이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북쪽 누각에 올라 북쪽을 행해 바라보았다. 갈무리지기 신하가 허공을 타고 왕의 앞으로 왔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답고 묘하며,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찌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았다. 몸은 황금빛이요 털은 검푸른 빛이며 눈은 흰자위 검은자위가 분명하였다. 또 땅에 묻힌 갈무리를 환희 보고는 주임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하고 주인이 없는 것은 파내어 왕의 쓰임새에 이바지하였다.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좋은 방편을 가졌는데 이름을 하라타지라 하였다.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 왕은 한껏 즐겨 하시고 다시는 걱정 말으소서. 나는 왕에게 보물을 이바지하여 모자라지 않게 하겠나이다.'
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 가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금, 은 등 보물을 가지고 싶다.'
그는 대답하였다.
'저 바닷가로 도로 나가서 구해 올리겠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나는 물 속의 보물을 가지고 싶다. 육지 보물을 필요 없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룬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물을 보고 절하였다. 물 속에서 곧 저절로 금덩이가 나오는데 크기는 수레바퀴통 같았다. 그래서 잠깐 동안에 금은 배에 가득 찼다.
왕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다시는 금을 끌어올리지 말라. 배가 가라앉겠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의 얻은 갈무리지기 신하는 이와 같았느니라."
아아난다는 다시 여쭈었다.
"대천 왕의 얻은 장군은 어떠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남쪽 누각에 올라 남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남쪽에서 어떤 장군이 허공을 타고 왕에게로 왔다.
그는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털은 진주빛 같고 몸은 녹색이었다.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살찌지도 않고 여위지도 않으며 눈은 남의 속을 꿰뚫어 보았다. 군사를 부리는 꾀는 변화가 많고 나아가고 물러남에 시기를 알았는데 이름을 비비나라 하였다.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왕은 마음껏 즐겨 하시고 천하 일은 걱정 말으소서. 四방을 정벌하는 일은 제가 맡아 하겠나이다.'
왕은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밤중에 생각하였다.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자 군사들은 모두 모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동쪽으로 이끌고 싶다.' 군사들은 곧 동쪽으로 몰렸다. 왕은 복판에 앉고 장군은 앞에 있고 네 종류 군사들은 둘러 샀다. 왕이 가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가고 왕이 돌아오려고 생각하면 군사들은 곧 돌아왔다.
아아난다야, 대천 왕의 얻은 장군은 이와 같았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대천 왕의 얻은 일곱 가지 보배는 이와 같았느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아아나다에게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오랫동안 천하를 다스리다가 머리빗기[梳頭] 시자 겁북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털이 보이거든 곧 그것을 뽑아 내게 보여라.'
겁북은 오랫동안 머리를 지켜보다가 흰 털 하나를 발견하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전에 분부하신 흰털을 이제 발견하였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내게 보여라.'
겁북은 곧 금족집게로 흰털을 뽑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왕은 흰털을 집어들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거니
도(道)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향락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곧 태자 장생(長生)을 불러 말하였다.
'아가야, 내 머리에는 벌써 흰털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쾌락이 나는 이미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지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리니 너는 이 나라의 정사를 맡아 다스려라.
그리고 너도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아 잘 기르고, 겁북을 시켜 흰털을 살피게 하다가 흰털이 나거든 이 나라를 그 태자에게 맡기고 나처럼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어야 하느니라.'
왕은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거룩한 자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자리를 대대로 이어 종족이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또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 없는 곳에 날 것이다.'
"대천 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장생에게 물리고 겁북과 농사를 주었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이 성, 이 동산, 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八만 四천 년 동안 자, 비, 희, 호(慈悲喜護)의 네 가지 범행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에 났다. 대천왕이 집을 떠난 지 이레 뒤에 그 옥녀도 목숨을 마쳤느니라.
장생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앞에서와 같이 다정한 어떤 옥녀가 허공을 타고 왔다.
장생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앞에서와 같이 다정한 어떤 옥녀가 허공을 타고 왔다.
장생 왕은 七보를 가지고 나라 정치를 맡아 네 천하를 통솔하였다. 장생 왕은 겁북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내 머리를 빗기되 흰털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장생은 왕위에 오른지 八만 四천 년이 지나 흰털이 났다. 겁북은 왕에게 아뢰었다.
'흰털이 났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그것을 뽑아 내 손바닥에 놓아라.'
겁북은 곧 금족집게로 그것을 찾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왕은 흰털을 잡고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거니
도(道)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향락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자.'
왕은 곧 태자 관계를 불러 말하였다.
'아가야, 나는 벌써 머리가 세었다. 세간의 다섯 가지 향락은 벌써 싫어졌다. 하늘 쾌락을 구해야 하겠다. 나는 이제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리라. 너는 이 나라를 맡아 다스려라.
그리고 장자를 세워 태자로 삼아 잘 기르고 겁북을 시켜 흰털을 살피게 하여 흰털이 나거든 나라를 그 태자에게 물려주고 나처럼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라.'
왕은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간결한 마음으로 너에게 물려준다. 너는 이 거룩한 왕위를 이어 종족을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선한 행을 끊으면 곧 법 없는 곳에 날 것이다.'
"장생 왕은 이렇게 훈계한 뒤에 그 나라를 태자 관계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사를 주었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장생 왕도 이 성, 이 동산, 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八만 四천 년 동안 자, 비, 희, 호의 네 가지 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났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장생 왕이 집을 나온 지 이레 뒤에 그 七보는 저절로 변화해 떠나 버렸다.
관계 왕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신하들은 근심에 잠겨 있는 왕을 보고 물었다.
'천왕은 왜 근심하시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七보가 변화해 떠났기 때문이다.'
신하들은 아뢰었다.
'왕은 걱정하지 말으소서.'
왕은 말하였다.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는가.'
신하들은 아뢰었다.
'부왕 범행이 이 가까운 동산에 계시나이다. 가서 여쭈어 보시면 반드시 그 七보를 이룩할 법을 왕에게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왕은 곧 거동 준비를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알렸다.
왕은 신하들과 함께 七보를 된 수레를 타고 다섯 가지 물건, 즉 보배 갓, 깃일간, 칼, 부채, 보배 신 등으로 기치를 삼고 좌우에는 신하가 따르면서 동산으로 나아갔다.
동산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다섯 가지 물건을 치우고 동산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부왕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대왕께서 가지셨던 七보가 지금 모두 변화해 떠났나이다.'
부왕은 먼저 좌정하고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들고 대답하였다.
'아가야, 대개 성왕(聖王)의 법에는 아비의 소유를 믿는 것이 아니다. 네가 스스로 법을 행하여 그것을 구하여야 하느니라.'
왕은 물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법으로 교화하였나이까.'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법을 공경하고 법을 존중하며 법을 생각하고 법을 기르며 법을 자라게 하고 법을 성하게 하며 법을 크게 하나니, 이 일곱 가지 법을 행하면 성왕의 다스림에 알맞으며 또 七보를 이룩할 수 있느니라.'
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법을 공경하는 것이오며 나아가서는 법을 크게 하는 것입니까.'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고, 백성을 가르쳐 양친을 효양하게 하며, 네 철과 여덟 절후에 때를 맞추어 제사하고, 참기를 가르치며, 음욕과 질투와 어리석음을 버리는 것이니, 이 일곱 가지 겁을 행하면 성왕의 법에 알맞느니라.'
왕은 부왕의 교훈을 받고 물러나 예배하고는 일곱 번 돌고 이내 돌아왔다.
이에 왕은 곧 부왕의 명령을 받들어 일곱 가지 법을 받들어 행하면서 四방에 영을 내려 왕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숭상하게 되었다.
왕은 곧 창고를 열어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고 고독한 노인을 모셔 기르매 四방 백성들은 모두 그것을 따라 받들어 행하였다.
그 때에 왕은 보름날 달이 한창 둥글 때가 되어, 깨끗이 목욕하고는 궁녀들을 데리고 동쪽 누각에 올라 동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천 바퀴 살을 가진 자마금 바퀴가 허공을 타고 와서 공중에 떠 있는데, 바퀴 높이는 일곱 타알라요 땅에서 일곱 타알라 떨어져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바퀴를 가졌으면 좋겠다.' 바퀴는 곧 내려와 왕의 왼손에 있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옮겨갔다. 왕은 그 바퀴를 보고 말하였다.
'항복하지 않은 이들은 나를 위해 항복 받고 내 땅이 아닌 것은 나를 위해 가지되 법대로 하고 비법으로는 하지 말라.'
왕은 곧 손으로 그것을 던져 허공으로 돌려보냈다. 그것은 궁문 동쪽에서 큰 바퀴는 동으로 향하고 바퀴 통은 북으로 향하여 허공에 떠 있었다.
바퀴가 생긴 뒤에 흰 코끼리, 검푸른 말, 신령스런 구슬, 옥녀, 갈무리지기, 장군 등, 이 七보가 차례로 나타나는 것은 대천왕과 같았고 그것을 시험하는 것도 그와 같았다.
거기서 八만 四천 년을 마친 것과 왕이 겁북을 주고 태자에게 분부하며 나라 일을 맡기고 집을 떠나 도에 들어간 것 등은 모두 먼저 왕의 법과 같았다."
세존께서는 이어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 관계 왕도 이 성, 이 동산, 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八만 四천 년 동안 자, 비, 희, 호의 네 가지 범행을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에 났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대천 왕의 자손은 서로 대를 이어 八만 四천 년에 이르렀고, 전륜성왕의 자리와 선한 종족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 최후의 성왕의 이름은 니미[荏]로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사람됨이 총명하고 자상하여 무엇이나 잊지 않았다. 얼굴에는 서른 두 가지 빛깔이 있어 붉은 연꽃 같았다.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사문과 바라문을 공양하고 외로운 노인을 모셔 기르며 빈궁한 이에게 보시하였다.
네 성문과 성 복판에 창고를 만들어 두고 금, 은, 잡보, 코끼리, 말, 수레와 의복, 침구, 의약, 향, 꽃, 음식을 쌓고, 고독한 이를 위해서는 그 아내를 주선해 주며 갖가지로 보시하되 남의 요구를 따랐다.
왕은 여섯 재일[齋日)에는 안팎에 명령하여 모두 여덟 가지 계율을 가지게 하였다. 이 날에 수타회천은 항상 인간에 내려와 그 여덟 가지 계율을 받았다. 제석의 三十三천은 모두 그 나라 사람들을 찬탄하였다.
'유쾌하여라, 좋은 이익이여. 이런 법왕을 만나게 되었구나. 갖가지로 보시하되 백성들의 요구를 따르고 또 깨끗한 재계는 빠뜨리는 일이 없구나.'
제석천은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니미 왕을 보고 싶은가.'
모두 대답하였다.
'보고 싶나이다. 여기 오게 하소서.'
제석천은 곧 궁비니 천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미틸라 성에 가서 니미 왕에게 말하라. 당신은 크게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여기 여러 하늘은 모두 당신의 높은 공덕을 찬탄합니다. 그리고 나를 위하여 은근히 문안하고 다시 여기 여러 천자들은 매우 보고 싶어합니다. 잠깐 생각을 굽히어 여기 오셔 주소서'라고
궁비니는 분부를 받고 곧 인간으로 내려갔다. 마치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사이에 갑자기 왕의 궁전 앞 허공에 섰다.
그 때에 왕은 한 궁녀를 데리고 궁전 위에 앉아 생각하였다. '일체 세간이 모두 안온을 얻어 어떤 고통도 없게 하고 싶다.'
궁비니는 공중에서 손가락을 퉁기면서 왕을 깨웠다. 왕은 머리를 들고 궁전 위의 광명을 보고 또 그 소리를 들었다. 즉
'나는 석제환인의 시자입니다. 석제환인이 나를 보내어 여기 왔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궁금합니다. 천제(天帝)는 내게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천녀는 대답하였다.
'천제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지금 이 여러 천자들은 당신의 공덕을 찬탄하고 사모하면서 만나고 싶어합니다. 잠깐 왕림하소서.'
왕은 잠자코 허락하였다.
천녀는 돌아가 천제에게 아뢰었다.
'분부는 이미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오기를 허락하였습니다.'
천제는 곧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七보로 된 날아다니는 마차를 장엄하고 미틸리 성으로 가서 니미 왕을 맞아 오너라.'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마차를 준비하여 인간으로 내려갔다.
그 때에 왕은 신하들과 함께 궁전에 모여 앉아 있었다. 수레는 왕의 앞 공중에 머물렀다. 어자는 말하였다.
'천제는 지금 수레를 보내어 맞이하러 왔습니다. 여러 천자들은 공손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수레에 오르시고 섭섭해하지 말으소서.'
여러 노, 소 신하들은 왕이 떠난다는 말을 듣고 못내 서운해하면서 모두 일어나 합장하고 아뢰었다.
'왕께서 떠나신 뒤에는 우리는 누구의 명령을 받들겠나이까.'
왕은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라. 내가 떠난 뒤에도 보시하고 재계하면서 백성을 기르고 나라를 다스리되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하라. 나는 오래지 않아 돌아올 것이다.'
왕이 분부를 마치자 수레는 곧 땅에 내려 왔다. 왕은 곧 수레에 올랐다.
어자는 왕에게 물었다.
'어느 길로 가리이까.'
왕은 말하였다.
'무슨 말인가.'
어자는 대답하였다.
'가는 데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악의 길이요 둘째는 선의 길입니다. 악을 행한 사람은 나쁜 길로 가서 놀아 즐거운 곳에 이르고, 선을 닦은 사람은 좋은 길로 놀아 즐거운 곳에 이르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오늘은 선, 악의 길을 모두 가고 싶구나.'
어자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참으로 좋습니다. 대왕이여.'
어자는 곧 두 길 중간으로 인도하였다. 왕은 선, 악을 모두 다 보면서 三十三천으로 갔다.
천제와 여러 천자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천제는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하고 자기 자리에 같이 앉으라 하였다.
세존께서는 이어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천제의 자리에 앉았다. 왕과 천제는 모양과 옷과 말소리가 모두 꼭 같았다. 천자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제석이며 어느 것이 왕인가.' 또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제석이며 어느 것이 왕인가.' 또 생각하였다. '사람은 눈을 깜짝이는 법인데 모두 다 눈을 깜짝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분별할 수 없어 모두 놀랐다.
천제는 천자들이 의심을 가진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한 뒤에 저들을 깨닫게 하리라.' 천제는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내가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무르게 하기를 바라는가.'
천자들은 말하였다.
'진정 머무르게 하고 싶습니다.'
제석천은 니미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여기 머무를 수 있습니까. 나는 다섯 가지 향락을 공급하고, 그로써 여러 하늘들이 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천제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리다.'
왕은 곧 쾌락의 이바지를 받고는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천자님들은 수명이 무궁하시오. 손님과 주인은 이별하기를 청합니다.'
이렇게 세 번 청하였다.
제석천은 왕에게 물었다.
'왜 머무르지 않으시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천상에서는 도를 배울 인연이 없습니다.'
'왜 도를 닦으려 하십니까.'
'부왕의 유언을 받았습니다. 다만 일 흰털이 나거든 집을 떠나라고.'
제석천은 도에 들어가라는 유언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천상에서 잠깐 동안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린 시간은 세상의 十二년에 해당하였다. 왕은 장차 고별하려고 여러 천자들을 위해 자세히 법을 설명하였다. 때에 제석천은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니미 왕을 배웅해 드리고 본국으로 돌아 오라.'
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수레에 오르소서.'
이에 왕은 제석과 여러 천자들에게 고별하고 수레에 올라, 오던 길을 따라 미틸라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자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에 왕은 다시 겁북에게 분부하였다.
'만일 흰털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며칠 동안에 머리에 흰털이 났다. 겁북은 금족집게로 흰털을 뽑아 왕의 손바닥에 놓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거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향락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집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태자 선진(善盡)을 불러 말하였다.
'나는 이제 흰털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쾌락은 이미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하여야 하겠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에 들어가리라. 아가야, 나는 이제 나라 일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겁북을 잘 길러, 만일 흰털이 나거든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고 집을 떠나 도에 들어가라. 아가야,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너에게 물려준다. 종족을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느니라."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니미 왕은 곧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사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 성, 이 동산, 이 당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았다. 도를 닦은지 이레 뒤에 바퀴와 구슬은 변화해 떠나고 코끼리, 말, 옥녀, 장자, 장군은 모두 죽었다.
왕은 그 동산에서 八만 四천 년 동안 자, 비, 희, 호의 네 가지 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났느니라.
그 뒤에 선진 왕은 그 아버지의 업을 받들지 않아 바른 법이 바뀌고 무너졌다. 그 때문에 일곱 가지 보배는 다시 와서 응하지 않았느니라.
선한 행이 계속 되지 않으매 다섯 가지 줄어듦[五滅]이 이미 닥쳐왔다. 그래서 갈수록 백성들은 빈곤해지고 빈곤으로 말미암아 절도는 들끓었다. 그들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쳤나이다.'
왕은 바깥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그 나라 백성들에게 벌을 주었다. 왕이 도둑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백성들은 모두 그 악을 미워하여 제각기 칼을 만들었다. 칼은 여기서 비로소 만들어졌고 또 그로 말미암아 살생이 생기게 되었으니, 여기서 두 가지 악이 있게 되었느니라.
또 남의 아내를 범하고 그 남편과 싸우면서 '나는 하지 않았다.'하니, 여기서 네 가지 악이 생겼고 이간하는 말로 싸움을 붙이니 이것이 다섯째 악이며, 싸우면서 서로 꾸짖으니 이것이 여섯째 악이요 나쁜 말로 진실하지 않으니 이것이 일곱째 악이며 남의 화합을 미워하니 이것이 여덟째 악이요 성을 내어 얼굴빛이 변하니 이것이 아홉째 악이며 마음에 의심을 가지니 이것이 열째 악이니라.
열 가지 악이 이미 갖추어지매 다섯 가지 줄어듦은 갈수록 더해 갔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현겁 초에 나타났던 그 때의 대천 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나이니라. 아아난다야, 그 때의 八만 四천년 끝의 왕으로서 정치를 바로 한 니미 왕은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너이니라. 그 때의 최후의 왕으로서 난폭하여 도가 없고 성왕의 종족을 끊은 선진 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제 데바닷타이다.
아아난다야, 너는 과거에 대천 전륜성 왕의 좋은 계통을 이어 받아 그 왕위가 끊이지 않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너의 공으로서 법대로 하였고 비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아난다야, 나는 지금 위없는 법왕으로서 위없는 선법을 물려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붙이는 것이다. 너는 석종의 아들로서 변방 사람이 되지 말고 종족을 끊는 행을 짓지 말도록 하라."
아아난다는 여쭈었다.
"어떤 것이 종족을 끊는 행이 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천 왕은 비록 선법은 행하였으나 번뇌를 다하지 못하여 세간을 뛰어나지 못하였고 건너지 못하였으며 탐욕을 끊지 못하였고 二十억의 결박을 부수지 못하였으며 六十 두 가지 소견을 버리지 못하였고 세 가지 때[垢]를 씻지 못하였으며 신통을 얻지 못하였고 해탈의 참 도를 얻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천이 행한 선법은 범천 나기에 지나지 못하였느니라.
아아난다야, 나는 지금 법을 밝혀 끝끝내 하염이 없다. 내 법은 진여에 이르러 천상, 인간에 뛰어 났으며, 내 법은 샘(漏]이 없고 탐욕이 없으며 번뇌가 사라지고 생, 사를 건너고 신통을 얻었으며 번뇌를 해탈한 것으로서 진정한 사문은 이로써,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아아난다야, 나는 지금 이 위없는 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붙이노니 너는 내 법을 멸하게 하지 말고 또 변방 사람이 되지 말라. 아아난다야, 만일 현재의 성문으로서 이 법을 끊는 이가 있으면 그는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능히 이 법을 일으키면 그는 곧 부처의 맏아들이 되어 군속을 성취할 것이다.
아아난다야, 너는 부디 권속을 성취하고 종족을 멸하는 행을 짓지 말라. 아아난다야, 내가 지금까지 말한 법을 모두 너에게 붙이노니 너는 그렇게 알고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아난다는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큰 지옥에 갈 사람이 있다. 네 사람이란, 이른바 말카리 죄인과 팃사 비구 죄인과 데바닷타 죄인과 구파리 비구 죄인이 그 사람들이다.
말카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는데 길이는 六十주요 팃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는데 길이는 四十주며 데바닷타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는데 길이는 三十주 구파리 죄인은 몸에서 불꽃이 나는데 길이는 二十주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말카리는 무수한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과 뒤바뀐 생각을 가지게 하였고 '있다 없다'는 생각을 헤아리게 하였다. 저 어리석은 팃사는 여러 성중의 바리를 산산이 부수었다.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중들과 싸우고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으며 여래에 대하여 해칠 마음을 내었다. 구파리 죄인은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를 비방하였느니라.
말카리 죄인은 무수한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염광(焰光) 지옥에 떨어졌다. 팃사 죄인은 성중의 바리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등해(等害) 지옥에 떨어졌다. 데바닷타 죄인은 여래에 대해 모해하려는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진 뒤에는 아비 지옥에 떨어졌다. 구파리 죄인은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를 비방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발투마 지옥에 떨어졌느니라.
그 때에 옥졸은 말카리 죄인의 혀를 빼어 등마루에 뒤집어 붙였다. 왜 그랬느냐 하면 과거에 무수한 중생을 가르쳐 삿된 소견을 가지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에 옥졸은 팃사 죄인의 몸을 산채로 찢고 구리쇠 녹인 물을 심장에 쏟으며 뜨거운 철환을 머금게 하였다. 왜 그랬냐 하면 그 바리를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이니라.
데바닷타 죄인은 뜨거운 쇠바퀴로 그 몸을 쓸고 또 쇠절구공이로 그 몸을 찧으며 사나운 코끼리가 그 몸을 짓밟고 또 뜨거운 큰 철산이 그 얼굴을 눌렀으며 뜨거운 구리 쇠판으로 그 몸을 감았고 쇠바퀴로 그 머리를 끊었다. 왜 그랬느냐 하면 과거에 성중들과 싸우고 중들의 화합을 부수었기 때문이니라.
또 그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그 태자를 시켜 그 부왕을 해치게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쇠절구공이로 그 몸을 부수게 하였다. 또 그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코끼리를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하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코끼리 떼가 그 몸을 짓밟았다. 또 그 흉악한 데바닷타는 그리드라쿠우타산 꼭대기에 올라가 돌을 들어 여래에게 던졌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철산으로 그 얼굴을 누르게 하였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아라한 비구니를 죽였다. 그 과보로 말미암아 뜨거운 구리 쇠판으로 그 몸을 감았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구파리 죄인은 그 연화 지옥에 있을 때 보습을 갖춘 천 마리의 소가 보습으로 그 혀를 부순다. 왜냐하면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를 비방하였기 때문이니, 그 과보로 말미암아 보습을 갖춘 천 마리 소로 그 혀를 부수게 하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말카리 죄인은 그 몸에서 길이 六十주 되는 불꽃이 날 때,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나는 저 사람을 구제해 편안하게 하리라.'하여, 길이 四十주 되는 네 바닷물을 가지고 그 몸에 쏟지마는 그 바닷물은 이내 다 말라 버리고 불꽃은 변함이 없느니라.
마치 뜨거운 철판을 나흘 동안 불에 태울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방울 물을 뿌리면 그 물은 곧 말라 버리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와서 네 바닷물로 그 사람의 몸에 쏟아 무사하게 하려고 하여도 마침내 성과를 얻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죄가 매우 깊고 무겁기 때문이니라.
또 그 팃사 죄인의 몸에서 길이 四十주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세 큰 바닷물로 그 몸에 쏟지마는 그 바닷물은 곧 말라 버리고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어떤 사람이 세 방울 물을 철판에 뿌리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아서, 세 바닷물로 팃사 몸에 쏟으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마침내 불은 꺼지지 않느니라.
데바닷타 죄인의 몸에서 길이 三十주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내어 데바닷타를 무사하게 하려고 두 바닷물을 그 몸에 쏟으면 물은 이내 말라 버리고 마침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두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두면 마침내 철판은 식지 않는 것처럼,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도 그와 같아서 두 바닷물로 그 몸에 쏟더라도 물은 곧 말라 버리고 마침내 불은 꺼지지 않나니 데바닷타의 몸의 고통은 이렇듯 하느니라.
구파리 죄인의 몸에서 길이 二十주 되는 불꽃이 날 때에, 어떤 중생이 그를 가엾이 여겨 한 바닷물을 가져다 그 몸에 쏟더라도 그 바닷물은 곧 말라 없어지고 마침내 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치 한 방울 물을 뜨거운 철판에 두면 물은 곧 말라 버리고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처럼, 구파리 비구도 그와 같아서 죄의 갚음에 그을리기 때문에 그러한 죄를 받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종류 사람이 지극히 중한 죄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마음을 다해 이런 걱정을 떠나고 범행을 고루 닦는 여러 성현들을 섬기도록 하라. 인자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지옥을 밝게 알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그 지옥 중생들의 근본을 안다. 즉 만일 어떤 중생이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지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나는 다 아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나는 축생을 밝게 알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며 또 축생의 근본을 안다. 즉 온갖 악의 근본을 짓고 거기서 나는 이를 나는 다 아느니라.
또 나는 인간의 세계로 향하는 사람의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사람의 몸을 얻는 이를 나는 아느니라.
또 나는 하늘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의 근본을 짓고 저 천상에 나는 것을 나는 아느니라.
또 나는 열반으로 가는 길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깨달음의 결과를 취하는 것을 나는 아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한다. 이른바 '이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지옥에 들어가 심한 고통과 무서운 고문을 무수히 받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당하는 것을 본다.
마치 어떤 큰 불구덩이에 연기가 나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그리고 가는 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틀림없이 저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다.'고 말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내가 말하는 그 사람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나는 지금 중생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틀림없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고 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결정코 지옥에 들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본다.
어떻게 그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는가. '나는 지옥으로 가는 중생을 보고, 그들은 모두 온갖 악한 행과 착하지 않은 업을 지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니라.
나는 또 축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축생으로 가는 사람을 안다. 무슨 이유로 나는 이렇게 말하는가.
비구들이여, 나는 중생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관찰하고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축생 속에 날 것이다.'고 말한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은 축생 속에 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근심, 걱정과 고통, 번민을 당하는 것을 나는 본다. 어떻게 그 사람은 축생 속에 떨어지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뒷간이 있어 똥이 가득 찼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 사람이 그리로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오래지 않아 뒷간에 빠질 것이다.'고 하였다.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뒷간에 빠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곤액을 받는 것을 그는 본다.
어떻게 그 사람은 뒷간에 빠졌는가. 내가 지금 중생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저 사람은 반드시 축생 속에 날 것이다.'고 말하고 또 그 뒤에 그가 축생 속에 나서 한량없이 고통을 받는 것을 본다. '내가 지금 축생 중생을 관찰하여 모두 다 밝게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니라.
나는 또 아귀 중생을 알고 아귀로 가는 길을 알며 그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귀에 나는 사람을 알고, 어떤 중생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귀 세계로 나아갈 것을 나는 다 알며, 그 뒤에 그 중생이 아귀 세계에 들어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는 것을 나는 본다.
어떻게 그 사람은 아귀 속에 들어가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 곁에 가지와 잎이 다 떨어진 큰 나무가 위험한 곳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으로 가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을 보고 '틀림없이 저 나무 밑으로 갈 것이다.'고 말하였다.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밑에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괴롭고 즐거운 갚음을 받는 것을 그는 본다.
어떻게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와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는가. 내가 지금 중생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틀림없이 아귀에 덜어져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롭고 즐거운 갚음을 받는 것을 본다. '나는 아귀를 알고 아귀로 나아가는 길을 다 분명히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니라.
나는 사람 세계를 알고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행을 짓고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인간에 나는 이를 나는 다 안다.
비구들이여, 나는 중생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에 태어나리라.'고 말하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에 난 것을 본다.
어떻게 그는 인간에 태어났는가. 비유하면 어떤 촌락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평평한 곳에 서 있고 그늘이 많았다.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곧 '저 사람은 틀림없이 그 나무 밑을 향해 가서 거기 이를 것이다.'고 알고, 그는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나무 밑에 가서 한량없는 즐거움을 받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어떻게 그 사람은 그 나무 밑에 이르게 되는가. 내가 중생의 마음 속 생각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인간에 태어나리라.'고 의심하지 않고, 또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인간에 태어나 한량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나는 본다.
'나는 사람 세계를 알고 인간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지금 인간에 태어난 것을 다 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니라.
나는 또 하늘을 알고 하늘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어떤 중생이 온갖 공덕을 짓고 천상에 나는 것을 나는 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가.
나는 지금 중생들의 마음 속 생각을 관찰하고는 '저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뒤에 과연 그 사람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천상의 좋은 곳에서 자연의 복을 받고 그 쾌락이 견줄 데 없음을 본다. 이것이 이른바 '그 사람은 천상에 나서 자연의 복을 받고 쾌락이 견줄 데 없다.'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 곁에 좋은 높고 넓은 강당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새기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좋은 자리를 폈으며, 모두 털로 짜고 문채를 놓은 자리를 갖추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그를 보고, '그는 반드시 저 높고 넓은 강당으로 향하여 거기 이르게 될 것이다.'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강당에 올라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복을 받고 쾌락이 견줄 데 없음을 보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나는 중생들을 관찰하고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천상의 좋은 곳에 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누릴 줄을 안다.
'어떻게 그 사람은 천상의 좋은 곳에 났는가. 또 나는 어떻게 하늘 세계를 알고 하늘로 나아가는 길을 아는가.'고 말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니라.
나는 또 열반을 알고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을 알며 반열반할 중생을 안다. 즉 어떤 중생으로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몸으로 깨달음을 증득하여 스스로 즐거이 노니는 것을 나는 다 아느니라.
무슨 이유로 나는 이런 말을 하는가. 비구들이여, 나는 중생들의 마음속의 생각을 관찰하고는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한 줄'을 안다. 이것이 이른바 '그는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니라.
비유하면 촌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물이 아주 맑은 큰못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길로 바로 오면, 눈 밝은 사람은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반드시 저 못으로 갈 것이다.'고 의심하지 않다가, 조금 뒤에 과연 그 사람이 그 못에 이르러 깨끗이 목욕하여 온갖 더러운 때와 티끌을 모두 씻고 그 곁에 앉아 남과 다투지 않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중생을 관찰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생, 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이름과 물질을 여실히 안다. 이것이 이른바 '그 사람이 거기 이르렀다.'는 것이니라.
나는 열반의 길을 알고 또 중생으로서 반열반하는 이를 모두 다 안다.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는 이런 지혜가 있고 두려움이 없는 힘을 갖추어 모두 다 성취하였다. 여래의 지혜는 한량이 없느니라.
여래는 능히 과거의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는 일을 모두 관찰해 알고 한량이 없는 미래와 현재의 일을 모두 다 분별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하여 열 가지 힘과 두려움 없음을 갖추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설산(雪山)을 의지하여 크고 높고 넓은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다섯 가지가 훌륭하느니라.
다섯 가지란 이른바, 뿌리가 흔들리지 않고 껍질이 매우 두터우며 가지가 멀리 그늘져 덮지 않은 곳이 없고 잎이 매우 무성한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설산을 의지하여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훌륭하다.'는 것이니라.
지금 선남자, 선여인도 그와 같이 뛰어나 종족을 의지하여 다섯 가지가 더욱 자라나느니라.
다섯 가지란 이른바, 믿음이 더욱 자라고 계율이 더욱 자라며 들음과 보시와 지혜가 더욱 자란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선남자, 선여인은 뛰어나 종족을 의지하여 다섯 가지 일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방편을 구하여 믿음, 계율, 들음, 보시, 지혜를 성취하도록 하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마치 저 설산의 나무가
다섯 가지 공덕을 성취함으로
뿌리 좋고 껍질 두텁고 가지 멀리 그늘지며
그 잎이 매우 무성한 것처럼
믿음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은
다섯 가지 공덕을 이루었나니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보시와
그 지혜 더욱 더욱 자라나거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몰리야파구나 비구는 여러 비구니들과 서로 어울려 놀았고 비구니들도 서로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였다. 사람들이 몰리야파구나 비구를 비방하면 그 비구니들은 매우 화를 내고,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고, 또 누가 비구니를 나무라면 파구나 비구도 근심하고 걱정하면서 불쾌히 여겼다.
그래서 여러 비구들은 파구나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비구니들과 친하고 또 비구니들도 이와 교제하는가."
파구나는 대답하였다.
"내가 여래께서 말씀하신 교훈을 알기로는 음행을 범한 죄 따위는 말할 것도 못 되는 것이다."
비구들은 다시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런 말 말라. 여래님 교훈을 비방하지 말라. 여래님 교훈을 비방하는 자는 그 죄가 적지 않다. 또 세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는데, 음행을 즐기는 이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니 그런 이치가 없느니라. 너는 그런 나쁜 소견을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파구나 비구는 여전히 비구니들과 친하면서 그 행동을 고치지 않았다.
때에 비구들은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이 슈라아바스티이 성안에 파구나라는 비구는 비구니들과 사귀고 또 비구니들도 파구나 비구와 왕래하면서 사귀고 있나이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를 권해 그 행동을 고치게 하였사오나 그들은 갈수록 더욱 친하면서 뒤바뀐 소견을 버리지 않고 또 바른 법의 업을 따르지 않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파구나 비구에게 가서 여래가 부른다고 일러라."
그 비구는 여래님 분부를 받고 곧 파구나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알라. 여래님께서 너를 부르신다."
파구나 비구는 그 비구 말을 듣고 곧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비구니들을 가까이 하는가."
파구나는 대답하였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비구로서 왜 비구니들과 사귀는가. 너는 지금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있지 않는가."
파구나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족성자로서 존근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법이 아닌데 너는 왜 비구니와 사귀는가."
파구나는 사뢰었다.
"저는 여래님 말씀을 듣삽건데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된다고 하셨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여래가 어떻게 음행을 즐기는 것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겠는가.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가. '여래는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하였다.'고. 너는 입의 허물을 잘 단속하여 긴 밤 동안에 늘 그 죄를 받지 않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잠깐 있으라. 나는 여러 비구들에게 물어 보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혹 내가 비구들에게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한 것을 들은 일이 있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께서 '음행은 죄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여래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더러움을 말씀하셨기 때문이옵니다. 만일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면 그럴 이치가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말과 같다. 나는 무수한 방편으로 음욕의 더러움을 설명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거듭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라.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법을 익히되, 이른바 계경, 기야, 게, 수결, 인연, 본말, 비유, 생경, 방등, 미증유설, 광보 등 이런 법을 외우고 익히더라도 그 뜻을 알지 못하나니 그 뜻을 관찰하지 않으며, 또 순종하여야 할 법에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행을 따르지 않고 그 법만을 외우는 까닭은 욕심을 따라 남과 경쟁하여 승, 부를 다투려 할뿐이니, 그것은 자기를 위한 것도 아니요 또 남도 제도하지 못할 것이니 그가 그렇게 법을 외우는 것은 곧 계율을 범함이 될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촌락을 떠나 독사를 잡으려 할 때, 그가 아주 큰 독사를 보고는 그리로 가서 왼손으로 그 꼬리를 잡으면 뱀은 머리를 돌려 그 손을 물어, 그 갚음으로 곧 목숨을 마치는 것처럼, 이것도 같아서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그 법을 익히되 十二부 경전을 모두 어림해 알지마는 그 듯을 관찰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바른 법의 이치를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혹 어떤 선남자는 그 법을 갖고 익히되. 계경, 기야, 게, 수결, 인연, 본말, 비유, 생경, 방등, 미증유설, 광보 등, 이런 법을 외우고는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그 깊은 이치를 알기 때문에 그 교훈에 순종하여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다. 그리고 그 법을 외우는 까닭은 승부를 다투려는 마음이 없어 남과 경쟁하지 않고, 자기를 닦고 남을 구제하려 하며 그 소원을 성취한다. 그래서 그 인연으로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그 촌락을 나가 독사를 찾다가 그는 독사를 보고는 쇠집게로 먼저 그 머리를 집은 뒤에 곧 모가지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비록 그 뱀이 꼬리를 돌려 그 사람을 해치려 하여도 마침내 어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 그러냐 하면 비구들이여, 그 모가지를 잡았기 때문이니라.
저 선남자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경전을 두루 읽고 외우고 익히되, 그 이치를 관찰하고 그 법에 순종하여 마침내 어기거나 빠뜨림이 없으면 그는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차츰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바른 법을 잡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내 법의 이치를 아는 이는 항상 생각하여 받들어 행하고 그 이치를 모르는 이는 자주 와서 내게 물으라. 여래는 지금 현재에 살아 있다. 뒷날에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로서 대중 가운데서 '여래가 말씀하신 금계를 나는 다 안다. 음행을 즐기는 죄는 말할 것이 못된다.'고 말하거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 비구에게 '그쳐라, 그쳐라, 그런 말 말라. 여래를 비방하여 그런 말하지 말라. 여래께서는 끝내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말하라.
그래서 만일 그 비구가 그 허물을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그 행을 고치지 않거든 다시 두 번 세 번 충고하라. 만일 그가 고치면 좋거니와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비구들이여, 그 일을 숨겨 드러내지 않으면 너희들도 함께 타락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나의 금계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생루(生漏) 범지는 세존님께 나아가 문안 드리고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과거에 몇 겁이 있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에 여러 겁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그 수를 계산 할 수 있나이까.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항상 三세를 말씀하시는데 그 三세란 이른바 과거, 미래, 현재이옵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과거, 미래, 현재를 아시옵니다. 원컨대 사문께서는 겁 수의 이치를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이 겁에서 시작해 다시 그 다음다음의 겁을 설명하려면, 내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겁 수의 이치는 알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야 백년을 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백년 동안, 그 겁을 세어, 내가 멸도하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마침내 그 겁 수의 이치는 알지 못할 것이니라.
범지야, 알라. 여래께서는 그런 지혜가 있어 그 겁 수를 자세히 분별하고, 중생들의 수명의 길고 짧기와 그 어떤 고, 락을 받은 것을 다 분명히 안다. 이제 너를 위해 비유를 끌어오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면 알게 되느니라.
마치 저 강가아의 모래알 수는 한량이 없어 계산할 수 없는 것처럼, 과거의 겁의 수도 그와 같아서 말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미래의 겁 수는 얼마나 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도 강가아 강의 모래알 수 같아서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셀 수도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현재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과 무너지는 겁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과 무너지는 겁이 있다. 그것은 一겁 백 겁이 아니다.
마치 그릇이 위태한 자리에 있으면 끝내 가만히 머무를 수 없고 만일 머무르려고 하면 곧 무너지는 것처럼, 세계의 모든 경계도 그와 같아서 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몇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지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생, 사는 길고 멀어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은 무명과 번뇌로 말미암아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긴 밤 동안에 고통과 번민을 받는 것이니, 그것을 싫어하고 근심하여 그 고뇌를 떠나야 한다. 그러므로 범지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생루 범지는 세존께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참으로 놀랍고 뛰어나 과거, 미래의 겁 수의 이치를 아시나이다. 저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께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저를 허락해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감히 살생하거나 나아가서는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그 때에 생루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 성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님께 여쭈었다.
"이 세계의 겁은 끝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방편으로써 비유를 끌어오리라. 그러나 겁의 수는 끝이 없느니라.
먼 과거의 이 현겁에 부처가 세상에 나오시니 이름을 크라쿠찬다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 하였다. 그 때에는 이 그리드라쿠우타 산은 다른 이름이 있었다. 때에 이 라아자그리하 성의 사람들은 이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오르려고 나흘 낮 나흘 밤을 걸어 비로소 그 꼭대기까지 올랐다.
또 비구야, 카나카무니 부처 때에도 이 그리드라쿠우타 산은 다른 이름이 있었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 사람들은 나흘 낮 나흘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카아샤파 여래가 세상에 나왔을 때도 이 그리드라쿠우타 산은 다른 이름이 있었다.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 사람들은 이틀 낮 이틀 밤을 걸어 비로소 이 산 꼭대기에 이르렀다.
또 지금 나 석가모니 부처가 세상에 나와 이 산 이름은 그리드라쿠우타 산이요 잠깐 동안에 이 산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또 미륵 여래가 세상에 나오더라도 이 산 이름은 역시 그리드라쿠우타 산일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부처의 신력을 모두 이 산이 생겨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이 사실로써도 겁의 무너지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느니라.
그리고 겁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곧 큰 겁과 작은 겁이다. 만일 그 겁 동안에 부처가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으면, 벽지불이 세상에 나타나리니 그것은 작은 겁이라 한다.
만일 그 겁에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면 그 때에는 벽지불은 세상에 나타나는 일이 없을 것이니 그것은 큰 겁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 사실로써도 겁 수는 길고 멀어 헤아릴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 겁 수의 이치를 기억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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