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四十六권
제 四十九 목우품(牧牛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소치는 아이가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소들은 마침내 자라지 못하고 그는 그 소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열 한 가지란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그 빛깔을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억눌러 주어야 할 것을 억누르지 않고 상처를 싸 주지 않으며, 때를 따라 연기를 피워 주지 않고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알지 못하며,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고 건너는 곳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젖을 짤 때에는 남기지 않고 다 짜는 것이니, 그 때에는 부릴 만한 그 소를 때를 따라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소치는 사람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마침내 그 소를 기를 수 없고 그 몸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니라.
이제 이 비구 대중들도 그와 같아서 마침내 얻는 바가 없을 것이다. 열 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비구로서 그 형체를 분별하지 못하고 그 모양을 알지 못하며, 억눌러야 할 것을 억누르지 않고 상처를 싸 주지 않으며 때를 따라 연기를 피워 주지 않고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알지 못하며, 건너는 곳을 알지 못하고 안온한 곳을 알지 못하며,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고 음식은 남겨 둘 줄을 알지 못하며 장로 비구들을 공경히 대접하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가 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네 가지 요소와 네 가지 요소로 된 형체를 모두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그 형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어리석은 행과 지혜로운 행을 여실히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그 모양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억눌러야 할 것을 억누르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눈으로 빛깔을 보면 곧 빛깔이라는 생각을 냄으로써 온갖 어지러운 생각이 있고 또 눈을 단속하지 못하며, 생각을 잘 거두어 잡지 않아 온갖 재앙을 지어 눈을 단속하지 못한다. 그런 비구는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닿임을 알며 뜻으로 법을 앎으로써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며 또 뜻을 단속하지 못하면서 그 행을 고치지 못한다. 이것이 비구로서 억눌러야 할 것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상처를 고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탐욕을 일으켜 그것을 버리지 않고 또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며, 성냄과 해치려는 생각을 일으키고 온갖 악하고 선하지 않는 생각을 일으켜 마침내 그것을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비구로서 상처를 고치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때를 따라 연기를 일으키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법을 읊고 외워 때를 따라 남을 향해 설법하지 않으면, 그것이 비구로서 때를 따라 연기를 피우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로서 좋은 밭의 무성한 풀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생각할 네 곳[四意止]을 여실히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건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건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로서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十二부 경전, 즉 계정, 기야, 수결, 게, 인연, 본말, 방등, 비유, 생경, 설, 광보, 미증유법을 알지 못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사랑할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천한 집이나 노름꾼 집에 다니면, 그것이 비구로서 적당한 때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비구로서 남겨 두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믿음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의 초청을 받을 때에 음식을 탐착하여 만족할 줄을 모르면, 그것이 비구로서 남겨 두지 않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장로와 덕이 높은 비구들을 공경하지 않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덕망이 있는 사람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안으면, 그것이 비구로서 범하는 일이 많고 장로를 공경하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만일 비구로서 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마침내 이 법안에서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또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 소를 보호하고 때를 잃지 않아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 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이에 소치는 사람으로서 그 형체를 알고 그 모양을 분별하며, 억눌러야 할 때에는 억누르고 그 상처를 싸 주며, 때를 따라 연기를 피워 주고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알며, 건너기에 요긴한 곳을 알고, 그 소를 사랑하며, 적당한 때를 분별하고 그 성품과 행실을 알며, 젖을 짤 때에는 남겨 둘 줄을 알고 또 때를 따라 부릴 만한 놈을 보호할 줄을 아는 것이니, 이와 같이 소치는 사람은 소를 보호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만일 소치는 사람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여 그 시기를 잃지 않으면 마침내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로서 만일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재에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열 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형체를 알고 모양을 알며, 억누를 줄을 알고 상처를 고칠 줄 알며, 연기를 일으킬 줄 알고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알며, 사랑할 바를 알고 갈 길을 가릴 줄 알며, 건널 곳을 알고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며,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들어 때를 따라 예배할 줄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형체를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네 가지의 요소의 형체를 알고 또 네 가지 요소로 된 형체를 알면, 그것이 비구로서 형체를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모양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어리석은 모양과 지혜로운 모양을 여실히 알면, 그것이 비구로서 모양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억누를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욕심이 일어나면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 알고 애쓰지 않아도 욕심이 영원히 없게 되며, 성냄과 해칠 생각과 온갖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생각해 버릴 줄 알고 애쓰지 않아도 성냄이 아주 없게 되면, 그것이 비구로서 억누를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상처를 고칠 줄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빛깔이란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지도 않고서 눈감관을 깨끗이 하며, 근심, 걱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없애어 마음으로 탐내고 즐겨 하지 않고 거기서 눈감관을 보호하며, 이와 같이 하여 비구로서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의 닿임을 알며 뜻으로 법을 알더라도 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또 집착하지도 않고서 뜻감관을 깨끗이 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상처를 고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연기를 일으키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들은 바 법을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연기를 일으킬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여실히 알면, 그것이 비구로서 좋은 밭의 풀이 무성한 곳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여래의 말한 법보배를 듣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즐겨 하며, 그것이 비구로서 사랑할 바를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가는 길을 가리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十二부 경전, 즉 계경, 기야, 수결, 게, 인연, 본말, 방등, 비유, 생경, 설, 광보, 미증유법을 가려서 행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가는 길을 가릴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건너는 곳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네 가지 생각할 곳을 알면, 그것이 비구로서 건너는 곳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음식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믿음이 있는 범지나 우바새가 와서 초청하더라고 그 음식을 탐하지 않고 만족할 줄을 알면, 그것이 비구로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비구로서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항상 몸과 입과 뜻의 착한 행으로서 여러 장로 비구를 대하면, 그것이 비구로서 때를 따라 장로 비구를 공경히 받드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재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를 먹이되 방일하지 않으면
그 주인은 큰복을 얻으리
여섯 마리 소가 六년 동안에
자꾸 붓고 불어 六十마리 소 되네
만일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에 있어서 자재를 얻어
여섯 감관이 고요해지면
六년 동안에 여섯 신통 얻으리.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나쁜 법을 떠나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현재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로서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반드시 성장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열 한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이에 비구로서 계율을 성취하고 삼매, 지혜, 해탈, 해탈지견을 성취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며 음식에 만족할 줄을 알고 항상 공법(共法)을 닦으며 또 그 방편을 알고 그 뜻을 분별하며 이양(利養)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니, 이와 같이 비구로서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크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일체 모든 행에 바로 열 한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니라."
때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무슨 까닭에 진실로 열 한 가지 법이 있으되, 거기서 벗어나는 법이 없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른바 열 한 가지란 아라냐에 살고 걸식하며, 한 곳에 앉고 하루 한 끼를 먹되 한 낮에 먹으며, 걸식하고 집을 가리지 않고 세 가지 옷을 입으며, 나무 밑에 앉고 한적한 곳에 앉아서 헌 누더기 옷을 입고 혹은 무덤 사이에 사는 것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어떤 사람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이르는 곳이 있다.'는 것이니라. 나는 거듭 너희들에게 말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十一년 동안 이 법을 공부하면 그는 현재의 몸으로 아나함을 이룰 것이요 몸을 바꾸면 곧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비구들이여, 十一년은 고사하고 九년, 八년, 六, 五, 四, 三, 二, 一년 동안에 법을 공부하더라도 곧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의 두 결과를 이룰 것이다. 또 一년은 고사하고 한 달 동안만 그 법을 수행하더라도 그 비구는 아나함이나 혹은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十二 인연, 즉 생, 노, 병, 사와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모두 이 열 한 가지 법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니라.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노니, 너희들은 카아샤파 비구 같은 사람이 되라. 만일 어떤 사람이 겸손하고 괴로움을 꺼리는 법을 수행하면 그 행은 거기에 따르기 어렵다. 왜 그러냐 하면 카아샤파 비구는 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여래가 과거에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룬 것도 이 열 한 가지 법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카아샤파 비구는 일체 중생을 모두 가엾이 여긴다. 만일 과거의 여러 성문들을 공양하면 후생에서야 비로소 그 갚음을 받겠지마는 만일 카아샤파를 공양하면 현재의 몸으로 곧 그 갚음을 받을 것이다.
만일 내가 위없는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였더라면 그 뒤에 카아샤파로 말미암아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카아샤파 비구는 과거의 여러 성문들보다 뛰어 나느니라. 그러므로 카아샤파 비구와 같은 이가 있으면 그는 곧 우두머리[上行] 보살이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무수한 중생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설법하고 계셨다.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거닐고 있었다. 마하아 모옥갈라아나, 마하아 카아샤파, 아니룻다, 레바타, 카챠아야나, 푸우르나, 우파알리, 수부우티, 라아훌라, 아아난다 비구 등도 각각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서로 유쾌히 놀고 있었다. 데바닷타도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거닐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신통 있는 여러 제자들이 각각 그 무리들을 데리고 거닐고 있는 것을 보시고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근기와 성정은 서로 같은 점이 있어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린다. 그것은 마치 젖은 젖과 서로 어울리고 소는 소와 서로 어울리며 똥은 똥물과 서로 어울리는 것처럼, 중생의 근기와 행하는 법이 각각 서로 어울리는 것도 그와 같아서, 착한 이는 착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나쁜 이는 나쁜 이와 서로 어울리는 것이다. 너희들은 샤아리푸트라 비구가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거니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모옥갈라아나 비구가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거니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비구들은 모두 신통을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카아샤파가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거니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상사(上士)들은 다 열 한 가지 두우타 행을 행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아니룻다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현사(賢士)들은 모두 하늘 눈으로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레바타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사람들은 다 선정에 든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카챠아나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상사들은 다 의리를 분별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푸우르나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설법하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우파알리가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거니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사람들은 다 계율을 가지는 사람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수부우티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상인(上人)들은 공(空)을 알기를 제일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라아훌라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계율을 갖춘 선비들이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아아난다 비구를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여러 현사들은 다 많이 들음으로써 제일이어서 한 번 들은 것은 잊지 않느니라."
또 물으셨다.
"너희들은 저 데바닷타 비구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거니는 것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예, 보나이다."
"저 사람들은 악의 우두머리로서 선의 근본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나쁜 벗이나 어리석은 이와
더불어 함께 일하지 말고
착한 벗이나 지혜로운 이와
항상 더불어 사귀어 통하라.
사람은 본래 악이 없지만
악한 사람과 가까이 친하면
뒤에는 반드시 악의 인(因)을 이루어
나쁜 이름이 천하에 퍼지리라.
그 때에 데바닷타의 제자 三十여 인은 세존님의 이 게송을 듣고, 곧 데바닷타를 버리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지은 죄의 용서를 구하면서 사뢰었다.
"저희들은 어리석고 미혹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함으로 착한 벗을 버리고 나쁜 벗을 가까이 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용서하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참회를 들어주노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말도록 하라."
때에 데바닷타 제자들은 세존님의 교훈을 받들고 한적한 곳에서 묘한 이치를 생각하면서 자기를 이기고 법을 닦았다. 그래서 선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목적을 따라 위없는 범행을 닦으려 하였다.
그 때에 그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이여, 알라. 중생의 근본은 서로 같아서 악한 이는 악한 이와 서로 따르고 선한 이는 선한 이와 서로 따르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도 또한 그러하여 끼리끼리 서로 따르느니라. 그것은 마치 깨끗한 이는 깨끗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더러운 이는 더러운 이와 서로 어울리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깨끗한 이와 서로 어울리고 깨끗하지 않는 이와는 떠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쿠루우수의 법행성(法行城) 안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상사리불(象舍利弗)은 법복을 버리고 속인 생활로 돌아갔다.
어느 때에 아아난다는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상사리불 집에 이르렀다. 때에 상사리불은 두 여자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아난다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걱정하면서 매우 불쾌히 생각하였다. 상사리불은 아아난다를 보고 매우 창피스러워 딴 자리로 옮겨 앉았다.
아아난다는 걸식을 마치고 성을 나와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아까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상사리불 집에까지 이르렀다가, 그가 두 여자 어깨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사온데, 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걱정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였느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상사리불은 꾸준히 노력하고 들은 것이 많으며 성품과 행실이 부드럽고 화하고, 항상 범행인들을 위해 설법하여도 싫어할 줄 몰랐는데, 어째서 지금 법복을 버리고 속세 생활을 즐기는가.'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걱정하였나이다. 그리고 그 상사리불은 큰 신력과 한량없는 위덕이 있었나이다. 저는 생각하건대 '일찍 그가 석제환인과 변론하는 것을 보았거늘 왜 지금은 애욕을 즐기어 악을 행하는가.'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그는 아라한이 아닐 뿐이다. 대개 아라한이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지 않는다. 아아난다야, 너는 지금 걱정할 것 없다. 상사리불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여기 와서 번뇌를 없애고 번뇌 없는 행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상사리불은 전생의 업에 끄을렸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뿐이요 지금은 행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니 반드시 번뇌를 없앨 것이다."
때에 상사리불은 이레 뒤에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다시 물러앉아 세존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 앉아 사문의 행을 닦기를 허락하소서."
그 때에 상사리불 비구는 곧 사문이 되어 그 자리에서 이내 아라한이 되었다.
때에 상사리불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범지는 상사리불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석종(釋種)의 제자들은 없는 곳이 없고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리고 우리들이 행하는 주술(呪術)을 멸망시킨다. 나는 지금 이 성안의 사람들을 향해 저 사문의 허물을 폭로하리라.'
그리하여 그 범지는 성중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혹 상사리불을 보았는가. 그는 옛날 '나는 아라한이다.'고 스스로 일컫다가 중간에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더니, 이제 다시 사문이 되어 집집으로 걸식하면서 거짓으로 청렴 결백한 체 하지마는 여자들만 보면 욕정을 일으킨다. 그래서 동산으로 돌아가서도 여색만을 생각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치 약한 나귀가 짐을 질 수 없어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저 석종의 제자도 그와 같아서 거짓으로 걸식을 꾸미지마는, 여자들만 보면 이리 저리 생각하고 상상한다."
때에 상사리불은 이 범지의 비방하는 소리를 듣고 곧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매우 어리석어 질투하는 마음을 낸다. 그리고 남이 이양을 얻는 것을 보면 아까워하고 시기하지마는, 만일 자기가 이양을 얻으면 곧 기쁜 마음으로 속인들 시주에게 가서 남을 비방한다. 나는 지금 악을 짓지 않도록 그것을 제어해 그로 하여금 한량없는 죄를 받지 않도록 하리라.'
그 때에 상사리불을 공중에 날아올라 범지에게 말하였다.
눈도 없고 교묘한 방편도 없이
나쁜 생각으로 범행을 헐뜯는구나
쓸데없는 일을 스스로 지으면
언제나 지옥의 고통받으리.
상사리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제자리로 도로 돌아갔다.
그 때에 성중 사람들은 그 범지의 비방하는 말을 듣고 또 상사리불의 게송을 듣고는 제각기 생각하였다. '만일 범지의 말과 같다면 그는 나중에 신통을 나타내어 따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간 것을 보았다.'
때에 많은 사람들은 서로 이끌고 상사리불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물었다.
"혹 아라한으로서도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수가 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아라한으로서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은 없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그러면 아라한은 혹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미 아라한이 되었으면 계율을 범하지 않느니라."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배움 자리[學地]에 있는 사람은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을 대답하였다.
"배움 자리에 있는 사람이면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는 수가 있느니라."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존자는 전에는 아라한으로서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스스로 누리다가 왜 지금은 집을 나와 도를 배우십니까. 본래는 신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습니까."
그 때에 상사리불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세속 선정에는 아무리 놀아도
마침내 번뇌를 못 벗어나며
생각이 끊어진 도를 얻지 못하면
다시 다섯 가지 향락에 떨어진다.
섶나무가 없으면 불붙지 않고
뿌리 없으면 가지 생기지 않고
돌 계집은 아이를 밸 수 없나니
아라한은 번뇌를 받지 않는다.
그 때에 사람들은 다시 상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는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전에는 아라한이 아니었다. 거사들이여, 알아야 한다. 다섯 가지 신통과 여섯 가지 신통은 각각 다르다. 나는 이제 열 한 가지 신통을 설명하리라. 대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仙人)은 욕심 세계의 욕망이 이미 다해 혹 그 위의 세계에 나더라도 다시 욕심 세계에 떨어진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을 가진 여래 제자의 아라한은 번뇌가 다한 신통을 얻어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우리가 들은 상사리불님의 말씀대로 한다면, 이 세상에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습니다."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렇다. 너희들 말과 같다.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
아라한으로서 행하지 않는 열 한 가지 법이 있다. 열 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더러운 행을 익히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살생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도둑질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음식을 남겨 두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저희끼리 서로 돕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마침내 의심이 없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다른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열 한 가지 일에는 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우리들이 존자의 말을 듣고 또 외도 이학을 관찰하여 보매 그것은 아무 것도 없는 빈 병을 보는 것 같으며 또 지금 안법[內法=불법]을 관찰하매 그것은 꿀 병과 같아서 달고 맛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바른 법도 그와 같습니다. 지금 저 범지는 한량없는 죄를 받을 것입니다."
그 때에 상사리불은 허공에 날아올라 가부하고 앉아,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피차 어느 것이 중요한 줄 모르고
저 외도들의 주술을 익히면서
피차에 서로 어지러이 싸우는 곳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짓 않느니라.
그 때에 쿠루사 사람들은 상사리불에게 아뢰었다.
"그 훌륭한 변설에는 진실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는 것처럼, 지금 존자의 말씀도 그와 같아서 무수한 방편으로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오늘 여래님과 법과 비구 중에게 귀의하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세 존자께서는 우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우리는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에 상사리불은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들은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발아래 예배하고 떠났다.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범지들이 상사리불을 비방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말을 듣고 '상사리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함께 변론하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세존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여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평등한 아라한을 논하려면 상사리불을 말하는 것이 옳으니라.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상사리불은 이미 아라한을 이루어 옛날부터 아라한이라고 이름하여 전해 오는 것을 그는 지금 다 얻었기 때문이다.
세속의 다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 아니기 때문에 뒤에 가서 반드시 도로 잃어버리지마는 여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다. 왜 그러냐 하면 저 상사리불은 먼저는 다섯 가지 신통을 가졌으나 지금은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기 때문이다. 너도 상사리불을 따르도록 공부하라. 이것이 그 도리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인연법을 설명하리니 잘 기억하고 그 행을 닦아 익혀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연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의식이 있으며, 의식을 인연하여 이름과 물질이 있고 이름과 물질을 인연하여 여섯 감관이 있으며, 여섯 감관을 인연하여 닿임이 있고 닿임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욕망이 있고 욕망을 인연하여 잡음이 있으며, 잡음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생이 있으며 생을 인연하여 늙음, 병, 죽음과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리하여 다섯 쌓임의 몸을 이루었느니라.
무명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고통을 모르고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르는 것이니 이것을 무명이라 한다. 행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몸의 행, 입의 행, 뜻의 행이니 이것을 행이라 하느니라.
의식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가지 알음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의 알음이다. 이것을 의식이라 한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느낌, 상상, 기억, 닿임, 생각이니, 이것을 이름이라 한다. 물질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요소와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이니, 이것을 물질이라 하며 물질과 이름은 각각 다르므로 이름과 물질이라 하느니라.
여섯 감관이란 무엇인가. 안의 여섯 감관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의 감관이다. 이것을 여섯 감관이라 한다. 닿임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닿임의 몸이다. 여섯 닿임이란 즉 눈, 귀, 코, 혀, 몸, 뜻의 닿임이니 이것을 닿임이라 하느니라.
느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느낌이다. 어떤 셋인가. 즉 즐거운 느낌, 괴로움 느낌,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느낌이라 한다. 욕망이라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욕망의 몸이 그것이니, 욕심 세계의 욕망, 형상 세계의 욕망, 무형 세계의 욕망이니라.
잡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잡음이 그것이다. 어떤 넷인가. 즉 욕심 세계의 잡음, 소견의 잡음, 계율의 잡음, <나>의 잡음이다. 이것을 네 가지 잡음이라 한다. 존재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존재이다. 어떤 셋인가. 욕심 세계의 존재, 형상 세계의 존재, 무형 세계의 존재이니 이것을 존재라 한다. 생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생이란 어느 집에 태이어 갖가지 존재를 받아 다섯 쌓임을 얻고 여섯 감관을 받는 것이니 이것을 생이라 하느니라.
늙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중생들의 몸에서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세며 기력이 쇠하고 감관이 무르녹으며, 수명이 날로 줄어들어 본래의 정신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중생들이 받은 몸의 온기가 없어지면서 덧없고 변하여 다섯 친척이 각기 흩어지며 다섯 쌓임의 몸을 버리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러므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라 하느니라.
이것이 인연법으로서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모든 부처 여래가 큰 자비를 일으켜 수행해야 할 일을 나는 이제 마쳤다. 너희들은 나무 밑이나 한데서나 혹은 무덤 사이에서 이것을 생각하고 좌선하면서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인연법을 설명하셨나이다. 그러하오나 제가 관찰하오매 그다지 깊은 이치가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그런 생각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이 十二 인연법은 매우 깊고 깊어 보통 사람으로서 능히 밝게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옛날 이 인연법을 깨닫기 전에는 생, 사에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아아난다야, 이 인연법이 그다지 깊지 않다고 말한 것은 비단 오늘 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말하리라.
지나간 세상에 수염이라는 아수라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바다 밖으로 나가 해와 달을 붙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변화시킨 몸이 아주 커서 바다 물이 허리와 가지런하였다.
그 때에 그 아수라왕의 아들 구나라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나도 지금 바다 물에 목욕하고 싶습니다.'
수염은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 목욕하려고 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바다 물은 매우 깊고 또 넓어 결코 거기서 목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나라는 아뢰었다.
'나는 지금 그 물이 대왕의 허리와 가지런한 것을 보는데 왜 매우 깊다고 말하십니까.'
그래서 아수라왕은 곧 아들을 붙잡아 바다에 넣었다. 아들은 그 발이 물 밑에 닿지 않자 매우 겁이 났다. 때에 수염은 아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바다 물이 매우 깊다고 너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였거니와 오직 나만이 바다에 목욕을 할 수 있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때에 수염 아수라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는 곧 나이니라. 그리고 그 때의 그 아들은 바로 너이니라. 그 때에 내가 바다 물이 매우 깊다고 할 때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더니, 지금 또 매우 깊은 十二 인연법을 너는 그다지 깊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모든 중생들은 十二 인연법을 알지 못하고 생, 사에 헤매면서 거기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행의 근본을 알지 못하여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면서 영원히 다섯 가지 번뇌 속에 있으니 벗어나기를 구하지마는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나도 처음에 불도를 이루었을 때 十二 인연을 깊이 생각하였기 때문에,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고 무명을 없애어 지혜의 밝음을 얻어 온갖 어두움이 아주 없어지고 티끌과 때가 없어졌느니라.
또 아아난다야, 나는 네 가지 진리를 세 번 설명하고 이 十二 인연법을 말하여 곧 도를 깨닫게 하였다. 이 사실로서도 十二 인연법은 매우 깊고 깊은 것으로서 보통 사람이 능히 밝혀 펼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매우 깊은 이 十二 인연법을 생각하여 받들어 행하고 그와 같이 공부하기를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안에 범지가 있어 이름을 시라라 하였다. 그는 온갖 주술을 갖추 알고, 외도 이학의 경전에 기록한 천문, 지리에 모두 익숙하였으며 또 五백명 범지 동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그 성안에 이학의 선비가 있어 이름을 시영이라 하였다. 그는 아는 것이 많고 빈비사라왕의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때를 따라 공양하고 범지들이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였다.
그 때에 여래 이름을 멀리 펴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로서 한량없이 사람을 건지는 이가 세상에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생각하였다.
'여래라는 이름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나는 지금 가서 문안하고 예경하고 친근하리라.'
때에 시영 범지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의 성은 무엇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성은 크샤트리야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이렇게 말하나이다.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혹은 성이 희[白]다하고 말하고 혹은 검[黑]다고 말하나이다. 그리고 바라문은 스스로 '범천에서 났다.'고 일컫나이다.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은 무엇이라 주장하려 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알라. 사람이 혼인할 때에는 반드시 호귀(豪貴)한 성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바른 법안에서는 높고 낮거나 옳고 그른 이름과 성이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사뢰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타고난 성이 청정하여야 법이 청정하나이까."
"너는 무슨 이유로 법이 청정한 것은 타고난 성이 청정한 때문이라 하는가."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이렇게 주장하나이다.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래서 혹은 성이 희다 하고 혹은 검다고 하나이다. 그리고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서 났다.'고 일컫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크샤트리야 처녀가 바라문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나았다면 그 아니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는 바라문 종족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만일 바라문 처녀가 크샤트리야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그는 바로 바라문 종족이옵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그 아버지의 정기로 말미암아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깊이 생각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지금 너의 말은 앞, 뒤가 서로 맞지 않다. 어떠냐 범지야, 가령 나귀가 말을 따라가 말이 새끼를 낳았다면 그것을 말이라 하겠는가, 나귀라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런 종류는 나귀 말이라 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나귀의 정기로 말미암아 새끼를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깊이 생각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너는 아까 '크샤트리야 처녀가 바라문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 종족이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나귀가 말을 좇아가 새끼를 낳으면 나귀 말'이라고 말하니, 그것은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그리고 또 범지야, 만일 말이 나귀를 좇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말 나귀라고 이름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범지야. '말 나귀'와 '나귀 말'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은 '보배 한 섬'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섬 보배'라고 말한다면 이 두 가지 뜻에 다름이 있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것은 같은 뜻이옵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보배 한 섬'과 '한 섬 보배'는 그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말 나귀와 나귀 말은 그 뜻이 같느니라."
범지는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마는 바라문들은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스스로 일컫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그 어머니를 칭찬하고 뒤에는 다시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구나. 그러면 만일 그 아버지도 바라문 종족이요 그 어머니도 바라문 종족으로서 그들이 두 아이를 낳았다 하자. 그 중의 한 아이는 온갖 기술이 많고 보지 못한 일이 없으며, 둘째 아들은 아는 것이 없다면, 그 때에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공경하여 대접하겠는가. 지혜로운 아들이겠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이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 부모는 덕이 높고 총명한 이를 경대할 것이요 지혜 없는 이를 경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그 한 아들은 모르는 일이 없고 익숙하지 않는 일이 없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을 경대할 것이요, 무지한 아들은 경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두 아들 중에서 총명한 아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 따위의 열 가지 악한 법을 행하고, 총명하지 않은 아들은 몸과 입과 뜻의 행 따위의 열 가지 선한 법을 잘 지켜 하나도 범하는 일이 없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 부모는 응당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아들을 경대할 것이옵고 불선을 행하는 사람을 경대하여 무엇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많이 들은 이를 칭찬하고 뒤에는 그 계율을 칭찬하는구나. 어떠냐 범지야, 만일 또 두 아들이 있다 하자.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하며,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데 어머니가 온전하다. 어머니는 온전한데 아버지가 온전하지 못한 그 아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고 경전과 주술을 널리 알며,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널리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다만 열 가지 선만 가졌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는가. 어머니는 깨끗한데 아버지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경대하겠는가, 혹은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경대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응당 어머니가 깨끗한 아들을 경대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경서와 온갖 기술을 널리 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비록 계율은 가졌으나 지혜가 없는데 마침내 어디 쓰겠나이까. 들음이 있으면 반드시 계율이 있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아버지의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어머니의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더니, 지금은 어머니의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아버지의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으며, 먼저는 들음의 덕을 찬탄하다가 뒤에는 계율의 덕을 찬탄하더니, 다시 이제는 계율을 찬탄하다가 뒤에는 들음을 찬탄하는구나.
어떠냐 범지야, 만일 그 범지의 두 아들 중에 한 아들은 널리 배우고 들음이 많은데 겸하여 열 가지 선을 가졌고, 그 둘째 아들은 지혜는 있으되 겸하여 열 가지 악을 행한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느냐."
범지는 사뢰었다.
"아버지가 깨끗하고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아들을 경대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온갖 경전을 널리 보고 온갖 기술에 밝으며 아버지의 깨끗함으로 말미암아 그런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오며, 또 겸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해 범하는 일이 없고 모든 덕의 근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옵니다."
"너는 처음에는 그 성을 말하다가 다음에는 들음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고 다음에는 다시 계율을 말하면서 들음을 말하지 않다가 뒤에는 다시 들음을 말하면서 계율을 말하지 않더니 이제는 다시 부모와 들음과 계율을 찬탄하니 어찌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마는 바라문들은 스스로 일컬어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 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혼인하는 집에서는 성을 논하지마는 우리 법안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너는 혹 변두리의 먼 나라와 그 변두리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나라 사람에는 두 가지 종성(種姓)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첫째는 사람이요 둘째는 노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도 일정하지 않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어떻게 일정하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는 사람이 되었다가 뒤에는 노예가 되고 혹은 먼저는 노예가 되었다가 뒤에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중생 무리는 모두 동일한 종류로서 여러 가지가 없느니라.
범지야, 만일 천지가 무너지고 세상이 모두 비면, 그 때에는 산하와 석벽과 초목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고, 사람도 또한 다 죽고 만다. 그러다가 천지가 다시 이루어지려 할 때에는 아직 날과 달과 해의 한정이 없다.
그 때에 광음천이 이 세상에 온다. 그러나 그 광음천의 복덕이 차츰 다해 순수한 광명이 없어지면 그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곧 욕심을 일으킨다. 그래서 욕심이 치우쳐 많은 이는 곧 여자가 되고 욕심이 적은 이는 남자가 되어 서로 서로 정을 통해 곧 아이를 배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최초로 사람이 있게 되었고, 계속해서 네 종류의 성이 생겨 천하에 퍼졌다. 이런 사실로 보아 사람은 모두 크샤트리야 종족에서 나온 줄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에 범지는 사뢰었다.
"그만 두소서, 그만 두소서. 고오타마시여, 마치 곱추의 등을 펴 주고 장님에게 눈을 주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주는 것처럼 사문 고오타마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를 위해 설법하셨나이다. 나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께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나를 위해 설법하시고 내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때에 범지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내 초청을 받아 주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셔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때에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고 온갖 자리를 펴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여래님께서 이 자리에 앉으시리라."
그 때에 시라 범지는 五백 제자를 데리고 시영 범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에서 좋은 자리를 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집에는 무슨 혼사를 치르려는가, 혹은 마가다국의 빈비사라 왕을 청하고자 하는가."
시영 범지는 대답하였다.
"나는 빈비사라 왕을 청하지도 않고 또 혼사도 없다. 나는 지금 큰복을 지으려 한다."
시라 범지는 물었다.
"어떤 복을 지으려는지 그 생각을 듣고 싶구나."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님께 자기의 성명을 아뢴 일을 말하고 이어서,
"시라여, 알라. 어떤 석종자가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위없는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룬 이가 있으니 나는 이제 그 부처님과 비구 중을 청하였다. 그래서 갖가지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때에 시라 범지는 물었다.
"자네는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하였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을 말하였다."
또 물었다.
"참으로 희한하고 놀라운 일이다. 지금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겠구나. 그 여래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나는 그 분을 뵈옵고 싶다."
시영은 대답하였다.
"지금 라아자그리하 성밖의 대숲 동산에 계시면서 五백 제자들을 데리고 즐거이 노신다. 가서 뵈옵고 싶으면 때를 알아하라."
때에 시라 범지는 곧 五백 제자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매우 단정하고 몸은 황금빛이구나. 그리고 우리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그것은 우트팔라꽃이 오랜만에 라야 피는 것과 같다. 그가 만일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 가지 특별한 모양을 성취하였으면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일곱 가지 보배를 완전히 갖출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三계의 복이 되리라.> 나는 지금 부처님의 서른 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살펴보리라.'
그러나 그 때에 그 범지는 다만 서른 가지 모습만 보았고 두 가지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의심을 일으켰더니 그것은 넓고 긴 혀와 음마장(陰馬藏)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대에 시라 범지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서른 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그는 가졌다고 나는 들었었거니
이제 두 모습은 볼 수가 없네
그것은 마침내 어디 있는가
맑고 깨끗한 그 음마장
그 모양은 진실로 비유하기 어렵나니
과연 넓고도 긴 혀 있어
귀를 핥으며 낯을 덮는가
원컨대 넓고 긴 그 혀를 내어
나로 하여금 의심이 없게 하고
또 그 음마장 내게 보이어
의심 맺힌 그물을 아주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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