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부루나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소서. 저는 홀로 어느 고요한 곳에 앉아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게 지내고, ……(내지)……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富樓那)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가 능히 여래에게 그와 같은 이치를 묻는구나.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너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만일 비구가 사랑할 만하고 좋아할 만하며 생각할 만하고 마음에 들어 탐욕을 길러 자라게 하는 빛깔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본 뒤에 기뻐하고 찬탄하고 얽매여 집착한다면, 기뻐하고 찬탄하고 얽매여 집착하고 나면 환희하고, 환희하고 나서는 좋아하며 집착하고, 좋아하며 집착한 뒤에는 탐하여 사랑하고, 탐하여 사랑한 뒤에는 막히고 걸리게 된다. 환희하고 좋아하며 집착하고 탐하여 사랑하고 막히고 걸리기 때문에 그는 열반에서 멀어지게 되느니라.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루나야, 만일 비구가 사랑할 만하고 좋아할 만하며 생각할 만하고 마음에 들어 탐욕을 길러 자라게 하는 빛깔을 눈으로 보고, 그것을 본 뒤에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얽매여 집착하지 않는다면, 기뻐하지 않고 찬탄하지 않으며 얽매여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환희하지 않고, 환희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지 않으며, 매우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탐하여 사랑하지 않고, 탐하여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게 된다. 환희하지 않고 매우 좋아하지 않으며 탐하여 사랑하지 않고 막히거나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그는 점점 열반에 가까워지느니라.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는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간략히 법의 가르침을 말하였다. 너는 어디에 머무르고자 하느냐?"
부루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는 서방 수로나(輸盧那)로 가서 세상에서 유행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은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한다. 부루나야, 네가 만일 그들의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하며 헐뜯고 욕하는 말을 듣는다면 마땅히 어떻게 하겠느냐?"
부루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 서방(西方)의 수로나 사람들이 면전에서 거칠고 모질며 심한 말로 비난하고 헐뜯고 욕한다면, 저는 '저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내 앞에서 거칠고 모질며 못되고 사나우며 비난하기를 좋아하고 나를 헐뜯고 욕하지만, 그래도 손이나 돌로 나를 때리지는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저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이 거칠고 모질며 가볍고 성급하며 못되고 사나워서 너를 비난하고 욕하기만 한다면 너는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손이나 돌로 때린다면 마땅히 어떻게 하겠느냐?"
부루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이 만일 손이나 돌로 저를 때린다면, 저는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손이나 돌로 나를 때리지만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는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만일 그 사람들이 혹 칼이나 몽둥이로 너에게 해를 입힌다면 너는 다시 어떻게 하겠느냐?"
"세존이시여, 만일 그 사람들이 혹 칼이나 몽둥이로 저에게 해를 입힌다면, 저는 '저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비록 칼이나 몽둥이로 내게 해를 입혔지만 죽이지는 않는구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부루나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그 사람들이 혹 너를 죽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부루나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서방의 수로나 사람들이 혹 저를 죽인다면, 저는 '모든 세존의 제자들은 몸을 싫어하여 혹 칼로 자살하기도 하고 독약(毒藥)을 먹기도 하며 노끈으로 스스로 목을 매기도 하고 깊은 구덩이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저 서방 수로나 사람들은 어질고 착하며 지혜롭다. 썩어 무너질 나의 몸을 조그마한 방편으로써 곧 해탈하게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부루나야, 너는 인욕(忍辱)을 잘 배웠구나. 너는 이제 수로나 사람들 틈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이제 떠나 건지지 못한 사람을 건네주고, 편안하게 하지 못한 사람을 편안하게 하며, 열반을 얻지 못한 자들에게 열반을 얻게 하라."
그 때 존자 부루나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 때 존자 부루나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밥을 다 먹고는 다시 나와 침구를 다른 이에게 물려준 뒤에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떠나 서방 수로나에 이르러 인간 세상을 유행(遊行)하였다. 거기 이르러서는 여름 안거를 지내며 5백 우바새를 위하여 설법하였고, 5백 승가람(僧伽藍)을 세워 평상과 요와 공양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다 갖추어 만족하였다. 3개월이 지난 뒤에는 3명(明)을 두루 갖추었고, 그곳에서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다.
(富樓那經 대정장 2/89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48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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