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셨습니다. 큰 선인이시여, 이 곳은 항상한 곳이고 이 곳은 항상 좋으며, 이 곳은 영원히 존재하는 곳이요 이 곳은 긴요한 곳이며, 이 곳은 마침이 없는 법이요 이 곳은 출요로써 이 출요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하며 미묘하고 제일가는 곳은 없습니다."
세존께서도 또한 두 번 세 번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너는 항상하지 않은 곳을 항상하다고 일컫고, 항상 좋지 않은 곳을 항상 좋은 곳이라 일컬으며,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곳을 영원히 존재한다 일컫고, 요긴하지 않은 것을 요긴하다 일컬으며, 마침이 있는 법을 마침이 없는 법이라 일컫고, 출요가 아닌 것을 출요라 하면서, 이 출요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하며 미묘하고 제일가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구나. 범천이여, 너에게는 이런 무명(無明)이 있구나. 범천이여, 너에게는 이런 무명이 있느니라."
그러자 범천이 세존께 아뢰었다.
"큰 선인이여, 옛날 어떤 사문 범지는 수명이 매우 길고 아주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큰 선인이여, 당신은 수명이 지극히 짧아 저 사문 범지가 한 번 연좌하는 동안도 모르십니다. 왜냐 하면 그는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보아야 할 것은 다 봅니다. 만일 진실로 출요가 있다 하여도 이 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하며 미묘하고 제일가는 것은 없습니다. 만일 진실한 출요가 없다 하여도, 이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하며 미묘하고 제일가는 것은 없습니다. 큰 선인이여, 당신은 출요에 대하여 출요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출요가 아닌 것에 대하여는 출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당신은 출요를 얻지 못하고 곧 큰 어리석음만 이루었습니다. 왜냐 하면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큰 선인이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땅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땅을 찬탄하면, 그는 나의 뜻대로 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범천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범천을 찬탄하면, 그는 나의 뜻대로 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는 것이 되며, 내가 시키는 바를 따르게 됩니다. 큰 선인이여, 만일 당신이 땅을 사랑하고 땅을 찬탄하면, 당신도 또한 나의 뜻대로 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내가 시키는 바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렇다. 범천이 말한 것은 진실한 진리이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땅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땅을 찬탄하면, 그는 너의 생각과 같이 되고,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네가 시키는 것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 범천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범천을 찬탄하면, 그는 너의 생각대로 되고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네가 시키는 바를 따르게 될 것이다. 범천이여, 만일 내가 땅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땅을 찬탄하면, 나도 또한 네가 자재(自在)롭게 할 것이요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네가 시키는 것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다. 범천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범천을 찬탄하면, 나도 또한 너의 생각대로 되고 네가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게 되며, 네가 시키는 것을 따르게 될 것이다. 범천이여, 만일 이 여덟 가지 일[事]에 대하여 내가 그 일을 따라 사랑하고 좋아하며 찬탄하면, 저 또한 이와 같이 될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네가 온 곳과 갈 곳을 안다. 머무르는 곳을 따르고, 마칠 곳을 따르며, 나는 곳을 따르리라. 만일 범천이 있으면,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복이 있으며, 큰 위덕이 있고 큰 위신이 있을 것을 안다."
그러자 범천이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이여, 당신은 어떻게 내가 아는 것을 알고, 내가 보는 것을 보십니까? 어떻게 나 알기를 마치 저 해가 자재롭게 1천 세계를 두루 밝게 비추는 것처럼 그렇게 하십니까? 저 1천 세계에서 당신은 자재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저들의 저곳에는 밤낮이 없음을 다 아나니, 큰 선인이여, 일찍 그곳을 지나간 적이 있으시며 자주 그곳을 지낸 적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해가 자재롭게 모든 곳인 1천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처럼 나도 1천 세계에 대해 자재롭게 할 수 있고, 또 저들의 저곳에는 밤낮이 없음을 다 아느니라. 범천이여, 나는 일찍 그곳을 지나간 적이 있고 자주자주 그곳을 지낸 적이 있느니라. 범천이여, 세 종류의 하늘이 있으니, 곧 광천(光天) 정광천(淨光天) 변정광천(遍淨光天)이다. 범천이여,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이 앎이 있고 봄이 있다면, 나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다. 가령 저 세 종류의 하늘은 앎이 없고 봄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과 권속들이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나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과 그 권속들에게는 앎이 없고 봄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네가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나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너에게는 앎도 없고 봄도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스스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너와 권속들이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나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만일 너와 권속들에겐 앎도 없고 봄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여전히 스스로 앎과 봄이 있다. 범천이여, 너와 나는 일체가 다 똑같지 않고 모두가 다 똑같지 않다. 다만 내가 너보다 더 우세하고 더 뛰어나다."
그 때 범천이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이여, 무엇으로 말미암아 저 세 종류의 하늘이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당신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으며,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에게는 앎도 없고 봄도 없어도 당신만은 여전히 앎과 봄이 있습니까?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 권속들에게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당신도 또한 그 앎과 봄이 있으며, 만일 저 세 종류의 하늘 권속들에게는 앎도 없고 봄도 없다 하더라도 당신만은 여전히 스스로 앎과 봄이 있습니까? 만일 내가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당신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으며, 만일 나에게는 앎도 없고 봄도 없어도 당신만은 여전히 앎과 봄이 있습니까? 만일 나의 권속들에게 앎이 있고 봄이 있으면, 당신도 또한 그러한 앎과 봄이 있으며, 만일 나의 권속들에게는 앎도 없고 봄도 없어도 당신만은 여전히 앎과 봄이 있습니까? 큰 선인이여, 말하기 좋아해서 적당히 하신 말이 아닙니까? 그 말을 듣고 나서 어리석음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한량없는 경계를 알았기 때문이며, 한량없는 앎과 한량없는 소견과 한량없는 종별(種別)을 나는 낱낱이 알아 분별하였으므로, 이 땅을 땅이라 알고,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까지도 또한 그러하며, 이 범천을 범천이라고 압니다."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땅에 대하여 땅이라는 생각이 있어 '땅은 곧 나이다. 땅은 내 것이다. 나는 땅의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는 '땅은 곧 나이다'라고 계교(計較)한 뒤에는 곧 땅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이렇게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生主) 범천 무번천(無煩天) 무열천(無熱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다. 깨끗함에 대하여 깨끗하다는 생각이 있어 '깨끗함이 곧 나이다. 깨끗함은 곧 내 것이다. 나는 깨끗함의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는 '깨끗함은 곧 나이다'라고 계교한 뒤에는 곧 깨끗함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범천이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땅을 땅이라고 알아 '땅은 곧 내가 아니다. 땅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땅의 것이 아니다'라고 알고, 그가 땅은 곧 나이다라고 계교하지 않은 뒤에야 그는 곧 땅을 제대로 안다. 이렇게 물 불 바람 신 하늘 생주 범천 무변천 무열천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깨끗함을 곧 깨끗함이라고 알아 '깨끗함은 곧 나가 아니다. 깨끗함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깨끗함의 것이 아니다'라고 알고, 그가 '깨끗함은 곧 나이다'라고 계교하지 않은 뒤에야 그는 곧 깨끗함에 대하여 제대로 안다. 범천이여, 나는 땅에 대하여 곧 땅인 줄 알아 '땅은 곧 나가 아니다. 땅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땅의 것이 아니다'라고 알고, 나는 '땅이 곧 나이다'라고 계교하지 않으므로 나는 곧 땅에 대하여 제대로 안다. 이렇게 물 불 바람 신 하늘 범천 무변천 무열천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며, 깨끗함은 곧 깨끗함이라고 알아 '깨끗함은 곧 나가 아니다. 깨끗함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깨끗함의 것이 아니다'라고 알고, 나는 '깨끗함이 곧 나이다'라고 계교하지 않으므로 나는 곧 깨끗함을 제대로 아느니라."
그러자 범천이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이여, 이 중생들은 유(有)를 사랑하고 유를 좋아하며, 유를 익힙니다. 당신은 이미 유의 근본을 빼내 버렸습니다. 왜냐 하면 곧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유(有)에서 두려움을 보았거든
유라는 견해 없으면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러므로 유를 좋아하지 말라
유가 어찌 끊어지지 않으리.
"큰 선인이여, 나는 이제 스스로 이 몸을 숨기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네가 만일 네 몸을 숨기고 싶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이에 범천은 곧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 몸을 숨겼으나, 세존께서는 곧 아셨다.
"범천이여, 너는 저기 있구나. 너는 여기 있구나. 너는 중간에 있구나."
이에 범천은 여의족(如意足)을 다 발휘하여 자신의 몸을 숨기고자 하였으나, 숨길 수가 없어 범천으로 돌아가 머물렀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나도 또한 내 몸을 숨겨 보고자 하노라."
범천이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이여, 만일 직접 몸을 숨기고자 하시거든 곧 마음대로 해 보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차라리 여기상여의족(如其像如意足)을 나타내어 지극히 묘한 광명을 놓아 범천 전부를 비추고, 내 자신은 숨어서 모든 범천과 범천의 권속들로 하여금 내 음성만 듣고 몸은 보지 못하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신 세존께서는 곧 여기상여의족을 나타내어 지극히 묘한 광명을 놓아 범천 모두를 비추고, 곧 자신은 숨어서 모든 범천과 범천의 권속들로 하여금 그 음성만 듣게 하고 그 몸은 보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자 모든 범천과 범천의 권속들은 제각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瞿曇)은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시어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시다. 무슨 까닭인가? 곧 지극히 묘한 광명을 놓아 일체 범천을 비추시고, 자신은 숨어서 우리들과 권속들로 하여금 다만 그 음성만 듣고 몸은 보지 못하게 하신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미 이 범천과 범천의 권속들을 교화시켰다. 나는 이제 여의족을 거두리라.'
이렇게 생각하신 세존께서는 곧 여의족을 거두시고 돌아가 범천에 머무셨다.
梵天請佛經 대정장 1/547 하~548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561~565.
'아함경 주제별 정리 > 전법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 교설 성문해탈사례 1.전법륜경 (0) | 2013.08.27 |
---|---|
교육사례 7.천왕석과 33천 및 오결락자를 교화함. (0) | 2013.08.27 |
교육사례 5.목건련존자에 대한 부처님의 잠자지 말라는 것 외에 여러 가르침 (0) | 2013.08.27 |
교육사례 4.균두에게 여러 삿된 소견을 버리고 정견을 가지라고 가르침 (0) | 2013.08.27 |
교육사례 3.욕심이 많아 몸과 뜻이 불꽃같아서 고요히 쉴 수 없는 비구에 대한 가르침 (0) | 201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