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고 존자 아니룻다[阿那律]는 쿠쉬나가라[拘尸那竭]의 옛날 자기가 난 곳에 있었다.
그 때에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 및 五백 천인(天人)과 스물 여덟의 큰 귀신 왕들은 존자 아니룻다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게송으로 아니룻다를 찬탄하였다.
사람 중의 높은 이께 귀명(歸命)하노니
뭇 사람의 존경을 받는 분이여
우리들은 지금 어떤 선정을
의지해 닦을지를 알지 못한다.
그 때에 사발타라는 범지(梵志)가 있었다. 그는 범마유(梵摩喩)의 제자였다. 그도 존자 아니룻다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아니룻다에게 물었다.
“나는 옛날 왕궁에 태어났지마는 아직 이런 자연의 향기를 맡아 본 일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여기 와 있기에 이런 향기가 풍깁니까. 이것은 혹시 하늘인가 용인가 귀신인가 혹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인가.”
아니룻다는 대답하였다.
“아까 제석천과 범천과 사천왕과 五백 천인과 또 스물 여덟의 큰 귀신 왕들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다시 다음 게송으로 나를 찬탄하였다.”
사람 중의 높은 이께 귀명하노니
뭇 사람의 존경을 받는 분이여
우리들은 지금 어떤 선정을
의지해 닦을 지를 알지 못한다.
범지는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나는 그들의 형상을 보지 못합니까. 제석천, 범천, 사천왕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니룻다는 대답하였다.
“너는 하늘 눈[天眼]이 없기 때문에 제석천, 범천, 사천왕, 五백 천인, 스물 여덟의 큰 귀신 왕들을 보지 못한다.”
“만일 내가 하늘 눈을 얻는다면 그들을 볼 수 있습니까.”
“만일 하늘 눈을 얻는다면 곧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지여, 그 하늘 눈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천눈[千眼]이라는 범천왕이 있다. 그는 눈 있는 사람이 자기 손바닥에 있는 보배갓[寶冠]을 보듯이 이 一천 세계를 본다. 그는 그처럼 이 一천 세계를 보아 걸림이 없다. 그러나 그 범천은 제가 입은 제 옷은 보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그 범천은 제가 입은 옷을 보지 못합니까.”
“그는 위없는 지혜의 눈이 없기 때문에 제가 입은 제 옷은 보지 못한다.”
“만일 그가 위없는 지혜의 눈을 얻는다면 그 몸에 입은 옷을 볼 수 있겠습니까.”
“만일 위없는 지혜의 눈을 얻는다면 곧 제가 입은 제 옷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범지는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나를 위해 묘한 법을 설명하여 나로 하여금 위없는 지혜의 눈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아니룻다는 말하였다.
“너는 계율을 가지는가.”
“어떤 것을 계율이라 합니까.”
“어떤 악도 짓지 않고 그릇된 법[非法]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계율이라면 나는 받들어 가질 수 있습니다.”
“범지여, 너는 지금부터 계율을 가져 털끝만큼도 어기지 말고 교만이라는 번뇌를 버리고, 또 <나>다, <나의 것>이다 하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라.”
때에 범지는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나>라 하고 어떤 것을 <나의 것>이라 하며 어떤 것을 교만의 번뇌라 합니까.”
아니룻다는 답하였다.
“<나>라는 것은 정신[神識]을 말하고 <나의 것>이라는 것은 이 형체를 말한다. 거기서 의식이 생겨 <나>와 <나의 것>을 주장하는 것을 교만의 번뇌라 한다. 그러므로 범지여, 마땅히 방편을 구해 그런 번뇌를 버려라. 범지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범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니룻다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집에 가는 도중에 그 이치를 생각하다가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옛날부터 이 범지와 친한 벗인 어떤 하늘이 있었다. 그는 범지의 마음속에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된 것을 알고 존자 아니룻다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곧 다음 게송으로 아니룻다를 찬탄하였다.
범지는 자기 집에 이르기 전에
도중에서 도의 자취[道跡]를 얻어
때가 다하고 법의 눈이 깨끗하여
의심도 없고 망설임도 없어졌다.
존자 아니룻다도 게송으로 하늘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그의 마음 관찰하고
도중에서 도 얻을 것 이미 알았다
그는 저 카아샤파 부처님 때에
일찍이 이 법을 들었었느니라.
그 때에 존자 아니룻다는 곧 거기서 떠나 여러 마을을 거쳐 슈라아바스티이로 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아니룻다에게 자세히 법을 말씀하셨다. 아니룻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에서 하늘 눈이 첫째인 사람은 바로 그 아니룻다 비구이니라.”
대정장 2/580 상-중;『한글 증일아함경』1, pp. 13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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