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세전 바라문은 멀리서 추우다판타카가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저 사람에게 가서 이치를 물어 보리라’고. 그는 곧 추우다판타카 비구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사문의 이름은 무엇인가.”
추우다판타카는 대답하였다.
“그만 두라, 바라문이여. 이름은 무엇 하러 묻는가. 어떤 이치를 물으러 왔으면 곧 그것이나 물으라.”
바라문은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와 변론하겠는가.”
추우다판타카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저 범천과도 변론할 수 있는데, 하물며 너 같은 눈 없는 장님은 말할 것도 없다.”
“장님이면 곧 눈 없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눈이 없으면 곧 장님이 아닌가. 그것은 같은 뜻인데 어찌 번거롭게 겹말을 쓰는가.”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곧 공중에 솟아 올아 열 여덟 가지로 변화를 부렸다. 바라문은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신통은 있지마는 변론은 모른다. 만일 나와 같은 이치를 안다면 나는 그 제자가 되겠다.’
이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하늘 귀로 추우다판타카와 세전 바라문이 주고받는 문답을 들었다. 그는 곧 몸을 변해 판타카의 모양이 되고 판타카의 몸은 숨겨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네가 만일 ‘이 사문은 신통만 있고 변론은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이제 자세히 들으라. 나는 아까 물은 뜻에 대답하리라. 그리고 이 문제의 근본에 대해서도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바라문이여, 지금 네 이름은 무엇인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범천이다.”
“너는 장부인가.”
“나는 장부다.”
“어떤가, 바라문이여. 장부는 곧 사람이요, 사람은 곧 장부다. 그것은 같은 뜻인데 어찌 번거롭지 않는가. 그러나 바라문이여, 장님과 눈 없다는 것은 그 뜻이 같지 않느니라.”
바라문은 물었다.
“사문이여, 어떤 것을 장님이라 하는가.”
판타카는 말하였다.
“그것은 마치 금생과 후생의 나는 이와 죽는 이, 좋은 몸과 나쁜 몸, 고운 것과 추한 것이며, 중생의 짓는 업을 보지 못하고 여실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영원히 보는 것이 없으면 그것을 장님이라 한다.”
“어떤 것을 눈이 없는 이라 하는가.”
“눈이란 위없는 지혜의 눈이다. 그 사람은 그 지혜의 눈이 없기 때문에 눈이 없다고 한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사문이여, 나는 이제 그런 쓸데없는 변론은 그만두고 깊은 이치를 물어 보겠다. 어떤가, 사문이여. 혹 법을 의지하지 않고서도 열반을 얻는가.”
판타카는 대답하였다.
“다섯 가지 쌓임을 의지하지 않고 열반을 얻는다.”
“어떤가 사문이여. 그 다섯 가지 쌓임은 어떤 인연이 있어야만 생기는가. 인연이 없어도 생기는가.”
“그 다섯 가지 쌓임은 인연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요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쌓임의 인연이 되는가.”
“애욕이 그 인연이다.”
“어떤 것이 애욕인가.”
“나[生]는 것이 곧 애욕이다.”
“어떤 것을 나는 것이라 하는가.”
“애욕이 곧 나는 그것이다.”
“애욕에는 어떤 길(방법)이 있는가.”
판타카는 대답하였다.
“거기에는 성인의 여덟 가지 길(방법)이 있다. 즉 바른 소견, 바른 업, 바른 말, 바른 생활, 바른 행,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이다. 이것을 성인의 여덟 가지 길이라 한다.”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이렇게 널리 설법하였다. 바라문은 이 법을 듣고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져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몸의 도풍(刀風=業風)이 일어나 목숨이 끝났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본디 형상으로 변해 허공을 날아 그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석씨들이 모인 보집강당으로 가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소유(蘇油)와 섶나무를 준비해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하라.”
석씨들은 곧 소유와 섶나무를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한 뒤에 네거리에 탑을 세웠다. 그리고 존자 추우다판타카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화장한 뒤에 탑 세웠으니
존자의 분부 어기지 않았도다
이제 우리들은 큰 이익 얻어
이러한 복을 만나게 되었도다.
이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존자는 이제 법바퀴를 굴리어
모든 외도들을 항복 받았으니
그 지혜 마치 큰 바다와 같아
여기 와서 저 바라문 항복 받았네.
과거와 미래와 또 현재에
지은 바 갖가지 선, 악의 행은
억 겁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나니
그러므로 저 복은 지어야 하리.
그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여러 석씨들에게 널리 설법하였다. 여러 석씨들은 판타카에게 아뢰었다.
“만일 존자에게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이 필요하시다면 우리는 낱낱이 다 대어 드리겠습니다. 바라건대 이 청을 받아들여 조그만 정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잠자코 허락하였다.
그 때에 여러 석씨들은 존자 추우다판타카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585 하~586 중;『한글 증일아함경』1, pp. 15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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