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우파선나(優波先那)라는 비구는 왕사성의 한림(寒林) 속 화장터에 있는 사두암(蛇頭巖) 밑의 가릉가행처(迦陵伽行處)에 있었다. 이 때 존자 우파선나는 혼자 굴 안에서 좌선하고 있었다. 이 때 길이가 한 자쯤 되는 모진 독사가 위쪽 돌 틈에서 나와 우파선나의 몸에 떨어졌다. 우파선나는 사리불을 부르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독사가 제 몸에 떨어져 제 몸이 독이 퍼졌습니다. 그대들은 빨리 와서 저를 들어다 밖에 내놓으십시오. 이 굴 안에서 제 몸이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게 하지 마십시오."
이 때 존자 사리불은 가까운 곳의 한 나무 밑에 있다가 우파선나의 말을 듣고, 곧 우파선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파선나에게 말하였다.
"내 이제 그대의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根]을 살펴보니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중독이 되었으니 내 몸을 밖에 내놓아라. 몸이 겨 덩어리처럼 부서지게 하지 말라'고 하니, 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우파선나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 눈은 나[我]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귀․코․혀․몸․뜻에 대해서 '귀․코․혀․몸․뜻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에 대해서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흙에 대해서 '흙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물․불․바람․허공․식에 대해서도 '물․불․바람․허공․식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고, 색음(色陰)에 대해서 '색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하며, 수음․상음․행음․식음에 대해서도 '수음․상음․행음․식음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라면,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이 분명 변해서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눈은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 나아가 식음도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에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우파선나여, 그대가 만일 오랜 세월 동안 '나[我]다. 내 것[我所]이다'라는 소견, 아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매임을 떠나 다라(多羅)나무를 자르듯이 그 뿌리를 끊어 미래 세상에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했다면, 어떻게 얼굴빛과 모든 감각기관에 변화가 있겠는가?"
이 때 사리불이 곧 그의 주위를 돌고 우파선나의 몸을 들어 굴 밖에 내어놓았고, 우파선나의 중독된 몸은 마치 겨 덩어리처럼 부서졌다.
(優波先那經 대정장 2/60 하~61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33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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