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비라(鬱毘羅)라는 마을 니련선(尼連禪)강 가에 있는 보리수 밑에 계셨는데, 깨달음을 얻으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였다. 그 때 세존께서 혼자 고요히 사색하시다가 이렇게 생각하셨다.
'공경하지 않는 사람은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차례도 모르고 남의 뜻을 두려워할 줄 모르며 제멋대로 하기 때문에 큰 의리에서 타락하게 된다. 공경할 줄 알고 차례를 지키며 그것에 순종하면 그는 안락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공경할 줄 알고 차례를 지키며 남에게 순종하면 큰 의리가 만족해진다. 혹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梵)․사문․바라문 등 천신(天神)이나 세상 사람들 중에 내가 두루 갖춘 계율보다 낫고 삼매보다 나으며, 지혜보다 낫고 해탈보다 나으며, 해탈지견보다 나아서, 나로 하여금 공경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게 할 만한 것이 있으면 나는 그를 의지해 살리라.'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이나 세상 사람 중에 내가 두루 갖추고 있는 계율보다 낫고 내가 지니고 있는 삼매(三昧)나 지혜(智慧)나 해탈(解脫)이나 해탈지견(解脫知見)보다 나아서, 나로 하여금 공경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게 할 만한 것이 있어서 그를 의지해 살아야 될 만한 자는 어느 누구도 없다. 오직 바른 법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하여 삼먁삼불타(正遍智)를 이룩하게 하였다. 나는 마땅히 그것만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가리라. 왜냐하면 과거의 여래․응공․등정각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셨으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을 의지해 사셨기 때문이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왕(梵天王)이 세존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펼 만한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 앞에 나타나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게으름을 피우며 공경하지 않는 이는 참으로 큰 고통이 있을 것입니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큰 의리가 만족해질 것입니다. 진실로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이나 세상 사람 중에, 세존께서 갖추신 계율보다 낫거나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보다 더 나아서, 세존으로 하여금 공경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할 만해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갈 만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바른 법만이 있어, 세존께서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을 성취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여래께서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할 만한 것으로서, 그것을 의지해 살아가셔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모든 여래․응공․등정각들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하였고 존중하였으며 받들어 섬겼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았고, 미래의 모든 여래․응공․등정각들께서도 바른 법을 공경할 것이고 존중할 것이며 받들어 섬길 것이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도 마땅히 그 바른 법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그것만을 의지해 살아가셔야 할 것입니다."
그 때 범천왕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과거의 등정각이나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나
현재의 불세존께서는
중생들의 근심을 없애 주시네.
그 분들 모두 법을 공경하시고
바른 법을 의지해 사셨으니
그와 같이 바른 법 공경하는 일
그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법입니다.
그 때 범천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尊重經 대정장 2/321 하~322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81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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