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잡아함경 제4권

다르마 러브 2012. 6. 17. 20:06

잡아함경(雜阿含經) 제 4권

 

 

88. 울다라경(鬱多羅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울다라(鬱多羅)라는 어떤 바라문의 청년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법다이 행걸(行乞)하여 그것으로서 부모님을 공양하여 괴로움을 떠나 안락하게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렇게 하면 복이 많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울다라에게 말씀하시었다.

"진실로 복이 많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법다이 구걸하여 부모님을 공양하여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그를 안락하게 하면 실로 큰복이 있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공경하고 또 공양 받들면

이 세상에서는 이름 퍼지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젊은 울타라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89. 우파가경(優波迦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우자아야[優波迦]라는 어떤 바라문의 청년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모든 바라문들은 항상 사성 대회(邪盛大會)를 칭찬하나이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도 또한 사성 대회를 칭찬하나이까."

"나는 한결같이 칭찬하지 않는다. 어떤 사성 대회는 칭찬할 만하고 어떤 사성 대회는 칭찬하지 못할 것도 있느니라."

우자아야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사성 대회는 칭찬할 만하며, 어떤 사성 대회는 칭찬할 만하지 않나이까."

"만일 사성 대회에서, 여러 마리 황소나 물소나 암소 및 염소 새끼나 소소한 중생들을 잡아매어 다 죽이거나 핍박하거나 괴롭게 하며, 하인이나 머슴들을 매질로 위협하고 슬피 부르짖게 하며, 온갖 고통을 주어 부린다. 이러한 사성 대회를 나는 칭찬하지 않나니, 거기에서는 큰 죄악을 짓기 때문이니라.

다시 어떤 사성 대회에서는 여러 마리 소들을 잡아매지 않고...... 내지, 그 중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어 부리지 않으면 그러한 대회를 나는 칭찬하나니, 거기에서는 큰 죄악을 짓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마사(馬祀) 따위의 대회에서는

모든 큰 죄를 짓나니

이러한 사성(邪盛)을

큰 선인(仙人)은 칭찬하지 않는다.

 

모든 중생을 잡아 얽매고

작은 벌레들을 해쳐 죽이네.

이는 바른 모임이라 할 수 없나니

큰 선인은 그대로 따르지 않네.

 

만일 모든 중생들 죽이지 않는

그러한 죄악을 짓지 않으면

그것은 곧 바른 모임이라

큰 선인은 그 따라 칭찬하네.

 

은혜로 베풀어 공양을 닦고

법에 어울리는 사성(邪盛)을 행하면

베푸는 사람은 깨끗한 마음이요

범행(梵行)을 닦는 이의 좋은 복밭이니라.

 

이러한 대회는

<아라한>의 모임.

이 모임은 큰 결과 있고

모든 하늘들이 기뻐하나니.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 청하고

내 손으로 벼루어 고루 베풀면

받는 이 주는 이 모두 깨끗하나니

이러한 베풀음 큰 결과 얻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은 이렇게 보시하고

믿는 마음으로 반드시 해탈하여

이승에서는 죄 없어 즐겨 하고

저승에서도 죄 없어 즐겨 하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우자아야 바라문은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0. 우파가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위와 같이 널리 말씀하셨는데, 다른 것은 다른 게송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마음이 없고 모든 죄악 없으면

사성할 때에도 맑고 깨끗하니라.

법다이 그대로 따라 행하고

범행 닦는 모든 사람 보호하나니.

 

꽃다운 향기가 돌아가는 세계는

더러운 모든 세계 뛰어나나니

나는 사성할 때에도 좋고

또한 그런 사성을 칭찬하노라.

 

은혜로 베풀어 공양을 닦고

사성에 알맞은 그 법을 따라

깨끗한 믿음으로 평하게 베푸는 것

범행을 닦는 이의 좋은 복밭이니라.

 

사람이 만일 이렇게 보시하면

그것은 곧 아라한의 밭이니라.

이러한 넓고 또 큰 보시는

모든 하늘들이 칭찬하는 바니라.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 청하고

내 손으로 벼루어 공경 베풀면

주는 이 받는 이를 고르게 거두나니

그러한 사성은 큰 결과 얻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은 이렇게 보시하고

깨끗이 믿는 마음 그것으로 해탈하여

이승에서도 죄없는 세상

죽어서도 거기에 태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해 마치시자 우자아야 바라문은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1. 울사가경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우자아야라는 어떤 바라문 청년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속인이 집에 있어서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현재에서 편안하고 현재에서 즐거울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울다라에게 말씀하시었다.

"속인이 집에 있으면서 현재에서 편안하고 현재에서 즐거울 수 있으려면 네 가지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넷인가. 이른바 방편을 완전히 갖추고, 살림을 잘 보호하며, 착한 벗과 사귀고,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방편을 완전히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가 여러 가지 직업으로써 스스로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 곧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며 혹은 임금을 섬기고 혹은 글씨, 글, 셈, 그림으로서, 이것저것 직업에서 꾸준히 힘쓰고 수행(修行)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살림을 잘 보호하는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가 가진 돈이나 곡식은 모두 방편으로 얻은 것으로서 내 손으로 일하고 법다이 얻은 것이다. 그것을 잘 지켜 보호하여, 임금이나 도적에게 빼앗기거나 물에 떠내려보내거나 불에 태우지 않으며, 잘 지키지 않는 자에게 잃어버리거나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 빼앗기거나 여러 가지 재환(災患)에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착한 남자가 살림을 잘 보호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착한 벗과 사귀는 것인가. 만일 어떤 착한 남자가 있어 그가 법도에 어긋나지 않고 방탕하지 않으며, 허탕하지 않고 음흉하지 않으면, 그러한 착한 벗은 잘 나를 편안하게 한다. 곧 아직 생기지 않은 걱정과 괴로움은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걱정과 괴로움은 깨닫게 하며, 아직 생기지 않은 기쁨과 즐거움은 빨리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기쁨과 즐거움은 잘 단속해 잃어버리지 않게 하나니, 이것을 착한 남자가 착한 벗과 사귀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는, 그가 가진 돈과 재물은 지출과 수입을 맞춰 보아 빠짐없이 맡아 가지어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게 하며, 지출이 많고 수입이 적게 하지 않는다. 마치 저울을 잡은 사람이 적으면 보태고 많으면 덜어 평평하여야 그만 두는 것과 같이, 이러한 착한 남자도 재물을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한다. 곧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거나, 지출이 많고 수입이 적거나 하게 하지 않는다. 만일 착한 남자가 재물이 없는데도 마구 뿌려 쓰면서 생활하면 사람들은 그를 우둠바라[優曇鉢] 열매라고 부른다. 그는 종자가 없고 어리석고 탐욕이 많아 그 뒷날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착한 남자는 재물이 풍부하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사람이요 굶어 죽는 개와 같다고 한다. 그러므로 착한 남자는 가진 재물을 잘 헤아려 수입과 지출을 알맞게 하나니, 이것이 바른 생활을 경영하는 것이니라.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몇 가지 법이 있어야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겁게 되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집에 있는 사람은 네 가지 법이 있어야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겁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넷인가. 이른바 믿음을 완전히 갖추고 계율을 완전히 갖추며, 보시를 완전히 갖추고 슬기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믿음을 갖추는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는 여래한테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얻어 믿음의 근본을 세운다. 그것은 모든 하늘이나 악마, 범(梵) 및 그 밖의 세상 사람의 법과 같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이것을 착한 남자가 믿음을 완전히 갖춘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계율을 완전히 갖춘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는 살생(殺生)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나니, 이것을 계를 완전히 갖춘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보시를 완전히 갖춘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가 아끼는 더러운 마음을 떠나 집에 있으면서 해탈의 보시를 행하되 항상 자기 손으로 주며 버리는 공부를 즐겨 하고 평등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나니, 이것을 착한 남자가 보시를 완전히 갖춘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슬기를 완전히 갖춘 것이라 하는가. 이른바 착한 남자는 괴로움의 거룩한 이치를 참다이 알고 그 모임과 멸함과 멸하는 길의 거룩한 이치를 참다이 아나니, 이것을 착한 남자가 슬기를 완전히 갖춘 것이라 하느니라. 착한 남자여, 집에 있어서 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능히 후세에 편안하고 후세에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방편으로 모든 직업 마련하고

쌓아 두어서 잘 지켜 보호하며

좋은 벗 가진 착한 남자는

바른 생활로 스스로 사느니라.

깨끗한 믿음과 계율 갖추고

은혜로 베풀어 아끼는 탐욕 떠나

헤매는 길을 깨끗이 버리면

후세에 안락을 얻을 것이다.

 

만일 세속의 집에 살면서

여덟 가지 이 법을 이뤄 마치어

세상 높은 이와 다 옳게 깨달은 이

말씀과 아는 바를 자세히 알면

현재에 있어서 안온을 얻고

현재에 있어서 즐겁게 머무르며

후세에 가서도 즐거이 살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우자아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2. 교만경( 慢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拘薩羅]국에 계시면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가시었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에는 교만한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는 부모의 종성(種姓)은 다 깨끗하여 흠이 없고 말솜씨가 있으며 일곱 대(代)로 내려오면서 모두 맑고 깨끗하였다. 그는 바라문의 스승이 되어 언론(言論)에 통달하고, 모든 논(論)과 기록한 책은 다 만 가지 이름을 밝게 알며, 법의 낫고 못함을 알고, 모든 글귀와 기설(記設)을 분별하며,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래서 혹은 남[生]으로 거만하고, 성받이로 거만하며, 얼굴로 거만하고, 총명으로 거만하며, 재물로 거만하여, 부모와 모든 어른들을 공경하지 않았다.

그는 사문 고오타마께서 코아살라국에 계시면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지금 사문 고오타마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 보자. 만일 그가 무슨 말이 있으면 나도 같이 이야기할 것이요, 아무 말이 없으면 나도 잠자코 돌아오리라'고 생각하였다. 때에 교만 바라문은 흰 마차를 타고 모든 젊은 바라문들에게 앞뒤로 호위를 받으면서 황금 자루 일산을 들고 황금 병을 가지고 세존을 뵈우려 가다가 동산 문에 이르러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들에게 둘러싸이어 설법하시면서 교만 바라문을 돌아보지 않으셨다. 때에 교만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나를 돌아보지 않으신다. 나는 우선 돌아가리라'고. 그때에 세존께서는 교만 바라문의 생각을 알으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교만은 이미 여기 왔다가

좋지 못하게 교만만 더해졌네.

아까는 도리(道理)로써 여기 왔거늘

마땅히 그 도리를 더욱 더하라.

 

때에 교만 바라문은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이미 내 마음을 아셨다. 가서 경례 드리자'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교만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경계할 것 없다. 마음만 깨끗하면 이미 족하니라."

때에 그의 모든 대중들은 각각 큰 소리로 외쳤다.

"참으로 이상하시다! 세존께서는 큰 덕이 있고 큰 힘이 있으시다. 이 교만 바라문은 남을 믿고 교만하고, 성받이로 교만하며, 얼굴로 교만하고 총명으로 교만하며, 재물로 교만하여, 그 부모와 모든 스승들에게 공경하지 않았는데, 이제 사문 고오타마 앞에 와서는 스스로 겸손하고 스스로 낮추어 발에 대고 경례하려 하는구나."

때에 교만 바라문은 대중들 앞에서 소리쳐 조용하게 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게 교만한 맘 일으키지 않고

어떻게 공경한 맘 일으키는가.

어떻게 잘 위로하고 깨우치며

어떻게 잘 공양하여 받드리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부모와 어른과 형님에게와

스님과 또 모든 스승에게와

존경할 만한 모든 사람들께는

마땅히 교만한 맘 내지 않고서

 

마땅히 받들어 공경해야 하며

스스로 낮추어 인사 드리고

마음을 다해 받들어 섬기며

여러 가지 공양을 올려야 하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떠나서

모든 번뇌가 다한 저 아라한은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하였고

모든 교만한 마음 항복받았나니

그러한 어질고 거룩한 이들에겐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경례하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교만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시고 기뻐하게 하시었다. 그리고 모든 부처님께서 차례로 설법하시는 것처럼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하늘에 나는 공덕(功德)과 애욕의 맛의 재앙과 번뇌와 청정과 남, 죽음을 뛰어 나는 길과 악을 멀리 떠나는 모든 청정한 분(分)을 널리 말씀하시었다. 마치 때와 더러움이 없는 희고 깨끗한 옷이 빨리 물감을 받는 것처럼, 교만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사라짐, 괴로움이 사라지는 길>의 네 가지 거룩한 진리를 알아 완전히 평등한 지혜를 얻었다. 그래서 그 교만 바라문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서 모든 의혹을 건너고 남의 구제를 받지 않고 바른 법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합장하고 여쭈었다.

"저도 이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교만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지금이라도 이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 고요히 착한 남자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한 까닭을 생각하였다.

 

 

93. 장신경(長身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국에 계시면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오시었다. 그 때에 장신(長身)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사성 대회(邪盛大會)에서는 칠백 마리 황소를 쭉 버려 기둥에 메고 황소와 암소와 염소 새끼와 온갖 벌레를 다 매어 묶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여 크게 보시(布施)를 행하였다. 여러 외도(外道)들은 여러 나라에서 와서 이 사성 대회에 모두 모이었다'고.

때에 장신 바라문은, 사문 고오타마께서 코오살라국에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사성 대회를 마련하겠다. 그래서 칠백 마리 황소를 쭉 버려 기둥에 메고 .....내지 작은 모든 벌레들을 다 매어 묶었다. 이 사성 대회를 위해 여러 외도들은 여러 나라에서 이 대회에 모두 모여 왔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의 계신 곳으로 가서 사성의 법을 물으리라. 그래서 내가 이 사성 대회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 그 차림에 모자람이 없게 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한 뒤에 흰 마차를 타고 모든 젊은 바라문들에게 앞뒤로 호위를 받으면서 황금 자루 일산을 들고 황금 물병을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와 세존이 계신 곳에 나아가 공경하고 섬기고자 하였다. 그는 절 문 앞에 이르자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이제 사성 대회를 마련하고자 하여 칠백 마리 황소를 쭉 버려 기둥에 메고 .....내지 작은 모든 벌레들을 다 매어 묶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성 대회를 위해 여러 외도들은 여러 나라에서 모두 모두 모여 왔습니다. 또 고오타마깨서 코오살라국에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의 <외로운 이 돕는 동산> 절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이제 일부러 여쭙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사성 대회의 법은 모든 물건을 차립니다. 내가 마련하는 이 사성 대회의 모든 차림에서 모자람이 없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혹 어떤 사성 대회에는 주(主)로 보시를 행하여 복을 지으려 하다가, 도리어 죄를 지어 세 가지 칼에 베이어 좋지 못한 갚음을 받느니라.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몸의 칼과 입의 칼과 뜻의 칼이니라. 어떤 것이 뜻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가. 어떤 회주(會主)는 대회를 마련하고 '나는 이 사성 대회를 마련하여 거기서 젊은 황소와 물숫소와 물 암소와 염소 새끼와 또 여러 가지 벌레를 죽이리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뜻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 것이니, 이러한 시주(施主)는 비록 여러 가지 보시와 여러 가지 공양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사실로는 죄를 짓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입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가. 어떤 회주는 대회를 마련하고 '나는 지금 사성 대회를 마련한다. 너희들은 거기서 젊은 황소를 죽이고..... 내지 거기서 잔잔한 벌레를 죽이라'고 시킨다면, 이것이 이른바 입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 것이니, 대회의 주인은 비록 그러한 보시와 공양을 행한다 하더라도 사실로는 죄를 짓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몸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가. 이른바 어떤 대회의 주인은 대회를 마련하고 자기 손으로 거기서 황소를 죽이고..... 내지 온갖 작은 벌레를 죽이면, 이것이 이른바 몸의 칼로써 모든 괴로움의 갚음을 가져오는 것이니, 그 대회의 주인은 비록 여러 가지 보시와 여러 가지 공양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사실로는 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런데 바라문이여, 마땅히 부지런히 공양하고 때를 따라 세 가지 불을 공경하고 예배하며 받들어 섬기어 그에게 안락을 주어야 한다. 어떤 것이 셋인가. 첫째는 근본이요, 둘째는 사는 집이요, 셋째는 복밭이니라. 어떤 것이 때를 따라 <근본 불>을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여 그에게 안락을 주는 것인가. 이른바 착한 남자가 방편으로 재물을 얻고 손, 발을 부지런히 써서 법다이 얻은 것으로 부모를 공양하여 안락을 얻게 하면 이것을 <근본 불>이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근본이라 하는가. 착한 남자는 그를 좇아 났기 때문이니 이른바 부모이기 때문에 근본이라 하느니라. 착한 남자는 근본을 숭상하기 때문에 때를 따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여 안락을 베푸느니라.

어떤 것을 <집불>이라 하는가. 착한 남자는 때를 따라 양육(養育)하고 안락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른바 착한 남자는 방편으로 재물을 얻고 손, 발을 부지런히 써서 법다이 얻은 것으로서 처자(妻子), 친척, 권속, 종, 품꾼, 하인들을 이바지하고 때를 따라 공급하며 공경하여 안락을 얻게 하나니, 이것을 <집불>이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으로 집이라 하는가. 착한 남자는 집에 살면서 즐거우면 같이 즐거워하고, 괴로우면 같이 괴로워하며, 일을 할 때에는 다 서로 순종하나니, 그러므로 집이라 하느니라. 그러므로 착한 남자는 때를 따라 이바지하고 안락을 얻게 하느니라.

어떤 것을 <밭불>이라 하는가. 착한 남자는 때를 따라 공경하고 존중하고 공양하여 그에게 안락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른바 착한 남자는 방편으로 재물을 얻어 손과 발을 부지런히 써서 법다이 얻은 것으로서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능히 다스리는 사람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다. 이러한 사문이라 바라문들은 복밭을 이루어 그것을 높게 하고 더욱 나아가게 하며 자기 몫을 즐기고 그 갚음을 즐기다가 미래에는 하늘에 나나니 이것을 <밭불>이라 한다. 무슨 까닭으로 밭이라 하는가. 세상의 복밭이 되기 때문이니 이른바 공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밭이라 하느니라. 이러한 착한 남자는 때를 따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여 그를 안락하게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근본과 집과

부처와 복밭의 불

이 불에 공양하여 모자람이 없으니

거기에는 안온한 즐거움 있느니라.

 

지은 죄 없어 세상을 즐겨 하는

슬기로운 사람은 하늘에 나고

법다이 재물은 다시 모이어

공양할 만한 이를 공양하나니

공양할 만한 이를 공양하기 때문에

하늘에 태어나서 큰 이름 얻느니라.

 

"그런데 바라문이여, 이제 착한 남자는 먼저 공양한 세 가지 불에 대해서 마땅히 끊어 없애야 할 세 가지 불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탐욕의 불과 성냄의 불과 어리석음의 불이니라. 이것들은 왜 끊어야 하는가. 만일 탐욕의 불을 끊어 없애지 않으면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자기와 남을 함께 해치고, 현세에서 죄를 짓고 후세에서 죄를 지으며, 현세와 후세에서 다 죄를 지어 그 때문에 마음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니라. 성냄의 불과 어리석음의 불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바라문이여, 그런데 어떤 착한 남자는 나무섶을 쌓은 불을 섬기어 때를 따라 고생하면서 때를 따라 불태우고 때를 따라 불을 꺼 줌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느니라."

그 때에 장신 바라문은 잠자코 있었다. 때에 그 자리에는 울다라라는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다. 장신 바라문은 잠깐 동안 잠자코 생각한 뒤에 울다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사성 대회 장소에 가서 기둥에 매어 있는 황소와 묶여 있는 모든 중생들을 다 놓아 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그들에게 '장신 바라문은 너희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자유로이 산이나 늪이나 들에서 마음껏 풀을 먹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사방 바람을 쐬면서 온갖 쾌락을 누리라고 말한다'고 하라."

울다라는 아뢰었다.

"스승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곧 사성 대회 장소에 가서 모든 중생들을 놓아주면서 말하였다.

"장신 바라문은 너희들에게 '너희들은 마음대로 산이나 늪이나 들에 가서 물도 마시고 풀도 먹으며 사방 바람을 쐬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라'고 말한다."

때에 세존께서는 울다라를 아름답게 여기시고 이내 장신 바라문을 위해 설법하시어 가르치고 기뻐하게 하시었다. 이른바 세존께서 법을 따라 차례로 계율을 말씀하시고 보시와 하늘에 나는 공덕과 애욕의 맛의 재앙과 나고 죽음을 뛰어 나는 길의 청정함과 번뇌를 청정하게 할 것을 말씀하시어 열어 보이시고 나타내시었다. 장신 바라문은 마치 깨끗하고 흰 천이 물감을 쉽게 받는 것처럼 곧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완전히 평등한 지혜를 얻었다. 때에 장신 바라문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모든 의혹을 건너고 남의 구원을 받지 않고 바른 법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여쭈었다.

"저는 이미 제도(濟度)되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게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겠나이다. 저를 인정하여 주소서. 그리고 세존이시여, 여러 대중들과 함께 저의 공양을 받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었다. 때에 장신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자기 청을 받아 주신 줄 알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장신 바라문은 사성 대회 장소로 돌아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여 깨끗하고 맛난 것을 상에 벌려 놓고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때가 다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때를 아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시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이어 장신 바라문의 대회 장소로 가시어 대중 앞에 앉으시었다. 때에 장신 바라문은 세존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자기 손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벌려 올리었다. 공양이 끝나자 손 물을 돌리고 바리를 씻은 뒤에 따로 낮은 평상을 펴고 대중 앞에 단정히 앉아 법을 들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장신 바라문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치시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었다.

 

 

 

94. 승가라경(僧迦羅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승가라라는 어떤 젊은 바라문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착하지 않은 남자를 어떻게 알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마치 달과 같느니라."

"착한 남자는 어떻게 알 수 있나이까."

"마치 달과 같느니라."

"어떻게 착하지 않은 남자를 달과 같다고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달은 후보름에는 광명도 잃고 빛깔도 잃으며, 관계된 다른 것도 잃고 밤낮으로 줄어들어, 드디어는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이, 어떤 사람은 내게 와서 믿음과 고요한 마음을 얻고 깨끗한 계를 가지며 잘 배우고 많이 들으며 자기를 버려 보시하고 바른 소견으로 진실하게 된다. 내게 와서 깨끗한 믿음과 계를 가지고 은혜로 베풀고 많이 들으며 바른 소견으로 진실하게 된 뒤에는, 어쩌다가 그만 타락하여 계와 지식과 보시와 바른 소견을 모두 잃어버리고 밤낮으로 줄어들다가, 드디어는 어느 새 일체를 잃어버리고 마느니라. 다시 바라문이여, 만일 착한 남자가 착한 벗을 가까이하지 않고 법을 자주 듣지 않으며, 바르게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나쁜 행동을 행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말하며, 뜻으로 나쁜 생각을 생각하면, 그 나쁜 인연을 지음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의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바라문이여, 착하지 않은 남자는 그것을 비유하면 다로가 같다는 것이니라."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착한 남자는 그것을 비유하면 달과 같다고 하나이까."

"마치 달은 초승부터는 광명과 빛깔이 밤낮으로 더해 가다가 드디어 달이 차면 일체가 둥글고 깨끗한 것과 같이 착한 남자는 내 법률안에서 깨끗한 믿는 마음을 얻고...... 내지 바른 소견은 참되고 깨끗하며, 계가 더하고 보시가 더하며, 지식이 더하고 슬기가 더하여 밤낮으로 더하고 자라기만 하느니라. 다시 때때로 착한 벗을 친하여 바른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바르게 생각하며, 몸으로 착한 행동을 행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말하며, 뜻으로 착한 생각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에 화(化)해 난다. 바라문이여, 그러므로 착한 남자는 비유하면 달과 같다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마치 달이 흐림이 없어

허공을 두루 떠다닐 때에

모든 작은 별 가운데서

그 광명이 가장 밝은 것처럼

 

깨끗한 믿음도 또한 그렇고

계 있고 지식 있고 아낌 떠난 보시는

탐욕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그 보시 특히 밝아 환하게 나타나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승가라 바라문은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5. 생문경(生聞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생문(生聞) 바라문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제가 들으매 고오타마께서는 '오직 내게 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말라. 내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한다. 마땅히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는 보시하지 말라.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고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한다 합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만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은 사실입니까. 혹은 고오타마님을 비방하려고 한 말이 아닙니까. 사실대로 한 말입니까. 또는 법다운 말입니까. 그것은 법을 따르는 말이 아닙니다. 혹은 다른 사람이 그 말을 가지고 와서 꾸짖지나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렇게 말한 그 사람은 나를 비방한 것뿐이다. 그것은 사실대로의 말도 아니요, 법다운 말도 아니며, 법과 법을 따르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가지고 와서 꾸짖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마땅히 내게 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지 말라. 내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고 다른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한다. 마땅히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 보시하지 말라.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고 다른 사람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라문이여,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두 가지 장애가 있으니 주는 이의 보시를 장애하고 받는 이의 이익을 장애 한다. 바라문이여, 심지어 사부(士夫)가 그릇을 씻은 남은 밥을 깨끗한 땅에 버리는 것도 거기에 있는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도 또한 복문에 들어간다고 말하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보시함이겠느냐. 그러나 바라문이여, 나는 다시 말하노니, 계를 가지는 사람에게 하는 보시는 계를 범하는 사람에게 하는 보시와는 같지 않느니라."

생문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나도 또한 '계를 가지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를 얻고 계를 범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큰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혹은 검거나 혹은 희거나

혹은 또 빨갛거나

혹은 얼룩이거나 순 황금빛

노랑이거나 잿빛이거나

이러한 황소나 아름다운 송아지.

 

몸도 튼튼하고 힘도 또한 갖추고

잘 길들어 빨리 달리며

무거운 짐을 실어 견디어 내면

그 본래 빛깔은 묻지도 않네.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제각기 태어난 곳 따를 뿐이니

혹은 크샤트리야[刹帝利] 혹은 바라문

혹은 바이샤[毘舍]나 혹은 슈우드라[首陀羅]

혹은 챤다알라[ 陀羅]의 하천한 것들.

 

그 태어난 곳은 각각 다르나

다만 깨끗한 계를 가지게 하고

무거운 짐의 번뇌를 떠나

순수하고 한결같이 범행 닦으면

그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요

이 세간에 있는 잘간이[善逝]거니

그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 얻느니라.

 

어리석은 사람으로 지혜가 없고

일찍 바른 법을 듣지도 못한

그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 없나니

착한 벗을 친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만일 착한 벗들을 가까이하고

여래와 성문(聲聞)을 가까이하고

맑고 깨끗한 잘간이 믿으면

온 몸에 든든한 힘이 생기어

 

가고자 하는 길로 잘 나아가

큰 성받이 양반 집에 태어나고

마지막에는 <반열반(般涅槃)>에 드나니

큰 선인(仙人)은 이렇게 말하노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생문 바라문은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6. 바라문경(婆羅門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국에 들어가 걸식하시었다.

그 때에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 어떤 바라문은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었다. 때에 세존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어찌하여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데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는가."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우리 집에 있는 재물은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며느리를 드린 뒤에 집을 나왔나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나이다."

"너는 내게서 한 게송을 받아 외워 가지고 돌아가서 대중 가운데서 너의 아들을 두고 말하겠는가."

"그리하겠나이다. 고오타마시여."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아들을 낳아서는 마음이 기뻤었고

아들을 위하여 재물을 모았으며

또한 아들 위하여 며느리들인 뒤에

나는 그것 다 버리고 집을 나왔네.

 

어떤 시골의 부랑한 아이는

그 아버지의 뜻을 등지니

사람 얼굴에 나찰(羅刹)의 마음

그는 늙은 아비를 버렸느니라.

 

늙은 말이라 쓸데가 없다 하여

곧 보리 껍질 먹이까지 빼앗겼나니

아이는 어리고 아비는 늙어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었네.

 

아들은 귀해 하고 사랑할 것 아니요

구부러진 지팡이가 제일이로다.

나를 위해 사나운 소 막아 주고

험한 곳을 면하여 편안하게 해 주네.

 

사나운 개를 물리쳐 주고

어두운 곳에서는 나를 붙들며

깊은 구덩이나 빈 우물이나

풀이나 나무가 가시밭을 피하여

지팡이의 위력을 의지하기 때문에

꼿꼿이 서서 넘어지지 않는구나.

 

때에 바라문은 세존에게서 이 게송을 받은 뒤에 바라문 대중 가운데로 돌아가 그 아들을 두고 말하였다. 먼저 대중들에게

"내 말을 들으라."

고 말한 뒤에 위에서 말한 게송을 외쳤다. 그 아들은 부끄럽고 황공하여 곧 그 아버지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 몸을 어루만지고 목욕시키고 푸른 옷을 입힌 뒤에 집주인으로 삼아 모셨다. 때에 그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훌륭한 족성(族姓)이 되었다. 이것은 저 사문 고오타마님의 은혜다. 우리 경전에 말한 것을 보면 '스승을 위해서는 스승다이 공양하고, 스님을 위해서는 스님다이 공양하라'고 하였다. 내가 이제 얻은 것은 다 사문 고오타마님의 힘이니 그는 곧 내 스승님이다. 나는 이제 제일 훌륭하고 묘한 옷으로서 고오타마님에게 바치리라'고 생각했다. 때에 바라문은 제일 훌륭하고 묘한 옷을 가지고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인사 드리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이제 집에 있게 되었나이다. 이것은 고오타마님의 힘입니다. 우리 경전에 말한 것을 보면 '스승을 위해서는 스승으로 공양하고, 스님을 위해서는 스님으로 공양하라'고 하였나이다. 오늘 고오타마님께서는 곧 나의 스승님이 되었나이다. 나를 가엾이 여기시어 이 옷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곧 받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라문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치시고 기쁘게 하시었다.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7. 걸식경(乞食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국에 들어가 걸식하시었다. 때에 나이 많고 몸이 쇠약한 어떤 바라문이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밥을 빌고 있었다. 그 바라문은 멀리서 세존을 뵈옵고 '사문 고오타마도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으로 다니면서 걸식하시고, 나도 또한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걸식한다. 나와 고오타마는 다 같은 비구다'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시었다.

 

이른바 비구는

다만 걸식하는 것만 아니다.

세속의 법을 받아 가지면서

어떻게 비구라 이름하리.

 

공덕과 허물을 모두 떠나

바른 행(行)을 닦고

그 마음에 두려움 없으면

그를 곧 비구라 부르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

갔다.

 

 

 

98. 경전경(耕田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에 계시면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이카나알라[一那羅]촌에 이르러 이카나알라 숲 속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이카나알라촌에 들어가 걸식하시다가 '오늘은 너무 이르다. 우선 카사바아라드봐쟈[婆羅豆遮婆] 바라문의 음식 만드는 곳을 거쳐 가 보자'고 생각하시었다. 그 때에 카시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오백 명의 보습으로 밭을 갈고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때에 카시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지금 밭을 갈고 종자를 뿌려 그것으로 먹고 살아가나이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도 또한 밭을 갈고 종자를 뿌려 그것으로 자시고 살아가셔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도 또한 밭을 갈고 종자를 뿌려 그것을 먹고 살아가느니라."

"나는 사문 고오타마님의 보습도 멍에도 목사리도 고삐도 호미도 채찍도 전연 본 일이 없나이다. 그런데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나도 또한 밭을 갈고 종자를 뿌려 그것으로 먹고 살아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때에 카아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스스로 밭을 간다 말하지마는

그 밭을 가는 것 보지 못했네.

나를 위해 밭가는 것 설명하여

밭가는 법을 알게 하여라.

 

그 때에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시었다.

 

믿는 마음을 종자로 삼고

괴로이 행하는 것 비[雨]로 삼으며

지혜를 보습의 자루로 삼고

부끄러워하는 마음 멍에로 삼아

바른 생각으로 스스로 보호하면

그는 좋은 어자(御者)라 이름하나니

 

몸과 입의 업(業)을 잘 단속하고

음식 종류를 알아 알맞게 먹고

진실로 진정한 수레로 삼고

즐거이 머무르되 게으르지 않으며

꾸준히 나아가 거칠음 없게 하며

안온하면서 빨리 나아가

한 곳으로 바로 달려 돌지 않아서

근심이 없는 곳에 이르게 되네.

 

이러한 농부는 감로(甘露) 열매

빨리 얻게 되고

이러한 농부는 모든 존재[有]를 믿지 않네.

 

때에 카아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게송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밭을 잘 가십니다! 고오타마시여, 참으로 잘 밭을 가꾸십니다! 고오타마시여."

이에 카시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세존의 게송을 듣고 마음에 더욱 믿음을 더해 맛난 음식을 한 바리 가득 담아 세존께 바치었으나 세존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시었다. 그것은 게송을 인연하여 얻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설법으로 말미암아 얻었기 때문에

나는 그 음식 받아먹지 않노라.

 

(이리하여 널리 말씀하신 것은 앞의(九三) 불을 섬기는 바라문을 위하여 말씀하신 것과 같다.) 때에 카시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면 이제 이 음식을 어디다 두어야 하리이까."

"나는 아직 모든 하늘이나 악마, 범(梵), 사문, 바라문, 하늘신[天神], 세상 사람으로서 이 음식을 먹고 몸이 편하게 된 것을 보지 못하였다. 바라문이여, 너는 이 음식을 가져다 벌레가 없는 물 속이나 산 풀이 적은 곳에 버려라."

때에 바라문은 곧 그 음식을 가져다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넣었다. 그러자 물은 곧 연기를 일으키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피피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뜨거운 쇠탄자를 찬물에 던질 때에 나는 소리와 같았다. 그와 같이 그 음식을 벌레가 없는 물 속에 던질 때에 물은 연기를 일으키고 끓어오르면서 피피하고 소리를 내었다. 때에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시다. 그는 큰 덕이 있고 큰 힘이 있어 음식으로 하여금 신변(神變)을 부리게 하는 것이 이와 같구나'고. 때에 바라문은 그 음식의 상서로운 조화를 보고 믿는 마음이 더욱 더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도 이제 이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너는 이제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서 고요히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道)를 배워..... 내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한 까닭'을 생각하였다.

 

 

 

99. 정천경(淨天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王舍城]에 계시었다. 때에 존자 정천(淨天)은 비제하국( 提訶國)에 있으면서 세간에 노닐다가 미치라성(彌 羅城)의 암라(菴羅)동산으로 왔다. 때에 존자 정천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미치라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자기 본 집에 이르렀다. 때에 정천의 어머니는 나이 많아 중당(中堂)에 있으면서 음식을 가지고 불에 제사 지내어 범천(梵天)에 나기를 구(救)하다가 존자 정천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 때에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은 존자 정천에게 대하여 지극히 공경하고 믿어워하고 있었다. 때에 비사문천왕은 모든 약사[夜叉]를 데리고 허공을 타고 가다가 존자 정천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또 그 어머니가 음식을 들고 중당 위에서 불에 제사지내면서 그 아들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공중에서 내려와 정천의 어머니 앞에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여자 바라문이여

범천은 여기서 지극히 멀다.

그런데 거기 가서 나기 위하여

여기서 불에 제사지내는구려.

 

그러나 이것은 범천의 길 아니거니

어찌 속절없이 이것에 제사하리.

 

너 여자 바라문이여

정천이 지금 문 밖에 서 있나니

더러운 번뇌 길이 여의어

그는 곧 하늘 중의 하늘이니라.

 

일체를 버려 가진 것 없고

혼자 우뚝해 짝하지 않으며

밥 빌기 위해 집에 들어왔나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하니라.

 

정천은 그 몸을 잘 닦나니

인간과 천상의 좋은 복밭으로써

일체의 악을 멀리 여의어

더러운 욕심에 물들지 않도다.

 

그 몸은 인간에 머물러 있지만

그 덕은 범천에 못하지 않네.

일체의 법에 집착하지 않아서

원만히 이루어진 저 용(龍)과 같네.

 

바른 생각에 머물러 있는 비구

그 마음은 잘 해탈했나니

마땅히 부처처럼 받들어야 하리

그는 곧 최상의 복밭이니라.

 

마땅히 깨끗한 믿는 마음으로써

때를 놓치랴 빨리 베풀어 주라.

그래서 미리 피난처 마련하여

미래의 안락을 꾀해야 하네.

 

이제 너는 이 무니[牟尼]를 보라.

괴로움의 바다를 이미 건넜네.

그러므로 마땅히 믿는 마음으로서

때를 놓치랴 빨리 베풀어 주라.

그래서 미리 피난처 마련하여

미래의 안락을 꾀해야 하네.

 

이렇게 이 비사문천왕은

그의 마음 깨우쳐 베풀게 하다.

 

때에 존자 정천은 곧 그 어머니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치고 기뻐하게 한 뒤에 발길을 돌려 떠나갔다.

 

 

 

100. 불타경(佛陀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어떤 바라문은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 와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이른바 부처란 어떤 것을 부처라 하나이까. 그 부모가 그 이름을 지어 준 것입니까. 바라문이 그 이름을 지어 준 것입니까."

그 때에 바라문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란 이 세간에서

뛰어난 훌륭한 이름이거니

그것은 그 부모가 지어

이름하여 부처라 한 것입니까.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시었다.

 

부처는 과거의 세상 보시고

그와 같아 미래의 세상 보시며

또한 이 현재 세상의

일체 행(行)의 일고 꺼짐 다 보시며

 

밝은 지혜로 일체를 환희 알아

닦아야 할 것은 이미 다 닦고

끊어야 할 것은 이미 끊었네.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라 하네.

 

수많은 겁(劫) 동안 찾고 가려 보아도

순수한 고통으로 즐거움 없고

한 번 난 것 반드시 멸하고 말았네.

그러므로 때와 티끌 멀리 여의고

모든 번뇌와 가시(刺] 근본 뽑아

일체를 바로 깨쳐 부처라 이름하네.

 

부처님께서 게송을 마치시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101. 인간경(人間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살라에 계시면서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우카타[有從迦帝]촌과 시티비아촌 중간에 있는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정(定)에 들어 계시었다. 때에 어떤 도나[豆磨] 종족의 바라문은 그 길을 따라 오다가 부처님 뒤에 와서 부처님 발자국에 일천 개 바퀴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 잇는데, 그 바퀴 살은 가지런하고 바퀴 통은 동그람하여 모두 아름답고 원만한 것을 보았다. 그는 '나는 아직 인간의 발자국으로서 이런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제 이 발자국을 따라 그 사람을 찾아보리라'고 생각하고, 곧 발자국을 따라 부처님 계신 곳에 왔다. 그는 세존께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낮 선정에 들어 계시는데, 엄숙한 얼굴은 세상에서 뛰어나고, 모든 기관(器官)은 맑고 고요하며, 마음은 극히 조용하여 가장 잘 다루어졌으며, 바른 관(觀)은 완전히 이루어져서 빛나는 풍채가 의젓하기는 마치 금산(金山)과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당신은 하늘 사람이십니까."

"나는 하늘 사람이 아니다."

"그러하오면 혹은 용[龍]이나 약사[夜叉], 간다르바[巾 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다[迦樓羅], 킨나라[緊那羅], 마호라가[摩 羅伽], 인비인(人非人)이십니까."

"나는 용이나 인비인도 아니다."

"만일 하늘 사람도 아니요 용도 아니며 나아가 인비인도 아니라면 그러면 어떤 분이십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시었다.

 

하늘 사람, 용, 간다르바

긴나라, 약사

착함이 없는 아수라

모든 마호라가

인비인들은

다 번뇌로 말미암아 생겼느니라.

 

그러한 번뇌의 샘[漏]을

나는 이미 아주 버리고

이미 부수고 이미 없애기

마치 분타리(分陀利)꽃과 같나니

 

그것은 비록 물 속에 났으나

일찍이 물에 집착한 일없나니

내 비록 세상에 났으나

이미 세상에 집착하지 않느니라.

 

수많은 겁(劫) 동안 가려 보았으나

순수한 고통으로 즐거움 없고

일체 세간의 하염있는 행(行)

그것들은 모두 나고 멸하였느니

 

그래서 번뇌 떠나 움직하지 않고

이미 모든 칼과 가시 뽑아 버리어

나고 죽는 즈음을 벗어 났나니

그러므로 <붓다>라 이름하노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도나 종족의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길을 따라 떠나갔다.

 

 

 

102. 영군특경(領群特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다[迦蘭陀]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로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다가 바아라드봐쟈 바라문 집에 이르렀다. 때에 그 바라문은 나무 주걱에다 많은 음식을 담아 불에 공양하는 제구를 가지고 문 곁에 섰다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기 서시오, 거기 서시오. 영군특이여, 삼가 우리 집 문에 가까이 오지 마시오."

부처님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영군특과 영군특의 법을 아느냐."

"나는 영군특도 알지 못하고 또한 영군특의 법도 알지 못합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영군특과 영군특의 법을 아십니까."

"나는 영군특과 영군특의 법을 잘 아느니라."

때에 바라문은 곧 불을 섬기는 제구를 놓고 얼른 자리를 깔고 부처님께 앉으시기를 청하면서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를 위해 영군특과 영군특의 법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자리에 앉으시어 그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성내는 마음에 원한을 품고

모든 허물을 숨기고 덮으며

계(戒)를 범하고 나쁜 소견 일으켜

거짓을 꾸미고 진실하지 않은 것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들

그는 바로 이 영군특이니라.

 

사납고 탐욕 있어 아낌이 많고

나쁜 욕심으로 속이고 아첨하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없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혹은 일생(一生)이나 혹은 이생(二生) 동안을

세상의 중생을 모두 해쳐 죽이며

애처로이 여기는 마음 없나니

이것을 영군특이라 이르느니라.

 

만일 부락이나 성이나 읍 사람을

혹은 죽이거나 결박하고 때리며

이유 없이 핍박하고 또 꾸짖는 것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어디서 머물거나 길을 갈 때에

대중의 앞잡이나 우두머리 되어

그들을 괴롭히고 등급 내리며

괴롭히고 또 협박함으로서

이익을 앗아 자기 몸을 기르는 것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부락이나 또 빈곳에서

주인이 없거나 주인 있는 물건을

억지로 뺏어 자기 소유 만드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스스로 그 아내 박대해 버리고

또 창녀의 집에는 가지 않고서

남의 여자를 억지로 욕뵈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안팎의 모든 친척들이나

친히 사귀는 착한 벗들의

사랑하는 것들을 침략하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거짓말로써 남을 속이고

증서도 없는 재물 속여 빼앗아

남이 요구하여도 물려주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하여

책임이나 재물을 모두 넘길 때

혹은 또 남의 말을 그대로 좇아

거짓으로 남을 위해 증명하나니

그와 같이 거짓말하는 사람들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을 짓고도

만일 그것을 아는 사람 없으면

그 죄를 숨기고 감춰 두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만일 사람이 어떤 이치 물으면

이치 아닌 것으로 그에게 대답하여

거꾸로써 그 사람 속이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진실로 그런 일 전연 없는데

미련한 사람으로 만드는 이익 위해

지혜로운 사람을 업신여겨 헐뜯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교만하여 스스로 잘났다 칭찬하고

다른 사람을 헐어서 말하는 것

이것은 지극히 야비한 교만이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스스로 여러 가지 죄를 짓고서

그 허물 남에게 덮어씌우고

거짓말로 깨끗하다 자랑하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전에는 그 사람의 은혜 받다가

만일 그 사람이 나를 찾으면

그 은혜 갚을 생각 다시없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사문이나 또 혹은 바라문들이

찾아 와서 법다이 물건을 빌면

화내어 꾸짖으며 주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만일 부모가 늙음으로써

젊은 기운이 완전히 없어져도

힘써 받들어 섬기고자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부모와 또 모든 어른과

형제와 또 친한 권속들에게

사실로 아라한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아라한 덕 자랑하나니

이는 세상의 큰 도적이라

마땅히 알라 그는 영군특이다.

 

당초에 훌륭한 종성(種姓)으로 태어나

바라문의 경전을 배워 익히다가도

그만 그 중간에 이르러서는

모든 나쁜 업을 익혀 행하면

 

훌륭한 종성으로 태어났다 해서

꾸짖음과 나쁜 세계 면하지 못하나니

살아서는 이 세상의 꾸짖음 받고

죽어서는 나쁜 곳에 떨어지리라.

 

비록 차다알라[ 陀羅] 집에 태어났어도

세상에서는 수타이(須陀夷)라 일컫고

그 이름은 천하에 두루하여

전타라에게는 있을 수 없는

바라문이나 크샤트리야[刹帝利]들의

큰 성받이에게 공양을 받고

깨끗한 하늘로 오르는 길을 타고

평등하고 또 정직하게 살아가면

 

그는 그 종성이 장애가 되어

범천에 나는 것을 방해하지 않나니

살아서는 좋은 명예가 있고

죽어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너는 마땅히 알라 두 가지 종성

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하노니.

 

태어난 종성으로 영군특이 아니요

태어난 종성으로 바라문이 아니다.

그 행위 때문에 영군특 되며

그 행위 때문에 바라문 되느니라.

 

바라문은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큰 정진(精進)이시여.

그렇습니다 큰 무니[牟尼]시여.

태어난 종성으로 영군특이 아니요

태어난 종성으로 바라문이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영군특 되고

그 행위 때문에 바라문 되나이다.

 

때에 불을 섬기는 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더욱 믿는 마음을 얻어 한 바리 가득한 좋은 음식을 세존께 바쳤으나 세존께서는 받지 않으시었다. 그것은 게송으로써 얻었기 때문이니 그 게송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불을 섬기는 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음식의 상서로운 조화를 보자 믿는 마음이 더욱 더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이제 이 바른 법률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너는 이제 이 바른 법률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으니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며..... 내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때에 바아라드봐쟈 바라문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자 스스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달아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도(道)가 아닌 것으로써 청정을 구해

불을 공양하고 또 제사지내었네.

청정의 길을 알지 못한 것

그것은 마치 눈 뜬 장님 같았네.

 

이제는 이미 안락을 얻어

집을 나와 구족계 받고

세 가지 밝음까지 얻게 됐으니

부처님의 가르치심 이미 이루었도다.

 

전에는 바라문 되기 어려웠더니

이제는 이미 바라문 되었네.

티끌과 때를 다 씻어 버리고

모든 하늘의 저 언덕에 건너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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