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잡아함경 제5권

다르마 러브 2012. 6. 17. 20:08

잡아함경(雜阿含經) 제 5권

 

 

 

103. 차마경(差摩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많은 상좌(上座) 비구들은 코오삼비이[拘舍彌]국 코시타아 동산에 있었다. 그 때에 케마[差摩]비구는 코오삼비이국의 바다리카아[跋陀梨]동산에 있으면서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다아사카[陀娑]라는 비구가 병을 보살피고 있었다.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나아가 그 비구들 발에 절하고 한 쪽에 서 있었다.

"너는 케마 비구에게 가서 '여러 상좌 비구들은 묻노니, 그대 몸은 좀 나아 안온하여 고통은 더 심하지 않는가.'고 말하라."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시킴을 받고 케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러 상좌 비구들이 '그대 병은 좀 나은가. 고통은 더하지 않은가.'고 안부합디다."

케마 비구는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내 병은 낫지 않아 몸이 안온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고통은 갈수록 더해 구(救)할 길이 없다. 만일 힘 센 역사가 잔약한 사람을 붙잡아 노끈으로 머리를 동여매어 두 손으로 세게 조이면 그 고통이 심하지마는 내가 지금 겪은 고통은 그보다 더하다. 또 만일 백정이 날랜 칼로 소 배를 가르고 내장을 집어내면 그 소의 고통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내 배아픔은 그 소보다 더한 것 같구나. 또 마치 두 역사가 잔약한 한 사람을 붙들어다 불 위에 달아 놓고 두 발을 태우는 것과 같이 지금 내 두 발의 열(熱)은 그보다 더한 것 같구나."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케마 비구가 말한 병 증세를 여러 상좌들에게 자세히 알리었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아사카 비구를 케마 비구에게 보내어 '세존께서는 다섯 가지 <쌓임>이 있다고 말씀하시었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물질이 받는 <쌓임>과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의 <쌓임>이다. 너 케마는 조금이라도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여 보았는가.'고 말하게 하였다.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시킴을 받고 케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러 상좌 비구들에게 너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다섯 가지 쌓임을 말씀하시었다. 너는 조금이라도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여 보았는가.'라고."

케마 비구는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들에게 돌아가서 아뢰었다.

"케마 비구는 '나는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아사카 비구를 보내어 케마 비구에게 말하게 하였다. '너는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기를 번뇌가 다한 아라한과 같이 하는가'고.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시킴을 받고 케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비구여, 그 다섯 가지 쌓임을 관찰하기를 번뇌가 다한 아라한과 같이 하는가."

케마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다섯 가지 쌓임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다."

때에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들에게 돌아가서 아뢰었다.

"케마 비구는 '나는 다섯 가지 쌓임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하였습니다."

때에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다시 케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기를 '너는 다섯 가지 쌓임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하라."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 비구들의 시킴을 받고 케마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네가 '나는 다섯 가지 쌓임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다'고 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케마 비구는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내가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나는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에 대해서 아직 그것을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다아사카 비구는 여러 상좌들에게 돌아가서 아뢰었다.

"케마 비구는 '나는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하지마는 아라한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상좌 비구들은 다시 다아사카 비구를 보내어 케마 비구에게 말하게 하였다.

"너는 <나>가 있다고 말하였다. 어느 곳에 <나>가 있는가. 물질을 <나>라고 하는가. <나>는 물질과 다르다고 하는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나>라고 하는가. <나>는 그것들과 다르다고 하는가."

케마 비구는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물질은 <나>다. <나>는 물질과 다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나>다. <나>는 그것들과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한다."

케마 비구는 다시 다아사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귀찮게 너를 오가게 할 것 있느냐. 너는 지팡이를 가져다 다오. 지팡이를 짚고 내가 직접 그 상좌들에게 가 보리라. 그 지팡이를 가져다 다오."

때에 케마 비구는 스스로 지팡이를 짚고 여러 상좌들에게로 갔다. 때에 여러 상좌들은 멀리서 케마 비구가 지팡이를 짚고 오는 것을 보고, 위에 자리를 펴고 발을 얹는 궤를 바로 놓고 스스로 나가 그를 맞이하면서 가사와 바리를 받고 자리를 권해 앉게 하고 서로 위로한 뒤에 케마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라는 교만을 말한다니 어디서 <나>를 보는가. 물질이 <나>인가. <나>는 물질과 다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나>인가. <나>는 그것들과 다른가."

케마 비구는 아뢰었다.

"물질은 <나>가 아니요 <나>는 물질과 다르지도 않으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나>도 아니요 <나>는 그것들과 다르지도 않다. 다만 나는 다섯 가지 쌓임에서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아직 끊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합니다. 그 <나>라는 것은 마치 우팔라[優鉢羅], 파두마[鉢雲摩], 쿠무다[拘牟頭], 푼다리이카[芬陀利]꽃들의 향기와 같습니다. 즉 뿌리가 곧 향기입니까, 향기는 뿌리와 다른 것입니까. 줄기, 잎, 꽃술의 정추(精 )가 향기입니까, 향기는 그 정추와 다른 것입니까. 혹은 같은 것입니까."

여러 상좌들은 대답하였다.

"아니다. 케마 비구여, 우팔라, 파두마, 쿠무다, 푼다리이카꽃들의 뿌리가 곧 향기가 아니요 그렇다고 향기는 뿌리와 다른 것도 아니며, 또한 줄기, 잎, 꽃술의 정추가 곧 향기도 아니요 그렇다고 향기는 그 정추와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면 그것은 어떤 향기입니까."

"그것은 꽃향기이니라."

케마 비구는 말하였다.

"<나>도 도한 그와 같습니다. 물질이 곧 <나>가 아니요, 그렇다고 <나>는 물질을 떠난 것도 아니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곧 <나>가 아니요 그렇다고 <나>는 그것들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다섯 가지 쌓임에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보지마는 아직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끊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합니다.

여러 상좌님들은 내 말을 들으십시오. 무릇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 말미암아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유모(乳母)의 옷을 빨래 집에 주면 여러 가지 재물로 때를 빼지마는 아직도 남은 냄새가 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향기로써 쏘여 그 냄새를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다섯 가지 쌓임을 떠나 그것은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바르게 관찰하지마는 그 다섯 가지 쌓임에서 아직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끊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떠나지도 못하고 뱉어 버리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생각을 더욱 더해서 그것들의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해 보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물질이요 이것은 물질의 모임이며 이것은 물질의 멸함이다. 이것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요, 이것은 그것들의 모임이며 이것은 그것들의 멸함이다'라고. 그래서 그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이렇게 그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한 뒤에는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가 모두 없어집니다. 이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합니다."

케마 비구가 이 법을 설명하였을 때, 저 모든 상좌 비구들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마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한 법의 기쁨과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몸의 병이 모두 없어졌다. 때에 여러 상좌 비구들은 케마 비구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그대의 첫 설법을 들었을 때에 이미 이해하고 이미 즐겨 하였거늘 하물며 다시 묻겠는가. 우리가 다시 물은 것은 그대의 미묘한 변재를 들어보기 위함이요 그대를 희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대는 과연 능히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의 법을 널리 설명하였다."

때에 상좌 비구들은 케마 비구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4. 염마경(焰摩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야마카[焰摩迦]라는 어떤 비구는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법을 이해하는 것 같다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였는가."

"실로 그렇다. 여러분."

때에 여러 비구들은 야마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세존님을 비방하지 말라. 세존님을 비방하는 자는 좋지 못하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다. 너는 마땅히 그 잘못된 소견을 다 버려야 한다."

여러 비구들이 이렇게 말할 때에 야마카 비구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고집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요 다른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다."

이렇게 세 번 말하였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야마카 비구를 항복 받지 못할 줄을 알고 그를 버리고 곧 떠났다. 그들은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존자는 마땅히 알으시오. 저 야마카 비구는 이러한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는 것 같다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그 말을 듣고 일부러 그에게 가서 '너는 참으로 그런 소견을 말하였는가.'고 물었더니 그는 우리에게 '여러분, 참으로 그렇다. 다른 말은 다 어리석은 말이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곧 그에게 '너는 세존님을 비방하지 말라. 세존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너는 마땅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려야 한다'고 재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존자에게 온 것입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 야마카를 가엾이 여겨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시오."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나는 꼭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리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샤아리풋트라의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한 뒤에는 도로 절로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정돈하여 야마카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때에 야마카 비구는 멀리서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펴고 발을 씻고 발을 얹는 궤를 바로 놓고 나가 맞이하면서 가사와 바리를 받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자리에 나가 발을 씻은 뒤에 야마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였는가."

야마카 비구는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아뢰었다.

"실로 그러하나이다. 존자 샤아리픗트라님이여."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야마카여, 물질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그것은 항상 되지 않나이다."

"만일 항상 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로서 과연 거기서 <나>와 <다른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샤아리풋트라는 다시 물었다.

"어떤가. 야마카여, <물질>이 여래(如來)인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픗트라님이여,"

"어떤가. 야마카여, 물질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느낌, 생각을 지어감, 의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다시 물었다.

"물질 안에 여래가 있는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 안에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다시 물었다.

"여래 안에 물질이 있는가. 여래 안에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다시 물었다.

"물질,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그와 같이 야마카여, 여래께서 보신 법은 진실하다.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는 데에 머무르는 것처럼, 무엇이 있어 주장하는 것도 없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가. 그것을 알맞은 말이라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다시 물었다.

"야마카여, 아까는 '세존께선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고 지금은 어째서 아니라고 말하는가."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나는 아까는 알지 못하고 어두웠기 때문에 그렇게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의 말씀을 듣자 알지 못하는 무명(無明)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다시 물었다.

"야마카여, 만일 다시 '비구여, 먼저는 그러한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는데 지금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았기에 그것을 다 멀리 떠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만일 누가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물질은 덧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은 괴로운 것인 줄을 안다. 그러므로 괴로운 것을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시원하여 아주 없어지는 것으로 만든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고요. 만일 누가 와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착하고 착하다! 야마카 비구여, 너는 마땅히 그렇게 대답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물질은 덧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은 괴로운 것이며, 만일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나고 멸하는 법인 줄을 알기 때문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법을 말하였을 때 야마카 비구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존자 샤아리픗트라는 야마카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유로 말하리라. 대개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하게 된다. 마치 어떤 장자(長者)의 아들과 같다. 그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널리 종을 구(救)해 재물을 잘 보호하게 하였다. 때에 그의 원수인 어떤 악한 사람이 거짓으로 와서 친하게 붙어 그의 종이 되어 언제나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그 곁에서 모시면서 일에는 조심하고 말은 공손하여 그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래서 그는 친한 벗이라 생각하고 자식이라 생각하면서 지극히 믿고 의심하지 않아 자기 몸 지키기를 예사로 하였다. 그래서 그 뒤에 그 종은 칼을 가지고 그의 목숨을 끊었다. 야마카 비구여,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악한 원수는 처음부터 방편으로서 그의 친구가 되어 해칠 마음으로 지금까지 그 기회를 노린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그 장자는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이제 와서 해침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실로 그렇습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야마카 비구여,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장자가 처음부터 그 사람이 거짓으로 친해 해치려고 하는 줄을 알고 스스로 잘 지켰더라면 해침을 받지 않았겠는가."

"그렇습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님이여,"

"그와 같이 야마카 비구여,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항상 되고 안온하며 앓지 않고 <나>요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써, 이 다섯 가지 쌓임을 보호하고 아끼다가 마침내 그 원수들의 해침을 받는 것은, 마치 저 장자가 거짓으로 친하는 원수의 해침을 받을 때까지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과 같다. 그러나 야마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다섯 가지 <쌓임>에 대해서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죽음과 같으며, 덧없고 괴로우며, <공(空)>이요 <나>가 아니며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그래서 거기에 집착하지도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이 법을 말하자 야마카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야마카 비구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기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105. 선니경(仙尼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迦蘭陀]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집을 나온 많은 외도(外道) 선니(仙尼)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 와 공손히 인사 드리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느 날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 혹은 챠라카[遮羅迦] 혹은 출가(出家)한 이들은 희유 강당(希有講堂)에 모여 이러한 이치를 이야기하였나이다.즉 '푸라아나 카아샤파[富蘭那迦葉]는 대중의 주인이 되어 오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있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에는 지극히 슬기로운 사람도 있었고 지극히 미련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들이 어디로 가서 태어나리라고 그 스승은 예언하지 않았다. 다시 막칼리 고오샤알라[末迦梨瞿迦葉]는 대중의 주인이 되어 오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있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에는 지극히 슬기로운 사람도 있었고 지극히 미련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들이 어디로 가서 태어나리라고 그 스승은 예언하지 않았다. 다시 막칼리 고오샤알라도 대중의 주인이 되어 오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있었다. 그 제자들 가운데에는 지극히 슬기로운 사람도 있었고 지극히 미련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러나 그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들이 어디로 가서 태어나리라고 그 스승은 예언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산쟈야 벨라키푸트라, 아지타 카아사캄발라, 카쿠다 카챠아야나[迦羅拘陀迦 延尼], 니르그라타 나아타푸트라[尼 苦提子] 등도 각각 오백 제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것은 앞의 사람들과 같았다'고. 그런데 사문 고오타마시여, 그 대에 그 사람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나이다. 즉 '사문 고오타마는 대중의 주인이 되어 그 여러 제자들로서 목숨을 마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아무개는 저기서 나고 아무개는 여기서 난다고 예언하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먼저 의심이 생겼다'고 말하였나이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어떻게 그러한 법을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는 미혹(迷惑)이 있기 때문에 의심이 생긴 것이다. 선니여, 마땅히 알라. 세 가지 스승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어떤 스승은 현재 세상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하여 제가 아는 대로 말하지마는 목숨을 마친 뒤의 일은 능히 알지 못한다. 이것을 첫째 스승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 한다. 다시 선니여, 어떤 스승은 현재 세상에서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보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또한 이것이 <나>라고 보아 제가 아는 데로 말한다. 다시 선니여, 어떤 스승은 현재 세상에서도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보지 않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보지 않는다. 그 첫째 스승으로서 현재 세상에서만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하여 제가 아는 대로 말하는 것은 단견(斷見)이라 한다. 그 둘째 스승으로서 현세에서나 후세에서나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하여 제가 아는 대로 말하는 것은 상견(常見)이라 한다. 그 셋째 스승으로서 현재 세상에서도 진실로 이것이 <나>라고 보지 않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또한 <나>를 보지 않는 것은 곧 여래(如來), 응정등각(應正等覺)의 말이다. 그래서 현재에서 애욕이 끊어지고 욕심을 떠나 모든 번뇌가 없어져 <열반>을 얻느니라."

선니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세존의 말씀을 들으매 드디어 더욱 의심만 더할 뿐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시었다.

"마땅히 의심을 더해야 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은 매우 깊은 이치로서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워 모름지기 깊이 관찰하여 미묘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슬기로운 사람만이 알 수 있고 범부 중생들은 능히 분별해 알 수 없는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중생들은 긴 밤 동안에 잘못 보소 잘못 참았으며 잘못 찾고 잘못 원하였기 때문이니라."

선니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세존 앞에서 마음에 깨끗한 믿음을 얻었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나를 위해 설법하시어 나로 하여금 이 자리에서 슬기 눈이 청정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시었다.

"이제 너를 위해 좋아하는 대로 말하리라. 선니여, 물질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만일 항상 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과연 거기서 <나>와 <다른 나>와 그 둘의 합한 것을 보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어떠냐. 선니여, 물질이 여래(如來)인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물으셨다.

"선니여, 물질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다시 물으셨다.

"선니여, 물질 속에 여래가 있는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 속에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니여, 여래 속에 물질이 있는가. 여래 속에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니여, 물질을 떠나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선니에게 말씀하시었다.

"모든 내 제자들로서 내 말을 듣고도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하여 <나>가 있다는 만(慢)을 일으킨다. 그래서 완전히 평등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을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에 곧 만을 끊지 못하고, 만을 끊지 못하기 때문에 이 <쌓임>을 버린 뒤에도 다른 <쌓임>과 합하여 계속해 나느니라. 그러므로 선니여, 나는 곧 예언하나니 즉 '이 제자들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이러저러한 곳에 난다'고. 왜 그러냐 하면 그에게는 남은 만이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선니여, 모든 내 제자들로서 내 말을 듣고 그 뜻을 능히 이해하는 사람은 모든 만에서 완전히 평등함을 얻는다. 완전히 평등함을 얻기 때문에 모든 만을 끊고, 모든 만을 끊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시는 계속해 나지 않는다. 선니여, 이러한 제자는 이 <쌓임>을 버린 뒤에 이러저러한 곳에 다시 난다고 나는 말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예언 할 만한 인연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내가 그들에 대해서 예언하여야 한다면 나는 '그는 모든 애욕을 끊고 생명의 맺음을 길이 떠나 바른 뜻으로 해탈하여 고통을 완전히 벗어나리라'고 예언할 것이다.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만(慢), 과만(過慢), 집만(集慢), 생만(生慢)이 일어나는 것과 만일 그 만에서 지극히 평등하게 모든 고통을 관찰하면 곧 나[生]지 않는다'고 말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선니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선니는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모든 의혹을 끊었다. 그래서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남의 구제를 받지 않고 바른 법안에서 마음에 두려움이 없게 되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범행(梵行)을 닦을 수 있나이까."

부처님은 선니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바른 법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具足戒)를 얻을 수 있고 비구의 신분이 될 수 있느니라."

그 때에 선니는 집을 나와 혼자 어떤 고요한 곳에 가서 방일(放逸)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즉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道)를 배우고, 범행을 닦는 까닭은, 법을 보아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아 아라한이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하였다.

선니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6. 아누라도경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아누라아다라는 비구는 그리드라쿠우타산에 있었다. 때에 집을 나온 많은 외도들은 아누라아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 쪽에 서서 아누다라에게 사뢰었다.

"물어 보고 싶은 일이 있사온데 혹 한가하시면 해석해 주시겠습니까."

아누라아다는 여러 외도들에게 말하였다.

"마음대로 물으라. 아는 것은 대답하리라."

"어떻습니까. 존자여, 여래는 죽은 뒤에도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면 그것은 무기(無記)니라."

"여래는 죽은 뒤에는 없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니라."

"여래는 죽은 뒤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면 그것도 또한 무기니라."

외도들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존자여, '여래는 죽은 뒤에도 있습니까.'고 물으면 무기라고 말하고, '죽은 뒤에는 없습니까.'고 물어도 무기라고 말하며, '죽은 뒤에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습니까.'고 물어도 무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떻습니까. 그러면 사문 고오타마는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합니까."

아누라아다는 대답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요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라."

때에 모든 외도들은 아누라아다의 말을 불쾌히 생각하고 그를 꾸짖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때에 아누라아나는 모든 외도들이 떠난 줄을 알고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서서 모든 외도들이 물은 일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하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그렇게 묻고 저는 그렇게 대답하였나이다. 그것은 모든 법의 말씀과 맞는 것입니까. 세존을 비방한 것이 되지나 않나이까. 법을 따른 것입니까. 법을 어긴 것입니까. 누가 와서 힐난함으로써 그의 꾸짖음을 받지나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아누라아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묻는 대로 대답하라. 아누라아다여, 물질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염마경<104>에서 널리 말한 것과 같다.)

"..... 내지 의식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누라아다에게 말씀하시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모든 법의 말을 따랐고 여래를 비방하지 않았으며, 차례를 뛰어넘은 것이 아니다. 여래가 말한 것처럼 법을 따라서 말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와서 힐난하거나 꾸짖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물질을 참다이 알고 물질의 모임과 물질의 멸함과 물질을 멸하는 길을 참다이 알기 때문이다. 아누라아다여, 만일 여래의 한 일을 버리고 아는 것도 없고 본 것도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당치도 않은 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아누라아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07. 장자경(長者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박가[婆祗]국 숨수마아라기라[設首婆羅山]의 사슴 동산 깊은 숲 속에 계시었다. 그 때에 나쿨라[那拘羅] 장자는 나이 백 이십 세였다. 나이가 많아 기관은 허물고 파리하고 쇠약하여 병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존과 전부터 존경하고 친히 아는 비구들을 뵈옵고자 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 와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나이 많고 쇠약하며 병에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애를 써서 세존님과 또 전부터 존경하고 친히 아는 비구님들을 뵈오려 왔나이다. 원하옵나니 나를 위해 설법하시어 긴 밤 속에서 안락하게 하여 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나쿨라 장자에게 말씀하시었다.

"착하다! 장자여, 너는 실로 나이 많아 기관이 허물어지고 쇠약하여 병에 괴로워하면서도 능히 스스로 애를 써서 여래와 또 다른 존경하고 친히 아는 비구들을 찾아 왔구나. 장자여, 마땅히 알라. 괴롭고 병든 몸이지마는 항상 괴롭고 병들지 않는 마음을 닦아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나쿨라 장자를 위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시었다. 나쿨라 장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舍利弗]는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나쿨라 장자는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장자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온 몸이 평화롭고 얼굴빛이 선명하구나. 세존에게서 어떤 깊은 법을 들을 수 있었는가."

나쿨라 장자는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는 나를 위해 설법하시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시고 <단 이슬>법으로써 내 몸과 마음에 쏟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온 몸이 평화롭고 얼굴빛이 선명하게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떤 법을 말씀하시어 가르쳐 기쁘게 하시고 <단 이슬>로 윤택하게 하시었던가."

"나는 아까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나아가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나는 나이 많고 쇠약하며 병에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애를 써서 세존님과 또 존경하고 친히 아는 비구님들을 뵈오려 왔나이다'고. 부처님께서는 내게 '착하다! 장자여, 너는 실로 나이 많고 쇠약하여 병에 괴로워하면서도 능히 스스로 힘써 나와 또 전부터 존경하는 비구들을 보러 왔구나. 너는 지금 괴롭고 병든 몸이지마는 항상 괴롭고 병들지 않는 마음을 닦아야 하느니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나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시고 <단 이슬>로써 윤택하게 하시었습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아까 세존께 거듭 여쭙지 않았는가. 즉 '어떤 것이 괴롭고 병든 몸이며 괴롭고 병든 마음입니까. 어떤 것이 괴롭고 병든 몸이며 괴롭고 병들지 않은 마음입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 때문에 존자에게 나왔습니다. 원하옵건대 나를 위해 그 법의 요긴한 점을 간략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장자여, 너는 이제 자세히 들으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물질의 모임과 물질의 멸함과 물질의 근심과 물질의 맛과 물질을 떠나기를 참다이 알지 못한다. 참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물질을 사랑하고 즐겨 하여 '물질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그것을 거두어 취하다가 만일 그 물질이 무너지거나 달라지면 마음도 그 따라 움직여 고통과 번민이 생긴다. 고통과 번민이 생긴 뒤에는 두려워하고 마음이 막하며 돌아보고 근심하며 잊지 못한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몸과 마음의 괴롭고 병든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몸은 괴롭고 병들었으면서 마음은 괴롭고 병들지 않은 것이라 하는가.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물질의 모임과 물질의 멸함과 물질의 맛과 물질의 근심과 물질을 떠나기를 참다이 안다. 참다이 안 뒤에는 그것을 사랑하거나 즐겨 하지 않아서 '물질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물질이 혹 변하거나 달라지더라도 마음이 그것을 따라 움직여 괴로움과 번민이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그 따라 움직여 괴로움과 번민이 생기지 않으면, 두려워하거나 마음이 막히거나 돌아보거나 애착하지 않는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것을 몸은 괴롭고 병들었으나 마음은 괴롭고 병들지 않은 것이라 하느니라."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이 법을 설명하자 나쿨라 장자는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나쿨라 장자는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을 벗어나서, 남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 바른 법안에서, 마음이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공경히 합장하고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미 뛰어나고 이미 건넜습니다. 나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중의 세 보배에 귀의(歸依)하여 우파아사카[優婆塞]가 되겠습니다. 나를 인증(認證)해 주십시오. 나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세 보배에 귀의하겠습니다."

그 때에 나쿨라 장자는 존자 샤아리풋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108. 서경(西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釋氏)의 데봐다하[天現]촌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서방(西方)의 많은 비구들은 서방에 돌아가 안거(安居)하려 하여,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나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가르치고 기쁘게 하시었다. 여러 가지로 가르쳐 기쁘게 하시었다. 때에 서방의 많은 비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서방의 많은 비구들은 서방으로 돌아가 안거하고자 하와 이제 하직을 아뢰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서방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샤아리풋트라에게 하직하였는가."

"아직 하직하지 않았나이다."

"샤아리풋트라는 순수하게 범행을 닦는다. 너희들은 가서 하직을 아뢰라. 그는 능히 너희들로 하여금 이치로서 이익 되게 하여 긴 밤 속에서 안락하게 하리라."

때에 모든 서방 비구들은 하직하고 물러나 떠나려 하였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에게서 멀지 않은 어떤 견교수(堅固樹) 밑에 앉아 있었다. 모든 서방 비구들은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앉아 여쭈었다.

"우리는 서방으로 돌아가 안거하려고 일부러 와서 하직을 아룁니다."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너희들은 세존님께 하직을 아뢰었는가."

"이미 아뢰었습니다."

"너희들이 만일 서방으로 돌아가면 여러 다른 나라의 여러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너희들에게 '너희들은 세존에게서 좋은 설법을 들었으면 반드시 잘 받아 가지고 잘 관찰해 들어갔으리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들은 능히 그들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 되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또 그들이 힐난하고 꾸짖을 때에 그들에게 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비구들은 샤아리풋트라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법을 듣기 위하여 존자님께 나왔습니다. 원컨대 존자님은 우리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잠부드비이파[閻浮提] 사람들은 총명하고 날카롭다. 혹은 크샤트리야[刹帝利], 혹은 바라문, 혹은 장자, 혹은 사문들은 반드시 너희들에게 '너희들의 그 스승은 어떻게 설법하며 무엇을 너희들에게 가르치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 때에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하라. '우리 스승님께서는 오직 욕탐(浴貪)을 항복 받으라고 말씀하시고 이것으로서 가르치신다'고. 그들은 다시 너희들에게 '어떤 법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는가.'고 물을 것이니, 다시 이렇게 대답하라. '스승님께서는 오직 저 물질의 <쌓임>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의 <쌓임>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받으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설법하신다. 그들은 다시 '욕탐에는 어떤 재앙이 있기에 너희 스승은 물질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으라고 말하는가.'고 물을 것이니 너희들은 다시 이렇게 대답하라. '만일 물질에 대해서 욕심을 끊지 않고 탐욕을 끊지 않으며, 사랑을 끊지 않고 생각을 끊지 않으며, 애탐을 끊지 않으면 그 물질이 혹은 변하거나 혹은 달라질 때에는 곧 근심과 슬픔, 괴로움, 번민이 생기리니,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 욕탐에서 이러한 재앙을 보기 때문에 물질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는 것이니라'고 대답하라.

그들은 다시 '욕탐을 끊으면 어떤 행복과 이익이 있다고 보기에 너희 스승은 물질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 욕탐을 항복 받으라고 말하는가'고 물을 것이니, 너희들은 다시 이렇게 대답하라. '만일 물질에 대해서 욕심을 끊고 탐욕을 끊으면, 생각을 끊고 사랑을 끊으며, 애탐을 끊으면 그 물질이 혹은 변하고 혹은 달라지더라도 근심과 슬픔, 괴로움, 번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다.

여러분, 만일 착하지 않은 법의 인연을 받기 때문에 현재에서 즐겁게 살면서 괴로워하지도 않고 걸리지도 않으며, 번민하지도 않고 애타지도 않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좋은 곳에 태어난다면, 세존께서는 마침내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은 끊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을 것이요, 또한 사람이 부처님 법 안에서 가르치시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의 인연의 법을 받기 때문에 현재에서도 괴로이 살면서 일이 걸리고 마음이 타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마땅히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부처님 법 안에서 모든 범행을 닦아서 평등하게 괴로움을 없애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만일 모든 착한 법의 인연을 받아 현재에서 괴롭게 살면서 일이 걸리고 마음이 타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면 세존께서는 마침내 '착한 법을 받아 가지고 부처님 법 안에서 모든 범행을 닦아 평등하게 괴로움을 없애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라'고 말씀하시지 않을 것이다. 만일 착한 법을 받아 가지면 현재에서 즐겁게 살면서 괴로워하지 않고 걸리지도 않으며, 번민하지도 않고 애타지도 않으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좋은 곳에 태어난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그것을 한탄하시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착한 법을 받아 부처님 법 안에서 모든 범행을 닦아 평등하게 괴로움을 없애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하시는 것이니라'고 대답하라."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이 법을 설명하자 여러 서방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이 법을 설명하자 여러 비구들은 다 함께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109. 모단경(毛短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비유하면 어떤 못[池]이 있는데 주위가 오십 요자나[由旬]요, 깊이도 또한 그와 같은데 거기에 물이 가득 찬 것과 같다. 다시 어떤 사부(士夫)가 털이나 풀이나 혹은 손톱으로 그 물을 뜬다고 하면 여러 비구들이여,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사부의 뜬 물이 많으냐, 못 물이 많으냐."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사부가 털이나 풀이나 손톱으로 뜬 물은 적나이다. 적다고 말할 것도 없사오며, 그 못 물이 매우 많기는 백 천만 배나 되어 견줄 수도 없나이다."

"그와 같이 여러 비구들이여, 진리를 본 사람이 끊은 온갖 괴로움도 그 못 물과 같느니라. 그리고 그것은 미래에도 영원히 다시 나지 않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법을 말씀하신 뒤 방으로 들어가 좌선(坐禪)하시었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대중 가운데 앉아 있다가 세존께서 방으로 들어가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오늘 못을 비유하여 하신 말씀은 일찍 들은 일이 없는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거룩한 제자로서 진리를 자세히 보면 완전히 평등한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혹 어떤 범부는 삿된 소견인 신견(身見), 근본신견(根本身見), 집신견(集身見), 생신경(生身經)이 일어나, 이른바 근심하고 기가 죽거나 기뻐하고 아끼어 <나>를 말하고 중생을 말하며 기특한 일과 자랑스러운 일을 말하더라도, 이러한 여러 가지 삿된 소견을 모두 없애 버리고, 그 근본을 끊기를 마치 타알라[多羅想] 나무를 꺾는 것과 같이 하면 미래에 다시 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여, 이른바 진리를 본 거룩한 제자는 위의 여러 가지 사특한 소견을 끊어 미래에 영원히 다시 나지 않게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물질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는 물질 안에 있고 물질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는 그것들 안에 있고 그것들은 <나> 안에 있다'고 본다.

어떻게 물질을 곧 <나>라고 보는가. 일체의 땅을 감각 기관으로 바로 받아 관찰한 뒤에는 '땅은 곧 <나>요, <나>는 곧 땅이다. <나>와 땅은 오직 하나요 둘이 없으며, 다르지도 않고 따로도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일체의 물, 불, 바람과 파랑, 노랑, 빨강, 하얀 것을 감각 기관으로 바로 받아 관찰한 뒤에는 '지어감은 곧 <나>요, <나>는 곧 지어감이다. 그것들은 오직 하나요 둘이 없으며, 다르지도 않고 따로도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일체의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낱낱이 <나>라고 헤아리나니 이것이 '물질은 곧 <나>다'라고 보는 것이니라.

어떻게 '물질은 나와 다르다'고 보는가. 만일 그가 느낌은 곧 <나>라고 보고, 느낌을 곧 <나>라고 본 뒤에는, 물질은 곧 <내 것>이라고 보며, 혹은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라고 보아 물질은 곧 <내 것>이라고 본다.

어떻게 <나> 안에 물질이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느낌 곧 <나>라고 보아 물질은 <나> 안에 있다고 보며, 혹은 생각, 지어감, 의식을 곧 <나>라고 보아 물질은 <나> 안에 있다고 본다. 어떻게 물질 속에 <나>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느낌은 곧 <나>로서 물질 안에 머무르고, 물질에 들어가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며,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로서 물질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본다. 이것이 물질 안에 <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느낌은 곧 <나>다'라고 보는가. 이른바 여섯 가지 받아들이는 몸이니 눈으로 부딪쳐 느낌이 생기고, 귀, 코, 혀, 몸, 뜻으로 부딪쳐 느낌이 생긴다. 이 여섯 가지 받아들이는 몸의 하나하나는 곧 <나>요, <나>는 곧 느낌이라고 보나니 이것이 '느낌은 곧 <나>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느낌은 곧 나와 다르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을 곧 <나>라고 보아 느낌은 곧 <내 것>이라고 보며, 생각, 지어감, 의식을 곧 <나>라고 보아 느낌을 <내 것>이라고 보나니 이것이 '느낌은 나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나> 안에 느낌이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라고 보아 느낌은 그 안에 있다고 보며,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라고 보아 느낌은 그 안에 있다고 보나니 이것이'<나> 안에 느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느낌 속에 <나>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느낌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며,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로서, 느낌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나니 이것이 '느낌 속에 <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은 곧 <나>다'라고 보는가. 이른바 여섯 가지 생각[想]하는 몸이니 눈으로 부딪쳐 생각이 생기고, 귀, 코, 혀, 몸, 뜻으로 부딪쳐 생각이 생긴다. 이 여섯 가지 생각하는 몸의 하나 하나를 곧 <나>라고 보나니 이것이 '생각은 곧 <나>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은 나와 다르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라고 보아 생각은 곧 <내 것>이라 보며, 의식은 곧 <나>라고 보아 생각은 곧 <내 것>이라고 보나니, 이것이 '생각은 나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나> 안에 생각이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생각은 그 안에 머무르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로서 생각은 그 안에 머무른다고 보나니, 어떻게 생각 안에 <나>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생각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나니, 이것이 '생각 속에 <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지어감은 곧 <나>다'라고 보는가. 이른바 여섯 생각[思]하는 몸이니, 눈으로 부딪쳐 지어감이 생기고, 귀, 코, 혀, 몸, 뜻으로 부딪쳐 지어감이 생긴다. 이 여섯 가지 몸의 하나 하나를 곧 <나>라고 보나니 이것이 '지어감은 곧 <나>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지어감은 곧 나와 다르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라고 보아 지어감은 곧 <내 것>이라고 보며, 느낌, 생각, 의식을 곧 <나>라고 보아 지어감은 곧 <내 것>이라고 보나니 이것이 '지어감은 나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나> 안에 생각이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지어감은 그 안에 머무른다고 보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곧 <나>라고 보아 지어감은 그 안에 머무른다고 보나니 이것이 '<나>속에 지어감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지어감 안에 <나>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지어감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며, 이른바 느낌, 생각, 의식은 곧 <나>로서 지어감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하다고 보나니 이것이 '지어감 속에 <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의식은 곧 <나>다'라고 보는가. 이른바 여섯 가지 의식(意識)하는 몸이니, 눈의 의식과 귀, 코, 혀, 몸, 뜻의 의식하는 몸이다. 이 여섯 가지 의식하는 몸의 하나 하나를 곧 <나>라고 보나니 이것이 '의식은 곧 <나>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의식은 곧 나와 다르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라고 보아 의식은 곧 <내 것>이라고 보며, 느낌, 생각, 의식을 곧 <나>라고 보아 의식은 곧 <내 것>이라고 보나니, 이것이 '의식은 곧 나와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나> 안에 느낌이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을 곧 <나>라고 보아 의식은 그 속에 머무른다고 보며, 느낌, 생각, 지어감을 곧 <나>라고 보아 의식은 그 안에 머무른다고 보나니, 이것이 '<나> 안에 의식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의식 속에 <나>가 있다'고 보는가. 이른바 물질은 곧 <나>로서 의식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며, 느낌, 생각, 지어감은 곧 <나>로서 의식 안에 머물러 온 몸에 두루 한다고 보나니 이것이 '의식 안에 <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거룩한 제자들은 네 가지 진리를 보아 완전히 평등한 지혜를 얻고 모든 삿된 소견을 끊어 미래에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하느니라. 모든 물질로서 과거거나 미래거나 현재거나 안이거나 밖이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좋거나 더럽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것은 한결같이 쌓이고 모인 것이라 보고, 이렇게 관찰한다. 즉 '일체는 덧없다. 일체는 괴롭다. 일체는 공(空)이다. 일체는 <나>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사랑하고 즐겨 하여 거두어 받아들이거나, 보호하여 가지지 않아야 한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것을 사랑하고 즐겨 하여 거두어 받아들이거나, 보호하여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마음을 잘 잡아매어 지혜에 머무르며, 법을 다시 관찰하고 정진하여 모든 게으른 마음을 떠나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어, 몸과 마음이 고요히 쉬게 된다. 그래서 고요함과 버림에 머무르면서, 모든 도품(道品)을 갖추고 수행이 만족하여 길이 모든 악을 여의느니라. 태우지 않은 것이 없고 멸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멸해서 일어나지 않고, 감해서 더하지 않으며, 끊어서 나지 않고, 나지도 않고 취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열반을 깨달아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샤아리풋트라가 이 법을 말하자 육십 명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받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10. 살차경(薩遮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이샬리[毘舍離]국의 잔나비 못 곁에 계시었다. 바이샤알리국에 있는 니르그란타푸트라[尼 子]는 총명하고 슬기로워 모든 이론(理論)을 잘 이해하였고, 그래서 총명하다는 교만이 있었다. 그는 널리 모은 모든 이론을 가지고 묘한 지혜는 빈틈이 없었으며 대중을 위해 설법하면 모든 논사(論師)들을 뛰어넘었다. 그는 항상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도 나를 당적할 자는 없다. 나아가 여래와도 능히 함께 이론할 수 있다. 모든 논사들은 내 이름만 들어도 이마에서는 진물이 나고 겨드랑에서는 땀이 나며 털구멍에서는 물이 흐를 것이다. 내 이론의 바람은 능히 풀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분지르며, 쇠나 돌을 부수고 모든 용(龍)이나 코끼리까지도 항복 받거늘 하물며 인간의 모든 논사들로서 누가 능히 나를 당적하겠는가'고 생각하였다. 때에 앗사지라는 어떤 비구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위엄스러운 태도로 조용하고 상냥하며 단정한 눈길과 편안한 걸음으로 성(城)으로 들어가 밥을 빌었다.

때에 사차카[薩遮] 니간타풋타는 조금 볼일이 있어 여러 부락을 둘러 성문을 나오다가 멀리서 비구 앗사지를 보고 곧 그 곳으로 가서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는 제자들을 위해 어떻게 설법하며 어떤 법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쳐 닦아 익히게 하는가."

앗사지는 말하였다.

"불씨 거사[火種居士]여, 세존께서는 이렇게 설법하시어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공부하게 한다. 즉 '모든 비구들이여, <물질>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라. 그래서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이 다섯 가지 받아들이는 <쌓임>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주검과 같으며, 덧없고 괴로우며 공(空)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라'고 말씀하신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불쾌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앗사지여, 너는 반드시 잘못 들은 것이다. 사문 고오타마는 끝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사문 고오타마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곧 사특한 소견이다.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힐난하여 그 소견을 그만두게 하리라."

그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부락의 여러 리챠뷔[離車]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여러 리챠뷔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사문 고오타마의 제자로서 앗사지라는 사람을 만나 대강 이론 하였다. 만일 그가 말한 것과 같다면 나는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서로 이론 하되 나아가고 물러나며 빙빙 돌려 꼭 내 생각을 따르게 하리라. 마치 사부(士夫)가 잔디풀을 베어 그 줄기를 쥐고 공중에 흔들어 그 더러운 것을 버리는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고오타마와 이론하고 힐난하되, 그 요령(要領)을 잡아 나아가고 물러나며 빙빙 돌려 그 생각을 따르면서 그 사특한 말은 버리리라. 또 마치 술집에서 술 주머니를 쥐어짜서 전국을 받고 그 찌꺼기를 버리는 것과 같이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이론하고 힐난하되, 나아가고 물러나며 빙빙 돌려 그 진짜를 취하고 그 사특한 말은 버리리라. 또 마치 자리 장수가 자리에 더러운 물건을 담았다가 시장에 팔려고 할 때는 물로 자리를 씻어 더러운 냄새를 없애는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처럼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이론하고 힐난하되, 나아가고 물러나며 그 요령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은 버리리라. 또 마치 왕가(王家)의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이 큰 취한 코끼리를 끌고 깊은 물에 들어가 그 몸을 씻고 사지(四肢)와 귀와 코를 두루 목욕시켜 더러운 티끌을 닦는 것과 같이 나도 또한 그와 같이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이론하고 힐난하되, 나아가고 물러나며 빙빙 둘리기를 내 마음대로 하고 그 요령을 잡고 온갖 더러운 말은 버리리라. 너의 모든 리챠뷔들도 또한 함께 가서 그 승부를 보아야 하리라."

그 중에 어떤 리챠뷔는 이렇게 말하였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로서 사문 고오타마와 서로 이론 한다는 것은 도저히 될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총명하고 날카로워 능히 함께 이론 할 수 있으리라."

때에 오백 명 리챠뷔들은 부처님과 이론 하기 위해 사차카 니간타풋타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큰 숲 속의 한 나무 밑에 앉아 선정(禪定)에 들어 계시었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방밖으로 나와 숲 속을 거닐다가 멀리서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보았다. 그는 차츰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여러 비구들에게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는 지금 어디 있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큰 숲 속 나무 밑에서 선정에 들어 계신다."

사아카 니간타풋타는 곧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공손히 인사하고 한 쪽에 앉았다. 모든 리챠뷔 장자들도 또한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공경하는 사람과 함께 합장하고 서 있었다.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는 이렇게 설법하고 이렇게 여러 제자들을 가르쳐 인도한다고 들었다. 즉 '물질에는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도 <나>가 없다고 관찰하라.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죽임과 같으며 덧없고 괴로우며 공(空)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라'고. 과연 고오타마는 이렇게 가르치는가. 혹은 전하는 사람이 고오타마를 비방하려고 하는 말인가. 말한 그대로 한 말인가. 말한 그대로 하지 않은 말인가. 법다이 한 말인가. 법과 법을 따라서 한 말인가. 다른 사람이 와서 힐난할 때 지는 일은 없는가."

부처님께서는 사차카 니간타풋타에게 말씀하시었다.

"네가 들은 바와 같다. 그는 말한 그대로 말하였고 법다이 말하였고 법다이 말하였으며 법과 법을 따라 말하였다. 나를 비방하기 위해서가 아니요 또한 힐난하여 나를 지게 한 일도 없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위해 그렇게 설법하였고 나는 실로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내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였기 때문이다. 즉 '물질에는 <나>가 없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도 <나>가 없다고 관찰하고, 이 다섯 가지 받아들이는 <쌓임>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죽임과 같으며 덧없고 괴로우며 공이요 <나>가 아니라고 관찰하게 하였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나는 이제 비유로 말하리라."

"마음대로 하라."

"비유하면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땅을 의지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물질은 곧 <나>로서 선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기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곧 <나>로서 선과 악은 그것으로부터 생긴다. 다시 비유하면 사람 세계와 귀신 세계나 약초나 나무들이 다 땅을 의지하여 나고 자라는 것처럼 그와 같니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다."

부처님께서는 불씨 거사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과연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라고 말하는가."

"그렇다 고오타마여.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다. 이 여러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한다."

"우선 네 주장을 살려 여러 사람들을 이끌기로 하자."

"그렇다. 물질은 곧 <나>다."

부처님께서는 불씨 거사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네 마음대로 대답하라. 비유하면 어떤 국왕이 자기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이 있으면 혹은 죽이고 혹은 묶으며 혹은 내어쫓고 혹은 때리며 손과 발을 끊는다. 그러나 만일 공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코끼리, 말, 수레, 성(城), 읍(邑), 재물, 보배를 주나니 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할 수 있다. 고오타마여."

"무릇 주인된 사람은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할 수 있다. 고오타마여."

"너는 말하기를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그것을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이렇지 않게도 할 수 있겠는가."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불씨 거사에게 말씀하시었다.

"빨리 말하라. 빨리 말하라. 왜 잠자코 있느냐."

이렇게 두 번 세 번 독촉하였으나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때에 금강력사(金剛力士) 귀신은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사나운 불꽃을 일으키면서 허공에서 사차카 니간타풋타의 머리 위에 내려와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두 번 세 번 물으시는데 너는 왜 대답하지 않는가. 나는 이 금강저를 가지고 네 대가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리라."

그러나 부처님의 신력(神力)이기 때문에 다만 사차카 니간타풋타만이 이 금강신을 보았고 다른 무리들은 보지 못하였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크게 두려워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렇지 않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부처님께서는 사차카 니간타풋타에게 말씀하시었다.

"천천히 생각한 뒤에 대답하라. 너는 아까 대중 가운데서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라고 말하였는데 이제는 아니라고 말하니 앞뒤가 서로 어긋나지 않는가. 너는 이전에는 언제나 물질은 곧 <나>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곧 <나>라고 말하였다. 그러면 불씨 거사여,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라. 물질은 항상된 것인가. 항상 되지 않은 것인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고오타마시여."

"항상 되지 않은 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덧없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라. 그런데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과연 거기서 <나>와 <다른 나>와 그 둘의 합한 것을 보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불씨 거사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잘 생각한 뒤에 말하라."

다시 불씨 거사에게 물으시었다.

"만일 물질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욕심을 여의지 못하며, 애탐을 여의지 못하였는데 만일 그 물질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지면 곧 근심과 슬픔, 번민, 괴로움이 생기겠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다시 불씨 거사에게 물으시었다.

"물질에 대해서 탐욕을 여의고 욕심을 여의었으며, 생각을 여의고 사랑을 여의었으며, 애탐을 여의었으면 그 물질이 변하거나 혹은 달라지더라도 곧 근심과 슬픔, 번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진실로 그러해 틀림이 없나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불씨 거사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 고통을 몸에 지니고 언제나 고통과 함께 있는데 그 고통을 끊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서 과연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그와 같이 불씨 거사여, 여러 가지 고통을 몸에 지니고 항상 그 고통과 함께 이시는데 그 고통을 끊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느니라. 불씨 거사여, 비유하면 사부가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단단한 알맹이 있는 재목을 찾다가 크고 살찌고 곧은 파초를 보고 곧 그 뿌리와 잎을 끊어 껍질을 모조리 벗겨 보아도 단단한 알맹이는 도무지 않는 것처럼 불씨 거사여, 너도 또한 그와 같다. 너는 스스로 주장을 세웠지마는 내가 이제 그 진실한 이치를 찾았으나 단단한 알맹이가 도무지 없는 것처럼 마치 파초와 같구나. 그런데 너는 대중 가운데서 감히 말하였다. 즉 '나는 아무리 많이 아는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또 많이 아는 여래, 응등정각과 서로 이론 해서 항복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고.

그리고 또 스스로 말하였다. 즉 '내 이론의 바람은 물을 쓰러뜨리고 나무를 꺾으며 쇠와 돌을 부수고 용과 코끼리를 항복 받으며 또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이마에서 진물이 나고 겨드랑에서 땀이 나며 털구멍에서 물이 흐르게 하리라'고. 그런데 너는 이제 자기 주장을 이론 하다가 스스로 서지 못하고 먼지 뻐기며 말한 것이 항복되고 말았다. 자기 주장에 전력을 다하였지마는 여래의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였구나."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우타라아상가를 헤치고 가슴을 나타내어 보이면서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시험삼아 보라. 여래의 털 하나인들 움직이게 하였는가."

그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 얼굴빛이 변하였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있던 담무카라는 리챠뷔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민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 비유를 말하는 것을 허락하소서."

"마음대로 하라."

"세존이시여, 비유 하오면 어떤 사람이 말[斗]을 가지고 큰 곡식 무더기에서 두세 말을 떠내는 것처럼 이제 이 사차카 니간타풋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비유 하오면 재물이 많은 큰 부자 장자가 갑자기 죄를 지어 재물 전부가 왕가(王家)에 들어간 것처럼 사차카 니간타풋타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가 가진 말재주는 다 여래님에게 거두어졌나이다. 비유 하오면 성읍(城邑)이나 부락 곁에 큰물이 있는데 남, 녀, 노, 소들이 그 물에 들어가 장난하다가 물 속에서 게를 잡아 그 발을 다 끊고 육지에 두면 게는 발이 없기 때문에 다시 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사차카 니간타풋타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가 가진 모든 말재주는 다 여래님에게 끊기었나이다. 그래서 마침내 감히 여래님에게 다시 와서 적(敵)이라고 이론 하지 못하게 되었나이다."

그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불꽃처럼 화를 내어 담무카 리챠뷔를 호통쳤다.

"이 더럽고 무식한 놈아, 알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지껄이느냐. 나는 사문 고오타마와 이론 하는데 네가 무슨 참견이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담무카를 꾸짖은 뒤에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천하고 더러운 속물(俗物)의 말은 그만 두옵고, 나는 이제 달리 물을 것이 있나이다."

"마음대로 물으라. 묻는 대로 대답하리라."

"고오타마시여, 제자들을 위해 어떻게 설법하시어 그 의혹을 떠나게 하나이까."

"나는 모든 제자들을 위해 '모든 물질로서 혹은 과거거나 미래거나 현재거나 안이거나 밖이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좋거나 더럽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둘의 합한 것도 아니라고 참다이 관찰하라'고 말한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들은 이렇게 배워서 반드시 도(道)를 보아 무너지지 않고 감당해 나가 성취하며, 그것을 싫어하고 여의어야 할 것을 알고 보아서 <단 이슬 문>을 지킨다. 그래서 비록 마지막 진리를 완전히 얻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우선 <열반>으로 향하나니 이렇게 제자들은 내가 가르치는 법을 좇아 의혹을 떠나게 되느니라."

"고오타마시여, 다시 어떻게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그들은 불법 안에서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되어 누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슬기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게 되나이까."

"바로 이 법이니라. 즉 모든 물질로서 과거거나 미래거나 현재거나 안이거나 밖이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좋거나 더럽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둘의 합한 것도 아니라고 참다이 아는 것이요,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들은 그 때에 세 가지 위없음을 성취한다. 즉 지혜의 위없음과 해탈의 위없음과 해탈 지견(解脫知見)의 위없음이다. 이 세 가지 위없음을 성취한 뒤에는 그 스승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기를 부처와 같이 하느니라. 나는 일체 법을 깨달았다. 그 법으로써 제자들을 다루어 안온을 얻게 하고 두려움이 없게 하며 마음을 항복 받고 지극히 고요하여 <열반>을 완전히 이루게 한다. 나는 이 <열반>을 위하여 모든 제자들에게 설법하느니라. 불씨 거사여, 내 제자들은 이 법 안에서 모든 누(漏)를 다하게 되어 마음의 해탈을 얻고 슬기의 해탈을 얻는다. 그래서 마음의 해탈을 얻고 슬기의 해탈을 얻는다. 그래서 현재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장부의 칼날이 어지러이 내리치는 것은 오히려 면할 수 있지마는 고오타마의 이론의 손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나이다. 또 독사를 (그릇에 담긴 독사는) 오히려 피할 수 있고, 빈 들의 사나운 불길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며, 흉악한 술 취한 코끼리도 또한 면할 수 있고 미치고 굶주린 사자도 다 면할 수 있지마는, 사문 고오타마의 이론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나기가 어렵나이다. 나 같은 어리석고 경박한 사내의 완전히 갖추지 못한 이론으로서 이론 하기 위해 고오타마에게 올 것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이 바이샤알리[毘舍離]는 풍족하고 즐거운 나라로서 차파리지제(遮波梨支提), 칠암라수지제[漆菴羅樹支提], 다자지제[多子支提]들이 있나이다. 고오타마께서는 구루타지제[拘樓陀支提]나, 바라수지지제[婆羅受支提]나, 사중담지제(捨重擔支提)나 역사 보관지제[力士寶冠支提]에 계시소서. 그래서 세존이시여, 바이샤알라에 계시면서 모든 하늘, 악마, 범(梵), 사문 바라문과 모든 세간을 안락하게 하소서. 그래서 세존을 항상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함으로써 저 모든 하늘, 악마, 범, 사문 바라문들로 하여금 긴 밤 동안에 안락을 얻게 하소서. 원하옵나니 여기 계시다가 내일 아침에 대중들과 함께 변변찮은 내 공양을 받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었다.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신 것을 알고 대중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그 때에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가는 도중에서 모든 리챠뷔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사문 고오타마와 모든 대중들을 청해 음식을 올리려고 한다. 너희들은 각각 한 가마씩 밥을 준비해 내게로 보내라."

모든 리챠뷔들은 각각 그 집으로 돌아가 밤을 새워 준비해 가지고 이른 아침에 사차카 니간타풋타에게로 보내었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이른 아침에 깨끗이 소제하고 자리를 펴고 깨끗한 물을 준비한 뒤에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여쭈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사차카 니간타풋타 집으로 가서 대중 앞에 앉으시었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손수 청정한 음식을 베풀어 대중을 만족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고 바리도 다 씻었다.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고 바리를 씻으신 줄을 알고 낮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위해 수희게(隨喜偈)를 말씀하시었다.

 

모든 대회(大會) 중에서는

불을 받드는 것 제일이 되고

베다[ 陀] 경정 중에서는

바비제[婆毘諦]가 제일이 되네.

 

사람 가운데서는

임금이 제일이 되고

모든 물 가운데서는

바다가 제일이 되네.

 

모든 별 가운데서는

달이 제일이 되고

모든 밝음 가운데서는

해가 제일이 되며

시방[十方]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서는

<다 옳게 깨달은 이> 제일이 되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시어 가르치시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자기 처소로 돌아가시었다. 때에 모든 비구들은 돌아가는 도중에 서로 의논하였다.

"저 五백 명 리챠뷔는 각각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주었다. 저 모든 리챠뷔들은 무슨 복을 받고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무슨 복을 받을 것인가."

그 때에 모든 비구들은 자기 처소로 돌아가 옷과 바리를 챙겨 두고 발을 씻은 뒤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 숙여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아까 도중에서 서로 의논하였나이다. '저 오백 명 리챠뷔들은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여 세존과 모든 대중들에게 공양하였다. 저 모든 리챠뷔들은 무슨 복을 받고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무슨 복을 받을 것인가'고."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저 모든 리챠뷔들은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위해 음식을 마련하였으니 그들은 사차카 니간타풋타를 인연하여 복을 얻을 것이요,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복으로서 부처의 공덕을 얻을 것이다. 저 모든 리챠뷔들은 보시함으로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는 인연의 과보를 얻을 것이요, 사차카 니간타풋타는 보시함으로써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는 인연의 과보를 얻을 것이니라."

 

'피다라십문(彼多羅十問)과

차마(差摩)와 염마(閻摩)와 선니(仙尼)와

아누라와 장자(長者)와

서(西)와 모단(毛端)과 살차(薩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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