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은 사위국 동원(東園)에 있는 녹자모(鹿子母) 강당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이 저녁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라. 왜냐하면, 내가 항상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였기 때문이다. 너도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존자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요즘 비구들은 가르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비구들은 설법 듣는 것을 참아내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마하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인연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두 비구를 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바로 아난(阿難)의 제자 반조(槃稠)이고, 다른 한 사람은 목건련(目健蓮)의 제자 아부비(阿浮毘)입니다. 저 두 사람은 서로 누가 더 아는 것이 많은가를 다투면서 각각 '네가 오너라. 우리 한 번 만나서 토론해보자. 누가 아는 것이 더 많은가, 누가 더 훌륭하게 알고 있나'라고 말합니다."
그 때 존자 아난이 부처님 뒤에 서서 부채로 부처님을 부치고 있다가,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존자 마하 가섭이여, 그만 참으십시오. 존자 가섭이여, 그 젊은 비구들은 지혜도 적고, 또한 보잘것없는 지혜를 가진 자들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잠자코 있으시오. 나로 하여금 이 대중들 앞에서 그대의 일을 따지게 하지 마시오."
존자 아난은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반조 비구와 아부비 비구의 처소로 가서 '스승께서 너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라."
그 비구는 분부를 받고 곧 반조 비구와 아부비 비구의 처소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 너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신다."
그 때 반조 비구와 아부비 비구가 말하였다.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함께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정말 서로 다투면서 각각 '네가 오너라. 우리 한 번 만나서 토론해보자. 누가 아는 것이 더 많은가, 누가 더 훌륭하게 알고 있나'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실입니다. 저희들은 그런 적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말한 수다라(修多羅)․기야(祇夜)․수기(受記)․가타(伽陀)․우다나(優陀那)․니다나(尼陀那)․아파다나(阿波陀那)․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자타가(?陀伽)․비부라(毘富羅)․아부다달마(阿浮多達摩)․우파제사(優波提舍) 등의 법을 가지고 서로 논쟁하면서 각각 '네가 오너라. 우리 한 번 만나서 토론해보자. 누가 아는 것이 더 많은가, 누가 더 훌륭하게 알고 있나'라고 말하였느냐?"
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말한 수다라……(내지)……우파제사로써 제 자신을 길들이고 스스로 쉬며 스스로 열반을 구하지 않느냐?"
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말한 수다라……(내지)……우파제사를 알고도, 너희 어리석은 사람들은 꼭 누가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누가 알고 있는 것이 더 훌륭한가 하고 서로 논쟁을 벌려야만 하겠느냐?"
그 때 두 비구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거듭 아뢰었다.
"잘못을 참회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잘못을 참회하나이다. 선서(善逝)시여, 저희들이 미련하고 어리석은데다 착하지도 못하고 분별력이 없어서 서로 다투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정말로 죄를 알아 허물을 뉘우쳤다. 미련하고 어리석으며, 착하지도 못하고 분별력마저 없어서 서로 다투었노라고 참회하였다. 이제는 이미 스스로 죄인 줄을 알았고 스스로 죄를 보았으며, 지견(知見)이 생겨 참회하였으니, 미래의 세상에 율의계(律儀戒)가 생길 것이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너희들로 하여금 착한 법이 더욱 늘어나 끝끝내 물러나거나 줄어들지 않게 하리라.
왜냐하면 만일 스스로 죄를 알고 스스로 죄를 보며 지견이 생겨 참회하면, 미래 세상에 율의계가 생겨 끝내 물러나거나 줄어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 때 두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角勝經 대정장 2/300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95~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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