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합장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보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오셨소, 대왕이여."
왕은 여래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님 발 위에 얹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마땅히 곧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 대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허물이 있어도 곧 스스로 고치면 그는 상인(上人)이라 불리느니라. 내 법은 매우 넓고 크다. 곧 참회하는 것이 좋다."
이 때에 왕은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허락하시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중략)…
"나는 이제 이 비유로써 깨달았사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하셨나이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가 되게 하소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 귀의하나이다. 이제 다시 참회하나이다. 어리석고 미친 듯, 죄없는 부왕을 해쳤나이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주시면 저는 언제나 하염없겠나이다. 제가 아는 바와 같다면 지은 죄의 과보에는 선의 근본이 따로 있을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소. 그들은 죄가 없이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천상에 나게 되오. 두 종류의 사람이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그 선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지었어도 그것을 고치는 사람이니,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날 때에 지체가 없다.'는 것이요."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행을 지었더라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날로 뉘우쳐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아주 뽑히리.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리고 법 아닌 것으로 하지 마시오. 대개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오.
그는 목숨을 마치면 이름이 멀리 퍼져 사방에 두루 들리어 뒷사람들은 서로 전하기를 '옛날에 어떤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다.'고 할 것이오. 그가 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목숨이 더욱 더해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와 법과 비구 중을 향하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그 부왕을 해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아마 첫째 사문의 결과를 얻어 네 상, 여덟 무리[四雙八輩]의 속에 들었을 것이고, 또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버리고 여덟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큰 행복을 얻었으니 즉 한량없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한량없는 믿음을 성취하도록 하라. 내 우바새 중에서 한량없는 믿음을 얻은 사람은 이른바 아자아타사트루가 바로 그이니라."
대정장 2/763 상~764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26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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