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세존께서 길을 가시던 중에 갑자기 한 곳에 쌓아 둔 큰 나무더미에 불이 붙어 맹렬히 타오르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신 후, 곧 길 옆으로 내려가 다른 나무로 가셔서 니사단(尼師檀)을 깔고 가부를 맺고 앉으셨다. 세존께서 앉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기에 있는 큰 나무더미에 불이 붙어 맹렬히 타오르는 것을 보았는가?"
모든 비구들이 대답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은 어떻하냐? 저 큰 나무더미에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을 끌어안거나 그 위에 앉거나 혹은 거기에 눕는 것과, 한창 젊은 나이의 찰리(刹利)족 여자나 범지(梵志) 거사(居士) 공사(工師 : 공인의 우두머리)의 여자로서 목욕하고 향을 피우며 밝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화만(華?)과 영락(瓔珞)으로 그 몸을 장엄하게 꾸민 그런 여인을 끌어안거나 그들과 같이 앉거나 그들과 같이 눕는 것을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즐거우리라고 생각되느냐?"
"세존이시여, 큰 나무더미에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을 끌어안거나 혹은 거기에 앉고 거기에 눕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한창 젊은 나이의 찰리족 여자나, 범지 거사 공사의 여자들이 목욕하고 향을 피우며 밝고 깨끗한 옷을 입고 화만과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여 예쁘게 꾸민 그런 여인을 끌어안거나 그들과 같이 앉거나 같이 눕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한 것은 너희 배우는 사문들로 하여금 사문의 도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너희들이 위없는 범행(梵行)을 성취하고자 하는 자라면 차라리 나무더미에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을 끌어안거나 혹은 거기에 앉고 거기에 누워야 하리라. 저들이 비록 이로 인해 괴로움을 받거나 혹 죽는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극히 나쁜 세계나 지옥에 가서 태어나지 않으리라. 만일 어리석은 사람이 계를 범하고 정진하지 않으며, 착하지 않은 법을 내어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며, 또는 한창 젊은 나이의 찰리족 여자나 범지 거사 공사의 여자로서 목욕하고 향을 피우며 밝고 깨끗한 옷을 입고 화만과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게 꾸민 그런 여인을 끌어안거나 같이 앉고 혹은 같이 눕는다면, 저 어리석은 사람은 이것으로 인해 오랜 세월 동안 불선(不善)과 불의(不義)로써 악법의 과보를 받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극히 나쁜 세계로 나아가게 되거나 지옥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제 자신의 뜻도 관찰하고 상대방의 뜻도 관찰하되 두 뜻을 다 관찰하고는 이렇게 생각하라.
'내가 출가하여 배우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요,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결과가 있고 과보가 있으며 지극한 안락이 있고, 온갖 좋은 곳에 태어나 장수(長壽)하게 될 것이다. 남에게서 의복 음식 평상 요[褥] 탕약 따위의 보시를 받는 것은 모든 시주로 하여금 큰 복을 얻게 하고 큰 과보를 얻게 하며 큰 광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木積喩經 대정장 1/425 상~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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