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파타리불다라국(波利弗多羅國)의 계림(鷄林)에 머물러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대순타(大純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문안을 나누고 난 뒤에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순타에게 말하였다.
"물어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틈이 있으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존자 순타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아난이 존자 순타에게 물었다.
"세존․여래․응(應 : 應供)․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을 말씀하시되, 이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은 나[我]라는 것이 아니라고 내세우고 밝히십니다.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식도 또한 나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순타는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가장 많이 들고 아시는 분입니다. 제가 멀리서 존자가 계신 곳을 찾아온 것은 이 법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존자여, 원컨대 오늘 저를 위해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이 순타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 존자께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해주십시오. 존자 순타여,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며 안식(眼識)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기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만일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안식이 생긴다면, 그 인(因)과 그 연(緣)은 영원한 것입니까, 무상(無常)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 또 물었다.
"그런 인과 그런 연으로 안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무상하여 변하여 바뀔 때에도 그 식(識)은 머무르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소멸하는 것임을 안다면, 그래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것에 대해 '이것은 나이다. 나와 다른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귀․코․혀․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며, 뜻과 법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뜻이 있고 법이 있으며 뜻의 식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뜻과 법을 인연하여 의식(意識)이 생기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존자 아난이여."
또 물었다.
"만일 뜻이 법을 연(緣)하여 의식을 일으킨다면 그 인과 그 연은 영원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여."
또 물었다.
"그런 인과 그런 연으로 의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무상하여 변하고 바뀔 때에도 의식은 머무르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소멸하는 줄을 안다면, 그래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이것은 나이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아난이여."
존자 아난이 순타에게 말하였다.
"그러므로 존자여,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로는 식도 또한 무상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비유하면 장정이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파초(芭蕉)나무를 보고, 재목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여, 뿌리를 끊고 잎들을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단단한 심을 찾아 다 벗겨 보았지만, 단단한 곳이라고는 전연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안식과 귀․코․혀․몸․뜻의 식을 바르게 관찰하고, 바르게 관찰했을 때에는 전혀 취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취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고,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스스로 열반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쳤으므로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압니다."
그 한 정사(正士)는 이 법을 말할 때 서로 기뻐하였고, 제각기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純那經 대정장 2/59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32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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