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지 오래지 않은 무렵, 존자 아난(阿難)은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였다. 그 때 마갈타국(摩竭陀國) 대신(大臣) 우세(雨勢)는 발기(跋耆)를 막기 위하여 왕사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 때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농부인 구묵목건련(瞿黙目?連)을 죽림(竹林) 가란다원(加蘭?園)으로 보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러 왕사성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왕사성의 걸식은 잠깐 그만두고, 구묵목건련 농부에게 가야겠다.'
존자 아난은 구묵목건련 농부에게로 갔다. 범지(梵志) 구묵목건련은 멀리서 존자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며, 존자 아난을 향해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아난이시여, 오랜만입니다.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존자 아난은 곧 그 자리에 앉았다. 범지 구묵목건련은 존자 아난에게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여쭐 말씀이 있는데 제 질문을 허락하시겠습니까?"
"목건련이여, 그대는 물어 보시오. 나는 듣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난이시여, 혹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목건련과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농부들을 위로한 뒤에 범지 구묵목건련 농부에게로 왔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목건련 농부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나아가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아난이시여, 범지 구묵목건련과 무슨 일을 의논하며, 무슨 일로 이렇게 모였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범지 구묵목건련이 내게 묻기를 '아난이시여, 혹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아난이시여, 그에게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우세여,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아난이시여,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혹 어떤 비구를 내세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어 곧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세존의 지견(知見)을 갖추었기에,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구담 사문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혹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비구가 있습니까?"
"우세여,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사문 구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비구도 없으며, 또한 대중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당신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도 서로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안온하며, 한 가르침을 다 같이 받고 물과 우유처럼 하나로 화합되어 쾌락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와 같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당신은 우리가 의지할 데가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우리들은 의지할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말했다.
"아난이시여, 어찌하여 앞뒤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는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세존의 지견을 갖추었기에,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셔서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들은 의지하는 데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우리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법(法)을 의지합니다. 우세여, 우리는 마을을 유행하다가 보름날 종해탈(從解脫)을 설할 때가 되면 한곳에 모여 앉아, 법을 아는 비구가 있으면 우리들은 그 비구에게 우리를 위해 설법하기를 청합니다. 그리하여 만일 그가 청청한 사람이면 우리는 모두 기뻐하여 그 비구의 말을 받들어 행하고, 만일 그가 청정하지 않은 사람이면 우리는 그 법에 설한 바대로 그를 조치합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말하였다.
"아난이시여, 당신들이 그를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이 그를 조치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시여, 적은 법이든 많은 법이든 그와 같이 오래 머물 수 있다면 아난이시여, 이와 같이 모두가 화합하여 다툼이 없고 안온하며, 한 가르침을 다 같이 받고 물과 우유처럼 하나로 화합되어 쾌락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구담께서 세상에 계실 때와 같을 것입니다."
마갈타국 대신 우세가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혹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다."
"아난이시여, 어찌하여 앞뒤의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는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과 동등한 비구는 한 사람도 없으며, 또한 세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내가 열반한 뒤에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우셔서,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중들이 화합하여 모두 모여서는 예배하고 (이 비구는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된다) 하고서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비구도 없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는 존경할 만한 이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우세여, 지견을 갖추신 분이시고,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신 세존께서는 존경할 만한 10법(法)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만일 어떤 비구가 10법을 가진 것을 보면, 우리는 곧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瞿黙目揵連經 대정장 1/653 하~654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043~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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