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기타 승가생활 (6) 요새 비구들은…

다르마 러브 2013. 8. 29. 16:32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은 사위국 동원에 있는 녹자모 강당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저녁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마하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라. 왜냐하면, 내가 항상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였기 때문이다. 너도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존자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요즘 비구들은 설법해서 훈계하고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어떤 비구들은 설법 듣기를 감내하지도 못하고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마하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인연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시고 법의 눈이시며 법의 의지처가 되십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면 비구들은 듣고 나서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思惟)하라. 너희들을 위해 설명해 주리라."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련야(阿練若)에서 생활했던 비구들은 아련야에서 사는 비구의 처소에서는 아련야 법을 찬탄하였고, 걸식하는 비구의 처소에서는 걸식하는 공덕을 찬탄하였으며, 누더기[糞掃衣]를 입는 비구의 처소에서는 누더기를 입는 공덕을 찬탄하였다. 만일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거나, 멀리 떠나 수행하거나, 방편을 구해 열심히 노력하거나, 바른 기억과 바른 선정을 가졌거나, 지혜롭고 번뇌가 다했거나, 몸으로 증득한 비구의 처소에서는 그들이 행하는 바에 따라 찬탄하고 칭송하였다.

가섭아, 아련야 비구의 처소에서는 아련야 법을 찬탄하고……(내지)……번뇌가 다한 비구의 처소에서는 번뇌가 다해 몸으로 증득한 것을 찬탄하며, 만일 그런 사람을 보거든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되 적절하게 그들의 마음을 맞추어 잘 왔다고 위로하라. 그러고는 '당신 이름은 무엇이며 누구의 제자인가?' 하고 묻고, 자리를 양보해 앉게 하라. 그리고 또 어질고 착한 이들을 찬탄하고 '어진 이들이 행한 것처럼 본받아 행하면 사문의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사문이 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찬탄하라. 그 때 만일 같이 머무르거나 같이 유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곧 확신을 가지고 그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행하라. 그러면 오래지 않아 그 소견이 같아지고 그 바라는 바도 같아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젊은 비구가 아련야에서 사는 비구를 보게 되거든 아련야의 법으로 찬탄하고,……(내지)……번뇌가 다해 몸으로 증득하였거든, 젊은 비구는 마땅히 일어나 나가서 맞이하고 공경히 예를 올리고 문안해야 하며,……(내지)……같이 살면 오래지 않아 스스로 진리의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와 같이 공경하는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요, 또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요새 비구들은 찾아오는 이를 맞이할 때 그에게 지견이 있어 보이고 덕이 많아 보이며, 또 재물과 의복․음식․침구․의약이 있다고 생각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경하며 문안하고 찬탄하며 '잘 오셨습니다. 이름은 무엇이며 누구의 제자입니까?'라고 말하고 그의 복덕을 찬탄한다. 그것은 큰 이익과 의복․음식․침구․의약이 있다고 느끼고, 또 그 존자와 친근히 하는 사람은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이 풍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젊은 비구들은 찾아오는 사람을 보고, 큰 지혜와 큰 덕이 있어 보이고, 또 재물과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이 있다고 느껴지면, 빨리 일어나 나가 맞이하고 공경을 다하여 문안하면서 '잘 오셨오'라고 하면서 찬탄한다. 그것은 큰 지혜와 큰 덕이 있는 이로서 큰 이익과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섭아, 그런 젊은 비구들은 오랜 세월 동안 마땅히 이치도 아니고 이익도 없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아서 가섭아, 그런 비구들은 사문의 근심이 되고, 그들로 인해 범행(梵行)은 사라지고 말 것이며, 큰 장애물이요,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이 되리라. 그들은 번뇌의 근심 때문에 모든 존재의 불꽃처럼 치열하게 나고 죽고 하는 미래의 괴로운 과보(果報)를 거듭 받아, 나고․늙고․병들고․죽고․근심하고․슬퍼하고․괴로워하고․번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섭아, 아련야에 사는 사람은 아련야의 자리에서는 아련야를 찬탄하고 칭찬해야 하며, 누더기 옷을 입고 걸식하며 욕심을 적게 가지고 만족할 줄 알며, 멀리 떠나 수행하고, 방편을 구해 열심히 정진하고, 바른 기억과 바른 선정을 행하며, 바른 지혜로 번뇌가 다해 몸으로 증득한 사람을 찬탄하고 칭찬하는 그런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마하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佛爲根本經 대정장 2/301 상~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99~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