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42권
1145. 복전경(福田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부처님께 나아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에게 보시하여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하고 싶은 곳에 하시오."
"어떤 곳에 보시하여야 큰 과보를 얻겠나이까."
"대왕이여, 그것은 딴 물음이오. '어떤 곳에 보시하여야 하느냐'하는 것은 딴 물음이오. 나는 이제 당신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비유하면 이 나라에서 진터에 다달아 싸울 때에 여러 군사를 모으는데, 어떤 바라문 아들이 동방에서 왔소. 그는 아직 나이 어려 약하고 단정하며, 얼굴은 희고 살갗은 부드러우며, 무술도 익히지 못하고 술책도 배우지 못하여, 약해서 물러나고 스스로 안정하지도 못하여, 도적을 보고 차마 찌르거나 쏘지도 못하고 아무 방편이 없어 적을 해치지도 못한다면, 대왕이여, 어떻소. 그런 사람을 상주어야 하겠소."
왕은 사뢰었다.
"상주지 않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소. 대왕이여, 크샤트리야 소년은 남방에서 오고, 바이샤 소년은 서방에서 오고, 슈우드라 소년은 북방에서 올 때에, 그들도 기술이 없기가 다 동방의 바라문 아들과 같다면, 왕은 그를 상주겠소."
"상주지 않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나라에서 군사를 모아 전장에 다달았을 때에, 어떤 바라문 소년이 동방에서 왔소. 그는 나이 젊고 단정하며, 피부는 희고 머리털은 검으며, 무예를 잘 배워 싸우는 술법을 알고, 용맹스러워 두려움이 없고 괴롭게 싸워 물러나지 않으며, 침착히 머무르고 자세히 관찰해, 창을 휘둘러 큰 적을 죽이고 무찌른다면, 대왕이여, 어떻소. 그런 군사는 중한 상을 주겠소."
"중한 상을 주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크샤트리야 소년이 남방에서 오고, 바이샤 소년이 서방에서 오고, 슈우드라 소년이 북방에서 올 때에, 나이는 젊고 단정하며 여러 가지 재주가 능하고 용맹스러워, 괴롭게 싸워 적을 물리치기가 모두 동방의 바라문 아들과 같다면, 그런 군사를 왕은 상주겠소."
"중한 상을 주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대왕이여, 그와 같이 사문이나 바라문이 다섯 가지를 멀리 여의고 다섯 가지를 성취하면 복밭을 이룩하오. 그 복밭에 보시하면 큰복과 이익과 큰 결과 갚음을 얻을 것이오. 어떤 것이 다섯 가지를 여의는 것이다. 이른바 탐욕의 덮개와 성냄, 잠, 들뜸, 의심의 덮개를 이미 끊고, 끊은 줄 알면 이것을 <다섯 가지를 여인 것>이라 하오. 어떤 것이 다섯 가지를 성취한 것인가. 이른바 배울 것 없는 자리의 계율 몸의 성취와 배울 것 없는 자리의 선정의 몸, 지혜의 몸, 해탈의 몸, 해탈 지견의 몸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를 성취한 것이라 하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다섯 가지를 여의고 다섯 가지를 성취하면 복밭을 이룩하고, 그 복밭에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을 것이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창을 휘둘러 사납게 싸워
일을 감당하면 용맹스런 사나이
그 싸움으로 말미암아
공을 따라 두둑이 상을 주나니
훌륭한 종족의 혈통이라도
겁 많고 용기 없음 상주지 않네.
욕됨을 참고 어짐을 닦고
진리를 보아 복밭을 이룩하고
성현의 계율을 두루 갖추고
깊고 묘한 지혜를 성취했으면
종족의 혈통은 미천하여도
보시 받는 복밭이 될 수 있나니
의복 음식과 재물 보배와
침구 따위의 온갖 기구로
그에게 공경하고 보시하여라.
깨끗한 계율을 가지기 때문이다.
숲이나 들판에 행인아 나타날 때
우물을 파서 그에게 물을 주고
강이나 개울에 다리를 놓고
먼 길 가에 집을 지으면
계율과 덕망과 많이 아는 이
길을 가다가 쉬게 되거니.
비유하면 검은 구름 사방에 일어
뇌성이 울고 번갯불 치며
온 땅에 비가 두루 내리면
온갖 초목은 무성해지고
짐승들 모두 기뻐 날뛰며
농부들은 함께 즐겨하나니
그와 같이 믿는 깨끗한 마음과
많이 듣고 지혜로운 이 아낌 버리고
풍족한 재물과 음식으로서
좋은 복밭에 언제나 보시하면
높이 외쳐 기쁨과 사랑을 더해 주기
천둥이 좋은 밭에 비 쏟는 것 같으리.
공덕의 물은 쏟아지고 흘러들어
시주의 마음 적셔 윤택하게 하나니
재물은 많아지고 좋은 이름 퍼지어
열반의 큰 결과에 미쳐 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푸라세나짓왕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46. 명명경(明冥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부처님께 나아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하나이까. 바라문으로서 죽으면 그는 도로 자기 성인 바라문 집에 태어나나이까. 혹은 크샤트리야나 바이샤나 슈우드라 집에 태어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어찌 그렇게 되겠소. 대왕이여, 알으시오. 네 가지 사람이 있소. 어떤 것이 넷인가. 어떤 사람은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며, 어떤 사람은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어둠에서 나와 어둠으로 들어가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비천한 가문 즉 찬다알라[ 陀羅] 집, 고기잡이 집, 대기구 만드는 집, 수레 만드는 집이나 그 밖의 갖가지 하천한 장인바치 집에 태어나서 빈궁하고 단명하며 모양은 파리한데, 거기다가 천한 업을 익혀 남에게 천하게 부리우면 이것을 어둠이라 하오. 이 어둠 속에 살면서 다시 몸의 악행을 행하고 입과 듯의 악행을 행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세상에 나서 지옥에 떨어지오. 마치 어떤 사람이 밤에서 밤으로 들어가고, 뒷간에서 뒷간으로 들어가며, 피로써 씻고 악을 버렸다가 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도 또한 그와 같소. 그러므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하오.
어떤 것이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세상의 어떤 사람은 천한 가문에 태어나 남을 위해 온갖 천업을 하면 이것을 어둠이라 하오. 그러나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몸의 선행을 행하고 입과 뜻의 선행을 행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세상에 나서 천상에 화생(化生)하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평상에 올라 말을 타고 말에서 코끼리에 올라타는 것처럼,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것도 또한 그와 같소. 이것을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하오.
어떤 사람이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가. 이른바 어떤 세상 사람은 부(富)하고 즐거운 집, 즉 크샤트리야나 바라문이나 장자의 가문이나 그 밖의 갖가지 부하고 즐거운 집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 재무로가 종들과 하인이 많고, 널리 친구들을 모르며, 단정하고 총명하며 지혜로운 몸을 받으면 이것을 밝음이라 하오. 그러나 그는 그 밝음 속에서 몸의 악행을 행하고, 입과 뜻의 악행을 행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상에 나서 지옥에 떨어지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높은 다락에서 내려와 큰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에서 내려와 말을 타며, 말에서 내려와 가마를 타고, 가마에서 내려와 평상에 앉으며, 평상에서 내려와 땅에 떨어지고, 땅에서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처럼,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소.
어떤 사람이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가. 이른바 어떤 세상 사람은 부하고 즐거운 집에서 태어나서 형상의 단정하고 엄숙하면 이것을 밝음이라 하오. 이 밝음 속에서 몸의 선행을 행하고 입과 뜻의 선행을 행하면, 그 인연으로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세상에 나서 천상에 화생하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다락에서 다락으로 가고, 이와 같이 평상에서 평상으로 가는 것처럼,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소. 이것을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라 하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난하고 궁하며 괴로워하는 사람
믿는 마음이 없어 원한만 많고
아끼고 탐내고 나쁜 삿된 생각으로
어리석고 의혹 하여 공경하지 않으며
저 사문의 도(道)를 닦는 이로서
계율 가지고 많이 들은 사람보고
헐뜯고 비방하여 칭찬하지 않으며
남의 보시하는 것이나 받는 것 방해하면
그러한 따위의 그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에 가더라도
반드시 지옥 속에 떨어지나니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비록 가난하고 궁한 사람이라도
믿는 마음이 있어 원한 적으며
부끄러워하는 마음 언제나 내고
은혜로 보시하여 아끼는 때[垢] 여의고
저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계율 가지고 많이 들은 이 보고
겸손하고 낮추어 안부 물으며
남을 권하여 보시 행하게 하고
시주와 받는 이를 찬탄한다면
그러한 착함을 닦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에 가더라도
착한 세상의 천상에 오르나니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부하고 즐거운 어떤 사람으로서
믿는 마음이 없어 원한만 많고
아끼고 탐내며 질투하고 나쁜 생각
삿된 의혹으로 공경하지 않으며
저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고도
헐뜯고 비방하여 칭찬하지 않으며
남의 보시의 은혜를 방해하고
또 그 보시 받는 이를 끊으면
그런 따위의 나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에 가더라도
반드시 괴로운 지옥에 날 것이니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만일 어떤 부한 사람으로서
믿는 마음이 있어 성내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마음 언제나 내고
은혜로이 베풀어 미워하는 때 여의며
저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계율 가지고 많이 들은 이 보고
먼저 받들어 맞아 안부 물으며
그 편리를 따라 쓰임새 대어 주고
남을 권하여 공양하도록 하여
시주와 받는 이를 찬탄한다면
그러한 따위의 그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에 가더라도
저 三十三천에 태어나나니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푸라세나짓왕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47. 석산경(石山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한 낮에 몸에 먼지를 쓰고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았다.
"대왕은 어디서 오시오."
푸라세나짓왕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관정왕(灌頂王) 법은 사람 속에서 자유로워서 방편으로서 꾸준히 힘쓰나이다. 왕은 온 땅을 차지해 왕의 일을 맡아 다스리고, 두루 다니면서 관찰하다가 여기 왔나이다."
"대왕이여, 이제 대왕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동방에서 오는데, 믿음도 있고 인연도 있으며 일찍 허망된 일이 없었소. 그는 왕에게 '나는 동방에서 오다가 어떤 돌산을 보았소. 그것은 매우 방정하고 넓고 크며, 뚫어졌거나 허물어지지도 않았고 또 깨어지지도 않은 것으로서, 땅을 갈면서 오는데 일체 중생과 초목들을 다 갈아서 부수었소'라고 말하였소.
또 남, 서, 북방에서도 어떤 사람이 오는데 믿음도 있고 인연도 있으며 또 허망되지도 않소. 그는 왕에게 '나는 어떤 돌산을 보았소. 그것은 방정하고 넓으며, 높고 크며, 끊어졌거나 허물어지지도 않았고, 또 깨어지지도 않은 것으로서 땅을 갈면서 오는데, 중생과 초목들이 갈려 부서졌소'라고 말한다면, 대왕이여, 당신 뜻에는 어떠하오. 그런 꼴의, 매우 두려운 일은 험악해서 서로 죽이어, 중생의 운(運)은 다하고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려운데, 무슨 계책을 세워야 하겠소."
"만일 그렇다면 다시는 다른 계책이 없나이다. 오직 착함을 닦고 부처님 법률을 알뜰한 마음으로 도모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어째서 '험악한 두려움이 이 세상에 갑자기 일어나 중생의 운이 다하고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려울 때에, 오직 법을 행하고 정의와 복을 행하며, 부처님 법의 가르침을 알뜰한 마음으로 도모하겠다'고 말하고, '관정왕 자리는 모든 사람의 우두머리로서 능히 자유로울 수 있으므로, 왕으로서 온 땅의 일과 모든 사람을 맡아 다스려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소.
왕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한가할 때의 말입니다. 관정왕 자리는 모든 사람의 우두머리입니다. 온 땅의 왕으로서 경영할 바가 많기 때문에 말[言]로서 말과 싸우고, 재물로서 재물과 싸우며, 코끼리로서 코끼리와 싸우고, 수레로서 수레와 싸우며, 걸음으로서 걸음과 싸워야 하나이다. 그러므로 그 때에는 혹은 이기고 혹은 항복해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험악한 두려움이 갑자기 일어날 때에 중생의 운은 다하고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려우면 다른 계책은 있을 수 없다. 오직 정의를 행하고 법고 복을 행하며, 부처님 법의 가르침에 알뜰한 마음으로 귀의하는 길이 있을 뿐이라'고 나는 말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소! 언제나 갈[磨]고 있소. 이른바 나쁜 겁(劫)에는 늙고 병드는 괴로움은 중생을 갈고 있는데 무슨 계책을 세우겠소. 오직 바르게 정의를 닦고, 법과 복과 착함과 사랑을 닦고, 부처님 법안에서 방편으로 꾸준히 힘써야 할 것이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어떤 큰 돌산이 있어
높고 넓으며 깨어지지 않은 것이
두루 돌아서 사방에서 와
이 온 땅덩이를 갈고 있을 때
군사나 주술(呪術)의 힘으로써도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나쁜 겁에는 늙음, 병과 죽음이
언제나 중생을 갈고 있거니
네 가지의 큰 종족이거나
찬다알라나 사냥꾼이나
집에 있는 이나 집을 난 이나
계율을 가지거나 계율을 범하는 이
모두 다 그것에 갈리고 있는데
그를 구호할 아무도 없네.
그러므로 지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이익을 살펴보아서
맑고 깨끗한 믿음을 세워
부처와 법과 중을 믿는 것이다.
몸과 입과 마음이 맑고 깨끗해
바른 법을 그대로 쫓으면
현세에서는 좋은 이름 퍼지고
죽어서는 마침내 천상에 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푸라세나짓왕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48. 형상경(形相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았다. 그 때에 몸이 모두 추하고 큰 니르그란타푸트라 七인과 자틸리[ 祗羅] 七인과 에카사아타카[一舍羅] 七인은 천천히 거닐어 제타동산 문 밖에 와서 머물렀다.
푸라세나짓왕은 그들이 문 밖에서 거니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앞으로 가서 합장하고 문안한 뒤에 세 번 자기 이름을 일컬었다.
"나는 푸라세나짓왕입니다. 코오샬라왕입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푸라세나짓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그들을 공경하여 세 번 성명을 일컬으면서 합장하고 문안하오."
왕은 사뢰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만일 세상에 아라한이 있다면, 저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그만두시오. 당신은 그들이 아라한인가, 아라한이 아닌 가도 모르오.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오. 우선 친근해서 그 계행(戒行)을 관찰해서 오래 되면 알 것이니 그리 빨리 단정하지 마시오. 자세하고 똑똑히 관찰해서 함부로 사모하지 마시오. 지혜를 써야 하고 지혜를 쓰지 않아서는 안 되오. 모든 고난을 겪어야 스스로 분별할 수 있고, 사귀고 헤아려서 참과 거짓이 곧 분별되고, 보고 말하고 알기를 분명히 하여 오래 된 뒤에 라야 알아 지는 것이니 갑자기 분별하려고 할 것이 아니오. 모름지기 깊이 생가하고 지혜로 관찰하시오."
왕은 사뢰었다.
"놀랍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이치를 잘 말씀하셨나이다. 즉 '오랫동안 서로 친해서 그 계행을 관찰하고 보고 말하고 알기를 분명히 하라'고. 우리 집에 어떤 사람도 집을 나와 저런 형상으로 다른 나라를 두루 다니다가 다시 돌아와 그 옷을 버리고 다섯 가지 즐거움을 도로 받았나이다. 그러므로 알겠나이다. 즉 세존께서는 '마땅히 같이 살면서 그 계행을 관찰하라'고. 잘 말씀하셨나이다. 그리고 그 말씀은 지혜롭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타난 그 형상을 봄으로서
그 사람의 선악을 알지 말라.
또 잠깐 동안 서로 보고서
마음과 뜻을 같이 하지 말라.
나타난 몸과 마음에는 비밀이 있어
속된 마음을 거둬잡지 않는 것
마치 놋쇠나 돌이나 구리쇠를
순금 빛으로 바른 것 같나니
안으로는 더럽고 잡된 마음 품고서
겉으로는 거룩한 위의를 나타내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상 사람들을 속이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푸라세나짓왕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49. 칠왕경(七王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우두머리로한 일곱 나라 왕과 여러 대신들은 모두 한데 모여 이렇게 논란하였다. 즉 '다섯 가지 탐욕 가운데 어느 것이 제일인가'고.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물질이 가장 제일이다."
다시 어떤 사람은
"소리, 냄새, 맛, 닿임이 제일이다."고 말하였다.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또 말하였다.
"우리가 제각기 제일이라고 말하니 마침내 결정할 수가 없다. 세존께 나아가 이 이치를 여쭈어 보아서 세존님 말씀 그대로 기억해 가지자."
그 때에 푸라세나짓왕을 우두머리로한 일곱 나라 왕과 대신과 권속들은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일곱 왕과 여러 대신들은 이렇게 논란하였나이다. '다섯 가지 향락 중에서 어느 것이 나은가'고. 그 중에는 물질이 낫다는 이도 있었고, 소리가 낫다는 이, 냄새가 낫다는 이, 맛이 낫다는 이, 닿임이 낫다는 이도 있어서 마침내 결정할 수가 없어 세존께 와서 여쭙나이다. 마침내 어느 것이 낫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여러 왕들에게 말씀하셨다.
"제각기 뜻에 맞는 대로 하라. 나도 다 다른 말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는 것이다. 즉 다섯 가지 향락에 있어서 어떤 사람은 물질이 뜻에 맞아, 다만 한 가지 물질을 사랑해 그 원을 만족시킨다. 그래서 비록 그보다 훌륭한 물질이 있더라도 그가 사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닿거나 보지도 않고, '내가 사랑하는 것이 가장 제일이다'고 하여, 그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물질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소리, 냄새, 맛, 닿임에 있어서도 그와 같아서, 그가 사랑하는 것을 만나면 곧 가장 훌륭하다고 말하여 기뻐하고 즐겨해 집착한다. 그래서 비록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이 있어도 그의 욕망 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닿거나 보지도 않고, '오직 내가 사랑하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묘해서 비할 데 없고 그 이상이 없다'고 하느니라."
그 때에 그 좌중에 찬다나[ 檀]라는 우파아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잘 말씀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잘 말씀하셨나이다! <잘 간 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그 우파아사카에게 말씀하셨다.
"잘 말하였다. 찬다나여, 시원스레 말하였다."
찬다나 우파아사카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앙가(央伽) 종족의 성(姓)을 탄 왕은
진주 영락의 갑옷을 입었구나.
마가다 대중은 경사로이 모였는데
여래는 그 나라에 나오셨나니
그 이름은 두루 흘러 퍼지어
마치 히말라야산 왕과 같아라.
마치 깨끗하고 오래가는 연꽃이
청청해 티도 없고 더러움 없이
햇빛을 따라 피어나는 것처럼
그 향기 그 나라에 향기로울 때
앙기라사(央耆)국 밝게 나타나는 것
마치 공중의 해와 같아라.
여래의 지혜로운 힘을 보나니
밤중에 횃불을 태우는 것과 같이
눈이 되고 또 큰 밝음 되어
오는 이를 위하여 의심을 풀어 주네.
때에 여러 나라 왕들은 찬탄하였다.
"잘 말하였다. 찬다나 우파아사카여."
그리고 일곱 왕은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웃옷을 벗어 우파아사카에게 바쳤다.
때에 그 일곱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에 찬다나 우파아사카는 여러 왕들이 떠난 줄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지금 일곱 나라 왕은 제게 일곱 벌 웃옷을 주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이 일곱 가지 옷을 받아 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기어 그 옷을 받으시자, 찬다나 우파아사카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50. 천식경(喘息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그 몸이 비대(肥大)해 온 몸에 땀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았는데 숨이 차서 씩씩거렸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은 몸이 매우 비대하오."
대왕은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몸이 비대한 병이 있나이다. 그래서 이 몸이 매우 비대하기 때문에 창피스럽고 귀찮고 괴롭나이다."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은 마땅히 스스로 조심하여
먹을 때마다 절제해 양(量)을 알라.
그것은 곧 받는 고통 적어지고
편히 소화해 수(壽)를 보존하리라.
때에 수닷사[鬱多羅]라는 한 젊은이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푸라세나짓왕은 수닷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받들어 가졌다가 밥 때가 될 때마다 나를 위해 외우겠는가. 만일 그렇게 하면 十만 금을 줄 것이요 또 항상 법을 주리라."
수닷사는 왕에게 사뢰었다.
"명령해도 외우겠나이다."
때에 푸라세나짓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때에 수닷사는 왕이 떠난 줄을 알고 세존 앞에 나아가 말씀하신 게송을 받들고, 왕의 식사할 때가 되면 밥 때마다 게송을 외우면서 대왕에게 사뢰었다.
"부처님, 세존,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는 알으시고 보시는 바대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나이다."
사람은 마땅히 스스로 조심하여
먹을 때마다 절제해 양을 알라.
그것은 곧 받는 고통 적어지고
편히 소화해 수를 보존하리라.
이렇게 하여 푸라세나짓왕은 차츰 시일이 지나자 몸은 여위어 가늘고 얼굴은 단정하게 되었다. 그는 누각 위에서 세존님 계신 곳을 향하여 합장해 공경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세 번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 여래, 다 옳게 깨달으신 분에게 귀의하고 경례하나이다. 세존, 여래, 다 옳게 깨달으신 분에게 귀의하고 경계하나이다. 내게 현세의 이익과 후세의 이익과 현세와 후세의 이익을 주셨나이다. 음식을 먹을 때에 양을 절제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1151. 아수라경(阿修羅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아수라라는 젊은이는 부처님께 나아와 부처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성내고 꾸짖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내지 않는 것은 성내는 것을 이기고
착하지 않은 것은 착함으로 항복 받고
은혜로 베푸는 것 간탐을 항복 받고
참 말은 거짓말을 부수느니라.
꾸짖지 않고 사납지도 않아서
언제나 성현의 마음에 머무르면
악한 사람 성냄에 머물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것 돌산 같으리
성내는 것을 잘 제어하는 것
미친 마차를 제어하는 것 같네
내가 말하는 좋은 어사(御士)란
저 밧줄을 잡은 사람 아니네.
때에 젊은 아수라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이제 참회하나이다. 마치 미친 사람 모양 분별하지 못하고 좋지도 못해 고오타마님을 맞대고 꾸짖고 욕하였나이다."
때에 아수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52. 빈기가경(賓耆迦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젊은 바라문 빌란기카는 부처님께 나아와 세존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성내고 꾸짖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빌란기카에게 말씀하셨다.
"혹 어느 길(吉) 한 날에 너는 너의 종친과 권속들을 모을 수 있겠는가."
빌란기카는 여쭈었다.
"그리할 수 있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만일 너의 종친들이 음식을 받아먹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받아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도로 내 것이 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다. 여래를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었다. 내가 끝내 받지 않는다면 그 꾸짖음은 누구에게로 돌아가겠는가."
빌란기카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그는 비록 받지 않더라도 우선 주면 곧 주어질 것입니다."
"그런 것은 서로 갚는 것이라고 이름하지 않는다. 어떻게 서로 준다고 하겠는가."
"어떤 것을 서로 갚는 것이라 하고 서로 주는 것이라 하며, 어떤 것을 서로 갚는 것을 받지 않는 것이라 하고 서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이까."
"만일 그와 같이 꾸짖으면 꾸짖음에 갚고, 성내면 성냄에 갚으며, 때리면 때림에 갚고 싸우면, 싸움에 갚는다면, 그것은 서로 갚는 것이요, 서로 주는 것이다. 빌란기카여, 혹 꾸짖어도 꾸짖음에 갚지 않고, 성내어도 성냄에 갚지 않으며, 때려도 때림에 갚지 않고, 싸워도 싸움에 갚지 않는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서로 갚는 것도 아니요, 서로 주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느니라."
빌란기카는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들었나이다. '옛날의 바라문 장로들은 일찍부터 도를 행하는 그 스승의 말씀을 중해 여겨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의 면전에서 욕하고 성내며 꾸짖어도 성내지 않는다'고. 그런데 지금 고오타마께서는 성냄이 있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성낼 마음 없는데 무슨 성냄이 있으랴.
바른 생활로서 그것을 항복 받고
바른 지혜로 마음 해탈하였거니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이 없느니라.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는 사람
그는 바로 그 나쁜 사람이니라.
성냄으로서 성냄을 갚지 않고
적을 만나 항복 받기 어려움 항복 받고
성내지 않음으로 성냄을 이기나니.....
때에 젊은 빌란기카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회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미친 사람 모양으로 분별하지 못하고 착하지도 못하여, 사문 고오타마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성내고 꾸짖었나이다."
그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1153. 건매경(建罵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동쪽 동산 녹자모 강당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강당 동쪽 그늘 밑으로 가시어 한데에서 거닐고 계셨다. 때에 욕장이[建罵] 바아라드바아자[婆羅豆婆遮]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으면서, 세존께서 거닐으실 때에 그는 세존님 뒤를 따라 걸었다. 세존께서 거닐기를 그치시고 마침내 한 곳에 멈추시자 그 바라문은 말하였다.
"고오타마는 항복하셨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긴 사람은 원수 더욱 더 사고
항복한 이 누워도 편안치 않네.
승리와 항복 둘을 함께 버리면
그는 곧 편안하게 잘 수 있으리.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나는 지금 참회하나이다. 마치 미친놈처럼 분별하지 못하고 착하지 않아, 어째서 부처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었는지 모르겠나이다."
때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길로 돌아가 떠났다.
1154. 건매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동쪽 동산 녹자모 강당에 계셨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계셨다. 때에 욕장이 바아라드바아자 바라문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으면서, 흙을 쥐어 부처님께 끼얹었다. 때에 거스림 바람이 일어 그 흙을 불어 도로 그 몸에 끼얹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성내거나 원한 없는데
그를 보고 욕하고 꾸짖더라도
청정해 앙심 먹는 때[垢]가 없으면
그 허물 도리어 제게 돌아가나니
마치 흙을 그에게 끼얹더라도
거스림 바람 도로 그를 더럽히는 것 같네.
때에 그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회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미친놈처럼 착하지 않고 분별하지도 못해, 어째서 고오타마님을 맞대고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었는지 모르겠나이다."
때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길로 돌아가 떠났다.
1155. 위의경(違義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샬라국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가셨다. 때에 바라문 위의는 사문 고오타마께서 코오샬라국 세간에 노닐으시다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설하는 법을 듣고 그 주장에 반대하리라'고 이렇게 생각하고, 절에 나아가 세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시다가, 멀리서 위의 바라문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잠자코 계시었다. 위의 바라문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그 설법을 듣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 위의 바라문은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가만히 질투하는 마음을 품어
그 법을 방해하려 하는구나.
어기고 반대하는 그 마음과
믿어 즐기지 않는 그 뜻을 항복 받고
모든 장애의 더러움을 쉬면
깊고 묘한 말을 곧 이해하리라.
때에 위의 바라문은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이미 내 마음을 알으셨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56. 불해경(不害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때에 불해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내 이름은 불해(不海 = 해치지 않음)이온데 사실과 맞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실과 맞으려면, 몸으로 해치지 않고 입과 뜻으로 해치지 않으면 사실과 맞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마음으로 죽이지 않고
입과 뜻이 모두 다 그러하다면
그것은 곧 해침을 떠나
중생을 두렵게 하지 않나니.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불해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길로 돌아가 떠났다.
1157. 화여경(火與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화여 바라문 집에 이르르셨다. 화여 바라문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온갖 맛난 음식을 갖추어 바리에 가득히 드리었다.
이와 같이 이틀, 사흘 동안 걸식하시면서 또 그 집에 이르르셨다. 화여 바라문은 멀리서 부처님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까까머리 사문은 왜 자주 와서 맛난 음식만을 탐하는가'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화여 바라문의 마음을 알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은 날마다 비를 내리고
농부는 밤낮으로 밭을 갈아서
자주자주 거기에 씨를 뿌리면
그 밭은 자주자주 곡식 거둔다.
사람은 자주자주 아기를 배고
젖소는 자주자주 새끼를 배어
자주자주 구하는 사람 있으면
자주자주 은혜로이 보시하나니
자주자주 은혜로이 보시하므로
큰 이름 언제나 얻는 것 같다.
죽은 시체를 자주자주 버릴 때
자주자주 울면서 슬퍼하고 그리나니
자주자주 생겨서 자주자주 죽으면
자주자주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자주자주 불로써 송장 사르고
자주자주 온갖 벌레 송장 먹는다.
만일 저 성현의 도(道)를 얻으면
온갖 몸 자주자주 받지 않으며
또한 자주자주 받지 않으며
자주자주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않고
불에 자주자주 불에도 살리지 않고
자주자주 벌레에 먹히지도 않는다.
때에 화여 바라문은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신심이 도로 생겨, 다시 갖가지 맛난 음식을 바리에 채워 드렸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미암아 주는 것이라 하여 그것을 받지 않으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하여
보시하는 그 음식 받지 않는다.
마땅히 제 법을 보아 살피고
설법으로 음식을 받지 않나니
바라문이여 마땅히 알라
그것이 깨끗한 생활이니라.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더러운 법을 이미 다 끊은
순수하고 깨끗한 큰 선인(仙人)께
남은 음식으로서 공양할지니
음식으로서 공양함으로
그 좋은 복된 밭에서
복과 또 덕을 구하려고 한다면
내 밭이 곧 가장 좋으리.
화여 바라문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제 이 음식을 어디에 두오리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범, 사문, 바라문, 하늘 신이나 세상 사람으로서 이 보시를 먹고 그 몸을 안락하게 할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한다. 너는 이 음식을 가져다 벌레가 없는 물 속이나 산 풀이 적은 땅에다 버려라."
때에 바라문은 곧 그 음식을 가져다 벌레 없는 물 속에 버리자 물에서 곧 연기가 나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었다. 비유하면 벌겋게 단 쇠탄자를 물 속에 넣을 때 물에서 곧 연기가 나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바라문이 그 음식을 가지고 물 속에 넣을 때 물에서 곧 연기가 나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는 것도 그와 같다.
이에 화여 바라문은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나이다. 고오타마의 큰 덕과 힘은 능히 이 음식으로 하여금 신비스런 변화를 나타내게 하시나이다."
때에 화여 바라문은 이 음식의 신비스런 변화로 말미암아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도 이 바른 법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범행을 닦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우리 바른 법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을 수 있느니라."
그는 집을 나와 이렇게 생각하였다.
'족성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우는 까닭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는 데 있다'고.
1158. 바사타경(婆肆咤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슈라아바스티이국 안에는 다난자니이라는 여자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과 법과 중을 믿어,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비구중에게 귀의하였다. 부처님과 법과 중에 대해 의심을 떠나고,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것을 멸하는 길에 대해서도 의혹을 떠났다. 그래서 진리를 보아 결과를 얻어 완전히 평등한 지혜를 얻었다.
그 남편은 바아라드바아자 바라문이었다. 그 여자는 그 남편 곁에서 일을 하다가 이익이나 손해가 있을 때마다 귀의불(歸依佛)이라고 부르고, 여래 계신 방면을 향해 세 번 이렇게 말하였다. '탓사 바가밧 아라핫 삼약삼붓다님의 몸은 순금 빛으로서 두렷한 광명은 한 발[尋]이요, 방정한 몸은 원만하여 냐그로오다 나무 같으며, 묘한 법을 잘 연설하시는 거룩한 무니, 선인(仙人)의 우두머리인 내 스승님께 귀의하나이다.'
때에 그 남편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성을 내어 불쾌하게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귀신 들렸는가. 그럴 리 없다. 세 가지가 환하고 큰 덕이 있는 바라문을 버리고, 저 어둡고 캄캄한 갈래로서, 세상이 칭찬하지 않는 까까중을 칭찬하는구나. 나는 지금 가서 네 스승과 토론하리니 그 낫고 못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내는 말하였다.
"나는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범, 사문, 바라문이나 모든 신(神)이나 세상 사람으로서도, 능히 세존,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의, 금빛 몸의 두렷한 광명은 한 발이요 냐그로오다 나무와 같은 원만한 몸으로서, 말씀은 미묘하고 선인의 우두머리이신 내 스승님과 토론할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라문님은 우선 가 보시면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때에 바라문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것을 죽이면
편안히 잘 수 있고
어떤 것을 죽이면
마음에 걱정 없고
어떤 것을 죽이면
고오타마 일컫는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라문의 마음을 살펴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냄을 죽이면
편안히 잘 수 있고
성냄을 죽이면
마음에 걱정 없다.
성냄은 독(毒)의 근본이 되어
넉넉히 단[甘]종자를 해치는 것이다.
그 성냄을 죽일 수 있으면
성현은 그를 칭찬하리니
만일 능히 그것을 죽이면
그 마음은 걱정이 없으리라.
때에 바아자드바아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차례로 나는 법을 말씀하시고, 탐욕에 집착하는 것은 재환과 번뇌됨을 말씀하시고, 청정한 뛰어나기와 떠나 수순하기와 복과 이익의 청정함을 널리 분별해 말씀하셨다. 마치 깨끗한 한 천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바아자드바아자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 즉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것의 멸하는 길에 대한 완전한 지혜를 얻었다. 그는 법을 얻고 법을 알아 법에 들어가 모든 의혹을 떠나고, 남의 제도를 받지 않고 바른 법률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미 제도되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미 제도되었나이다. 잘 간 이시여, 나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비구승에게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도록 우파아사카가 되겠나이다. 나를 증명하소서."
때에 바아라드바아자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가 집에 돌아가자 그 아내 우파아시카는 남편이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의, 순금빛 몸의 두렷한 광명은 한 발이요 냐그로오다 나무와 같은 원만한 몸으로서, 가장 묘하게 말씀하시고 선인의 우두머리시며 큰 무니이신 내 스승님과 토론해 보셨습니까."
그 남편은 대답하였다.
"나는 아직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범, 사문, 바라문이나 모든 신이나 세상 사람으로서도, 능히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의, 순금빛 몸의 두렷한 광명은 한 발이요 냐그로오다 나무와 같은 원만한 몸으로서, 가장 묘하게 말씀하시고 모든 선인의 우두머리시며 거룩한 무니신 너의 스승님과 토론할 이를 보지 못하였다. 너는 지금 나를 위해 좋은 법의(法衣)를 지어라. 나는 그것을 자기고 세존께 나아가 중이 되어 도를 배우리라."
그 아내는 깨끗한 흰 천으로 법의를 지어 주었다. 바라문은 그 가사를 가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지금부터 세존님 법안에서 중이 되어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도 지금부터 이 법안에서 중이 되어 도를 배우고 범행을 닦을 수 있느니라."
그는 곧 집을 나와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다.
'착한 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까닭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는 데 있다'고.
1159. 마구경(魔瞿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마아가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집에서 항상 보시를 행하나이다. 만일 한 사람이 오면 한 사람에게 보시하고, 두 사람, 세 사람 내지 백, 천 사람이 와도 다 보시하나이다. 나의 이 같은 보시는 얼마나 많은 복을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그런 보시는 실로 큰복을 얻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집에서 항상 보시를 행해, 한 사람이 와서 빌면 한 사람에게 주고 두 사람, 세 사람 내지 백 천 사람에게도 다 주기 때문에 큰복을 얻을 것이다."
때에 마아가 바라문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집에 있어서 내가 하는 일
보시와 대회(大會)를 베푸는 것이다.
이 은혜로운 보시로 인해
큰 공덕을 구하고자 하노라.
나는 이제 무니에게 묻노니
내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은
범천의 소견과 같아야 하는가.
나를 위하여 분별해 말하라.
어떻게 해탈하면 훌륭하고 묘한
좋은 세상에 갈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방편을 닦으면
범(梵)의 세계에 날 수 있으며
어떻게 따라서 즐거이 보시하면
밝고 훌륭한 범천에 나는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시하는 사람은 대회를 열어
그가 받음을 따라 즐거이 보시하고
기뻐하고 깨끗한 믿는 마음으로써
온갖 착한 공덕을 더위 잡아 의지해
그 이룩해 세우는 것으로서
모든 죄악을 떠나기 구하라.
모든 탐욕을 멀리 여의면
그 마음은 잘 해탈할 것이요
사랑하는 마음을 닦아 익히면
그 공덕은 한량이 없으리니
하물며 거기에 지성(至誠)을 더해
대회를 널리 베푸는 것이랴.
혹은 그 중간에서 얻은 바
그 모든 착한 마음은
좋은 해탈이나 혹은 다른 순수한
좋은 세상으로 바로 향할 것이니
이러한 훌륭한 인연으로서
범의 세계에 날 수 있으리.
이와 같은 은혜로운 그 보시는
그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에
범의 세계에 나게 되어서
그 수명은 길게 늘어나리라.
때에 마아가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일어나 떠나갔다.
1160. 청정경(淸淨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때에 금 일산을 가지고 금굴레를 쓴 길잡이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라문들의 행하는 바는
청정하지 않은 것 없거니와
크샤트리야는 고행을 닦아도
청정과는 서로 어그러지네.
세 가지 경전에 통한 바라문
그 이는 곧 청정하나니
그와 같이 청정한 사람
다른 중생에게 있을 수 없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청정한 길과
위없는 청정을 알지 못하고
달리 청정함을 구하는 사람
그는 마침내 청정할 때 없으리.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청정한 길과 위없는 청정을 말씀하시나이까. 어떤 것이 청정한 길이며, 어떤 것을 위없는 청정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른 소견이 청정한 길이요, 바른 소견을 많이 닦아 익히면 탐욕을 끊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는다. 만일 바라문으로서 탐욕을 아주 끊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아주 끊어 모든 번뇌를 아주 끊으면 이것을 위없는 청정이라 한다. 바른 뜻과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과 바른 선정을 청정한 길이라 하고, 그것들을 많이 익히면 탐욕을 끊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는다. 만일 바라문으로서 탐욕을 아주 끊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아주 끊어, 모든 번뇌를 아주 끊으면 그것을 위없는 청정이라 하느니라."
바라문은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청정한 길과 위없는 청정을 말씀하셨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세상 일이 많아 이제 그만 하직하고 돌아가겠나이다."
"형편대로 하라."
<꽃 일산을 가지고 금굴레를 쓴 길잡이>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61. 아라한법경(阿羅漢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어떤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것을 쉬일라[尸羅]라 하고
어떤 것이 바른 위의며
어떤 것을 공덕이라 하고
어떤 것을 업이라 하며
어떤 법을 성취하면
나한[羅韓] 바라문인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전생 일을 기억하는 지혜로써
하늘과 나쁜 세상에 나는 것 보고
온갖 몸 받기 다하게 되어
<무니>는 밝게 결정하나니
아는 마음이 잘 해탈해
일체의 탐욕에서 벗어나고
세 가지 밝음을 완전히 갖추면
세 가지가 밝은 바라문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1162. 노부부경(老夫婦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의 뒤를 따랐다.
때에 두 늙은 남녀가 있었는데 그들은 부부로서 나이는 많고 감관은 허물고 등은 굽어 갈구리와 같았다. 그들은 마을 뒷골목의 누더기 사르는 곳에서 불을 향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 나이는 많아 미련스레 늙고 등은 굽어 갈구리와 같으며 불을 향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마치 늙은 따오기가 욕심으로 서로 보는 것 같은 두 늙은 부부를 보시고 존자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두 부부가 나이는 많아 미련스레 늙고 등은 굽어 갈구리와 같으며, 불을 향해 쭈그리고 앉은 것이, 마치 늙은 따오기가 욕심으로 서로 보는 것 같음을 보는가."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두 늙은 부부는 젊은 때의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슈라아바스티이성에서 첫째 가는 부자(富者) 장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워 부지런히 닦아 익혔더라면 아라한의 첫째가 되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둘째 시절의 건강한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슈라아바스티이성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웠더라면 <아아나가아민과>를 증득하였을 것이다. 셋째 시절의 중년의 몸으로 부지런히 재물을 구하였더라면 슈라아바스티이성에서 셋째 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요, 만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웠다면 <사크리다아가아민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나이는 늙고 감관은 허물어졌고 재물은 없고 방편도 없으며 감당할 능력도 없어, 재물을 구해도 능력이 없고 또 사람에게서 뛰어나는 법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범행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어서 재물을 얻지 못하고
지나간 옛 일을 생각하면서
땅에서 조는 것 굽은 활 같네
범행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젊어서 재물을 얻지 못하고
마치 저 늙은 따오기와 새가
빈 못을 지키다 죽는 것 같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아난다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163. 노사경(老死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다른 것은 다른 게송을 말씀하였을 뿐이다)
늙음과 죽음이 무너뜨리는
몸과 느낌이 사라지는 곳에도
오직 은혜로운 보시의 복은 있어
자기를 따르는 양식되나니
감관을 잘 거두어 단속하고
선정을 닦는 공덕을 의지하여
돈이나 재물이나 또 음식을
그 힘을 따라 보시 행하고
대중 속에 있어서 잠에서 깨어나면
그것은 헛되이 산 것이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