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재가생활 (29) 만일 네가 생을 받고 싶거든, 부디 발원하여 호귀한 집에 나고 비천한 집에 나지 말라.

다르마 러브 2013. 9. 4. 09:16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언제나 뛰어나고 귀하며 높은 지위를 칭찬하시고 비천한 이는 말씀하시지 않나이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뛰어나고 높은 이도 찬탄하지 않으며 비천한 이도 말하지 않고 그 중간에서 설명하여, 그들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스스로 일컬어 '뛰어나고 높은 이도 찬탄하지 않고 비천한 이도 말하지 않으며 그 중간에서 연설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상, 중, 하의 어느 생(生)을 받는 것도 칭찬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생은 매우 괴로운 것이어서 즐겨 할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마치 똥은 조금 남아도 냄새가 몹시 나 많이 쌓아 둘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생을 받는 것도 그와 같아서 一생, 二생도 오히려 괴롭거늘 하물며 시종 떠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편히 있을 수 있겠는가.

존재로 말미암아 생이 있고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이 있으며 늙음으로 말미암아 병과 죽음과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있거늘, 무엇을 탐하고 즐겨 하겠는가. 그리하여 곧 다섯 가지 쌓임의 몸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니, 즉 '一생, 二생도 오히려 괴롭거늘 하물며 시종 떠돌아다니면서 편히 있을 수 있겠느냐.'

그러나 샤아리푸트라야, 만일 네가 생을 받고 싶거든, 부디 발원하여 호귀한 집에 나고 비천한 집에 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야, 중생은 언제나 마음에 결박되고 호귀에 결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샤아리푸트라야, 그러므로 나는 호귀한 집에서 났다. 그것은 바로 크샤트리야 종족으로서 전륜성 왕을 내는 집이다. 만일 내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응당 전륜성 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전륜성 왕의 지위를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위없는 도를 성취한 것이다.

대개 비천한 집에 나면 집을 떠나 도를 배울 수 없고 도리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샤아리푸트라야, 부디 방편을 구해 마음을 항복 받도록 하라. 샤아리푸트라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대정장 2/821 상-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487~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