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삭카 카필라 바투국의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데바닷타 왕자는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 도에 들어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집에 있으면서 시주가 되어 보시하는 것이 옳다. 대개 사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라."
때에 데바닷타는 두 번 세 번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끝자리에라도 앉기를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집에 있는 것이 좋다. 집을 나와 사문의 행을 닦는 것은 옳지 않느니라."
그 때에 데바닷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질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손으로 머리를 깎고 범행을 잘 닦으리라. 이 사문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때에 데바닷타는 곧 돌아가 제 손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나는 석종의 제자'라고 스스로 일컬었다.
그 때에 어떤 비구가 있어 이름을 수라타라 하였다. 그는 두우타행으로 걸식하면서 누더기 옷을 입고 다섯 가지 신통을 밝게 통달하였다.
때에 데바닷타는 그 비구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나아가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긴 밤 동안에 안온을 얻게 하시오."
수라타 비구는 곧 그를 위해 위의와 예절을 설명하고 말하였다.
"이 법을 깊이 생각하여 가지고 버릴 것을 잘 분별하시오."
때에 데바닷타는 그 비구가 시키는 대로 행하여 빠뜨리지 않았다.
데바닷타는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저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말씀해 주시오. 저는 그 도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 때에 비구는 그를 위해 신통을 얻는 길을 설명하였다. 즉
"당신은 지금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공부하시오.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다시 네 가지 요소, 즉 땅, 물, 불, 바람의 가볍고 무거움을 분별하고 네 가지 요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게 되거든 곧 자재 삼매(自在三昧)를 수행하고 자재 삼매를 행하고는 다시 용맹 삼매를 닦으며 용맹 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심의 삼매(心意三昧)를 수행하고 심의 삼매를 수행하고는 다시 자계 삼매(自戒三昧)를 수행하시오. 자계 삼매를 마치고 나면 오래지 않아 곧 신통의 도를 성취할 것이오."
데바닷타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는 스스로 마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고 다시 네 가지 요소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삼매를 모두 닦아 하나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신통의 도를 성취하였다. 이리하여 무수한 방편으로 무량한 변화를 부렸으므로 그 명성은 四방에 퍼졌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신통의 힘으로 三十三천에까지 올라가 우트팔라꽃, 쿠무다꽃 등 갖가지 꽃을 다 가지고 와서 아자아타샤트루 왕자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이 꽃은 三十三천에서 나는 꽃으로 석제환인이 보내어 태자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왕태자는 데바닷타의 신통이 이렇듯 한 것을 보고 곧 때를 따라 공양하고 그 필요한 것들에 모두 이바지하였다. 태자는 다시 생각하였다. '데바닷타의 신통은 참으로 따르기 어렵다.'
때에 데바닷타는 다시 제 얼굴을 숨기고 어린애 몸으로 화해 태자 무릎 위에 앉았다. 여러 궁녀들은 각기 말하였다.
"이것이 어떤 사람인가, 하늘인가."
그 말을 마치기 전에 그는 다시 몸을 변해 본래 몸이 되었다.
때에 왕태자와 궁녀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그것이 바로 데바닷타님이었구나."
곧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하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서로 전하여 데바닷타의 이름과 덕망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다.
그 때에 비구들은 이 소문을 듣고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신통이 매우 많아 능히 의복, 음식, 침구, 의약 등을 얻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생각을 말라. 데바닷타의 이양을 탐내지 말라. 그리고 그의 신통의 힘을 부러워하지 말라. 그는 곧 그 신통의 힘 때문에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다. 데바닷타가 얻는 이양과 또 그 신통은 장차 다해 없어질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의 나쁜 행을 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데바닷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가 신통이 있으면 나도 신통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가 아는 것이 있으면 나도 아는 것이 있다. 사문이 귀족이면 나도 귀족이다.
만일 사문 고오타마가 한 가지 신통을 나타내면 나는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사문이 두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네 가지를 나타낼 것이요, 그가 여덟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열 여섯 가지를, 그가 열 여섯 가지를 나타내면 나는 서른 두 가지를 나타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나타내는 변화를 따라 나는 자꾸 곱을 나타낼 것이다.'
그 때에 많은 비구들은 데바닷타의 이 말을 들었다. 그 중의 五백여 비구들은 데바닷타에게로 갔다. 그리하여 데바닷타와 그 五백 비구들은 태자의 공양을 받았다.
때에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저 데바닷타에게 가서 그 설법을 들어보자, 그는 어떤 것을 주장하는가.'
그들은 함께 데바닷타에게로 갔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멀리서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가 오는 것을 보고 곧 그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 두 사람은 다 싯다르타의 제자다."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거기 가서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석가모니 부처 제자들은 모두가 데바닷타에게로 왔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비구들을 위하여 설법할 수 있겠는가. 나는 조금 쉬고 싶다. 또 등병을 앓는다."
그는 다리를 포개고 오른쪽으로 누워, 흐뭇한 마음으로 곧 잠이 들었다.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데바닷타가 잠든 것을 보고 곧 신통으로 비구들을 데리고 공중을 날아 돌아갔다.
이 때에 데바닷타는 잠을 깨어 비구들이 보이지 않자 잔뜩 화를 내어 이런 말을 뱉었다.
"내가 만일 원수를 갚지 못하면 데바닷타가 아니다."
이것은 데바닷타가 최초로 다섯 역죄(逆罪)를 범한 것이었다.
그는 막 이렇게 생각하자 곧 신통을 잃고 말았다.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사뢰었다.
"데바닷타 비구는 아주 신통이 있어 우리 성중 교단을 무너뜨리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는 단지 지금만 성중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세상에서도 늘 성중을 무너뜨렸었다. 그 내력을 말하면 과거에도 성중을 무너뜨렸고 또 악한 생각을 내어 '나는 기어코 사문 고오타마를 잡아죽이고 三계에서 부처가 되어 홀로 높아 짝이 없이 되리라.'고 하였었느니라."
이 때에 데바닷타는 아자아타사트루 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 사람은 수명이 매우 길었지마는 지금은 짧아졌습니다. 만일 왕태자로서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친다면 이 세상에 헛되이 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왕을 해쳐 성왕의 자리를 이어 받지 않습니까. 나는 여래를 해치고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때에는 새 왕과 새 부처로서 얼마나 유쾌하겠습니까."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태자는 곧 문지기를 보내어 부왕을 잡아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다. 때에 신하들은 저이끼리 이야기하였다.
"저 아들은 태어나지 않은 것이 좋았으리니, 원한을 품은 아들이다."
그런 뜻에서 아자아타사트루왕이라고 이름지었다.
때에 데바닷타는 아자아타사트루왕이 그 부왕을 가둔 것을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나도 기어코 사문 고오타마를 잡아죽이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리드라쿠우타산의 한 작은 산 곁에 계셨다. 데바닷타는 그리드라쿠우타산으로 가서, 길이 三十 주, 넓이 五十 주 되는 큰돌을 들고 세존님께 던졌다.
이 때에 그 산의 산신 쿰비이라는 그 산에 있다가 데바닷타가 돌을 안고 부처님을 치는 것을 보고 곧 손을 펴 온 몸을 덮었다. 그래서 부서진 돌 한 조각이 여래님 발을 때려 곧 피가 흘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데바닷타를 보고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또 나쁜 생각을 내어 여래를 해치려 하는구나."
그것은 두 번째의 五 역죄(逆罪)이었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끝내 사문 고오타마를 죽이지 못하였다. 다시 방편을 구하리라.'하고 거기서 떠났다.
그는 아자아타사트루왕에게 가서 사뢰었다.
"저 검은 코끼리를 취하도록 술을 먹여 사문을 하십시오. 왜냐하면, 저 코끼리는 몹시 사나워 반드시 사문 고오타마를 해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저 사문이 온갖 지혜가 있다면 반드시 내일은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요, 온갖 지혜가 없다면 틀림없이 성에 들어와 걸식하다가 저 사나운 코끼리에게 죽을 것입니다."
아자아타샤트루왕은 곧 독한 술을 코끼리에게 먹여 취하게 하고 온 나라 백성들에게 영을 내렸다.
"편하기를 구하고 목숨을 아끼는 자는 내일은 성안을 다니지 말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런데, 그 나라의 남, 녀, 노, 소와 四부 대중들은 아자아타샤트루왕의 코끼리에 술을 먹여 여래를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서로 이끌고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에 가셔서 걸식하지 마소서. 왜 그런가 하오면 아자아타샤트루왕은 코끼리에게 취하도록 술을 먹여 여래님을 해치려 하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여러 우바새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다 옳게 깨달은 이는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느니라."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었으나 평상 때와 같이 성으로 들어갔다.
때에 그 사나운 코끼리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불꽃처럼 성이 나서 여래님께 달려와 해치려 하였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코끼리야,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과 코끼리는 나타나기 어렵나니
너는 이 용을 해치지 않으므로
저 좋은 곳에 나게 되리라.
그 코끼리는 여래님의 이 게송을 듣고 곧 앞으로 나아 와 꿇어앉아 여래님 발을 핥았다. 그리고 허물을 뉘우치고 마음이 편치 않아, 곧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태어났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왕과 데바닷타는 코끼리의 죽음을 보고 매우 슬퍼하였다.
데바닷타는 왕에게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가 코끼리를 잡아 죽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 사문 고오타마는 큰 신력이 있고 온갖 기술이 많아 이에 주술로써 그 큰 고끼리를 죽인 것입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그 사문은 반드시 큰 위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나운 코끼리의 해침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데바닷타는 대답하였다.
"저 사문 고오타마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주술이 있어서 저 외도 이학들도 모두 항복 받거늘 하물며 축생 따위겠습니까."
때에 데바닷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아자아타샤트루왕을 살펴보매 그는 뉘우쳐 마음이 변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근심하고 불쾌하여 라아자그리하 성을 나왔다.
그 때에 법시(法施) 비구니는 멀리서 데바닷타가 오는 것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하시는 일은 아주 잘못입니다. 지금 후회하기는 쉽지마는 뒤에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데바닷타는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나서 곧 물었다.
"이 신중년, 내게 무슨 잘못이 있기에 지금은 쉽고 뒤에는 어렵다고 하느냐."
비구니는 대답하였다.
"당신은 지금 악인과 함께 온갖 죄악의, 근본을 지었습니다."
때에 데바닷타는 불꽃같은 성이 치밀어 곧 손으로 그 비구니를 때려 죽였다.
데바닷타는 그 참사람<아라한>을 죽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여러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라. 나는 나쁜 생각을 내어 사문 고오타마를 향하였지마는 그것은 의리에 맞지 않다. 그리고 다시 아라한으로서 나쁜 생각을 내어 아라한을 향한 것이다. 나는 지금 저이에게 참회하는 것이 옳다."
때에 데바닷타는 그로써 근심에 잠겨 이내 중병을 얻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께 가서 뵈올 기운이 없다. 너희들은 나를 부축해 가지고 저 사문에게로 가자."
그 때에 데바닷타는 열 손톱에 독약을 바르고는 다시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를 가마에 메고 저 사문에게로 가자."
제자들은 그를 가마에 메고 세존에게로 떠났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멀리서 데바닷타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세존님께 사뢰었다.
"지금 데바닷타가 저기 오고 있습니다. 반드시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 여래님께 참회를 구하려는 것일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는 마침내 내게까지 오지 못할 것이다."
아아난다는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사뢰었다.
"지금 저 데바닷타는 참회를 구하려고 오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나쁜 사람은 끝내 여래에게까지 오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늘 목숨이 이미 무르녹았느니라."
그 때에 데바닷타는 세존 계신 곳에 이르기 전에 그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누워서 여래님을 뵈올 수 없다. 가마에서 내려 뵈오리라."
데바닷타가 막 땅에 발을 내려딛자, 땅 속에서 큰 불 바람이 일어나 데바닷타의 온 몸을 에워쌌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불에 사르어지면서 곧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여래를 향해 막 '나무불(南無佛)'이라고 부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마치지 못한 채 '나무'만을 일컫고 곧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데바닷타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세존님께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지금 목숨을 마치고 지옥에 들어갔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는 지금 죽어 마지막 곳으로 가지 못하였다. 지금 그는 나쁜 생각을 일으켜 여래 몸을 해치려 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아비 지옥에 들어갔느니라."
아아난다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처럼 슬피 우느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저는 아직 욕심 세계의 욕망이 다하지 못하고 욕심을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슬피 우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들이 스스로 행을 짓고
그 근본을 도로 관찰해 보면
선한 이는 그 선한 갚음을 받고
악한 이는 그대로 그 재앙 받는다
세상 사람이 나쁜 행을 행하여
죽어서 지옥의 고통을 받더라도
만일 그가 또 선한 행을 행하면
몸을 바꾸어 하늘 복을 받으리
그는 제가 스스로 악한 일 행해
제 스스로 지옥에 들어갔거니
그것은 이 부처의 허물 아니다
너는 지금 어찌해 슬피 우는가.
아아난다는 세존님께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지금 죽어 어디 태어났나이까."
세존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데바닷타는 목숨을 마치고 아비 지옥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그는 다섯 가지 역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갚음을 받느니라."
아아난다는 다시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님의 말씀과 같나이다. 자기가 죄를 지어 현재 몸으로 지옥에 들어갔나이다. 제가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우는 것은 데바닷타가 그 이름과 종족을 아끼지 않고 또 부모와 어른을 위하지 않으며 모든 석씨를 욕되게 하고 우리 문중을 헐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하오나 데바닷타가 현재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 것은 진실로 그럴 수 없는 일이옵니다. 왜 그러냐하오면 우리 문족(門族)은 전륜성왕의 지위에서 나왔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므로 데바닷타의 몸은 왕족에서 나왔사온데 현재 몸으로 지옥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더구나 데바닷타는 으레 현재 몸으로 번뇌를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이 현재 몸으로 결과를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생, 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고, 참사람의 자취를 배우고 아라한이 되어,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어야 할 것이온데, 어찌 이 현재 몸으로 지옥에 들어갈 줄 알았겠나이까.
데바닷타는 세상에 있을 때에 큰 신력과 위덕이 있어 능히 三十三천에까지 올라가 변화가 자재하였사온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지옥에 들어갈 수 있겠나이까. 알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데바닷타는 지옥에서 얼마만한 세월을 지나야 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사뢰었다.
"그 사람은 지옥에서 한 겁(劫)을 지낼 것이다."
아아난다는 다시 사뢰었다.
"그러하오나 겁에는 큰 겁과 작은 겁의 두 종류가 있사온데, 그는 어떤 겁을 지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는 큰 겁을 지나야 할 것이다. 이른바 큰 겁이란 즉 현겁(賢劫)이니 그는 그 겁 수를 지나고 행이 끝나면 목숨을 마치고 도로 사람 몸이 될 것이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인간의 근본을 모두 잃어버리고야 비로소 다시 이룩하겠나이다. 왜 그런가하오면, 겁의 수효가 길고 먼 때문이옵니다. 대개 큰 겁이란 현겁에 지나지 않는가 하옵니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더욱 슬피 울고 흐느끼면서 다시 여쭈었다.
"데바닷타는 아비 지옥에서 나오면 다음에는 어디에 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四 천왕천에 날 것이다."
아아난다는 또 여쭈었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에 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계속하여 차례로 三十三천, 야마천,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에 날 것이다."
아아난다는 다시 여쭈었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또 어디에 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바닷타는 지옥에서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나면, 六十 겁을 지내도록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 인간을 왕래하다가 최후로 사람 몸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벽지불이 될 것이니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앞으로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와 같이 데바닷타는 그 악의 갚음으로 말미암아 지옥의 죄를 받았사온데, 또 어떤 공덕을 지었삽기에 六十 겁 동안 생, 사를 지내면서도 고뇌를 받지 않고, 다시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할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잠깐 동안의 착한 마음도 그 복을 비유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데바닷타가 고, 금의 일에 두루 밝고 외워 익힌 것이 많으며, 온갖 법을 모두 가져 들은 것을 잊지 않음이겠는가.
생각하면 저 데바닷타는 과거의 원한으로 해칠 마음을 내어 여래를 향하였으나, 다시 지난 번 인연의 갚음으로 기쁜 마음을 가지고 여래를 향하였으므로 六十 겁 동안 세 갈래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는 또 마지막 목숨을 마칠 때에 부드럽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라고 일컬었다. 그 때문에 뒷날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곧 앞으로 나아 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거듭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님의 말씀과 같나이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앞으로 나아 가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아비 지옥으로 가서 데바닷타를 위해 요긴한 행을 설명하고, 그를 위로하고 경하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알아서 하되 조급하거나 사납지 말고, 마음을 온전히 하고 뜻을 바루어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매우 악한 중생은 다루기 어렵고 성취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아비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또 그 죄인들은 인간의 음성과 말과 오가는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모옥갈라아나는 사뢰었다.
"저는 지금 六十 네 가지 음성과 말을 통하는 바 그 음성으로 그에게 가서 말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때를 알아 하라."
아아난다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앞으로 나아 가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앞에서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곧 아비 지옥으로 들어갔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아비 지옥 위 허공에서 손가락을 퉁겨 깨우면서 말하였다.
"데바닷타야."
데바닷타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때에 옥졸들은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어느 데바닷타를 불렀는가."
옥졸은 이어 말하였다.
"지금 여기는 크라쿠챤다 부처님 때의 데바닷타도 있고 카나카무니 부처님 때의 데바닷타와 카아샤파 부처님 때의 데바닷타도 있으며, 또 집에 있는 데바닷타와 집을 떠난 데바닷타도 있다. 지금 너 비구는 바로 어느 데바닷타에게 명령하였는가."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지금 내가 명령한 사람은 석가모니 부처님 숙부의 아들 데바닷타다. 그 이를 보고 싶다."
때에 옥졸들은 손에 쇠꼬치를 잡고 혹은 불꽃을 잡아 그 몸을 지져 깨게 하였다. 데바닷타의 몸에는 벌건 불꽃이 붙어 높이가 三十주나 되었다. 여러 옥졸은 데바닷타에게 말하였다.
"이 미련한 놈아, 왜 잠만 자느냐."
데바닷타는 온갖 고통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나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옥졸들은 말하였다.
"너는 지금 공중을 쳐다 보라."
데바닷타는 공중을 쳐다보다가, 모옥갈라아나가 보배 연꽃 위에 가부하고 앉았는데 해가 구름을 헤치는 것 같음을 보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 누가 하늘 광경 나타내기에
해가 구름 헤치고 나오는 것 같은가
또 마치 순금 산 덩어리 같아
더러운 티끌 때가 아주 없구나.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이 석씨의 사자(師子)
고오타마의 종족의 후예로서
그의 성문의 제자이거니
이름은 마하아 모옥갈라아나.
그 때에 데바닷타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존자 모옥갈라아나님, 무엇 하러 일부러 여기 오셨습니까. 여기 중생들은 한량없이 죄를 지어 교화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착한 일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 여기 와서 난 것입니다."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부처님의 사자로서 일부러 여기 왔다. 그것은 너를 가엾이 여겨 괴로움의 근본을 빼어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때에 데바닷타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곧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여래 세존께서는 어떤 분부가 계셨습니까. 다시 나쁜 세계가 없으리라고 말씀하시지나 않으셨습니까."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데바닷타여, 두려워하지 말라. 지옥은 매우 괴로워 이보다 더한 곳은 없다. 저 석가모니 부처,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으신 이는 일체 곤충까지 가엾이 여기시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차별이 없으시다. 그래서 때를 따라 법을 연설하여 마침내 차례를 잃지 않으며 또 그 종류를 어기지 않고 한량없이 연설하신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 나쁜 생각을 내어 세존님을 헤치려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을 시켜 죄악의 근본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그 인연의 갚음으로 아비 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내는 동안에는 나갈 기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겁 수가 지나고 행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면 四 천왕천에 날 것이요 거기서 계속하여 차례로 三十三천, 야마천,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에 나서, 六十 겁 동안에는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 천상으로 돌아다니다가 최후로 몸을 받으면 도로 사람 형체가 될 것이다.
그래서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반드시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처음으로 죽음에 다달아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에 <나무>라고 일컬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금 저 여래께서는 그 <나무>라는 착한 말을 관찰하셨기 때문에 그 이름을 말씀하셨고, 六十 겁 동안에 벽지불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착한 마음이 생겨 다시 아뢰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겨 한량없이 제도하시고 또 큰 자비로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교화하십니다. 비록 내가 지금부터 아비 지옥 속에서 오른 쪽으로 누워 한 겁을 지나더라도 마음과 뜻이 전일하고 바르어 마침내 괴로워하거나 힘겨워 하지 않겠습니다."
모옥갈라아나는 말하였다.
"어떠냐, 지금 네 고통은 혹 증감이 있는가."
데바닷타는 대답하였다.
"내 몸의 고통은 갈수록 더하고 덜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주시는 이름을 받자오매 고통이 조금 덜하지마는 그것은 말할 것도 못됩니다."
데바닷타는 대답하였다.
"뜨거운 쇠바퀴로 몸을 끼워 부수고 쇠절구공이로 몸을 찧으며, 검고 사나운 코끼리가 내 몸을 짓밟고 또 불산이 와서 내 얼굴을 누르며, 옛날에 입던 가사가 몹시 뜨거운 구리쇠 경첩이 되어 내 몸에 와서 감습니다. 그 고통의 모양은 이와 같습니다."
모옥갈라아나는 물었다.
"너는 과연 네 죄의 근본을 알고 그런 고통을 받는가. 나는 지금 낱낱이 분별하리니 너는 듣고 싶은가."
데바닷타는 대답하였다.
"예, 곧 말씀하여 주소서."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옛날에 가장 훌륭한
비구 승단(僧團)을 무너뜨렸다.
그러므로 지금 뜨거운 쇠절구로
너의 온 몸을 찧고 부순다
그리고 너는 그 대중의 제일 첫째의 성문으로서
비구 중들과 싸웠으므로
지금 그 뜨거운 바퀴에 치인다
너는 옛날에 국왕을 시켜
술 취한 코끼릴 놓았으므로
지금 저 검은 코끼리 떼가
너의 온 몸을 짓밟느니라
너는 옛날에 큰돌을 들어
여래님 발에 던졌으므로
지금에 그 불산의 갚음으로
남김이 없이 너를 태운다
너는 옛날에 주먹으로써
그 비구니 죽였으므로
지금은 뜨거운 구리쇠 경첩으로
감아 태우나 펴지 못한다
갚음은 끝내 무너지지 않고
또 그것은 헛되지 않나니
그러므로 부디 부지런히 힘써
그 온갖 악의 근본 떠나라.
"데바닷타여, 네가 옛날에 지은 악의 근본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알뜰한 뜻으로 부처 여래님을 향함으로써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복을 얻도록 하라."
데바닷타는 다시 아뢰었다.
"이제 모옥갈라아나님께 부탁합니다. 땅에 엎드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옵고 '기거 가쁜 하시며 행보 편안하신가.'고 문안 드리고, 또 존자 아아난다님께도 예배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 때에 존자 마하아 모옥갈라아나는 큰 신통을 놓아 아비 지옥의 고통을 쉬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게송을 읊었다.
석씨의 스승 가장 훌륭한 이께
'나무불'이라 모두들 일컬으라
그 이는 능히 안온 베풀어주고
온갖 고뇌를 덜어 버리시나니.
그 때에 지옥 중생들은 모옥갈라아나의 이 게송을 듣고, 그 중 六만 여명은 행이 다하고 죄가 끝나 곧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四 천왕천에 태어났다.
모옥갈라아나는 곧 신통을 거두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그는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데바닷타는 문안 드리며 공경하고 받들기 한량없사온데 '기거 가쁜 하시고 행보 편안하신가.'고 문안드리오며, 또 아아난다님께도 문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여래님께서, '六十 겁 동안 벽지불이 되어 이름을 <나무>라 하리라'고 기별을 주시니, 나는 비록 아비 지옥 속에서 오른 쪽으로 누웠더라도 마침내 그 괴로움을 사양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모옥갈라아나는 많은 이익을 주었고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천상, 인간을 편안하게 하였고, 여래의 모든 성문들로 하여금 차츰 번뇌가 사라진 열반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므로 모옥갈라아나야, 항상 노력하여 세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저 데바닷타가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의 선한 법을 수행하였더라면, 그는 몸을 마치도록 이양을 탐하지 않고 또 다섯 역죄를 지음으로서 이양을 탐하지 않고 또 다섯 역죄를 지음으로써 아비 지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하면 대저 이양을 탐내는 사람은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서 三보에 향하되 금계를 받들어 지니지 않으며, 몸과 입과 뜻의 행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다만 탐내는 일에만 뜻을 오로지하여 몸과 입과 뜻을 행하는 때문이니라. 모옥갈라아나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802 중~806 상 ;『한글 증일아함경』2, pp. 417~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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