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앙구다라국(央瞿多羅國)의 사람들 세상을 유행하시면서, 타바사리가(陀婆?梨迦) 숲 속을 지나시다가, 소치는 이와 염소 치는 이와 나무하는 이와 그 밖의 다른 일들을 하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세존께서 길을 가시는 것을 보고 모두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길로 가지 마십시오. 이 길 앞에는 앙구리마라(央瞿利摩羅)라는 도적이 있어 혹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두렵습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 길을 따라 그대로 가셨다. 그들이 두 번 세 번 말씀드렸으나 세존께서는 그대로 가시다가, 멀리서 앙구리마라가 손에 칼과 방패를 들고 달려오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몸을 나타내시어 천천히 걸었는데 앙구리마라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달려오느라고 그만 지쳐 멀리서 세존께 말하였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가지 마시오.
세존께서 나란히 걸으시면서 대답하셨다.
나는 늘 멈추어 있었는데 네가 스스로 멈추지 않을 뿐이니라.
그 때 앙구리마라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문께서는 오히려 빨리 가면서도
나더러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말하네.
나는 지쳐서 멈추어 있는데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니
사문이여, 어째서 그대는 멈추었다 하고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앙구리마라여,
내가 언제나 멈추어 있었다고 한 것은
저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쉬었지만
너는 중생에게 두려움을 주어
나쁜 업을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일체의 벌레에 대해서도
칼질이나 몽둥이질을 하지 않거늘
너는 저 모든 벌레들에 대해
언제나 핍박하고 두렵게 하며
언제나 흉악한 업만 지으면서
끝끝내 그쳐 쉴 때가 없구나.
나는 모든 신(神)에 대해서
칼질이나 몽둥이질하는 것 쉬었지만
너는 저 모든 신에 대해서
오랜 세월 동안 괴롭히고 핍박 가하여
언제나 나쁜 업만 지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는구나.
나는 언제나 쉬는 법에 머물러
조금도 방일하게 놀지 않지만
너는 네 가지 진리를 알지 못해
그러므로 방일함을 끊지 못하고 있구나.
앙구리마라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랜만에 모니(牟尼)를 보고서
길을 따라 그 뒤를 쫓아왔는데
이제 참되고 묘한 말 듣고 나니
오랜 세월 동안의 나쁜 업 버려야 하리.
그 도적은 이렇게 말하고는
들고 있던 칼과 창을 던져버리고
세존의 발 아래 몸을 던지면서 말했네.
원컨대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자비스런 마음 가지셨고
큰 신선께서는 그를 매우 불쌍히 여겨
잘 왔다. 비구야,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라고 하셨네.
그 때 앙구리마라는 출가하여 혼자 고요한 곳에서 열심히 정진하며 생각하였다.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범행을 힘써 닦는 까닭은,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는 데 있었구나.'
그 때 앙구리마라는 아라한(阿羅漢)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본래는 불해(不害)라는 이름을 받았었는데
중간에 많은 중생 해치는 이 되었나니
이제서야 이름이 진실이어서
영원히 살생을 여의었다네.
몸으로 살생을 행하지 않고
입과 뜻으로도 역시 그러해
진실로 살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중생을 핍박하지 않아야 함을 알았네.
손을 씻어도 늘 피 색깔인지라
앙구리마라라고 이름한 것인데
세찬 물살에 떠다니던 사람이
삼보(三寶)에 귀의해 멈추게 되었네.
삼보에 귀의하고 난 뒤에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았고
삼명(三明)을 성취하였으니
부처님의 가르침 이미 끝마쳤네.
소를 길들일 적엔 채찍을 쓰고
코끼리 다루려면 쇠갈고리 쓰지만
하늘이나 사람을 길들이는 이는
칼이나 막대기 쓰지 않는다.
칼을 갈 때는 숫돌을 쓰고
화살을 바로 잡으려면 불에 구우며
재목을 다룰 때는 도끼를 쓰고
자신을 다룰 때는 지혜를 쓰네.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혀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방일하다가도
그 뒤에 스스로 마음 거둬 잡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힘써 닦으면
그야말로 세상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나이 젊을 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 힘써 닦으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만일 온갖 악업(惡業)에서 벗어나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그야말로 세간을 밝게 비추되
구름 걷히고 나타나는 달과 같으리.
어떤 사람이 먼저는 악업(惡業)을 짓다가도
올바르고 착함으로 멸해 없애면
세상 은혜와 애정의 흐름에서
바른 생각으로 멀리 벗어날 수 있으리.
나는 이미 악업을 지었거니
틀림없이 나쁜 세계를 향하여
거기서 모진 과보(果報)를 받아
묵은 빚으로 먹히고 또 먹히리.
만일 그들이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다가도
그들이 이러한 바른 법을 듣는다면
맑고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어
나에 대하여 인욕행(忍辱行)을 닦아
다시는 다투는 일 일으키지 않으리니
부처님의 은혜로운 힘에 힘입어서라네.
나를 원망하여도 인욕 행하고
또한 늘 참는 이를 찬탄하며
때를 따라 바른 법을 듣고
듣고 나서는 그대로 수행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앙구리마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賊經 대정장 2/280 하~281 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574~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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