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보시

보시관련 기타 (2) 부처님께서 공양을 거절할 때

다르마 러브 2013. 9. 5. 12:40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 인간 세계를 유람하시다가 일사능가라(一奢能伽羅)라는 마을로 가시어 일사능가라라고 하는 숲 속에 머무시고 계셨다.

그 때 존자 나제가(那提迦)는 옛날부터 일사능가라라는 마을에 살아왔다. 일사능가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문과 바라문들은 사문 구담(瞿曇)께서 구살라국 세간에 노니시다가 일사능가라 마을로 오시어 일사능가라 숲 속에 머물러 계신다는 말을 듣고는 제각기 밥 한 솥을 마련해 문 앞에 놓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먼저 세존께 공양하리라. 내가 먼저 선서(善逝)께 공양하리라.'

제각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댔다.

그 때 세존께서 동산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들으시고 존자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무슨 일로 동산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로 저렇게 떠들어대느냐?"

존자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일사능가라 마을의 모든 찰리(刹利)와 바라문(婆羅門)과 장자(長者)들이 세존께서 이 숲 속에 머물고 계신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한 솥의 밥을 지어 동산 숲 속에 가져다놓고 저마다 '내가 먼저 세존께 공양하리라. 내가 먼저 선서께 공양하리라'라고 하며 외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숲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들의 밥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 나를 칭찬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칭찬을 바라지 않는다. 나제가야, 만일 여래처럼 벗어나는 요긴한 법을 알고 멀리 벗어남․적멸(寂滅)․등정각(等正覺)의 즐거움을 얻었다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여, 오직 나만은 그런 종류에 대해서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을 얻으려고 한다면 구하지 않아도 얻고, 괴로워하지 않고도 얻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야, 너희들은 저런 종류의 물질에 대해서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나제가야, 하늘도 또한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은 얻지 못한다. 오직 나만이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 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의 즐거움을 맛보거나 구하려고 하겠느냐?"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비유를 들어 말하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이 그 때이니라."

나제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그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을 따라, 그 곳에 사는 찰리나 바라문이나 장자들은, 누구나 다 세존께서는 계(戒)와 덕(德)이 청정하시고 소견이 바르시며 진실하고 정직하시기 때문에 믿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감히 말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저들의 청을 받아주소서."

부처님께서 나제가에게 말씀하셨다.

"나제가야, 나를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 나는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내지)…… 무엇 때문에 그런 곳에서 생기는 이익과 즐거움에 대하여 맛보거나 구하려 하겠느냐? 나제가야, 나는 비구가 좋은 밥을 먹고 나서 반듯이 누워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나서 생각하기를 '이런 장로(長老)는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 나제가야, 나는 이 두 비구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나서 배가 불러 헐떡거리며 괴로워하면서 다니는 것을 보고 '저 장로들은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나제가야, 나는 많은 비구들이 좋은 음식을 먹고 나서 이 동산에서 저 동산으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 대중들에게서 저 대중들에게로 옮겨다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저 장로들이 저러다가는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종류의 벗어나는 요긴한 법과 멀리 벗어남․적멸․등정각의 즐거움인 구하지 않는 즐거움과 괴로워하지 않는 즐거움을 얻었다.

또 나제가야, 나는 어느 때 길을 가다가 앞에 멀리 가는 비구를 보았고, 또 뒤에서 저 멀리 떨어져서 오고있는 비구를 보았다. 나는 그 때 한가하고 고요하여 아무 하는 것이 없었고, 또 변리(便利)의 수고로움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음식을 의지하고 맛에 집착하기를 좋아하므로 변리가 생기기 때문 이다. 이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5수음(受陰)의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고 나서, 그것을 싫어하고 떠나서 머무르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여섯 가지 접촉하는 영역[六觸入處]이 모이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고 나서 그것을 싫어하고 떠나서 머무르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많은 것이 모이는 즐거움에서 많은 것을 친근히 하다가 싫어하여 멀리 떠나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된다. 멀리 여의는 것 닦기를 좋아하고 멀리 여의기를 힘쓰며 군중이 모이는 것을 싫어하여 떠나면, 그것은 곧 의지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나제가야, 마땅히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5수음에 대하여 나고 멸함을 관찰하고, 여섯 가지 접촉하는 영역이 모이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여, 멀리 여의기를 좋아하고 멀리 여의기를 부지런히 정진하자'는 생각으로 꼭 이렇게 공부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나제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떠나갔다.

 

那提迦經 대정장 2/343 중~344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950~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