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천 二백 五十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성 안에 시리굴이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금, 은의 보배와 자거, 마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그는 불법을 박대하고 다만 외도 니르그란타만을 섬기며 국왕, 대신들과 모두 친한 사이였다.
때에 외도 범지들과 니르그란타의 신도와 제자들은 스스로가 비방하면서 '내가 있고 내 몸이 있다.'고 말하였다. 그 여섯 스승들은 모두 함께 모여 이렇게 의논하였다.
"지금 저 사문 고오타마는 일체 지혜가 있어 모르는 일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양을 얻지 못하는데 저 사문은 많은 이양을 얻는다. 어떤 방법을 써서 이양을 얻지 못하게 하자. 우리는 저 시리굴 장자 집에 가서 그 장자를 시켜 방편을 세우자."
때에 외도 범비 니르그란타와 그 여섯 스승들은 시리굴 장자 집으로 가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대성(大姓)은 아시오. 당신은 범천의 소생인 범천자로서 세상에 많은 이익을 주었소. 당신은 우리를 가엾이 여겨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그 사문과 비구들을 청해 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고 또 명령하여 집안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불을 붙여 두고 음식에는 독을 넣고 그들을 청해 와서 먹게 하시오.
만일 사문 고오타마가 일체 지혜가 있어 三세의 일을 안다면 그 청을 받지 않을 것이요, 만일 일체 지혜가 없으면 곧 청을 받고 제자들을 데리고 왔다가 모두 불에 사르어질 것이오, 만일 하늘 사람이라면 불의 해침을 받지 않고 안온할 수 있을 것이오."
때에 시리굴은 잠자코 여섯 스승의 말을 따랐다. 그는 곧 성을 나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독이 섞인 마음을 가지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님과 스님네들은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마음속의 생각을 알으시고 잠자코 청을 받아 주셨다.
때에 시리굴은 여래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도중에서 생각하였다. '우리 여섯 스승의 말씀은 참으로 맞다. 그런데 저 사문은 내 마음속의 생각을 모르고 반드시 큰불에 사르어질 것이다.'
때에 시리굴은 집에 돌아 와 명령하여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왕성한 불을 피워 두고 또 명령하여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모두 독을 넣어 두었다. 또 문 밖에 큰 불구덩이를 만들어 큰불을 피우고 그 위는 자리를 깔았다. 음식에는 독을 넣어 두고 세존께 때가 왔음을 사뢰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알으시고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그의 집으로 떠나셨다.
그리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나보다 먼저 앞서 가지 말고 도 나보다 먼저 앞에 앉지 말며 또 나보다 먼저 음식을 먹지 말라."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안의 사람들은 시리굴이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음식에 독을 넣어 부처님과 비구 중과 네 무리들을 청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울면서 '장차 여래님과 비구 중을 해칠 것이 아닌가.'고 하였다. 또 어떤 이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장자 집에 가시지 마소서. 그는 큰 불구덩이를 만들고 독이 든 음식을 만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는 끝내 남의 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남섬부주 안의 불이 범천에 까지 이르더라도 오히려 나를 태우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조그만 불이 나를 태우려 한들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우바새야, 알라. 내게는 조금도 해칠 마음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라아자그리하 성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장자 집에 먼저 들어가지 말고 또 음식을 먼저 먹지 말라. 반드시 내가 먹은 뒤에 먹어야 한다."
그 때에 세존께서 막 발을 들어 문턱 위에 놓자 그 불구덩이는 저절로 목욕못으로 변해 매우 맑고 시원하며 온갖 꽃이 그 가운데 피었고 또 연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 같고 일곱 가지 보배로 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연꽃이 피어 꿀벌들이 그 안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에 석제환인과 범천왕, 四천왕, 건달바, 아수라 및 여러 나찰 귀신들은 불구덩이 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제각기 경사라 일컫고 모두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여래님은 훌륭한 이 중에서 제일이시다.'
그 때에 그 장자 집에는 여러 외도 이학(理學)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우바새와 우바이들은 여래님의 신통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외도 이학들은 여래님의 신통을 보고는 모두 근심에 잠겨 있었고 허공 중의 여러 천신들은 갖가지 이름난 꽃을 여래님 위에 흩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땅에서 네 치쯤 뜨셔 허공을 밟고 장자 집에 이르셨다. 여래께서 발을 드는 곳에는 곧 연꽃이 피어 크기는 수레바퀴 같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몸을 오른쪽을 돌려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연꽃을 밟고 오라."
때에 성문들은 모두 연꽃을 따라 장자 집에 이르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옛날의 비유를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강가아 강의 모래알 같은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섬기고 예경하면서 그 거룩한 뜻을 어기지 않았나니, 이런 지성스러운 맹세로써 이 여러 좌석이 튼튼하게 하여지이다고."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지금 허락한다. 먼저 손으로 자리를 집고 그 다음에 앉아라. 이것이 내 분부이니라."
그 때에 세존님과 비구들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 밑에서는 모두 연꽃이 피어 매우 향기로웠다.
때에 시리굴은 여래님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저 외도 이학들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 나는 인간의 행을 잃었고 또 하늘 길도 아주 잃었다. 내 마음은 어지러워 독약을 먹은 것 같다. 반드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질 것이다. 진실로 이 여래님은 만나기 어렵다.' 이렇게 깨닫자 그는 곧 눈물을 흘리면서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들어주소서.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스스로 죄인 줄 알면서 여래님을 시끄럽게 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허물을 고치고 본래 뜻을 버려 능히 스스로 여래를 침범한 줄 아는구나.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다. 너의 참회를 듣고 법을 따라 용서한다. 나는 지금 너의 참회를 받아 준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시리굴 장자가 큰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마련하고 여래님을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기어코 이 남섬부주 안의 이 시리굴과 같은 성명을 가진 자는 모두 없애 버리리라."
그는 또 여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왕관을 벗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여래님을 불에 태우고 또 비구승들을 모두 불에 태웠다. 너희들은 빨리 장자 집에 가서 여래님을 돌보라."
그 때에 지바카 왕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근심하지 마시고, 또 그런 나쁜 생각을 내지 마소서. 왜 그러냐 하오면 여래님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리굴 장자는 여래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지금 가서 그 신통을 보소서."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지바카의 깨우침을 받고는 설산(雪山)의 큰 코끼리를 타고 잠깐 동안에 시리굴 장자 집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바로 시리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에 그 집 문 밖에는 八만 四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왕은 크기가 수레바퀴만큼씩한 연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님은 언제나 온갖 악마를 이기신다."
왕은 지바카 왕자에게 말하였다.
"장하다, 지바카야. 너는 여래님의 이러한 힘을 믿었구나."
때에 왕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왕은 여래님 입에서 광명이 나오는 것을 보고 또 여래님의 안색이 뛰어나심을 두루 살펴보고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때에 시리굴 장자는 세존께 사뢰었다.
"내가 차린 음식에는 모두 독이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잠깐만 기다리소서. 지금 곧 다시 음식을 만들겠나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와 그 제자들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장자가 이미 마련한 음식을 차리면 되느니라."
때에 장자는 손수 갖가지 음식을 진지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 독기 죽인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기 죽인다
지성스러운 부처와 법과 중은
독기를 죽여 남김이 없다
모든 부처에게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중은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이 있다
여래는 영원히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부처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것은 세상의 세 가지 독기
여래의 법에는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법은 독기 죽인다
탐욕과 또 성냄의 독기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이 있다
여래의 중은 독기 없나니
지성스러운 중은 독기 죽인다.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독이 든 음식을 공양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부디 먼저 먹지 말라. 반드시 내가 먹은 뒤에 먹어야 한다."
때에 장자는 손수 진지하여 갖가지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 중을 공양하였다.
그 때에 시리굴 장자는 여래께서 공양을 마치시는 것을 보고는 바리를 치우고 다시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여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장자와 八만 四천 대중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더러운 것이요 음행은 큰 재앙이므로 그것을 뛰어 나는 것이 즐거움이라.'하셨다.
세존께서는 그 장자와 八만 四천 대중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다시는 번뇌가 없게 된 것을 보시고, 모든 부처 세존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말씀하시고 그 행을 널리 분별하셨다.
그 때에 대중들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니, 마치 새 옷을 물들여 빛깔이 되는 것처럼, 그 대중들도 그와 같아서 제각기 그 자리에서 도의 자취를 보았다. 법을 보아 법을 얻음으로써 온갖 법을 분별하고 온갖 의심을 건너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는 다른 스승을 섬기지 않고 부처와 법과 중에 스스로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를 받았다.
그 때에 시리굴 장자는 스스로 도의 자취를 얻은 줄을 알고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차라리 여래님에게 둑을 베풀어 큰 과보를 얻을지언정 다른 외도 이학들에게 단 이슬을 주어 다시는 그 죄를 받지 않겠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나는 지금 독이 든 음식으로 부처님과 비구 중을 청함으로써 현재에서 이런 증험을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나는 긴 밤 동안에 저 외도들에게 홀리어서 여래님에게 그런 나쁜 마음을 내었던 것이옵니다. 외도 이학을 섬기는 자는 모두 치우친 길에 떨어질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아서 틀림이 없다. 모두 남에게 속은 것이니라."
그 때에 시리굴은 다시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부터는 저 외도 이학을 믿지 않고 또 그의 네 무리들도 집에서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는 변함없이 저 외도들을 공양하라. 저 축생들에게 보시해도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렵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만일 어떤 외도 이학이 '시리굴은 누구 제자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그 때에 시리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사뢰었다.
"용맹하여 해탈하고 이제 사람의 몸을 받으신 저 일곱째 선인(仙人) 석가모니님의 제자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다, 장자야. 너는 능히 그런 미묘한 찬탄을 말하는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장자를 위해 매우 깊은 법을 설명하시고 곧 다음 주원(呪願)을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시서(詩書)에는 게송이 제일이 되며
사람 중에는 임금이 제일 높고
온갖 흐름에는 바다가 근본이다
별 가운데서는 달이 제일 밝으며
광명에서는 해가 으뜸이 된다
상, 하와 또 四방의
형상 있는 모든 것과
모든 하늘과 이 세상에서
부처가 가장 제일이거니
만일 그 복을 얻으려거든
부디 세 부처님을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때에 시리굴과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73 하~775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30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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