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5권
21. 등심경(等心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비구들과 밤에 강당에 모여, 내결과 외결에 대하여 여러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분별해 설명하였다.
"여러분, 세상에는 실로 두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첫째는 내결(內結)의 인간이 있는데 그는 아나함으로서 이 세간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둘째는 외결(外結)의 인간이 있는데 그는 아나함이 아님으로, 이 세간에 돌아옵니다. 여러분, 어떤 것을 내결의 인간인 아나함으로서 이 세간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는가 하면 만일 어떤 사람이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추었으면, 그는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아주 어려움도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춤으로 말미암아, 탐욕을 싫어하고 탐욕을 없애고 탐욕을 끊기를 배웁니다.
탐욕을 싫어하고 탐욕을 없애고 탐욕을 끊기를 배움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쉬고 해탈을 얻고, 해탈을 얻은 뒤에는 즐거움 속에서 사랑하고 아끼어 그것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재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나게 됩니다. 거기서 난 뒤에는 곧 '나는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에는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추었습니다. 나는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춤으로 말미암아, 탐욕을 싫어하고 탐욕을 없애고 탐욕을 끊기를 배웠습니다. 탐욕을 싫어하고 탐욕을 없애고 탐욕을 끊기를 배움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쉬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것을 얻은 뒤에는 그 즐거움 속에서 사랑하고 아끼어 그것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나서 지금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또 어떤 사람은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추었습니다. 저는 금계를 닦고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춤으로 말미암아 색계의 생명을 끊고 탐욕을 끊는 법을 배우며, 탐욕을 버리고 여의기를 배웁니다. 그는 색계의 생명을 끊고 탐욕을 끊는 법을 배우며, 탐욕을 버리고 여의기를 배움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쉬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것을 얻은 뒤에는 그 즐거움 속에서 그것을 사랑하고 아끼어 그것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재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납니다. 거기에 난 뒤에는 그는 곧 '나는 본래 사람으로 있을 때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추었습니다. 나는 금계를 닦아 익히어 뚫어짐도 없고 이지러짐도 없으며,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으며, 지극히 많고 어려움이 없으며, 성인의 칭찬을 받고 잘 닦고 잘 갖춤으로 말미암아 다시 색계의 생명을 끊고 탐욕을 끊는 법을 배웠습니다. 색계의 생명을 끊고 탐욕을 끊는 법을 배우며, 탐욕을 버리고 여의기를 배움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쉬고 해탈을 얻었습니다. 그것을 얻은 뒤에는 그 즐거움 속에서 그것을 사랑하고 아끼어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나서 지금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내결>의 인간인 아나함으로서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떤 것을 외결의 인간인, 아나함이 아님으로써 이 세간에 돌아오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만일 어떤 사람이 금계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從解脫)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껴잡고 털끝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움을 품으며, 학문과 계를 받아 가지면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외결의 인간인, 아나함이 아님으로써 이 세간에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에 많은 등심천들은 형상은 의젓하고 빛깔은 환하고 밝았다. 밤이 장차 밝으려 할 때에 그들은 부처님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사리불은 어젯밤 비구들과 강당에 모여 내결과 외결 문제로 비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분별해 설명하였나이다. 곧 '여러분, 세상에는 실로 두 가지 인간이 있다. 곧 내결의 인간과 외결의 인간이다.'라고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대중들은 다들 기뻐하였나이다. 원하옵건데 세존께서는 저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저 강당으로 나가 주시옵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등심천들을 위하여 잠자코 허락하시었다. 등심천들은 세존의 잠자코 허락하심을 알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돈 뒤에 곧 거기서 사라졌다. 등심천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강당으로 가시어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세존은 앉으시자 곧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너는 지극히 착하다. 왜냐하면 너는 어젯밤에 비구들과 강당에 모여 내결과 외결 문제로 비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분별해 해설하였기 때문이니라. 곧 '여러분, 세상에는 실로 두 가지 인간이 있다. 곧 내결의 인간과 외결의 인간이다.'라고 하였다. 사리불이여, 어젯밤이 동이 들때 여러 등심천들은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에 한쪽에 물러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존자 사리불은 어젯밤에 비구들과 강당에 모여 내결과 외결 문제로 비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분별해 해설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대중들은 다들 기뻐하였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저 강당으로 나가 주소서.' 하고 청하였다. 사리불이여, 나는 곧 그 등심천들을 위해 잠자코 허락하였다. 등심천들은 내가 잠자코 허락하는 것을 알고,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돈 뒤에 거기서 사라졌다.
사리불이여, 등심천들은 10·20, 혹은 30·40, 혹은 50·60명이 송곳 끝 같은 곳에 함께 살아도 서로 방해되지 않는다. 사리불이여, 등심천들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에 이미 선심을 닦아 지극히 넓고 매우 컸었다. 그래서 저 모든 등심천들은 혹은 10·20, 혹은 30·40, 혹은 50·60명이 송곳 끝 같은 곳에서 함께 살아도 서로 방해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마땅히 적정을 배워야 한다. 모든 근이 적정하고, 마음과 뜻이 적정하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적정하여 세존과 모든 지자와 범행자를 향해야 한다. 사리불이여, 저 거짓된 이학들은 영구히 쇠하고 멸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이러한 묘한 법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2 성취계경(成就戒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비구로서 계를 성취하고, 정을 성취하고, 혜를 성취하면 곧 현재에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만일 현세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餘意生天)에 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이 때에 존자 우다이는 대중 가운데 있다가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난다면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존자 사리불은 몇 번이고 한결같이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를 성취하고 정을 성취하고 혜를 성취하면, 그는 현재에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만일 현세에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존자 우다이도 또한 되풀이해서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난다면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든다는 것을 끝내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사리불은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몇 번이고 내 말을 그르다고 하지마는 어느 비구도 내 말을 찬탄하는 사람은 없구나. 나는 차라리 세존께 가리라.'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존자 사리불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우다이와 여러 비구들은 또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거기서 존자 사리불은 다시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를 성취하고 정을 성취하고 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에 있어서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만일 현세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존자 우다이는 다시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나면 상지멸정에 드나든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존자 사리불은 다시 몇 번이고 되풀이해 비구들에게 말했다.
"만일 비구로서 계를 성취하고 정을 성취하고 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에 있어서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만일 현세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존자 우다이도 한결같이 몇 번이고 사뢰었다.
"만일 비구로서 여의생천에 난다면 상지멸정에 드나든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가 없습니다."고.
존자 사리불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비구는 세존 앞에서도 몇 번이고 내 말을 그르다 한다. 그러나, 또한 어느 비구도 내 말을 찬탄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차라리 잠자코 있으리라.'고. 이에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우다이여, 네가 말하는 여의생천은 색이라고 생각하는가."
존자 우다이는 세존께 여쭈었다.
"그렇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우다이를 맞대고 꾸짖으셨다.
"너는 미련한 사람이다. 너는 장님으로서 눈이 없다. 무슨 까닭으로 매우 깊은 <아비다르마>를 논하는가."
이에 존자 우다이는 부처님에게 직접 꾸지람을 받은 뒤에, 마음에 슬픔을 품고 머리를 떨어뜨려 잠자코 말이 없으면서 무엇을 생각하는 듯하였다. 세존께서는 존자 우다이를 맞대고 꾸짖으신 뒤에, 존자 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명망 있는 높은 장로 비구가 남의 힐난을 받는데, 너는 왜 버려 두고 단속하지 않는가. 너는 미련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 명망 있는 높은 장로를 저버렸다."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우다이와 아난다를 맞대고 꾸짖으신 뒤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비구로서 계를 성취하고 정을 성취하고 혜를 성취하면, 그는 곧 현재에 있어서 상지멸정에 드나드는데,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다. 만일 현세에 있어서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단식천을 지나 여의생천에 날 것이요, 그는 거기서 상지멸정에 드나들 것이니, 그것은 으례 그런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선실에 들어가 고요히 앉아 잠자코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우파바나 비구는 대중 가운데 있었다. 아난다는 우파바나에게 사뢰었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꾸지람은 내가 받았습니다. 존자 우파바나여, 세존께서는 저녁때면 반드시 선실에서 나와, 비구들 앞에 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이 문제를 함께 의논하실 것입니다. 스님은 마땅히 이 일로써 대답해 주십시오. 나는 세존과 여러 범행자들에게 못내 부끄럽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저녁때에 선실에서 나와 비구들 앞에 와서 자리를 깔고 앉아 말씀하시었다.
"우파바나야, 장로 비구는 몇 가지 법이 있어야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는가."
존자 우파바나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장로 비구가 만일 5법이 있으면 모든 범행자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첫째, 장로 비구가 금계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껴잡고, 털끝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움을 품으며, 학문과 계행을 받아 가지면, 세존이시여, 그는 금계의 장로요 위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둘째, 장로 비구가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서, 그것을 지켜 가져 잊지 않으며 쌓고 모으고 널리 듣나이다. 이른바 그의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또한 좋으며,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구족하고 청정하여 범행을 드날리나이다. 이와 같이 모든 법에 있어서 널리 배우고 많이 들으며, 익숙하게 익혀 천에까지 이르며, 마음으로 생각하고 관찰하는 바는 환하게 보고 깊이 통달하면, 세존이시여, 그는 다문의 장로요 위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셋째, 장로 비구가 4증상심을 얻고, 현재 즐겁게 살기가 어렵지 않으면, 세존이시여, 그는 선사 장로요 위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넷째, 장로 비구가 지혜를 닦아, 행해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와 거룩한 슬기와 밝은 통달을 얻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고통을 다하면 세존이시여, 그는 지혜의 장로요 위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다섯째, 장로 비구가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다시 맺힘이 없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알면 세존이시여, 그는 누진의 장로요 위되는 비구로서, 모든 범행자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세존이시여, 장로 비구가 만일 이 5법을 성취하면, 그는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중을 받나이다."
"우파바나야, 장로 비구가 이 5법이 없으면, 다시 어떤 일로 모든 범행자들의 애경과 존경을 받게 되겠는가."
"만일 장로 비구가 5법이 없으면,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경하게 할 다른 일은 없나이다. 오직 늙었다는 것으로써, 곧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젊음은 날로 쇠하며, 몸은 굽어지고 다리는 뒤틀리며, 몸은 무겁고 피는 뇌로 모이어 지팡이를 의지해 다니며, 살은 쭈그러들고 피부는 늘어나 주름살은 얽은 것과 같으며, 모든 기관은 헐고 얼굴빛은 추악하나이다. 그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범행자들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뿐입니다."
"그렇고 그렇다. 만일 장로 비구에게 이 5법이 없으면 다시는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다른 일은 없다. 오직 늙음으로써 곧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젊음은 날로 쇠하며, 몸은 굽고 다리는 뒤틀리며, 몸은 무겁고 피는 뇌로 모이어 지팡이를 의지해 다니며, 살은 쭈그러들고 피부는 늘어나 주름살은 얽은 것과 같으며, 모든 기관은 헐고 얼굴빛은 추악하다. 그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모든 범행자로 하여금 애경하고 존중하게 할 뿐이다. 우파바나야, 사리불 비구한테는 이 5법이 있다. 너희들은 마땅히 애경하고 존중하라. 왜냐하면 사리불 비구는 금계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을 지켜 보호하며, 또 위의와 예절을 잘 껴잡으며, 털끝만한 허물을 보아도 항상 두려움을 품으며, 학문과 계행을 받아 가진다.
그리고 우파바나야, 사리불 비구는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서, 지켜 가져 잊지 않으며, 쌓고 모으고 널리 듣는다. 이른바 그의 법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또한 좋으며,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구족하고 청정하여 범행을 드날린다. 이러한 모든 법에 있어서 널리 배우고 많이 들으며, 익숙하게 익혀 천에까지 이르며,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는 환하게 보고 깊이 통달한다. 우파바나야, 사리불 비구는 4증상심을 얻고 현재에 있어서 즐겁게 살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또 우파바나야, 사리불 비구는 지혜를 닦아 행해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와 거룩한 슬기와 밝은 통달을 얻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고통을 다한다.
우파바나야, 사리불 비구는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맺힘이 없고,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 사리불 비구는 이 5법을 성취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애경하고 존중하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우파바나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 지경(智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모올리야파구나 비구는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었다. 흑치 비구는 모올리야파구나 비구가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었다는 말을 듣고, 곧 존자 사리불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사리불님, 알고 있습니까. 모올리야파구나 비구가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존자 사리불은 말했다.
"모올리야파구나 비구는 이 법을 사랑하고 즐겨하는가."
흑치 비구는 도리어 반문했다.
"사리불님은 이 법을 사랑하고 즐겨합니까."
사리불은 대답했다.
"흑치여, 나는 이 법에 대해서 아무런 의혹도 없다."
흑치 비구는 다시 물었다.
"사리불님이여,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또한 어떠합니까."
"흑치여, 나는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또한 망설임이 없다."
흑치 비구는 이렇게 듣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사리불은 이제 스스로 일컬어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고 하나이다."
세존은 이 말을 들은 뒤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리불에게 가서 '세존이 너를 부르신다.'고 말하라."
그 비구는 분부를 받은 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그는 사리불에게 나아가 사뢰었다.
"세존께서 사리불님을 부르십니다."
사리불은 그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사리불이여, 너는 지금 스스로 일컬어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고 말하였는가."
사리불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런 글을 쓰지 않았고 그런 글귀를 쓰지 않았나이다. 저는 다만 뜻을 말했을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사리불이여, 족성자는 그 방편을 따라 일컬어 말한다. 지혜를 얻었으면 곧 지혜를 얻었다고 말한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이미 '그런 글을 쓰지 않았고 그런 글귀를 쓰지 않았나이다. 저는 다만 뜻을 말했을 뿐입니다.'고 말하였나이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묻기를 '존자 사리불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았기에 스스로 일컬어,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고 말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이 말을 듣고도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저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너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았기에 스스로 일컬어,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고 말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이 말을 듣고는 '여러분, 생은 인(因)이 있다. 이 생의 인이 다했다. 이 생의 인이 다한 줄을 알았기에 나는 스스로 일컬어 말한다.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 모양을 안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은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마땅히 그렇게 대답하라.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들이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생은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무엇을 따라 나고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저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생은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무엇을 따라 나고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듣고는 '여러분, 생은 <유(有)>를 인으로 하고 유를 연으로 하며,유를 따라 나고 유를 근본으로 한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제게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해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유>는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유는 무엇을 따라 나고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제게 '존자 사리불이여, <유>는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유는 무엇을 따라 나고 유는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이 말을 듣고는 '여러분, <유>는 <수(受)>를 인으로 하고 수를 연으로 하며, 수를 따라 나고 수를 근본으로 한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해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수>는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무엇을 따라 나고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만일 범행자가 와서 제게 '존자 사리불이여, <수>는 무엇을 인으로 하고 무엇을 연으로 하며 , 무엇을 따라 나고 무엇을 근본으로 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이 말을 듣고는 '여러분, <수>는 <애(愛)>를 인으로 하고 애를 연으로 하며, 애를 따라 나고 애를 근본으로 한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해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어떤 것을 <애>라고 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범행자가 와서 제게 '존자 사리불이여, 어떤 것을 <애>라고 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듣고는 '여러분, 이른바 3각(覺)이 있다. 즐거운 감각, 괴로운 감각, 즐겁지 않은 감각이다. 그 가운데서 즐기고자 하여 집착하는 것, 이것을 일러 <애>라 한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해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당신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았기에, 그 3각(覺) 가운데서 즐기고자 하는 집착이 없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제게 '존자 사리불이여, 당신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았기에 그 3각 가운데서 즐기고자 하며 집착함이 없는가.'고 묻는다면, 저는 이 말을 듣고는 '여러분, 이른바 이 3각은 무상(無常)의 법이요, 괴로움의 법이며, 멸의 법이다. 무상의 법은 곧 이 괴로움이니, 괴로움을 본 뒤에는 저 3각에 대해서 즐기고자 하며 집착함이 없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 찬탄해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 뜻을 알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사리불이여, 이 말은 다시 이치가 있어 간략하게 대답할 수가 있다. 사리불이여, 이 말을 다시 어떤 뜻이 있어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는가. 감각하는 바와 행하는 바는 다 괴로움이다. 이른바 다시 이치가 있어 이 말을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존은 물으셨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너에게 '존자 사리불이여, 어떻게 등지고 향하지 않기에 스스로 일컬어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 모양을 안다'고 하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제게 '존자 사리불이여, 어떻게 등지고 향하지 않기에 스스로 일컬어 '나는 지혜를 얻었고 생이 이미 다했으며, 범행이 이미 섰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안다고 하는가.'고 묻는다면, 세존이시여, 저는 그 말을 듣고는 '여러분, 나는 안에 대해서 등지고 향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애욕이 다하고, 놀람도 없고 두려움도 없으며, 의심도 없고 미혹도 없다. 이렇게 수호하고, 그와 같이 수호한 뒤에는 선하지 않은 누를 내지 않는다.'고 대답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이렇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해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불이여, 만일 모든 범행자가 와서 그렇게 묻거든 너는 그렇게 대답하라. 그렇게 말하면 그들은 그뜻을 알 것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다시 이치가 있어 이 말을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다. 곧 '모든 맺음과 같은 것은 사문이 말한 바다. 그러나, 그 맺음은 나의 소유가 아니다.' 이렇게 수호하고, 그와 같이 수호한 뒤에는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지 않는다. 사리불이여, 이것이 이른바 '다시 이치가 있어 이 말을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해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으셨다. 세존께서 방에 들어가신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사리불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내가 처음에, 아직 생각하기 전에 세존께서는 갑자기 이 이치를 물으셨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능히 대답하지 못하리라'고. 여러분, 내가 처음에 한 이치를 말했을 때 곧 세존께서는 옳다고 창찬하시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만일 세존께서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내게 이 이치를 물으신다면, 나는 능히 세존을 위하여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를 대답하리라. 만일 세존께서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를 물으신다면, 나도 또한 능히 세존을 위하여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를 대답하리라.'고 생각하였다."
흑치 비구는 존자 사리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빨리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세존께서 방에 들어가신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사리불은 지극히 뽐내어 한결같이 사자처럼 외치기를 '여러분, 내가 처음에, 아직 생각하기 전에 세존께서 갑자기 이 이치를 물으셨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능히 대답하지 못하리라고. 여러분, 내가 처음에 한 이치를 말했을 때 곧 세존께서는 옳다고 칭찬하시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만일 세존께서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내게 이 이치를 물으신다더라도, 나는 세존을 위해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를 대답하리라. 만일 세존이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내게 이 이치를 물으신다면, 나도 또한 세존을 위해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이 이치를 대답하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흑치야, 그렇고 그렇다. 만일 내가 하루 낮 하룻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사리불 비구에게 그 이치를 묻더라도 사리불 비구는 반드시 능히 나를 위해 하루 낮 하룻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그 이치를 대답할 것이다. 흑치야, 만일 내가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사리불 비구에게 그 뜻을 묻는다면 그 비구도 또한 능히 나를 위해 2·3·4일 내지 이레 낮 이레 밤을 다른 글과 다른 글귀로써 그 이치를 대답할 것이다. 흑치야, 사리불 비구는 깊이 법계에 통달하였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사리불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4 사자후경 (師子吼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큰 비구들과 함께 그 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존자 사리불도 또한 거기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데, 3개월 안거를 지낸 뒤에 옷 깁기를 마치고 옷을 단속하고, 바루를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위국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상에 나가 행각하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너는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아직 제도(濟度)되지 못한 여러 사람들은 마땅히 제도를 얻게 하고, 아직 해탈하지 못한 시람들은 마땅히 해탈을 얻게 하며, 아직 반열반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마땅히 반열반을 얻게 하라. 사리불이여, 너는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는 자기 방에 돌아와 평상과 자리를 거두고 옷을 단속하고 바루를 가지고 곧 나가 세상을 행각하였다. 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는 부처님 앞에서 상위법(上違法)을 범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오늘 존자 사리불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에 노닐러 갔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사리불한테 가서 말하라.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 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가 내 앞에서 상위법을 범하고,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불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에 노닐러 갔나이다 라고 말했다.'고 전하라."
한 비구는 분부를 받은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 이 때에 존자 아난다가 세존 뒤에서 총채를 잡고 세존을 모시고 있었다. 한 비구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아난다는, 곧 방 열쇠를 가지고 여러 방을 두루 돌면서 비구들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십니다, 여러분이여. 빨리 강당으로 갑시다. 지금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리이다. 사리불이 말한다면 그것은 매우 깊고 고요함 중의 고요함이요, 묘한 것 가운데 묘한 것으로서 여러분과 나는 이것을 들은 뒤에는 잘 외워 익히고, 잘 받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존자 아난다의 말을 듣고는 모두 강당으로 갔다. 한 비구는 사리불에게 가서 사뢰었다.
"세존께서 스님을 부르십니다. '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는 내 앞에서 <상위법>을 범하고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불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에 노닐러 갔나이다 라고 말했다.'고 하십니다."
이에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시었다. 사리불이여, 네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범행자는 내 앞에서 상위법을 범하고 '세존이시여, 오늘 존자 사리불은 나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에 노닐러 갔나이다.'고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너는 진실로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긴 뒤에 세상에 노닐러 떠났느냐."
사리불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신신념(身身念)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뿔을 끊긴 소가 지극히 참고 온순하여 잘 다루어져서, 마을에서 마을로 거리에서 거리로, 노니는 곳마다 침범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뿔을 끊긴 소와 같아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찬다알라쿠마라가 두 손을 잘리어 그 뜻은 지극히 낮아, 시골에서 시골로 읍에서 읍으로 노니는 곳마다 침범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손을 잘린 찬다알라쿠마라와 같아,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땅은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받아도, 이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저 땅과 같아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물이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씻어도, 그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또한 창피스럽다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저 물과 같아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불은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불살라도, 그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저 불과 같아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바람은 깨끗하고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불어도, 그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저 바람과 같아서 맺음도 없고 다툼도 없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쓰는 비는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쓸어도, 그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며,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마음은 저 쓰는 비와 같아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푼차니는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것과 대변과 소변과 눈물과 침을 다 닦아도, 그로써 미움과 사랑이 있지 않고 더럽다 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며, 또 창피스럽다 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이와 같나이다. 마음은 푼차니와 같아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고약병이 곳곳이 부서져 고약을 가득 담은 뒤에 햇볕에 두어, 그것은 새고 두루 새어 흐르고 두루 흐를 때, 눈이 있는 사람이 한쪽에 서서 이 고약병이 곳곳이 부서져 고약을 가득 담은 뒤에 한낮에 두어 그것이 새고 두루 새고 흐르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항상 이 몸을 보매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새고 두루 새어 흐르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일자희(一自喜)가 있어, 나이는 젊고 목욕하고 손발 씻고 바르는 향으로써 훈하고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영락으로써 스스로 꾸미고 수염을 깎고 머리를 다스리고, 머리에는 화만을 썼는데, 만일 죽은 뱀과 죽은 개와 또 죽은 사람의 시체가 푸르딩딩하게 퉁퉁 붓고 지독한 냄새가 나며, 넌적넌적 무너져 더러운 물이 흐르는 것으로써 그 목에 걸치면 그는 부끄러움을 품고 지극히 미워하고 더러워하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항상 이 몸을 보매 냄새나는 곳이 깨끗하지 못해 마음에는 부끄러움을 품고 지극히 그것을 미워하고 더러워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신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신신념을 잘 가지고 있나이다. 제가 어떻게 범행자를 업신여기고 세상에 노닐겠나이까."
이 때에 저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허물을 뉘우치나이다, 세존이시여. 스스로 고백하나이다, 선서시여. 저는 바보같고 미친 사람 같으며, 정신이 돈 사람 같고 착하지 않은 사람 같나이다. 왜냐하오면 이른바 저는 허망한 말로 청정한 범행자인 사리불 비구를 거짓으로 비방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허물을 뉘우치나이다. 원컨대 저를 위하여 받아주소서. 허물을 보았으면 곧 드러내고 뒤에는 다시 짓지 않겠나이다."
세존게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비구여. 너는 실로 바보 같고 미친 사람 같으며, 정신이 돈 사람 같고 착하지 않은 사람 같다. 왜냐하면 이른바 너는 비어서 진실함이 없는 허망한 말로써 청정한 범행자인 사리불 비구를 거짓으로 비방하였다. 그러나 너는 능히 허물을 뉘우쳤고, 허물을 보아서는 곧 드러내고 뒤에는 다시 짓지 않겠다고 하였다. 만일 허물을 뉘우치고 허물을 보아서는 곧 드러내고 뒤에는 다시 짓지 않는다면, 이렇게 하여 거룩한 법률은 자라나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빨리 저 어리석은 사람이 허물을 뉘우침을 받아들여, 저 비구로 하여금 네 앞에서 머리가 부서져 7분(分)이 되게 하지 말라."
존자 사리불은 곧 그 비구를 가엾이 여겨 이내 허물의 뉘우침을 받아들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사리불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5 수유경(水喩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은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나는 지금 당신들을 위하여 번뇌를 없애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하리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그것을 잘 생각하라."
비구들은 시키는 대로 듣고 있었다. 존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의 행은 깨끗하지 않은데, 입의 행은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입의 행은 깨끗하지 않은데, 몸의 행은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의 행도 깨끗하지 않은데,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지 않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그것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여러분, 또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그것을 없애야 한다.
여러분, 또 어떤 사람은 몸의 행은 깨끗하지 않고 입의 행은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내는 번뇌가 나면 마땅히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그것은 마치 아란냐카 비구가 분소의(糞掃衣)를 가지는 것과 같다. 똥무더기 가운데 버려진 헤어진 옷을 보매 대변에 더럽혀졌고, 혹은 소변·눈물·침과 그 밖에 더러운 것에 더럽혀져 있을 때, 그는 그것을 본 뒤에는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펴 보아 만일 대변이나, 소변·눈물·침이나 그밖에 더러운 것에 더럽혀져 있지 않은 부분이나, 또 뚫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곧 그것을 찢어 가진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몸의 행은 깨끗하지 않으나, 입의 행이 깨끗하거든 그 몸의 깨끗하지 않은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입의 깨끗한 행만을 생각하라.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하느니라.
여러분, 어떤 사람은 입의 행은 깨끗하지 않은데, 몸의 행은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내는 번뇌가 나면 마땅히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그것은 마치 마을 바깥 멀지 않은 곳에 깊은 못이 있어 잡초에 덮여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괴로워하고, 굶주리고 목말라 아주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휘몰린다면, 그는 못에 나가 옷을 벗어 언덕에 두고 곧 못 속으로 들어가 두 손으로 잡초를 헤치고 마음껏 시원하게 목욕하여 더위의 괴로움과 굶주리고 목마른 시달림을 푼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입의 행은 깨끗하지 않으나, 몸의 깨끗한 행이 있거든 그 입의 깨끗하지 않은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몸의 깨끗한 행을 생각하라.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하느니라.
여러분, 또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의 행도 깨끗하지 않은데,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내는 번뇌가 나면 마땅히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그것은 마치 길 네거리에 소발자국 물이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괴로워하고, 굶주리고 목말라 아주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휘몰린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하리라. '이 길 네거리에도 소 발자국의 적은 물을, 내가 만일 손으로나 나뭇 잎으로 뜬다면, 곧 물은 흔들려 흐려져 나의 이 몹시 더워 번민하고 굶주리고 목말라 아주 시달리는 것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꿇어 앉아 손으로 땅을 짚고 입으로써 물을 마시자'고. 그는 곧 길게 꿇어앉아 손으로 땅을 짚고 입으로써 물을 마셨다. 그래서 그는 곧 몹시 더워 번민하고, 굶주리고 목말라 아주 시달림을 풀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이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의 행도 깨끗하지 않으나, 마음에 조금 깨끗한 것이 있거든, 그 몸의 깨끗하지 않은 행과 입의 깨끗하지 않은 행은 생각하지 말고, 다만 그 마음에 조금 있는 깨끗한 것만을 생각하라. 여러분,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하느니라.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지 않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내는 번뇌가 나면 마땅히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서 병을 얻어 지극히 곤란하고 몹시 시달렸지마는, 다만 혼자로서 길동무는 없고 뒷 마을로 돌아가기는 더욱 먼데, 앞 마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한쪽에 서서 이 사람은 먼 길을 가다가 도중에서 병을 얻어, 지극히 곤란하고 몹시 시달렸지마는, 그는 혼자로서 길동무는 없고 뒷 마을은 더욱 먼데, 앞 마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을 보고, '이 이도 만일 시자를 얻으면, 먼 들 복판에서 마을로 데리고 가서 좋은 탕약과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간호인을 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 사람의 병은 반드시 나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 사람은 이 병자에 대해서 지극히 가엾이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지 않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보면 곧 이렇게 생각하리라. '이 사람은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람으로 하여금 몸의 행도 깨끗하지 않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나게 하지 말자. 만일 이 사람도 선지식을 만나면 몸의 깨끗하지 않은 행을 버리고 몸의 깨끗한 행을 닦고, 입과 뜻의 깨끗하지 않은 행을 버리고 입과 뜻의 깨끗한 행과 입과 뜻의 깨끗한 행을 닦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 사람은 온몸의 깨끗한 행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서 천상에 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사람은 이 사람에 대해 지극히 가엾이 여기고 사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하느니라.
여러분, 어떤 사람은 몸의 행이 깨끗하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다.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성내는 번뇌가 나면 마땅히 어떻게 그것을 없애야 하는가. 여러분, 그것은 마치 마을 바깥 멀지 않은 곳에 좋은 못물이 있어, 물은 맑고 또 아름다우며, 물은 차서 편편하고 푸른 풀은 언덕을 덮었으며, 꽃나무는 사방을 두른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와서 몹시 더워 괴로워하고 굶주리고 목말라, 아주 시달리며 뜨거운 바람에 휘몰린다면, 그는 못에 나가 옷을 벗어 언덕에 두고, 곧 못 속으로 들어가 마음껏 시원하게 목욕하여, 더위의 괴로움과 굶주리고 목마른 시달림을 푼다. 이와 같이 여러분, 혹 어떤 사람이 몸의 행도 깨끗하고, 입과 뜻의 행도 깨끗하거든, 항상 그 몸의 깨끗한 행과 입과 뜻의 깨끗한 행을 생각하라. 만일 슬기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비록 성내는 번뇌가 나더라도 마땅히 이렇게 그것을 없애야 하느니라.
여러분, 내가 아까 말한 바의 번뇌를 없애는 다섯 가지 방법은 이러하기 때문에 말한 것이니라."
존자 사리불이 이렇게 말하니, 여러 비구들은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