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중아함경 제6권

다르마 러브 2012. 6. 26. 19:02

중아함경 제6권

 

26. 구니사경(瞿尼師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노닐으시면서 죽림 칼란다카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굴릿사니 비구도 또한 왕사성에 노닐고, 무사실(無事室)에 있으면서 시시대고 웃으면서 교만스레 뽐내고 방정맞게 까불며, 잊기를 잘하여 마음이 원숭이와 같았다. 굴릿사니 비구는 조그마한 일을 위해 왕사성에 왔었다. 이 때에 존자 사리불은 비구들과 함께 점심을 마친 뒤에 조그마한 일이 있어 강당에 모여 있었다. 굴릿사니 비구도 왕사성에서 볼일을 마치고 강당으로 갔다. 사리불은 멀리서 굴릿사니가 오는 것을 보고 그를 인해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무사(無事)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공경하고 존중하며, 수순하여 관찰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할 때에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거나 수순하여 관찰하지 않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으며 수순하여 관찰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공경하고 존중하기를 배우고 수순하여 관찰해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시시대어 웃지 않고 바시대고 떠들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많이 시시대어 웃으며 바시대고 떠들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많이 시시대고 웃으며 바시대고 떠든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시시대고 웃지 않기를 배우고 바시대고 떠들지 않아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축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축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축생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축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거만하지 않고 또 말이 적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거만을 부리고 말이 많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거만을 부리고 말이 많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거만하지 않고 또 말이 적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모든 근(根)을 보호하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모든 근을 보호하지 않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모든 근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모든 근을 보호하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음식에 만족할 줄 알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더 많은 음식을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면서 더 많은 음식을 탐하여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음식에 만족할 줄 알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정진하지 않고 게을리 하면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면서, 정진하지 않고 도리어 게으르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바른 생각과 또 바른 지혜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바른 생각이 없고 바른 지혜가 없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바른 생각이 없고 또 바른 지혜가 없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바른 생각과 또 바른 지혜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때에 좋은 때를 알기를 배워, 일찍 마을에 들어가 밥을 빌지도 않고 또한 늦게 나오지도 않아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일찍 마을에 들어가 밥을 빌고 또 늦게 나오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일찍 마을에 들어가 밥을 빌고 또 늦게야 나온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좋은 때를 알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자리에 잘 앉음을 배워서, 장로의 자리를 핍박하고 작은 비구를 꾸짖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만일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장로의 자리를 핍박하고 작은 비구를 꾸짖으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장로의 자리를 핍박하고 작은 비구를 꾸짖는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자리에 잘 앉을 줄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율(律)·아비달마를 의논하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할때 어떤 사람이 와서 율과 아비달마를 물으면,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율·아비달마를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한다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율·아비달마를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한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율·아비달마를 의논하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안식하고 해탈하고, 색을 떠나 무색정(無色定)에 이르는 것을 의논하기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안식하고, 해탈하고, 색을 떠나 무색정에 이르는 것을 물으면,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안식하고 해탈하고 색을 떠나 무색정에 이르는 것을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안식하고 해탈하고 색을 떠나 무색정에 이르는 것을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한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안식하고 해탈하고, 색을 떠나 무색정에 이르는 것을 의논하기를 배워야 한다.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누진지통을 의논하기를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 와서 누진지통을 물으면,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누진지통을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면 곧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은 무사 비구이지만 어떻게 무사를 행한다 하겠는가. 왜냐하면 이 사람은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면서, 누진지통을 대답할 줄 모른다'고. 그래서 그는 대중 가운데 가서도 또한 비구들의 꾸짖음과 힐책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러분,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려면, 마땅히 여럿과 함께 누진지통을 의논하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이 때에 존자 마하 목건련도 또한 대중 가운데 있었다. 그는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만 무사 비구만이 무사를 행하려면, 이와 같은 법을 배워야 하고, 다른 비구에게는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존자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존자 마하 목건련이여, 무사 비구로서 무사를 행하는 데도 오히려 이와 같은 법을 배워야 하겠거든 하물며 다른 비구이겠는가."

이와 같이 두 존자는 다시 서로 일컬어 '착하다'고 찬탄하고 서로 말을 들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공경하고 존중하며 시시대고 웃지 않고

축생의 이야기와 거만함도 없고

모든 근을 보호하고 먹기에 만족할 줄 알며,

정진하고 바른 생각 바른 지혜 가지며,

 

때를 알고 또한 좋은 앉음을 알고

율과 아비달마를 의논할 줄 알며

안식과 해탈을 말할 줄 아나니

누진통도 또한 그러하니라.

 

 

27.범지타연경(梵志陀然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노닐으시고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계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를 지내시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는 사위국에서 또한 여름 안거를 지내고 있었다. 이때에 한 비구는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의 3개월을 마치고, 옷을 기워 단속하고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에서 사위국으로 가서 기수급고독원에 머물러 있었다. 그 중 한 비구는 존자 사리불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사리불은 물었다.

"현자는 어디서 와서 어느 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왕사성에서 왔고, 또한 그 곳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습니다."

사리불은 다시 물었다.

"현자여, 세존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여름 안거를 지내시는데,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어, 기거는 가벼우시며 기력은 한결같으시던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세존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면서 여름 안거를 지내시는데,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다."

"현자여, 비구와 비구니들도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는데, 다들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던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비구와 비구니들도 여름 안거를 지내는데, 다들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우바새와 우바이들도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 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우바새·우바이들도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약간의 이학(異學)의 사문·바라문들도 여름 안거 동안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약간의 이학의 사문·바라문들도 여름 안거 동안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한 바라문이 있는데, 이름을 다난자니라 한다. 그는 내가 옛날 집을 나가기 전의 벗이다. 현자는 아는가."

"압니다."

"현자여, 바라문 다난자니도 왕사성에 있으면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 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자 하던가."

"존자 사리불이여, 바라문 다난자니도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뵈옵고자 하지 않았고, 법을 듣기를 즐겨하지 안했습니다. 그는 정진하지 않고 그러면서 금계를 범합니다. 그는 왕에게 붙어 바라문과 거사들을 속이고, 바라문과 거사들의 힘을 입어 왕을 속입니다."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 사위국에서 여름 안거의 3개월을 마친 뒤에, 옷을 기워 단속하고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머물렀다. 그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기를 마치고, 바라문 다난자니 집에 이르렀다. 이 때에 바라문 다난자니는 그 집에서 나와 우물 가에 가서 거기 사는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자락을 벗어 메어 합장하고, 사리불을 향해 찬탄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사리불이여. 사리불은 오랫동안 여기 오시지 않았습니다."

이 때에 그는 공경스런 마음으로 존자 사리불을 부축해 안고 집안으로 들어가, 좋은 자리를 깔고 곧 앉기를 청했다. 사리불은 곧 그 평상에 앉았다. 다난자니는 사리불이 앉는 것을 보고 금조관을 잡아 사리불에게 먹기를 청했다. 존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다난자니여. 다만 마음이 기쁘면 족하다."

바라문 다난자니는 다시 두 번 세 번 먹기를 청하였다. 존자 사리불도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그만두라. 다나자니여, 다만 마음이 기쁘면 족하다."

바라문 다난자니는 물었다.

"사리불이여, 무슨 까닭으로 이 집에 들어와 먹기를 즐겨하지 않습니까."

"다난자니여, 너는 정진하지 않으면서 금계를 범한다. 왕에게 붙어 바라문과 거사들을 속이고, 바라문과 거사들에게 붙어 왕을 속인다."

"사리불이여, 알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 집에 있으면서 집안의 업으로써 일을 삼습니다. 나는 스스로 안온하여, 부모를 공양하고 처자를 보살피며 종들에게 대어 주어야 합니다. 왕에게 세를 보내야 하고, 모든 하늘에 제사하며 선조에게 제사하고 또 사문과 바라문에게 보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후세에 하늘에 나서 장수를 얻고 즐거운 과보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리불이여, 이런 모든 일은 의심할 수 없는 것으로서 한결같이 법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다난자니여,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너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사람이 부모를 위하느라고 나쁜 짓을 했다고 하자. 나쁜 짓을 했음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아,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부모를 위했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고. 어떠냐 다난자니여, 그 사람은 옥졸한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다난자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처자를 위하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 하자. 악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아,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처자를 위했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고. 어떠냐 다난자니여,그 사람은 옥졸로부터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다난자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종들을 위하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 하자. 악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아,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종들을 위했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고. 어떠냐, 다난자니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다난자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왕을 위하고 하늘을 위하고 선조를 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위하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 하자. 악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났다. 지옥에 나자, 옥졸이 그를 잡아 몹시 괴롭게 다스릴 때 그는 옥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옥졸아, 알아야 한다. 나를 괴롭게 다스리지 말라. 나는 왕을 위하고 하늘을 위하고 선조를 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위하기 때문에 악을 행했다'고. 어떠냐, 다난자니여. 그 사람은 옥졸에게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다난자니여, 족성자는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존중하고 공경하여 부모를 효도로 섬기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게 된다. 다난자니여, 만일 족성자가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존중하고 공경하여 부모를 효도로 섬기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부모의 사랑을 받아 부모는 이렇게 말하리라. '너로 하여금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없게 하리라. 우리는 너로 말미암아 안온하고 쾌락하기 때문이다'라고. 다난자니여, 만일 어떤 사람이 지극히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나아가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다난자니여, 족성자는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처자를 사랑하고 생각하며, 공급하여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게 된다. 다난자니여, 만일 족성자가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처자를 사랑하고 생각하며, 공급하여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처자의 존중하는 바가 되어 처자는 이렇게 말하리라. '원컨대 당신은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없으소서. 우리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안온하고 쾌락합니다'고. 다난자니여, 만일 어떤 사람이 지극히 처자의 존경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나아가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다난자니여, 족성자는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종들을 가엾이 여겨 먹이를 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게 된다. 다난자니여, 만일 족성자가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종들을 가엾이 여겨 먹이를 주어 보살피며,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종들의 존중하는 바가 되어 이렇게 말하리라. '원컨대 상전께서는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없으소서. 상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안온을 얻었습니다'라고. 다난자니여, 만일 어떤 사람이 지극히 종들의 존경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나아가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다난자니여, 족성자는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사문과 바라문을 존중하고 공양하고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게 된다. 다난자니여, 만일 족성자가 법다운 법과 업다운 업과 공덕다운 공덕으로 재물을 얻어, 사문과 바라문을 존중하고 공양하고, 복덕의 업을 행하여 악한 업을 짓지 않으면, 그는 곧 지극히 사문과 바라문의 사랑하고 생각하는 바가 되어 사문과 바라문은 이렇게 말하리라. '시주는 굳세고 건강하여 수명이 끝이 없으소서. 우리는 시주로 말미암아 안온과 쾌락을 얻었다'라고. 다난자니여, 만일 어떤 사람이 지극히 사문과 바라문의 사랑하고 생각함을 받으면, 그 덕은 날로 나아가 마침내 쇠퇴함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바라문 다난자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여 존자 사리불에게 사뢰었다.

"사리불이여, 내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이름을 단정이라 합니다. 나는 그에게 반했기 때문에 방종하게 되어 크게 죄업을 지었습니다. 사리불이여, 나는 오늘부터 아내 단정을 버리고 스스로 존자 사리불에게 귀의하겠습니다."

"다난자니여, 너는 내게 귀의하지 말라. 내가 귀의하는 부처님께 너는 스스로 귀의하라."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오늘부터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존자 사리불은 나를 받아 부처님의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이 몸이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도록 이르겠습니다."

이에 존자 사리불은 바라문 다난자니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왕사성으로 가서 노닐었다. 거기서 몇 날을 지내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그 성에서 나와 남산으로 가서, 남산촌의 북쪽에 있는 싱사파동산에 머물렀다. 그 때에 한 비구가 왕사성에 노닐면서, 며칠을 지낸 뒤에 옷과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에서 나와 또한 남산으로 가서 남산촌의 북쪽에 있는 심사파동산에 머물렀다.

이 때에 그 비구는 존자 사리불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사리불은 물었다.

"현자는 어디서 오며 어디서 노닐었는가."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왕사성에서 오며, 그 곳에서 노닐었습니다."

"현자여, 왕사성에 한 바라문이 있으니, 이름을 다난자니라 한다. 그는 내가 옛날 집을 나오기 전의 친구인 줄을 아는가."

"압니다."

"현자여, 그는 왕사성에 머무르면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며,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던가."

"존자 사리불이여, 바라문 다난자니는 자주 부처님을 뵈옵고자 하고 자주 법을 듣고자 합니다. 다만 편안하지 못해 기력이 갈수록 쇠해 갔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병을 앓아 아주 위독합니다. 어쩌면 이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칠는지도 모릅니다."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는 곧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머물렀다. 존자 사리불은 밤을 지내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바라문 다난자니 집으로 갔다. 바라문 다난자니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고자 했다. 존자 사리불은 달려가 그를 만류해 말하였다.

"바라문 다난자니여, 너는 누워 일어나지 말라.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여기 따로 앉으리라."

이에 존자 사리불은 곧 그 평상에 앉은 뒤에 물었다.

"다난자니여, 병은 이제 어떤가. 음식은 얼마나 먹는가. 앓는 고통은 더하지나 않는가." "병은 지극히 고달프고 음식은 먹히지 않으며, 앓는 고통은 날로 더할 뿐이요 덜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마치 역사(力士)가 잘 드는 칼로써 머리를 찔러 심한 고통을 주는 것과 같이, 지금 내 머리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마치 역사가 단단한 노끈으로 머리를 졸라매어 심한 고통을 주는 것과 같이, 지금 내 머리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마치 송아지를 잡을 때 잘 드는 칼로써 그 배를 쪼개어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과 같이, 지금 내 배 아픈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마치 두 역사가 한 여윈 사람을 붙잡아 불 위에 두고 구워 지극한 고통을 주는 것 같이, 지금 내 몸이 아파 온 몸의 고통을 더할 뿐이고 덜하지 않은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다난자니여,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다난자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한가. 지옥과 축생의 어느 것이 낫겠는가."

"축생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축생과 아귀의 어느 것이 낫겠는가."

"아귀가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아귀를 사람에 비해 어느 것이 낫다하겠는가."

"사람을 낫다 합니다."

"다난자니여, 사람과 사천왕의 어느 것을 낫다하겠는가."

"사천왕이 났습니다."

"다난자니여, 4왕천과 33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33천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33천과 야마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야마천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야마천과 투쉬타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투쉬타천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투쉬타천과 화락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화락천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화락천과 타화락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타화락천이 낫습니다."

"다난자니여, 타화락천과 범천의 어느 것을 낫다 하겠는가."

"범천이 제일 낫습니다. 범천이 제일 낫습니다."

존자 사리불은 말했다.

"다난자니여, 세존·지견·여래·무소착·등정각은 4범실을 말씀하신다. 이른바 '족성남·족성녀는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히어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고. 어떤 것을 4라 하는가. 다난자니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이 사랑과 함께 하여 1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3·4방·4유·상·하의 일체에 두루 한다.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므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랑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닌다. 이와 같이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버림과 함께 하므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원만히 노닌다. 이것이 이른바 세존·지견·여래·무소착·등정각이 4범실을 말씀하신다는 것이요, 또 족성남·족성녀는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히어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불은 다난자니를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말해 마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사리불이 왕사성에서 나와, 아직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이르기도 전에, 바라문 다난자니는 4범실을 닦아 익히어 욕심을 끊고 욕념을 버리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범천에 났다. 이 때에 세존은 무량한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었다. 세존은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리불 비구는 총명한 슬기·빠른 슬기·민첩한 슬기·예리한 슬기·넓은 슬기·깊은 슬기·번뇌를 떠나는 슬기·밝게 통달한 슬기·변재의 슬기가 있다. 그는 실다운 슬기를 성취했다. 그는 바라문 다난자니를 교화하고, 그를 위해 범천의 법을 설명하고 온다. 만일 다시 위의 것을 교화했더라면, 그는 더 빨리 법을 아는 것이 법다왔을 것이다."

이에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사리불이여, 너는 어찌하여 바라문 다난자니에게 범천을 지나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는가. 만일 더 위의 것을 교화했더라면, 그는 더 빨리 법을 아는 것이 법다왔을 것이다."

사리불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모든 바라문들은 오랫동안 범천에 애착하고 범천을 즐겨하며, 범천을 구경으로 하였나이다. 그들은 범천을 높였고 실로 범천이 있다 하였으며, 자기의 범천으로 삼았나이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그와 같이 상대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사리불과 한량이 없는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8. 교화병경(敎化病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장자 급고독은 병이 위독하였다. 이에 장자 급고독은 한 사자에게 말했다.

"너는 부처님께 나아가 나를 위하여 머리를 조아리어 그 발에 예배하고 문안드려라.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또 '장자 급고독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문안드리나이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고 말씀 드려라. 너는 나를 위하여 부처님께 문안을 드린 뒤에는, 존자 사리불에게 가서 나를 위하여 그의 발에 절하고 문안드려라.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고. 또 '장자 급고독은 존자 사리불 발에 머리를 조아려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존자 사리불여, 장자 급고독은 병을 앓아 지극히 곤하여 지금은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은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불을 뵈옵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나올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부디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원컨대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가소서.'라고 말씀드려라."

이에 사자는, 장자 급고독의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장자 급고독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리옵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사자에게 말씀하시었다.

"장자 급고독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며, 하늘과 사람·아수라·간다르바·라악샤사와 다른 갖가지 몸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리라."

이에 사자는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나갔다. 다시 존자 사리불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장자 급고독은 존자 사리불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시나이까. 존자 사리불이시여, 장자 급고독은 병을 심히 앓아 이제는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은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불님을 뵈옵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나올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부디 저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어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가주소서."

존자 사리불은 곧 그를 위하여 잠자코 받아들였다. 사자는, 존자 사리불님이 잠자코 받아들이는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세 번 돌고 떠나갔다. 사리불은 그 밤을 지내어 이른 새벽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갔다. 장자 급고독은 멀리서 존자 사리불님이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사리불은 그것을 보고 달려가 그를 만류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일어나지 말라. 장자여, 일어나지 말라.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여기 따로 앉으리라."

사리불은 곧 그 평상에 앉은 뒤에 물었다.

"장자의 병은 지금은 어떤가. 음식은 얼마나 먹는가. 앓는 고통은 더해 가지나 않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병은 지극히 고달프고 음식은 먹히지 않으며, 앓는 고통은 날로 더할 뿐이요, 덜한 줄은 모르겠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불신(不信)을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불신이 없고 오직 훌륭한 믿음이 있다. 장자는 훌륭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계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악한 계는 없고 오직 선한 계가 있다. 장자는 선한 계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많이 듣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많이 들어 왔다. 장자는 많이 들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간탐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간탐이 없고 오직 혜시(惠施)가 있다. 장자는 훌륭한 혜시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슬기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악한 슬기가 없고 선한 슬기만이 있다. 장자는 선한 슬기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삿된 소견이 없고 바른 소견만이 있다. 장자는 바른 소견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뜻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삿된 뜻이 없고 오직 바른 뜻만이 있다. 장자는 바른 뜻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알음알이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삿된 깨침이 없고 바른 깨침만이 있다. 장자는 바른 깨침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혹은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해탈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삿된 해탈이 없고 바른 해탈만이 있다. 장자는 바른 해탈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혹은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지혜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삿된 지혜가 없고 바른 지혜만이 있다. 장자는 바른 지혜로 말미암아 고통을 없애고 지극한 쾌락이 생기며, 사다함과나 아나함과를 얻을 것이다. 장자는 본래 이미 수다원을 얻었었다."

이에 장자는 병이 곧 나아 본래와 같이 회복되었다.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존자 사리불을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병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병을 교화하는 법을 들으매 고통은 곧 없어지고 지극한 쾌락이 생겼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제 병이 나아 본래와 같이 회복되었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옛날 조금 일이 있어, 왕사성에 가서 어떤 장자 집에서 묵었었습니다. 그 때에 장자는 다음날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장자는 그 밤을 지내고 이튿날 새벽에 아이들과 종들과 권속들에게 '너희들은 일찍 일어나 다 같이 준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들은 명령을 받고 다 같이 찬간을 만들고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장자는 높은 자리를 만들고 한량없이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그것을 보고 곧 '이제 이 장자는 무슨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거나 철모임을 하려는가. 국왕을 청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고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거나 철모임을 하려는가. 국왕을 청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 그 장자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혼인 잔치도 없고, 신부를 맞이하지도 않으며, 철모임도 하지 않고, 국왕을 청하거나 대신을 부르지도 않는다. 다만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는데, 내일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려 한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일찍 <부처>라는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그 말을 듣자, 온 몸의 털이 일어섰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장자는 부처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부처라 하는가.' 장자는 내게 답했습니다.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어떤 석종의 아들은 샤아캬의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이 없이 도를 배워, 위없는 등정각을 얻었다. 이것을 부처라 한다.'

나는 다시 '장자는 비구 스님이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스님이라 하는가.'고 물었습니다. 장자는 내게 '약간의 특별한 성명의 종족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이 없이 부처를 따라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을 스님이라 한다. 이 부처와 스님을 내가 청하는 것이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다시 그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세존은 지금 어디 계신가. 나는 가서 뵈옵고자 한다.' 때에 그 장자는 다시 내게 대답했습니다. '세존은 지금 이 왕사성의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계신다. 가려면 가보라.'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얼른 날이 새면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오리라'고.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그 때에 부처님을 가 뵈옵고 싶은 마음이 지극하여 곧 날이 밝았다는 생각을 내어 이내 장자의 집을 나와 성식문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었습니다. 한 문지기는 초야에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에 만일 손님이 있으면 또한 걸림 없이 나가게 하였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날이 새지 않았구나.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다. 한 문지기는 초야에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에 만일 손님이 있으면 걸림 없이 나가게 한다'고. 존자 사리불이시여, 성식문을 나가, 밖에 나간 지 오래지 않아 밝음은 없어지고 도로 어두워졌습니다. 나는 갑자기 두려워져 온 몸의 털이 일어서고 귀신이 와서 나를 해치지나 않을까고 생각했습니다.

때에 성식문에 한 하늘 사람이 있어, 왕사성에서 죽림 칼란다카동산으로 오는데, 광명을 널리 비추면서 내게 와서 말했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본래 전생에 너의 동무로서 이름을 밀기라 하며, 어릴 때부터 몹시 서로 사랑했다. 장자여, 나는 옛날 존자 마하 목건련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었다. 존자 마하 목건련은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청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한 뒤에, 3자귀(自歸)를 주고 5계를 주었다. 장자여, 3귀의와 5계를 받아 가짐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4천왕천에 나서 이 성식문 안에 산다. 장자여, 빨리 가라. 장자여, 빨리 가라. 가는 것은 진실로 여기 있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 하늘 사람은 이렇게 나를 권하고, 또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백 마리 말과 신하와 여자 얻고

수레 백대에 보배 가득 채웠어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의 16분의 1에도 당치 못하네.

 

백 마리 코끼리에 가장 훌륭한

금·은의 안장 굴레 장식하여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의 16분의 1에도 당치 못하네.

 

백명의 여자 얼굴이 단정하고

영락과 꽃으로 볼을 꾸며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의 16분의 1에 당치 못하네.

 

전륜성왕의 공경하는 바

옥녀보가 비록 제일이라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의 16분의 1에도 당치 못하네.

 

하늘 사람은 게송을 마치고 다시 나를 권했습니다. '장자여, 빨리 가라. 장자여, 빨리 가라. 가는 것은 진실로 여기 있는 것보다 낫다'고.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존우의 덕이 있다. 법과 비구 스님도 존우의 덕이 있다. 왜냐하면 하늘 사람까지도 보게 하려고 하니까.'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 광명으로 말미암아 죽림 칼란다카동산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아침이 되자, 선실에서 나와 바깥에 거닐으시면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나는 멀리서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단정하고 아름다와 마치 별 가운데의 달과 같으며, 빛나고 환하여 금산과 같았습니다. 상호는 원만하고 위의는 의젓하며, 모든 근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아무 장애가 없으며, 조어를 성취하여 쉬어진 마음은 고요하고 잠잠하셨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따라 거닐면서 장자의 법을 따라 게송으로써 문안을 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극히 안온하고

또 유쾌하게 주무셨나이까

멸도에 든 바라문같이

모든 욕심에 물들지 않고

 

온갖 욕망을 여의어 버리고

지극히 일이 없고 편안함에 이르러

마음을 없애고 번열도 없이

스스로 즐거이 주무셨나이까.

 

이에 세존께서는 곧 거닐으시던 길 머리에 니사단을 깔고 가부를 맺고 앉으셨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셨습니다. 그러신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먼저 단정법을 말씀하시자, 듣는 사람은 다 즐거워하고 기뻐하였습니다. 이른바 보시를 말씀하시고, 계를 말씀하시고,하늘에 나는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욕심을 꾸짖어 환(患)이라 하시고, 나고 죽음을 더러움이라 하시며, 욕심 없음을 칭찬하시고, 묘도품의 백정(白淨)을 위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나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신 뒤에, 내게 기뻐하는 마음·두루 갖춘 마음·부드러운 마음·견디는 마음·위로 오르는 마음·한결같은 마음·의심 없는 마음·덮임이 없는 마음이 있고, 또 재능이 있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른 법칙과 같았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나를 위해 또 고·집·멸·도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곧 그 자리에서 고·집·멸·도의 4성제를 보았습니다. 마치 흰 천이 물들기 쉬운 것과 같이, 나도 그와 같이 그 자리에서 고·집·멸·도의 4성제를 보았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백정법을 깨달아, 의심을 끊고 의혹을 건너, 다시 다른 높은 것이 없었고, 다시 남을 따르지 않으며, 망설임이 없이 이미 과증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여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을 마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또 합장하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제 청을 들어, 사위국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시고 비구 스님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소서.'

때에 부처님께서는 내게 물었습니다.

'네 이름은 무엇인가. 사위국 사람은 너를 어떻게 부르는가.'

나는 곧 대답했습니다.

'제 이름은 수닷타이오며, 저는 모든 고독한 사람들에게 베푼다고 해서 사위국 사람들은 저를 급고독이라고 부릅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제게 물으셨습니다.

'사위국에는 방사가 있는가.'

'사위국에는 방사가 없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라. 만일 방사가 있으면, 비구들이 오고 갈 수가 있고 머무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방사를 세우겠나이다. 비구들은 오고 갈 수가 있을 것이요, 사위국에서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좌조(佐助) 한 사람을 시켜 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존자 사리불님을 보내어 일을 돕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 때에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지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나갔습니다. 왕사성에서 볼 일을 마치고, 존자 사리불님과 함께 사위국으로 갔습니다. 성에도 들어가지 않고, 또한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성 밖에서 두루 땅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느 곳이 오고가기가 극히 편리한가. 낮에도 시끄럽지 않고 밤이면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방사를 세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드릴만 한가'고.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그 때에 오직 동자승의 동산이 오고가기가 극히 편리하며, 낮에도 시끄럽지 않고 밤이면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것을 본 뒤에 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 곳이다. 이 곳이라면 방사를 세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드릴만 하다'고.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그 때에 사위국에는 들어갔지마는 끝내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먼저 동자승에게로 가서 말했습니다.

"동자여, 이 동산을 팔아 나로 하여금 가지게 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동자는 곧 내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라. 나는 이 동산을 팔지 않으리라."

"동자여, 이 동산을 팔아 나로 하여금 가지게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했습니다. 그 때에 동자도 또한 두 번 세 번 내게 말했습니다. '나는 동산을 팔지 않으리라. 그러나 억억금을 가져다 쫙 깔아 놓는다면···"

"동자여, 이제 이미 값은 결정되었다. 이제는 그저 돈만 받으라."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와 동자는 값을 결정했다거니 결정하지 않았다거니 하여 크게 승강이가 벌어졌었습니다. 그래서 곧 사위국의 재판소로 같이 가서 이 일을 재판했었습니다. 때에 사위국의 심판관은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동자여, 이미 스스로 값을 결정했다. 그저 돈만 받아라."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곧 성으로 돌아가서 집에 돌아가 돈을 가지고 코끼리와 말과 수레로 실어 내어 억억금을 땅에 깔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조금 모자랐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창고의 것을 가져 와야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이 남은 곳에 깔아 채울 수 있을까.'하고.

때에 동자승은 내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만일 돈 내는 것을 후회하거든 그만 돌아 가고 이 동산을 내게 돌려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창고의 것을 가져 와야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이 남은 곳에 깔아 채울 수 있을까고 생각할 뿐이다."

때에 동자승은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반드시 크고 높으신 어른이므로 큰 덕과 복이 있다. 그 법과 비구들도 또한 반드시 크고 높아 큰 덕과 복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토록 저 장자로 하여금 큰 보시를 행해 재물을 아끼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이제 차라리 곧 여기에 큰 집을 세워 부처님과 대중에게 보시하리라'고. 때에 동자승은 곧 내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잠깐 기다리라. 그리고 돈을 내어 여기 깔지 말라. 나는 여기에 큰 집을 세워 부처님과 대중에게 보시하리라.'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그를 대견스레 여겨, 곧 그 곳을 동자승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나는 그 여름에 16개의 큰 집과 60개의 방사를 세우게 하고, 그 때에 존자께서는 그것을 감독하셨습니다. 그러하온데, 지금 존자님은 병을 다스리는 법을 말씀하시니, 그것은 매우 기특하였습니다. 나는 이 병을 다스리는 법을 듣고는 그토록 심하던 고통이 곧 없어지게 되어 지극한 쾌락을 얻었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나는 이제 병이 없고 지극히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원컨대 존자님은 이 밥 공양을 받아 주소서."

때에 사리불은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었다. 이에 사리불은 잠자코 청을 받아 주었다. 이에 장자는 존자님이 잠자코 청을 받아 준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지극히 아름답고 깨끗하고 묘한 가지가지 풍성한 여문 음식, 무른 음식을 손수 차려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을 마치자, 그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작은 자리를 깔고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장자가 앉자, 존자 사리불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였습니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한량이 없는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설법하고 계시었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리불 비구는 총명한 슬기·빠른 슬기·민첩한 슬기·예리한 슬기·넓은 슬기·깊은 슬기·도로 나아가는 슬기·환히 아는 슬기·변재의 슬기가 있다. 사리불 비구는 진실한 슬기를 성취하였다. 내가 간략하게 말한 4종의 수다원을, 그는 장자 급고독을 위하여 10종으로 늘여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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