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3권
11. 염유경(鹽喩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람은 그 지은 바 업(業)에 따라 그 갚음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범행(梵行)을 행하지 않으면 괴로움을 다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람이 그 지은 바 업을 따르면 곧 그 갚음을 받게 되므로 범행을 닦으면 곧 괴로움을 다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슨 까닭인가.
만일 어떤 사람이 착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고통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사람이 착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고통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이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그 수명이 아주 짧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착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고통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한 냥쭝의 소금을 적은 물에 넣어 물이 짜서 마실 수 없게 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너희들 뜻에는 어떠하냐. 이 한 냥쭝의 소금이 적은 물을 짜게 해서 마실 수 없도록 할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오면, 소금은 많고 물은 적으므로 능히 짜서 마실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이 착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그 수명이 매우 짧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어떤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또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매우 길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한 냥쭝의 소금을 항하 강물에 던져 물을 짜게 하여 마시지 못하게 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너희 뜻에는 어떠하냐. 이 한 냥쭝의 소금이 능히 강가물을 짜게 하여 마시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오면, 강가의 물은 매우 많고 한 냥쭝의 소금은 적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능히 짜게 하여 마시지 못하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이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아주 길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다시 어떤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이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수명이 매우 짧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염소를 빼앗아 가지는 것과 같다. 어떻게 사람이 남의 염소를 빼앗아 가지는가. 이른바 염소를 빼앗는 자는 왕이나 왕의 신하로서 극히 위엄과 세력이 있고 저 염소 주인은 가난하고 천하여 힘이 없다. 그는 힘이 없기 때문에 갖가지로 굽실거리며 합장하고 구하고 찾으면서 '존자는 그 염소를 돌려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 값을 치러 주시오.'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남의 염소를 빼앗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사람이 선하지 않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수명이 매우 짧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다시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사람이 선하지 않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이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매우 길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비록 남의 염소를 훔쳤지마는 주인이 도로 빼앗은 것과 같다. 어떻게 비록 남의 염소를 훔쳤지마는, 주인이 도로 빼앗는가. 이른바 염소를 훔친 자는 가난하고 천하여 세력이 없고, 저 염소 주인은 혹은 왕이나 왕의 신하로서 극히 위엄과 힘이 있다. 그는 힘이 있기 때문에 훔친 자를 결박하고 염소를 도로 빼앗아 가진다. 이것이 이른바 비록 남의 염소를 훔쳤지마는 주인이 도로 빼앗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 것이다. 어떻게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매우 길다. 이것이 이른바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또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수명이 매우 짧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그것은 마치 남에게 5전의 빚을 져 주인에게 묶이고 내지 1전의 빚에도 또한 묶이는 것과 같다. 어떻게 남에게 5전의 빚을 져 주인에게 묶이고 내지 1전의 빚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이는가. 이른바 빚을 진 사람은 가난해 힘이 없다. 그는 가난해 힘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5전의 빚을 져 주인에게 묶이고 내지 1전의 빚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인다. 이것이 이른바 남에게 5전의 빚을 져 주인에게 묶이고 내지 1전의 빚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인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선하지 않는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이 몸을 닦지 않고 계를 닦지 않으며, 마음을 닦지 않고 지혜를 닦지 않아 수명이 매우 짧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이 선하지 않은 업을 닦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지옥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니라.
또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매우 길다. 이것이 이른바 선하지 않은 업을 닦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백 전의 빚을 졌더라도 주인에게 묶이지 않고 내지 천만 전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이지 않은 것과 같다. 어떻게 백 전의 빚을 졌더라도 주인에게 묶이지 않고 내지 천만 전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이지 않는가. 이른바 빚을 진 사람은 산업이 한량없고 극히 세력이 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비록 백 전의 빚을 졌더라도 주인에게 묶이지 않고 내지 천만 전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이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비록 백 전의 빚을 졌더라도 주인에게 묶이지 않고 내지 천만 전에도 또한 주인에게 묶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 어떻게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몸을 닦고 계를 닦으며,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아 수명이 극히 길다. 이것이 이른바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결과인 현재의 갚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에 있어서 비록 선하고 악한 업의 갚음을 받더라도 그것은 경미하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2. 봐파경(派破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삭케수국의 카필라바스투성에 노닐으시면서 니그로다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마하 목건련은 비구들과 함께 점심을 마친 뒤 할 일이 있어 강당에 모여 앉았다. 이 때에 니간타의 한 제자인 석종이 있었는데, 이름을 밥파라 했다. 오후가 되어, 천천히 거닐어 존자 마하 목건련 처소에 이르러, 서로 인사한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에 존자 마하 목건련은 이러한 일을 물었다.
"밥파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더라도 너는 이런 이치 곧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보겠는가."
밥파는 대답했다.
"마하 목건련이여, 만일 어떤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더라도 나는 그 이치 곧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봅니다. 마하 목건련이여, 만일 전세에 있어서 선하지 않은 행을 행하면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그 때에 세존은 고요한 곳에서 앉았다가 보통 사람의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하늘귀>로써 존자 마하 목건련이 니간타의 제자 밥파와 함께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셨다. 세존은 들으신 뒤에 곧 저녁 때에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시어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세존은 앉으신 뒤에 물으셨다.
"목건련이여, 아까 니간타의 제자 밥파와 함께 무슨 일을 의논했으며, 또 무슨 일로 강당에 모여 앉았는가."
존자 마하 목건련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비구들과 함께 점심을 마친 뒤에 할 일이 있어 강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니간타의 제자 밥파는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서로 인사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습니다. 저는 '밥파의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더라도 너는 혹 이런 이치 곧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보겠는가.'라고 물었나이다. 니간타의 제자 밥파는 곧 제 말에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어떤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더라도 나는 이런 이치 곧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봅니다. 마하 목건련이여, 만일 전생에 있어서 선하지 않은 행을 행하면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번뇌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합니다'고. 세존이시여, 아까 니간타의 제자 밥파와 함께 이야기한 것은 이와 같나이다. 이 일로써 강당에 모여 앉았나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니간타의 제자 밥파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말하는 것이 옳거든 옳다고 하고, 만일 옳지 않거든 옳지 않다고 말하라. 그리고 네가 의심하는 바가 있거든 곧 내게 물으라. '사문 고오타마여, 여기에 무슨 일이 있으며, 여기에 무슨 뜻이 있는가.'고. 내가 말하는 바를 네가 만일 능히 받는다면 나는 너와 함께 이 일을 의논하리라."
밥파는 여쭈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만일 말씀하시는 바가 옳으면 저는 마땅히 옳다고 할 것이요, 만일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말하겠나이다. 그리고 제가 의심하는 바가 있으면 마땅히 고오타마에게 묻겠나이다. '고오타마여, 여기에는 무슨 일이 있으며, 여기에는 무슨 뜻이 있나이까'고. 사문 고오타마의 말씀하시는 바를 저는 곧 받아 가지겠나이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다만 저와 함께 이 일을 의논 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밥파의 뜻에는 어떠하냐. 어떤 비구는 선하지 않은 행동의 누(漏)와 번열과 걱정과 슬픔을 내더라도, 그가 뒷날에 선하지 않은 몸의 행이 멸하여 다시는 새 업을 짓지 않으며, 묵은 업을 버리고 곧 현세에 있어서 문득 구경을 얻고, 그리고 번열이 없고 항상 변하지 않음에 머무른다. 이것은 거룩한 지혜의 보는 바요 거룩한 지혜의 아는 바이다. 몸으로 불선을 행하고 입으로 불선을 행하며, 뜻으로 불선을 행하여, 무명의 행의 누와 번열과 걱정과 슬픔이 있더라도 그는 뒷날에 있어서 불선한 무명의 행이 멸하여, 다시는 새 업을 짓지 않고 묵은 업을 버리어 곧 현세에 있어서 문득 <구경>을 얻고, 그리고 번열이 없고 항상 변하지 않음에 머무른다. 이것은 거룩한 지혜의 보는 바요 거룩한 지혜의 아는 바이다. 어떠냐 밥파여, 이와 같이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더라도 너는 곧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누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보겠는가."
"고오타마시여, 만일 어떤 비구가 이와 같이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한다면 저는 이것으로 인해 선하지 않은 누를 내어 뒤 세상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밥파여, 어떠냐 밥파여, 어떤 비구가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이 이미 생겨, 그는 무명이 이미 다하고 명이 이미 생기고는 뒷몸의 감각을 내어 곧 뒷몸의 감각을 낸 줄을 알며, 뒷목숨의 감각을 내어, 곧 뒷목숨의 감각을 낸 줄을 안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 수가 이미 다하면, 곧 현세에 있어서 일체의 감각이 문득 다 그치어 쉰다. 마땅히 알라. 마침내 차거움에 이른다. 밥파여, 그것은 마치 나무로 인해 그림자가 있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예리한 도끼를 가지고 와서 그 나무 뿌리를 끊되 조각조각 베고 끊고 부수어 10분(分)으로 만들고, 혹은 백분으로 만들고 불에 태워 재로 만들거나 큰 바람에 날리거나 물 속에 넣게 한다면, 밥파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그림자는 나무로 인해 있는데, 그 그림자는 이것을 좇아 이미 끊어졌다. 그 인은 멸해 다시는 나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고오타마시여."
"밥파여, 마땅히 알라. 비구도 또한 이와 같다. 무명이 이미 다하여 명이 이미 생겨서, 그는 무명이 이미 다하여 명이 이미 생긴 줄 알며, 뒷몸의 감각을 내어 문득 뒷몸의 감각을 낸 줄을 알며, 뒷목숨의 감각을 내어 문득 뒷목숨의 감각을 낸 줄을 알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 수가 다해 마치면 곧 현세에 있어서 일체의 감각이 문득 다 그치어 쉰다. 마땅히 알라. 마침내 차거움에 이른다. 밥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여 문득 6선주처(善住處)를 얻는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밥파여, 비구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 기뻐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하염이 없으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된다. 밥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한다. 이것을 첫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귀·코·혀·몸도 또한 그러하며, 뜻으로 법을 알아 기뻐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애씀이 없으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된다. 밥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한다. 이것을 여섯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 한다. 밥파여, 비구는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여 이 6선주처를 얻느니라."
"그렇습니다, 고오타마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여 6선주처를 얻나이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하면, 고오타마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 기뻐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애씀이 없으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나이다. 이것을 첫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 하나이라. 이와 같이 귀·코·혀·몸도 또한 그러하며, 뜻으로 법을 알아 기뻐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으며 구함을 버리고 애씀이 없으면 바른 생각과 지혜가 되나이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나이다. 이것을 여섯째 선주처를 얻은 것이라 하나이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은 바른 마음으로 해탈하여 이 6선주처를 얻나이다."
이에 밥파는 세존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이미 알았나이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눈 밝은 사람이 엎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덮인 것은 드러내며, 헤매는 자에게는 길을 보이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주는 것과 같나이다. 만일 눈이 있는 자는 곧 빛깔을 보리라고 하는 것처럼, 사문 고오타마도 또한 이와 같나이다. 저를 위하여 무량한 방편으로 법을 설명하고, 뜻을 나타내시어 매우 깊은 길을 따라가게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하도록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어떤 사람이 좋지 못한 말을 길러 그 이익을 바라고 한갖 스스로 피로하면서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그와 같았나이다. 저 어리석은 니간타는 밝게 깨닫지 못하고 능히 이해하지 못하며, 좋은 밭을 알지 못하고 또 스스로 살피지 못했나이다. 그런 것을 저는 오랫동안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면서 그 이익을 얻기를 바랐으나, 한갖 괴로워만 하고 이익은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오늘부터 몸을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원래 무지하여 저 어리석은 니간타를 믿고 공경하였나이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끊겠나이다. 왜냐하오면 저를 속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세번째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하도록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밥파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3. 도경(度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3도처(度處)가 있으니, 성을 달리 하고 이름을 달리 하며, 종을 달리하고 설을 달리 한다. 이른바 지혜 있는 자가 잘 받아 꼭 가져 남을 위해서 설명하지마는 아무 이익도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어떤 사문·바라문은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한다.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숙명으로 인해 지어졌다.'고. 다시 어떤 사문·바라문은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한다.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존우(尊佑)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다시 어떤 사문·바라문은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한다.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다'고.
그 중에서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숙명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하여,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다면 나는 곧 그에게 가서 '여러분, 진실로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숙명(宿命)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는가'고 물으리라. 그들이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나는 다시 그에게 말하리라.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다 생물을 죽이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체는 다 숙명의 지음에 원인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러분은, 다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며 사음하며 거짓말하고 내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체는 다 숙명의 지음에 원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일 일체는 다 숙명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진실로 본다면 <내인내(內因內)>의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도무지 욕망도 없고 방편도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 만일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진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곧 바른 생각을 잃을 것이요, 바른 지혜가 없으면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만일 사문의 법으로써 그와 같이 말한다면 곧 이치로써 그 사문이나 바라문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존우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곧 그에게 가서 물으리라. '여러분은 진실로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존우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는가'고. 그들이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나는 다시 그에게 말하리라.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다 생물을 죽이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체는 다 존우의 지음에 원인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러분은, 다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며 사음하며 거짓말하고 내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이다. 그것은 일체는 다 존우의 지음에 원인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일 일체는 다 존우의 지음에 원인한다고 진실로 본다면 <내인내>의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도무지 욕망도 없고 방편도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 만일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도무지 욕망도 없고 방편도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 만일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참 모양을 알지 못하면 곧 바른 생각을 잃을 것이요 바른 지혜가 없으면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만일 사문의 법으로써 그와 같이 말한다면 곧 이치로써 그 사문이나 바라문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하면서 이르되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인도 없고 연도 없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곧 그에게 가서 물으리라. '여러분은 진실로 사람의 하는 바는 일체가 다 인도 없고 연도 없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는가.' 그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나는 다시 그에게 말하리라.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다 생물을 죽이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체는 다 인도 없고 연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여러분은,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며 사음하며 거짓말하고 내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체는 다 인도 없고 연도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일 일체는 다 인도 없고 연도 없다고 진실로 본다면 내인내의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도무지 욕망도 없고 방편도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 만일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해서 참 모양을 알지 못하면 곧 바른 생각을 잃을 것이요 바른 지혜가 없으면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사문의 법으로써 그와 같이 말한다면 곧 이치로써 그 사문이나 바라문을 항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의 법을 너를 위해 설명한다면, 사문·바라문이나 하늘·악마·범과 다른 세간은 아무도 능히 항복 받지 못하고, 아무도 능히 더럽히지 못하며, 아무도 능히 제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의 법을 너를 위해 설명한다면, 사문·바라문이나 혹은 하늘·악마·범과 다른 세간은 아무도 능히 항복 받고, 능히 더럽히며, 능히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법인가. 이른바 6처(處)의 법이 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로써 너를 위해 설명하면, 사문·바라문이 혹은 하늘·악마·범과 다른 세간은 아무도 능히 항복 받고, 능히 제어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6계(界)의 법이 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은 바로써 너를 위해 설명하면, 사문·바라문이나 혹은 하늘·악마·범과 다른 세간은 아무도 능히 항복 받고, 능히 더럽히며, 능히 제어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것이 6처의 법으로써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너를 위해 설명하는 것인가. 이른바 안처와 이·비·설·신·의의 처가 그것이다. 이것을 6처의 법이라 하며,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로써 너를 위해 설명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6계의 법으로써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너를 위해 설명하는 것인가. 이른바 지계와 수·화·풍·공·식의 계가 그것이다. 이것을 6계라 하며, 내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은 바로써 너를 위해 설명하는 것이다.
6계가 합함으로써 문득 어머니 태에서 나고, 6계로 인하여 문득 6처가 있으며, 6처로 인하여 문득 갱락(更樂)이 있고, 갱락으로 인하여 문득 감각이 있다. 비구가 만일 감각이 있으면, 문득 괴로움의 도리를 알고 괴로움의 원인을 알며 괴로움의 멸함을 알고 괴로움을 멸하는 길의 참 모양을 안다. 어떻게 괴로움의 참 모양을 아는가. 이른바 남의 괴로움·늙음의 괴로움·병듦의 괴로움·죽음의 괴로움·원수를 만나는 괴로움·사랑과 이별하는 괴로움·구하여 얻지 못하는 괴로움·약(略)하여 5음이 왕성하는 괴로움이다. 이것을 괴로움의 참 모양을 아는 것이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의 원인의 참 모양을 아는가. 이른바 이 애수(愛受)와 미래의 낙욕이 있어, 함께 여기저기에서 나기를 구한다. 이것을 괴로움의 원인의 참 모양을 아는 것이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의 멸하는 참 모양을 아는가. 이른바 이 애수와 미래의 낙욕이 있어, 여기저기서 나는 것을 끊어 남음이 없어, 버리고 토하며 다하고 욕심이 없으며 멸하고 그치어 다하기를 구한다. 이것을 괴로움의 멸하는 참 모양을 아는 것이라 한다. 어떻게 괴로움을 멸하는 길의 참 모양을 아는가. 이른바 8지(支) 성도로써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정이니, 이것이 8이다. 이것을 괴로움을 멸하는 길의 참 모양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비구는 마땅히 괴로움의 진실을 알아야 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끊어야 하며, 괴로움의 멸함을 증득하여야 하고, 괴로움을 멸하는 도를 닦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괴로움의 참 모양을 알고 괴로움의 원인을 끊으며, 괴로움의 멸함을 증득하고 괴로움을 멸하는 도를 닦으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의 일체의 번뇌가 다하고 모든 맺힘이 이미 풀려, 능히 바른 지혜로써 괴로움의 끝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4 나운경(羅云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노닐으시면서 죽림 칼란다카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라훌라도 또한 왕사성의 온천림 속에서 노닐고 있었다. 이에 세존은 날이 밝은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밥 빌기를 마치고 온천림의 라훌라가 있는 곳으로 가시었다. 존자 라훌라는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곧 가서 맞이하여 부처님의 옷과 바루를 받고 방석을 깔고 물을 길어다 발을 씻어드렸다. 부처님은 발을 씻은 뒤 라훌라의 자리에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곧 물그릇을 잡아 물을 조금 쏟은 뒤에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이제 내가 이 물그릇을 잡아 물을 쏟고 조금 남은 것을 보았느냐."
라훌라는 대답하였다.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내가 저의 도가 적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른바 이미 알고도 거짓말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도 겉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훌라야, 저는 또한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렇게 배워라. 실없는 웃음과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다시 조금 남은 물그릇을 잡아 모두 쏟아 버린 뒤에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다시 내가 조금 남은 물그릇을 잡아 모두 쏟아 버리는 것을 보았느냐."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내가 저의 도가 다 버려졌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른바 이미 알고 거짓말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도 겉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훌라야, 저는 또한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렇게 공부하라. 실없는 웃음과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다시 그 빈 물그릇을 잡아 땅에 엎어 놓은 뒤에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다시 내가 빈 물그릇을 잡아 땅에 엎어 놓은 것을 보느냐."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내가 저의 도가 엎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른바 이미 알고 거짓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도 겉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훌라야, 저는 또한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렇게 배워라. 실없는 웃음과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다시 그 엎어진 물그릇을 잡아 위로 보게 해 놓은 뒤에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다시 내가 엎어진 물그릇을 잡아 위로 보게 해 놓은 것을 보았느냐."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내가 저의 도가 위로 보게 해졌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른바 이미 알고 거짓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도 겉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훌라야, 저는 또한 악을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렇게 배워라. 실없는 웃음과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 라훌라야, 마치 왕이 가진 큰 코끼리가 싸움터에 들어갈 때와 같다. 그것이 앞다리·뒷다리·꼬리·들난뼈·등성이·옆구리·목·이마·귀·어금니를 쓰고 일체를 다 쓰되 오직 코만은 보호한다. 상사(像師)는 그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왕의 큰 코끼리는 아직도 일부러 목숨을 아낀다. 왜냐하면 이 왕의 큰 코끼리는 싸움터에 들어갈 때에 앞다리·뒷다리·꼬리·들난뼈·등성이·옆구리·목·이마·귀·어금니를 쓰고 일체를 다 쓰되 오직 코만은 보호한다'고. 라훌라야, 만일 왕의 큰 코끼리가 싸움터에 들어갈 때에 앞다리·뒷다리·꼬리·들난뼈·등성이·옆구리·목·이마·귀·어금니·코를 쓰고 일체를 다 쓰면, 상사는 그것을 본 뒤에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왕의 큰 코끼리는 다시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왕의 큰 코끼리는 싸움터에 들어갈 때에 앞다리·뒷다리·꼬리·들난뼈·등성이·옆구리·목·이마·귀·어금니·코를 쓰고 일체를 다 쓴다'고. 라훌라야, 만일 왕의 큰 코끼리가 싸움터에 들어갈 때에 앞다리·뒷다리·꼬리·들난뼈·등성이·옆구리·목·이마·귀·어금니·코를 쓰고 일체를 다 쓰면, 라훌라야, 나는 이 왕의 코끼리가 싸움터에 들어갈 때에 악을 짓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라훌라야, 이른바 이미 알고 거짓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도 겉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훌라야, 나는 저도 또한 악을 짓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렇게 배워라. 실없는 웃음과 망령된 말을 하지 말라."
이에 세존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한 법을 범하는 것
이른바 거짓말이 그것이다.
뒤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매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 없네
차라리 뜨겁기 불과 같은
쇠탄자를 먹을지언정
계를 범하여
세상의 신시(信施)를 받지 말라
만일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탐애하지 않거든
숨은 곳이나 드러난 곳에서
악한 업을랑 짓지 말라
만일 착하지 아니한 법을
과거에도 짓고 현재에도 지으면
마침내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며
또한 그것을 피할 곳 없으리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마치시고, 다시 라훌라에게 물으셨다.
"사람은 무엇하러 거울을 쓰는가."
"세존이시여, 그 얼굴이 깨끗하나 깨끗하지 않나를 보고자 함이옵니다."
"그와 같이 라훌라야, 만일 네가 장차 몸의 업을 짓고자 하거든 곧 그 몸의 업을 관찰해 보라. '나는 장차 몸의 업을 지으려 한다. 이 몸의 업이 깨끗한가, 깨끗하지 않은가. 자기를 위함이 되고 남도 위함이 되는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할 때에 곧 '나는 장차 몸의 업을 지으려 한다. 그 몸의 업은 깨끗하다. 그러나, 혹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장차 지으려는 몸의 업을 버려야 한다.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할 때에 곧 '나는 장차 몸의 업을 지으려 한다. 그 몸의 업은 깨끗하지 않다. 그러나, 혹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장차 지으려는 몸의 업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훌라야, 네가 만일 현재에 몸의 업을 짓거든 곧 이 몸의 업을 관찰해 보라. '만일 내가 현재에 몸의 업을 지으면, 이 몸의 업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않은가.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함이 되는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에 곧 '나는 현재 이 몸의 업을 짓는다. 이 몸의 업은 깨끗하다. 그러나 혹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착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이 현재에 짓는 몸의 업을 버려야 한다.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에 곧 '나는 현재에 몸의 업을 짓는다. 이 몸의 업은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이 현재에 짓는 몸의 업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훌라야, 네가 만일 이미 몸의 업을 지었거든 곧 그 몸의 업을 관찰해 보라. '만일 내가 이미 몸의 업을 지었으면 그 몸의 업은 이미 과거에 멸해 다하고 변해 바뀌었다. 그것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않은가. 혹은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함이 되었는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나는 이미 몸의 업을 지었다. 그 몸의 업은 이미 과거에 멸해 다하고 변해 바뀌었다. 그 몸의 업은 깨끗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거짓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한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범행을 닦는 훌륭한 스승에게 나아가, 그 이미 지은 몸의 업을 지극한 마음으로 털어 놓아 마땅히 그 허물을 뉘우쳐 말하라. 삼가 숨겨 두지 말고 다시 잘 조심해 단속하라.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나는 몸의 업을 지었다. 그 몸의 업은 이미 과거에 멸해 다하고 변해 바뀌었다. 그 몸의 업은 깨끗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한 것이었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밤낮으로 기뻐하고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입의 업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라훌라야, 과거의 행으로 인하여 이미 뜻의 업을 지었거든 곧 그 뜻의 업을 관찰해 보라. '만일 과거의 행으로 인하여 이미 뜻의 업을 지었으면 그 뜻의 업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못한가.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함이 되었던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과거의 행으로 인하여 이미 뜻의 업을 지었다. 그 뜻의 업은 과거에 멸해 다하고 변해 바뀌었다. 그 뜻의 업은 깨끗했다. 그러나 그것이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한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과거의 뜻의 업을 버려야 한다.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과거의 행으로 인하여 이미 뜻의 업을 지었다. 그것은 이미 과거에 멸해 다하고 변해 바뀌었다. 그 뜻의 업은 깨끗하지 못했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한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과거의 뜻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훌라야, 미래의 행으로 인하여 마땅히 뜻의 업을 짓겠으면 곧 그 뜻의 업을 관찰해 보라. '만일 미래의 행으로 인하여 뜻의 업을 내겠으면 그 뜻의 업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못한가,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함이 되겠는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미래의 행으로 인하여 마땅히 뜻의 업을 짓겠으면 그 뜻의 업은 깨끗하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미래의 뜻의 업을 버려야 한다.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미래의 행으로 인하여 마땅히 그 뜻의 업을 짓겠으면 그 뜻의 업은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할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미래의 뜻의 업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훌라야, 현재의 행으로 인하여 뜻의 업을 짓거든 곧 이 뜻의 업을 관찰해 보라. '만일 현재의 행으로 현재의 뜻의 업을 지으면 이 뜻의 업은 깨끗한가 깨끗하지 못한가,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함이 되겠는가'고.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현재의 행으로 인하여 현재의 업을 지으면 이 뜻의 업은 깨끗하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이 현재의 뜻의 업을 버려야 한다.
라훌라야, 만일 그것을 관찰해 볼 때 곧 '현재의 행으로 인하여 현재에 그 뜻의 업을 지으면 뜻의 업은 깨끗하지 못하다. 그러나, 혹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그것은 선하여 즐거움의 결과를 주고 즐거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다'고, 이렇게 알거든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그 현재의 뜻의 업을 받아야 하느니라. 라훌라야, 만일 과거의 사문이나 바라문의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있으면 그들은 이미 보고 깨끗하게 하였다. 그의 일체는 곧 이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써 이미 보아서 깨끗하게 하였다. 라훌라야, 만일 미래의 사문이나 바라문의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있겠으면, 그들은 마땅히 보아서 깨끗하게 할 것이다. 그의 일체는 곧 이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써 마땅히 보고, 마땅히 깨끗하게 할 것이다.
라훌라야, 만일 현재의 사문이나 바라문의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있으면 그들은 현재에 보아서 현재에 깨끗하게 한다. 그의 일체는 곧 이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써 현재에 보아서 현재에 깨끗하게 한다.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나도 또한 곧 이 몸과 입과 뜻의 업으로써 현재에 보아서 현재에 깨끗하게 하여 깨끗하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써 말씀하시었다.
몸의 업과 입의 업과 뜻의 업과
선하고 선하지 않는 법을
라훌라야, 너는 마땅히
언제나 항상 관찰하여라.
이미 알면서 하는 거짓말
라훌라야, 그런 거짓말 하지 말라.
원래 남을 좇아 살거니
어떻게 거짓말해야 할 건가.
사문의 법을 뒤엎고
비어 진실이 없는 것
이른바 거짓을 말해
그 입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거짓하지 않는 것은
바르게 깨친 이의 아들이요
이것은 사문의 법이라
라훌라야, 마땅히 배워야 한다.
가는 곳마다 풍성하고 즐겁고
편하고 조용하여 두려움 없네.
라훌라야, 너는 거기 이르러
남을 해치는 일 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존자 라훌라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5 사경(思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일부러 짓는 업이 있으면, 나는 반드시 그 갚음을 받되 현세에서 받거나 후세에서 받는다고 말한다. 만일 일부러 지은 업이 아니면, 나는 이는 반드시 그 갚음을 받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 중에는 몸으로 일부러 짓는 3업이 있다.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한다. 입에는 4업이 있고, 뜻에는 3업이 있다.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한다.
어떤 것이 몸으로 일부러 짓는 3업으로써,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인가. 1은 산 목숨을 죽이는 것이니, 지극히 악해 피를 마시고 그것을 해치고자 하며 중생과 내지 곤충까지도 사랑하지 않는다. 2는 남이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이니, 남의 재물에 집착하여 도둑질할 뜻으로 그것을 취하는 것이다. 3은 사음이다. 그에게는 아버지의 보호하는 바 있고, 혹은 어머니의 보호하는 바 있고, 혹은 부모의 보호하는 바 있으며, 혹은 자매의 보호하는 바 있고, 혹은 형제의 보호하는 바 있으며, 혹은 아내의 부모의 보호하는 바 있고, 혹은 친의 보호하는 바 있으며, 혹은 같은 성의 보호하는 바 있고, 혹은 남의 부녀로서 채찍의 벌을 받는 두려움이 있으며, 명가임지화만(名假賃至華曼)의 친이 있으니, 이러한 여자를 범하는 것이다. 이것을 몸으로 일부러 짓는 3업이라 하고,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입으로 일부러 짓는 4업으로써,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인가. 1은 거짓말이다. 그는 대중 가운데 있거나 권속들 가운데 있거나 혹은 왕가에 있어, 만일 그를 불러 '너는 알거든 곧 말하라'고 물으면, 그는 모르면서 안다 하고 알면서 모른다 하며,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하고 본 것을 보지 않았다 하며,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하고 혹은 재물을 위해, 알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2는 이간하는 말이니, 남을 갈리게 하고자 한다. 여기서 듣고 저기에 말해 이것을 부수고자 하고, 저기서 듣고 여기에 말해 저것을 부수고자 한다. 모인 자는 떠나고자 하고 떠난 자는 다시 떠나, 그러면서 당파를 만들고 당파를 즐기며 당파를 칭찬해 말한다. 3은 추한 말이다. 그는 만일 말을 내면, 말 기운은 추악하고 악한 소리는 귀에 거슬려, 여럿이 기뻐하지 않고 여럿이 사랑하지 않으며, 남을 괴롭게 하여 안정을 얻지 못하게 한다. 그는 이러한 말을 한다. 4는 꾸며대는 말이다. 그는 때가 아닌데 말하고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며, 뜻이 없는 것을 말하고 법이 아닌 것을 말하며, 지식(止息)하지 않고 말한다. 또 다시 지식 아닌 일을 칭찬하고, 때를 어기어 잘 가르치지 않으며, 또한 잘 꾸짖지도 않는다. 이것을 입으로 일부러 짓는 4업이라 하고,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뜻이 일부러 짓는 3업으로써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인가. 1은 탐이다.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의 기구를 엿보고 항상 엿보고, 구하고 바래어 나의 소득으로 만들고자 한다. 2는 미워하고 성내는 것이다. 뜻에 미움을 품어 이런 생각을 가진다. '저 중생은 죽여야 하고 묶어야 하며, 재물을 거두어야 하고 파면시켜야 하며, 배척해 쫓아내야 한다'고. 그래서 그로 하여금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도록 한다. 3은 삿된 소견이다. 그의 소견은 거꾸로 되어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한다. '보시도 없고 재(齋)도 없으며, 주설(呪說)도 없다. 선과 악의 업도 없고 선악의 업의 갚음도 없으며,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없다.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다. 세상에서는 진인(眞人)이 사는 좋은 곳에 가고, 이 세상 저 세상에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중득하고 성취하여 노니는 것도 없다'고. 이것을 뜻으로 일부러 짓는 3업이라 하고, 그것은 선하지 않아 괴로움의 결과를 주고 괴로움의 갚음을 받게 하는 것이니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몸의 선하지 않은 업을 버리어 몸의 선한 업을 닦고, 입과 뜻의 선하지 않은 업을 버리어 입과 뜻의 선한 업을 닦는다. 저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정진의 계덕을 갖추어 몸의 깨끗한 업을 성취하고, 입과 뜻의 깨끗한 업을 성취한다. 그는 성냄을 떠나고 다툼을 여의며 잠을 없앤다. 날뛰는 마음이 없고 의심을 끊으며, 거만을 버리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써 어리석음이 없다. 그의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1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2·3·4방과 4유(維)와 상하의 일체에 두루 한다. 그 마음은 사랑을 함께 하므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본래는 이 마음이 적고 잘 닦지 않았었다. 이제 나는 이 마음은 한량이 없고 잘 닦는다'고.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그 마음을 이와 같이 한량이 없이 잘 닦는다. 만일 처음부터 악한 스승으로 인하여 방일한 행동을 행하고 선하지 않은 업을 지으면, 그는 능히 데리고 갈 수가 없고 능히 더럽힐 수가 없으며, 다시 서로 따를 수 없다. 만일 어린 동남·동녀가 있어, 세상에 나자 곧 능히 사랑하는 마음의 해탈을 행했다면, 그래도 그는 뒷날에 있어서 그 몸과 입과 뜻으로 다시 선하지 않은 업을 짓겠느냐."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오면 스스로 악한 업을 짓지 않으므로 악한 업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남자나 여자는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항상 마땅히 사랑하는 마음의 해탈을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만일 저 남자나 여자는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사랑하는 마음의 해탈을 닦으면, 이 몸을 가지고 저 세상에 가는 것이 아니요, 다만 마음을 따라 이 곳을 떠나는 것이다. 비구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본래 방일하여 선하지 않은 업을 지었다. 이 일체는 지금에 있어서 그 갚음을 받아야 하는 것이요, 마침내 뒤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만일 이와 같이 사랑하는 마음의 해탈을 행하기를 한량이 없이 하여 잘 닦는 자가 있으면, 그는 반드시 아나함을 얻고, 혹은 다시 그 위를 얻을 것이다. 이와 같이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과 평등한 마음을 함께 하면,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상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본래는 이 마음이 적고 잘 닦지 않았었다. 이제 나는 이 마음을 한량이 없이 잘 닦는다'라고.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그 마음을 이와 같이 한량이 없이 잘 닦느니라.
만일 본래부터 악한 스승으로 인하여 방일한 행동을 행하고 선하지 않은 법을 짓는다면, 그는 능히 데리고 갈 수가 없고 능히 더럽힐 수 없으며, 다시 서로 따를 수 없다. 만일 어린 동남·동녀가 세상에 나자 곧 능히 <버리는 마음>의 해탈을 행했다면, 그래도 그는 뒷날에 그 몸과 입과 뜻으로 선하지 않은 법을 짓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 악한 업을 짓지 않았는데, 악한 업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생기겠나이까."
"그러므로, 남자나 여자는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항상 마땅히 <버리는 마음>의 해탈을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만일 그 남자나 여자가 집에 있거나 집을 떠나거나, 버리는 마음의 해탈을 닦으면 이 몸을 가지고 저 세상에 가는 것이 아니요, 다만 마음을 따라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비구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원래 방일하여 선하지 않은 업을 지었다. 이 일체는 지금에 있어서 그 갚음을 받을 것이요, 그것은 마침내 뒤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만일 이와 같이 버리는 마음의 해탈을 행하기를 한량없이 하여 잘 닦는 자가 있으면, 그는 반드시 아나함을 얻고 혹은 다시 그 위를 얻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6.가람경(伽籃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카알라마국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코사풋타촌에 이르러, 코사풋타촌의 북쪽에 있는 심사파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코사풋타촌에 있는 카알라마국의 사람들은 '사문 고오타마라는 샤아캬 종족의 아들은 샤아캬 종족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카알라마국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코사풋타에 와서 코사풋타촌의 북쪽에 있는 심사파동산 속에 계신다. 그 사문 고오타마는 큰 명칭이 있어 시방(十方)에 두루 들린다. 사문 고오타마는 여래·무소착·등정각·명행성위·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중우(佛衆佑)라 호한다. 그는 이 세상·하늘 및 악마·범·사문·바라문 등의 인간에서 천상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닌다. 그가 만일 설법하면 그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또한 좋아,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을 구족하고 범행을 나타낸다. 만일 여래·무소착·등정각을 보고 존중하고 예배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좋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들도 마땅히 함께 가서 사문 고오타마를 뵈옵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자.'는 말을 들었다.
코사풋타촌의 카알라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각각 그 무리들과 권속들을 데리고 코사풋타촌에서 나가, 북쪽으로 가서 심사파동산에 이르렀다. 세존을 뵈옵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고자 하여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 카알라마 사람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린 뒤에 한쪽에 물러가 앉고, 부처님과 인사를 나눈 뒤에 한쪽에 물러가 앉으며,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한 뒤에 한쪽에 물러가 앉고, 혹은 멀리서 부처님을 바라본 뒤에 잠자코 앉았다. 그 때에 카알라마 사람들은 각각 앉기를 마치고 조용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잠자코 계시었다.
때에 카알라마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자기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떤 사문·바라문은 카알라마에 와서 다만 스스로 자기의 아는 바와 본 바만을 자랑하고 남의 아는 바와 본 바는 헐뜯었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또 어떤 사문·바라문도 카알라마에 와서 또한 스스로 자기의 아는 바와 본 바만을 자랑하고 남의 아는 바와 본 바는 헐뜯었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우리들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이 사문·바라문은 어떤 것을 참됨이라 하고, 어떤 것을 헛됨이라 하는가'고 의혹을 가졌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너희들은 의혹을 가지지말라. 무슨 까닭인가. 의혹이 있으므로 말미암아 곧 우물쭈물하여 결정을 짓지 못한다. 너희들은 스스로 깨끗한 지혜가 없으면서 뒤 세상이 있다고도 하며 뒤 세상이 없다고도 한다. 너희들은 또한 깨끗한 지혜가 없으면서 짓는 바 죄가 있다고도 하며 짓는 바 죄가 없다고도 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마땅히 알라. 모든 업에는 본래부터 세 가지 인습이란 것이 있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 하는가. 이른바 탐욕은 모든 업의 인습이 본래부터 있는 것이다. 탐하는 사람은 탐욕에 마음이 덮이어 싫어하거나 만족할 줄 모른다. 그래서 생물을 죽이거나 주지 않는 것을 가지며, 혹은 사음을 행하거나 알면서 거짓말하며 술을 마시기도 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성내는 자는 성냄에 마음이 덮이어 싫어하거나 만족할 줄 모른다. 그래서 생물을 죽이거나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혹은 사음을 행하거나 알면서 거짓말하며 술을 마시기도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음에 마음이 덮이어 싫어하거나 만족할 줄 모른다. 그래서 생물을 죽이거나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혹은 사음을 행하거나 알면서 거짓말하며 술을 마시기도 한다.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어 칼과 몽둥이를 버리며, 스스로의 부끄러움도 있고 남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으며, 또한 자비스런 마음이 있어, 내지 곤충에까지도 편안하고 이익되게 한다. 이와 같이 그는 살생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을 떠나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을 끊으며, 그것을 주면 이에 취하고 주어진 것을 취하는 것을 즐긴다.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여 아낌이 없으며 그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는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데에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범행이 아닌 것을 떠나고, 범행이 아닌 것을 끊어, 부지런히 범행을 닦고 묘행을 부지런히 힘쓰며,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탐욕을 떠나고 음욕을 끊는다. 이와 같이 그는 범행이 아닌 것에 그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거짓말을 떠나 거짓말을 끊어 진리를 말하고 진리를 즐기며 진리에 머물러 이동하지 않으며, 일체가 믿을 만하여 세상을 속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는 거짓말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리느니라.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간하는 말을 떠나고 이간하는 말을 끊어 이간하는 말을 행하지 않아 남을 파괴하지 않는다. 여기서 들은 것을 저기에 말해 이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으며, 저기서 들은 것을 여기에 말해 저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갈라진 것은 합하도록 하고 합하면 기뻐하며, 당파를 만들지 않고 당파를 즐기지 않으며 당파를 일컫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는 이간하는 말에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추한 말을 떠나고 추한 말을 끊어, 만일 그 말하는 바 말씨가 추악하고 악한 말소리가 귀에 거슬리면, 여럿은 기뻐하지 않고 여럿은 사랑하지 않아, 남으로 하여금 괴롭게 하여 안정을 얻지 못하게 한다. 기어이 이러한 말을 끊어 버리느니라. 만일 그 말하는 바가 있으면, 맑고 화하고 부드럽고 윤택하여 귀에 순하고 마음에 들며, 기뻐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여 남으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며, 말씨와 말소리가 갖추어 있어, 남으로 하여금 두렵게 하지 않고 남으로 하여금 안정을 얻게 한다. 이와 같이 그는 추한 말을 듣고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꾸미는 말을 떠나고 꾸미는 말을 끊어, 때에 맞는 말과 율(律)에 맞는 말을 하며, 율에 맞는 말을 즐기고, 일은 때를 따라 마땅함을 얻으며, 잘 가르치고 잘 꾸짖는다. 이와 같이 그는 꾸미는 말을 듣고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리느니라.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탐욕을 떠나고 끊어, 마음에 다툼을 품지 않아,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의 기구를 보고 탐욕을 일으켜 나의 소득이 되게 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같이 그는 탐욕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낸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성냄을 떠나고 성냄을 끊어, 스스로의 부끄러움도 있고 남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으며, 또한 자비스러운 마음이 있어 일체와 내지 곤충까지도 편안하고 이익되게 한다. 이와 같이 그는 미워하고 성냄에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행하여 거꾸로 되지 않아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말한다. '보시가 있고 재가 있으며, 주설도 있고 선악의 업도 있고 선악의 업의 갚음도 있으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있고, 아비가 있고 어미가 있으며, 세상에는 참 사람이 있어 좋은 곳에 이르고 이 세상과 저 세상에 잘 가고 잘 향하며,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성취하여 노닌다'고. 이같이 그는 삿된 소견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리느니라.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처럼 몸의 깨끗한 업을 성취하고, 입과 뜻의 깨끗한 업을 성취한다. 성냄을 떠나고 다툼을 떠나며, 잠을 없애고 뽐냄이 없으며, 의심을 끊고 교만을 버리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어리석음이 없다. 그의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1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2·3·4방과 4유(維)와 상·하에도 두루 한다. 그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므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하며, 또 그 마음은 평등한 마음과 함께 하므로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니느니라.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문득 네 가지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있고, 선악의 업도 있고 선악의 업의 갚음도 있다. 나는 이 바른 소견과 서로 응하는 업을 받아 가지고 구족함을 얻었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좋은 곳에 이르러 천상에 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이와 같이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이것이 이른바 첫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었다는 것이니라.
다시 카알라마 사람들아,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없고, 선악의 업도 없고 선악의 업의 갚음도 없다. 이렇게 말하더라도 나는 현재에 있어서 이것 때문에 남의 비방을 받지 않는다. 바른 지혜를 가진 사람은 찬성할 것이고, 정진하는 사람과 바른 소견을 가진 사람은 있다.'고 말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와 같이 마음에 맺음이 없고 원한이 없으며, 성냄이 없고 다툼이 없다. 이것이 이른바 둘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었다는 것이니라.
다시 카알라마 사람들아, '만일 짓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악은 짓지 않고, 나는 악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스스로 악을 짓지 않는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생길 것인가.'고 말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이와 같이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이것이 이른바 셋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다시 카알라마 사람들아, '만일 짓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악은 짓지 않는다. 나는 세상의 두려움도 두렵지 않은 것도 범하지 않는다. 항상 마땅히 모든 세상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야 한다.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흐림이 없어 기쁘고 즐겁다'고 말한다. 카알라마 사람들아, 이와 같이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다. 이것이 이른바 넷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카알라마 사람들아,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다툼도 없다.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카알라마 사람들은 세존께 여쭈었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네 가지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나이다. 어떤 것이 넷인가.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있다. 선악의 업도 있고 선악 업의 갚음도 있다. 나는 이 바른 소견과 서로 응하는 업을 받아 가지고 구족함을 얻으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반드시 좋은 곳에 이르러 천상에 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첫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옵니다. 다시 고오타마시여, 비록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없고, 선악의 업도 없고 선악 업의 갚음도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현재에 있어서 이것 때문에 남의 비방을 받지 않는다. 다만 바른 지혜를 가진 사람의 칭찬하는 바 되고, 정진하는 사람과 바른 소견을 가진 사람은 있다.'고 말하나이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둘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옵니다. 다시 고오타마시여, '만일 짓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악은 짓지 않고, 나는 악을 생각지도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스스로 악을 짓지 않는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생길 것인가'고 말하나이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셋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옵니다. 다시 고오타마시여, '만일 짓는 바가 있으면 반드시 악을 짓지 않는다. 나는 세상의 두려움도 두렵지 않은 것도 범하지 않고, 항상 마땅히 일체 세상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야 한다. 내 마음은 중생과 더불어 다투지 않고 흐림이 없어 기쁘고 즐겁다.'고 말하나이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넷째의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옵니다. 이와 같이 고오타마시여,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나이다.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안온한 머무르는 곳을 얻는다는 것이옵니다.
고오타마시여, 우리는 이미 알았나이다. 선서시여, 우리는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우리들은 다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우리들을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모든 카알라마 사람들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7 가미니경(伽彌尼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알란다국에 노닐으시면서 파바리카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아사라천에 아들이 있어 이름을 가미니라 하고, 얼굴 모양이 뛰어나고 빛깔은 밝고 빛났다. 그는 밤이 새어 이른 아침에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있었다. 가미니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은 스스로 잘난 척하여 약간의 하늘을 섬기었나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목숨을 마치면 그는 능히 자재롭게 좋은 곳으로 오가면서 그를 천상에 나게 하나이다. 세존은 법의 주인이시라,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중생으로 하여금 목숨을 마치거든 좋은 곳으로 가서 천상에 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가미니여, 나는 너에게 묻노니 아는대로 대답하라. 가미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한마을에 어떤 남녀가 게을러서 정진하지 않고 그러면서 악한 법을 행하며, 열가지 착하지 않은 업도(業道), 이른바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했다 하자. 그들이 목숨을 마칠 때 만일 여러 사람이 와서 각각 합장하고 그들을 향해 칭찬하고 축원하면서 '너희들 남녀는 게을러 정진하지 않고 그러면서 악한 법을 행하여 열 가지 착하지 않은 업도, 이른바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했다. 너희들은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서 천상에 나리라.'고 말하였다. 이와 같이 가미니여, 저 남녀들은 게을러 정진하지 않고 그러면서 악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하지 않은 법, 곧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이 합장하고 그를 향해 칭찬하고 축원했다고 해서 그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좋은 곳에 가서 천상에 날 수 있겠느냐."
가미니는 여쭈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어 말씀하시었다.
"착하다. 가미니여, 저 남녀들은 게을러 정진하지 않고 그러면서 악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하지 않은 업도, 곧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했다. 그런데도 만일 여러 사람이 합장하고 그를 향해 칭찬하고 요구했기 때문에,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좋은 곳에 가서 천상에 날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가미니여, 그것은 마치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깊은 못이 있다. 거기에 어떤 사람이 큰 무거운 돌을 그 물 속에 던져 넣었다. 만일 여러 사람이 와서 각각 합장하고 그것을 향해 칭찬하고 축원하면서 '원컨대 돌아 떠나오라'고 말하였다. 가미니여, 어떠한가. 이 큰 무거운 돌이 어찌 여러 사람이 각각 합장하고 칭찬하고 축원했다고 해서 이 인연으로 하여 나올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가미니여, 저 남녀들은 게을러 정진하지 않고 악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하지 않은 업도, 곧 생물을 죽이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하였는데, 만일 여러 사람이 각각 합장하고 그를 향해 칭찬하고 축원했다고 해서,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좋은 곳에 가고, 천상에 날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른바 이 열 가지 선하지 않은 업도는 검은 것으로서, 검음의 갚음이 있어 자연히 밑으로 내려가 반드시 악한 곳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니라.
가미니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마을 가운데 어떤 남녀가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고 그러면서 묘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한 업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얻었다 하자. 그들이 목숨을 마칠 때에 만일 여러 사람이 와서 각각 합장하고 그들을 향해 칭찬하고 축원하면서 '너희 남녀들은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고 그러면서 묘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한 업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얻었다. 너희들은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가미니여, 너희 뜻에는 어떠하냐. 저 남녀들은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고 그러면서 묘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한 업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고, 주지 않는 것은 취하지 않으며,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얻었다. 그런데, 어찌 여러 사람이 각각 합장하고 그들을 향해 칭찬하고 축원했다고 해서,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날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은 찬탄하시어 말씀하셨다.
"착하다, 가미니여. 저 남녀들은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고 그러면서 묘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한 업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고,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얻었다. 그런데, 만일 여러 사람이 각각 합장하고 그들을 향해 칭찬하고 축원했다고 해서, 그것을 인연으로 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악한 곳으로 가서 지옥에 난다는 것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미니여, 이른바 이 열 가지 선한 업도는 흰 것으로써, 흰 갚음에 있어 자연히 위로 올라가 반드시 좋은 곳에 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미니여, 그것은 마치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깊은 못이 있는데, 거기서 어떤 사람이 타락기름병을 물에 던져 부수면 부서진 병조각은 밑으로 가라앉고 락기름은 위로 떠오르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가미니여, 저 남녀들은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고 그러면서 묘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선한 업도를 성취하여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떠나고 삿된 소견을 끊어 바른 소견을 얻었다. 그들이 목숨을 마칠 때에는 이른바 몸의 추한 빛깔과 사대(四大)의 요소는 부모에게서 생겼고, 옷과 밥으로 자라나고 앉고 눕고 안마하며 목욕하고 굳세게 만드는 것, 이것은 다 부서지는 법이요, 이것은 없어져 다하는 법이며, 떠나고 흩어지는 법이다. 그의 목숨이 끝난 뒤에는 혹은 까마귀와 새가 쪼으고, 혹은 호랑이와 승냥이가 먹으며, 혹은 태우거나 묻히어 모두 티끌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의 마음의 의식은 항상 믿음에 쬐이고, 정진과 지식과 보시와 지혜에 쬐이며, 그는 이것을 인연으로 하여 자연히 위로 올라가 좋은 곳에 나게 된다.
가미니여, 저 생물을 죽이는 사람은 살생을 떠나고 살생을 끊는 데 있어서, 동산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오르는 길과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이 있다. 가미니여, 주지 않는 것을 취하는 것과 사음과 거짓말과 내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은, 삿된 소견을 떠나 바른 소견을 얻는데 있어서도 동산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오르는 길과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이 있다. 가미니여, 다시 동산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오르는 길과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이 있다. 가미니여, 어떤 것이 다시 동산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오르는 길과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이 있는가. 이른바 8지(支)의 거룩한 길이다.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정(定)이니, 이것을 8지라 한다. 가미니여, 이것이 이른바 다시 동산으로 가는 길과 위로 오르는 길과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가미니와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