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36권
145. 구묵목건련경(瞿黙目犍連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오래지 않아, 존자 아난은 왕사성에 노닐었다. 그 때에 마갈타 대신 우세(雨勢)는 발기(跋耆)를 막기 위하여 왕사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에 마갈타 대신 우세는 농부인 구묵 목건련(瞿黙目犍連)을 시켜 죽림(竹林)의 가란다 동산으로 보내었다. 그 때에 존자 아난은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걸식하러 왕사성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왕사성의 걸식은 잠깐 그만두고, 구묵 목건련 농부에게 가리라.’
존자 아난은 구묵 목건련 농부에게로 갔다. 범지(梵志) 구묵 목건련은 멀리서 존자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입은 옷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여, 존자 아난을 향해 사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아난이시여. 오랫만이십니다.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존자 아난은 곧 자리에 앉았다. 범지 구묵 목건련은 존자 아난에게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목건련이여, 그대는 물어 보시오. 나는 듣고 생각해 보리다.”
“아난이시여, 혹 어떤 비구로 사문 고오타마만한 이가 있습니까.”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 목건련과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마갈타 대신 우세는 농부들을 위로한 뒤에 범지 구묵 목건련 농부에게로 갔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존자 아난이 범지 구묵 목건련 농부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나아가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범지 구묵 목건련과 무슨 일을 의논하며, 무슨 일로 이렇게 모였습니까.”
“우세여, 범지 구묵 목건련이 내게 묻기를 ‘아난이시여, 혹 어떤 비구로서 사문 고오타마만한 이가 있습니까.’하였습니다.”
“아난이여, 그에게 어떻게 대답하였습니까.”
“우세여, 어떤 비구도 세존과 같은 이는 전연 없습니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아난이시여. 어떤 비구도 세존과 같은 이는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그러면 사문 고오타마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혹 어떤 비구를 내세워,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어 곧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누구가 있습니까.”
존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우세여, 어떤 비구도 세존의 인가를 받아,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어,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떤 비구도 세존과 같은 이는 없으며, 또한 어떤 비구도 사문 고오타마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워,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없다면, 아난이시여, 혹 어떤 비구가 있어 대중들과 화합하여, 모든 비구들이 모여 와서 이 비구를 예배하고,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하는 바가 되어,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있습니까.”
“우세여, 또한 어떤 비구도 대중들과 화합하여, 모든 비구들이 모여 와서 그 비구를 예배하고,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되어,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그렇습니다. 어떤 비구도 사문 고오타마와 같은 이가 없으며, 또한 어떤 비구도 사문 고오타마가 세상에 계실 때에,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워,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도 없으며, 또한 어떤 비구도 대중과 화합하여 모든 비구들이 모여 와서 그 비구를 예배하고,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되어 당신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없다면, 아난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당신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도 서로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안온하여 한 가르침을 가 같이 받고, 물과 젖처럼 하나로 합하여 쾌락 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고오타마가 세상에 계실 때와 같습니까.”
존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우세여, 당신은 우리가 의지할 데가 없다고 말하지 마시오. 우리들은 의지할 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시여, 어찌하여 앞뒤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 아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비구도 세존과 같을 이가 없으며, 또한 어떤 비구도 세존의 인가를 받아,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말씀하시어,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고 하셨고, 또한 ‘어떤 비구도 대중들과 화합하여 모든 비구들이 모여 와서, 그 비구를 예배하고,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하는 바가 되어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없다.’했습니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들은 의지하는 데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은 말하였다.
“우세여, 우리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법>을 의지합니다. 우세여, 우리가 만일 촌읍에 노닐 때나 十五일에 종해탈(從解脫)을 해설할 때에는 한 곳에 모여 앉아, 법을 아는 비구가 있으면, 그 비구에게 우리를 위해 설법하기를 청하여, 그가 청정하면 우리는 모두 기뻐하여 그 비구의 말을 받들어 행하고, 만일 그가 청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법이 말하는 대로 따라 그를 조치합니다.”
“아난이시여, 당신들이 그를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이 그를 조치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시여, 그와 같이 적은 법이나 많은 법이 오래 머물 수 있다면, 아난이시여, 그와 같이 모두를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안온하여 한 가르침을 다 같이 받고, 물과 젖처럼 하나로 합하여 쾌락 하게 노니는 것이 사문 고오타마께서 세상에 계실 때와 같을 것입니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혹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까.”
“우세여, 존경할 만한 이가 있습니다.”
“아난이시여, 어찌 하여 앞뒤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까. 아난께서 아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비구도 세존과 같은 이가 없으며, 또한 어떤 비구도 세존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내가 열반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은 이 비구를 의지하라.’고 내세워, 우리가 지금 의지하고 있는 이가 없다고 하셨고, 또한 ‘어떤 비구도 대중들과 화합하여 모든 비구들이 모여 와서, 그 비루를 예배하고, 세존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든 비구들의 의지처가 되어, 우리들이 지금 의지하는 이가 없다.’했습니다.
그런데 아난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지금 우리가 존경할 만한 이가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우세여, 세존께서는 깨달으시고,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존경할 만한 十법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만일 어떤 비구가 十법을 가진 것을 보면, 우리는 곧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어떤 것이 十인가.
우세여, 비구가 금계(禁戒)를 닦아 익히어 종해탈을 지켜 보호하고, 또 위의와 예의를 잘 가지며, 티끌 만한 죄를 보아도 항상 두려운 생각을 품어 계를 가지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증상계(增上戒)를 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 기억하여 잊지 않고, 널리 들은 것을 쌓아 모으나니, 이른바 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며,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맑고 깨끗하여 범행을 나타내면, 그리고 이렇게 모든 법을 널리 배우고 많이 듣고, 외워 익히어, 뜻으로 해득하기에 이르러, 환히 보고 깊이 통달하면, 우세여,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많이 아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착한 친구가 되고 착한 벗이 되며, 착한 동무가 되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착한 벗이 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멀리 떠나 살기를 즐겨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멀리 떠나기를 성취하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멀리 떠나 살기를 즐겨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조용히 앉기를 즐겨하여, 마음의 행(行)은 바르게 그쳤고, 또한 선정(禪定)을 떠나지 않았으며, 관찰하기를 더욱 힘써 공(空)의 행을 성취하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고요히 앉기를 즐겨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만족할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우기 위해 입고, 밥은 몸을 기르기 위해 먹기 때문에, 곳을 따라 노닐 때에는 가사와 바루가 함께 다니어 다른 것에 애착이 없으니, 마치 매[鷹]가 두 날개를 가지고 공중을 날으는 것 같이 하면, 그래서 이와 같이 비구가 만족할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우기 위해 입고, 밥은 창자를 채우기 위해 먹으며, 곳을 따라 노닐며, 가사와 바루만을 가져 다른 애착이 없으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만족할 줄을 아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항상 생각을 단련하여 바른 생각을 성취하고, 오래 전에 익힌 바와 오래 전에 들은 바를 기억하여 잊지 않으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바른 생각을 가진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항상 정진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닦으며, 한결같이 뜻을 일으켜 전일하고 견고히 하여, 모든 착한 일의 근본을 위하여 방편을 버리지 않으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정진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를 얻어 거룩한 슬기가 밝게 트이어 분별하고 환히 알아 괴로움을 바로 없애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지극히 슬기를 쓰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여, 비구가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누가 없게 되고, 마음이 해탈하고 슬기가 해탈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안다면,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모든 누가 이미 다한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우세요, 세존께서는 깨달으시고,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이 존경할 만한 十법을 말씀하시었습니다. 우세여, 만일 우세여, 만일 이렇게 그 비구의 이 十법을 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그 비구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며, 예로써 섬깁니다.”
이에 대중들은 높은 소리로 외쳤다.
“바른 길을 닦아야 하겠다. 닦지 않아서는 아니 되겠다. 만일 바른 길을 닦아야 하고 닦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면, 세상의 <아라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예로써 섬겨야 하겠다. 만일 여러분이 바른 길을 닦아야 하겠기 때문에 능히 바른 길을 닦으면, 그러므로 세상의 아라하는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리라.”
이에 마갈타 대신 우세와 그 권속들은 물었다.
“아난이시여, 지금 어디서 노닐으십니까.”
“나는 지금 이 왕사성의 죽림 가란다 동산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아난이시여, 죽림 가란다 동산은 지극히 사랑할 만하고 잘 정돈되어 즐거워할 만 합니까.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가 없고 파리나 벼룩이 없으며, 그리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까. 아난이시여, 죽림 가란다 동산에 머무시기가 매우 좋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세여. 그렇습니다, 우세여. 죽림 가란다 동산은 지극히 사랑스럽고 잘 정돈되어 즐겨할 만합니다.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다. 우세여, 나는 죽림 가란다 동산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옹호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바난 대장(婆難大將)은 대중 가운데 있다가 사뢰었다.
“그렇습니다, 우세여. 그렇습니다, 우세여. 죽림 가란다 동산은 지극히 사랑스럽고 잘 정돈되어 즐겨할 만합니다. 낮에는 시끄럽지 않고 밤에는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습니다. 저 존자는 죽림 가란다 동산에 즐거이 머물고 계십니다. 왜냐 하면, 이 존자는 선정(禪定)을 즐겨하기 때문입니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바난 대장이여,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옛날 금비라락(金鞞羅樂) 동산에 노닐으셨습니다. 바난 대장이여, 그 때에 나는 자주 거기 나아가 사문 고오타마를 뵈우었습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선정을 즐겨하시고, 또 선정을 칭찬하시었습니다.”
존자 아난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우세여,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모든 선정을 즐겨하셨다.’는 그런 말씀 마시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혹은 선정을 칭찬하시고, 혹은 칭찬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다시 물었다.
“아난이시여, 사문 고오타마께서 선정을 칭찬하시지 않으셨다면, 어떤 선정을 칭찬하시지 않으십니까.”
“우세여, 혹 어떤 이는 탐욕에 두루 말려 탐욕을 일으켜서 번뇌를 뛰어나는 진실을 알지 못하오. 그는 탐욕의 장애로 말미암아 살피고 다시 살피며, 거듭 살피오.
우세여, 이것을 <제 一의 선정>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시지 않으오. 우세여, 혹은 분노에 두루 말려 분노를 일으켜서 번뇌를 뛰어나는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분노의 장애로 말미암아 살피고 다시 살피며, 거듭 살피오. 우세여, 이것을 <제 二의 선정>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시지 않으오. 우세여, 잠에 두루 말려 잠을 일으켜서 번뇌를 뛰어날 줄을 알지 못하오.
그는 잠의 장애로 말미암아 살피고 다시 살피며, 거듭 살피오. 우세여, 이것을 <제 三의 선정>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시지 않으오. 우세여, 의혹에 두루 말려 의혹을 일으켜서 번뇌를 뛰어날 줄을 알지 못하오. 그는 의혹의 장애로 말미암아 살피고 다시 살피며, 거듭 살피오. 우세여, 이것을 <제 四의 선정>이라 하며, 세존께서는 칭찬하시지 않으오. 우세여, 세존께서는 이 네 선정을 칭찬하시지 않았소.”
마갈타 대신 우세는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그 네 선정은 미워할 만한 것으로서,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칭찬하시지 않습니다. 왜냐 하오면 전부를 그대로 감각하기 때문입니다.”
마갈타 대신 우세는 다시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어떠한 선정을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칭찬하십니까.”
존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우세여, 비구가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내지 제 四선(禪)을 성취하여 노닐면, 우세여, 세존께서는 이 四선을 칭찬하십니다.”
“아난이시여, 그 四선은 칭찬할 만한 것으로서,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칭찬하십니다. 왜냐 하오면, 전부를 그래도 감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시여, 우리는 일이 분주하여 이제 돌아가고자 합니다.”
“돌아가고자 하거든 돌아가시오.”
이에 마갈타 대신 우세는 존자 아난의 말을 잘 받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아난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이 때에 범지 구묵 목건련은 마갈타 대신 우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아난에게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내가 사뢸 말씀은 아직 대답하시지 않았습니다.”
“목건련이여,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범지 구묵 목건련은 사뢰었다.
“아난이시여, 나는 다시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목건련이여, 당신은 물으시오. 나는 듣고 생각해 보리이다.”
“아난이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 및 아라하의 해탈, 이 세 해탈은 어떠한 차별이 있으며, 어느 것이 훌륭합니까.”
“목건련이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 및 아라하의 해탈, 이 세 해탈에는 어떠한 차별도 없고, 또한 어느 것이 훌륭하다는 것도 없습니다.”
“아난이시여,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존자 아난은 잠자코 받아 주었다. 범지 구묵 목건련은 아난이 잠자코 받아 준 줄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지극히 맛나고 깨끗하며 풍성한 갖가지 음식을 손수 벼름하여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작은 평상을 가져다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존자 아난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기를 마치었다.
존자 아난이 이렇게 말하니, 마갈타 대신 우세와 그 권속 및 범지 구묵 목건련은 그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46. 상적유경(象跡喩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비로(卑盧)라는 이학(異學)은 이른 아침에 사위국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르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시었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신 뒤에는 잠자코 계시었다.
<비로> 이학은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생문(生聞) 범지는 하얀 일산을 씌운 아주 좋은 수레를 타고, 五백 제자들과 함께 이른 아침에 사위국에서 나와 일없는 곳으로 가서 제자들에게 경서(經書)를 읽히려고 하였다. 생문 범지는 멀리서 비로 이학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바차(婆蹉)여, 이 이른 아침에 어디 같다 오는가.”
“범지여, 나는 세존을 뵈옵고, 예로써 섬기고 공양하고 오는 길이네.”
‘바차여, 혹 사문 고오타마는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닦고 있었던가.“
“범지여, 어떤 사람이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닦고 있는 줄을 알 수 있겠는가.
만일 누가 세존께서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지혜를 닦는 줄을 알면, 그도 또한 세존과 같은 사람일 것이네, 범지여, 나는 다만 책을 읽어 四구(句)의 뜻을 아는데, 그 四구의 뜻으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여,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성중(聖衆)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네, 범지여, 비유하면 훌륭한 상사(象師)는 일없는 곳에서 노닐다가, 숲 속에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반드시 크므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믿나니,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내가 책을 읽어 四구의 뜻을 알고, 이 四구의 뜻으로 인하여 나는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오,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성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어떤 것이 四구의 뜻인가. 범지여, 지혜로운 찰제리[刹利]의 논사(論士)들이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 받고, 모르는 것이 없어, 여러 소견으로 문장을 지어 세상에서 날치면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소. ‘나는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일을 들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 받고 버리고 말 것이다.
’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촌읍에 노니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가서, 세존을 뵈옵기만 하여도 감히 묻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떻게 항복 받겠소.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 一구의 뜻을 얻었소. 나는 이 뜻으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요,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성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이와 같이 지혜로운 범지도 그러하고, 지혜로운 거사(巨士)도 또한 그러하며, 지혜로운 사문 논사들이 많이 듣고 결정하여 세상 사람을 항복 받고, 모르는 것이 없어 여러 소견으로 문장을 지어 세상에서 날치면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소. ‘나는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이러한 일을 물으리라.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면 나는 거듭거듭 물을 것이요, 만일 그가 능히 대답하지 못하면 곧 항복 받고 버리고 말 것이다.’라고.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촌읍에 노니신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가서 세존을 뵈옵기만 하여도 감히 묻지 못하거늘 하물며 어떻게 항복 받겠소.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러한 제 四구의 뜻을 얻었소. 나는 이 뜻으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요,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성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범지여, 나는 책을 읽어 이 四구의 뜻으로 인하여 반드시 세존께서는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요, 세존의 설법은 훌륭하시며, 여래 제자의 성중들은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것일세.”
생문 범지는 말하였다.
“바차여, 너는 사문 고오타마를 크게 공양하고, 그것을 인연하여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는가.”
비로 이학은 대답하였다.
“범지여, 그러하네. 나는 저 세존을 지극히 공양하고 또한 지극히 칭찬하여 기린다. 그러므로, 일체 세간도 또한 마땅히 공양하여야 하네.”
그 생문 범지는 이 말을 듣고는 곧 수레에서 내려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손을 모아 승림 급고독원을 향하여 두 번 세 번 예배하면서, ‘여래, 무소착, 등정각님께 귀의하나이다.’ 이렇게 세 번 외웠다. 그리고 극히 좋은 흰 수레를 다시 타고, 승림 급고독원으로 나아가다가 그 승지(乘地)에 이르러,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족에 앉았다. 생문 범지는 조금 전에 비로 이학과 서로 문답한 일을 모조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으신 뒤에 곧 말씀하시었다.
“범지여, 비로 이학이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말했지마는 그것은 아직 잘 되지도 못했고, 또한 충분하지도 못하였다. 나는 이제 아주 잘되고 또한 충분한 코끼리의 발자국 비유를 너를 위해 말하리니, 너는 마땅히 잘 들으라. 범지여, 비유하면 훌륭한 상사(象師)가 일없는 곳에서 노닐다가, 숲 속에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범지여, 그 훌륭한 상사가 혹은 믿지 않고 ‘이 숲 속에는 다시 가리누라는 몸이 지극히 큰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곧 그 발자국을 찾다가 다시 큰 코끼리의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범지여, 그 훌륭한 상사가 혹은 다시 믿지 않고, ‘이 숲 속에는 다시 가라리(加羅梨)라는 몸이 지극히 큰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곧 그 발자국을 찾다가 다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범지여, 그 훌륭한 상사가 혹은 다시 믿지 않고 ‘이 숲 속에는 다시 바화누라는 몸이 지극히 큰어미 코끼리가 있어서,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곧 그 발자국을 찾다가 다시 큰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는, 이 코끼리는 지극히 크기 때문에 이런 발자국이 있다고 꼭 믿는다.
그는 이 발자국을 찾은 뒤에는, 그 큰 코끼리 발자국은 지극히 길고 넓으며, 두루 돌아다니고, 땅에 깊이 들어간 발자국을 본다. 그리고 그 코끼리는 가거나 오며, 멈추거나 달리며, 서거나 누운 것을 본다. 그는 그 자국을 보고는 곧 ‘이런 발자국이 있다면, 이것은 반드시 큰 코끼리이리라.’고 생각한다.
범지여, 이와 같이 이 세상에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로서 불중우라고 부르는 이가 나오면, 그는 이 세상과 하늘, 악마, 범, 사문, 범지 및 하늘 사람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하여 성취하여 노닐며,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안다. 또 그의 설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며, 마지막도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구족하고 청정하여 범행을 나타낸다.
그의 설법을 거사나 혹은 거사의 아들이 들으면 믿음을 얻는다. 여래의 바른 법률 가운데서 믿음을 얻은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가정이란 지극히 좁고 괴로운 곳이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 것은 환히 들나고 넓고 크다.
나는 지금 집에 있으면 사슬에 묶이어 몸과 목숨을 다하여 범행을 닦을 수 없다. 나는 차라리 적거나 많거나 이 재물을 버리고, 적거나 많거나 친족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자’고.
그는 그 뒤에 적거나 많은 재물을 버리고, 적거나 많은 친족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써 도를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운다. 그는 집을 떠난 뒤에는 친족의 상(相)을 버리고, 비구의 종요로움[要]을 받아 금계(禁戒)를 닦아 익히고, 종해탈(從解脫)을 가지며, 또 위의와 예절을 거두어 잡고, 털끝 만한 죄를 보아도 언제나 두려워하는 생각을 품으며, 배우는 계를 받아 가진다.
그는 살생(殺生)을 떠나고 살생을 끊어 칼이나 작대기를 버리며, <안 부끄러움>과 <겉 부끄러움>이 있고, 자비스런 마음이 있어 일체 중생과 내지 곤충까지도 이롭게 한다. 그는 살생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불여취(不與取)를 떠나고 불여취를 끊어, 주어진 것이라야 받고, 주어진 것을 받기를 즐기며, 언제나 보시하기를 즐기고, 기뻐하여 아낌이 없으며, 그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불여취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떠나고, 범행이 아닌 것을 끊어 범행을 부지런히 닦고, 묘행(妙行)을 꾸준히 힘쓰며,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욕심을 떠나고, 음악을 끊는다. 그는 범행이 아닌 것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거짓말을 떠나 거짓말을 끊어,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즐기며, 진실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으며, 일체를 믿고 세상을 속이지 않는다. 그는 거짓말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이간하는 말을 떠나고 이간하는 말을 끊어, 이간하지 않는 행을 행하여 남을 파괴하지 않는다. 여기서 듣고 저기서 말하여 이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으며, 저기서 듣고 여기서 말하여 저것을 파괴하려 하지 않는다. 갈라지면 합하게 하고 합하면 기뻐하며, 패를 짓지 않고, 패를 좋아하지 않으며, 패를 칭찬하지 않는다. 그는 이간하는 말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추한 말을 떠나고 추한 말을 끊어, 만일 그의 말씨가 추하고 소리가 나빠서 귀에 거슬려 여럿이 기뻐하지 않고, 여럿이 사랑하지 않아, 남을 괴롭게 하고 안정을 얻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으면, 그는 이러한 말을 끊는다.
만일 그의 하는 말이 맑고 화하며, 부드럽고 윤택하여 귀에도 순하고 마음에도 들어, 기뻐할 만하고 사랑할 만하여 남을 안온하게 하고, 말씨와 소리가 두루 분명하여 남을 겁내게 하지 않고, 남의 안정을 얻게 하는 일이 있으면, 그는 이러한 말씨로 말한다. 그는 추한 말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꾸밈말을 떠나고 꾸밈말을 끊어, 때에 맞은 말, 참다운 말, 법다운 말, 뜻다운 말, 쉬는 말, 쉬기를 즐기는 말을 하며, 일은 때를 따라 알맞음을 얻고, 잘 가르치고 잘 꾸짖는다. 그는 꾸밈말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살림살이를 떠나고 살림살이를 끊어, 저울과 말과 섬을 버리고, 또한 재물을 받지 않으며, 사람을 속박하지 않고, 말이나 저울질을 깎기를 바라지 않으며, 조그마한 이익으로써 남을 속이지 않는다. 그는 살림살이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과부나 처녀를 받기를 떠나고, 과부나 처녀를 받기를 끊는다. 그는 과부나 동녀를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코끼리, 말, 소, 염소를 받기를 떠나고, 코끼리, 말, 소, 염소를 받기를 끊는다.
그는 코끼리, 말, 소, 염소를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닭이나 돼지를 받기를 떠나고 닭이나 돼지를 받기를 끊는다. 그는 닭이나 돼지를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농사나 점방을 받기를 떠나고, 농사나 점방을 받기를 끊는다. 그는 농사나 점방을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벼, 보리, 콩을 받기를 떠나고, 벼, 보리, 콩을 받기를 끊는다. 그는 벼, 보리, 콩을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술을 떠나고 술을 끊는다. 그는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높고 넓고 큰 평상을 떠나고, 높고 넓고 큰 평상을 끊는다.
그는 높고 넓고 큰 평상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꽃다발, 영락, 바르는 향, 연지분을 떠나고, 꽃다발, 영락, 바르는 향, 연지분을 끊는다. 그는 꽃다발, 영락, 바르는 향, 연지분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노래, 춤, 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듣기를 떠나고, 노래, 춤, 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듣기를 끊는다. 그는 노래, 춤, 기생의 풍류와 그것을 보고 듣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생색상보(生色像寶)를 받기를 떠나고, 생색상보를 받기를 끊는다. 그는 생색상보를 받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오후의 음식을 떠나고, 오후의 음식을 끊고, 하루에 한 끼로, 밤이나 공부할 때에는 먹지 않는다. 그는 오후의 음식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그는 이미 이렇게 이 거룩한 계의 무더기를 성취한 뒤에는, 다시 지극히 만족할 줄을 알아 옷은 몸을 가리우기 위하여 입고, 밥은 몸을 기르기 위하여 먹기 때문에, 곳을 따라 노닐 때에는 가사와 바루가 함께 다니어, 조금도 다른 것에 애착이 없으니, 마치 매가 두 날개로 공중을 날으는 것과 같다.
그는 이미 거룩한 계의 무더기와 지극히 만족할 줄 알기를 성취한 뒤에는, 다시 모든 근(根)을 지켜 보호하여 언제나 닫아 막기를 생각하고, 밝게 알기를 원하며, 생각하는 마음을 지켜 보호하기를 섭취하여 언제나 바른 지혜를 일으킨다. 그래서 혹 눈이 빛깔을 보더라도 그 모양을 받지 않고, 또한 그 빛깔에 맛을 들이지도 않는다. 곧 분노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안근(眼根)을 지켜 보호하여, 마음속에 탐욕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나니, 그리로 달리기 때문에 안근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혹 뜻이 법을 알더라도 생각을 받지 않고, 또한 그 법에 맛을 들이지도 않는다. 곧 분노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의근(意根)을 지켜 보호하여, 마음속에 탐욕과 슬픔과 악하고 착하지 않는 법이 생기지 않나니, 그리로 달리기 때문에 의근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이 거룩한 계의 무더기와 지극히 만족할 줄 알기를 성취하고,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한 뒤에는 다시 드날 줄을 바로 알아,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우러르기와 몸을 가지는 태도와 질서를 잘 관찰하고 분별하며, 승가리와 모든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며, 다니고 멈추기와 앉고 눕기와 자고 깨기과 말하고 잠잠하기를 바로 잘 안다.
그는 이미 이 거룩한 계의 무더기와 지극히 만족할 줄을 알기를 성취하고,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하며, 드나들기를 바로 안 뒤에는 다시 혼자 멀리 떠나 살아서, 일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이나, 산 바위, 돌집, 한데, 벼짚 무더기나 혹은 숲 속이나 무덤 사이로 간다.
그는 일없는 곳이나, 혹은 나무 밑,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가서는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몸을 바로 하고, 소원을 바로 하여 생각이 딴 데로 향하지 않고,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으며, 남의 재물이나 모든 생활도구를 보고도 탐욕을 일으켜 자기 소유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탐욕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앤다. 이와 같이 성냄과 잠, 들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모든 선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다. 그는 의혹에 있어서 그 마음을 깨끗이 없애느니라.
그는 이 五개(蓋)의 마음의 더러움과 슬기의 파리함을 끊고,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각(覺)이 있고 관(觀)도 있으면서,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고 초선(初禪)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의 굽히는 바요, 여래의 행하는 바며, 여래의 항복 받음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것으로서 마치지 않는다.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설법은 선(善)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聖衆)들은 잘 나아가며, 그는 각과 관이 이미 쉬어 마음은 편안하고, 오직 한마음으로 <각>도 없고 <관>도 없어, 정(定)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 二선(禪)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의 굽히는 바요, 여래의 행하는 바며, 여래의 항복 받음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서 마치지 않는다.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가며, 그는 기쁨의 욕심을 떠나고, 모든 것을 버리어 구함이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의 즐거움을 깨닫는다.
곧 성인의 말한바 성인의 버린 바와 생각[念]과 낙주실(樂住室)인 제 三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의 굽히는 바요, 여래의 행하는 바며, 여래의 항복 받음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서 마치지 않는다.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가며, 그는 즐거움도 없고 괴로움도 없으며, 기쁨과 걱정의 근본은 이미 멸하여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으며, 생각을 버리고 청정하여 제 四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의 굽히는 바요, 여래의 행하는 바며, 여래의 항복 받음이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로서 마치지 않는다.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가며, 그는 이미 이러한 정심(定心)을 얻고, 청정하여 더러움도 없고, 번거로움도 없으며, 부드럽고 연하여 잘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으며,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으로 나아가 스스로 증험한다. 그는 이 괴로움의 진실을 알고, 이 괴로움의 원인을 알며, 이 괴로움의 멸을 알고, 이 괴로움을 멸하는 길의 진실을 안다.
그리고 이 누(漏)의 진실을 알고, 이 누의 원인을 알며, 이 누의 멸을 알고, 이 누를 멸하는 길의 진실을 안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욕심의 누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有)의 누와 무명(無明)의 누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안다. 범지여, 이것을 여래의 굽히는 바요, 여래의 행하는 바며, 여래의 항복 받음이라 하며, 그는 이로서 마치느니라.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의 설법은 선하고, 여래의 제자 성중들은 잘 나아간다. 범지여, 네 뜻에는 어떠하냐. 이러한 <코끼리 발자국의 비유>는 잘되었으며 또한 구족하느냐.“
생문 범지는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이러한 코끼리의 발자국의 비유는 잘되었으며, 또한 구족하나이다.”
생문 범지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나이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오늘부터 몸을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생문 범지와 비로 이학은, 조용히 듣고 나서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47. 문덕경(聞德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생문(生聞) 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걸어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주신다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범지여,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생문 범지는 곧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의 제자로서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데, 무슨 까닭으로 널리 들어 외워 익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범지여, 내 제자로서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데,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까닭은 스스로 마음을 다루기 위함이요, 스스로 마음을 쉬기 위함이며, 스스로 열반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범지여, 내 제자로서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데, 이 까닭으로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느니라.”
“고오타마시여,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도 어떤 차별이 있사오며, 또한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어떤 공덕이 있나이까.”
“범지여,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도 차별이 있고, 또한 널리 들어 외워 익히면 공덕이 있느니라.”
“고오타마시여,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사오며,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어떠한 공덕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들이 낮에 일을 하여 그 이익을 얻고자 하다가 그 하는 일이 실패되어 성취되지 못한 때에, 그의 하는 일이 실패되어 성취되지 못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는 울지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낮에 일을 하여 그 이익을 얻고자 하다가 그의 하는 일이 실패되어 성취되지 못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는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또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헤어지지 않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별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는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서로 흩어지지 않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별하더라도, 걱정하고 슬퍼하거나, 시름하고 번민하거나, 또 울지도 않고, 몸을 치면서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어리석게 미치광이 짓도 하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가진 재물은 다 무상(無常)한 줄을 알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를 생각한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가진 재물은 다 무상한 줄을 알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를 생각하면,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가진 재물은 다 무상한 줄을 알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운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가진 재물은 다 무상한 줄을 알고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능히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모기, 등에, 파리, 벼룩을 참고, 몸에 병이 들어 지극히 고통을 당하고 목숨이 끊어지려 하더라도 이러한 모든 언짢은 일을 다 능히 참고 견딘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능히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모기, 등에, 파리, 벼룩을 참고, 바람과 햇볕의 시달림과 욕설과 매질도 또한 참으며, 몸에 병이 들어 지극한 고통을 당하고 목숨이 끊어지려 하더라도 이러한 모든 언짢은 일을 다 능히 참고 견디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즐겁지 않은 일도 참고 견디며, 즐겁지 않은 마음이 생기더라도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즐겁지 않은 일도 참고 견디며, 즐겁지 않은 마음이 생기더라도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두려움을 참고 견디며, 두려운 마음이 생기더라도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두려움을 참고 견디며, 두려운 마음이 생기더라도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혹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침의 생각이 생기고, 이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침의 생각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혹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침의 생각이 생기고, 이 세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생각, 곧 탐욕의 생각, 성냄의 생각, 해침의 생각이 생기더라도 마음은 끝내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내지 제 四선(禪)을 성취하여 노닌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내지 제 四선을 성취하여 노닐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三결(結)이 이미 다해, 수타원(須陀洹)을 얻어 악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정각(正覺)으로 나아가, 마지막에는 七유(有)를 받아 천상과 인간에 세 번 오간 뒤에는 괴로움의 끝을 얻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三결이 이미 다해 수타원을 얻어 악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정각으로 나아가, 마지막에 七유를 받아 천상과 인간에 세 번 오간 뒤에는 괴로움의 끝을 얻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다섯 하분결(下分結)이 이미 다해, 저 사이에서 난 뒤에는 곧 열반에 들어,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다섯 하분결이 이미 다해, 저 사이에서 난 뒤에는 곧 열반에 들어 물러나지 않는 법을 얻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으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식해탈(息解脫)이 있어, 빛깔을 떠나 빛깔이 없게 되고, 여기상정(如其像定)으로서 몸으로 징험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고, 슬기의 관찰로 누(漏)를 끊고 또 누를 안다. 범지여, 만일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식해탈이 있어 빛깔을 떠나 빛깔이 없게 되고, 여기상정으로서 몸으로 징험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고, 슬기의 관찰로 누를 끊고 또 누를 알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는 여의족(如意足)과 천이지(天耳智), 타심지(他心智), 숙명지(宿命智), 생사지(生死智)가 있고, 모든 누가 다해 누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슬기가 해탈하여,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하여 성취하여 노닐고,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안다. 범지여, 많이 들은 거룩한 제자가 여의족과 천이지, 타심지, 숙명지, 생사지가 있고, 모든 누가 다해 누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슬기가 해탈하여,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하여 성취하여 노닐고,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면, 범지여, 이것을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느니라.
생문 범지는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이런 차별이 있고, 이런 공덕이 있지마는, 혹 다시 다른 차별이 있고, 다시 다른 최상, 최고, 최승의 공덕도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이 널리 들어 외워 익히는 데에는 이런 차별과 이런 공덕이 있고, 디시 다른 차별과 다시 다른 최상, 최고, 최승의 공덕은 없느니라.”
생문 범지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나이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오늘부터 몸을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도록 이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생문 범지는 조용히 듣잡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48. 하고경(何苦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노닐으시면서, 승림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그 때에 생문(生聞) 범지는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주신다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범지여,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생문 범지는 곧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어떤 괴로움이 있으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어떤 괴로움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自在)하지 못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집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자재하지 못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어떻게 자재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돈이 붙지 않고, 금, 은, 진주, 유리, 수정들이 다 붙지 않으며, 목축과 미곡과 종과 및 하인이 또한 붙지 않으면, 그 때에는 집에 있는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집에 있는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이 있고, 시름과 슬픔을 많이 품느니라. 범지여, 만일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이 행(行)이 그 욕심을 따르고, 행이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르면, 그 때에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이 있고 시름과 슬픔을 많이 품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한 것으로 괴로움을 삼느니라.”
생문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어떤 즐거움이 있으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어떤 즐거움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집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자재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으며,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어떻게 자재하지 못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만일 집에 있는 사람이 돈이 붙게 되고, 금, 은, 유리, 수정들이 다 붙게 되며, 목축과 미곡과 종과 하인이 또한 붙게 되면, 그 때에는 집에 있는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집에 있는 사람은 쾌락과 기쁨이 많느니라. 범지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행이 욕심을 따르지 않고, 행이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르지 않으면, 그 때에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쾌락과 기쁨이 많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집에 있는 사람은 자재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자재하지 못한 것으로 즐거움을 삼느니라.”
생문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떤 일은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이익이 없게 하고, 어떤 일은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이익하게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고,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어떻게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고, 어떻게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만일 때때로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고 미워하면, 그 때에는 하늘과 사람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시름하고 슬퍼하나니, 그로 인해 하늘과 사람은 걱정과 괴로움이 많이 있고, 시름과 슬픔을 품느니라. 범지여,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면, 그 때에는 하늘과 사람은 쾌락하고 기뻐하나니, 그로 인해 하늘과 사람은 많이 쾌락하고 많이 기뻐하느니라.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면 반드시 이익이 없고, 하늘이나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으면 반드시 이익이 있느니라.”
생문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떤 일은 하늘과 사람을 반드시 요익하지 않게 하여 그 괴로움을 얻게 하며, 어떤 일은 하늘이나 사람을 반드시 요익하게 하고, 그 즐거움을 얻게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법이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하여 그 괴로움을 얻고, 만일 하늘이나 사람이 법다이 행하여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그 즐거움을 얻느니라.”
“고오타마시여, 하늘이나 사람이 어떻게 법이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해 그 괴로움을 얻고, 하늘이나 사람이 어떻게 법다이 행하여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그 즐거움을 얻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하늘과 사람이 몸으로 법이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며, 입과 뜻으로 법이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그 때에는 하늘과 사람은 반드시 줄어들고, 아수라는 반드시 흥성할 것이다. 범지여, 만일 하늘과 사람이 몸으로 법다이 행하여 그 몸을 지켜 보호하고, 입과 뜻으로 법다이 행하여 입과 뜻을 지켜 보호하면, 그 때에는 하늘과 사람은 반드시 흥성하고, 아수라는 반드시 줄어들 것이다.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과 사람이 법이 아닌 것을 행하고 또 악을 행하면, 반드시 이익을 얻지 못해 그 괴로움을 얻고, 범지여, 이와 같이 하늘과 사람이 법다이 행하여 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요익을 얻어 그 즐거움을 얻느니라.”
생문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떻게 악지식(惡知識)을 관찰해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마땅히 악지식은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고오타마시여, 어떻게 악지식은 달과 같다고 관찰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그믐으로 향하는 달은 날로 점점 감하고, 궁전도 또한 감하며, 광명도 또한 감하고 형색도 또한 감하여 날로 다해 가나니, 범지여, 그래서 마지막에는 달이 아주 다해 도무지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범지여, 악지식도 또한 여래의 바른 법률에 있어서 그 믿음을 얻고, 그가 믿음을 얻은 뒤에는 때로는 효순하지 않고, 또한 공경하지 않으며, 소행은 순하지 않고, 바른 지혜를 세우지 않으며,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가지 않다가 그는 문득 믿음을 잃고, 가지는 계와 널리 들음과 소원과 지혜도 또한 잃어버린다. 범지여, 그래서 마지막에는 악지식은 선법을 멸하는 것이 마치 달이 다하는 것과 같다. 범지여, 이와 같이 악지식은 마땅히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생문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범지여, 어떻게 선지식(善知識)을 관찰하여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마땅히 선지식도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고오타마시여, 어떻게 선지식을 달과 같다고 관찰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범지여, 마치 달이 처음 생길 때에는 산뜻하고 밝고 깨끗하며, 날로 더해가나니, 범지여, 그래서 보름에는 그 궁전은 풍만해지는 것과 같이, 범지여, 이와 같이 선지식은 여래의 바른 법률에 있어서 믿음을 얻고, 그가 믿음을 얻은 뒤에는 늘 효순하고 공경하며, 소행은 순종하고, 바른 지혜를 세워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간다. 그는 믿음을 증장(增長)시키고, 가지는 계와 널리 들음과 소원과 지혜도 또한 증장한다. 범지여,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 선지식은 선법이 구족하기 보름달과 같다. 범지여, 이와 같이 선지식은 마땅히 달과 같다고 관찰하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마치 달이 흐름이 없이
허공 세계에 떠서 노닐면
일체 세간의 모든 별들은
그 광명을 가리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마음과 널리 믿음과
소원과 간탐이 없는 마음은
일체 세간의 모든 간탐의
그 광명을 모조리 가리우네.
또 마치 큰 용왕이
구름과 뇌성과 번개를 일으키며
비를 내리어 큰물이 나서
온 땅에 가득히 차는 것같이
이와 같이 믿음과 널리 들음과
소원과 간탐이 없는 마음은
음식을 베풀어 풍족히 하고
즐겨 힘써 더욱더욱 널리 베푸네.
이와 같이 큰 뇌성 떨치며
하늘이 때에 맞는 비를 내리듯
저 시주(施主)의 내리는 복비[福雨]는
넓고 크게 내리는 그의 복비는
재물도 많고 명예도 많으며
좋은 곳에서 태어나게 되고
거기서 또 복을 받다가
죽은 뒤에는 천상에 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생문 범지는 조용히 듣잡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