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중아함경 제38권

다르마 러브 2012. 6. 26. 20:05

중아함경 제38권

 

152. 앵무경(鸚鵡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노닐으시면서, 죽림 가란다 동산에 계시엇다. 그 때에 앵무마납 도제자(鸚鵡摩納都題子)는 무슨 일이 있어, 왕사성에 가서 어느 거사 집에 기숙하였다. 이에 앵무마납 도제자는 그가 기숙하는 거시에게 물었다.

“혹 사문이나 범지의 종주(宗主)가 되고, 대중의 스승으로서 대중을 거느리고 남의 존경을 받아서, 나로 하여금 때때로 가서 뵈옵고, 받들어 공경하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공경할 때에, 나를 기쁘게 할 사람이 있는가.”

거사는 대답하였다.

“있다. 천애(天愛)여, 사문 고오타마는 샤아캬 종족[釋種]의 아들로서 샤다캬[釋氏]의 종족(種族)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워, 위없는 정진각(正盡覺)을 깨달았다. 천애여, 그는 때로 가서 뵈옵고 받들어 공경할 만 하며, 그로 말미암아 받들어 공경할 때에는 마음에 기쁨을 얻을 것이다.”

앵무마납은 곧 다시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는 지금 어디 있는가. 나는 가서 뵈옵고자 한다.”

“사문 고오타마는 이 왕사성의 죽림 가란다 동산에 계신다. 곧 가서 뵈와라.”

앵무마납은 그가 기숙하는 거사 집에서 나와 죽림 가란다 동산으로 갔다. 앵무마납은 멀리서 세존께서 숲 사이에 계시는 것을 뵈오매, 그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다와 별 속의 달과 같고, 빛나고 밝고 환하여 금산(金山)과 같으며, 상호(相好)는 원만하고 위신(威神)은 의젓하며, 모든 근(根)은 고요하여 가리움이 없으며, 조어(調御)를 성취하여 쉰 마음이 고요한 것을 보았다. 그는 본 뒤에 곧 나아가 부처님께 가서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 주신다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너는 마음대로 물으라.”

앵무마납은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내가 들은 바로는, 만일 집에 있으면 좋은 이해(理解)를 얻어 곧 법다움을 알지마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 그렇지 않다고 하나이다. 나는 고오타마께 여쭙나니, 이 일은 어떠하나이까.”

“이 일은 일정하지 않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원하옵건대 이제 나를 위하여 이 일을 분별하소서.”

“마납아,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나는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앵무마납은 분부를 받고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면,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는 자라면, 좋은 이해를 얻지 못하여 법다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짐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삿된 행을 행하면,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느니라.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면, 나는 그를 칭찬하나니, 왜냐 하면 만일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자라면, 반드시 좋은 이해를 얻어 법다움을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납아, 만일 집에 있거나 집을 나와 도를 배우거나, 바른 행을 행하는 자이면, 나는 그를 칭찬하느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二법을 말하며,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이나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들어가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말해 진실이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앵무마납은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내가 들은 바로는 만일 집에 있으면 큰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지마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 그렇지 않다고 하나이다. 나는 고오타마께 여쭙나니, 이 일은 어떠하나이까.”

“그 일은 일정하지 않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원하옵건대 다시 나를 위하여 이 일을 분별하소서.”

“마납아,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나는 너를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자가 큰 재환(災患)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다. 마치 능사에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자도 또한 그와 같다. 마납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가 조금 재환이 있거나 싸우거나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다. 마치 살림살이에 조금 재환이 있고, 싸움이 있거나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행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큰 공덕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도 또한 그와 같다.

마납아, 만일 집에 있는 자가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면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果報)를 얻고 큰 공덕이 있다. 마치 능사에 큰 재환이 있고 큰 싸움이 있으며, 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결과가 있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에 있는 자도 또한 이와 같다.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가 조금 재환이 있고 조금 싸움이 있으며, 조금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다. 마치 살림살이에 조금 재환이 있고 조금 싸움이 있으며, 조금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행하면 큰 과보를 얻고, 큰 공덕이 있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마납아,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마납아, 나는 이와 같이 말하여 이 두 법을 말하며, 이와 같이 분별하고, 이와 같이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만일 어떤 사문이나 범지가 능력이 있고 견고하여, 깊이 들어가 한결같이 오로지 힘쓰면, 이것을 말해 진실이라 하고, 다른 것은 허망하다 하느니라.”

앵무마납은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 모든 범지들은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善)을 얻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만일 모든 범지들이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지금 말할 수 있겠는가.”

“고오타마시여, 나는 그렇게 못할 것이 없나이다. 왜냐 하오면 나는 지금 이 대중 가운데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곧 말하라.”

앵무마납은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잘 들으소서. 범지는 제 一로 진제법(眞諦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나이다. 제 二는 송습(誦習)이요, 제 三은 열행(熱行)이며, 제 四는 고행(苦行)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범지는 제 五로 범행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만일 어떤 범지가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그 범지 가운데 혹 어떤 한 범지는 이렇게 말하는가. 곧 ‘나는 이 五법으로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에 마치어 과(果)를 시설한다.’고 하는가.”

“없나이다, 고오타마시여.”

“그러면 스승이나 또 그 할아버지 스승이나, 七대(代) 부모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말을 한 일이 있는가. 곧 ‘나는 이 五법으로 현재에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해 마치어 과를 시설한다.’고 하였는가.”

“없나이다, 고오타마시여.”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마납아, 혹 옛날의 어떤 범지는 수(壽)가 끝나고 명(命)을 마치도록 경서(經書)를 외워 가지고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經典)을 외워 익혔다. 이른바 그들은 一은 야타요, 二는 바마며, 三은 바마제바요, 四는 비사밀다라며, 五는 야바타건이요, 六은 응의라바며, 七은 바사타요, 八은 가섭이며, 九는 바라바요, 十은 바화였다. 이른바 지금의 모든 범지들도 그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가지어 배운다. 그는 혹 이렇게 말하는가. 곧 ‘나는 이 五법으로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해 마치어 과를 시설한다.’고 하는가.”

“없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다만 모든 범지들은 믿음으로써 받아 가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만일 모든 범지 중에서 한 범지도 ‘나는 이 五법으로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해 마치어 과를 시설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또한 스승이나 또 그 할아버지 스승이나 七대 부모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五법으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해 마치어 과를 시설한다.’고 말하지 못하며, 또한 만일 옛날 어떤 범지는 수(壽)가 끝나고 목숨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가지고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을 외워 익히는데, 一은 야타요, 二는 바마며, 三은 바마제바요, 四는 비사밀다라며, 五는 야바타건이요, 六은 응의라바며, 七은 바사타요, 八은 가섭이며, 九는 바라바요, 十은 바화였는데, 이른바 지금의 모든 범지들은 그 경전을 모두 외워 익히고, 가지어 배우면서 그가 ‘나는 이 五법으로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징험해 마치어 과를 시설한다.’고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면,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로서 믿어 향하는 가운데 있어서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오타마시여, 진실로 근본이 없나이다. 다만 모든 범지들은 그 말을 들은 뒤에 받아 가질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치 여러 장님이 서로 붙들고 가는데, 앞에 있는 자는 뒤도 보지 못하고 또한 가운데도 보지 못하며, 가운데 있는 자는 앞도 보지 못하고 또한 뒤도 보지 못하며, 뒤에 있는 자는 가운데도 보지 못하고 또한 앞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마납아, 네가 말하는 모든 범지 무리들도 또한 그와 같다. 마납아, 아까는 믿음을 말하더니 이제는 들음을 말하는구나.”

앵무마납은 세존에게 성을 내고 미워하면서 기뻐하지 않았다. 세존을 비방하고, 세존을 손가락질하며, 세존을 꾸짖었다. 고오타마를 비방하려고, 고오타마를 손가락질하려고, 고오타마를 떨어뜨리려고, 세존에게 말하였다.

“어떤 범지가 있는데 이름을 불가사사라(弗架娑娑羅)라 하며, 성질은 곧아 청정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곧 ‘만일 어떤 사문이나 범지가 말하기를 나는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앎이 있고 봄[見]이 있어서 현재에 나는 얻은 자이다라고 하면, 나는 그 말을 듣고는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의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만일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나는 알고 나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

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시었다. ‘앵무마납 도제자는 내게 성을 내고 미워하여 기뻐하지 않는다. 나를 비방하고 나를 손가락질하며 나를 꾸짖는다. 고오타마를 비방하려고, 고오타마를 손가락질하려고, 고오타마를 떨어뜨리려고, 내게 말한다. 곧 고오타마시여, 이름을 불가사사라라 하고, 성질은 곧아 청정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곧 혹 어떤 사문이나 범지가 말하기를, 나는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에 나는 얻은 자이다라고 하면, 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의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만일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나는 알고 나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는구나.’

세존께서는 그런 줄 알으시고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아 청정하게 되었다. 그는 모든 사문이나 범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다 안 뒤에 그런 말을 하는가. 곧 ‘혹 어떤 사문이나 범지가 말하기를, 나는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앎이 있고 봄이 있어서, 현재에 나는 얻은 자이다라고 하면, 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한 법답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 가운데 나서, 스스로 사람의 위되는 법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만일 사람의 위되는 법에 있어서, 나는 알고 나는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리라.”

“고오타마시여,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아 청정하게 되었나이다. 그에게는 한 여종이 있는데, 이름을 불니(不尼)라 하나이다. 불가사라라는 그 여종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모든 사문이나 범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자 하리이까. 만일 안다고 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치 나면서부터 장님이 된 사람이 말하기를 ‘검고 흰 빛깔도 없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없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없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없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없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없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자도 없다.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나니,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진실하다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왜냐 하오면 검고 흰 빛깔도 있고, 또한 검고 흰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좋고 나쁜 빛깔도 있고, 또한 좋고 나쁜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길고 짧은 빛깔도 있고, 또한 길고 짧은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가깝고 먼 빛깔도 있고, 또한 가깝고 먼 빛깔을 보는 자도 있으며, 굵고 가는 빛깔도 있고, 또한 굵고 가는 빛깔을 보는 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는 처음부터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빛깔이 없다.’고 그 장님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이라 할 수 없나이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아 청정하게 되었지마는, 그의 말하는 것은 저 장님으로서 눈이 없는 사람과 같지 아니한가.”

“장님과 같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옛날에 어떤 범지가 수(壽)가 다하고 목숨[命]을 마치도록 경서(經書)를 외워 가지고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을 외워 익혔다면, 이른바, 상가(商伽) 범지와 생문(生聞) 범지, 불가사사라 범지와 또 너의 아버지 도제(都題)들, 혹 그들의 말한 바에 옳고 옳지 않음과 참되고 참되지 않음과 높고 낮음이 있는가.”

“만일 옛날에 어떤 범지의 수가 다하고 목숨을 마치도록 경서를 외워 가지고, 경서를 널리 펴며, 경전을 외워 익혔다면, 이른바 상가 범지와 생문 범지, 불가사사라 범지와 또 나의 아버지 도제 들, 그들의 말한 바는 내 뜻에는 옳고 참되고 높아서, 옳지 않거나 참되지 않거나 낮지 않았으면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마납아, 범지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아 청정하게 되었지마는, 그가 말한 바는 옳지 않아서 옳음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참되지 않아서 참됨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낮아서 높음이 없다고 하지 않겠는가.”

“진실로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다시 다음에는 마납아, 五법이 있어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장님을 만들어 눈이 없게 하고, 지혜를 멸하여 한갓 스스로 피로하여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五인가. 마납아, 탐욕심이 그 제 一법이니,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장님을 만들어 눈이 없게 하고 지혜를 멸하여, 한갓 스스로 피로하여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한다. 마납아, 성냄과 몸에 대한 소견과 계에 대한 집착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이 제 五법이니,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장님을 만들어 눈이 없게 하고, 지혜를 멸하며, 한갓 스스로 피로하여 열반을 얻지 못하게 하느니라.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이 五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이어서는 그가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두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이나 범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하더라도 끝내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마납아, 불가사사라는 성질이 곧아 청정하게 되었지마는, 탐욕에 물들리고 탐욕에 더럽혀지며, 탐욕에 물들고 탐욕에 부딪히며, 탐욕에 집착하고, 탐욕 속에 들어가 재환(災患)을 보지 못하며, 벗어날 길을 몰라 탐욕을 행한다. 그는 이 五법에 걸리고 덮이며 묶이었다. 그는 혹 자기의 이치를 관찰하고 남의 이치를 관찰하며, 자기와 남의 이치를 함께 관찰하고, 또 모든 사문이나 범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려고 하더라도 끝내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마납아, 五욕(欲)의 공덕이 있어서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한다. 그것은 빛깔을 사랑하고, 탐욕과 서로 맞아 매우 즐거워할 만한 것이다. 어떤 것이 五인가. 눈은 빛깔을 알고, 귀는 소리를 알며, 코는 냄새를 알고, 혀는 맛을 알며, 몸은 닿음을 안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중생은 이 五욕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즐거움을 내고 기쁨을 내는데, 이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초목을 인해서 불을 붙이는 것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이는 것과 어느 불꽃이 가장 위되고, 가장 묘함, 가장 훌륭하겠는가.”

“고오타마시여,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는 것은 그럴 수 없나이다. 오직 여의족만이 있을 뿐이니, 고오타마시여,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면, 그 불꽃은 가장 위되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할 것입니다.”

“그렇고 그렇다, 마납아.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는 것은 그럴 수 없다. 오직 여의족이 있을 뿐이니, 만일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인다면, 그 불꽃은 가장 위되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할 것이다. 나는 이제 짐짓 말하리라. 마납아, 초목을 인해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기쁨과 즐거움을 내는 것은 이른바 탐욕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인하여, 즐거움을 버리고 고요히 쉼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마납아, 초목을 떠나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이렇게 중생이 버리는 즐거움을 내는 것은 이른바 탐욕을 떠나고 모든 착한 법을 따름으로 인하여, 즐거움을 버리고 고요히 쉼을 얻는 것이니라.”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어떤 범지가 재(齋)를 베풀고 보시를 행할 때에, 혹 동방에서 어떤 찰제리 동자(童子)가 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곧 ‘나는 그 중에서 제일 되는 자리와 제일 되는 손 씻을 물과 제일 되는 음식을 얻으리라’고. 그는 그 중에서 제일 되는 자리와 제일 되는 손 씻을 물과 제일 되는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한을 내어 미움을 품는다. 혹은 남방에서 어떤 범지 동자가 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곧 ‘나는 그 중에서 깨끗하고 맛나는 음식을 얻으리라’고. 그는 그 중에서 깨끗하고 맛나는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한을 내어 미움을 품는다. 혹은 서방에서 어떤 거사 동자가 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곧 ‘나는 그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으리라’고. 그는 그 중에서 배부른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한을 내어 미움을 품는다. 혹은 북방에서 어떤 공사 동자가 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곧 ‘나는 그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으리라’고. 그는 그 중에서 풍족한 음식을 얻지 못하면 곧 원한을 내어 미움을 품는다. 마납아, 그 모든 범지들은 이러한 보시를 행하여 어떠한 갚음을 시설하는가.”

“고오타마시여, 범지는 이러한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지 않았는데, 남으로 하여금 원한을 내어 미움을 품게 하였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알아야 하나이다. 범지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한 뒤에 라야 곧 큰복을 얻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범지는 제 六법을 시설하여야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善)을 얻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마납아, 만일 어떤 범지가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너는 이 법이 어느 곳에 많이 있음을 보는가. 집에 있다고 하는가.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데 있다고 하는가.”

“고오타마시여, 만일 어떤 범지가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나는 이 법은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 있지 않음을 보나이다. 왜냐 하오면 집에 있는 자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을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守護)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는 일이 적어서 할 일이 적고, 원한을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 그는 반드시 참된 진리를 수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저 참된 진리를 나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 있지 않음을 보나이다. 왜냐 하오면 집에 있는 자는 일이 많아서 할 일이 많고, 원한을 맺음이 많으며, 미움과 다툼이 많아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없고, 범행을 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자는 일이 적고, 원한을 맺음이 적으며, 미움과 다툼이 적어서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그는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을 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범행을 행하는 것, 나는 이 법은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데 많이 있고, 집에 있지 않음을 보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만일 어떤 범지가 五법을 시설하여 큰 과보가 있고 큰 공덕이 있으며, 복을 짓고, 선을 얻는다면,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어떻게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비구가 참된 진리를 수호하면, 그는 참된 진리를 수호함으로 인하여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얻느니라. 마납아, 만일 기쁨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며, 선(善)과 서로 잘 맞으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어떻게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면, 그것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보시를 행할 수 있고, 외워 익힐 수 있으며, 고행할 수 있고 범행을 행할 수 있다.

그는 범행을 행함으로 인하여 기쁨을 얻고, 즐거움을 얻는다. 마납아, 만일 기쁨과 즐거움이 있으면, 선과 서로 잘 맞으므로 나는 이것을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어떻게 마음이라 하는가. 만일 마음에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그의 마음은 사랑[慈]과 함께 하여 一방(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二, 三, 四방, 四유(維), 상, 하의 일체에 두루 한다.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픔[悲]과 기쁨[喜]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버림[捨]과 함께 하여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마납아, 마치 어떤 사람이 고동을 잘 부는데, 그는 만일 아직 듣지 못한 곳이 있으면 밤중에 높은 산에 올라가 힘껏 불어 미묘한 소리를 내어 四방에 두루 차게 하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비구의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一방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고, 이렇게 二, 三, 四방, 四유, 상, 하의 일체에 두루 한다.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픔과 기쁨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버림과 함께 하여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니느니라.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이는 하늘을 구(求)하면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과 서로 맞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하고, 어떤 이는 하늘을 구하면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이 없고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리어,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한다면, 너는 그들을 볼 때에, 누가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될 수 있겠는가.”

“고오타마시여, 만일 하늘을 구하여 기어이 천상을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이 없고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리어,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면 나는 그가 반드시 하늘과 또 다른 하늘이 되리라고 보나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혹 어떤 이는 범천을 구하여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탐욕과 서로 맞는 마음을 쓰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하고. 혹 어떤 이는 범천을 구하여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이 없고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리어,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면서 ‘나는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한다면, 너는 그들을 볼 때에, 누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될 수 있겠는가.”

“고오타마시여, 만일 범천을 구하여 기어이 범천 위를 구하기 때문에, 곧 맺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으며, 한량이 없고 지극히 넓게 잘 닦아, 마음이 고요하고 뜻이 풀리어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면 나는 그가 범천과 또 다른 범천이 되리라고 보나이다.”

앵무마납은 세존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범도(梵道)의 자취를 아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라.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나라가라 촌은 이 대중에서 멀지 않은가.”

“멀지 않나이다.”

“마납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네가 이 대중 가운데서 어떤 한 사람에게 ‘너는 저 나라가라 촌에 갔다가 곧 돌아 오라.’고 한다면, 그는 너의 시킴을 받고, 빨리 나라가라 촌에 갔다가 돌아오리라. 그가 돌아온 뒤에 너는 그 길, 그 나라가라 촌으로 가고 온 것과 나가고 들어온 일을 물으면, 그 사람은 과연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마납아, 그 사람이 나라가라 촌으로 갔다가 돌아왔을 때에, 그 길에 대해서 물으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에게 범도의 자취를 물으면, 끝내 잠깐도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앵무마납은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무착 천사(無著天祠)는 이 일을 구족하였나이다. 곧 범도의 자취를 물으면 능히 빨리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이해하였나이다. 선서시여, 저는 이미 알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승에게 귀의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저를 받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저는 오늘부터 몸을 마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도록 이르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앵무마납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53. 수한제경(鬚閑提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루수(拘樓瘦)에 노닐으시면서 바라바(婆羅婆)의 제 一정실(靜室)에 계시어 풀 자리에 앉으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검마슬담(劒魔瑟曇)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으시었다. 식사를 마치시고 오후에 돌아와 가사와 바루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으신 뒤에 <니사단>을 어깨 위에 걸치고, 어떤 숲으로 나아가 낮에 다니는 곳에 이르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숲으로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시었다.

이 때에 수한제 이학(鬚閑提異學)은 오후에 천천히 걸어 바라바의 제 一정실로 나아갔다. 수한제 이학은 멀리서 바라바의 제 一정실에 풀 자리를 펴고 오른 옆으로 누운 자리가, 사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운 자리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한 것을 보았다. 수한제 이학은 그것을 본 뒤에 물었다.

“바라바의 제 一정실에 누가 이 풀 자리에서 오른 옆으로 누웠기에, 그 자리가 사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운 자리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한 것이 있는가.”

바라바 범지는 대답하였다.

“수한제여, 사문 고오타마라는 샤아캬족의 아들이 있는데 샤아캬의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워, 위없는 정진각(正盡覺)을 깨달으시었다. 저 제 一정실에서 이 풀 자리에, 오른 옆으로 누우신 자리가 이 사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하고, 사문이 누운 가지 같기도 하며, 범행자가 누운 자리 같기도 한 것이다.”

수한제 이학은 말하였다.

“바라바여, 나는 이제 보지 않을 것을 보았고, 듣지 않을 것을 들었으며, 곧 사문 고오타마가 누웠던 곳을 본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고오타마는 땅을 파괴하였다. 땅을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 일로 저 사문 고오타마를 꾸짖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저 사문 고오타마는 많은 슬기가 있으니, 곧 찰제리의 슬기와 범지의 슬기, 거사의 슬기, 사문의 슬기가 있다. 만일 슬기로 말한다면 다 성인의 지혜를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저 사문 고오타마에게 말하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

“바라바여, 말하고자 하거든 네 마음대로 하라. 나는 말리지 않는다. 바라바여, 만일 사문 고오타마를 보면 그도 또한 이 사실을 말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저 사문 고오타마는 땅을 파괴하였다. 땅을 파괴한 사람은 쓸모가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낮에 다니는 곳에 계시다가, 사람에서 지나는 깨끗한 하늘귀로 바라바 범지가 수한제 이학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신 뒤에, 해질녘에 곧 연좌(宴坐)에서 일어나 바라바 범지의 제 一 정실에 가시어 풀 자리 위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시었다. 바라바 범지는 멀리서 숲 속에 계시는 세존을 뵈오매,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다와 마치 별 가운데의 달과 같고, 빛나고 밝고 환하여 금산(金山)과 같으며, 상호(相好)는 원만하고 위신(威神)은 의젓하며, 모든 근(根)은 고요하여 가리움이 없으며, 조어(調御)를 성취하고, 마음을 쉬어 고요하였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가서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바라바여, 너는 수한제 이학과 이 풀 자리의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나도 또한 이 일을 사문 고오타마에게 말하고자 하였나이다. 그런데, 사문 고오타마는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이미 스스로 아시나이다. 그것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바라바 범지와 이 일을 이야기하고 계시었다. 수한제 이학은 그 뒤에 천천히 걸어 바라바의 제 一정실로 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수한제 이학이 오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안근(眼根)을 다루지 않고 굳게 수호하지 않으면서 또 닦지 않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갚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고오타마를 따라 스스로 잘 다루고, 굳게 잘 수호하면서 또 잘 닦으면, 반드시 즐거움의 갚음을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것으로 인하여 사문 고오타마는 땅을 파괴하고, 땅을 파괴하면 쓸모가 없다고 말하였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수한제여, 이와 같이 이(耳), 비(鼻), 설(舌), 신근(身根)을 다루지 않고, 의근(意根)을 굳게 수호하지 않으면서 또 닦지 않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갚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문 고오타마를 따라 스스로 잘 다루고, 굳게 잘 수호하면서 또 잘 닦으면, 반드시 즐거움의 갚음을 얻을 것이다. 수한제여, 너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사문 고오타마는 땅을 파괴하고, 땅을 파괴하면 쓸모가 없다고 말하였는가.”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혹 사람이 아직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 전에는, 그는 눈이 빛깔을 알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허욕과 서로 어울리다가, 그는 그 뒤에 눈이 빛깔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는, 그는 눈의 빛깔의 습(習)과 멸(滅)과 맛과 근심과 출요(出要)를 알아 진실을 보고,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된다. 그래서 그가 만일 사람이 아직 빛깔의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빛깔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빛깔의 열(熱) 때문에 뜨거워져, 눈으로 빛깔을 알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탐욕과 서로 어울려 행하는 것을 보고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즐거움이 있어 애욕으로 말미암아, 빛깔로 말미암아 이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에는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나니, 수한제여, 그에 대하여 할 말이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혹 사람이 아직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 전에는, 이와 같이 귀는 소리를 알고, 코는 냄새를 알며, 혀는 맛을 알고, 몸은 닿음을 알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며 탐욕과 서로 어울리다가 그는 뒤에 몸이 닿음을 아는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는, 그는 몸의 닿음의 습과 멸과 맛과 근심과 출요를 알아 진실을 보고,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된다. 그래서 그가 만일 사람이 아직 닿음의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닿음의 애욕 때문에 먹히고, 닿음의 열 때문에 뜨거워져, 그는 몸으로 닿음을 알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탐욕과 서로 어울려 행하는 것을 보고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즐거움을 보고 애욕으로 말미암아, 닿음으로 말미암아 이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에는,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나니, 수한제여, 그에게 할 말이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혹 사람이 아직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 전에는, 五욕의 공덕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五욕과 서로 어울리다가, 그는 그 뒤에 五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는, 그는 五욕의 공덕의 습과 멸과 맛과 근심과 출요를 알아 진실을 보고,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된다. 그래서 그가 만일 사람이 아직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져, 五욕의 공덕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五욕과 서로 어울려 행하는 것을 보고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즐거움이 있어, 五욕으로 말미암아, 五욕에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이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에는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나니, 수한제여, 과연 그에 대하여 할 말이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수한제여, 나는 이전에 아직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 전에 五욕의 공덕을 얻기가 어렵지 않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五욕과 서로 어울리다가 나는 뒤에 五욕의 공덕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는, 그 五욕 공덕의 습과 멸과 맛과 근심과 출요를 알고, 진실을 보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아직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져, 五욕의 공덕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五욕과 서로 어울려 행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 즐거움이 있어, 五욕으로 말미암아, 五욕에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이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에는 천박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나니,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마치 거사나 거사의 아들은 지극히 크고 풍부하고 즐거워, 자산과 재물이 한량이 없고, 여러 가지 목축이 많으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모든 생활 기구가 갖가지로 풍부하여, 그는 五욕을 어렵지 않게 얻는다. 그는 몸의 묘한 행과 입과 뜻의 묘한 행을 성취하고, 죽음에 다달아 五욕의 공덕을 버리기를 즐거워하지 않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나게 되어, 五욕의 공덕을 구족하게 행하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이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과연 하늘의 五욕의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五욕과 기쁨을 즐거워하려 하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왜냐 하오면 인간의 五욕이란 냄새 나는 곳으로 깨끗하지 못하여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매우 괴롭습니다. 고오타마시여, 인간의 五욕에 비하면 천상의 五욕은 가장 위되고, 가장 묘하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저 하늘과 하늘의 아들이 천상의 五욕의 공덕을 버리고 인간의 五욕과 기쁨을 즐거워하려는 것은 끝내 그럴 수 없나이다.”

“그렇다. 수한제여, 나는 인간의 五욕을 끊고 천상의 五욕을 건너려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우고는, 저 五욕 공덕의 습과 멸과 맛과 근심과 출요를 알고 진실을 보아, 안으로 마음을 쉬어 노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아직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져, 五욕의 공덕을 사랑하게 생각하고, 뜻으로 즐거워하며 좋다고 하여, 五욕과 서로 어울려 행하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나는 그를 즐거워하지 않는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 즐거움이 있어, 五욕으로 말미암아, 五욕에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이 즐거움을 즐거워할 때에는 천박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고, 천박하기 때문에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나니, 수한제여, 과연 내게 할 말이 있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굽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굽는다면, 이렇게 하고도 과연 병을 없애고 힘을 얻어, 모든 근(根)을 무너뜨리지 않고,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하고, 건강하여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로 돌아가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왜냐 하오면 만일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굽는다면 그렇게 하여, 다시 부스럼을 내어,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 부스럼은 더욱 커질 것이니, 그런데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으로 즐거움을 삼나이다.”

“수한제여,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굽는다면, 그렇게 다시 부스럼을 내어 부스럼은 더욱 많아지고, 본래 부스럼은 더욱 커지건마는, 그래도 그는 도리어 문둥병으로 즐거움을 삼는 것과 같이,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에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지면서도 五욕을 행한다. 수한제여, 이와 같이 중생은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에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지면서도 五욕을 행하나니, 그렇게 하여 五욕은 더욱 많아지고, 五욕에의 사랑은 더욱 넓어지건마는, 그래도 그는 도리어 五욕에의 사랑으로서 즐거움을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五욕을 끊지 못하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하고, 앞으로 행하고, 당장에 행하려 하여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은 五욕을 끊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는 도리가 아니요, 五욕을 행한다고 하는 때문이니라.”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왕과 대신이 五욕을 얻기가 어렵지 않은 것과 같나니, 그들이 만일 五욕을 끊지 못하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을 쉬기를 이미 행하고, 앞으로 행하며, 당장에 행하려 하여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은 五욕을 끊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는 도리가 아니요, 五욕을 행한다고 하는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수한제여, 중생들은 아직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에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지면서 五욕을 행하나니, 수한제여, 만일 중생이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에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 때문에 뜨거워지면서 五욕을 행하면, 이렇게 하여 五욕은 더욱 많아지고, 五욕에의 사랑은 더욱 넓어지건마는, 그래도 그는 도리어 五욕으로 즐거움을 삼느니라. 그들이 만일 五욕을 끊지 못하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지 못하고서, 안으로 마음 쉬기를 이미 행하고, 앞으로 행하고, 당장에 행하려 하여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은 五욕을 끊고, 五욕에의 사랑을 떠나는 도리가 아니요, 五욕을 행한다고 하는 때문이니라.

수한제여, 그것은 마치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구울 때에, 어떤 사람이 그를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이익을 구하고 요익을 구하며, 안온과 쾌락을 구하여 여기상(如其像)의 좋은 약을 주고, 여기상의 좋은 약을 준 뒤에 그는 병을 제하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을 무너뜨리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은 완전하고 건강하여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로 돌아가는 것과 같나니, 그가 만일 어떤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굽는 것을 보면, 수한제여, 그 사람이 본 뒤에 과연 마음이 즐거워 칭찬하고 기다리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왜냐하면 병이 있으면 약을 쓰고, 병이 없으면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만일 그 문둥병에 걸린 사람이 병을 제하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이 완전하고 건강하여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로 돌아갔을 때에, 두 역사(力士)가 억지로 그 사람을 붙잡아 불구덩이에 다달아 구우면, 그는 그 가운데서 놀라고 두려워하여 불을 피하면서, 몸에 큰 열(熱)을 낼 것이다. 수한제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그 불구덩이는 지금에 있어서 새삼스레 뜨거우며, 큰 고통의 걱정스러움이 이전보다 심하였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그가 전에 문둥병을 앓아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에 다달아 굽는 것은, 그는 고통에 있어서 큰 즐거움이 있고 갱락상(更樂想)이 있으며, 그 마음은 미혹하고 어지러워 거꾸로 된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고오타마시여, 그 사람이 이제는 병을 제하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에서 벗어나, 몸은 완전하고 건강하여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로 돌아갔으니, 그는 고통에 있어서 큰 괴로움이 있고 갱락상이 있으며, 그 마음은 태연하여 거꾸로 된 생각이 없나이다.”

“수한제여, 문둥병을 앓는 사람이 몸이 허물어져 벌레에 먹히는데, 손톱으로 부스럼을 긁어 헤치고 불구덩이에 다달아 구우면, 그는 고통에 있어서 큰 즐거움이 있고 갱락상이 있으며, 그 마음은 미혹하고 어지러우며, 거꾸로 된 생각이 있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중생은 五욕을 떠나지 못하여 五욕에의 사랑 때문에 먹히고, 五욕의 열에 뜨거워지면서 五욕을 행하나니, 그는 고통의 五욕에 있어서 낙욕상(樂欲想)이 있으며, 그 마음은 미혹하고 어지러워 거꾸로 된 생각이 있는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그 사람이 병을 제하고 힘을 얻어, 모든 근이 무너지지 않고 이미 문둥병을 벗어나, 몸은 완전하고 건강하여 옛날처럼 회복되어, 본래대로 돌아가서 그는 고통에 있어서 큰 괴로움이 있고 갱락상이 있으며, 그 마음은 태연하여 거꾸로 된 생각이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고통의 五욕에 있어서 고욕상(苦欲想)이 있고, 진실을 얻어 거꾸로 된 생각이 없다. 무슨 까닭인가. 과거의 五욕도 깨끗하지 못한 냄새 나는 곳이요,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은 다시 부딪히며, 미래와 현재의 五욕도 또한 깨끗하지 못한 냄새 나는 곳으로서, 마음은 매우 더럽고 악하여 향할 수 없고, 미워하고 다투어 괴로움은 다시 부딪힌다. 수한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병이 없는 것은 제 一의 이익이요, 열반은 제 一의 즐거움이라고 말하느니라.”

“고오타마시여, 나도 일찌기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은 제 一의 이익이요, 열반은 제 一의 즐거움이다.’라고 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물으시었다.

“수한제여, 만일 네가 일찌기 나이 많고 덕이 높은 장로와 오래 배운 범행자들에게서 ‘병이 없는 것은 제 一의 이익이요, 열반은 제 一의 즐거움이다.’라고 들었다면, 수한제여, 어떤 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어떤 것이 열반인가.”

이에 수한제 이학은 ‘몸은 곧 병이요 종기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無常)이요 고통이며, 공(空)이요 비신(非神)이다.’라고,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고오타마시여, 이것이 병이 없는 것이며, 이것이 열반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나면 서부터의 장님이 눈이 있는 사람에게서 ‘희고 깨끗한 것은 때[垢]가 없는 것이다. 희고 깨끗한 것은 때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는, 곧 희고 깨끗한 것을 찾았다. 어떤 속임질하는 사람이, 더구나 그를 위해 이익과 요익을 구하지 않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 때가 묻어 깨끗하지 못한 옷을 가지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곧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희고 깨끗하여 때가 없는 옷이다. 너는 두 손으로 공경스러이 받아 몸에 입으라’고. 그 장님은 기뻐하면서 곧 두 손으로 공경히 받아 몸에 입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희고 깨끗한 것은 때가 없는 것이다. 희고 깨끗한 것은 때가 없는 것이다.’라고. 수한제여, 그 사람은 스스로 알고 말했다고 할까. 스스로 알지 못하고 말했다고 할까. 스스로 보고 말했다고 할까. 스스로 보지 못하고 말했다고 할까.”

“고오타마시여, 그렇게 말하면 실로 알지도 보지도 못한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수한제여, 장님이 눈이 없어, ‘몸은 병이요 종기며, 화살이요 뱀이며, 무상이요 고통이며, 공이요 비신이다.’라고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고오타마시여,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이 열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수한제여, 너는 아직 병이 없는 것도 알지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열반을 알고 보겠는가. 알고 본다고 말한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느니라. 수한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말하노라.

 

병이 없는 것 제일의 이익이요

열반은 제일의 즐거움이네.

모든 길에서는 여덟 가지 바른 길

안온한 감로(甘露)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들었다. 많은 이학들은 이 게송을 들은 뒤에 계속하여 서로 전하였으나, 그 뜻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미 듣고는 가르침을 구(求)하고자 하였으나, 그들은 똑같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도리어 서로 속이었다. 그들의 그 현재의 몸은 四대(大)의 종류로서, 부모로 좇아 나서 음식으로 자라나며, 항상 덮어주고 문지르며 목욕시키지마는, 억지로 참아야 하고 부서지며, 갈리어 없어지고 떠나 흩어지는 물질이니라. 그래서 신(神)을 보고 신을 받으며, 받음[受]을 인연하여 곧 있고, 있음[有]을 인연하여 곧 나며, 남[生]을 인연하여 곧 늙고 죽으며, 늙고 죽음을 인연하여 곧 시름하고 슬퍼하고 울며, 근심하고 괴로워하고 번민하나니, 이와 같이 이 생(生)은 순전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이니라.”

이에 수한제 이학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이제 사문 고오타마를 지극히 믿나이다. 원하옵건대 고오타마시여, 잘 설법하시어 저로 하여금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슬기 눈이 깨끗해지지 못하였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이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도 끝내 알지 못하고, 한갓 나를 번거롭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나면 서부터의 장님이 남이 가서 ‘너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푸른빛이요, 누른 빛, 빨간 빛, 흰빛이다.’라고 하는 말을 따르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그 나면 서부터의 장님의 혹 남의 말로 인해, 이것은 푸른 빛, 누른 빛, 빨간 빛, 흰빛이라고 알겠는가.”

“아닙니다, 고오타마시여.”

“그와 같이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슬기의 눈이 깨끗해지지 못하였다면, 내가 너를 위하여 병이 없음과 열반을 말하더라고 끝내 알지 못하고, 한갓 나를 번거롭고 괴롭게만 할 것이다. 수한제여, 나는 너를 위하여 여기상(如其像)의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슬기 눈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슬기 눈이 청정하게 되면, 너는 곧 스스로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 것이다. 수한제여, 마치 나면 서부터의 장님이 여러 친족들이 있어, 그들은 그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익과 요익을 구하고, 안온과 쾌락을 구하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눈 의사를 구한다. 그 눈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를 베푸는데, 혹은 토하게 하고, 혹은 내리게 하며, 혹은 코에 물을 붓고, 혹은 다시 씻어 내리며, 혹은 힘줄을 찌르고, 혹은 눈물을 하면, 수한제여, 혹 여기서 깨끗한 두 눈을 얻게 되는 것과 같나니, 수한제여, 만일 그의 두 눈이 청정하게 되면, 곧 스스로 ‘이것은 푸른 빛, 누른 빛, 빨간 빛, 흰빛이다.’라고 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때묻은 더러운 옷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곧 ‘저이는 나의 원수로서, 오랜 밤 동안 때묻은 옷으로서 나를 속였다’고. 그래서 그는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니, 수한제여, 이 사람은 혹 그를 죽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한제여, 나는 너를 위해 여기상의 묘한 약을 말하여, 아직 깨끗해지지 못한 거룩한 슬기 눈을 청정하게 하리라. 수한제여, 만일 너의 거룩한 슬기 눈이 청정하게 되면, 너는 곧 스스로 ‘이것은 병이 없는 것이요, 이것은 열반이다.’라고 알 것이다.

수한제여, 四종의 법이 있어, 아직 깨끗하지 못한 거룩한 슬기 눈이 청정하게 될 것이니, 어떤 것이 四인가.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고, 선법(善法)을 들어 잘 생각하여,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가야 하나니,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라. 곧 ‘선지식을 친근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기고, 선법을 들어 잘 생각하여,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가자’고. 수한제여, 너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라. 수한제여, 너는 선지식을 친근하고 공경하며 받들어 섬긴 뒤에는, 곧 선법을 들은 뒤에는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한 뒤에는 곧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가고, 법과 다음 법으로 나아간 뒤에는 곧 이 괴로움의 진실을 알고, 이 괴로움의 원인을 알며, 이 괴로움의 면(滅)을 알고, 이 괴로움을 멸하는 도(道)의 진실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괴로움의 진실을 아는가. 곧 ‘나[生]은 괴로움, 늙는 괴로움, 앓는 괴로움, 죽는 괴로움, 미움과 만나는 괴로움, 사랑과 떠나는 괴로움, 구(求)하여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니, 대충 말하여 다섯 가지 왕성한 음(陰)의 괴로움이라.’고, 이렇게 괴로움의 진실을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원인의 진실을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원인의 진실을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의 멸(滅)의 진실을 아는가. 곧 ‘이 애욕은 장차 미래의 목숨을 받고, 기쁨의 탐욕과 함께 여러 가지 목숨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멸할 수 있고 무여(無餘)일 수 있으며, 끊을 수 있고 버릴 수 있으며, 토(吐)할 수 있고 다할 수 있으며, 무욕(無欲)일 수 있고 없앨 수 있으며, 쉬고 그칠 수 있는 것이다.’고, 이렇게 괴로움의 멸의 진실을 아느니라. 어떻게 괴로움을 멸하는 도의 진실을 아는가. ‘곧 여덟 가지 성도(聖道)이니, 곧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정(定)이다. 이것을 八이라 한다.’고, 이렇게 괴로움을 멸하는 도의 진실을 아느니라.”

이 법을 말씀해 마치시자, 수한제 이학은 티끌을 멀리 하고 때[垢]를 떠나, 모든 법에 대한 법눈이 생기었다. 이에 수한제 이학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달았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다시는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좇지 않고, 망설임이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제가 집을 나와 도를 배우게 하시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구가 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잘 왔구나, 비구여. 범행을 닦아라.”

수한제 이학은 곧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수한제 이학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법을 안 뒤에는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존자 수한제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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