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중아함경 제48권

다르마 러브 2012. 6. 26. 20:29

 

중아함경 제48권

 

 

182. 마읍경(馬邑經) 상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가아[鴦騎]국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마읍(馬邑)으로 가시어 마림사(馬林寺)에 계시는데 비구들도 함께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람들이 너희들을 보고 이는 사문이라 하여 너희들에게 사문인가고 물으면 너희들은 스스로 사문이라고 일컫는가.”

모든 비구들을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시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런 뜻에서 그 사문으로서 마땅히 사문의 법과 같이, 또 바라문의 법과 같이 배워야 한다. 사문의 법과 같이 바라문의 법과 같이 배운 뒤에는 반드시 참 사문으로서 거짓 사문이 아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만일 의복, 음식, 평상, 탕약과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받으면, 그것을 대주는 사람은 큰복과 큰 결과와 큰 공덕과 크고 넓은 갚음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사문의 법과 같고 바라문의 법과 같은가. 몸의 행이 청정하여 번듯이 드러내어 숨김이 없고, 잘 보호하여 이지러짐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의 행이 청정하다 하여 스스로 뽐내지도 않고 남을 잘 보지도 않아서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어,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의 다 같은 칭찬을 받는다.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의 행이 청정하여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니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 위로 비구가 될 것도 없다.’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위로 배우기를 구하여 비구가 몸이 청정해졌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마땅히 입과 행이 청정하기를 배워야 하나니 번듯이 드러내어 숨김이 없고, 잘 보호하여 이지러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입의 행이 청정하다 하여 스스로 뽐내지 않고 남을 깔보지도 않아서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어,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의 다 같은 칭찬을 받는다.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과 입의 행이 청정하여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니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 위로 비구가 될 것이 없다.’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위로 배우기를 구하여 비구가 몸과 입이 청정해졌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마땅히 뜻의 행이 청정하기를 배워야 하나니, 번듯이 드러내어 숨김이 없고, 잘 보호하여 이지러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뜻의 행이 청정하다 하여 스스로 뽐내지도 않고 남을 깔보지도 않아서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어,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의 다 같은 칭찬을 받는다.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과 입과 뜻의 행이 청정하여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나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 위로 비구가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위로 배울 것이 있어 비구가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해졌으면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마땅히 명(命)의 행이 청정해야 하나니 번듯이 드러내어 숨김이 없고, 잘 보호하여 이지러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이 청정하다 하여 스스로 뽐내지도 않고 남을 깔보지도 않아서 더러움도 없고, 흐림도 없어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의 다 같은 칭찬을 받는다.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과 입과 뜻의 행이 청정하여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나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 위로 비구가 될 것도 없다.’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위로 배우기를 구하여 비구가 몸과 입과 뜻과 명의 행이 청정해졌으면 마땅히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비구는 마땅히 모든 근(根)을 보호하기를 배워야 하나니 언제나 근을 닫아 막기를 생각하고, 밝게 통달하기를 생각하며, 그 생각을 지켜 보호하여 성취하게 되어, 항상 스스로 마음을 낸다. 그러나 혹 눈이 빛깔을 보더라도 그 모양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그 빛깔에 맛보지도 않는다. 이른바 성내고 다투기 때문에 눈을 잘 지켜 보호하여 마음속에는 탐욕, 걱정, 슬픔과 악해서 착하지 않는 법을 내지 않나니, 그리고 나아가기 위하여 눈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귀, 코, 혀, 몸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혹 뜻이 법을 알더라도 그 모양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법을 맛보지도 않는다. 이른바 성내고 다투기 때문에 뜻을 잘 지켜 보호하여, 마음속에는 탐욕, 걱정, 슬픔과 악해서 착하지 않는 법을 내지 않나니, 그리로 나아가기 위하여 뜻을 지켜 보호하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 입, 뜻, 명의 행이 청정하고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하여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니,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 위로 비구가 될 것이 없다.’고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다시 위로 배우기를 구하여 비구가 몸과 입과 뜻과 명의 행이 청정하고, 모든 근을 잘 지켜 보호하였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비구는 마땅히 드나들기를 바로 알기를 배워야 하나니,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우러르기와 몸가짐과 질서를 잘 관찰하여 분별하고, 승가리(僧伽梨)와 모든 옷을 바로 입고 바루를 바로 가지며, 다니고 서로 앉고 눕기와 잠자고 깨고 말하고 잠잠하기를 다 바로 안다 한다. 그래서 만일 너희들이 ‘나는 몸, 입, 뜻, 명의 행이 청정하고, 모든 근을 잘 지켜 보호하며, 드나들기를 바로 알아 내가 할 일은 이미 마쳤으니 다시 배울 것이 없고, 도덕과 도리를 이미 이루었으니 다시는 위로 비구가 될 것 없다.’고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사문의 도리를 구하다가 사문의 도리를 잃게 하지 말라.’고 말하리라.

만일 위로 배우기를 구하여 비구가 몸, 입, 뜻, 명의 행이 청정하고, 모든 근을 지켜 보호하며, 드나들기를 바로 알았다면, 다음에는 무엇을 꾀해야 할까. 비구는 마땅히 멀리 떠나 홀로 살기를 배워야 하나니, 일없는 곳[숲]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 비고 편안하며 고요한 곳이나, 산 바위, 돌집, 한데나 짚무더기로 가고, 혹은 숲 속이나 화장터로 간다. 그가 이미 일없는 곳에 있거나, 혹은 나무 밑이나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가서 니시이다나[尼師壇]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바른 몸과 바른 원으로 생각을 다른 데로 보내지 않고,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어,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 도구를 보아도 탐욕을 일으켜 내 소유로 삼으려고 하지 않나니, 그는 탐욕에 있어서 깨끗이 그 마음을 버린다. 이와 같이 성냄과 잠[睡眠]과 들뜨고 뉘우침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의혹을 끊어 모든 착한 법에 대해서 망설임이 없나니, 그는 의혹에 있어서 깨끗이 그 마음을 버리느니라.

그는 마음을 더럽히고 슬기를 약하게 하는 이 五개를 끊고, 탐욕을 떠나고, 악해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제 사선(第四禪)을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미 이러한 고요한 마음이 청정하여 더러움도 없고 번거러움도 없게 되어, 부드럽고 연하여 잘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고, 번뇌가 다한 지혜의 신통으로 나아가 징험을 얻는다. 그래서 그는 곧 이 괴로움과 이 괴로움의 원인과 이 괴로움의 없어짐과 이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참다이 알고, 또한 이 번뇌와 이 번뇌의 원인과 이 괴로움의 없어짐과 이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참다이 안다. 그는 이렇게 보고 이렇게 안 뒤에는 탐욕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명의 번뇌와 무명(無明)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한다. 그래서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남[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을 아나니, 이것을 사문, 바라문, 거룩한 사람,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사문이라 하는가. 이른바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그치게 하나니, 이것을 사문이라 한다. 어떤 것을 바라문이라 하는가. 이른바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떠나나니, 이것을 바라문이라 한다. 어떤 것을 거룩한 사람이라 하는가.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떠나나니, 이것을 거룩한 사람이라 한다. 어떤 것을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하는가. 이른바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깨끗이 씻나니, 이것을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한다. 이들을 사문, 바라문, 거룩한 사람, 깨끗이 목욕한 사람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83. 마읍경(馬邑經) 하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앙가아[鴦騎]국에 노닐으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마읍(馬邑)으로 가시어 마림사(馬林寺)에 계시는데 비구들도 함께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람들이 너희들을 보고 이는 사문이라 하여 너희들에게 사문인가고 물으면 너희들은 스스로 사문이라고 일컫는가.”

모든 비구들을 여쭈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시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런 뜻에서 그 사문으로서 마땅히 사문의 도(道)의 자취를 배워 사문답지 않게 되지 말라. 사문의 도의 자취를 배운 뒤에는 반드시 참 사문으로서 거짓 사문이 아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만일 의복, 음식, 평상, 탕약과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받으면, 그것을 대준 사람은 큰복과 크고 넓은 갚음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사문의 도의 자취가 아니며, 또한 사문이 아닌가. 만일 탐욕이 있어 탐욕을 쉬지 못하고, 성냄이 있어 성냄을 쉬지 못하며, 미워함이 있어 미워함을 쉬지 못하고, 말 끊음이 있어 말 끊음을 쉬지 못하며, 번뇌가 있어 맺음을 쉬지 못하고, 아낌이 있어 아낌을 쉬지 못하며, 질투가 있어 질투를 쉬지 못하고, 아첨이 있어 아첨을 쉬지 못하며, 속임이 있어 속임을 쉬지 못하고, 스스로 부끄러움이 있어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어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나쁜 욕심이 있어 나쁜 욕심을 쉬지 못하며, 사특한 소견이 있어 사특한 소견을 쉬지 못하면, 이것은 사문의 때[垢]요 사문의 아첨이며, 사문의 거짓이요 사문의 굽음이니, 나쁜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아직 없애지 못하고 이미 배운 것이다. 이것을 사문의 도의 자취가 아니요, 또한 사문이 아니라 하느니라.

그것은 마치 새로 만든 도끼가 매우 날카로와 머리도 있고 날[刃]도 있는 것이 승가리(僧伽梨)에 싸인 것과 같아서, 나는 그가 어리석어 사문의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른바 탐욕이 있어 탐욕을 쉬지 못하고, 성냄이 있어 성냄을 쉬지 못하며, 미워함이 있어 미워함을 쉬지 못하고, 말 끊음이 있어 말 끊음을 쉬지 못하며, 번뇌가 있어 번뇌를 쉬지 못하고, 아낌이 있어 아낌을 쉬지 못하며, 질투가 있어 질투를 쉬지 못하고, 아첨이 있어 아첨을 쉬지 못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이 있어 부끄러워할 줄 모르며,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어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나쁜 욕심이 있어 나쁜 욕심을 쉬지 못하며, 사특한 소견이 있어 사특한 소견을 쉬지 못하면서 승가리를 입는 것이니, 나는 그를 사문이라 말하지 않는다.

만일 승가리를 입는 자로서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쉬고, 성냄이 있으며, 성냄을 쉬며, 미워함이 있으며 미워함을 쉬고, 말 끊음이 있으면 말 끊음을 쉬고,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쉬며, 아낌이 있으면 아낌을 쉬고, 질투가 있으면 질투를 쉬며, 아첨이 있으면 아첨을 쉬고, 스스로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나쁜 욕심이 있으면 나쁜 욕심을 쉬고, 사특한 소견이 있으면 사특한 소견을 쉬며, 그 친척과 벗들은 그에게 가서 ‘어진 이여, 너는 마땅히 승가리 입기를 배워야 한다. 어진 이여, 너는 승가리를 입기를 배웠기 때문에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쉬고, 성냄이 있으면 성냄을 쉬며, 미워함이 있으면 미워함을 쉬고, 말 끊음이 있으면 말 끊음을 쉬며,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쉬고, 아낌이 있으면 아낌을 쉬며, 질투가 있으면 질투를 쉬고, 아첨이 있으면 아첨을 쉬며, 스스로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나쁜 욕심이 있으면 나쁜 욕심을 쉬며, 사특한 소견이 있으면 사특한 소견을 쉰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승가리를 입은 자를 보더라도 그가 탐욕, 성냄, 미워함, 말 끊음, 번뇌, 아낌, 질투, 아첨,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름, 남에게 부끄러워할 줄 모름, 나쁜 욕심, 사특한 소견이 있으면 그 때문에 나는 그를 사문이라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옷을 벗거나 머리를 땋거나 앉지 않거나 한끼를 먹거나 항상 목욕하거나 물을 가지는 이교도(異敎徒)들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물을 가진다고 해서 나는 그를 사문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만일 물을 가지는 자로서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쉬고, 성냄이 있으면 성냄을 쉬며, 미워함이 있으면 미워함을 쉬고, 말 끊음이 있으면 말 끊음을 쉬며,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쉬고, 아낌이 있으면 아낌을 쉬며, 질투가 있으면 질투를 쉬고, 아첨이 있으면 아첨을 쉬며, 속임이 있으면 속임을 쉬며, 스스로 부끄러움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나쁜 욕심이 있으면 나쁜 욕심을 쉬며, 사특한 소견이 있으며 사특한 소견을 쉬면, 그 친척과 벗들은 그에게 가서 ‘어진 이여, 너는 마땅히 물을 가져야 한다. 너는 물을 가지기 때문에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쉬고, 성냄이 있으면 성냄을 쉬며, 미워함이 있으면 미워함을 쉬고, 말 끊음이 있으면 말 끊음을 쉬며,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쉬고, 아낌이 있으면 아낌을 쉬며, 질투가 있으면 질투를 쉬고, 아첨이 있으면 아첨을 쉬며, 속임이 있으면 속임을 쉬며, 스스로 부끄러움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나쁜 욕심이 있으면 나쁜 욕심을 쉬며, 사특한 소견이 있으며 사특한 소견을 쉰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가 물을 가진 것을 보더라도 탐욕, 성냄, 미워함, 말 끊음, 번뇌, 아낌, 질투, 아첨,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름, 남에게 부끄러워할 줄 모름, 나쁜 욕심, 사특한 소견이 있으면 나는 그를 사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을 사문의 도의 자취가 아니라 하고, 또한 사문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사문의 도의 자취요, 또한 사문이 아님이 아니다. 만일 탐욕이 있으면 탐욕을 쉬고, 성냄이 있으면 성냄을 쉬며, 미워함이 있으면 미워함을 쉬고, 말 끊음이 있으면 말 끊음을 쉬며, 번뇌가 있으면 번뇌를 쉬고, 아낌이 있으면 아낌을 쉬며, 질투가 있으면 질투를 쉬고, 아첨이 있으면 아첨을 쉬며, 속임이 있으면 속임을 쉬며, 스스로 부끄러움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에게 부끄러움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알며, 나쁜 욕심이 있으면 나쁜 욕심을 쉬며, 사특한 소견이 있으며 사특한 소견을 쉰다. 이것은 사문의 질투, 사문의 아첨, 사문의 거짓, 사문의 굽음이 나쁜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없애고 이미 배운 것이니, 이것은 사문의 도의 자취요, 또한 사문이 아님이 아니다. 이것을 사문의 도의 자취라 하고, 또한 사문이 아님이 아닌 것이라 하느니라.

그는 이와 같이 계(戒)를 성취하고, 몸도 청정하고, 입과 뜻도 청정하여 마음에는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잠도 없고 들뜸과 교만도 없으며 의혹을 끊고,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서 어리석음이 없으며, 그 마음은 사랑[慈]과 함께 하여 일방(一方)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二, 三, 四방, 四유(維), 상, 하의 일체에 두루 한다. 그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여 번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닌다. 이와 같이 슬픔[悲], 기쁨[喜]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며, 그 마음은 버림[捨]과 함께 하여 번뇌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니느니라.

그는 곧 ‘추한 것도 있고 묘한 것도 있으며, 생각[想]도 있다. 그러한 이상의 것에서 벗어나는 길을 참다이 알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본 뒤에는 곧 욕심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생명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한다.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고 참다이 안다.

마치 마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좋은 못이 있는데, 맑은 물이 가득 찼고, 푸른 풀은 언덕을 덮었으며, 꽃과 나무는 사방에 둘러 있다. 혹은 동쪽에서 굶주리고 목이 말리 지극히 피로한 어떤 사람이 와서, 언덕 위에서 옷을 벗고 못에 들어가 시원하게 목욕하여 때를 씻고 더위를 덜고 또한 목마른증도 던다. 이렇게 남쪽, 서쪽, 북쪽에서도 굶주리고 목이 말라 지극히 피로한 어떤 사람들이 와서, 언덕 위에서 옷을 벗고 못에 들어가 시원하게 목욕하여, 때를 씻고 더위를 덜고 또한 목마른증도 던다. 이와 같이 찰제리[刹帝利]의 큰 종족의 아들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워, 마음의 행(行)이 그치어 마음이 고요하게 된다. 이 마음이 고요한 사람을 나는 사문, 바라문, 거룩한 사람, 깨끗이 목욕한 사람이라 한다. 이와 같이 바라문, 거사(居士), 공사(工師)의 큰 종족의 아들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워 마음의 행이 그치어 마음이 고요하게 된다. 이 마음이 고요한 사람을 나는 사문, 바라문, 거룩한 사람,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사문이라 하는가.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그치게 하나니, 이것을 사문이라 한다.

어떤 것을 바라문이라 하는가.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떠나나니, 이것을 바라문이라 한다.

어떤 것을 거룩한 사람이라 하는가.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멀리 떠나나니, 이것을 거룩한 사람이라 한다.

어떤 것을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하는가. 모든 악에서 착하지 않은 법과 모든 번뇌의 더러움과 미래의 생명의 근본과 번거럽고 뜨거운 괴로움의 갚음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원인이 되는 것을 깨끗이 씻나니, 이것을 깨끗이 씻은 사람이라 한다. 이들을 사문, 바라문, 거룩한 사람, 깨끗이 목욕한 사람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84. 우각사라림경(牛角娑羅林經) 상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발기수(跋耆瘦)에 노닐으시면서 우각사알라 동산[牛角娑羅林]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자(舍利子), 존자 대목건련(大目犍連), 존자 대가섭(大迦葉), 존자 대가전연(大迦旃延), 존자 아나율타(阿那律陀), 존자 이월다(離越哆), 존자 아난(阿難) 등 이러한 많이 알려진 높은 비구의 큰 제자들도 또한 발기수에 노닐다가 우각사알라 동산에 있으면서 모두 부처님의 나뭇잎집 가까이 머물렀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가전연, 존자 아나율타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존자 사리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존자 아난은 멀리서 그 여러 존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존자 이월다에게 아뢰었다.

“현자(賢者) 이월다여, 저 존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가전연, 존자 아나율타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존자 사리자에게로 가십니다. 현자 이월다여, 우리도 저 여러 존자들과 함께 존자 사리자에게로 가십시다. 혹 저이들을 따라 존자 사리자로부터 많은 법을 들을는지도 모릅니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가전연, 존자 아나율타, 존자 이월다, 존자 아난은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존자 사리자에게로 갔다. 존자 사리자는 멀리서 여러 존자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존자 사리자는 여러 존자들을 위해 말하였다.

“잘 오시오, 현자 아난이여, 잘 오시오 아난이여, 잘 오시오 아난이여, 아난은 세존의 시자(侍者)로서 세존의 뜻을 잘 알고, 언제나 세존의 칭찬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梵行人)들의 칭찬을 받고 있소.

나는 이제 현자 아난에게 묻겠소.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아난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널리 배우고 많이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않아서 아는 것을 쌓아 두며, 그가 말하는 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며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두루 갖추고 청정하여 범행을 드날리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모든 법을 널리 배우고 많이 들어 천 번이나 맛보아 익히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은 밝게 보고 깊이 통달하며, 그의 설명하는 법은 간단하고 긴요하며, 빠르고 날카로와 바른 이치와 서로 응하고 모든 번뇌를 끊고자 한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자는 다시 현자 이월다에게 물었다.

“현자 이월다여, 현자 아난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이월다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이월다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이월다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고요히 앉기를 즐겨하여 마음의 행이 그치고, 좌선(坐禪)을 폐하지 않아 관(觀)을 성취하고, 항상 한가히 살기를 좋아하여 편안하고 고요한 곳을 즐긴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자는 다시 현자 아나율타에게 물었다.

“현자 아나율타여, 현자 이월다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아나율타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아나율타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아나율타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혹 어떤 비구는 천안통(天眼通)을 얻어 성취하여 一천 세계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동안에 다 봅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눈이 밝은 사람이 높은 누각 위에 서 있으면서 그 밑의 한데에 있는 一천 흙구덩이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 동안에 다 보는 것과 같이 존자 사리자여, 이와 같이 만일 어떤 비구가 천안통을 얻어 성취하여 일천 세계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 동안에 다 본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자 사리자는 다시 현자 가전연에게 물었다.

“현자 가전연이여, 현자 아나율타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가전연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가전연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두 비구 법사(法師)가 서로 매우 깊은 아비담(阿毘曇)을 의논하는 것과 같이 그가 묻는 일을 다 잘 알아 이해하고, 그 답도 또한 걸림이 없어 설법하는 말재주가 날카로우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존자 사리자는 다시 존자 대가섭에게 물었다.

“존자 대가섭이여, 현자 가전연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존자 대가섭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대가섭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대가섭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스스로 일 없어 일이 없음을 칭찬하고, 스스로 욕심이 적어 욕심이 적음을 칭찬하며, 스스로 족함을 알아 족함을 아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즐거이 멀리 떠나 홀로 살아 즐거이 멀리 떠나 홀로 사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수행하고 정근하여 수행하고 정근하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바른 지혜를 세우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정(定)을 얻어 정을 얻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지혜가 있어 지혜를 칭찬하며, 스스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한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마음을 내고 못내 우러르며, 성취하고 기뻐하여 마음을 내고 못내 우러르며, 성취하고 기뻐하는 것을 칭찬하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사리자는 다시 존자 목건련에게 물었다.

“현자 목건련이여, 존자 대가섭은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목건련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목견련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대목건련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혹 어떤 비구는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으며, 자재하기 한량이 없는 여의족이 있습니다. 그는 한량이 없는 여의족을 행하여 하나를 변해 여럿을 만들고, 여럿을 합해 하나를 만들어 하나는 곧 하나로 둡니다.

그는 아는 것이 있고, 보는 것이 있어, 돌벽을 뚫고 지나기는 것이 허공에서와 같이 걸림이 없고, 땅속으로 드나드는 것이 마치 물에서와 같으며, 물을 밟는 것은 땅과 같아서 빠지지 않고, 허공에 올라가 가부좌를 하고 앉는 것은 마치 새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지혜와 달을 손으로 움켜잡고, 몸이 범천으로 올라갑니다.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존자 대목건련은 존자 사리자에게 물었다.

“존자 사리자여, 나와 여러 존자들은 각각 그 아는 대로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묻겠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합니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여기 어떠한 비구가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겠습니까.”

존자 사리자는 대답하였다.

“현자 목건련이여, 혹 어떤 비구는 마음쓰기를 따라 자재하면서도 마음을 따르지 않소.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며,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니오. 현자 목건련이여, 마치 왕이나 왕의 대신이 여러 가지 섞인 묘한 빛깔의 옷이 많이 있어서 그가 만일 오전에 입고자 하면 곧 내어 입고, 한낮에나 해질녘에 입고자 하면 곧 내어 입는 것과 같이 현자 목건련이여, 이와 같이 혹 어떤 비구는 마음쓰기를 따라 자재하면서도 마음을 따르지 않소.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며,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니오. 현자 목건련이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오.”

존자 사리자는 말하였다.

“현자 목건련이여, 나와 여러 현자들은 이미 각각 아는 대로 말하였소. 현자 목건련이여, 우리는 이제 저 여러분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 중에서 누가 가장 잘 말하였는가를 알아 봅시다.”

이에 존자 사리자, 존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가전연, 존자 아나율타, 존자 이월다, 존자 아난 등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여러 존자들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아난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조용히 섰다.

존자 사리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늘 현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가전연, 존자 아나율타, 존자 이월다, 존자 아난들은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제게 왔었나이다. 저는 멀리서 여러 현자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 여러분들을 위하여 ‘잘 오시오, 현자 아난이여, 잘 왔소, 아난이여, 잘 왔소, 아난이여. 세존의 시자는 세존의 뜻을 알고 항상 세존의 칭찬과 모든 지혜로운 범행인들의 칭찬을 받고 있소. 나는 지금 현자 아난에게 묻겠소.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아난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라고 말하였나이다. 현자 아난은 곧 제게 대답하기를 ‘존자 사리자여, 널리 배우고 많이 듣고 기억하고 잊지 않아서 아는 것을 쌓아 두며, 그가 말하는 법은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며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두루 갖추고 청정하여 범행을 드날리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모든 법을 널리 듣고 많이 들어 천 번이나 맛보아 익히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은 밝게 보고 깊이 통달하며, 그의 설명하는 법은 간단하고 긴요하며, 빠르고 날카로와 바른 이치와 서로 응하고 모든 번뇌를 끊고자 한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고 말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진실로 아난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아난 비구는 많이 듣기를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존자 사리자는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현자 아난이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현자 이월다에게 물었나이다. ‘현자 이월다여, 현자 아난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이월다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이월다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현자 이월다는 곧 제게 대답하기를 ‘존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고요히 앉기를 즐겨하여, 마음의 행이 그치고 좌선을 폐하지 않아 관을 성취하고, 항상 한가히 살기를 좋아하여 편안하고 고요한 곳을 즐긴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이월다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이월다 비구는 언제나 <좌선>을 즐기기 때문이니라.”

존자 사리자는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현자 이월다가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현자 아나율타에게 물었나이다. ‘현자 아나율타여, 현자 이월다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아나율타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아나율타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현자 아나율타는 곧 제게 대답하기를 ‘존자 사리자여, 혹 어떤 비구는 천안통을 얻어 성취하여 일천 세계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동안에 다 봅니다. 존자 사리자여, 마치 눈이 밝은 사람이 높은 누각 위에 서 있으면서 그 밑의 한데에 있는 일천 흙구덩이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 동안에 다 보는 것과 같이 존자 사리자여, 이와 같이 만일 어떤 비구가 천안통을 얻어 성취하여 일천 세계를 조그마한 방편으로 잠깐 동안에 다 본다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아나율타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아나율타 비구는 <천안통>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존자 사리자는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현자 아나율타가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현자 가전연에게 물었나이다. ‘현자 가전연이여, 현자 아나율타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가전연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이월다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현자 가전연은 곧 제게 대답하기를 ‘존자 사리자여, 마치 두 비구 법사가 서로 매우 깊은 아비담을 의논하는 것과 같이, 그의 묻는 일을 다 잘 알아 이해하고 그 답도 또한 걸림이 없어 설법하는 말재주가 날카로우면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가전연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가전연 비구는 법사를 분별(分別)하여 알기 때문이니라.”

존자 사리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현자 가전연이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대가섭에게 물었나이다. ‘존자 대가섭이여, 현자 가전연 비구는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존자 대가섭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존자 대가섭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존자 대가섭은 곧 저에게 대답하기를 ‘현자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스스로 일 없어 일이 없음을 칭찬하고, 스스로 욕심이 적어 욕심이 적음을 칭찬하며, 스스로 족함을 알아 족함을 아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즐거이 멀리 떠나 홀로 살아 즐거이 멀리 떠나 홀로 사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수행하고 정근하여 수행하고 정근하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바른 지혜를 세우는 것을 칭찬하며, 스스로 정을 얻어 정을 얻는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지혜가 있어 지혜를 칭찬하며, 스스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한 것을 칭찬하고, 스스로 마음을 내고 못내 우러르며, 성취하고 기뻐하여 마음을 내고 못내 우러르며, 성취하고 기뻐하는 것을 칭찬하면 현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가섭이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가섭 비구는 항상 일없기를 행하기 때문이니라.”

존자 사리자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대가섭이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현자 목건련에게 물었나이다. ‘현자 목건련이여, 존자 대가섭은 이미 아는 대로 말하였소. 나는 이제 다시 묻겠소. 현자 목건련이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하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소. 현자 목견련이여, 어떠한 비구가 여기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지요.’ 현자 대목건련은 곧 제게 대답하기를 ‘존자 사리자여, 혹 어떤 비구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으며, 자재하기 한량이 없는 여의족이 있습니다. 그는 한량이 없는 여의족을 행하여 하나를 변해 여럿을 만들고, 여럿을 합해 하나로 만들며, 하나는 곧 하나로 둡니다. 그는 아는 것이 있고 보는 것이 있어 돌벽을 뚫고 지나기는 것이 허공에서와 같이 걸림이 없고, 땅속으로 드나드는 것이 마치 물에서와 같으며, 물을 밟는 것은 땅과 같아서 빠지지 않고, 허공에 올라가 가부좌를 하고 앉는 것은 마치 새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지혜와 달을 손으로 움켜잡고 몸이 범천으로 올라갑니다. 존자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사리자여, 목건련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목건련 비구는 큰 여의족이 있기 때문이니라.”

이에 존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와 여러 존자들은 그렇게 말한 뒤에 곧 존자 사리자에게 아뢰었나이다. ‘존자 사리자여, 나와 여러 존자들은 각각 그 아는 대로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묻겠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이 우각사알라 동산은 매우 사랑스럽고 즐길 만합니다. 밤에는 밝은 달이 있고 모든 사알라 나무들은 다 묘한 향기를 풍기어 마치 하늘 꽃과 같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여기 어떠한 비구가 있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겠습니까.’ 존자 사리자는 곧 제게 ‘현자 목건련이여, 혹 어떤 비구는 마음쓰기를 따라 자재하면서도 마음을 따르지 않소.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며,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니오. 현자 목건련이여, 마치 왕이나 왕의 대신이 여러 가지 섞인 묘한 빛깔의 옷이 많이 있어서 그가 만일 오전에 입고자 하면 곧 내어 입고, 한낮에나 해질녘에 입고자 하면 곧 내어 입는 것과 같이 현자 목건련이여, 이와 같이 혹 어떤 비구는 마음쓰기를 따라 자재하면서도 마음을 따르지 않소.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오전에 노닐며, 그가 만일 어디서나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닐고자 하면 그는 곧 머무르다가 한낮에나 해질녘에 노니오. 현자 목건련이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오. 라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목건련이여, 사리자 비구가 말한 바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사리자 비구는 마음쓰기를 따라 자재하기 때문이니라.”

이에 존자 사리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와 여러 현자들은 이렇게 말한 뒤에 저는 다시 말하였나이다. ‘현자 목건련이여, 나와 모든 현자들은 이미 각각 아는 대로 말하였소. 현자 목건련이여, 우리는 이제 저 여러분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 중에서 누가 가장 잘 말하였는가를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중에 누가 가장 잘 말하였나이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시었다.

“사리자여, 모두가 다 좋다. 무슨 까닭인가. 그 모든 법은 다 내가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자여, 내 말을 들으라. 그러한 비구들이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다. 사리자여, 만일 어떤 비구가 그가 의지해 사는 성이나 촌, 읍의 어디서나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잘 보호하고, 모든 근(根)을 잘 단속하고, 그 생각[念]을 잘 세웠다가 그가 걸식한 뒤에는 오후가 되어 옷과 바루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고 니시이다나를 어깨에 메고, 혹은 일없는 곳이나 혹은 나무 밑이나 혹은 비고 편안하고 고요한 곳으로 가서 니시이다나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그는 가부좌를 풀기 전에 끝내 번뇌가 다하게 된다. 그가 가부좌를 풀기 전에 끝내 번뇌가 다하게 되면 사리자여, 그러한 비구라면 이 우각사알라 동산을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잡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85. 우각사라림경(牛角娑羅林經) 하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아디카[那摩提]에 노닐으시면서 긴자[犍祁]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나아디카에 가서 걸식하시었다. 걸식을 마치시고 오후가 되어 우각사알라 동산[牛角娑羅林]으로 가시었다. 그 때에 우각사알라 동산에는 존자 아나율타(阿那律陀)와 존자 난제(難提)와 존자 금비라(金毘羅) 등 세 족성(族姓)이 함께 있었다.

그 존자들의 소행은 이러하였다. 걸식하고 먼저 돌아온 자는 자리를 펴고 물을 길으며, 발 씻는 그릇을 내어놓고, 씻은 발을 얹는 등상, 발 닦는 수건, 물병, 대야를 깨끗이 씻는다. 빌어 온 밥을 다 먹을 수 있으면 다 먹고, 남으면 그릇에 덮어둔다. 먹은 뒤에는 바루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시이다나>를 어깨에 메고,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는다. 혹 걸식하고 뒤에 돌아온 자는 빌어 온 밥을 다 먹을 수 있으면 다 먹고, 모자라면 먼저 남은 밥을 가져다 먹고, 남으면 깨끗한 땅이나 벌레가 없는 물에다 쏟는다. 그는 먹은 밥그릇을 깨끗이 씻어 닦은 뒤에는 한쪽에 치워 두고 자리를 걷고, 씻은 발을 얹는 등상을 치우고, 발 닦는 수건을 거두고, 발 씻는 그릇, 물병, 대야를 챙기고, 식당을 물 뿌려 쓸고, 변소를 소제한 뒤에는 가사와 바루를 챙겨 두고, 손과 발을 씻고, 니시이다나를 어깨에 메고,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는다. 그 존자들은 해질녘이 되어 혹 고요한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자는 물병이나 대야가 비어 물이 없는 것을 보면 곧 가지고 가서 물을 긷고, 그 물 그릇이 힘에 겹지 않으면 그대로 가지고 와서 한쪽에 두고, 만일 그 물그릇이 힘에 겨우면 곧 손으로 한 비구를 불러 둘이서 들고 와서 한쪽에 두되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존자들은 닷새만에 한 번 모여 서로 법을 말하거나 혹은 슬기롭게 잠자코 있다.

그 때에 동산지기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꾸짖어 막으면서 말하였다.

“사문, 사문, 이 동산에 들어오지 마시오. 이 동산에는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 등 세 족성이 있습니다. 그들이 만일 당신을 보면 싫어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동산지기여, 그들이 만일 나를 보면 반드시 좋아하고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에 존자 아나율타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오산지기를 꾸짖었다.

“동산지기여, 세존을 꾸짖지 말라. 너 동산지기야, 선서(善逝)를 꾸짖지 말라. 우리 세존께서 오신다. 우리 선서께서 오신다.”

존자 아나율타는 세존을 맞아 그 가사와 바루를 받들고, 존자 난제는 부처님을 위하여 평상을 펴고, 존자 금비라는 부처님을 위하여 물을 가지고 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손과 발을 씻으시고 그 존자가 펴놓은 자리에 앉으시자, 곧 물으시었다.

“아나율타여, 너는 한결같이 안온하여 모자라는 것이 없느냐.”

존자 아나율타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언제나 안온하여 모자라는 것이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시었다.

“아나율타여, 어떻게 안온하여 모자라는 것이 없는가.”

존자 아나율타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곧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미 이러한 범행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저 범행자들을 향해 자비스러운 몸의 업을 행하여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으며, 자비스러운 입의 업과 자비스러운 뜻의 업을 행하여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여러분의 마음을 따르자.’고 생각하였나이다. 그래서 곧 내 마음을 버리고 저 여러분의 마음을 따라 아직 한 번도 언짢아하는 마음이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항상 안온하여 모자라는 것이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존자 난제에게 물으셨다. 존자 난제의 대답도 또한 그와 같았다. 세존께서는 다시 존자 금비라에게 물으시었다.

“너는 한결같이 안온하여 모자라는 것이 없느냐.”

존자 금비라는 여쭈었다.

“저는 언제나 안온하여 모자람이 없나이다.”

“어떻게 안온하여 모자람이 없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이미 이러한 범행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저 범행자들을 향해 자비스러운 몸의 업을 행하여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으며, 자비스러운 입의 업과 자비스러운 뜻의 업을 행하여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여러분의 마음을 따르자.’고 생각하였나이다. 그래서 저는 아직 한 번도 언짢아하는 마음이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항상 안온하여 모자람이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며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아나율타여. 그와 같이 너희들은 언제나 서로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을 합하여 하나로 하였구나. 그러면 혹 사람에서 뛰어나는 어떤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인가.”

존자 아나율타는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저희들은 항상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을 합하여 하나로 하나이다. 그러하온대 거기에는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차별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욕심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내지 제사선(第四禪)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항상 서로 화합하고 안온하여 다툼이 없으며, 마음을 하나로 하고 스승을 하나로 하며, 물과 젖을 합하여 하나로 하나이다. 그러하온대 거기에는 이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며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사는 법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나이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은 사랑[慈]과 함께 하여 一방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닐며, 이와 같이 二, 三, 四방, 四유(維), 상, 하 일체에 두루 하나이다. 마음은 사랑과 함께 하기 때문에 번민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니나이다. 이와 같이 슬픔[悲]과 기쁨[喜]도 또한 그러하며, 마음은 버림[捨]과 함께 하기 때문에 번민도 없고 원망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이 없이 잘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여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시며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일체 빛깔이라는 생각을 지나 내지 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를 얻어 성취하여 노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나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여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의족(如意足), 생사통(生死通)을 얻어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번뇌가 없게 되고, 마음이 해탈하여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험하여 성취하여 노니나이다. 그래서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사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고 참다이 아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는 것이니, 이른바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나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찬탄하여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 혹 다시 다른 어떤 것이 있어서 사람에서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가.”

“세존이시여, 그렇게 사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더 지나서는 다시 다른 것이 있어서 사람에게 뛰어나는 법을 얻어 등급이 있으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것이 없나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시었다. ‘이 큰 종족의 아들들의 노니는 것은 안온하고 쾌락하다. 나는 이제 저들을 위하여 설법하리라.’

그리고 나서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를 위해 법설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시었다. 한량이 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었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는 세존의 가시는 곳까지 전송해 드리고 곧 자기들 처소로 돌아왔다. 존자 난제와 존자 금비라는 존자 아나율타를 찬탄하며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존자 아나율타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자 아나율타가 ‘우리들이 그처럼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다.’고 이러한 뜻을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존자 아나율타는 세존께 우리들을 너무 칭찬하였습니다.”

존자 아나율타는 존자 난제와 금비라를 찬탄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존자들이여, 나도 또한 일찍 존자들에게서 존자들이 이렇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덕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래 전부터 내 마음으로 존자들의 마음을 알고, 또 존자들이 그렇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존에게 그러그러한 말을 한 것입니다.”

이 때에 형체가 아주 묘하고 광명이 아주 빛나는 장귀천(長鬼天)은 먼동이 크려 할 때에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仙人)이시여, 모든 밧지이[跋耆]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과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 등의 세 족성(族姓)의 아들들이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지신(地神)은 장귀천의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큰 선인이여, 모든 밧지이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과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 등의 세 족성의 아들들이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신에게서 이 소리를 들은 허공천(虛空天), 사왕천(四王天), 삼십삼천(三十三天), 염마천(焰摩天), 도솔천(兜率天), 화락천(化樂天), 타화락천(他化樂天)의 소리도 잠깐동안에 범천(梵天)에까지 갔다.

“큰 선인이여, 모든 밧지이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과 존자 아나율타, 난제, 금비라 등의 세 족성이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그렇고 그렇다, 장귀천이여. 모든 밧지이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다. 무슨 까닭인가. 나와 존자 아나율타, 난제, 금비라 등의 세 족성의 아들들이 현재에 있기 때문이다. 장귀천이여, 지신은 네 소리를 듣고 곧 큰 소리로 ‘큰 선인이여, 모든 밧지이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과 존자 아나율타, 난제, 금비라 등의 세 족성의 아들들이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외쳤다. 지신에게서 이 소리를 들은 허공천, 사왕천, 삼십삼천, 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락천의 소리도 잠깐 동안에 범천에까지 갔는데, 그것도 ‘큰 선인이여, 모든 밧지이 사람들은 큰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세존과 존자 아나율타, 난제, 금비라 등의 세 족성의 아들들이 현재에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장귀천이여, 만일 저 세 족성 집의 이 세 아들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어 집이 없이 도를 배울 때, 저 세 족성 집사람들이 이 세 아들들의 의지한 바와 행한 바를 기억해 생각하면, 그들도 또한 오랫동안 크게 좋은 이익을 얻어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저 촌, 읍 사람이나 하늘, 악마, 범천, 사문, 바라문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이 세 족성 아들이 의지한 바와 행한 바를 기억해 생각하면 그들도 또한 오랫동안 요익(饒益)을 얻어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다. 장귀천이여, 이 세 족성의 아들들은 이렇게 큰 위덕이 있으며, 큰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그 세 족성의 아들들과 장귀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186. 구해경(求解經)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루수(拘樓瘦)의 검마슬담(劒摩瑟曇)이라는 구루(拘樓)의 서울에 노닐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자기의 뜻으로서 남의 마음의 모양을 알지 못하면 그는 세존의 바른 깨달음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여래(如來)를 구해서 알겠는가.”

때에 비구들은 세존에게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근본이시고, 세존께서는 법의 주인이시며, 법은 세존에게서 나오나이다.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듣자오면 그 뜻을 자세히 알 수 있겠나이다.”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때에 비구들은 분부를 받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자기의 뜻으로서 남의 마음의 참 모양을 알지 못하면 마땅히 두 가지 일로 여래를 구해서 알아야 한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빛깔이요, 둘째는 귀에 들리는 소리다.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더러우면 ‘이것이 그 존자(尊者)에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구하여 보라. 만일 구해 볼 때에는 그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더러운 법은 그 존자에게는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없거든 다시 구해 보아야 한다.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잡(雜)되면 ‘이것이 그 존자에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구하여 보라.

만일 구해 볼 때에는 그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잡된 법은 그 존자에게는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없거든 다시 구해 보아야 한다.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희고 깨끗하면 ‘이것이 그 존자에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구하여 보라. 만일 구해 볼 때에는 그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희고 깨끗한 법은 그 존자에게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있거든 ‘그 존자는 오랫동안 그 법을 행하였는가 잠깐 동안 행하였는가.’ 다시 구하여 보라. 만일 구해볼 때에는 그 존자는 오랫동안 이 법을 행하였고 잠깐 동안 행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일 그가 항상 행하거든 다시 ‘그 존자는 명예를 위해서인가 이익을 위해서 이 선(禪)에 드는가. 혹은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요 이익을 위해서도 이 선에 드는 것도 아닌가.’고 구하여 보라. 만일 구해 볼 때에는 그 존자는 재환(災患)을 위해서 이 선에 드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존자는 즐거이 행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을 떠나 욕심을 행하지 않으며, 욕심은 이미 다했다.’고 말하거든 곧 그에게 ‘현자(賢者)여, 현자는 어떤 행이 있고, 어떤 힘이 있으며, 어떤 지혜가 있어 현자로 하여금 스스로 바로 보라 ’그 존자는 즐거이 행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을 떠나 욕심을 행하지 않으며, 욕심은 이미 다했다.‘고 말하게 하는 가고 물어 보라. 또 그가 만일 현자여, 나는 그의 마음도 알지 못하고 또한 다른 일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존자는 혹은 혼자 있거나 혹 대중 가운데 있거나 혹은 어떤 모임에 있거나 만일 선서(善逝)가 그의 교화를 받으면 그 우두머리가 되고, 그의 보시하는 것을 보아 현자임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를 알지 못하지마는 그에게 직접 이렇게 들었다. 곧 ‘나는 즐거이 행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을 떠나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욕심을 이미 다했다’고. 현자여, 내게는 이런 행과 이런 힘과 이런 지혜가 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바로 보아 ‘그 존자는 즐거이 행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을 떠나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욕심은 이미 다했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거든 거기서 다시 그에게 여래의 법을 물어 보라.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더러우면 그 법은 거기서는 다 없어져 남음이 없는가.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잡되면 그 법도 거기서는 다 없어져 남음이 없는가.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희고 깨끗하면 그 법도 거기서는 다 없어져 남음이 없는가’고.

이제 나는 그를 위하여 대답하리니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더러우면 그 법은 거기서는 다 없어져 남음이 없다.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잡되면 그 법은 거기서는 다 없어져 남음이 없다.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더러우면 나는 그것을 끊어 없애고 뿌리채 뽑아 다시는 나지 않을 것이요, 만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잡되면 나는 그것을 끊어 없애고 뿌리채 뽑아 다시는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법이 희고 깨끗하면 그것은 나의 희고 깨끗한 법이니, 이러한 것이 나의 경계(境界)요, 이러한 것이 사문이다. 나는 이와 같이 바른 법률(法律)을 성취하였다.’고 말하리라.

어떤 믿음이 있고 제자로서 나를 와서 보고, 나를 받들어 모시고, 나를 따라 법을 들으면, 나는 그를 위하여 설법하리니, 그것은 높고 또 높으며, 묘하고 또 묘하여 검고 흰 것을 잘 가름할 것이다. 내가 그를 위하여 연설한 법이 높고 또 높으며, 묘하고 또 묘하여 검고 흰 것을 잘 가름하면, 그는 그것을 들은 뒤에는 한 법을 끊을 줄 알아 모든 법에서 구경(究竟)을 얻어 나를 깨끗하게 믿고 ‘저 세존을 바르게 깨달은 이’라고 할 것이다.

다시 그에게 물어 보라. 곧 ‘현자여, 어떤 행이 있고 어떤 힘이 있으며, 어떤 지혜가 있어, 현자로 하여금 한 법을 끊을 줄 알아 모든 법에서 구경을 얻고 세존을 깨끗하게 믿어 저 세존을 바르게 깨달은 이라고 하는가’고. 그는 대답하기를 ‘현자여, 나는 세존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또한 다른 일을 아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세존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깨끗한 믿음을 가졌고, 세존은 나를 위하여 설법하였다. 그 법은 높고 또 높으며, 묘하고 또 묘하여 검고 흰 것을 잘 가름한다. 현자여, 세존께서 참다이 법을 말씀하시면 나도 참다이 그것을 듣는다. 세존께서 나를 위해 말씀하시는 법은 높고 또 높으며, 묘하고 또 묘하여 검고 흰 것을 잘 가름하신다. 나는 그것을 참다이 들은 뒤에는 한 법을 끊을 줄 알아 모든 법에서 구경을 얻고, 세존을 깨끗이 믿어 저 세존을 바르게 깨달은 이’라고 안다. 현자여, 내게는 이런 행과 이런 힘과 이런 지혜가 있으므로 나로 하여금 한 법을 끊을 줄 알아 모든 법에서 구경을 얻고, 세존을 깨끗하게 믿어 저 세존을 바르게 깨달은 이‘라고 안다고 말할 것이다.

만일 이 행이 있고 이 힘이 있으며, 여래에게 깊이 달라붙어 믿음의 뿌리가 이미 서면, 이것을 믿음과 소견의 근본이 무너지지 않아 지혜와 서로 응하는 것이라 하며, 사문, 바라문, 하늘, 악마, 범천, 악마 및 어떠한 세상도 그것을 빼앗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여래를 구하여 알고, 이렇게 여래를 바르게 아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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