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十八권
제 二十六 사의단품(四意斷品) 1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치 산과 강과 석벽과 온갖 풀과 다섯 가지 곡식은 다 땅을 의지해 있으며 자라고, 그리고 땅은 가장 높고 최상인 것처럼 모든 착한 도는 다 방일하지 않는 땅에 머물러 거기서 자라난다. 그래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네 가지 끊기[四意斷]를 닦고 또 닦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비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은 항상 떠나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 한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않게 하고, 마음은 항상 떠나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 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많아지게 하여 잃지 않고 완전히 갖추어 닦아 수행해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네 가지 끊기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조그만 나라의 왕과 여러 큰 나라의 왕들은 다 전륜성왕에게 와서 붙고, 전륜성왕은 거기서 가장 높고 최상인 것처럼, 서른 일곱 가지 착한 도 가운데서 방일하지 않는 법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는다.
이에 비구들은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은 항상 떠나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 한다.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마음은 항상 떠나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 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많아지게 하여 마침내 잃지 않고 완전히 수행하여 마음에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네 가지 끊기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별빛 가운데 달빛이 제일인 것처럼, 여러 착한 공덕의 서른 일곱 가지 도 가운데 방일하지 않는 행이 가장 제일이요 가장 높고 귀하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에 비구는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많아지게 하여 마침내 잃지 않고, 완전히 수행하여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네 가지 끊기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참파카 꽃, 수마나 꽃 따위의 천상, 인간의 모든 꽃 중에서 바시카 꽃이 가장 제일인 것처럼, 모든 착한 공덕의 서른 일곱 가지 도 가운데 방일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 된다. 그러므로 방일하지 않는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에 비구는 생기지 않은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쁜 법은 방편을 구해 사라지게 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착한 법은 방편을 구해 더욱 많아지게 하여 마침내 잃지 않고 완전히 수행하여 마음에 잊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는 네 가지 끊기를 닦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네 가지 끊기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보배 깃 수레를 타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제타숲 절로 가서 세존을 뵈오려 하였다.
그는 모든 왕의 떳떳한 법대로 다섯 가지 위엄스런 장식을 한쪽에 두고,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은 아셔야 하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소.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어떤 사람은 먼저는 어두우나 뒤에는 밝고, 어떤 사람은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두우며, 어떤 사람은 먼저도 어둡고 뒤에도 어둡고, 어떤 사람은 먼저도 밝고 뒤에도 밝소.
어떤 사람이 먼저는 어두우나 뒤에는 밝은 것인가. 어떤 사람은 비천한 집, 즉 찬다알라종, 식인종, 장인바치종 혹은 음탕한 집에 태어나되 눈이 없거나 손발이 없거나 발가벗거나 맨발이거나 혹은 정신이 어지러운 사람이 되오.
그러나 그는 몸과 입으로 착한 법을 행하고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하오.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어른을 보면 항상 생각해 예배하고 맞이하고 배웅하기에 때를 잃지 않으며, 먼저 웃고 뒤에 말하며 때를 따라 이바지하오. 또 거지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나그네나 가난한 이를 보았을 때에 재물이 있으면 곧 베풀어주고 만일 재물이 없으면 곧 장자 집으로 가서 빌어다 주오. 또 보시하는 이를 보면 도리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오. 그는 몸과 입으로 착한 법을 닦고 뜻으로 착한 법을 생각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나게 되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땅에서 평상에 오르고 평상에서 말을 타며 말에서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에서 강당에 오르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나는 이제 말하는 것이오. ‘이 사람은 먼저는 어두우나 뒤에는 밝다’고. 대왕이여, 이런 사람을 일어 먼저는 어두우나 뒤에는 밝다고 하오.
어떤 사람이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두운 것인가. 어떤 사람은 큰 종족의 집, 즉 크샤트리야종, 장자종, 바라문종에 태어나오. 재물과 보물이 많아 금, 은, 보배, 자거, 마노, 수정, 유리, 따르는 종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고, 코끼리, 말, 돼지, 염소도 모두 풍족하오.
그리고 그는 얼굴이 단정하여 도화 색과 같소. 그러나 그는 항상 삿된 소견을 가져 치우친 견해와 걸맞소. 즉 그는 이런 소견을 가지고 있소. ‘주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고 앞사람이 보시한 물건도 없으며 선과 악의 행도 없고 이승, 저승도 없으며 도를 얻는 이도 없고 세상에는 존경할 아라한이나 이승, 저승에서 증득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그래서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혹 남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불쾌하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행은 고르지 못하오. 그는 그 법답지 않은 행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지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에서 코끼리로 내려가고 코끼리에서 말로 내려가며, 말에서 평상으로 내려가고 평상에서 땅으로 내려가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나는 이제 말하오. ‘이 사람은 이와 같다’고. 대왕이여, 이런 사람을 일러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둡다’고 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이 어둠에서 어둠으로 가는 것인가. 어떤 사람은 빈천한 집, 즉 찬다알라집, 사람 잡아 먹는 집이나 혹은 지극히 빈궁한 집에 태어나오. 또 어떤 때는 불구자로서 얼굴이 추악하오. 그리고 또 그는 늘 삿된 소견을 가져 이렇게 주장하오. ‘이승, 저승도 없고 사문이나 바라문도 없으며, 도를 얻는 자도 없고 존경할 만한 아라한도 없으며, 이승, 저승에서 증득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그래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혹 사람이 와서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불쾌하오.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이 고르지 않고, 성인을 비방하고 세 거룩한 이를 헐뜯소. 그는 자기도 보시하지 않고 남의 보시하는 것을 보면 매우 성을 내오. 그는 성냄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지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움에서 어두움으로 가고 불꽃에서 불꽃으로 가며 지혜를 버리고 어리석음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말하오. ‘이 사람은 먼저도 어둡고 뒤에도 어둡다’고.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을 일러 ‘어두움에서 어두움으로 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어떤 사람이 밝음에서 밝음으로 가는 것인가. 어떤 사람은 큰 종족의 집 즉 크샤트리야 집, 국왕의 집, 혹은 대신의 집에 태어나서 재물과 보물이 많아 헤아릴 수 없소. 그리고 그는 얼굴이 단정하여 도화색 같고 항상 바른 소견을 가져 마음에 어지러움이 없소. 그는 이런 소견이 있소. ‘보시도 있고 복도 있으며, 받는 이도 있고 선악의 갚음도 있으며, 이승, 저승도 있고 사문이나 바라문도 있다’고.
그래서 그는 혹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며 자기도 보시하고 남을 권해 보시하게도 하며, 보시하는 날에는 마음이 기뻐 어쩔 줄을 알지 못하오. 그는 몸으로 착한 일을 행하고 입고 뜻으로 착한 일을 행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나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강당에서 강당으로 가고 궁전에서 궁전으로 가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나는 이제 말하오. ‘이 사람은 밝음에서 밝음으로 간다’고.
대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상에 네 종류 사람이 있다’는 것이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왕은 아시오, 가난한 사람도
믿음이 있고 보시를 좋아하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또 보시할 만한 사람을 보면,
일어나 맞이하고 또 배웅하고
바른 소견을 가르쳐 주며
보시할 때는 못내 기뻐해
구하는 대로 주어 거절 않나니.
그는 진실로 좋은 벗으로
마침내 악한 짓 행하지 않고
바른 소견을 행하기 좋아하며
항상 생각해 착한 법 구하나니.
대왕이여 알라, 그런 사람은
죽을 때에는 갈 곳이 있어
반드시 저 도솔천에 나리니
먼저는 어두우나 뒤에는 밝소.
아무리 부자인 사람이라도
믿음이 없고 성내기 좋아하며
아끼고 탐내고 마음 약하여
삿된 소견을 고치지 못하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보시를 구하는 사람 볼 때는
언제나 꾸짖고 욕하기 좋아하며
삿된 소견으로 없다 말하며,
보시하는 것 보면 곧 성을 내어
보시하는 일 끊기게 하나니
그 사람 행은 지극히 나빠
온갖 악의 근본을 지어내나니.
그런 종류의 나쁜 사람은
목숨이 끝나려 할 때 다달아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니
먼저는 밝았으나 뒤에는 어둡소.
또 만일 빈천한 사람으로서
믿음도 없고 성내기 좋아하며
착하지 않은 온갖 행 짓고
삿된 소견으로 바른 것 믿지 않아,
만일 혹 저 사문 선비나
섬겨야 할 만한 사람을 보면
곧 업신여기고 그를 헐뜯고
아끼고 탐내고 믿음이 없어,
보시할 때도 즐거이 하지 않고
남의 보시보고도 그러하나니
그런 사람의 지은 행으론
가는 곳마다 편한 곳 없어.
그런 종류의 나쁜 사람은
반드시 장차 목숨 끝나면
저 지옥 속에 떨어지리니
먼저도 어둡고 뒤에도 어둡소.
혹 어떤 사람은 재물도 많고
믿음도 있고 보시도 좋아하며
바른 소견으로 딴 생각 없고
항상 착한 법 구하기 좋아하여,
만일 혹 어떤 도 닦는 이나
또 보시할 만한 사람 만나면
일어나 맞이하고 또 공경하며
바른 소견으로 가르쳐 주고,
보시할 때는 못내 즐거워하고
고르게 하기를 언제나 생각하며
은혜로이 주면서 아낌이 없어
받는 사람 마음을 거슬리지 않고
목숨을 걸어 죽는 한 있더라도
온갖 나쁜 행 짓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그런 종류 사람은
그 목숨 끝나려 할 때 다달아
반드시 저 좋은 천상에 나리니
먼저도 밝고 또 뒤에도 밝소.
“그러므로 대왕이여, 먼저도 밝고 뒤에도 밝은 것을 배우고, 먼저는 밝으나 뒤에는 어두운 것을 배우지 않도록 하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조금 뒤에 다시 두 손으로 여래 발을 어루만지고는 발등에 입맞추고 사뢰었다.
“거룩하신 몸이 왜 이렇게 되었나이까. 매우 쪼글쪼글 하나이다. 여래 몸은 이전과 다르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지금 여래 몸은 매우 쪼글쪼글해졌다. 오늘의 이 몸은 이전과 다르다. 왜 그러냐 하면, 대개 몸을 받으면 병의 핍박을 받기 때문이다. 병들어야 할 중생은 병의 핍박을 받고 죽어야 할 중생은 죽음의 핍박을 받는 법이다. 지금 여래는 이미 늙어 나이 八十이 넘었다.”
아아난다는 이 말을 듣고 슬피 흐느껴 울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아, 늙음이 와서 이처럼 되었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가서 걸식하시다가 차츰 프라세나짓 왕 집으로 가셨다. 마침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 문 앞에는 낡아서 부서진 수레 수십 대가 한쪽에 버려진 채 있었다. 존자 아아난다는 한쪽에 버려진 수레를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이 수레들은 프라세나짓 왕의 수레이옵니다. 옛날 만들 때에는 매우 아름답더니 오늘 보니 와석(瓦石)과 한 꼴이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지금 보는 저 수레들도 옛날에는 매우 아름다웠었다.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낡고 부서져 다시는 쓸데없이 되었다. 이와 같이 바깥 물건도 낡고 부서지거늘 하물며 마음이겠느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 이 늙음과 병과 죽음은
사람의 그 젊음을 짓밟는구나
처음에는 그처럼 즐거웠더니
지금에는 죽음의 핍박받나니.
비록 백 년을 오래 산다 하여도
마침내는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이전 근심, 괴로움 면할 길 없어
모두 다 그 한 길로 돌아가리라.
안으로 이 몸뚱이 온갖 그것들
죽음의 그 핍박을 받는 것처럼
밖으로 저 모든 네 가지 요소
모두 <본래 없음>으로 돌아가거니.
그러므로 죽지 않기 구하려 하면
오직 이 열반 길이 있을 뿐이다
거기는 남[生]도 없고 죽음도 없어
이런 모든 현상들 모두지 없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프라세나짓 왕의 자리에 앉으셨다. 프라세나짓 왕은 세존을 위해 갖가지 음식을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왕은 조그만 자리를 가지고 와서 세존 앞에 앉아 사뢰었다.
“어떠하나이까,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몸은 다 금강으로 된 것이 온데 거기에도 늙음과 병과 죽음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소, 대왕이여. 대왕의 말씀과 같소. 여래에게도 그 남, 늙음, 병, 죽음이 있소. 나도 사람의 수에 드오. 아버지 이름은 슛도오다나[眞正]요, 어머니 이름은 마아야아로서 전륜성왕의 종족으로 태어났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는 사람에서 나온다
그 아버지의 이름은 슛도오다나요
어머니의 이름은 <한 맑고 묘함[極淸妙]>
그 종족 이름은 크샤트리야.
죽음의 길은 극히 매서워
높고 낮은 것 전연 안 보게
모든 부처도 못 면하거든
하물며 다른 저 범부이랴.
세존께서는 다시 프라세나짓 왕을 위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시에는 송(頌)이 가장 높다
사람에는 왕이 가장 귀하고
물에는 바다가 우두머리다.
별에서는 달이 가장 위되고
광명에는 해가 제일 먼저다
八방, 상, 하와 또 중간은
이 세계가 싣고 있나니.
하늘과 세상의 사람 중에서
저 여래가 가장 높나니
그 보록(寶祿)을 구하려 하거든
마땅히 부처에게 공양하여라.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제타숲 절로 돌아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법이 세상에 있어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젊음이 세상에 있어서 사람의 사랑을 받고, 건강이 있어서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수명이 있어서 사람의 사랑을 받고, 은애(恩愛)의 모임이 있어서 사람의 사랑을 받느니라.
비구들이여, 다시 네 가지 법은 세상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라. 젊음이 때로 늙고 병들면 세상 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건강한 이가 병을 얻으면 세상 사람이 좋아하지 않으며, 수명을 얻었다가 뒤에 죽으면 세상 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은애가 모였다가 뒤에 헤어지면 세상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법은 세상과 함께 돌고 돈다’는 것이니, 저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내지 전륜성왕이나 모든 부처도 다 이 법을 함께 가졌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세상에 네 가지 법이 있어 세상과 함께 돌고 돈다’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또 만일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곧 나고 죽음에 떠돌면서 다섯 길을 돌아다닐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성인의 계율, 성인의 삼매, 성인의 지혜, 성인의 해탈이니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 법을 깨닫지 못하면 위의 네 가지 법[생, 노, 병, 사]을 받을 것이다. 나나 너희들은 이 성인의 네 가지 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고 죽는 뿌리를 끊고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여래의 몸은 쇠하고 늙었다. 마땅히 이 쇠하는 갚음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이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히 고요한 열반을 구하고 은애의 헤어짐에 있어서 덧없는 변이란 것을 늘 생각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보배 깃 수레를 장식하라.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지강당(地講堂)을 구경하리라.”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의 어머니는 매우 쇠하고 늙어 나이 백 세에 가까웠다. 왕은 매우 공경하고 생각해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 곁에 불사밀(不奢蜜)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의 높은 재주는 세상을 덮었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매우 존중하였다. 그는 생각하였다.
‘지금 왕의 어머니는 나이 백 세가 가까웠다. 오늘은 목숨을 마칠 것이다. 만일 이 말을 듣는다면 왕은 매우 근심하고 슬퍼해 음식도 먹지 못하고 중병을 얻을 것이다. 나는 지금 방편을 써서 왕을 근심하거나 병에 걸리지 않게 하리라.’
그는 곧 五백 마리 흰 코끼리를 장엄하고 五백 마리 말, 五백 명 보병, 五백 명 기녀, 五백 명 할머니, 五백 명 바라문, 五백 명 사문, 五백 벌 의상, 五백 가지 보배를 장엄하고 또 죽은 사람을 위해 좋은 큰 상여를 만들었는데 채색 그림이 극히 아름답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달고 풍류를 잡히는 등 헤아릴 수 없는 광경을 지으며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섰다.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조그만 일로 성밖에 나갔다 돌아오다가 멀리서 그 상여를 보고 그 좌우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공양이기에 이렇게 훌륭한가.”
불사밀은 말하였다.
“슈라아바스티이의 어떤 장자의 어머니가 죽었는데 저것은 그 행렬이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저 코끼리와 말과 수레는 무엇에 쓰려는 것인가.”
대신은 대답하였다.
“저 五백 명 할머니를 염라대왕에게 갖다 바쳐 죽은 이의 목숨을 대신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곧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은 미련한 사람들의 짓이다. 목숨이란 보전하기 어렵거늘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마치 마카라 고기[摩竭魚] 입에 든 사람을 구해 내려 해도 될 수 없는 것처럼, 염라대왕 앞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 내려 한들 어떻게 되겠는가.”
“五백 명 기녀를 가지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저 기녀로 안 되면 다른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五백 가지 보배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五백 벌 의상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의상으로 안 된다면 五백 명 바라문의 주술로 앗아 오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五백 명 바라문으로 안 된다면 저 사문의 훌륭한 설법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것도 안 되느니라.”
“만일 설법으로도 안 된다면 군사를 모아 한 번 싸워 앗아 오겠습니다.”
때에 왕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은 미련한 사람의 짓이다. 마카라 고기 입에 떨어지면 마침내 나올 수 없느니라.”
왕은 이어 말하였다.
“너는 알아야 한다. 과연 생(生)이 있는데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신은 말하였다.
“그것은 실로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때에 왕은 말하였다.
“실로 될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목숨은 얻기 어렵다’고 하셨다.”
그 때에 불사밀은 꿇어앉아 왕에게 사뢰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너무 근심 말으소서. 모든 중생은 죽음으로 돌아가나이다.”
때에 왕은 물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근심하겠는가.”
대신은 말하였다.
“왕은 알으소서. 대왕의 어머님은 오늘 돌아가셨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八, 九번이나 한숨 지면서 대신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네 말과 같다. 너는 능히 좋은 방편을 알았구나.”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성으로 들어가 갖가지 향과 꽃을 마련해 죽은 어머니께 공양하고 수레를 돌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먼지를 뒤집어썼소.”
왕은 사뢰었다.
“아까 어머님이 돌아가셨기에 성밖으로 모시고 그 까닭을 여쭈려 세존께 왔나이다. 그런데 어머님은 세상에 계실 때에 계율을 가지고 정진하면서 항상 착한 법을 구하다가 나이 백세가 가까워 오늘 돌아가셨나이다. 그 때문에 세존께 나아 왔나이다.
만일 제가 코끼리를 가지고 어머님 목숨을 대신할 수 있다면 코끼리를 가지고 대신 할 것이요, 말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말로 대신할 것이며, 만일 수레로써 대신할 수 있다면 수레로 대신 할 것이요, 금, 은, 보배로 대신할 수 있다면 금, 은, 보배로 대신할 것이며, 따르는 노비와 나라와 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성과 나라로 대신할 것이요, 카아시의 백성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카아시의 백성으로 대신하여 내 어머니가 목숨을 마치지 않도록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너무 근심하지 마시오. 일체 중생은 다 죽음으로 돌아가오. 일체는 바뀌고 변하는 법으로서 아무리 바뀌고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마침내 그리될 수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사람의 몸은 마치 눈덩이 같아서 반드시 부서질 것이요, 또 그것은 흙덩이 같아서 반드시 부서져 오래 보존되지 못할 것이요. 또 그것은 아지랑이 같아서 허망하여 진실이 아니요. 또 그것은 빈주먹으로 어린애를 속이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이 몸을 믿지 말고 근심하지 마시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네 가지 두려움이 이 몸에 닥치면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오. 말이나 주술이나 약초나 부적으로도 그것을 제거할 수는 없소.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늙음으로서 젊음을 부수어 아름다움을 없게 하는 것이오, 둘째는 병으로서 건강을 부수는 것이며, 셋째는 죽음으로서 목숨 뿌리를 부수는 것이요, 넷째는 항상한 물건이 덧없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오. 대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법은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서 힘으로 항복 받을 수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알아야 하오. 마치 사방의 큰산이 사방에서 와서 중생을 누르면 그것은 힘으로 물리칠 수 없는 것과 같소. 그러므로 대왕이여, 견고하지 않은 물건은 믿을 것이 아니오.
그러므로 대왕은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 아닌 것을 쓰지 마시오. 왕도 오래지 않아 나고 죽는 바다로 갈 것이오. 왕도 알아야 하오.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나지마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려 교화하지 않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세존께 사뢰었다.
“이 법을 무어라고 이름하고 어떻게 받들어 행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법은 ‘근심의 가시를 없애는 것’이라 하오.”
왕은 사뢰었다.
“진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왜 그러냐 하오면 저는 이 법을 듣고 나매 온갖 근심의 가시가 이제 다 없어졌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라 일이 많아 이만 돌아가려 하나이다.”
“좋은 대로 하시오.”
프라세나짓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중에서만 높은 것은 아니다. 모든 세상 사람 중에서 홀로 높다.
나는 지금 네 가지 법의 전부를 스스로 알고 네 가지 무리와 천상, 인간에서 그것을 증득하였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로 모든 법은 다 덧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았다. 그래서 네 가지 무리와 천상, 인간에서 증득하였다. 둘째로 모든 행은 괴롭다는 것과 셋째로 모든 행은 <나>가 없다는 것과 넷째로 열반은 휴식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네 가지 무리와 천상, 인간에서 증득하였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이다. 그래서 천상과 인간에서 혼자 높게 된 것이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로 가시어 여름 안거(安居)를 지내시려 하였다. 샤아리푸트라와 천 二백 五十 제자들도 라아자그리하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 하였다. 그런데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여름 안거를 마치고는 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를 데리고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천 二백 五十 제자들에게 너희들을 위해 여기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런데 샤아리푸트라와 모옥갈라아나는 열반하게 되어 있다. 어떠냐, 샤아리푸트라야. 그대는 비구들을 위해 묘한 법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등이 아파 조금 쉬고자 한다.”
“그리하리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몸소 상가아티이를 접어 오른쪽으로 누워 두 다리를 포개고 생각을 매어 밝은 데 두었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 계율을 받고 반 달을 지나 네 가지 말재주를 얻어 증득하고 그 이치를 완전히 알았소.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분별하고 설명하여 그대들을 알게 하겠소.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시오.”
“그리하리다.”하고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어떤 것이 네 가지 말재주로서 내가 그것을 증득하였는가. 첫째는 의변(義辯)이니 나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법변(法辯)을 증득하였고, 법변으로 말미암아 응변(應辯)을 증득하였으며, 응변으로 말미암아 자변(自辯)을 증득하였소.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널리 해설하리니, 만일 네 가지 무리로서 의심이 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뜻을 물으시오.
또 여러분이 만일 네 가지 선정[四禪]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물으시오. 나는 설명하리다. 또 여러분이 만일 네 가지 끊기[四意斷]와 네 가지 신통[四神足]과 네 가지 의지[意止]와 네 가지 진리[四諦]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그 뜻을 물으시오. 나는 그것을 설명하리다. 만일 지금 묻지 않으면 후회해야 이익이 없으리다. 또 내게는 지금 세존, 무소착, 다 옳게 깨달은 이가 가지신 깊은 법과 행하신 일들이 있소.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시오, 나는 설명하리니 뒷날에 후회하지 말도록 하시오.”
이 때에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였다. 그 때에 집장(執杖) 범지들은 멀리서 모옥갈라아나가 오는 것을 보고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저이는 사문 고오타마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는 저를 에워싸고 때려죽이자’고. 그들은 곧 그를 둘러싸고 제각기 기왓장과 돌로 죽도록 때려눕히고 그대로 버려두고 떠났다.
때에 모옥갈라아나의 온 몸은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고 심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저 범지들은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을 모두 문드러지게 해 놓고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지금 나는 온 몸이 아프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산으로 돌아갈 기운이 없다. 나는 지금 신통을 부려 절로 돌아가리라’고.
그는 곧 신통을 부려 절로 돌아가 샤아리푸트라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샤아리푸트라에게 말하였다.
“저 집장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졌소. 온 몸의 고통은 실로 견딜 수 없소. 나는 이제 열반에 들고 싶어 당신에게 하직하러 왔소.”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당신은 세존의 제자 중에서 신통이 제일이오 큰 위력이 있는데, 왜 그 신통으로 그것을 피하지 않았소.”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지은 업은 매우 깊고 무겁소. 그 갚음을 받기 위해 마침내 피할 수 없었소. 공중에서 그 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나는 지금 몸의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와서 하직하고 열반에 들려 하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여러 비구, 비구니로서 네 가지 신통을 닦고 그 이치를 널리 설명하는 사람은 그 생각에 겁(劫)을 머무르게 하고 싶으면 그 겁이 지나도록 열반하지 않는데 당신은 왜 그 겁을 머무르게 하지 않고 열반하려 하오.”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그렇소, 샤아리푸트라님, 여래께서도 ‘만일 비구, 비구니로서 네 가지 신통을 닦은 사람은 목숨을 머무르게 하여 겁을 지내려 하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소. 그러나 다만 여래께서 겁을 머무르게 하여 살아 계신다면 나도 겁을 머무르게 할 수 있소. 그러나 지금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오. 중생들은 수명이 매우 짧소. 또 나도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참아 뵈올 수 없소. 그리고 내 몸의 고통이 너무 심해 열반에 들고만 싶소.”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당신은 잠깐 기다리시오. 내가 먼저 열반에 들겠소.”
모옥갈라아나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샤아리푸트라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지금 열반에 들고 싶나이다. 원컨대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샤아리푸트라는 두 번 세 번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저는 열반에 들고 싶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한 겁을 머무르게 하여 한 겁을 더 지내지 않는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저는 친히 세존께 들었삽고 또 친히 스스로 받들었나이다. ‘중생들은 받은 목숨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도 백년을 지나지 못한다. 중생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고. 만일 여래께서 한 겁 동안 목숨을 머무르게 하신다면 저도 한 겁 동안 목숨을 머무르게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샤아리푸트라의 말과 같이 중생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의논할 것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과거의 먼 아승지 겁에 선념서원 여래(善念誓願如來),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다. 그 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八만세로서 중간에서 일찍 죽는 이가 없었다.
그 선념서원 여래께서는 성불할 때에 그 날로 한량이 없는 부처를 화(化)해 만들고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켰는데, 三승(乘)의 행에 있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는 이도 있고, 다시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켜 네 성받이 집에 있는 이도 있었으며, 다시 한량이 없는 중생을 성취시켜 네 천왕궁, 야마천,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 범가이천, 욕계천, 색계천, 무색계천에 있게 하고는 바로 그 날로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셨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중생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고 말하였다. 그대는 또 ‘여래가 한 겁 을 머무르게 하여 한 겁 동안을 지내신다면 나도 한 겁을 머무르게 하여 한 겁 동안을 지낼 것이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중생은 여래 수명의 길고 짧은 것을 알지 못한다. 샤아리푸트라야, 알아야 한다. 여래에게는 네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다. 그것은 소승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세계의 불가사의와 중생의 불가사의와 용(龍)의 불가사의와 불토 경계(佛土境界)의 불가사의이다. 샤아리푸트라야,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불가사의이니라.”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불가사의가 있나이다. 세계, 중생, 용궁, 불토는 실로 불가사의하나이다. 그러하온데 저에게는 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한 겁도 머무르게 하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나이다. 또 여러 하늘들이 저에게 말하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지 않는다. 나이 八十이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시리라’고. 저는 지금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참아 뵈올 수 없나이다. 또 저는 친히 여래에게서 이런 말씀을 들었나이다.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여러 부처님의 그 우두머리 제자가 먼저 열반에 든 뒤에 부처님도 열반에 드신다. 또 최후의 제자가 먼저 열반에 든 뒤에 오래지 않아 세존도 열반에 드실 것이다’고.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샤아리푸트라는 곧 여래 앞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첫째 선정에 들었다.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허공 경계, 의식 경계,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아주 사라진 선정에 들었다.
다시 아주 사라진 선정에서 일어나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 들고, 생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에서 일어나 아무 것도 없는 경계, 의식 경계, 허공 경계에 들고, 허공 경계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고,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첫째 선정에 들었다.
다시 첫째 선정에서 일어나 둘째 선정에 들고, 둘째 선정에서 일어나 셋째 선정에 들고, 셋째 선정에서 일어나 넷째 선정에 들었다.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넷째 선정에서 일어나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사자분신(獅子奮身) 삼매라 하는 것이다.”
여러 비구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처음 보는 일이다. 참으로 놀랍고 기이한 일이다.”
다시 찬탄하였다.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삼매에 드는 것이 저처럼 빠르다.”
샤아리푸트라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이내 떠났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의 뒤를 따랐다. 샤아리푸트라는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제각기 갈 데로 가시오.”
비구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샤아리푸트라님을 공양하고 싶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 두시오. 그것으로서 이미 공양은 끝났소. 내게는 사미가 있소. 그가 내게 공양할 것이오. 그대들은 제각기 돌아가 도로써 교화하기를 생각하고 범행을 잘 닦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소. 모처럼 나오시기 때문이요. 마치 우둠바라 꽃이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도 그와 같아 억 겁만 에야 한 번씩 나오시오. 또 사람의 몸을 받기도 어렵고 믿음을 성취하기도 어려우며 집을 나와 여래 법을 배우려 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행을 아주 없애기도 또한 어렵소. 애욕을 남김 없이 아주 없애면 그것은 영원히 사라진 열반이오.
지금 여기 여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이 있소.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모든 행은 덧없다.’ 이것은 첫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오. ‘모든 행은 괴롭다.’ 이것은 둘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오. ‘모든 행은 <나>가 없다.’ 이것은 셋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오. ‘열반은 영원히 고요한 것이다.’ 이것은 넷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오. 여러분, 이것이 네 가지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오.
이 때에 비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샤아리푸트라님의 열반하심은 어이 이다지 빠른가.”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치시오, 여러분. 부디 근심하지 마시오. 변하고 바뀌는 법은 아무리 변하고 바뀌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되지 않는 것이오. 저 수미산도 덧없는 변이 있거든 하물며 겨자씨 같은 몸을 가진 이 샤아리푸트라가 어떻게 그 근심을 면하겠소. 여래의 금강 같은 몸으로도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겠거늘 하물며 내 몸이겠소. 그러므로 그대들은 각각 법다운 행을 닦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절에 돌아가 가사와 바루를 두고 대나무 동산을 나가 출생지인 본 고장을 향해 떠났다. 그는 걸식하면서 차츰 마수국에 이르렀다. 그는 출생지 마수국의 본 고장에서 노닐다가 병을 만나 고통이 심하였다. 때에 그에게는 오직 균두(均頭) 사미가 있어 그를 보살폈는데 우선 더러운 것을 받아 치우고 깨끗한 것을 이바지하였다.
이 때에 제석천왕은 샤아리푸트라의 심정을 알았다. 그는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三十三천에서 내려와 샤아리푸트라의 절에 나타났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다시 두 손으로 샤아리푸트라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 성명을 일컫고 말하였다.
“나는 제석천왕입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유쾌하오, 제석천왕이여. 수명이 무궁하시오.”
“나는 지금 존자 샤아리푸트라님께 공양하려 합니다.”
“그만 두시오, 제석천왕이여. 그로써 공양은 끝났소. 모든 하늘이 청정하고 아수라와 용과 귀신과 하늘 무리들이 다 청정하오. 내게는 사미가 있어 넉넉히 심부름할 것이오.”
제석천왕은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업을 짓고 싶습니다. 내 소원을 거절하지 마소서. 나는 지금 존자 샤아리푸트라님께 공양하려 합니다.”
샤아리푸트라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제석천왕은 몸소 똥을 받으면서 괴로움을 꺼려하지 않았다.
샤아리푸트라는 그 밤으로 열반에 들었다. 그 때에 땅덩이는 여섯 번 진동하면서 큰 소리를 내고 하늘 꽃은 비처럼 내리며 온갖 하늘 풍류를 아뢰고 모든 하늘은 허공을 막았다. 신묘한 하늘들은 쿠무다 꽃을 뿌리고 혹은 찬다나의 가루향을 그 위에 뿌렸다.
샤아리푸트라가 열반에 들자, 하늘들은 허공에서 슬피 울고 부르짖으면서 어쩔 줄을 몰랐고, 허공의 욕심 세계 하늘, 형상 세계 하늘, 무형 세계 하늘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마치 봄날의 실비가 부드럽게 내리는 것처럼, 그 때도 그러하여 지금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의 열반은 어이 이다지 빠른가고 하였다.
그 때에 제석천왕은 온갖 향을 모두 모아 존자 샤아리푸트라의 몸을 화장하고 갖가지로 공양한 뒤에 그 사리와 가사와 바루를 거두어 균두 사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네 스승님의 사리와 가사와 바루다. 가져가 세존께 올려라. 그리고 이런 사실은 세존께 갖추 사뢰고 만일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곧 그대로 받들어 행하라.”
균두는
“그리하겠나이다, 제석천왕님.”하고 대답하고 가사와 바루와 사리를 가지고 아아난다에게 가서 아뢰었다.
“내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사리와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와서 세존께 올리려 하나이다.”
아아난다는 그것을 보고 곧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말하였다.
“너도 오너라. 세존께 같이 가서 이 사실을 사뢰고 만일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아아난다는 균두 사미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이 균두 사미가 저에게 와서 말하였나이다. ‘내 스승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올리려 하나이다’고. 저는 지금 마음이 괴롭고 정신이 아찔하여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겠나이다.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매 못내 마음이 아프고 슬퍼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아난다야.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계율과 몸으로 반열반하였는가.”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떠냐, 아아난다야.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계율의 몸, 선정의 몸, 지혜의 몸, 해탈의 몸, 해탈지견의 몸으로 반열반하였는가.”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계율의 몸, 선정의 몸, 지혜의 몸, 해탈의 몸, 해탈지견의 몸으로 반열반하지 않았나이다. 다만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항상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좋아해 만족할 줄을 몰랐고, 비구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를 만족할 줄을 몰랐나이다. 저는 지금 샤아리푸트라님의 그 너무나 많은 깊은 은혜를 생각하고 슬퍼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아난다야. 근심하지 말라. 덧없는 것을 언제나 있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될 수 없다.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냐, 아아난다야.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 열반하시지 않았느냐. 마치 심지어 기름이 다하면 등불은 곧 꺼지는 것처럼 보장(寶藏), 정광(錠光) 여래로부터 지금의 일곱 부처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와 같이 벽지불로서 심제(心諦), 고칭(高稱), 원문(遠聞), 니차우니, 반차가라, 우반가라 등 그러한 벽지불도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이 겁의 처음에 큰 나라 성왕의 이름을 선열마 하제바라 하였다. 그런 전륜성왕은 지금 어디 있느냐.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 있나니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그 고요함 제일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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