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증일아함경 제20권

다르마 러브 2012. 7. 16. 22:20

 

증일아함경 제 二十권

 

제 二十八 성문품(聲聞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큰 五백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네 사람의 큰 성문(聲聞)들은 한 곳에 모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다 같이 이 라아자그리하를 살펴보자. 누가 부처님과 법과 중을 공양 않고 받들지 않아 공덕을 짓지 않는가. 본래부터 마음이 없는 이는 권해서, 여래와 법과 중과 존자 모옥갈라아나와 존자 카아샤파와 존자 아니룻다와 존자 핀돌라를 믿게 하자.

그 때에 바드리카[跋提]라는 장자는 재물과 보배가 헤아릴 수 없었고, 금, 은, 보배, 자거, 마노, 진주, 호박과 코끼리, 말, 수레, 노비, 하인들도 모두 다 풍족하였다.

그러나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부처와 법과 중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털끝 만한 선행도 없으며 독실한 믿음도 없기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고 새 복은 짓지 않고 항상 삿된 소견을 가지고 있었다. 즉 ‘보시도 없고 복도 없으며 받는 사람도 없고 이승, 저승의 선, 악의 갚음도 없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그는 일곱 겹 문이 있고 문마다 지키는 이가 있어 거지를 문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다섯 뜰에는 쇠 그물을 쳐 새가 들어와 앉지 못하게 하였다.

그 장자에게는 난다라는 누이가 있었다. 그는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공덕의 뿌리를 심지 않기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고 새 복은 짓지 않지 않았다. 그도 삿된 소견을 가져 ‘보시도 없고 복도 없으며 받는 사람도 없고 이승, 저승의 선, 악의 갚음도 없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생각하였다.

난다의 집 문은 일곱 겹이었고 문마다 지키는 이가 있어 거지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 쇠 그물을 그 위에 덮어 새까지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 성문들은 이것을 관찰하고 ‘우리는 오늘 저 난다로 하여금 부처와 법과 중을 독실히 믿게 하자’고 의논하였다.

그 때에 바드리카 장자는 아침에 떡을 먹고 있었다. 존자 아니룻다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에서 솟아올라 장자를 향해 바루를 내 밀었다. 장자는 매우 아까웠지마는 떡을 조금 떼어 아니룻다 바루에 던졌다. 아니룻다는 떡을 얻어 가지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 때에 장자는 화를 내어 문지기를 꾸짖었다.

“아무도 문안에 들여놓지 말라고 일렀는데 왜 사람을 들여놓았는가.”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도인이 어디로 해서 들어왔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장자는 잠자코 말하지 않았다. 장자는 떡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고기를 먹고 있었다. 존자 마하아 카아샤파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에서 솟아 나와 장자를 향해 바루를 내밀었다. 장자는 못내 아까웠으나 고기를 조금 떼어 주었다. 카아샤파는 고기를 얻어 가지고 거기서 사라져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 때에 장자는 더욱 화를 내어 문지기를 꾸짖었다.

“너는 아까도 사람을 들여놓지 말라고 일렀는데, 왜 두 사문을 들여놓아 걸식하게 하였느냐.”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 사문이 어디로 들어 왔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장자는 중얼거렸다.

“저 까까 대가리 사문은 요술을 부려 세상을 속일 뿐이요, 바른 행이 없구나.”

그 때에 장자 아내는 장자에게서 멀리 않은 곳에 앉아 이 광경을 보았다. 그런데 그 장자의 아내는 칫타 장자의 누이동생으로서 마사 산에서 데리고 온 여자였다. 그 아내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입을 조심해요. ‘사문은 요술을 배운다’고 비방하지 마십시오. 사문들은 큰 위신이 있소. 그분들이 우리 집에 온 것은 우리에게 이익이 많을 것입니다. 당신은 아까 먼저 온 그 비구를 아십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모르오.”

“당신은 혹 카필라바스투의 곡정왕(斛淨王)의 아들 아니룻다라는 사람을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그가 날 때에는 이 땅덩이가 여섯 번 진동하였고 집을 둘러싼 한 요오자 이내에 있던 보배 갈무리들은 모두 저절로 드러났었습니다.”

“나는 아니룻다라는 말만 들었지 보지는 못하였소.”

아내는 말하였다.

“그는 귀족의 아들로서 집을 버리고 나와 도를 배우면서, 범행을 닦아 아라한이 되어 하늘 눈으로는 제일이어서 그보다 나은 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래께서도 ‘내 제자로서 하늘 눈의 제일은 바로 아니룻다 비구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둘째 번에 들어온 비구는 아십니까.”

“나는 모르오.”

아내는 말하였다.

“당신은 혹 이 라아자그리하 안에 사는 카필라라는 범지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헤아릴 수 없으며 九백 九十九마리 소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소.”

“나는 그 범지를 직접 보았소.”

“당신은 혹 그 범지의 아들로서 이름을 비파라야단나라 하는데 몸은 황금빛이요 그 아내 바타는 여자 중에서 뛰어나, 가령 자마금(紫磨金)을 그 앞에 갖다 놓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흰 것에 견주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까.”

“나는 그 범지의 아들 비파라야단나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아직 보지는 못하였소.”

아내는 말하였다.

“아까 그 뒤에 온 비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그와 같은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지금은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두타행을 행하는데, 두타행을 두루 갖춘 여러 사람 중에서도 그 카아샤파(비파라야단나) 보다 나은 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도 ‘내 제자 중에서 두타행으로 제일 가는 이는 바로 마하아 카아샤파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장자는 좋은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성현을 여기 와서 걸식하게 하였습니다. 나는 이런 뜻에서 ‘성현을 요술쟁이라고 비방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그들은 다 석가님의 제자로서 모두 큰 신력과 위덕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에 존자 마하아 모옥갈라아나는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허공에 올라 장자의 집으로 가서 그물을 부수어 떨어뜨리고 허공에서 가부하고 앉았다. 그 때에 바드리카 장자는 모옥갈라아나가 허공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워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하늘 사람이냐.”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 사람이 아니다.”

“너는 건달바냐.”

“나는 건달바도 아니다.”

“너는 귀신이냐.”

“나는 귀신도 아니다.”

“너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 나찰이냐.”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 나찰도 아니다.”

그 때에 바드리카 장자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하늘이냐 건달바냐

사람을 먹는 귀신 나찰이냐

너는 말하기를 하늘 아니요

또 저 사람 먹는 나찰 아니다.

 

지금 이 지방에서 노닐고 있는

너는 건달바도 닮지 않았다

이제 네 이름 그 무엇인지

나는 그것을 알고 싶구나.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나 건달바 아니요

나찰의 귀신 종류 아니다

세 세상 걸쳐 해탈을 얻어

지금 나는 이 사람 몸이다.

 

항복 받을 악마를 항복 받고는

마침내 위없는 큰 도를 이루신

그 스승 이름은 석가모니요

내 이름은 모옥갈라아나다.

 

그 때에 바드리카 장자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비구는 내게 무슨 부탁이 있는가.”

모옥갈라아나는 말하였다.

“나는 너를 위해 설법하려고 한다. 잘 명심하라.”

때에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 도사들은 언제고 음식에 집착해 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도 반드시 음식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내게 먹을 것을 청한다면 나는 없다고 말하리라’고.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장자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는 두 가지의 보시를 말하신다

법의 보시와 또 재물의 보시를

이제 나는 너에게 법의 보시 말하리니

마음과 뜻을 다해 바로 들어라.

 

“이 때에 장자는 법의 보시를 말하리라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원컨대 곧 연설하라. 들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모옥갈라아나는 말하였다.

“장자여, 알라.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말씀하셨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생각해 수행하라.”

장자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모옥갈라아나가 아까는 법의 보시를 말하겠다 하더니 이제는 다섯 가지 큰 보시가 있다고 말한다.’

모옥갈라아나는 장자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가지 큰 보시를 말씀하신다. 이른바 법의 보시와 재물의 보시다. 나는 이제 법의 보시를 말하고 재물 보시는 말하지 않으리라.”

장자는 말하였다.

“다섯 가지 큰 보시란 무엇인가.”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첫째는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은 큰 보시다. 장자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라. 둘째는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은 큰 보시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라. 다음에는 음행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말고 술 마시지 않는 것이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라.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큰 보시니 언제나 생각하고 닦아 행해야 하느니라.”

바드리카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은 참으로 훌륭하다. 지금 연설한 것에는 보물이 필요 없다. 지금의 나 같으면 살생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을 받들어 행할 수 있다. 또 우리 집에는 재물과 보배가 많으므로 도둑질하지 않으니 그것은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 집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많으므로 남의 여자를 관계하지 않으니,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늘 어떻게 내 스스로 하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나는 지금 술을 생각지도 않거늘 하물며 스스로 마시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고.

이에 장자는 말하였다.

“그 다섯 가지 보시를 나는 다 받들어 행할 수 있습니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모옥갈라아나에게 밥을 주리라’고. 장자는 머리를 들어 모옥갈라아나를 우러러보고 말하였다.

“굽어 살펴 여기 내려와 앉으십시오.”

모옥갈라아나는 그의 말을 따라 내려와 앉았다.

때에 바드리카 장자는 몸소 갖가지 음식을 차려 모옥갈라아나에게 주었다. 공양이 끝나자 깨끗한 물을 돌리고 장자는 생각하였다. ‘베자치 한 끝을 가져다 모옥갈라아나에게 바치리라’고. 그는 창고에 들어가 흰 천을 가릴 때 나쁜 것을 취하려 하다가 좋은 것을 가리고 좋은 것을 가렸다가는 이내 버리고 다시 제가 좋아하는 본래 것을 취하고, 그것을 버리고는 다시 다른 것을 취했다. 이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장자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시의 마음과 둘이 싸우네

그대는 보시의 공덕 버리는구나

보시할 때는 싸울 때가 아니다

그 마음 따라 곧 보시하라.

 

그 때에 장자는 생각하였다. ‘지금 모옥갈라아나는 내 마음을 안다’하고 곧 흰 천을 가져다 바쳤다.

모옥갈라아나는 곧 다음 게송으로 그를 축원하였다.

 

보시를 생각하는 것 훌륭하지만

거룩한 사람이 있다고 아는 것은

보시 가운데서 가장 제일 되나니

좋은 밭에 과일이 나기 때문이니라.

 

모옥갈라아나는 이 축원을 마치고 그 흰 천을 받음으로써 장자로 하여금 끝없는 복을 받게 하였다.

장자는 한쪽에 앉았다. 모옥갈라아나는 그를 위해 묘한 논(論)을 설법하였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였다. 그리고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괴로움, 그 원인, 그것의 사라짐, 그것이 사라지는 길을 설명하였다.

때에 모옥갈라아나가 그를 위해 이렇게 설법하자,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아주 깨끗한 옷은 빛깔에 쉽게 물드는 것처럼, 바드리카 장자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이내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을 얻고 법을 보아 조금도 의심이 없었으며,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부처님과 법과 중에 귀의하였다.

모옹갈라아나는 장자의 법의 눈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그 근본 모두 갖추었나니

눈이 깨끗해 더러운 티가 없고

의심도 없고 망설임도 없어라.

 

바드리카 장자는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네 가지 무리와 함께 항상 내 공양을 받아 주소서.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 등을 이바지하되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장자를 위해 설법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존자 마하아 카아샤파와 존자 아니룻다는 존자 핀돌라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이제 바드리카 장자를 제도하였소. 이제는 그대가 저 늙은이 난다에게 가 보시오.”

“그 일이 매우 좋소.”

그 때에 난다 늙은이는 젖떡을 만들고 있었다.

존자 핀돌라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차 난다 늙은이 집으로 가서 땅 속에서 솟아나, 손에 든 바루를 내밀고 난다에게 먹을 것을 청하였다. 늙은이는 핀돌라를 보자, 벌컥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비구여, 알라. 네 눈깔이 빠지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그 때에 핀돌라는 삼매에 들어 두 눈을 빼 내었다. 난다는 더욱 화를 내어 욕하였다.

“너 사문이 공중에 거꾸로 달리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존자 핀돌라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공중에서 거꾸로 달렸다. 때에 난다 늙은이는 더욱 화를 내어 욕하였다.

“너 사문의 온 몸에서 연기가 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핀돌라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온 몸에서 연기를 내었다.

늙은이는 그것을 보고 더욱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 사문의 온 몸이 타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핀돌라는 곧 삼매에 들어 온 몸을 다 태웠다. 늙은이는 그것을 보고 다시 말하였다.

“너 사문의 온 몸에서 물을 내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핀돌라는 다시 신통의 힘으로 온 몸에서 물을 내었다. 늙은이는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너 사문이 내 앞에서 죽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존자 핀돌라는 곧 <아주 사라진 선정[滅盡定]>에 들어 나오는 숨이 없이 늙은이 앞에서 죽었다. 늙은이는 들고 나오는 숨길이 없는 것을 보고 곧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일어서면서 중얼거렸다.

‘이 석씨의 아들 사문은 많이 알려졌고 국왕의 존경을 받는다. 만이리 우리 집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나면 반드시 관청에 걸려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 중얼거렸다.

‘만일 이 사문이 도로 살아난다면 나는 그에게 밥을 주련만·····.’

때에 핀돌라는 곧 삼매에서 깨어났다. 늙은이 난다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작은 것을 세로 만들어 주리라.’고. 늙은이는 반죽을 조금 떼어 떡을 만들었다. 떡은 그만 더 커졌다. 늙은이는 그것을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작은 것을 새로 만들자’고. 그러나 떡은 더욱 커졌다. ‘먼저 만든 것을 가져다주자’하고 먼저 것을 집었다. 그러나 여러 떡은 모두 붙어 있었다. 늙은이는 핀돌라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먹고 싶으면 먹지, 왜 이처럼 못 견디게 구는가.”

핀돌라는 말하였다.

“누이여, 알라, 나는 먹는 것이 필요 없다. 다만 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뿐이다.”

“비구여, 무슨 부탁이 있는가.”

핀돌라는 대답하였다.

“늙은이여, 알라. 우리는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세존님께 가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분부가 계시면 우리는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그거 좋은 일이다.”

그 때에 늙은이는 몸소 그 떡을 들고 존자 핀돌라 뒤를 따라 세존께 나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섰다. 존자 핀돌라는 세존께 사뢰었다.

“이 늙은이 난다는 바드리카 장자의 누이이옵니다.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혼자 먹으면서 남에게 주기를 즐겨 하지 않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독실히 믿는 법을 말씀하시어 깨우쳐 주소서.”

세존께서는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여래와 비구 중에게 돌려라.”

난다는 곧 그것을 여래와 비구 중에게 바쳤다. 그래도 떡은 남았다. 난다는 사뢰었다.

“아직 떡이 남았나이다.”

“부처님과 비구 중에게 다시 돌려라.”

난다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다시 그 떡을 부처님과 비구 중에게 돌렸다. 그래도 떡은 남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떡을 가지고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에게 주라.”

그런데 여전히 떡은 남았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 저 가난한 이들에게 주라.”

그래도 떡은 남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 깨끗한 땅이나 또는 깨끗한 물에 버려라. 왜 그러냐 하면,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를 제하고는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하늘 및 사람으로서도 이 떡을 소화할 이를 나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리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난다는 곧 그 떡을 가져다 깨끗한 물에 버렸다. 그러자 곧 불꽃이 일어났다. 난다는 그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였다. 이른바 논(論)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고, 탐욕을 깨끗하지 못하고 번뇌는 더러운 것이므로 집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하셨다.

세존께서는 난다의 마음이 풀린 것을 보시고, 다시 모든 부처님이 항상 설명하시는 법,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늙은이는 곧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흰 천은 빛깔에 물들기 쉬운 것처럼 난다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법을 얻고 법을 이루어 아무 의심이 없고 이미 망설임을 떠나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세 분 거룩한 이를 받들어 섬기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졌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거듭 설법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 때에 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부터 네 가지 무리들은 저의 집에서 보시를 받게 하소서. 지금부터는 늘 보시를 행하고 온갖 공덕을 닦으며, 여러 성현들을 받들겠나이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바드리카 장자와 그 누이 난다에게 우바가니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는 아자아타샤트루 왕과 어려서부터 사귀어 매우 친한 사이었다. 그 때에 우바가니 장자는 농사를 짓고 있다가 그 형 바드리카와 누이 난다가 여래의 법의 교화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이렛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는 농사일을 마치고 라아자그리하로 돌아가던 도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세존께 갔다가 다음에 집에 가리라’고.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저의 형 바드리카와 누이 난다는 여래의 교화를 받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지금 바드리카와 난다는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온갖 착한 법을 닦는다.”

“저희 집 안은 큰 이익을 얻었나이다.”

“그렇다 장자야. 네 말과 같다. 지금 너의 형과 누이는 매우 큰 이익을 얻었고, 후세의 복을 심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장자는 그것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는 아자아타샤트루 왕에게 나아가 한쪽에 앉았다. 왕은 장자에게 물었다.

“너의 형과 누이는 여래의 교화를 받았다는데···.”

“그러하나이다, 대왕이시여.”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성안에 영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부처님을 섬기는 집에는 세금을 받지 말고 또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은 마중하고 배웅하라. 왜 그러냐 하면 그들은 다 도법으로서의 내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갖가지 음식을 내어 장자에게 주었다. 장자는 갑자기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우바새의 법으로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하는가를 세존께 듣지 못하였다. 나는 먼저 세존께 나아가 그 법을 여쭈어 본 뒤에 먹으리라’고.

그 때에 장자는 좌우의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내 말로 세존께 나아가서 ‘우바가니 장자는 세존께 여쭙나이다. 대개 현자의 법으로서는 몇 가지 계율을 가져야 하며 몇 가지 계율을 범하면 청신사가 아니옵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하나이까’고 사뢰어라.”

그는 장자의 부탁을 받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장자의 이름으로 세존께 사뢰었다.

“대개 청신사의 법은 몇 가지 계율을 가져야 하고 몇 가지 계율을 범하면 우바새가 아니옵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알라. 음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친근해야 할 것이 있고 친근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두 종류인가. 만일 친근해 먹어 착하지 않는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것은 친근하지 않아야 할 음식이요, 만일 그 음식을 먹어 착한 법은 늘어나고 나쁜 법이 줄어들면 그것은 친근할 만한 음식이다. 장에도 또한 두 종류가 있다. 만일 장을 먹어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것은 친근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장을 먹어 착하지 않은 법은 줄어들고 착한 법에 이익이 있으면 그것은 친근해야 하느니라.

또 청신사의 법의 계율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계율, 두 가지 계율, 세 가지 계율, 네 가지 계율 내지 다섯 가지 계율을 가질 수 있으면 다 가져야 하고 또 능히 가질 수 있다는 이에게는 두 번, 세 번 물어서 가지게 하라. 만일 청신사로서 한가지 계율을 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날 것이다. 또 만일 청신사로서 한 가지 계율만이라도 받들어 가지면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니, 더구나 둘, 셋, 넷, 다섯 가지 계율이겠는가.”

그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가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는 우바새들에게 다섯 가지 계율과 세 가지 귀의를 줄 것을 비구에게 허락한다. 만일 비구로서 청신사, 청신녀에게 계율을 주려고 할 때에는 팔을 드러내어 합장시키고 자기 성명을 일컫게 한 뒤에 ‘부처님과 법과 중에게 귀의하나이다’고 두 번 세 번 부르게 한다. 즉 자기 성명을 일컫고 ‘부처님과 법과 중에게 귀의하나이다’ 다시 스스로 일컬어 ‘나는 이제 이미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게 귀의하였나이다’라고 부르게 한다.

그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최초로 五백 명 장사꾼에게 세 가지 귀의를 받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 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느니라.

만일 한 가지 계율을 가지면 다른 네 가지 계율을 봉(封)하고 두 가지 계율을 받으면 다른 세 가지 계율을 봉하며 세 가지 계율을 받으면 다른 두 가지 계율을 봉하고 네 가지 계율을 받으면 다른 한 가지 계율을 봉하며 만일 다섯 가지 계율을 받으면 모두 두루 갖추어 가져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해와 달에는 네 가지 그늘이 있어 광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떤 네 가지인가. 첫째는 구름이요. 둘째는 티끌이며, 셋째는 연기요. 넷째는 아수라다. 그것들은 해와 달을 가려 광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그늘이 있어 해와 달의 광명을 놓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네 가지 번뇌가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어 열리지 못하게 한다. 어떤 네 가지인가. 첫째는 탐욕의 번뇌이니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덮어 열리지 못하게 한다. 둘째는 성냄이요, 셋째는 어리석음이며, 넷째는 이끗[利養]이니, 이것들은 사람의 마음을 덮어 열리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번뇌가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어 열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방편을 구해 이 네 가지 번뇌를 없애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알라비이 사당 곁에 계셨다. 그 때는 한 겨울이어서 나뭇잎은 모두 말라 떨어졌다.

그 때에 핫타카 장자 아들은 성을 나와 밖에서 거닐다가 차츰 세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동자야, 기분 좋게 잤다.”

“지금은 한창 추운 때라 만물이 모두 시들어 떨어졌나이다. 더구나 세존께서는 풀 자리를 쓰시고 입으신 옷은 매우 얇나이다. 그러하온데 어떻게 잘 주무셨다고 말씀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야, 자세히 들으라. 나는 이제 네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어떤 장자가 집을 굳게 단속해 바람이나 먼지가 없고, 방안에는 짐승 가죽과 비단으로 된 침구가 있어 아무 불편이 없으며 미녀 넷이 있어 얼굴은 단정하고 낯은 도화 같으며 세상에 드물어 아무리 보아도 싫증 나지 않고 또 등불이 켜져 있다면 그 장자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겠는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좋은 침구가 있으면 유쾌히 잘 수 있겠나이다.”

“어떠냐 동자야, 그는 유쾌히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때때로 탐욕이 일어나면 그 탐욕으로 말미암아 잘 잘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에게 탐욕이 일어나면 잘 잘 수 없을 것이옵니다.”

“지금 내게는 그런 탐욕이 아주 다해 남음이 없고, 근본이 없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떠냐 동자야. 만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나도 잘 잘 수 있겠는가.”

“잘 잘 수 없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 세 가지 독(毒)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지금 여래에게는 그런 마음이 아주 다해 남음이 없고 또 그 뿌리도 없느니라. 동자야, 알라. 나는 지금 네 가지 자리를 설명하리라. 어떤 네 가지인가. 낮은 자리, 하늘 자리, 범(梵) 자리, 부처 자리가 있다.

동자야, 알라. 낮은 자리란 전륜성왕의 자리요, 하늘 자리란 제석천왕의 자리요, 범 자리란 범천왕의 자리요, 부처 자리란 네 가지 진리의 자리니라.

또 낮은 자리란 수다원으로 향하는 자리요, 하늘 자리란 수다원을 얻은 자리며, 범 자리란 사다함으로 향하는 자리요, 부처 자리란 네 가지 뜻을 그친 자리니라. 또 낮은 자리란 사다함을 얻은 자리요, 하늘 자리란 아나함으로 향하는 자리며, 범 자리란 아나함을 얻은 자리요, 부처 자리란 네 가지 평등한 자리니라.

또 낮은 자리란 욕심 세계의 자리요, 하늘 자리란 형상 세계의 자리며, 범 자리란 무형 세계의 자리요, 부처 자리란 네 가지 신통의 자리니라.

그러므로 동자야, 여래는 네 가지 신통 자리에 누워 유쾌하게 잘 자게 되었고, 거기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세 가지 독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았다.

그러므로 동자야, 나는 이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여래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때에 동자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서로 뵈온 지 얼마나 오래던가

범지는 그 동안에 반열반하여

여래의 힘을 얻음으로써

자나깨나 언제나 열반에 드네.

 

낮은 자리와 하늘 자리와

범 자리와 부처 자리를

여래는 모두 분별하나니

그러므로 그는 잘 자게 되었구나.

 

사람 중의 높은 이께 귀의하옵고

사람 중의 어른에게 귀의하옵네

그래도 나는 아직 알 수 없나니

그 어떤 선정을 의지하리까.

 

동자가 이렇게 말하자 세존께서는 옳다 하셨다. 동자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옳다 하셨다. 나는 얼마나 기쁜지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그 때에 동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깃자쿠우타 산에서 큰 五백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깃자쿠우타 산으로 내려가시어 녹두(鹿頭) 범지를 데리고 점점 걸어 대외(大畏) 묘지로 가셨다.

때에 세존께서는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범지야. 너는 지금 별점에 밝고 또 의술을 겸하여 온갖 병을 고치고 저승길을 날며 또 사람들의 죽은 인연을 잘 안다. 나는 지금 너에게 묻는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두개골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또 어떤 병으로 목숨을 마쳤는가.”

범지는 곧 두개골을 들고 이리 저리 관찰하다가 손으로 때리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것은 남자의 두개골이요, 여자는 아닙니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이것은 남자요 여자가 아니다.”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사뢰었다.

“이것은 온갖 병이 함께 생겨 뼈골을 앓다가 죽었나이다.”

“어떤 약이면 나았겠는가.”

“하리타키이 열매에 꿀을 섞어 먹었으면 그 병은 낳았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다. 네 말과 같다. 만일 이 사람이 그 약을 먹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지금 여기서 죽어 어디 태어났겠는가.”

범지는 다시 두개골을 잡아 치면서 사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났나이다. 좋은 곳에 나지 않았나이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세 갈래 나쁜 길에 났다. 좋은 곳에 나지 않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것은 여자 두개골이옵니다.”

“어떤 병으로 목숨을 마쳤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말하였다.

“이 여자는 아기를 배었다가 목숨을 마쳤나이다.”

“왜 아기를 배었다가 죽었는가.”

“이 여자는 낳을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기를 낳다가 죽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러면 그는 그때에 어떤 약이면 나았었겠는가.”

“그런 병자는 좋은 소나 제호를 먹으면 곧 나았겠나이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지금 이 여자는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는가.”

“이 여자는 여기서 죽어 축생 속에 태어났나이다.”

“좋고 좋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것은 남자 두개골이옵니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병으로 죽었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설사를 만나 죽었나이다.”

“그런 병은 무슨 약으로 고치는가.”

“사흘 동안 양식을 끊고 먹지 않으면 곧 나을 것입니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 때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사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아귀로 태어났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물에 집착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것은 여자 두개골이옵니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아기를 낳다가 죽었나이다.”

“왜 아기를 낳다가 죽었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여자는 기운이 빠지고 굶주려 죽었나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사람으로 태어났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대개 굶주려 죽은 사람은 좋은 곳에 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다. 그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난다는 것은 그럴 이치가 있는 것이다.”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계율을 완전히 가지고 죽었나이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이 여자는 계율을 완전히 가지고 목숨을 마쳤다. 왜 그러냐 하면, 대개 남자나 여자로서 계율을 완전히 가진 이는 목숨을 마칠 때에는 반드시 천상이나 인간의 두 길에 나는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것은 남자 두개골이옵니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병은 없었고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나이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다.”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천상의 좋은 곳에 났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구나.”

“어찌하여 앞뒤가 맞지 않나이까.”

“어떤 남, 녀거나 남의 해침을 입어 목숨을 마친 사람은 다 세 갈래 나쁜 길에 나는데, 너는 어째서 천상의 좋은 곳에 났다고 하는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사람은 다섯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갖고 열 가지 선행을 겸해 행했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몇 가지 계율을 가지고 목숨을 마쳤는가.”

범지는 전일한 마음으로 다른 생각이 없이 손으로 치면서 사뢰었다.

“한 가지 계율을 가졌던가, 안 가졌던가. 둘, 셋, 넷, 다섯이던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 사람은 여덟 가지 재법을 가지고 목숨을 마쳤나이다.”

“좋고 좋다. 네 말과 같다. 여덟 가지 재를 가지고 목숨을 마쳤느니라.”

그 때에 동방 경계의 보향산(普香山) 남쪽에 살던 우타연[優陀延]이라는 비구는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다.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거기 가서 그 두개골을 가져다 범지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저도 이 두개골을 살펴 보오매 원래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이옵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저는 이 두 개골을 관찰하오매 산 것도 볼 수 없고 죽은 것도 볼 수 없으며 또한 그 정신이 돌아다니는 것도 볼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그 까닭은 八방과 상, 하를 두루 살펴보아도 전연 소리가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알 수 없나이다. 이것은 누구 두개골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범지야. 너는 끝내 그것이 누구의 두개골인지 모를 것이다. 너는 알아야 한다. 그 두개골은 마지막도 없고 처음도 없으며 또 나고 죽음도 없고 八방이나 상, 하의 갈 곳도 없다. 이것은 동방 경계의 보향산 남쪽에 살던 우타연 비구가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한 것으로서 아라한의 두개골이다.”

그 때에 범지는 이 말을 듣고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개미 새끼를 보고 어디서 온 줄을 다 알고 새나 짐승 소리를 들으면 곧 그것이 수컷인가 암컷인가를 능히 분별해 아나이다. 그러나 이제 이 아라한을 보고는 전연 소견이 나지 않나이다. 오는 곳도 볼 수 없고 가는 곳도 볼 수 없나이다. 여래의 바른 법은 참으로 특별하고 기이하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신령스런 입에서 나오고, 이 아라한은 경법(經法)에서 나오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입에서 나온다. 어떤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악마나 혹은 악마 하늘도 마침내 아라한이 가는 곳은 알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범지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는 아흔 여섯 가지 도(道)의 나아가는 곳은 다 알지마는 여래 법의 나아가는 곳은 분별할 수 없나이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도 그 도에 들어갈 수 있나이까.”

“착하다 범지야, 범행을 잘 닦아라. 아무도 너의 나아가는 곳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때에 범지는 곧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 한적한 곳에서 도술을 생각하였다. 이른바 선남자로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세 가지 옷을 입는 것은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아는데 있다’고. 그래서 그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녹두 범지는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이제 아라한의 행과 닦아야 할 법을 알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아라한의 행을 알았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네 가지 요소가 있나이다. 어떤 네 가지인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이니 여래님,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요소이옵니다. 사람이 죽으면 땅의 요소는 땅으로 돌아가고 물의 요소는 물로 돌아가며, 불의 요소는 불로 돌아가고 바람의 요소는 바람으로 돌아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야, 또 몇 가지 요소가 있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실제로는 네 가지 요소가 있고 이치로는 여덟 가지 요소가 있나이다.”

“어떤 네 가지 요소와 이치의 여덟 가지 요소가 있는가.”

“그 네 가지 요소란 땅, 물, 불, 바람이니 이것이 네 가지 요소입니다.”

“어떤 것이 이치의 여덟 가지 요소인가.”

“이른바 터럭, 손톱, 발톱, 이, 몸뚱이, 살갗, 힘줄, 뼈, 골, 뇌수, 창자, 위, 간, 쓸개, 지라, 콩팥이니 이것을 안의 땅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바깥의 땅의 요소인가.”

“모든 단단한 것이니 이것을 바깥의 땅의 요소라 하고 이것을 일러 두 가지 땅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물의 요소인가.”

“물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물의 요소와 바깥의 물의 요소입니다. 안의 물의 요소란 가래, 침, 눈물, 오줌, 피, 골수이니 이것이 안의 물의 요소입니다. 바깥의 모든 연하고 젖는 것은 바깥의 물의 요소이니 이것을 두 가지 물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불의 요소인가.”

“불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불의 요소와 바깥의 불의 요소입니다.”

“어떤 것이 안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음식물을 다 소화시켜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안의 불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바깥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바깥 물건의 뜨거운 것이니 이것을 바깥의 불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바람의 요소인가.”

“바람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바람의 요소와 바깥의 바람의 요소입니다. 신장 안의 바람, 눈 바람, 머리 바람, 내쉬는 숨바람, 들이쉬는 숨바람과 모든 뼈마디 사이의 바람이니 이것을 안의 바람의 요소라 하나이다.”

“어떤 것이 바깥의 바람의 요소인가.”

“이른바 가벼이 날리고 움직여 흔들며 빨리 달리는 물건이니 이것을 바깥의 바람의 요소라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두 가지 요소에 실제로는 넷이 있고 수로는 여덟이 있다’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이치를 관찰하고, 사람이 죽으면 네 가지 요소는 제각기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덧없는 법은 항상된 법과 나란히 있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땅의 요소에 안과 바깥의 두 가지가 있다. 안의 땅의 요소는 덧없어 변하고 바뀌는 법이지마는, 바깥의 땅의 요소는 항상 머물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땅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어 덧없음과 항상 됨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세 가지 요소도 그와 같아서 항상된 것과 항상 되지 않은 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녹두야, 여덟 가지가 있지마는 실지로는 네 가지가 있다. 녹두야, 이와 같이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에 녹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널리 설명할 네 가지 큰 이치가 있다. 어떤 네 가지인가. 이른바 계경(契經), 율(律), 아비다르마, 계율이니 이것을 네 가지라 한다.

비구여, 알라. 만일 어떤 비구가 동방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계율을 받들어 가지면서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계율을 받들어 갖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진실로 믿지 말고, 마땅히 그 비구를 붙들고 그 법을 따져 서로 변론해야 한다.

어떤 법을 따져 변론해야 하는가. 법을 따져 변론한다는 것은 이른바 널리 설명할 네 가지 법이니 즉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와 계율이다. 먼저 그 비구를 향해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고 법을 분별해야 한다.

만일 그가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고 법을 분별할 때에, 그 설명이 계경과 맞고 율과 법에 맞으면 곧 받들어 가질 것이요. 만일 그것이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에 맞지 않거든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그대는 알라. 그것은 여래의 말씀이 아니다. 그리고 그대의 말은 바른 경전의 근본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내가 지금 설명한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와는 전연 맞지 않기 때문이다’고.

계경이 맞지 않거든 다시 계행을 물어 보라. 만일 그것이 계행과 맞지 않거든 그에게 말하라. ‘이것은 여래의 본 뜻이 아니다’고. 그래서 곧 떼쳐 보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첫째이니라.

다시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비구가 남방에서 와서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진실로 믿지 말고, 그 비구를 붙들고 서로 변론해야 한다. 만일 그 비구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거든 마땅히 떼쳐 보내고, 만일 이치에 맞거든 그에게 대답하라. ‘그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바른 경의 근본은 아니다’고. 그래서 그 이치는 취하고 경책을 받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이치는 경을 해설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둘째이니라.

다시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비구가 서방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계율을 받들어 행하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고 하거든, 그 비구를 향해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를 설명하라. 그러나 그 비구가 문자만 이해하고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에게 이렇게 말하라. ‘우리는 이 말이 여래의 말씀인지 아닌지 분명히 모른다’고. 만일 그가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를 설명할 때에 문자만 이해하고 뜻은 이해하지 못하거든, 비록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좋다고 칭찬하지도 말고 나쁘다고도 말하지 말라. 그리고 계행을 물어 보아 이치에 맞거든 받들어 가져라. 왜 그러냐 하면 계행은 문자와는 맞지마는 그 뜻은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른바 이치를 연설하는 셋째이니라.

다시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비구가 북방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계율을 받들어 행하면서 ‘여러분, 의심이 있거든 곧 내게 와서 그 뜻을 물어라. 나는 설명하리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우지 말고, 그 비구에게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와 계율을 물어 보라. 그래서 서로 맞거든 곧 그 이치를 묻고 또 이치가 옳거든 그를 칭찬해 주라. ‘장하오 선비님, 그것은 진실로 여래의 말씀하신 이치와 어긋나지 않고, 계경과 율과 아비다르마와 계율에 맞다’고. 그리고 공양으로 그 비구를 대접하라.

왜 그러냐 하면, 여래는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법을 공양하는 이는 곧 나를 공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법을 본 이는 곧 나를 보는 것이다. 법이 있으면 곧 내가 있으며 법이 있으면 네 무리가 있고 법이 있으면 네 가지 성받이가 세상에 있다. 왜 그러냐 하면 법이 세상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이 현겁(賢劫)동안에 큰 위엄스런 왕이 세상에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네 가지 성받이가 세상에 있으니 곧 크샤트리야, 바라문, 공사, 거사종이다. 법이 있기 때문에 네 천왕과 도솔천, 야마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이 세상에 있다.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욕계천, 색계천, 무색계천이 세상에 있다.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벽지불과 불법이 세상에 나타났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법을 잘 공경하라. 그 비구가 그대들의 필요한 것을 때를 따라 이바지하고 공양하거든 그에게 이렇게 말하라. ‘착하고 착하다. 네 말과 같다. 그대가 오늘 말한 것은 바로 여래의 말씀이다’고.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널리 연설할 네 가지 큰 이치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은 마음과 뜻을 바로 잡아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되 실수가 없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이른 아침에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보배 깃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은 어디서 오시기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네 종류 군사를 모았소. 무슨 일이 있소.”

왕이 사뢰었다.

“지금 이 나라에 큰 도적이 일어났기에 어제 밤중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사로잡았나이다. 그래서 몸이 매우 피로해 궁으로 돌아가려 하다가 도중에서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여래께 먼저 가 뵈옵고 그 다음에 궁으로 돌아가자’고. 도적 때문에 자나깨나 편치 못하였더니, 지금은 도적을 쳐부순 공로가 있어 못내 기뻐 어쩔 줄 모르고 일부러 와서 뵈옵는 것이옵니다. 만일 어젯밤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도적을 잡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하오, 대왕이여. 대왕의 말과 같소. 왕은 알아야 하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소. 어떤 네 가지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소. 기름 소를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소. 쓴 약을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소, 살림살이와 혼인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소. 대왕이여, 이것이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오.”

왕은 사뢰었다.

“세존님 말씀은 참으로 옳나이다. 그런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나이다. 왜냐 하오면 나는 지금 그 네 가지 일을 손바닥의 구슬 보듯이 환히 보기 때문이옵니다. 그것은 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나이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설법을 듣고 사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하나이다.”

“형편대로 하시오.”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다.

어떤 네 가지인가. 법행을 닦기는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경문을 외우기는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선정을 닦기는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드나드는 숨길을 세기는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비구들이여, 이 네 가지 일을 행하기는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느니라.

또 만일 어떤 비루로서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그는 사문으로서 뒷날에 반드시 즐거운 갚음을 얻을 것이다. 어떤 네 가지인가.

만일 어떤 비구로서 이 법을 부지런히 닦아 탐욕의 나쁜 법을 버리고 기쁨과 편안함을 생각해 가지고 마음이 첫째 선정에 놀리면, 이것은 첫째 즐거움이다.

다시 머트러운 생각과 세밀한 관찰이 있고 안으로 기쁜 마음이 있으면서 알뜰한 마음으로 닦아 머트러운 생각과 세밀한 관찰은 없어지고 기쁨과 편안함을 생각해 가져 둘째 선정에 마음을 놀면, 이것은 사문의 둘째 즐거움이니라.

다시 아무런 생각도 없어지고 아무 것도 없는 데에 마음을 놀려, 언제나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깨달아 알고, 모든 성현의 바라는 바의 생각의 즐거움을 간직해 셋째 선정에 마음을 놀리면, 이것은 사문이 얻는 셋째 즐거움이니라.

다시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다하고 본래 있던 근심과 슬픔이 없어지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이 생각의 깨끗함을 간직하여 넷째 선정에 마음을 놀리면, 이것은 사문의 넷째 즐거움이니라.

다시 어떤 비구로서 이 먼저 괴로운 행을 행하여 뒤에 사문의 네 가지 즐거움의 갚음을 얻으면 세 가지 결박의 그물을 끊고 수다원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이루어 반드시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비구들이여, 만일 그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지면 사다함(斯陀含)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 번 왔다가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번뇌를 끊으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서 열반에 들어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느니라.

비구들이여,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면, 현재에서 진리를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즐거이 놀게 된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아느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그 비구가 먼저 괴로운 법을 닦아 뒤에 얻는 사문의 네 가지 결과의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하여 그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네 종류인가. 마찰라 꽃과 같은 사문이 있고 푼다리이카 꽃과 같은 사문이 있으며, 부드러운 사문이 있고 부드러운 중의 부드러운 사문이 있다.

어떤 이가 마찰라 꽃과 같은 사문인가. 혹 어떤 사람은 세 가지 번뇌를 끊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르되 몹시 드디어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나야 한다. 혹은 집집[家家]의 한 종류로서 마치 마찰라 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녁에 자라나는 것처럼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세 가지 번뇌가 이미 다하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르되 몹시 드디어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나야 한다. 그러나 만일 용맹스런 마음으로 방편을 구하는 사람이면 집집의 한 종류로서 곧 도를 이루게 된다. 이것을 마찰라 꽃과 같은 사문이라 하느니라.

어떤 이를 푼다리이카 꽃과 같은 사문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세 가지 번뇌가 이미 다하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 번 와서야 괴로움을 벗어난다. 그러나 만일 조금 더딘 이라면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을 벗어나지마는 만일 용맹스러운 이라면 거기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마치 푼다리이카 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물어서 시들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을 푼다리이카 꽃과 같은 사문이라 하느니라.

어떤 이를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번뇌를 끊고 아나함을 이루어 거기서 바로 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 이것을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느니라.

어떤 이를 부드러운 중의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번뇌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세에서 진리를 몸으로 증득하여 스스로 즐겁게 논다. 그래서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안다. 이것을 부드러운 중의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이런 네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있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방편을 구해 부드러운 중의 부드러운 사문이 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수타와 수마균과

핀돌라와 그늘과 핫타카와

녹두와 널리 연설함

즐거움과 부드러움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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